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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0회)
- 제10회 씻은 커피잔 두 개와 접시 두 개를 싱크대 선반에 올려놓은 뒤 미상 씨는 침실로 돌아왔다.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댄 채 희정 씨는 책을 읽고 있다. 책은 그녀의 배 부위에 놓인 침대용 책상에 고정된 책 지지대에 좌우로 펼쳐져 있다. 그녀는 지금 『종의 기원』을 읽는 중이다. 며칠 전 희정은 자신이 『종의 기원』을 다시 읽는 이유를 그 책의 대단원을 이루는 장엄한 문장 때문이라고 했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많은 종류의 갖가지 식물, 숲속에서 노래하는 조류,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여러 가지 곤충, 그리고 습지의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모양을 관찰하고, 이러한 교묘하게 만들어진 형태가 서로 몹시 다르고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얽혀 의존하고 있지만, 그러한 생물이 어느 개체나 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 작용하고 있는 법칙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취해진 이러한 제 법칙은 생식을 수반하는 성장, 생식 가운데 포함돼있는 유전 생활 조건의 간접 및 직접 작용과 함께 용불용에서 오는 변이성, 생존경쟁과 나아가서는 자연선택을 이끌고 마침내 형질을 분기시켜, 보다 소량 개량된 생물을 절멸시키는 높은 증가율 등에 있다. 이리하여 자연계의 투쟁에서, 기근과 사멸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생물 가운데 가장 고귀한 대상, 즉 고등동물의 생성으로 직접 귀결된다. 생명이 자신의 여러 가지 능력과 함께 최초의 조물주에 의해 소수의 또는 하나의 형태로 불어 넣어졌다는, 그리고 이 지구가 불변의 동력 법칙에 따라 계속 회전하고 있는 동안에 그렇게 단순한 발단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가장 놀라운 무한한 형태가 발생하였고, 또 진화하고 있다는 견해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대단원의 문장이 왜 장엄한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미상 씨는 물어보지 않았다. 희정 씨의 독서열에 비해 미상 씨는 근래 들어 통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런 미상 씨에게 희정 씨가 물었다. "왜 소설을 쓰지 않죠?" "습관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진정한 소설가는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소설 쓰는 습관을 유지하는 사람인데." "저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미상 씨는 뒤로 몸을 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희정 씨가 말했다. "그럼 소설 쓰지 않는 소설가의 심정과 태도에 대한 소설이라도 쓰세요." 그래서 최근 미상 씨는 그런 소설을 죽 이어 쓰고 있다. 단편소설이고 제목은 '소설 쓰지 않는 소설가의 악몽'이다. 희정 씨의 주문대로 현재의 심정과 태도를 쓰기보다는 꿈에 대해 쓰기로 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 코코와 초코에게 간식을 차려주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서너 시간 잠을 잔 뒤 이곳으로 다시 내려와 복지관에서 도시락으로 배달하는 희정 씨의 아점밥을 차려줘야 한다. 파카와 모자를 들고 서서 눈인사를 하는 미상 씨에게 희정 씨가 묻는다. "변이의 법칙에서 다윈이 뭐라고 말하는지 요약해 줄까요?" 그녀는 자신 앞에 펼쳐진 책을 오른손 검지로 가리켰다. 이마의 주름살을 추겨 올리며 웃는 미상 씨에게 희정 씨는 『종의 기원』제5장의 내용을 요약했다. "이 장에서 다윈은 변이가 생물체의 유전적 특성에서 발생하고, 이 변이가 세대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이 변이가 괴상하거나 우연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변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점진적이나마 종의 변이가 가능하다고 해. 지속성은 우연성의 합이란 말이지." 희정은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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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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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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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2)]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거울' 찾았다⋯정상 세포는 통과, 종양엔 '독'이 되는 반전 분자
- 암 정복의 역사는 '부작용과의 전쟁'이었다. 기존의 방사선이나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무차별 폭격해 탈모, 구토, 면역 저하 같은 고통을 수반했다. 과학계가 오랫동안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마법의 탄환'을 찾아 헤맨 이유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대학교(UNIGE)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생명의 기본 블록인 아미노산의 '거울상(Mirror image)' 구조를 이용해 이 난제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진은 특정 아미노산의 '쌍둥이 분자'가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오직 암세포의 숨통만 조인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발표했다. 왼손 장갑을 오른손에 낄 수 없는 이치 아미노산의 '거울상(Mirror image)' 구조 발견을 이해하려면 먼저 생명의 기묘한 특성인 '카이랄성(Chirality·손대칭성)'을 알아야 한다. 자연계의 분자들은 화학식은 똑같지만, 구조가 거울에 비친 것처럼 정반대인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마치 왼손과 오른손이 겹쳐지지 않는 것과 같다. 이를 'L형(좌선성)'과 'D형(우선성)'이라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단백질을 만들 때 오직 'L형' 아미노산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D형'은 자연계에 존재하지만, 생체 활동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일종의 '그림자 분자' 취급을 받아왔다. 연구진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생명체가 외면해 온 D형 아미노산이 암세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암세포만 열어주는 '지옥의 문' 연구진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스테인(Cysteine)의 거울상 분자, 'D-시스테인(D-cysteine)'을 실험에 투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정상 세포는 D-시스테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특정 암세포들은 이를 걸신들린 듯 빨아들였다. 비결은 '수송체(Transporter)'에 있었다. 세포막에는 영양분을 받아들이는 전용 출입문(수송체)이 있는데, 연구진이 발견한 특정 수송체는 오직 암세포 표면에만 존재했다. 이것은 마치 '트로이 목마'와 같다. 암세포는 D-시스테인을 영양분인 줄 알고 전용 문을 열어 받아들인다. 하지만 일단 세포 안으로 들어온 D-시스테인은 영양분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으로 돌변한다. 반면, 이 전용 문이 없는 정상 세포는 D-시스테인이 곁에 있어도 흡수하지 않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연구를 주도한 장클로드 마르티누 교수는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대사적 차이를 완벽하게 파고든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세포의 배터리, 미토콘드리아를 셧다운 시키다 세포 내부로 침투한 D-시스테인은 암세포의 심장부인 미토콘드리아를 정조준한다. 구체적으로는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있는 'NFS1'이라는 효소를 마비시킨다. NFS1은 세포의 호흡과 에너지 생산, DNA 합성에 필수적인 '철-황 클러스터(Iron-sulfur clusters)'를 만드는 핵심 효소다. D-시스테인에 의해 NFS1이 차단되면, 암세포는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호흡 곤란), 유전 정보(DNA)를 복제할 수도 없게 된다. 결국 배터리가 방전된 기계처럼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이 멈춰버리는 것이다. 마르부르크대 롤란드 릴 교수는 "D-시스테인은 암세포 내부에서 연쇄적인 붕괴를 일으킨다"며 "에너지 생산 중단, DNA 손상, 세포 주기 정지라는 삼중고를 겪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부작용 없이 암 성장 억제…전이 막을 가능성도 연구진은 공격성이 매우 강한 유방암을 이식한 쥐 모델에 D-시스테인을 투여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암세포의 성장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쥐에게서 체중 감소나 장기 손상 같은 중대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선택적 독성'이 생체 내에서도 작동함을 입증한 셈이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인간에게 투여했을 때의 적정 용량과 장기적인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D-시스테인이 암의 성장뿐만 아니라,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지는 '전이(Metastasis)'를 억제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더 강한 독'을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대신 암세포가 가진 생물학적 허점, 즉 '거울 분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탐욕을 역이용하는 '정밀한 덫'이 미래 항암 치료의 핵심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자연이 선택하지 않은 '오른손(D형)' 분자가, 인류를 괴롭히는 암을 잡는 '신의 한 수'가 될지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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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2)]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거울' 찾았다⋯정상 세포는 통과, 종양엔 '독'이 되는 반전 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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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수출 78.5% 급증⋯1월 비중 44.1% '사상 최대'
-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이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체 수출의 44%를 넘어섰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ICT 수출은 290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8.5% 급증했다. 1월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자, 2009년 12월(73.3%)을 넘어선 최고 증가율이다. 전체 수출 658억5000만달러 가운데 ICT 비중은 44.1%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은 205억5000만달러로 102.7% 늘었고, 이 중 메모리는 154.4% 급증했다. 무역수지는 149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미니해설] ICT '슈퍼사이클' 본격화…AI가 쏘아 올린 44% 경제 1월 ICT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78.5% 급증하며 사상 최고 증가율을 갈아치웠다. 단순한 기저효과를 넘어선 '구조적 호황'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전체 수출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이 44.1%에 달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사실상 ICT에 집중돼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번 수출 급증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1월 반도체 수출은 205억5000만달러로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고, 증가율은 102.7%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메모리 반도체가 157억2000만달러로 154.4% 폭증했다.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증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시스템 반도체도 42억6000만달러로 22.3%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AI 인프라 확대는 단순히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주변기기 수출은 83.7% 늘며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고성능 연산 장비 확충이 이어지면서 저장장치와 서버 관련 부품 전반의 수출이 동반 확대되는 구조다. 디스플레이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수출은 19.0% 증가했다. 스마트폰용 OLED 공급 확대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영향을 미쳤다. 휴대전화 수출은 75.1% 늘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회복과 신제품 효과가 겹치면서 완제품과 부품 수출이 동반 확대됐다. 통신장비도 26.7%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전장용 장비 수출과 베트남·일본 등 아시아권 부품 수요 증가가 견인했다. 글로벌 통신 인프라 고도화와 차량용 통신장비 확대가 중장기적 수요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전 품목 확산형 성장은 과거 특정 품목 의존적 호황과는 결이 다르다. AI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이라는 글로벌 구조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ICT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기의 고사양화, 데이터 처리량 폭증,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등이 서로 맞물려 수요를 증폭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수입도 20.0% 증가한 14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무역수지는 149억6000만달러 흑자를 유지했다. ICT가 전체 무역수지 개선을 사실상 견인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ICT 산업이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공급망 재편과 수출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실적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여전히 ICT에 있으며, 특히 AI 중심의 차세대 기술 수요가 새로운 '슈퍼사이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호황을 얼마나 구조적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장비·AI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경쟁력 확보가 향후 수출 지속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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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수출 78.5% 급증⋯1월 비중 44.1%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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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9회)
