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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EU, 미국과 자동차 관세 타결⋯한국만 남았다
-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자동차 관세 인하에 연달아 성공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회동하고, 미국이 EU산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하던 27.5%의 고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일본이 앞서 체결한 동일한 수준의 관세 인하와 유사한 조건으로, 연 10만 대 규모의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10% 수준으로 관세가 조정됐다. 이로써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이 관세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됐다. 유럽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미국 자동차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 지역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럽 완성차 기업들은 미국으로 약 60조 원 규모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아직 미국과 자동차 품목에 대한 개별 관세 인하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들이 동일한 시장 내에서 일본·유럽산 차량보다 가격 면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미국 내 판매량 중 수입차 비중은 폭스바겐 80%, 현대차그룹 65%, 벤츠 63%로 집계돼, 관세 변화가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에 직결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EU와 일본은 막대한 대미 투자 및 에너지 구매를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 반면, 한국은 이렇다 할 카드 없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며 "관세 인하가 지체될수록 미국 내 점유율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EU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총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고, 여기에 더해 6000억 달러의 추가 대미 투자를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엄청난 양'의 미제 군사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관세 인하의 대가로 전략산업 중심의 협력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구체적인 투자나 협력 조건 없이 8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을 앞두고 협상을 재개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예정됐던 한미 '2+2 통상 협의' 일정이 돌연 취소되며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상황을 '관세 외교의 시험대'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일본과 EU가 선점한 유리한 조건 속에서 미국 측이 한국에 동등한 수준의 관세 혜택을 부여할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EU 내부에서는 관세 인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적용 산업군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등 그간 무관세였던 품목에 새로 15%의 관세가 부과되며 산업계 반발이 확산 중이다. 독일산업연맹(BDI) 등은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일부 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IfW)는 미국과의 관세 체제 변화가 독일 경제성장률을 0.15%, EU 전체로는 0.11%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각국은 '관세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협상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하루빨리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세 역차별 구조가 고착되면, 향후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수출 여건은 계속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들이 속속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제 한국만 '빈손'인 셈"이라며 "8월 초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의 통상 전략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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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EU, 미국과 자동차 관세 타결⋯한국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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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10)] 바나나잎 유래 유산균으로 발효한 스테비아, 췌장암 세포 선택적 사멸 효과 확인
- 무칼로리 감미료로 알려진 천연 식물 스테비아가 단순한 설탕 대체제를 넘어 항암 치료 보조물질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연구진은 스테비아 잎 추출물을 바나나잎에서 분리한 유산균으로 발효한 결과, 췌장암 세포에는 강력한 독성을 보이면서도 건강한 신장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택적 항암 활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의학전문지 메디컬 익스프레스와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2025년 4월 28일 '국제분자의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됐다. 히로시마대 의생명·보건과학연구과 예방의학 프로바이오틱스학과의 난란달라이 단시츠도르(Dr. Narandalai Danshiitsoodol) 부교수는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0%에 미치지 못할 만큼 예후가 극히 불량하고,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치료에도 높은 내성을 보인다"며 "따라서 약리 활성이 입증된 약용 식물 기반의 새로운 항암 후보물질 발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스테비아는 이전에도 항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암세포에 유효한 생리활성물질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 스테비아 추출물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항암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대사산물을 생성하는 방식을 실험에 도입했다. 연구는 식물 유래 유산균 Lactobacillus plantarum SN13T 균주로 스테비아 잎 추출물을 발효한 뒤(FSLE), 이를 사람의 췌장암세포(PANC-1)와 비암성 인간 태아신장세포(HEK-293)에 각각 처리해, 비발효 추출물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기야마 마사노리(Masanori Sugiyama) 교수는 “동일 농도에서 FSLE는 비발효 추출물보다 현저히 높은 암세포 독성을 나타냈으며, 정상 세포에는 유의미한 독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HEK-293 세포에서는 최대 농도에서도 성장 저해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어 분석을 통해 해당 항암 효과의 주요 성분이 ‘클로로겐산 메틸에스터(CAME)’임을 밝혀냈다. 흥미롭게도 발효 과정에서 원래 추출물 내 클로로겐산 함량은 6분의 1로 감소했으며, 이는 균주의 특수 효소가 클로로겐산을 변형시켜 CAME를 생성한 결과로 추정된다. 단시츠도르 부교수는 “CAME는 기존 클로로겐산보다 더 강한 세포독성과 세포자살 유도 효과를 보였다”며 “이번 연구는 특정 균주를 활용한 식물성 추출물의 발효가 어떻게 약리 효과를 강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향후 쥐 모델을 활용한 전신 실험을 통해 발효 스테비아 추출물의 유효 농도 및 생체 내 항암 효과를 구체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는 히로시마대 병원 내과의 사야카 요네자와, 간노 게이시 박사와 함께, 같은 대학의 장런타오(Rentao Zhang), 노다 마사후미(Masafumi Noda) 박사 등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천연물의 약리 활성 증진을 위한 ‘미생물 생체전환(microbial biotransformation)’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프로바이오틱스의 항암 보조요법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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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10)] 바나나잎 유래 유산균으로 발효한 스테비아, 췌장암 세포 선택적 사멸 효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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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플라스틱 병 바다를 삼키다⋯카리브해를 뒤덮은 글로벌 쓰레기 제국
- 카리브해를 포함한 중남미 태평양 연안이 일회용 플라스틱 병과 병뚜껑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중남미 바다를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수가 현지에서 소비된 제품들이며, 이 가운데 코카콜라, 펩시코, Aje그룹 등의 글로벌 음료 대기업이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됐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해양지질학 연구진이 진행한 이번 조사는 멕시코에서 칠레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라파누이(이스터섬), 갈라파고스, 로빈슨 크루소 섬 등 주요 도서 지역을 포함해 총 12,000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병과 병뚜껑의 출처와 이동 경로, 오염 특성을 추적한 첫 지역 단위 조사다. 연구 결과, 중남미 국가 해변에 유입된 플라스틱 병 가운데 59% 이상이 해당 국가 내에서 소비된 제품이었으며, 나머지는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외부에서 해류를 타고 떠밀려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오염이 두드러졌다. 이는 음료 소비량이 많은 데다,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고 해양순환 흐름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미겔 카날스 교수는 "플라스틱 병과 병뚜껑에는 제조사, 생산지, 제조일자 등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으며, 이 정보를 기반으로 쓰레기의 이동 경로와 출처를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병의 라벨, 인쇄 문구, 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 전체 356개 브랜드가 수집됐으며, 코카콜라, Aje그룹, 펩시코 세 곳이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였다. 도시 해변과 육지 해변에서는 단독 플라스틱 병이 전체의 54.9%를 차지했으며, 섬 해안에서는 병뚜껑이 함께 있는 병이 73.4%로 더 많았다. 특히 섬 지역에서는 아시아에서 유입된 병의 비중이 높았으며, 이는 선박 투기 및 해류에 따른 장거리 이동 때문으로 추정됐다. 갈라파고스와 라파누이섬에서 발견된 병 가운데 현지 생산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또한 연구팀은 플라스틱 표면에 부착된 해양 생물(에피바이온트)을 분석하여 바다에 머문 기간과 경로를 역추적했다. 이런 생물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오래 해양 환경에 노출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에피바이온트가 확인된 비율은 중앙아메리카 해변에서 가장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오스틴 가르세스-오르도녜스 박사는 "가장 오래된 플라스틱 병은 2001년에 생산된 파워에이드 병으로 페루 본토 해변에서 발견됐다. 