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총 100조원 증발⋯실적 부진·성장둔화 우려에 투자자 떠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25일(현지시간) 12.13% 급락하며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82.6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5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800억달러(약 107조원)가량 증발하며 5,805억6,600만달러(약 775조6,361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미국 내 시총 9위로 밀려났다.
테슬라 주가의 급락은 전날 발표된 실적 부진과 올해 판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따른 우려가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51억6,700만달러(약 33조5,224억원)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0.71달러(약 946원)로 시장 전망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회사 측은 또 올해 자동차 판매 성장률이 전년 대비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테슬라의 연간 판매 성장률이 20%를 상회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크게 배치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세에 대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이라며 "무역 장벽이 없다면 그들은 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괴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부각시켰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4% 성장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7% 수준으로, 올해는 1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 주가의 급락은 전기차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83% 성장하며 역대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1년 넘게 가격을 인하해 왔다. 그 결과 2023년 납품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테슬라가 지난 몇 년 동안 밝혀온 평균 연간 50%의 성장률 목표치에는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에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 비야디(BYD)에 처음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선두를 내주는 등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금융기관들은 테슬라의 주가 평가를 재검토하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테슬라의 주가 목표치를 기존 300달러에서 297달러로 인하했고, 투자은행 캐너코드 제뉴이티도 목표치를 267달러에서 23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9개 이상의 증권사들은 테슬라에 대한 투자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평균적으로는 '보류' 등급을 매겼으며, 목표주가의 중간값은 225달러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의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 주식은 12개월 선행 수익 추정치의 약 60배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이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다른 '매그니피센트 7' 주식들의 밸류에이션보다 높은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매출 성장률과 이익률이 더 하락한다면 현재의 주가 수준이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