- 제9회 밤새 냉기로 얼어붙었던 대기가 아침 햇살에 녹아내리고 있다. 눈 내린 뒤 며칠 동안 푸근하게 풀렸던 날씨는 대엿새 만에 엄동설한으로 돌아갔다. 노래방에 다녀온 지도 열흘이 지난 이월 초순이다. 희정 씨는 감기 기운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미상 씨는 그녀를 돌보며 쿠팡 야간배송을 계속했다. 미상 씨는 필요한 물품을 대개 쿠팡에서 구입하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걸러 주문하는 꼴이었다. 하루는 자신과 코코 초코를 위한 주문이고 다음 날은 희정 씨 물품을 주문하는 격이다. 그 가운데 절반은 주간배송 몫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미상 씨 본인이 집으로 들고 들어온다. 그래서 미상 씨의 업무는 자기 집이나 희정 씨 집 현관에서 끝나곤 했다. 담당구역이 석관동 일부와 장위동 일부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귀가하며 미상 씨는 두부모래가 담긴 종이상자 두 개를 승용차에서 내렸다. 생수도 무겁고 쌀도 무겁지만 부피에 비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물품이 반려묘 배변용 두부모래다. 종이상자 하나에 두부모래 포대 6포대가 담겼으니 도합 12포대다. 그 종이상자 두 개를 어깨에 메었다. 자기 집 현관에 내려놓은 두부모래 종이상자의 사진을 찍고 배송완료 버튼을 누르자 오늘의 야간배송이 끝났고, 지금이야말로 코코와 초코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미상 씨 양쪽 다리에 달라붙어 제 머리로 미상 씨 종아리를 부비는 그들과 함께 미상 씨는 베란다로 나선다. 두부모래 포대는 베란다 한쪽에 쌓고 종이상자 두 개는 코코와 초코에게 던져줬다. 그러면서 콧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콜콜…… 촐콜……, 밤새 잘 있었엉?"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야아옹!" 코코와 초코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란 바로 쿠팡 운송장이 붙은 신선한 종이상자다. 그들이 하나씩 종이상자 안으로 들어가자 미상 씨는 현관을 나와 2층에서 반지하로 내려간다. 반지하 오른쪽에 위치한 희정 씨네 현관으로 가려면 그 왼쪽에 있는 할머니네 현관을 지나가야 한다. 미상 씨는 그곳을 지나는 일이 늘 고역이었다. 형용키 어려운 고약한 냄새가 배어 있는 할머니네 현관 앞을 지날 때마다 할머니의 욕설과 할머니의 성질머리보다 이 악취가 더 참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그 악취의 지대를 지나 미상 씨는 희정 씨네 집으로 들어섰다. 불편한 몸인데도 희정 씨는 주황색 잠옷 차림으로 침대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감기 기운 밴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와요, 미상 씨." "하이!" 땀에 젖은 군밤장수 모자를 벗으며 미상 씨가 인사를 했다. 그 모자를 소파에 던지고 그 곁에 파카를 내려놓았다. "좀 어떤가요? 지난밤엔 기침하지 않았나요? 열은 없어 보이는데." 그러면서 희정 씨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아이……." 성한 오른손을 쳐든 희정 씨가 자신의 이마를 향하는 미상 씨의 손을 막아 세웠다. 희정 씨는 언제나 이렇게 미상 씨의 애정이 담긴 신체접촉을 거절했다. 자신의 몸을 안아 일으키고, 들추고, 엎고, 손을 잡고, 머리를 감길 때와 달리 감정이 실린 신체접촉에는 단연코 거부반응을 보였다. 무안하게 손을 거두어들이며 미상 씨는 생각했다. 왜 이러실까? 그 무안함과 알 수 없는 반응을 무마하고자 미상 씨가 말했다. "지난밤은 엄청 추웠어요. 희정 씨는 춥지 않았나요?" 미상 씨의 다정한 손길을 거절한 자신의 뜻을 희정 씨는 밝힐 수 없다. 병든 몸에 몸으로 애정 표현을 한다면 미상 씨도 병들지 않을까 염려하는 자신의 뜻을 희정 씨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이렇게 말했다. "미상 씨, 우리 커피를 마셔요."■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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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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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가상자산 잔고·장부 실시간 연동해야"⋯빗썸 사태에 제도 전면 보완 촉구
-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실시간 잔고·장부 연동 의무화와 2단계 입법 강화를 공식화했다. 빗썸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의 전산 통제 수준을 전통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으로,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규제 지형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빗썸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제 보유 잔고와 장부 수량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연동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업비트의 5분 단위 상시 대조 시스템에 대해서도 "5분도 짧지 않고 굉장히 길다"고 지적하며 실시간 일치 체계가 안전성 확보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빗썸이 하루 1회 대조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원장은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언급하며 총발행 주식 수를 초과 입력할 수 없도록 전산을 정비한 사례를 들었다. 아울러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2단계 입법에서 전자금융거래법·지배구조법·금융소비자보호법 수준의 규율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가상자산 규제 2단계 입법 가속…'실시간 통제'로 전환점 맞나 빗썸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전산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재점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보유 잔고와 장부 수량은 실시간으로 일치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운영 개선 요구를 넘어,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규율 체계를 전통 금융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는 고객 자산의 실제 보유 수량과 장부상 기록을 주기적으로 대조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업비트는 5분 단위로 상시 대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고, 빗썸은 하루 1회 점검하는 구조다. 그러나 금감원장은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5분도 길다"고 지적하며, 시스템상 입력 단계에서부터 실제 보유 수량을 초과하는 거래가 원천적으로 차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는 상징적 사례다. 당시 전산 오류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대량 발행되며 시장 혼란이 발생했고, 이후 총발행 주식 수를 초과하는 입력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전면 개편됐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이와 같은 구조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규율 강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하며, 2단계 입법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기존 금융 규제 체계를 전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단순 플랫폼이 아닌 금융회사에 준하는 기관으로 간주하겠다는 방향 전환을 시사한다. 특히 수탁 자산 보호와 관련한 80% 분리 보관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현행 제도는 고객 자산의 80%를 분리 보관하도록 하고 있으나, 나머지 20%는 일정 부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원장은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법을 참고해 보완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미카법은 가상자산 발행·유통·보관 전반에 걸쳐 자본 요건과 내부통제, 공시 의무 등을 촘촘히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규율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상시적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2단계 입법에 강제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법 24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금융회사와 동일 수준의 내부통제 책임을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이재원 빗썸 대표는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관련해 패닉셀 및 강제청산으로 발생한 손실을 피해 구제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벤트 오지급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최종 책임자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코인 오지급으로 장부상 수량이 증가한 부분을 적시에 탐지·차단하지 못한 내부통제 미비를 인정했다. 현재까지 1788개 비트코인이 매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패닉셀과 약 30여명이 겪은 강제청산을 구제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금융감독원 검사와 민원 접수 결과를 반영해 피해 구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빗썸 검사 결과를 이번 주 내로 보고받겠다고 밝혔다. 해외처럼 '준비금 증명 시스템(Proof of Reserves)'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갱신 수리를 거절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판단 사안이라면서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은 빠른 기술 혁신과 함께 성장해 왔지만, 내부통제 체계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정비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특정 거래소의 문제를 넘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 금융과 동일한 책임과 투명성의 틀 안에 편입시키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2단계 입법의 구체적 내용과 속도가 향후 시장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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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가상자산 잔고·장부 실시간 연동해야"⋯빗썸 사태에 제도 전면 보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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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희정 씨는 아름답다. 희고 도드라진 이마와 가냘픈 손 그리고 노래하느라 벌어진 붉은 입술 위로 색색의 미러볼 불빛이 지나간다. 인생에 있어 고난의 시간은 짧게나마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희정 씨에겐 지금이 그때라고 미상 씨는 생각했다. 그녀는 찬송가를 부른다. 존귀 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소서 멸시 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가오리다 미러볼에서 튀어나온 푸른 빛, 초록 빛, 붉은 빛, 노란 빛, 보라 빛 별은 희정 씨의 흰 패딩 코트와 검은 원피스 위에서 푸른 동그라미, 초록 동그라미, 붉은 동그라미, 노란 동그라미, 보라 빛 동그라미로 흘러 지나간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 노래의 끝에서 두 사람은 함께 아멘송을 불렀다. 아멘 천국의 가장 가운데, 순결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에는 노랫소리가 그치지 않으리라고 미상 씨는 생각했다. 주님의 땅에 넘실대는 주님의 뜻은 인간의 윤리와 인간의 정의가 아니라 인간의 노랫소리와 인간의 웃음소리라는 사실을 희정 씨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상 씨는 오른손을 뻗어 희정 씨의 불편한 왼손을 거두어 맞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가스펠 송을 합창했다. 당신이 외로이 홀로 남았을 때 당신은 누구에게 위로를 얻나? 주님은 우리 상한 맘을 아시고 사랑으로 인도하시네 희정 씨가 마이크를 잡은 오른손을 미상 씨를 향해 뻗었다. 마이크 잡은 왼손으로 미상 씨는 그 손을 잡았다. 둥글게 맞잡은 손과 손을 흔들어 두 사람은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비겁하지 말자, 배신하지 말자 그리고 사랑하자, 하고 미상 씨는 생각했다. 그러한 미상 씨의 눈을 바라보면서 희정 씨는 생각했다. 사랑하자, 사랑하자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자. 조용히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당신이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두 사람은 생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두 사람은 가냘픈 한 잎 한 잎의 풀잎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이 달려가는 쪽으로 누워 바람의 손길을 만끽한다. 어떤 바람은 집단의 일원이 되라고 꼬드기지만 둘은 저마다 한 줄기 한 줄기 풀잎으로 남아 바람의 진행을 즐긴다. 그 어떤 방향으로 휘몰아치던지 풀잎은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눕는 또 하나의 풀잎이 곁에 있고 그리고 그들의 억센 뿌리는 깊은 땅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희정 씨, 배가 고파요." 그래서 미상 씨는 술을 마셨다. 차고 톡 쏘는 캔맥주 한 잔이었다. 그보다 적은 한 모금도 안 되는 양이지만 희정 씨도 맥주를 마셨다. 노래하듯 술 취한 목소리로 희정 씨가 말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미상 씨만을……." 두 사람에겐 참회도 용서도 필요 없었다. 그들에게는 진실과 희생이 사랑이었고 사랑이 구원이었으며 그 구원은 한없는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깊은 산속 외딴집, 된장찌개 냄새 풍기는 개다리밥상 앞에 마주 앉을 수만 있다면 두 사람은 그 어떤 은총도 그 어떤 영광도 필요하지 않았다.■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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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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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의 시네bar 천국]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할까