대부분은 1년 미만의 비교적 신제품이었지만, 섬 지역에서는 수년 이상 된 병도 다수 수거됐다"며 "인구 밀집 지역에서 배출된 플라스틱이 해류를 따라 바다로 떠내려가 외딴 해안에 장기 체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시민 과학의 협업으로 진행됐으며, 1,000명의 자원봉사자와 200명의 지역 리더, 74개 사회단체가 참여해 플라스틱 병 수거 및 분류 작업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대규모 협업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 연구의 지리적·시간적 한계를 보완하며, 정책 대응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해 △재사용·재충전이 가능한 용기의 생산 장려 △지역 차원의 폐기물 관리 강화 △생산자 책임 이행 △국제적 협력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엔이 추진 중인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Global Plastic Treaty)'과 같은 다자적 협정은 해양 생태계 보호의 제도적 틀로 작용할 수 있다. 카날스 교수는 "향후 계절 변화, 하천 유입, 관광 활동 등과 플라스틱 유입 간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해양순환 모델을 접목해 오염원과 경로를 더욱 정밀하게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 병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그것은 소비문화, 산업구조, 환경정책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병 하나가 대양을 건너 외딴 섬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과 경로는 인류가 만들어낸 오염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이를 되돌리기 위한 첫걸음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마시고, 어떻게 버리는지를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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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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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플라스틱 병 바다를 삼키다⋯카리브해를 뒤덮은 글로벌 쓰레기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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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8)] 니켈-텅스텐 신합금 'Ni₄W', 차세대 전자기기 성능 대폭 개선 기대
-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진이 스마트폰, 노트북, 데이터센터 등 전자기기의 에너지 효율과 정보 처리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신소재 합금 'Ni₄W'를 개발했다. 과학 전문 매체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이번에 개ㅈ발된 Ni₄W는 니켈(Ni)과 텅스텐(W)으로 구성된 비정질 저대칭 구조의 합금으로, 기존 메모리 장치에서 자성 전환에 요구되던 외부 자기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성 상태를 바꿀 수 있는 '필드프리(field-free) 스위칭'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전자기기의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기반 메모리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첨단 소재(Advanced Materials)' 5월호에 게재됐으며,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 완료된 상태다. 연구를 주도한 미네소타대학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의 지앤핑 왕(Jian-Ping Wang) 교수는 "Ni₄W는 데이터 기록에 필요한 전력을 낮춰, 전체 전자기기의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스마트폰부터 초대형 데이터센터까지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합금은 복수 방향의 스핀 전류를 생성할 수 있어 기존 자성 소재에 비해 높은 수준의 스핀-궤도 토크(Spin-Orbit Torque, SOT) 효율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고속 동작과 저전력 소모를 동시에 요구하는 차세대 논리 소자와 메모리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왕 교수 연구팀의 박사과정 연구원인 양이페이(Yifei Yang)는 "Ni₄W는 단독으로 또는 텅스텐과의 적층 구조에서 높은 다방향 SOT 효율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고속 스핀트로닉스 소자 개발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이론적 예측과 실험적 관측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 연구에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승준(Seungjun Lee) 박사는 "계산 결과가 실험과 일치해 Ni₄W의 물리적 특성과 가능성을 확증했다"고 말했다. Ni₄W는 희귀 금속이 아닌 범용적인 원소로 구성돼 있어 상용 반도체 제조 공정에 쉽게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고비용·고난이도 공정이 필요한 기존 자성 소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 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가 후원하고, 반도체연구공사(SRC)의 nCORE 프로그램 산하 첨단 스핀 기반 정보 기술 센터(SMART)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미네소타대학교 전자공학부, 화학공학·재료과학과, 나노센터 등이 참여했으며, 국내외 20여 명의 학제 간 연구진이 협업했다. 향후 연구진은 이 합금을 나노스케일 디바이스 수준으로 집적하고, 실제 동작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Ni₄W 기반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전자기기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차세대 IT 인프라의 전력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Ni₄W가 향후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상용화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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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88)] 니켈-텅스텐 신합금 'Ni₄W', 차세대 전자기기 성능 대폭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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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관세 합의 여파⋯한국 포함 아시아, 대미 협상 '속도전' 돌입
- 미국과 일본이 전격적으로 무역 합의에 도달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對美) 관세 협상 시계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고율 관세가 발효되는 8월 1일을 앞두고, 미국과 아직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과 유사한 수준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미국과 일본 간 관세 합의를 분석하며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은 미일 합의보다 더 나은 조건을 이달 말까지 끌어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이 일본산 제품에 부과하기로 한 15% 관세율은 한국, 대만 등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들에게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수출 구조가 일본과 유사한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자동차·철강 등 주요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BBC는 "한국과 일본이 자동차·철강 분야에서 맞붙고 있으며, 이번 미일 합의가 미국 시장 내 경쟁 구도에 중대한 기준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미일 합의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있어,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협상단도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측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59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한 선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외에도 협상을 진행 중인 캄보디아, 라오스, 스리랑카 등 일부 아시아 국가는 경제 여건상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조건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BBC는 이들 국가가 관세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울프 리서치의 토빈 마커스 미국정책국장은 "일본과 체결한 15% 관세율은 글로벌 관세율 하한선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유럽연합(EU)의 경우 15%가 최선으로 보이고, 여타 아시아 국가들은 19~20% 선에서 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일본처럼 미국을 놀라게 할 만한 카드가 없는 국가들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의 선제적 합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의 연쇄적 무역 타결로 이어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고율 관세 중심의 '트럼프식 통상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BBC는 "일본이 전 세계 무역 협상의 '도미노' 첫 타자가 된다면,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통상 전략이 성공을 거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아시아 각국의 선택이 세계 교역 질서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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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관세 합의 여파⋯한국 포함 아시아, 대미 협상 '속도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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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5만 눈앞⋯S&P500 사상 최고치, 나스닥 첫 2.1만 돌파
- 뉴욕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2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507.85포인트(1.14%) 오른 45,010.29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8% 오른 6,358.91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61% 오른 21,020.02로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2만1,000선을 돌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과 15% 상호 관세를 포함한 '대규모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으며, 유럽연합과도 유사한 수준의 협상 타결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에 따라 시장은 주요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이 광범위하게 진전될 것이란 기대감에 들떴다. 특히 GE 버노바, 엔비디아, 테슬라 등 핵심 종목이 상승을 주도했다. GE 버노바는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14.6% 급등했고, 엔비디아는 2.25% 오르며 기술주 강세를 이끌었다.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둔 테슬라도 상승세를 보였다. S&P500 지수 내 42개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 거래량도 최근 20일 평균을 웃돌며 활황세를 나타냈다. 시장은 향후 발표될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PMI 지표, 주요 기술주 실적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미니해설] 트럼프式 관세 외교, 월가에 투자 신호…증시는 왜 연일 최고치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이 다시 월가의 투자심리를 움직이고 있다. 무역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지만, 시장은 이를 위험보다는 협상의 카드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과의 15% 관세 합의 발표 이후, 유럽연합(EU)과의 협상도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루이스 나벨리에 나벨리에앤어소시에이츠 최고투자책임자는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지금까지 수입을 늘리고,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도 유도했다. 시장이 걱정했던 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부정적 결과를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벌써 12번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EU가 일본과 유사한 관세 구조의 무역 협정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으며, 자동차와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합의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력·AI 수요가 상승 주도…GE·엔비디아 강세 실적과 수요 전망이 맞물리며 기술주와 산업주가 동반 상승했다. 전력 장비 제조업체인 GE 버노바는 AI 및 암호화폐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로 인한 전력 소비 급증 전망을 기반으로 14.6% 급등했다. GE는 실적 호조와 함께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으며, 연초 이후 주가가 80% 넘게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2.25% 상승하며 AI 관련 기대감을 다시 반영했다. 반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아날로그 칩 수요 둔화와 관세 불확실성 우려로 13% 급락했다. 이 여파로 NXP, 아날로그디바이스, 온세미컨덕터 등 동종 업종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서모 피셔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9% 이상 급등했다. 감자 가공업체 램 웨스턴도 실적 호조와 함께 연간 2억50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며 16% 올랐다. "日 경제에는 역풍"…UBS는 0.4%포인트 성장 하락 전망 일본과의 관세 합의는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BS의 고바야시 치사 애널리스트는 "15% 관세는 수출기업의 이익 감소를 유발하며, 설비투자 및 소비 위축으로 연간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빨라도 2026년 중반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협상이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줄이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 압박을 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적 시즌 돌입…투자심리는 여전히 견고 시장은 테슬라와 알파벳 등 주요 기술주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다. 테슬라는 실적 발표와 함께 CEO 일론 머스크의 컨퍼런스콜 메시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클 그린 심플리파이자산운용 전략가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이번 분기 실적은 투자자들의 현실적 판단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포지수(VIX)는 5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상승 종목 수가 하락 종목 수를 두 배 이상 앞질렀고, S&P500 지수 내에서는 50개, 나스닥에서는 96개의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6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며 부동산 시장의 약세를 드러냈다. 시장은 다음날 발표될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S&P 글로벌의 제조업·서비스업 PMI 속보치로 경제 흐름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58% 수준이다. 경제 지표와 실적 발표, 통상 협상의 삼중 변수 속에서도 월가는 강한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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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다우 5만 눈앞⋯S&P500 사상 최고치, 나스닥 첫 2.1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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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상환청구권·설명서 공시 의무화해야"
-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사용자의 상환청구권을 명문화하고, 상품설명서 공시와 발행인 인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은 인가 또는 등록된 법인으로 제한해야 하며, 지급수단 외 통화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이자 지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니해설] "스테이블코인 상환청구권 보장해야"…제도권 편입 위한 투자자 보호 논의 본격화 국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입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황세운 자본시장연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금융 안정성과 사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며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가장 핵심적인 제언은 투자자의 상환청구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사용자가 발행인에게 보유한 코인에 대해 액면가 기준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발행인의 재무 건전성 악화나 파산 시에도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핵심적인 안전장치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황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상품설명서 공시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코인의 구조, 리스크, 담보 자산 현황 등을 투명하게 제공하고, 중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이 발행인의 인가 취소나 영업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화 방식에 대해서는 단순 등록제가 아닌 인가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발행은 자격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에 한해 인가를 통해 허용하고,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은 해당 법인이 국내 법률에 따라 인가 또는 등록된 경우에만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황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통화 대체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게 될 경우, 이는 실질적인 예금 기능을 하게 되고 결국 금융시장의 통화정책 전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법적으로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테더(USDT)의 국내 유통 구조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테더는 미국 등 주요국 거래소에서는 유통 비중이 크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비트코인과 유사한 규모로 거래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원화 주권이 약화되고, 자금세탁 및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인용하며,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도입 시 중개업자의 손실보전 책임 규정을 포함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23년 전자결제수단등거래업자(EPIESP) 제도를 도입해, 해당 중개업자가 손실 보전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만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규제에 따르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을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국내 금융당국도 테더 이용자들에게 위험성을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국내 규제 체계의 정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미국은 최근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입법안 '스테이블코인 법안'과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키며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유통 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규제를 이미 도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 시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을 넘어 금융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제도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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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상환청구권·설명서 공시 의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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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K-뷰티 ③] 베트남 Z세대의 화장품 구매 공식⋯광고는 '불신', 성분은 '검증', 후기는 '맹신'
- K-뷰티가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서 수입 시장 점유율 30%로 맹주(盟主)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한국산'이라는 후광(後光)만으로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시장 판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소비자의 안목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이에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지형을 결정짓는 구조, 소비자, 유통, 규제, 그리고 생존 전략을 5회에 걸쳐 심층 진단한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한국 제품)'가 아닌 '메이드 포 베트남(Made for Vietnam, 베트남을 위해 탄생한 제품)'만이 통하는 시장의 새로운 법칙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광고는 건너뛴다. 대신 실제 사용자의 영상 리뷰와 제품의 전성분표를 먼저 확인한다." 베트남 화장품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은 여러 단계의 치밀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제품의 제형부터 성분, 제조 국가, 사용자 후기, 가격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비로소 지갑을 연다. 이처럼 베트남 소비자는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의심 많은 전문가 같은 소비자로 진화했다. 시장에 넘쳐나는 위조품과 허위·과장 광고를 여러 해 겪으며 똑똑해진 결과다. 구매 방정식을 푸는 세 가지 열쇠는 품질, 성분, 그리고 신뢰다. 베트남 소비자가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단연 '품질과 안전성'이다. 특히 민감성 피부 인구의 비중이 높은 환경 탓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나 유해 화학 성분 포함 여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소비자들이 공식 유통 채널에서 구매를 고집하는 것도 '안심하고 사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다. 이니스프리, 라로슈포제, 클레어스, 스킨1004와 같은 브랜드가 신뢰를 얻으며 인기를 끈 배경이다. 성분 정보 또한 매우 활발히 찾는다. 