- 바쁜 일상 속, 개봉작을 놓친 당신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이수정의 시네bar 천국>은 혼술하며 OTT 영화를 보는 당신을 위한 코너다. 퇴근 후 와인 한 잔, 주말 저녁 위스키 한 잔 곁들여 스크린을 응시하는 시간. 혼자 마시는 술이 외로움을 뜻하지 않듯, 혼자 보는 영화는 고독을 의미하지 않는다. 코너의 끝에서 영화와 페어링되는 술 한 잔을 제안하는 것은 덤. 자, 잔을 채우시라. 스크린이 당신을 기다린다. <편집자주> 영화<미세리코르디아>-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할까 욕망이란 모순덩어리다. 불가해하고 결코 충족을 모른다. 이 다스려지지 않는 감정 때문에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당신, 영화 <미세리코르디아(2005)>가 주는 위안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떨까? 라틴어로 '자비'를 뜻하는 제목을 가진 <미세리코르디아>는 조용하면서도 집요하게 인간 욕망을 파고든다. 감독 알랭 기로디의 렌즈는 늘 '신성'과 '육체' 사이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 <미세리코르디아>에서도 그의 관심사는 다르지 않다. 평화롭고 경건해 보이는 공동체의 표면 아래, 감독은 신앙, 혹은 체제라는 이름으로 억눌린 욕망의 거대한 저수지를 발견한다. 제빵사 장피에르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주인공 제레미가 프랑스의 시골 마을을 찾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 작은 마을은 욕망이 없는 곳이 아니다. 욕망을 보이지 않게 관리하는 곳이다. 쇠락하고 외진 시골 마을은 어떤 욕망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감춰진 욕망은 더욱 강렬한 결핍과 갈증을 드러낸다. 제레미의 등장으로, 공동체가 오랫동안 감춰온 욕망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제레미는 공동체를 비추는 거울이자 숨겨진 욕망을 해방하는 촉매제다.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버섯의 이미지는 욕망의 메타포다. 버섯은 어둠과 습기 속에서만 자라며 보이지 않는 지하의 광대한 균사체로 연결되어 있다. 공동체가 욕망을 억누르려 할수록, 욕망은 더욱 강하게 되살아난다. 버섯은 흙 속 깊이 묻은 욕망이 다시 자라 자비의 얼굴을 하고 피어나는 역설을 상징한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나는 버섯은 ‘억압된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선언이다. 제레미는 장피에르의 아들이자 자신의 친구인 뱅상을 우발적으로 죽인다. 시신에 덮은 흙에서 자라난 버섯이 그의 죄를 고발한다. 제레미는 범죄의 흔적을 감추려 버섯을 채취하고, 공동체는 버섯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그들은 그렇게 죄의식을 교환한다. 이 영화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신부가 발기한 모습을 드러낼 때다. 영화 초반, 신부는 신의 언어로 무장한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제레미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의 신체는 신의 통제를 벗어난다. 장피에르의 장례식에서 그가 한 말을 기억하자. 그는 죽은 장피에르에게 공동체를 중재해 달라고 부탁한다. 우리에게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제레미를 통해 문자 그대로 실현된다. 신부의 발기한 신체는 신의 언어가 욕망을 영구적으로 가둘 수 없음을 선언한다. 이는 신앙의 타락이 아니다. 신의 거룩한 언어가 무너지는 그 자리에서, 인간의 진정한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장피에르의 미망인 마르틴은 제레미를 원하면서도 '그가 떠나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서 우리는 제레미에 대한 욕망을 본다. 욕망이 없다면 왜 떠나야 할까? 말과 행동의 괴리가 이미 욕망의 우회로이며, 그 우회 속에서 욕망은 더욱 명확해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찾아 헤맨다. 영화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한없이 운전하는 행위를 통해 욕망이란 우회로를 보여준다. 만남은 항상 지연되고, 비껴가거나 차단된다. 만남의 지연은 비극이 아니라, 욕망 자체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다. 욕망은 충족되는 순간 소멸하기 때문이다. 만남을 지연시키고 우회시킴으로써, 오히려 욕망은 영속성을 얻는다. 이 영화의 진정한 비극은 '만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더 복잡한 비극은 '만나려 할수록 더욱 우회하게 되는 욕망의 구조 자체'다. 이것은 욕망이라는 조건 자체에 내재한 모순이다. 자, 이 영화의 궁극적 질문으로 돌아가자. 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한가? 사람들은 자비를 이타성과 희생의 궁극적 형태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이는 환상이다. 자비는 늘 '선한 사람이고자 하는' 욕망,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자'라는 자기 확인의 욕망에 가깝다. 공동체의 자비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하지 않았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욕망을 명시적으로 부정하는 행위 자체가 욕망의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것. '나는 욕망하지 않는다'라는 선언은 이미 욕망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욕망이 없다면 굳이 그것을 거부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따라서 공동체의 엄격한 자제는 역설적으로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한다. 전통적 도덕 체계에서 욕망을 죄로 간주했다. 극복해야 할 대상, 억압해야 할 본능으로 취급되었다. 영화가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욕망은 죄가 아니다. 욕망은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조건이다. 욕망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단순한 기계? 무의미한 신체? 욕망이 있기에 우리는 선택할 수 있고, 결단할 수 있으며,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욕망은 버섯처럼, 묻혀도 다시 자라난다. 완전히 제거될 수 없고, 영구적으로 억압할 수도 없다. 욕망은 인간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욕망을 가진 우리에게 윤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영화의 대답은 도발적이다. 윤리는 욕망을 거부함으로써가 아니라, 욕망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선택함으로써 가능하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마주 보고, 그럼에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윤리적 주체가 된다. 자비는 신의 거룩한 언어를 빌린 인간의 가장 진솔한 고백이며, 우리는 고백하기 위해 먼저 욕망을 인정해야 한다. <미세리코르디아>는 불편한 영화다. 우리가 외면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을 침묵과 절제를 통해 조용히 비추어내기 때문이다. 동시에 영화는 우리를 끝없이 실소하게 하는 블랙 코미디이기도 하다. 모든 상황은 부조리하다. 마르틴은 아들의 실종보다 제레미가 떠날지를 걱정한다. 공권력은 불쑥불쑥 개인의 공간을 침범한다. 심지어 제레미와 신부가 누운 사제관까지. 관객을 관음증에 동참하게 하는 주체는 어디에나 등장하는 경찰들이다. 숲속, 거리, 한적한 주차장은 제레미의 욕망을 실현하게끔 하는 침실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제레미의 곁에 누운 마르틴은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욕망을 지연시킨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욕망하면서도 선한 인간으로 남고 싶고, 거짓을 말하면서도 진실을 추구하려 하는 인간.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인간의 참된 모습이다. 자살하려는 제레미를 말리는 신부의 말은 언뜻 궤변으로 들린다. 하지만 당신은 그 말에 숨은 진실을 외면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다 학살의 책임자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자비를 베푸는 심급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그 순간에서조차 신부는 제레미에 대한 적나라한 욕망을 드러내기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비에는 어떤 욕망이 숨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 욕망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뱅상이 실종된 상황에서도 잘 차려진 식탁에서 와인을 마신다. 억압된 욕망이 발효되듯, 와인 역시 통제된 부패의 산물이다. 이 영화에는 루아르의 자연 와인이 어울린다. 특히 티에리 퓌즐라의 '르 클로 뒤 튀-부프'처럼, 최소한의 개입으로 포도 본연의 야생성을 살린 와인이다. 맑고 투명하지만 동시에 미세한 탁함을 간직한, 정제되지 않은 욕망의 맛이다. 이 와인에 버섯 샐러드를 안주로 곁들일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강심장이다. -이수정 영화 칼럼리스트- <편집자주> 이수정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수학했다. 서평가이자 영화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영화와 문학을 주제로 한 행사(북토크, 강연 등)를 기획하고, 오이코스 인문연구소에서 <영화잡담회>를 진행한다. 극장보다 거실에서, 팝콘보다 와인잔을 든 채로 더 많은 영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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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의 시네bar 천국]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욕망 없는 자비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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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가속
- 인도가 전 세계 핵심광물 공급망을 지배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핵심광물 협력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소식통들은 자국 광물부 주도로 진행 중인 이번 협상이 리튬과 희토류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광물 가공 기술에 대한 접근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중국 의존 구조를 완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은 최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 축소 방안을 논의한 직후 진행돼 국제 공조 흐름과도 맞물린다. 인도가 브라질 등과 협정을 체결할 경우, 지난달 독일과 맺은 핵심광물 협정 모델을 참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브라질·프랑스·네덜란드와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캐나다와는 협정 체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광물 탐사와 생산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니해설] 인도의 '광물 외교' 실험…중국 독점 흔들 수 있을까 인도가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재료인 리튬과 희토류 확보를 위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지고 있다.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와의 협상은 인도의 이런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핵심광물은 에너지 전환과 첨단 제조업의 '병목 자원'으로 불린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서 세계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제·가공 기술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전략적 리스크로 인식하는 배경이다. 인도의 행보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공급망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광물 탐사와 채굴뿐 아니라 가공 기술 접근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는 원료 확보에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 단계까지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달 체결된 인도·독일 핵심광물 협정 역시 제3국 내 광물 자산 확보와 공동 개발을 포함해 공급망 다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캐나다와의 협력은 특히 주목된다. 캐나다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정치·제도적 안정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다음 달 인도를 방문해 우라늄과 에너지, 광물, AI 분야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미 인도와 수주 내 핵심광물 협력을 공식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인도의 '탈중국' 전략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핵심광물 탐사에는 통상 5∼7년이 걸리고, 탐사에 성공하더라도 상업 생산까지는 추가로 수년이 소요된다. 광산 개발 과정에서 환경 규제와 지역 사회 반발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결국 중국이 구축해온 광범위한 채굴·가공·유통 네트워크를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인도의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이 주도해온 '중국 의존 축소' 전략에 인도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핵심광물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도는 이미 아르헨티나, 호주, 일본과 협정을 체결했고, 페루·칠레와도 기존 협정에 핵심광물 협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외교적 협력뿐 아니라 국내 제도 정비와 기술 투자, 민간 참여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물 가공과 재활용 기술을 자체적으로 키우지 못하면 공급망 다변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인도의 핵심광물 외교는 '중국 대체'라기보다 '중국 의존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에너지 전환과 제조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인도의 선택이 글로벌 자원 지형에 어떤 균열을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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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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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7회)