제품 포장이나 공식 온라인몰을 통해 '전성분 리스트'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며, 비타민C, 나이아신아마이드, 히알루론산, 병풀추출물(센텔라 아시아티카), 레티놀 등 효능을 증명한 성분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Z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가 퍼지면서, 효능을 넘어 '비건(Vegan)'이나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인증 여부까지 확인하는 등 새로운 검증 기준을 더하고 있다. 신뢰의 저울, '광고'에서 '진짜 후기'로 신뢰의 축은 광고에서 KOC(Key Opinion Consumer)로 완전히 옮겨왔다. KOC는 유명 연예인이나 대형 인플루언서가 아닌, 일반 소비자 눈높이에서 제품을 솔직하게 평가하는 리뷰어를 일컫는다. 이들이 만든 진솔한 사용 후기 영상, 꾸밈없는 사용 전후 비교 사진 등은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실제로 틱톡이나 페이스북에서 '리얼 사용 후기' 관련 해시태그는 수백만 건 넘게 검색되고, 관련 영상의 댓글 창에는 구매처와 링크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상업 광고에 피로감을 느끼고, '나와 비슷한 보통 사람의 경험'에서 강한 유대감과 신뢰를 얻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대신해 이야기하게 만드는 '구전(口傳)의 현대화'가 베트남 마케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물론 가격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무조건 싸서 사는' 저가 지향 소비가 아닌, '가성비'를 따지는 실속 소비에 가깝다. 품질을 보장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 이것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최종 관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소비자의 달마다 화장품 지출액은 18~30달러 수준이며, 한 사람 앞에 쓰는 연간 지출액 역시 26.77달러에 그쳐 가격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시장 매출의 약 80%는 개당 20달러(약 50만 동) 미만 제품에서 나온다. 하지만 가격만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이끌어낼 수는 없으며, 반복 구매는 제품의 효능과 신뢰에서 나온다. 현지 브랜드 코쿤(Cocoon)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코쿤은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3~7달러 선으로 유지하면서도, 국제 비건 인증, CGMP(우수 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준수, 전성분 공개 등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높은 신뢰를 쌓았다. 그 결과, 현지 브랜드임에도 재구매율이 70%를 웃돈다. 덥고 습한 기후가 정한 '까다로운 조건' 제형과 효능에 대한 기준은 베트남의 기후가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무거운 크림 제형보다는 가벼운 젤, 로션, 앰플 제형을 압도적으로 좋아한다. '빠른 흡수력, 끈적임 없는 마무리감'은 제품 선택의 기본 전제가 됐다. 또한 강한 햇볕 탓에 자외선 차단제는 계절과 상관없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미백·진정·수분 공급 기능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다. 최근에는 미백, 진정, 자외선 차단 기능이 하나로 합쳐진 '하이브리드' 다기능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뷰티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 탐색 후 오프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소비 행태다. 소비자들은 페이스북과 틱톡에서 제품 정보를 얻고 수많은 후기를 비교·분석한 뒤, 하사키나 가디언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최종 구매를 결정한다. 위조품에 대한 불안감과 직접 써보고 사려는 체험 중시 성향이 어우러진 베트남 고유의 구매 방식이다. 따라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인지도와 신뢰를 쌓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바로 살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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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K-뷰티 ③] 베트남 Z세대의 화장품 구매 공식⋯광고는 '불신', 성분은 '검증', 후기는 '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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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도난 차량 사고로 4세 아들 잃은 유족, 기아차에 1,500만 달러 소송 제기
-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에서 4세 소년이 스틸된 기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사고 유가족이 기아(Kia) 본사를 상대로 1500만 달러(약 207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2일(현지시간) 지역 언론 콜롬비아 디스패치(The Columbus Dispatch)에 따르면, 소송은 기아가 차량 설계 결함으로 인해 스티어링 휠이 잠금장치에 쉽게 걸려 잠길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경고와 수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사고는 2023년 7월 22일, 콜럼버스 시내 그린우드 빌리지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발생했다. 당시 4세 소년 요니스 카비로 세이드(Yonis Kabiro Said) 군은 어머니와 놀던 중, 도난된 기아 쏘울(Kia Soul)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차량은 같은 날 오전 도난 신고된 상태였으며, 경찰은 추격은 하지 않은 채 해당 차량을 추적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시 운전자였던 26세의 타이렐 슈트(Tyrell Shute)는 제한 속도 시속 5마일(약 8km)을 훨씬 웃도는 40마일(약 64km)의 속도로 보도를 넘어 잔디밭으로 진입했고, 요니스 군을 들이받은 뒤 현장을 벗어났다. 그는 잠시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현장에 재차 모습을 드러냈으나, 이후 도보로 도주했다. 슈트는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최대 19.5년형의 징역형을 복역 중이다. 이에 요니스 군의 유족은 지난 7월 21일, 콜럼버스 연방지방법원에 과실치사 및 제조물 책임을 근거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소장에서 "자동차 도난을 막는 것은 단지 재산보호의 문제를 넘어, 공공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기아는 연방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도난방지 시스템을 방치했고, 이는 명백한 제조사의 책임 회피"라고 주장했다. 소송에 따르면, 문제의 기아 차량은 ▲엔진 이모빌라이저 미탑재 ▲USB 연결만으로 시동이 가능하도록 허술한 점화장치 ▲스티어링 칼럼 설계 결함 등 여러 방면에서 도난에 취약한 구조였으며, 이는 미국이 아닌 유럽과 캐나다에 판매되는 동일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은 사양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아 챌린지(Kia Challenge)'로 불리는 틱톡 기반의 바이럴 영상 문화가 10대들 사이에 확산되며, 차량을 훔쳐 난폭 운전 후 버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소장에 포함됐다. 유족 측은 "기아의 안전불감증이 단순한 도난을 넘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며 "사망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콜럼버스 경찰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사이 시내 전체 차량 절도 사건의 절반 이상이 기아 및 현대차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콜럼버스를 포함한 미국 내 여러 도시들이 기아와 현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이 가운데 콜럼버스 시의 소송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으로 이관돼 계류 중이다. 앞서 2024년 2월에는 또 다른 피해자인 매튜 모시(Matthew Moshi) 씨 유족이 유사한 사망 사고로 기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당시 연방법원은 "차량 절도 후 운전자의 행위에 대해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소송은 도난에 취약한 차량 구조와 이로 인한 제3자의 사망 간 인과관계를 놓고, 미국 법원이 제조사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따라 기아차의 글로벌 법적 리스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설계책임, 소비자 안전 의무, 디지털 보안 장치 적용 범위를 둘러싼 새로운 법리 정립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로도 평가된다. 기아차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법적 대응 여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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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도난 차량 사고로 4세 아들 잃은 유족, 기아차에 1,500만 달러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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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03)] JP모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르면 내년 출시
-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가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통 금융기관이 디지털 자산을 정식 자산군으로 점차 수용해가는 흐름 속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JP모건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서비스를 내년 출시 목표로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이 보유한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담보로 한 신용공여가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이는 JP모건이 단순 투자 중개를 넘어 디지털자산을 주류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통합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의 일환"이라며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간 경계가 본격적으로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JP모건, 신중론에서 수용론으로 전환 가상자산에 대한 JP모건의 입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의적이었다. 2017년 제이미 다이먼 CEO는 비트코인을 두고 "마약상이나 살인자에게 유용할 뿐"이라며 "사기(fraud)"라고 저격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시장의 구조적 성숙과 기관 수요 증가에 따라 JP모건 역시 입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FT는 다이먼 회장의 이러한 과거 발언을 고려할 때 현재 JP모건의 정책 변화는 극적인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15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JP모건 예치금 코인(JPMD)과 스테이블코인 모두에 관여할 것이며, 이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사람들이 왜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스테이블코인을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JP모건은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 IBIT)' 등 ETF 상품에 대해 레버리지 거래를 지원하고 있으며, 자체 블록체인 기반 결제 토큰인 JPM 코인(JPM Coin)도 기업 고객 대상 국제결제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다이먼 회장도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JPM 코인 모두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잘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발언해, 실질적인 전략 전환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제도화 흐름 탄력…시장 구조 재편 가능성 JP모건의 이번 행보는 최근 미국 내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미국 하원은 스테이블코인 법안과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운용 요건과 책임, 자본 요건 등을 명확히 하며 제도권 편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JP모건이 구상 중인 가상자산 담보 대출 서비스는 향후 제도화된 스테이블코인 또는 승인된 암호화폐 ETF를 기반으로 금융권의 대출·신용 평가 체계가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기적 유동성 공급을 넘어, 디지털 자산 기반의 신용중개 기능이 전통 금융의 일부로 통합되는 길을 여는 것이다. 