- 제7회 희정 씨는 검정 원피스를 입고 검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그리고 검은색 에나멜 하이힐을 신었다. 겨울옷도 겨울 구두도 아니었다. 그러나 희정 씨는 그 옷을 입고 싶어 했고 미상 씨의 도움으로 날씬하게 차려입었다. 그 위에 새하얀 롱패딩을 입고 미상 씨 등에 업혔다. 시각은 하늘도 땅도 재개발지구 연립주택촌도 환하디환한 겨울날의 오후였다. "이 집에서 눈은 하양 이 늙은 년이 치우네. 아이고 내 팔자야." 빌라 현관 층계를 밟고 마당으로 나서는 그들을 흘낏거리며 할머니가 욕설을 퍼부었다. 희정 씨네 맞은편 반지하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다. "내가 아니면 어느 귀신이 치울까." 그렇지 않았다. 아침에 집으로 들어올 때 미상 씨는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었다. 현관부터 좁은 마당을 지나 승용차를 세워둔 도로 곁 공지까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눈을 치웠다. 그 뒤에 내린 얼마 되지 않는 가루눈을 플라스틱 빗자루로 쓸어내면서 할머니는 지청구를 그치지 않는다. "네네. 할머니. 죄송합니다." 그렇게 지나치려는데 할머니가 또 어깃장을 놓았다. "아주 무슨 결혼잔치를 하시나 보네." 미상 씨 등에 업힌 희정 씨 들으라는 욕이었다. 늘 빈정거리고 심통을 부리는 할머니의 습성을 잘 아는 두 사람은 그러려니 대꾸 없이 길로 나선다. 이곳부터 가파르고 미끄러운 언덕길이다.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얼음 위에 내린 가루눈과 그 위에 뿌린 염화칼슘은 사고를 조장했다. 조심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곧 헐릴 낡은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노래방은 이 언덕길 끝 도로변에 있다. 미상 씨는 길가의 눈을 밟으며 조심조심 걸었다. 성질머리 고약한 할머니 때문에 오늘의 기쁨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머니가 문제가 아니라 이 눈길이 문제다. 미상 씨의 마음을 아는 희정 씨도 숨죽이고 업혀 있을 뿐이다. 쓸 수 없는 왼손과 왼팔은 가슴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미상 씨의 목을 휘감은 채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노래방 룸에 자리를 잡고 마이크를 들었을 때 희정 씨는 말이 많아졌다. 기쁨을 다스리는 그녀만의 버릇이었다. "그래서 카트를 껴안고 잠을 잤나요? 코코하고 초코는 놀라지 않아요?" 미상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랬다. 미상 씨는 오늘 아침 핸드카트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 그를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웠다. 코코와 초코가 이상한 눈으로 보든 말든 그런 상태로 잠이 들었고 한낮에 깨어난 뒤에도 미상 씨의 품에는 여전히 핸드카트가 안겨 있었다. “아직도 내 침대에 있어요. 이불로 덮어 놓고 나왔어요. 따뜻하게 푹 자라고.”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희정 씨는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희정 씨는 미상 씨의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일어설 수 없는 그녀는 소파 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왼손은 무릎을 덮은 패딩 코트 위에 놓여 있다. 오른손이나마 사용할 수 있는 현재 자신의 몸을 희정 씨는 감사히 여기고 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담요처럼 백색의 롱패딩 코트를 무릎에 올린 희정 씨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탄다. 행복한 기분에 휩싸인 미상 씨는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래서 희정 씨 앞에 서서 춤을 추었다. 느리게 두 팔을 휘젓고 흔들흔들 몸을 흔들고 뒤뚱뛰뚱 앞뒤로 움직이는 이름도 계통도 없는 엉터리 막춤이다. 그래 그래 그래, 우리의 인생과 같은 그런 춤이다.■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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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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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제왕나비
- 제왕나비 - 아내에게 최동호 파도 위로 호랑무늬 날개를 펼치며 대지를 움켜쥔 나비가 날고 있다 생명의 빛을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이 장엄한 행렬은 생사를 건 운명적 비행 대양 너머 저 멀고 먼 산언덕에서 작은 들꽃 무리들이 피었다 또 지면서 비바람 헤치고 찾아올 나비를 기다리고 있을 때 사막의 하늘 높이 날아 지친 나비에게 태고의 영웅들이 남긴 장엄한 메아리는 산봉우리를 타고 가는 바람의 혼을 실어 주고 구름 뒤의 달은 나뭇잎에 매달려 쪽 잠자던 애벌레가 다시 고치에서 부활하여 날아오를 황금빛 영혼의 호랑무늬 날개를 지켜보고 있다 날개를 앓는 시간 계절이 바뀌는 틈새마다 까닭 없이 뼈마디가 저려오는 건, 아주 오래전 우리가 날개를 가졌던 짐승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유독 매섭게 느껴지는 밤이면, 나는 습관처럼 등 뒤를 더듬어 본다. 퇴화해버린 날개 자리가 욱신거리는 것은, 저 먼 대양 너머에서 누군가 나를 간절히 부르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우리는 저마다 가슴 속에 보이지 않는 지도 한 장을 품고 산다. 그 지도는 편안하고 안락한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파도가 치고 모래바람이 부는 위태로운 경로를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길을 잃고, 매번 흔들리며, 때로는 주저앉아 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그저 하루를 버텨내기에 급급한, 작고 초라한 존재일 뿐인데 왜 내 안의 나침반은 자꾸만 아득한 곳을 가리키는 것인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기적 아닌 삶이 어디 있으랴. 연약한 날개 하나로 대륙을 횡단하는 저 미물들의 비행이 서러운 본능이라면, 무거운 생의 짐을 지고 ‘오늘’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우리의 걸음은 숭고한 투쟁이다. 근육의 힘이 아니라 그리움의 힘으로, 우리는 기어이 나아간다. 지금 당신이 웅크리고 있는 그 캄캄한 침묵의 시간들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구름 뒤에 숨은 달이 묵묵히 밤을 지키듯, 그 어둠은 당신 안의 황금빛 날개를 몰래 벼리고 있는 시간일 테니. 꽃이 피고 지는 일이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수신호이듯, 당신의 고단함도 결국은 어딘가에 닿기 위한 가장 뜨거운 날갯짓임을 믿는다. 바람이 차다. 부디 이 바람을 타고,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로 무사히 건너가기를. <편집자 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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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제왕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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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6회)
- 제6회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친구를 남겨두고 돌아서는 미상 씨의 심정은 찢는 듯 아팠다. 그 고통의 내막은 친구에 대한 연민과 함께 자신에게 가하는 자책 탓이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믿어지지 않겠으나, 외로움을 병으로 앓아본 사람이나 가혹한 버림받음에 치를 떨어본 사람이라면 지금 미상 씨의 상태와 그 증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운전석에 앉은 미상 씨는 콘솔박스에 넣고 다니며 아스피린처럼 복용하는 성서의 구절을 읽었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요한복음 18장에서 20장에 이르는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그 말씀을 경청하는 제자들처럼 미상 씨는 그 말씀으로 인하여 평화를 구하였다. "조금 있으면 세상은 다시 나를 보지 못할 터이로되 너희는 나를 보리니, 이는 내가 살았고 너희도 살아 있겠음이라. 그날은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 천천히 사랑제일교회 앞을 떠나 우회전한 미상 씨의 승용차는 곧장 장위로40다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서부터 미상 씨는 살과 같이 빠른 몸놀림으로 치고 던지고 뿌리며 금방 동방고개에 당도했고 곧 배송완료를 보고했다. 다른 날은 이렇게 하루 일을 끝내고 바로 곁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으나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서둘러 사랑제일교회 앞으로 돌아갔고 장위2동 주민자치회 건물 앞에서부터 지나온 배송지를 역주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미상 씨는 저기 멀리 연립주택 현관 옆에 서 있는 자신의 핸드카트를 보았다. 핸드카트는 골목 안으로 질주하는 찬바람과 그 바람이 몰고 오는 가루눈을 맞으며 단단히 서서 미상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핸드카트를 들어 품에 안은 미상 씨가 복음을 외었다. 평소 코코와 초코를 껴안듯이, 두 팔에 힘을 줘 친구를 꼭 껴안은 미상 씨는 야곱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렇게 되뇌었다.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나는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그런 다음 미상 씨는 인간의 음성으로 다시 친구에게 말했다. "카트야. 미안해. 내가 정신이 없었다. 응, 카트야?" 그곳은 돌곶이로22길 골목 안 연립주택 현관 앞이었다. 그곳으로 돌아오기까지 미상 씨는 여러 군데 골목을 헤집고 수십 군데 배송처를 찾아 이 집 저 집 현관을 드나들었으며 3층으로 4층으로 오르내렸다. 자신의 핸드카트를 껴안고 선 미상 씨는 이마와 등을 적신 땀이 식어 내리는 서늘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느덧 날이 밝아 눈 내린 시가지는 희고 환하고 평화로웠다. 자신은 어느 날보다 더 행복한 하루를 맞이했다고 미상 씨는 생각했다. "그래, 희정 씨와 함께 노래방에 갈 수 있겠다. 그런 기분이 든다. 카트야." 다른 날엔 해치백을 열고 맨 뒷자리 구석에 놓아두던 핸드카트를 지금은 조수석에 올려놓았다. 차 바닥으로 흘러내릴까 안전벨트까지 매어줬다. 그런 뒤 미상 씨와 승용차와 핸드카트는 희정 씨와 코코 초코가 기다리는 집을 향해 출발했다. 미상 씨와 희정 씨가 세 들어 사는 낡은 빌라는 가파른 언덕길 꼭대기에 있다. 월곡산 바로 아래 달동네에 위치한 그들의 빌라에 당도하려면 사람도 자동차도 부들부들 떨며 이리저리 가파른 언덕길을 헤집고 올라야 한다. <편집자 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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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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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사나에노믹스' 날개 단 다카이치…日 '전쟁 가능 국가' 개헌 빗장 푸나