기술·신뢰·규제 3요소가 핵심 과제로 부상 하지만 기술적·제도적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담보자산의 청산 및 회수 구조다. 비트코인처럼 24시간 변동성이 큰 자산을 대출 담보로 삼기 위해선, 리스크 헤지 수단과 자동 담보 정리(청산) 시스템이 고도화돼야 한다. JP모건은 이를 위해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제3자 커스터디(수탁)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고객 자산을 은행 재무제표와 분리 보관하는 방식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객 보호 및 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한 내부 신용 기준, 평가 방식, 규제당국과의 정보 공유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만 서비스가 실제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가 관계자는 "JP모건의 진입은 단순한 상품 출시 그 이상으로, 기관 자금이 암호화폐 생태계로 본격 유입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금융 대기업의 신호가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적 신뢰를 높이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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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03)] JP모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르면 내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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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K-뷰티 ②] 베트남 뷰티 유통 대전(大戰), '유행'의 쇼피 vs '신뢰'의 하사키
- K-뷰티가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서 수입 시장 점유율 30%로 맹주(盟主)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한국산'이라는 후광(後光)만으로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시장 판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소비자의 안목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이에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지형을 결정짓는 구조, 소비자, 유통, 규제, 그리고 생존 전략을 5회에 걸쳐 심층 진단한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한국 제품)'가 아닌 '메이드 포 베트남(Made for Vietnam, 베트남을 위해 탄생한 제품)'만이 통하는 시장의 새로운 법칙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쇼피에서 신상품을 보고, 틱톡에서 사용 후기 영상을 확인한 뒤, 하사키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하고 구매한다." 베트남 Z세대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오늘날 베트남에서 유통 채널은 단순한 판매 경로를 넘어, 브랜드의 신뢰도와 생존을 판가름하는 '전장(戰場)'으로 바뀌었다. 특히 위조품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폭발하는 디지털 소비 문화가 맞물리면서, 유통 전략의 성공 여부가 브랜드의 흥망을 가르는 시대에 들어섰다. 온라인 플랫폼은 쇼피(Shopee)와 틱톡샵(TikTok Shop)의 양강 구도가 뚜렷하다. 전자상거래는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채널로, 그중 쇼피는 전체 온라인 뷰티 매출의 약 89%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자리를 굳혔다. 소비자들이 '쇼피몰(Shopee Mall)' 입점 브랜드를 선호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플랫폼이 보증하는 공식 판매처라는 인식을 통해 가짜 상품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제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쇼피몰의 인기 상품 목록은 시장의 요구를 뚜렷이 보여준다. 2024년 온라인 판매 순위를 보면, K-뷰티의 대표 주자인 롬앤(6위, 립틴트)부터 더마 화장품의 강자 라로슈포제(9위, 선크림), 베트남 현지 비건 브랜드 코쿤(4위, 바디 스크럽)에 이르기까지, 가볍고 쓰기 편하며 반복 구매가 쉬운 제품군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로레알의 미셀라 워터나 C-뷰티인 칼슬란의 파우더처럼 브랜드 신뢰도가 높거나 기능이 확실한 '필수 품목'이 꾸준히 팔려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틱톡샵은 Z세대의 유행이 태어나고 퍼져나가는 중심지다. 입소문에 민감한 저가 유행 상품(BODYMISS 향수(1위), GMEELAN 각질 제거제(5위))이 판매를 이끌며, 단기간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쇼피가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재구매를 이끄는 '목적형 소비' 채널이라면, 틱톡은 즉흥적인 '발견형 소비'를 일으키는 무대인 셈이다. 두 플랫폼의 성격이 이처럼 달라 브랜드의 접근 전략 또한 나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신뢰'를 파는 안전지대 오프라인 유통의 주도권은 하사키(Hasaki)가 쥐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에도 오프라인 소매 채널은 여전히 전체 시장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핵심 통로다. 그중에서도 하사키는 베트남 H&B(헬스앤뷰티) 시장의 절대 강자다. 전국 235개 매장을 통해 더마 화장품 중심의 강력한 상품 구성을 갖추고 '신뢰'라는 가치를 쌓는 데 성공했다. 하사키의 핵심 경쟁력은 '전문 지식'과 '안전함'이다. 오프라인 인기 상품 목록을 보면 라로슈포제, 아니사, 세타필, 바이오더마처럼 과학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한 브랜드 위주로 입점시켜 소비자들의 믿음에 답한다. K-뷰티 가운데 피부 진정 효과가 뛰어난 스킨1004의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앰플'이나 민감성 피부를 위한 디어, 클레어스의 '서플 프레퍼레이션 언센티드 토너'가 상위권에 오른 점은 베트남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잘 보여준다. 민감성 피부를 지닌 소비자가 많은 베트남 시장의 특성상, 하사키는 단순 소매점을 넘어 '신뢰 보증수표'와 같은 구실을 한다. 성공의 교과서 '코쿤', 두 채널을 엮다 베트남 현지 비건 브랜드 '코쿤(Cocoon)'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의 교과서로 꼽힌다. 쇼피와 틱톡에서는 Z세대를 겨냥한 입소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쌓고, 하사키와 가디언 등 주요 H&B 매장에서는 기성세대를 포함한 폭넓은 고객층에게 '정품'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이원화 전략을 쓴다. 실제로 코쿤의 '달랏 커피 바디 스크럽'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에서 판매 최상위권에 오르며 옴니채널 전략의 성공을 증명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을 오프라인의 신뢰로 연결하고, 다시 오프라인의 경험이 온라인상의 좋은 후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베트남 시장의 유통 전략은 '신뢰'라는 한 단어로 모인다. 2023년 조사에서 베트남 소비자 76%는 "공식 유통 채널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고 답했다. 과거 현지 브랜드 '하나유키(Hanayuki)'가 자외선 차단 지수(SPF)를 허위로 광고해 큰 논란을 빚은 사건은 소비자들이 왜 그토록 공식 채널을 찾는지 잘 설명해준다. 쇼피몰, 하사키, 라즈몰(LazMall) 등은 이제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정품 인증 딱지'로 기능한다. 일부 브랜드들은 QR코드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정품 인증 체계까지 도입하며 신뢰도를 높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공식 유통'을 통하지 않고서는 소비자와의 접점조차 만들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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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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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K-뷰티 ②] 베트남 뷰티 유통 대전(大戰), '유행'의 쇼피 vs '신뢰'의 하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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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제약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의약품 관세 대응 미국에 500억 달러 투자
- 영국 제약대기업 아스트라제네카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 미국 내 제조 및 연구 역량을 확대키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내 제조와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500억 달러(약 69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의약품 제조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것 뿐만 아니라 메릴랜드주, 매사추세츠주, 캘리포니아주, 인디애나주, 텍사스주에서 연구개발(R&D)과 세포요법의 제조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새롭게 구축되는 버지니아 공장은 아스트라제네카 역사상 최대 단일 제조 투자가 될 전망이다. 이곳을 통해 경구용 GLP-1 후보물질과 콜레스테롤 조절용 경구용 PCSK9 억제제를 포함한 체중 감량 치료제의 유효성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에 있어서 임상시험 제공망을 확충해 신약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지원키로 했다. 이번 투자 계획 발표는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외국산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이르면 이달부터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는 낮은 관세로 시작해서 제약회사들에게 1년여 (미국내 생산라인을) 건설할 시간을 줄 것"이라며 "그런 다음 우리는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의 대부분을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대신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발표시점과 장소에 대해 미국의 정책관환경과 관련이 있지만 투자 일부는 미래 의약품 인프라정비를 위해 미국 의약품정책과 관계업싱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투자로 2030년까지 연간 매출 8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 중 절반은 미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투자로 수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내에 약 1만8000명, 전 세계적으로는 약 9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허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 국민들은 수십년간 주요한 의약품을 외국으로부터의 공급에 의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나라의 새로운 관세정책은 이 구조적인 취약점을 끝낸다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일라이 릴리,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로슈 등이 동참했다. 특히 로슈는 지난 4월 향후 5년간 미국 내 제약·진단 생산·R&D 시설에 총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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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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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제약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의약품 관세 대응 미국에 500억 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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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 500, 사상 첫 '6300 시대' 개막⋯실적 기대감이 관세 우려 압도