- 일본 열도의 정치 지형이 거대한 우경화와 팽창주의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승부수로 띄운 조기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킬 헌법 개정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막대한 돈 풀기를 예고한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가 강력한 추진 엔진을 달게 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에 짙은 ‘엔저(低)’와 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 결과(NHK 출구조사 기준), 집권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274~328석을 휩쓸며 2021년 10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단독 과반을 확정 지었다.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를 포함한 범여권 의석은 302~366석으로, 개헌 발의 기준선인 3분의 2(310석)를 가볍게 넘어섰다. 반면 제1야당 중심의 중도개혁연합은 37~91석으로 쪼그라들며 참패했다. 다카이치 총리 개인의 70%대 높은 지지율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완전히 압도한 선거였다. 이번 압승으로 다카이치 내각은 중의원에서 참의원(상원)의 반대를 무력화하고 예산안과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 ‘수퍼 권력’을 손에 쥐었다. 고(故)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의 권력 집중 현상이 고스란히 재현된 셈이다. 정치적 압승의 첫 번째 청구서는 경제로 향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기간 내내 부르짖었던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방침이다. 가장 논쟁적인 카드는 ‘소비세 감세’다. 다카이치 총리는 “급여형 세액공제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2년간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불안하다. 이미 올해 122조 엔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이 편성된 상황에서, 감세와 재정 확대가 맞물리면 일본의 국가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시장 전문가들은 확장 재정이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와 충돌하며 지속적인 ‘엔화 약세’를 유발하고, 이는 곧 수입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총선 승리의 축포가 꺼지기도 전에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암초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지각변동은 안보와 외교 분야에서 일어날 전망이다. 개헌선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평생 숙원이었던 ‘헌법 9조(전쟁 포기 조항)’ 개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동력을 얻었다.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고 국방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려는 보수 우익 진영의 오랜 열망이 현실화할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심의회에서 구체적인 개헌안을 심의해 주길 바란다”며 논의의 불씨를 당겼다. 다만, 완벽한 독주 체제에도 약점은 존재한다. 현재 참의원이 ‘여소야대’ 구도라는 점이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참의원 모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기에, 다카이치 내각이 단기간에 무리한 개헌을 강행하기보다는 야당을 분열시키며 점진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돈 풀기’와 ‘군사 대국화’라는 두 개의 칼을 쥔 다카이치 총리의 위험한 질주가 막을 올렸다. [Key Insights] 다카이치 총리의 총선 압승은 일본이 아베 정권 시절의 '우경화'와 '적극 재정' 노선으로 완벽히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사나에노믹스로 인한 '슈퍼 엔저'의 장기화가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철강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 가능 국가' 추진은 동북아 안보 지형에 거대한 지정학적 파장을 예고하는 만큼,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하고 냉철한 대일(對日) 외교 전략이 시급하다. [Summary] 8일 일본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이 단독 과반, 연립여당이 개헌 발의선(3분의 2)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대규모 재정 지출과 한시적 소비세 감세를 뼈대로 한 '사나에노믹스'가 탄력을 받게 됐으나, 국채 증가와 엔화 약세, 인플레이션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막강한 의회 장악력을 무기로 아베 전 총리의 숙원인 '전쟁 가능 국가'를 향한 헌법 9조 개정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여소야대인 참의원 정치 구도가 개헌의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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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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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사나에노믹스' 날개 단 다카이치…日 '전쟁 가능 국가' 개헌 빗장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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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매달 내던 돈, AI로 아낀다"⋯'SW 제국' 흔드는 '바이브 코딩'
- "이제 코딩을 몰라도, 원하는 프로그램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즉석에서 만들어줍니다. 굳이 비싼 구독료를 내고 남의 소프트웨어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기업용 소프트웨어(SW)를 돕는 '조수'를 넘어, 아예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대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매달 지불하던 막대한 SW 비용을 끊고, AI를 통해 자체 도구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시대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이 공포감에 세일즈포스 등 대표적인 SW 기업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스로픽(Anthropic)이 출시한 새로운 AI 에이전트 도구가 B2B 소프트웨어 시장에 '둠스데이(Doomsday·운명의 날)' 시나리오를 몰고 왔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인튜이트(Intuit), 서비스나우(ServiceNow) 등 업계 공룡들의 주가는 지난 9월 고점 대비 30%나 폭락했다. "변호사도, 회계사도 필요 없다"…'바이브 코딩'의 충격 이번 주가 대폭락의 방아쇠는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플러그인 기능이다. 이 AI는 자연어 명령만으로 복잡한 법률 계약서를 검토하고,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며, 기업 내부의 업무 흐름을 자동화한다. WSJ은 이를 두고 "알고리즘이 (생산성을) 주는 대신, (매출을) 뺏어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계약서 검토나 회계 처리를 위해 고가의 전문 소프트웨어를 구독해왔다. 하지만 AI가 이 업무를 더 싸고 빠르게 처리한다면, 기존 SW의 설 자리는 사라진다. 실제로 샌디에이고의 기술 기업 'GroWrk'는 최근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아사나(Asana)' 등의 구독을 해지하고 AI 도구로 대체해 연간 5만 달러(약 7000만 원)를 절감했다. 카를로스 에스쿠티아 CEO는 "이제 필요한 도구는 내부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build vs buy)"며, 필수적인 기능을 제외하고는 외부 SW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전문 개발자 없이도 AI와 대화하며(Vibe) 코딩하는 세상이, 기존 SW 기업들의 '매출 파이'를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멸종? 비논리적" vs "편집광만 살아남는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AI로 대체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발상"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왔다고 드라이버가 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은 여전히 성장할 것"이라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다. JP모건의 마크 머피 분석가도 "모든 기업이 자신만의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유지보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장의 반응이 과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용 소프트웨어 기업 캔데센트(Candescent)의 사티시 라발라 CTO는 "금융 거래에서 10달러가 9.99달러로 처리되는 오류는 용납될 수 없다"며 정교함이 요구되는 핵심 업무에서는 AI가 기존 SW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멍청한(Dumb) SW는 죽었다"…시장 재편의 서막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WSJ은 인텔의 전설적인 경영자 앤디 그로브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대여점을, 아마존이 서점을 파괴했듯,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라발라 CTO는 "소프트웨어가 죽은 게 아니라, '멍청한(Dumb) 소프트웨어'가 죽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수준의 도구는 AI로 대체되겠지만, 독자적인 데이터와 깊은 산업 전문성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뜻이다. 박스(Box)의 아론 레비 CEO는 "AI 에이전트가 계약서를 검토하더라도 그 계약서를 관리할 공간(플랫폼)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플랫폼 기업의 생존을 점쳤다. 그러나 기업 고객들이 이제 'AI로 직접 개발'이라는 강력한 협상 카드를 쥐게 된 이상, SW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Pricing Power)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향후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어중간한 SW 기업들이 대거 도태되거나 인수합병(M&A)되는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ditor’s Note] 'SaaS 제국'의 월세가 끊기고 있다 지난 10년간 IT 업계의 불문율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였습니다. 모든 기업은 업무를 위해 비싼 구독료를 내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는 집에 '세입자'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 세입자들에게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도구"를 쥐여주었습니다. 앤스로픽의 이번 발표는 그 도구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며,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 CEO의 말처럼 모든 기업이 SW를 직접 개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존 SW 제국의 권력은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시장은 묻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달 내는 그 구독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AI가 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SW 기업에게 2026년은 '구독 해지'의 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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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매달 내던 돈, AI로 아낀다"⋯'SW 제국' 흔드는 '바이브 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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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입력 실수 하나에 2천억 원대 시장 충격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 입력 실수로 수천억 원대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즉각 현장 점검과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했다. 7일 빗썸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됐다. 당초 249명에게 지급될 예정이던 62만 원이 그대로 비트코인 수량으로 처리된 것이다. 1인당 평균 2490개는, 당시 시세 기준 약 2440억 원 규모다. 빗썸은 20분 만에 오지급 사실을 인지해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으며, 현재까지 99.7%를 회수했다. 다만 일부 이용자가 이미 매도한 물량 가운데 약 125개 상당은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사고 경위와 내부통제 실태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미니해설]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 '입력 실수'가 드러낸 가상자산 시스템의 민낯 지난 6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단순한 전산 입력 실수를 넘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수치 하나의 입력 오류가 수천억 원대 시장 왜곡과 고객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작지 않다. 사고는 전형적인 휴먼 에러에서 출발했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과 '비트코인' 단위가 바뀌어 입력되면서, 실제 지급 대상 금액의 백만 배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일시에 풀렸다. 빗썸은 약 20분 만에 이상 상황을 감지해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지만, 그 사이 일부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매도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특정 거래소에서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붕괴되는 현상은 가상자산 시장의 얕은 유동성과 구조적 불안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회사 측은 대부분의 오지급 물량을 회수했고, 외부 지갑으로의 유출도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회수 여부에만 있지 않다. 빗썸이 보관 중인 비트코인 수량을 훨씬 웃도는 규모의 코인이 전산상 지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내부 통제와 자산 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이른바 '유령 비트코인'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빗썸은 회계적으로 고객 표시 수량과 실제 보관 수량이 일치한다고 반박했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전산상 숫자와 실물 자산의 괴리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대응은 신속했다. 7일 금융위원회는 금감원과 금융정보분석원, 거래소 협의체와 함께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빗썸을 시작으로 다른 거래소까지 전반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단순 사고로 결론 날 경우에도 제도적 보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외부 기관이 주기적으로 검증하도록 하는 방안과, 전산 사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에 대해 사업자의 무과실 책임을 명시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빗썸 역시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에 나섰다. 시세 급락 과정에서 패닉셀로 손실을 본 고객에게 차익 보상과 추가 보상을 약속했고,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과 수수료 면제, 1천억 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 조성 계획도 내놨다. 다중 결재 시스템 강화와 인공지능 기반 이상 거래 차단 등 재발 방지책도 제시했다. 이번 사고는 가상자산 시장이 여전히 '기술과 신뢰'라는 두 축 위에서 얼마나 불안정하게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앙은행이나 예금자 보호 장치가 없는 시장에서 거래소의 내부통제는 사실상 유일한 안전망이다. 입력 실수 하나가 시장 가격을 뒤흔들고 고객 손실로 이어진 현실은,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와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논의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사고는 분명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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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입력 실수 하나에 2천억 원대 시장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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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의 미술평론(1)] 삶의 현장에서 기도하는 별 그림의 울림- 성희승