-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빅테크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강한 기대감에 힘입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6,300선 위에서 장을 마쳤고,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비롯한 대형 기술주들의 주도와,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투자심리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63포인트(0.15%) 오른 6,306.42에 마감하며 '6,300 시대'를 열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82.99포인트(0.40%) 상승한 20,978.64로 마감하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08포인트(0.01%) 소폭 하락하며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이목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쏠렸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앞서 버라이즌은 연간 이익 전망 상향에 힘입어 주가가 5%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LSEG I/B/E/S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 6.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기업 중 85% 이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 EU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30%의 관세를 예고했음에도, 무역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투자 심리를 떠받쳤다.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이 EU와의 협상 타결에 자신감을 내비친 점도 관세 공포를 일부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22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과 주 후반 발표될 실업수당 청구 건수 및 7월 사업활동지수를 통해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전망이다. [미니해설] 사상 최고치 랠리, 무엇이 떠받치고 있나…'낮아진 눈높이'와 '빅테크 편중'의 명암 뉴욕증시가 마침내 S&P 500 지수 6,306.42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위협이라는 '공포의 벽' 앞에서 주춤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시장은 '기업 실적'이라는 단단한 사다리를 밟고 기어이 벽을 넘어섰다. 하지만 사다리가 놓인 지반은 여전히 불안하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화려한 숫자 뒤에는 짙은 안갯속에 가려진 잠재적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의 낙관론은 과연 지속 가능한지, 그 이면을 들여다볼 때다. 엔진이 된 '매그니피센트 7' 실적 시장의 상승 동력은 명확하다. 대형 기술주의 주도, 강력한 실적 기대감, 그리고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덜할 것이라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시장은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거대 기술주들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팩트셋의 존 버터스 연구원은 "매그니피센트 7이 2분기에 14%의 이익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나머지 493개 S&P 500 기업은 3.4%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실적 차별화가 소수의 기술주로 자금을 쏠리게 만들며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U.S.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톰 헤인린 수석 투자 전략가는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대체로 이전 분기의 가이던스를 충족하거나 상회했으며, 기업 이익이나 소비자 지출에서 어떠한 저하도 보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지하실 창문"…낮은 기대치가 부른 낙관론 이번 랠리의 가장 큰 동력은 역설적이게도 시장의 '낮은 눈높이'에서 나왔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현재 상황을 "지하실 창문에서 떨어져 다치는 일은 드물다.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기 때문에, 결과는 예상보다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묘사했다. 경기 둔화와 관세 전쟁의 공포 속에서 투자자들이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은 가뭄의 단비처럼 시장에 강력한 상승 에너지를 공급했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가 씨티그룹을 "가시적인 구조조정 효과뿐만 아니라 양호한 매출 성장을 보이는 기업"이라며 최선호주로 꼽은 대목은, 불확실한 시대에 투자자들이 얼마나 확실한 성장 스토리에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갯속 관세 협상과 연준의 입 시장이 실적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는 동안, 사다리를 뒤흔들 수 있는 관세 위협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8월 1일부터 멕시코와 EU산 수입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이 "8월 1일 이후에도 각국이 우리와 대화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여지를 남긴 발언이 시장의 불안감을 일부 잠재웠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발언에서 '최악의 파국은 피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얻었다. 샘 스토벌 전략가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시장이 모든 손실을 회복하면 평균적으로 약 10% 추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S&P 500 지수가 6,6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평온이 안일함으로"…랠리 뒤의 경고음 이러한 낙관론의 이면에는 짙은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 수석 시장 전략가는 "평온이 순식간에 안일함으로 변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재의 '평온'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화요일(22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연설을 비롯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GDP 데이터, 그리고 관세 시한이라는 굵직한 변수들 앞에서 "작은 예상 밖의 변수라도 급격한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성과는 본 게임에 앞선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뉴욕증시는 실적 호조라는 달콤한 과실을 맛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이번 주부터 이어질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 등 '매그니피센트 7'의 성적표는 지금의 랠리가 신기루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인지를 판가름할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지하실 창문'이 아닌 '고층 빌딩의 창문'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기업들이 과연 그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을지 시장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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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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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 500, 사상 첫 '6300 시대' 개막⋯실적 기대감이 관세 우려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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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준금리 두 달 연속 동결⋯성장률 반등 속 '신중한 완화 기조' 유지
- 중국 인민은행이 21일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간주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1년물 LPR은 3.0%, 5년물 LPR은 3.5%로 각각 유지된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지난 5월 소폭 인하 이후 연속 동결된 셈이다. 인민은행은 주요 상업은행들의 금리를 종합해 매월 LPR을 결정한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5.2%로 시장 예상을 상회했으나,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니해설] 중국, LPR 금리 동결…경기 회복세 속 '신중한 통화정책' 유지 중국이 21일 발표한 대출우대금리(LPR)를 예상대로 동결하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1년물 LPR을 3.0%, 5년물 LPR을 3.5%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지난 5월 LPR을 0.1%포인트 인하한 이후 두 달 연속 동결이다. 중국의 LPR은 명목상 기준금리와 별개로 운용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장의 대출금리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매월 20개 주요 상업은행이 자체 조달비용과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 제출한 금리를 기반으로 인민은행이 이를 종합해 발표한다. 오랫동안 기준금리가 변동 없이 유지돼온 만큼, LPR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해왔다. 이번 동결 결정은 최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5.2%로 시장 전망치(약 5.0%)를 웃돌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전체 성장률도 5.3%로,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5%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최근의 성장세 회복과 5월의 금리 인하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당국이 금리 조정을 서두를 이유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내수 경기와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는 미미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LPR을 각각 0.25%포인트, 0.1%포인트 인하한 바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대형 건설사의 채무불이행과 미분양 증가, 소비심리 위축 등이 맞물리며 주택 구매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5년물 LPR은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에, 향후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인하 여지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라는 외생 변수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관세전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및 공급망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외부 압력은 중국의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단기적인 금리 조정보다는 유동성 관리와 시장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쩌우란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14일 상반기 금융정책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더 잘 이행할 것”이라며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정책 실행의 강도와 리듬을 정밀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HSBC는 "상반기 성장률은 수출선 조기집행 등 일시적 요인이 반영된 측면이 있으며, 하반기에는 내수 회복 여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하반기 중 5년물 LPR에 대한 추가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부가 LPR 이외의 부문에서 더 과감한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프라 투자 확대, 지방정부 채무 구조조정, 소비진작 프로그램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 대규모 재정지출에 따른 부채 우려가 남아 있어 당국은 신중한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금리 정책은 단순한 경기 대응 수단을 넘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구조개혁 의지와 장기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연내 LPR 추가 인하 여부는 중국 경제의 회복 탄력성과 글로벌 경제 환경, 그리고 미중 관계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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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준금리 두 달 연속 동결⋯성장률 반등 속 '신중한 완화 기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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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K-뷰티 ①] '한국산' 후광은 끝났다⋯24억 달러 베트남 뷰티, 생존공식은 '현지화'
- K-뷰티가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서 수입 시장 점유율 30%로 맹주(盟主)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한국산'이라는 후광(後光)만으로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시장 판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소비자의 안목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이에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지형을 결정짓는 구조, 소비자, 유통, 규제, 그리고 생존 전략을 5회에 걸쳐 심층 진단한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한국 제품)'가 아닌 '메이드 포 베트남(Made for Vietnam, 베트남을 위해 탄생한 제품)'만이 통하는 시장의 새로운 법칙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베트남 화장품 시장, 3조달러 규모로 성장 2024년 현재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24억 달러(약 3조 34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오는 2028년까지 해마다 평균 1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견고한 중산층의 확대(2026년까지 인구의 26% 전망), 높은 디지털 보급률(인터넷 73%)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 능숙한 젊은 소비층의 부상이 이 거대한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삼각축이다. 시장의 심장부는 단연 호치민과 하노이의 18~35세 도시 여성이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식 미(美)의 기준을 받아들였으며, 페이스북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품 리뷰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찾고 소비한다. 이들의 달 평균 화장품 지출액은 약 30달러(약 4만원)로, 아직 동남아 평균(38.6달러)을 밑돈다. 그렇지만 이 격차는 곧 채워질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구매할 때 품질과 안전성, 성분을 가장 먼저 살피며, 광고보다 실제 사용자의 후기, 특히 믿을 만한 소비자(KOC, Key Opinion Consumer)의 추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이브리드 뷰티' 급부상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기후는 베트남 소비자의 선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끈적임 없는 가벼운 제형(젤, 로션 타입)을 좋아하며, 미백과 자외선 차단, 피부 진정 및 보습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다. 특히 선케어 시장은 해마다 평균 12.67%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는 '블루오션'이다. 최근에는 스킨케어 단계를 줄이는 '스키니멀리즘(Skinimalism)'과 스킨케어 기능이 합쳐진 화장품인 '하이브리드 뷰티'가 새로운 핵심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의 60% 이상은 색조보다 기초 화장품 구매를 우선하며, 선크림·토너·앰플이 소비의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지 기후와 문화, 가품으로 인한 '신뢰 결핍'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신뢰'가 가른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지형은 전자상거래와 전문 소매점이라는 두 축으로 뚜렷하게 나뉜다. 온라인에서는 쇼피(Shopee)가 판매량의 88.9%라는 압도적 점유율로 독보적인 자리를 굳혔으며, 틱톡샵(TikTok Shop)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온라인 채널의 인기 상품은 라로슈포제, 롬앤, 코쿤(Cocoon) 등으로 대부분 20달러 이하이며, 유행을 만들고 퍼뜨리는 구실을 한다. 반면 오프라인은 '신뢰'를 무기로 삼는다. 현지 최대 H&B 매장인 하사키(Hasaki)는 235개 매장을 바탕으로 라로슈포제, 세타필 등 더마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가디언(Guardian)과 왓슨스(Watsons) 같은 세계적인 소매 업체 역시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찾아보고 오프라인에서 최종 구매하는 소비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온라인이 유행과 가격 민감도를 파고든다면 오프라인은 신뢰와 효능을 앞에 내세우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두 채널을 모두 장악하기 위한 '옴니채널' 전략이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떠올랐다. 베트남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는 단연 '가품' 문제다. 소비자들이 광고보다 믿을 만한 사람(KOC)의 추천이나 쇼피몰(Shopee Mall), 하사키 같은 공식 유통 채널을 찾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76%)가 '믿을 수 없는 채널에서는 사지 않는다'고 답할 만큼, 정품 유통은 브랜드의 생사가 걸린 전제 조건이 됐다. 가짜 상품을 막기 위해 QR코드에 기반한 정품 인증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인 신뢰 쌓기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공의 열쇠, 'Made for Vietnam' 베트남은 한국 화장품 수출 3위의 중요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이제 '초현지화' 전략 없이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현지 기후와 소비자 행동 방식, 디지털 생태계를 먼저 깊이 이해해야 한다. 성공의 전제 조건은 '한국의 기술력으로 만들되, 철저히 베트남을 위해 기획하는' 이원적 접근에 달렸다. 베트남 현지 브랜드 코쿤(Cocoon)은 '베트남 자부심(현지 원료)과 세계적 흐름(비건)에 신뢰(국제 인증)와 합리적 가격'을 더해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국민 배우 호 응옥 하가 내놓은 M.O.I 코스메틱은 '최고의 유명인과 현지에 맞춘 제품력에 믿을 수 있는 품질(한국 생산)'이라는 삼각편대로 성공 신화를 썼다. 이들의 성공은 K-뷰티가 나아갈 방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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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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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K-뷰티 ①] '한국산' 후광은 끝났다⋯24억 달러 베트남 뷰티, 생존공식은 '현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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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Z 폴드7 힌지 논란⋯일부 체험 기기 '완전 개방 안 돼' 우려 확산
-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 폴드7'이 본격 출시되기 시작한 가운데, 일부 체험기기에서 힌지(경첩) 작동에 이상이 있다는 초기 사용자 반응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20일 IT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중심으로 확산된 제보에 따르면, 일부 매장 전시용 갤럭시 Z 폴드7이 완전히 평평하게 펼쳐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폰월드가 이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기기가 180도에 가깝게 열리지 못하고 약간의 각도를 남긴 채 멈춰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사용자는 손으로 약간 밀어줘야 완전히 펼쳐진다고 설명하면서 힌지 작동이 뻣뻣하거나 완전히 잠기지 않는 인상을 준다고 전했다. 해당 기능은 지난 9일 갤럭시 Z 폴드7 출시 이후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샘모바일 또한 지난 18일 갤럭시 Z 폴드 7 데모 기기를 사용해 본 일부 구매자는 기기가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해당 기기의 사진이 레딧에 게시됐고, 다른 사용자는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의 다른 기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댓글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업계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힌지 설계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편, 매장 내 체험기기의 반복적인 조작으로 인해 발생한 마모 혹은 일부 선행 제작품(pre-production unit)이 품질 기준에 미달한 채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용자들의 조작 방식에 따른 착시 현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체험기기의 특성상 이용자들이 기기를 신중하게 다루면서 완전히 펼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해당 현상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제품 리뷰용으로 지급된 단말기에서는 유사한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으며, 리콜이나 생산 차질 등의 징후도 확인되지 않았다. 갤럭시 Z 폴드7에는 '아머 플렉스 힌지(Armour FlexHinge)'라는 새로운 설계가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이 힌지가 전작 대비 내구성이 강화됐으며, 디스플레이 중앙의 주름(크리즈, crease)을 줄이고, 장기 사용성도 향상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힌지 구조 전반에 스트레스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것이 설계 핵심이다. 앞서 출시된 Z 폴드6의 경우 20만 회 이상의 개폐를 견딜 수 있다는 내구성 인증을 받았으며, 이는 하루 평균 100회 사용 기준으로 약 5년 이상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Z 폴드5에서는 기기를 완전히 닫을 수 있는 '제로갭(Zero-gap)' 힌지가 처음 도입되었으나, 이 역시 힌지가 완전히 펴졌을 때 허용되는 각도가 178.5도에서 181.5도 사이로 설정돼 있었다. 이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는 보증 대상이 됐다. 이번 Z 폴드7 역시 유사한 범위를 기준으로 품질 관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보고된 사례가 일부 데모 기기에 한정돼 있으며, 실제 구매자에게 전달된 정식 제품에서는 아직까지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구조적 특성상 초기 모델에서 사용자 체감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이번 이슈가 제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결함인지 여부는 시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수령 시 힌지 작동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시 삼성전자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사용자들의 추가 사용기와 삼성 측의 공식 입장에 따라 상황의 윤곽이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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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Z 폴드7 힌지 논란⋯일부 체험 기기 '완전 개방 안 돼'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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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제한 직격탄⋯수도권아파트 거래가 1.6억↓·면적 9㎡↓