- 한국에서 별을 가장 많이, 잘 그리는 별명 이른바 별 작가가 성희승이다. '별 작가(STARYA)'라는 별칭으로도 이미 유명한 작가는 스스로 별을 그리는 이유를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철학적 소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빛의 화가 방혜자는 8살 때 우연히 개울가의 물위에서 빛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저런 것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면서 평생 빛을 그리는 운명적인 화가가 되었고 그 빛을 그리면서 행복을 이끌어내는 법을 터득 할 수 있었다. 성희승 작가가 별을 그리게 된 동기와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별빛의 마음을 따라 빛나는 별이 말해주는 빛남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그녀도 행복한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있었고, 작품 세계의 핵심인 '별'의 의미를 정립하는 중요한 철학적 모티브도 있었다. 그녀는 "누구나 어린 시절 밤하늘을 보며 저 많은 별 중에 나의 별은 무엇일까 상상했던 것처럼 별은 언제나 내가 가고 싶은 이상적인 낙원의 상징"이라고 했다. 성희승 작가는 어린 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를 "한 존재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의 세계"로 보려고 했다. 광활한 우주의 세계가 아니라, 장미 한 송이를 돌보며 관계를 맺고 가꾸어나가는 '책임 있는 삶의 공간'으로서 별을 바라보고자 했다. 작가에게나 우리에게나 언제나 성희승의 별들은 희망과 위로의 상징이었다. 작가는 "별은 가장 어두울 때 오히려 빛나고 희망을 준다"고 털어 놓았다. 그녀는 별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어린 시절부터 평생 에드윈 허블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품었던 호기심처럼 성희승의 무수한 별들은 우리를 궁금하게 만든다. 전시장의 첫 번째 마주치는 대작의 별 그림은 다른 그림에서처럼 숨은 별들이 아니라 거대한 별들의 음성처럼 명확하고 강렬하며 확신에 차있다. 이미 여기에서 성희승은 별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잇고 마음을 연결하는 소통의 매개체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과감하고 힘찬 선들로 만들어진 엮어진 별들의 형상은 충분히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소망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 속에 별들은 서로 엉키고 부대끼며 빛나거나 자유롭게 어울려진다. 작가는 어린 왕자가 여행 중에 만난 가로등지기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빛을 내는 존재들을 '별'로 형상화 한다고 간절하게 고백했다. 그러나 성희승 작가보다 먼저 별을 사랑하고 별을 그린 몇 명의 화가가 있었다. 첫 번째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이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밤은 낮보다 더 살아있고 풍부하게 채색되어 있다"고 말하며 빛나는 밤의 빛나는 색채인 별들을 찬양했다. 그러나 고흐가 밤하늘과 별에 매료되어 이를 그린 이유는 성희승의 심경과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게 별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도달하고 싶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는 말처럼, 성희승은 밤하늘을 보며 무한한 우주와의 연결을 느끼며 점점 고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별들은 현실의 삶처럼 때로는 혼탁하고 서로를 침입하고 넘나드는 우리들 삶의 현실을 그대로 그려내는 초상화처럼 아름답지만 캔버스 화면에서 그다지 찬란하게 화려하게 빛나지만은 않는다. "어쩌면 별에 가기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고 기록했던 고흐처럼 성희승 작가의 별은 빛나는 형태와 색채와 어울림으로 교차하며 사유적으로 떠오른다. 이처럼 성희승에게 별을 곧 세상을 살아가는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의 소용돌이치는 삶의 현장을 포옹하는 정신적 격동과 삶의 내면의 메시지와 스토리를 별들에게 투영한 생생한 날것의 목소리이자 노래이다. '절규'로 유명한 뭉크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주제로 여러 점의 그림을 남겼다. 별이 빛나는 밤의 고흐의 그림처럼 노르웨이의 해변에서 느낀 고독과 우울을 몽환적인 밤하늘에 혼란스러움이 종종 빈번하게 묻어난다. 성희승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역시 밤의 풍경을 '녹턴(야상곡)'이라는 제목으로 검은색과 금색의 녹턴으로 떨어지는 불꽃을 담아냈다. 성희승 의 그림 속에도 그 밤하늘에 터지는 폭죽과 불꽃의 잔상을 마치 별처럼 흩뿌려진 사각의 별들로 화폭을 충만하게 에워싸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수많은 색채와 별들로 뒤덮인 별들은 몽환적이며 드물게 신비로운 별들의 집합이 되어 시골길 위로 쏟아진다. 그러나 그 별들은 함께 부딪치며 추상적인 메시지에 공감하며 서정적으로 흔들리고 몰려다닌다. 우리가 그녀의 별에서 때로는 성스러움과 인간적인 삶의 현장을 보는듯한 목소리와 과정이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그녀의 숨쉬는 화폭에서 발견한다. 그녀가 별을 그리는 행위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도이자 영적 구원을 향한 쉬지 않는 탐구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가 화폭에 쏟아놓는 별들은 진실한 그녀 삶의 이야기이자 울림이며 기도에 공감하게 된다. 그녀의 별이야기는 바로 우리 삶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들 내면을 위한 성찰의 음성이며, 화폭에 끊임없이 터뜨리는 별들의 축제인 것이다. The Resonance of Star Paintings as Prayer in the Midst of Life — Hee Seung SUNG (Art Criticism by Kim Jong-geun, Part 1) Among artists in Korea, Hee Seung SUNG is widely recognized as the one who paints stars most frequently—and most convincingly. Already well known by the epithet "the Star Artist (STARYA)", she has stated that her reason for painting stars is “to convey philosophical communication and messages of hope that go beyond mere visual beauty.” Bang Hye-ja, the painter of light who held a solo exhibition at the Centre Pompidou in France, once recalled that at the age of eight she happened to see light shimmering on the surface of a stream and wondered, "Could something like that be painted?" From that moment, she became a painter destined to devote her life to light, and through painting light she came to learn how happiness itself might be drawn forth. Hee Seung SUNG’s motivation for painting stars, and her way of arriving at happiness, is not fundamentally different from this. As a child who dreamed of becoming a painter, she followed the quiet pull of starlight shimmering high above, listening to the story of radiance spoken by the shining stars themselves. By carrying forward that story of light, she too became a painter who learned how happiness could be sustained through painting. At the center of this formative experience stood Antoine de Saint-Exupéry’s The Little Prince, which functioned as a decisive philosophical motif in shaping the meaning of the "star" at the core of her artistic world. She has remarked, "Just as everyone once gazed at the night sky in childhood and wondered which of the countless stars might be their own, the star has always symbolized an ideal paradise one longs to reach." Hee Seung SUNG sought to understand the asteroid B-612, home of the Little Prince, as "the smallest possible world for which a single being can take full responsibility." Rather than the vast expanse of the universe, she chose to regard the star as a space of responsible life—one in which relationships are formed and patiently cultivated through the care of a single rose. For both the artist and for us, Hee Seung SUNG’s stars have always functioned as symbols of hope and consolation. She confides that "stars shine most brightly at the very moment when darkness is deepest, and it is then that they offer hope." Through stars, she has sought to deliver messages of love and comfort to a broader public. This impulse recalls the most fundamental questions—how many stars are there in the sky, how did the universe begin, and where did everything come from?—questions akin to the lifelong curiosity with which Edwin Hubble gazed at the night sky. In the same way, the countless stars that fill Hee Seung SUNG’s canvases awaken our sense of wonder and invite us into sustained contemplation. The monumental star painting encountered first in the exhibition does not present hidden stars, as some of her other works do; rather, it asserts itself with clarity, intensity, and conviction, like the resonant voice of immense stars. From this initial encounter, it becomes evident that Hee Seung SUNG is not merely depicting images of stars, but inscribing onto the canvas a medium of communication that connects emotions and links one heart to another. The interwoven forms of stars, constructed through bold and vigorous lines, articulate a longing for a world in which each being can become a star for another. Accordingly, in her paintings, stars entangle and collide as they shine, or freely converge and coexist in dynamic relation. The artist earnestly confesses that she gives form to "stars" as beings who, like the lamplighter encountered by the Little Prince during his journey, quietly remain at their post, emitting light without spectacle. Yet there were painters who loved stars and painted them before Hee Seung SUNG. The first among them was Vincent van Gogh. In a letter to his brother Theo, Van Gogh wrote that "the night is more alive and more richly colored than the day", extolling the stars as the radiant colors that illuminate the nocturnal sky. Yet the reason Van Gogh was drawn to the night sky and to stars is not fundamentally different from Hee Seung SUNG’s own state of mind and artistic purpose. For him, stars were symbols of dreams and hopes he longed to reach in order to escape the suffering of reality. As suggested by his words, "Looking at the stars always makes me dream", Hee Seung SUNG likewise gazes into the night sky and senses a connection to the infinite universe, gradually drawing closer to Van Gogh in spirit. Her stars, however, resemble lived reality itself: at times they are murky, intruding upon and crossing into one another, portraying the conditions of our lives almost like portraits. Though beautiful, they do not shine with excessive brilliance or decorative splendor on the surface of the canvas. Like Vincent van Gogh, who once wrote, "Perhaps one must die in order to reach the stars", the stars in Hee Seung Sung’s work emerge contemplatively, intersecting through luminous forms, colors, and harmonies. They rise not as fixed images, but as sites of reflection where light, structure, and sensation cross and resonate. In this sense, for Hee Seung SUNG, stars become a raw and living voice—a song through which she projects onto them the spiritual turbulence that embraces the swirling scenes of life, much like The Starry Night, and the inner messages and narratives of lived experience. Edvard Munch, widely known for The Scream, also produced several paintings devoted to star-lit night skies. As in Van Gogh’s nocturnal works, the loneliness and melancholy he experienced along the Norwegian coast often seep into his dreamlike night skies, where a sense of confusion and unease repeatedly surfaces. Hee Seung SUNG also recalls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who rendered nocturnal landscapes under the title Nocturnes, capturing falling sparks and fireworks in tones of black and gold. In Hee Seung SUNG’s paintings as well, the afterimages of fireworks and bursts of light exploding across the night sky surround the canvas, scattered as square-shaped stars as if strewn through space. At the same time, the multitude of colors and stars that blanket her works coalesce into dreamlike and rarely mysterious constellations, cascading down as though poured over a quiet country road. Yet these stars collide with one another, resonate with abstract messages, and move together in lyrical waves, gathering and dispersing in rhythm. This is why, in her stars, we are able to discern and empathize with voices and processes that seem to reveal both a sense of the sacred and the tangible scenes of human life. Within her breathing canvases, we come to discover that the act of painting stars is, in itself, a form of prayer—an unceasing inquiry directed toward spiritual redemption. Accordingly, the stars she pours onto the canvas become truthful narratives of her own life, resonant traces that invite us to attune ourselves to her prayer and to share in its quiet intensity. Her stories of stars are, at once, the stories of our own lives and voices of reflection addressed to our inner selves—a continuous festival of stars endlessly erupting across the surface of the canvas. <편집자주> 김종근 미술평론가. 현대미술의 미학과 사회적 맥락을 중심으로 한국 미술의 흐름을 분석해 왔다. 회화, 조형,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동시대 미술 전반을 아우르며, 작가 개인의 작업 세계와 시대적 조건을 연결하는 비평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일간지와 문화 전문 매체에 미술 비평과 전시 리뷰를 꾸준히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전시와 작가 연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 담론 형성에 기여해 왔다. 전시 기획 자문과 평론 활동을 병행하며, 미술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발언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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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의 미술평론(1)] 삶의 현장에서 기도하는 별 그림의 울림- 성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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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폴란드 국방부 "현대로템 K2 전차 엔진서 조립 불량 식별"⋯결함 논란에 첫 공식 답변
- 폴란드에 수출된 현대로템의 한국형 명품 무기 K2 '흑표' 전차의 결함 논란과 관련해, 폴란드 국방부가 엔진 계통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제기되던 구동계 이상설에 대해 폴란드 군 당국이 "조립 불량(Assembly defects)"이라는 구체적인 원인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란드의 유력 경제 법률 매체인 포르살(Forsal)은 7일(현지 시각) '우리는 밝힌다: 국방부가 K2 전차 결함에 대해 포르살에 답하다. "조립 불량 식별됨"'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폴란드 국방부 "DV27K 엔진 문제 사실…조립 불량 확인"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폴란드군이 운용 중인 K2GF(Gap Filler·긴급 소요분) 전차의 구동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해당 매체의 슬라보미르 빌린스키(Sławomir Biliński) 기자가 폴란드 국방부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고, 당국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매체는 "국방부로부터 입수한 답변은 K2 전차에 탑재된 'DV27K 엔진'에 실제로 특정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indirectly confirms)해 주었다"고 밝혔다. 특히 기사의 헤드라인과 본문은 국방부가 "조립 불량(wady montażowe)이 식별되었다"고 명시했음을 강조했다. 다만 폴란드 국방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결함 차량의 구체적인 숫자나 전체 도입 물량 대비 불량률 등 '문제의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실전 배치된 최전방 부대서 발생…후속 조치 주목 현재 결함이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차들은 폴란드 육군의 핵심 전력인 제16포메라니아 기계화사단 예하 부대에 배치된 물량이다. 매체는 "현재 폴란드군은 180대 계약분의 K2GF 전차를 순차적으로 인수하고 있다"며 "인도된 차량들은 모롱(Morąg)에 위치한 제20기계화여단과 브라니에보(Braniewo)의 제9기갑기병여단에 배치되어 작전 및 훈련용으로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한국과 1차 이행계약을 통해 총 180대의 K2 전차를 직도입하기로 했으며, 향후 폴란드 현지 생산 버전인 K2PL을 포함해 총 1000대 규모의 운용을 계획하고 있다. 매체는 "나머지 물량은 2020년대 후반에 공급될 예정이며, 일부는 한국에서, 일부는 폴란드 현지 사양으로 생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폴란드 국방부의 확인으로 K2 전차의 엔진 이슈가 단순한 루머가 아님이 드러난 만큼, 향후 한국 제작사인 현대로템측의 기술적 대응과 유지 보수(MRO)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현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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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폴란드 국방부 "현대로템 K2 전차 엔진서 조립 불량 식별"⋯결함 논란에 첫 공식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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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5회)
- 제5회 석관동을 지나고 장위동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치고 달리다 보니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어디엔가 두고 왔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잃어버렸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눈보라 치는 어딘가에 서 있을 핸드카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미상 씨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나 미안했고 그리고 서러웠다. "미안하다, 내 핸드카트야." 그동안 야간배송을 하면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수없이 맹세했건만 지금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눈 위에 내려놓은 기프트를 다시 싣고 테일게이트를 닫은 다음 운전석으로 돌아가며 미상 씨는 말했다. "기다려, 내 핸드카트야." 미상 씨의 핸드카트는 현재 미상 씨가 사랑하는 다섯 가지 친구 가운데 하나다. 그들 다섯은 순서를 따질 수 없다. 희정 씨와 코코 초고가 그들이고, 미상 씨 자신이 어저께 쓴 소설의 한 단락이 그들 가운데 하나고, 미상 씨 자신과 함께 한밤의 시가지를 누비며 기프트를 나르는 해치백 승용차와 L자 형 핸드카트가 그들이다. 사랑하는 친구를 찾아가기 위해 시동을 걸면서 미상 씨가 또 말했다. "미안하다, 핸드카트야. 그래 그래, 내가 널 버린 게 아니야. 잊은 것도 아니야. 그냥 잠깐 그곳에 세워둔 거야. 어딘지 모르지만 곧 돌아갈 테니 잠깐만 기다려." 그러나 미상 씨는 핸드카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핸들을 잡고 액셀레이터를 밟으려던 미상 씨는 숨을 멈췄다. 지금 돌아가면 마감 시간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핸드카트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이리저리 헤매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여러 군데 골목을 지나왔고 수십 군데 배송처를 들렀다. 그렇다면 지금 미상 씨가 할 일은 마감 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하는 일이고 핸드카트 찾은 일은 그 다음 차례다. 그러니 당장 할 일은 기도뿐이었다. "오오 주님, 저의 핸드카트를 보살펴주소서." 기도를 마친 미상 씨는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한꺼번에 들어 옮길 수 없는 사랑제일교회 기프트는 세 번 나누어 옮기기로 차례를 정했다. 식료품이 든 스피로폼 상자 네 개 가운데 두 개를 먼저 날랐다. 사랑제일교회는 경비실로 쓰는 콘테이너 박스 앞을 지나 한참이나 걸어 들어간 뒤 마당을 가로질러 커다란 유리문을 또 한 번 지나야 로비에 당도한다. 스치로폼 상자 두 개를 두 번째로 옮겼고 마지막에는 커다란 종이상자 하나와 파우치 두 개였다. "고생하십니다 고생하십니다. 아이고 이건 제가 들고 갈게요." 새벽 기도 오신 할머니 한 분이 가벼운 파우치 두 개를 양손에 나누어 들면서 인사를 했다. 그래서 미상 씨는 종이상자만 안고 할머니 뒤를 따라 교회 정문으로 들어갔다. 먼저 날라다 놓은 신선식품 비닐팩 곁에서 미상 씨를 기다리던 젊은 여인이 김이 오르는 종이컵을 내밀며 말했다. "믹스커핀데 괜찮아요?" 잠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정겨웠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감격스러운 답례를 했겠지만 지금 미상 씨는 그렇게 인사하지 못했다. 핸트카트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네네……." 받아 든 믹스커피는 뜨거웠다. 그 커피를 식혀 마실 시간이 없는 미상 씨는 서둘러 할머니와 여인에게 인사를 마치고 종이잔을 든 채 마당으로 나섰다. 이제 이곳에서 장위1동 동방고개까지 서둘러 치고 달린 뒤 되돌아오려면 정말 정신없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어디선가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을 핸드카트를 생각하면 일분일초도 멈출 수 없다. 승용차와 미상 씨는 반드시 핸드카트를 찾아 그들을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에는 희정 씨와 코코와 초코가 그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편집자 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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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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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美 차세대 전차 M1E3 vs 韓 K2 흑표⋯"당장 전쟁 나면 K2가 답이다"
- 세계 최강의 전차 군단인 미 육군이 차세대 주력 전차(M1E3) 개발을 서두르는 가운데, 미국의 저명한 안보 전문지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시점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아직 개발 단계인 미국의 M1E3보다 이미 실전 배치되어 성능이 검증된 한국의 K2 '흑표(Black Panther)' 전차가 더 나은 선택지라는 평가다. 이는 K-방산의 간판인 K2 전차가 단순히 '가성비' 좋은 무기가 아니라, 서방 세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기갑 전력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는 최근 'K2 흑표 대 신형 M1E3 에이브럼스: 전차 대결의 승자는(The Ultimate Tank Showdown Has A Winner)'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두 전차의 성능과 전략적 가치를 정밀 비교 분석했다. 검증된 현재(K2) vs 미완의 미래(M1E3)…승자는 흑표 매체는 결론부터 명확히 했다. "즉각적인 배치(Immediate deployment)를 위해서라면 현재로선 K2 흑표가 더 나은 전차(Better tank)"라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K2는 이미 한국군과 폴란드군 최전선에서 운용되며 성능을 입증한 '완성형'인 반면, M1E3는 이제 막 시제품(Pre-prototype) 단계에 진입한 '미완의 대기'이기 때문이다. 매체는 "전투 중량 55톤의 가벼운 차체에 1500마력 엔진을 얹어 톤당 27마력의 괴물 같은 기동성을 자랑하는 K2는 산악 지형과 험지를 주파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군의 M1A2가 여전히 수동 장전 방식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K2는 버슬(Bustle)형 자동 장전 장치를 채택해 승무원을 3명으로 줄이면서도 분당 발사 속도를 높인 점을 높이 샀다. 화력의 디테일…55구경장 주포와 KSTAM의 위력 화력 면에서도 K2의 우수성은 두드러진다. 두 전차 모두 120mm 주포를 사용하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K2는 포신이 더 긴 55구경장(L/55) 주포를 장착해 포탄의 포구 속도와 관통력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KSTAM(상부공격 지능탄)'의 존재는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비대칭 전력으로 꼽혔다. 매체는 "KSTAM은 적 전차의 가장 취약한 상부를 타격하는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 방식의 지능형 탄약"이라며 K2의 전술적 유연성을 호평했다. 美 M1E3의 혁신…무인 포탑과 하이브리드 엔진 물론 미 육군이 개발 중인 M1E3의 잠재력도 만만치 않다. M1E3는 기존 에이브럼스의 설계를 완전히 뜯어고친 혁신적인 모델이다. 가장 큰 특징은 무인 포탑(Unmanned Turret) 도입이다. 승무원 3명은 포탑이 아닌 차체 내부의 장갑 캡슐에 탑승해 생존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기존의 가스터빈 엔진 대신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시스템을 적용해 연비를 높이고, 적진 깊숙이 은밀하게 침투하는 '무소음 기동(Silent Watch)'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M1E3가 완성된다면(As the program matures), 통합된 능동방호장치(APS)와 강화된 승무원 보호 능력으로 K2를 앞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보엔 '가정'이 없다…지금 당장 필요한 건 K2 그러나 안보는 먼 미래의 청사진이 아닌, 당장 눈앞의 위협을 막아내는 능력이다. 매체는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은 기능의 약속보다는, 지금 당장 운영자에게 제공되는 품질이 더 중요하다"며 K2의 손을 들어줬다. M1E3는 빨라야 2030년대에나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K2는 지금 당장이라도 전장에 투입되어 적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준비된 전력이다. 특히 K2는 향후 국산 능동파괴장치(Hard-kill APS) 통합 등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M1E3와의 격차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세계 방산 시장이 미래의 M1E3보다 현재의 K2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쟁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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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美 차세대 전차 M1E3 vs 韓 K2 흑표⋯"당장 전쟁 나면 K2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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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1)] "사람인가 로봇인가"⋯36.5도 체온에 눈웃음 짓는 中 '모야'의 등장이 섬뜩한 이유
- 중국 상하이의 한 무대. 165cm의 '여성'이 관객을 향해 걸어 나온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눈을 맞추고, 입가에는 묘한 미소를 띠고 있다. 관객들은 환호성 대신 잠시 숨을 죽였다. 너무나 인간 같지만,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 '드로이드업(DroidUp)'이 공개한 인간형 로봇 '모야(Moya)'가 글로벌 로봇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 로봇은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는 투박한 기계가 아니다. 체온을 가지고, 눈을 맞추며, 미세한 표정으로 감정을 흉내 낸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질 때 느껴지는 기이한 감정,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건너뛰겠다는 중국의 야심 찬 선전포고다. 뇌만 있던 AI, '육체'를 입다…'체화 지능'의 진화 드로이드업은 모야를 '세계 최초의 완전 생체모방형(Biomimetic) 체화 지능 로봇'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주목할 키워드는 '체화 지능(Embodied AI)'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접한 챗GPT 같은 AI가 '서버라는 유리병 속에 갇힌 뇌'였다면, 체화 지능은 그 뇌에 팔다리와 감각 기관을 달아준 것이다. 모야는 디지털 공간이 아닌 물리적 세계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영상 속 모야는 단순한 입력 반응을 넘어선다. 상대방의 눈과 눈 맞춤을 하며(Eye contact) 고개를 끄덕이고, 상황에 따라 눈꼬리를 내리거나 입꼬리를 올리는 '미세 표정(Micro-expressions)'을 구사한다. 이는 로봇 공학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기술 중 하나다. 찡그림, 놀람, 미소 같은 인간의 비언어적 소통을 모사해 '기계'가 아닌 '동반자'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설계된 것이다. 36.5도의 온기, 그리고 92%의 보행 정확도 모야의 스펙은 철저히 '인간 친화적'이다. 키 165cm에 무게는 32kg. 성인 여성의 키와 비슷하지만 무게는 훨씬 가볍다. 가장 놀라운 점은 '체온'이다. 모야는 섭씨 32~36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왜 로봇에게 체온이 필요할까. 이는 모야의 주 무대가 차가운 공장이 아니라, 병원이나 가정, 요양원임을 시사한다. 사람이 로봇의 손을 잡거나 부축을 받을 때, 차가운 금속성의 감촉 대신 따뜻한 생명체의 온기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다. 보행 능력 또한 수준급이다. 회사 측은 모야의 '보행 자세 정확도'가 92%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단순히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 골반과 무릎, 발목의 움직임이 실제 인간의 보행 메커니즘과 92% 흡사하다는 의미다. 부자연스러운 '로봇 걸음'을 지우고, 인간 무리에 섞여 있어도 위화감이 없는 이동 능력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껍데기'만 바꾼다…모듈형 설계의 비밀 기술적 세부 사항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외신과 전문 매체들은 모야의 하드웨어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 전문 매체 '로보호라이즌(RoboHorizon)'은 모야가 '워커 3(Walker 3)'라는 섀시(뼈대)를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보도했다. '워커'는 중국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테크(UBTECH)의 간판 모델명이라 기술 제휴 의혹이 일었으나, 양사 모두 공식적인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뼈대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위에 적용된 '모듈형 설계'다. 모야는 내부의 기계적 구조(골격)는 유지한 채, 외부의 스킨(피부)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유하자면 '마네킹'과 같다. 마네킹의 몸통은 그대로 둔 채, 필요에 따라 의료진의 얼굴, 가정교사의 얼굴, 혹은 특정 캐릭터의 외형으로 '갈아입히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로봇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다양한 서비스 현장에 맞춤형으로 투입할 수 있는 양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서양은 '기계답게', 중국은 '사람답게' 모야의 등장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개발의 두 갈래 길을 명확히 보여준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이 인간의 형태를 하되 얼굴은 매끈한 디스플레이나 기계 장치로 마감해 "나는 로봇입니다"라고 선언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인간을 극한까지 모방하는 길을 택했다. 이 같은 '극사실주의'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도 논쟁을 불렀다. "너무 리얼해서 감탄스럽다"는 반응과 "영혼 없는 눈동자가 움직이는 게 섬뜩하다"는 불쾌한 골짜기 반응이 엇갈린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모야는 산업용도, 캐릭터형도 아닌 그 중간의 불안한 지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드로이드업은 이 불쾌함을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익숙해짐의 단계를 넘어서면, 인간은 자신과 닮은 존재에게 더 큰 신뢰를 보낸다는 계산이다. 1100만 원의 충격…'1가구 1로봇' 시대 여나 가장 파괴적인 것은 가격이다. 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모야의 예상 시작가는 약 120만 엔(약 1100만 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현재 산업용 협동 로봇 하나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가격 혁명'에 가깝다. 저렴한 가격과 인간 닮은 외형, 따뜻한 체온. 이 세 가지 조합은 모야가 노리는 시장이 명확함을 보여준다. 바로 고령화 사회의 돌봄(Care), 교육, 그리고 서비스업이다. 모야는 2026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야의 등장이 우리에게 묵직한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한다. 인간과 똑같은 표정으로 웃고, 따뜻한 체온을 가진 존재가 우리 집 거실로 들어올 때, 우리는 그들을 가전제품으로 대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행 정확도 92%라는 숫자는 기술의 지표지만, 나머지 8%의 간극이 채워지는 날, 인류는 '인간성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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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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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1)] "사람인가 로봇인가"⋯36.5도 체온에 눈웃음 짓는 中 '모야'의 등장이 섬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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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4회)
- 제4회 미상 씨는 8차선 대로를 건너 석관동에서 장위동으로 이동했다. 그의 승용차 앞 유리창엔 'Coupang flex 배송중입니다 신속히 이동하겠습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작년 가을이었다. 그 안내문은 그때 캠프에서 같은 롤테이너에 담긴 기프트를 나누어 내리던 예쁜 아줌마 카플렉서에게 얻은 인쇄물이다. 그녀 말로는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자신의 복합기로 직접 프린터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나누어주는 안내문이 아니라 그녀가 집에서 A4용지에 인쇄했다는 것이다. 야간배송이라 이런 안내문이 필요 없으리라 여기겠으나 그렇지 않았다. 신축 아파트 대형 지하 주차장에서 배송할 때가 특히 그랬다. 자동차 이동로에 주차를 하고 통로 바닥에 기프트를 늘어놓았을 때에는 이해와 배려를 구하는 한마디 말보다도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Coupang' 로고가 더 효과적이었다. Coupang에 대한 신뢰와 호의는 기대 이상이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우리의 Coupang'이고 '대한민국의 Coupang'이다. 중고물품 장터 어플인 '당근'이 '당신의 근처'라는 말의 줄임말이듯이 '쿠팡'은 '쿠폰팡팡'의 줄임말이다. 희정 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였더니 그녀는 "정말? 정말이에요?"하고 탄성을 지르고 두 눈을 반짝였다. 미상 씨는 쿠팡이라는 상호의 어원이 희정 씨를 기쁘게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쿠팡에 감사하고 있다. 그렇다. 미상 씨에게 쿠팡이라는 상호는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뜻을 넘어 '사랑이 팡팡 터지고' '행복이 팡팡 터지는' 이름이다. 그 쿠팡의 기프트를 싣고 미상 씨는 눈보라 몰아치는 장위2동 돌곶이로25길 골목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골목에서도 미상 씨는 이쪽저쪽을 마구 치며 내달렸다.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저간의 사정은 쿠팡 카플렉서 전용 어플의 상세한 지도 덕분이다. 롤테이너에서 내린 기프트의 운송장 번호를 핸드폰으로 스캔할 때마다 지도에는 지번을 따라 기프트 배송처가 표시된다. 카플렉서는 그 지도만 따라가면 쉽게 일할 수 있다. 어느덧 지리에 익숙해진 미상 씨는 지도가 지시하는 순서를 어기고 도로 양쪽으로 왔다 갔다 치고 달리지만 대개는 어플의 지도가 지시하는 순서에 따른다. 돌곶이로25길 다음은 화랑로33가길이다. 이곳 주택가 배송 상품 역시 한두 개의 무겁지 않은 기프트로 이루어져 있기에 미상 씨는 기다란 골목 두 곳을 신속하게 치고 뿌리며 달렸다. 시린 코를 주무르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미상 씨는 다음 골목 장위2동 주민자치회 앞에 정차하고 뒤로 돌아가 테일게이트를 들어 올렸다. 주민자치회로 배송하는 종이상자 하나는 크기는 컸으나 무게가 나가지 않아 간단히 들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배송지인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미상 씨는 당황했다. "뭐야?" 사랑제일교회에 배송할 스치로폼 상자 네 개와 종이상자 하나 그리고 파우치 두 개를 눈 위에 내려놓고 핸드카트를 들어내려던 미상 씨는 철렁 떨어져 내리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추켜올렸다. 핸드카트가 보이지 않는다. "아차, 내 카트!" 소설을 쓰다가 놀란 어느 순간과 같았다. 늘 보고 쳐 손가락이 자동으로 옮겨가던 부호 하나가 키보드에서 사라진 듯했다. 승용차 안 어느 곳에도 핸드카트는 보이지 않았다. 스무 개쯤 남은 기프트 사이 어디에 파묻혀 있을 리도 없었다. 그렇구나. 어디선가 잃어버렸다. 자신의 핸드카트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상 씨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맞잡았다. "주님 주님, 제 핸드카트를 보호해 주세요!” <편집자 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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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4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