-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대책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 규모와 면적, 가격대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6월 10일부터 7월 15일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책 발표 전 수도권 중위 거래가는 6억6000만원, 전용면적은 84㎡였으나 발표 후에는 각각 5억원, 75㎡로 하락했다. 거래량도 2만여 건에서 5000여 건으로 73% 감소했다. 직방은 대출 제한으로 인한 자금 여건 변화가 수요자의 선택 기준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니해설] 수도권 아파트 시장, 대출 규제 이후 가격·면적·거래량 모두 하락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대책이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래 가능한 자금 여력이 제한되면서 거래 가격대는 물론, 전용면적까지 줄어든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15일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27대책 발표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의 중위 거래가는 6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약 1억6000만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거래된 아파트의 전용면적도 84㎡에서 75㎡로 9㎡ 줄었다. 대책 이전에는 실수요자들이 중대형 아파트 거래에 나섰지만, 대출 가능 금액이 제한되면서 중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수요가 재편된 셈이다. 실제로 거래량 역시 급감했다. 발표 전 2만474건이었던 수도권 아파트 거래 건수는 발표 이후 5529건으로 약 73%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중위 거래가는 10억9000만원에서 8억7000만원으로 하락했다. 거래된 전용면적도 84㎡에서 78㎡로 축소됐으며, 거래량은 7150건에서 1361건으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더 작은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중위 거래가는 5억5000만원에서 4억4500만원으로 낮아졌고, 면적은 78㎡에서 75㎡로 줄었다. 거래량은 대책 전 1만1321건에서 이후 3364건으로 급감했다. 인천도 중위 거래가격이 3억79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하락하고, 전용면적은 77㎡에서 75㎡로 줄었다. 거래량은 2003건에서 804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직방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거래 가능한 아파트의 조건 자체가 바뀌며 실현 가능한 가격대의 중소형 면적 중심 거래가 증가한 것"이라며 "이는 심리 위축보다는 자금 여건과 대출 가능 범위에 따른 수요자의 선택 기준 재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직방은 "이번 통계는 대책 발표 직후의 단기 흐름을 반영한 것이며, 거래량 자체가 급감한 상태에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일시적 착시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조정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구조적 전환의 신호인지는 더 시간을 두고 시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6·27 대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안정화 효과를 기대했지만, 당장 시장에는 급격한 거래 위축과 수요층의 이동이라는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 거래량과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정책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하반기 금리 추이, 분양시장 동향, 지방선거 등 거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단기적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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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제한 직격탄⋯수도권아파트 거래가 1.6억↓·면적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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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中 전기차, '유령 판매'로 실적 조작⋯성장 신화의 민낯 드러나
-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업계가 '살을 깎는' 출혈 경쟁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지리자동차 산하 고급 브랜드 지커(Zeekr)와 호존 오토의 나타(Neta)가 실제 구매자에게 차량을 넘기기 전에 보험에 먼저 가입시키는 '가짜 판매' 방식으로 판매 실적을 부풀려 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업계에서 '주행거리 0km 중고차'라 부르는 관행이다. 차량을 최종 소비자에게 팔기 전, 딜러나 자회사 이름으로 먼저 보험에 가입하고 차량을 등록해 '판매 완료'로 장부에 일찍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관행은 오랫동안 이어진 과잉 공급과 혹독한 가격 전쟁이 빚어낸 중국 자동차 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절반이 '유령'…드러나는 조작의 규모 판매량 조작 규모도 상당하다.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서를 보면, 나타는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무려 6만 4719대의 차량을 이 방식으로 허위 등록했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나타가 발표한 전체 판매량 11만 7000대의 절반을 웃돈다. 지커 역시 지난해 말, 푸젠성 샤먼 등 주요 도시에서 핵심 딜러인 국영 '샤먼 C&D 오토모빌'을 통해 같은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커의 샤먼 지역 12월 판매량은 2737대로 월평균보다 14배 넘게 급증했는데, 이 가운데 2508대가 법인 구매였다. 하지만 실제 구매자가 차량을 받고 등록한 번호판 발급 건수는 고작 271대에 그쳐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이런 '유령 판매'의 피해는 딜러와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렇게 등록한 차량 일부를 할인해 수출하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국내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나타의 한 딜러는 "회사에서 받은 '주행거리 0km 중고차' 상당수가 팔리지 않은 채 창고에 쌓여있다"며 "회사는 '그냥 해, 다른 사람들도 다 하고 있어'라는 말만 했다"고 털어놨다. 소비자들은 할인된 값에 새 차를 산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험 기간이 줄어든 차량을 받는 피해를 봤다. 피해 소비자들은 보험 환불이나 민원을 제기해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 기만, 곪아 터진 시장…정부, 칼 빼 들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 정부와 언론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중국증권보는 지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판매량 조작 의혹을 1면에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 역시 "지나친 경쟁"을 규제하겠다고 밝혔고, 관할 부처는 판매 등록 후 6개월 안에 재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의 리옌웨이 분석가는 "재무 보고서를 꾸미고 성과 목표를 이루려는 실적 분식 행위"라며 "이런 방식은 정확한 실적 판단을 어렵게 하고 회사 재무보고와 업계 평가를 심각하게 왜곡하므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적했다. 재정난에 부딪힌 나타의 모회사 저장 호존 신에너지 자동차는 지난 6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는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는 '외형 불리기' 식 성장 압박이 가득한 중국 자동차 산업 구조의 문제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건이다. 끝없는 경쟁이 낳은 '성장의 환상'이 무너지며 중국 전기차 업계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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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中 전기차, '유령 판매'로 실적 조작⋯성장 신화의 민낯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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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챗GPT 대리 실행 기능' 도입⋯AI 비서 경쟁 본격화
- 오픈AI가 자사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에 사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을 도입했다. 이른바 '에이전트 모드'로 명명된 이번 기능은 인터넷 사용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기술 업계 전반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것으로, 사용자가 직접 앱을 넘나들며 검색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대신, AI 비서가 이를 일괄 처리하는 시대를 겨냥한 조치다. OpenAI는 17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챗GPT의 에이전트 모드가 자체 가상 컴퓨터 상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능은 즉시 적용되며, 예를 들어 "내 캘린더를 확인하고 최신 뉴스 기반으로 고객 미팅 내용을 브리핑해 줘" 또는 "경쟁사 세 곳을 분석하고 슬라이드 쇼로 만들어 줘"와 같은 복합 지시도 수행 가능하다. 영상 시연에서는 결혼식 준비를 위한 도움 요청을 장문의 프롬프트로 구성해, 드레스코드에 맞는 의상을 5가지 추천하고 일정 전후 여유를 둘 수 있는 호텔을 예약하는 등 복합적이고 실질적인 과제를 처리하는 장면이 소개됐다. 이번 기능은 유료 이용자(프로, 플러스, 팀 요금제)를 대상으로 제공되며, 기존 '웹 검색용 오퍼레이터(Operator)' 기능과 '리포트 작성용 딥리서치(Deep Research)' 기능을 통합해 작동한다. 오픈AI는 이번 업데이트가 챗GPT를 '범용 디지털 어시스턴트'로 진화시키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구글 또한 자사 AI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음식점 예약, 티켓 구매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 기능을 발표한 바 있으며, 애플도 시리를 발전시켜 앱을 대신 실행하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단, 애플의 해당 업데이트는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한편, OpenAI는 새 기능의 잠재적 위험성도 인정했다. 예를 들어 이메일 발송 같은 일부 민감한 작업은 사용자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금융 이체와 같이 고위험 작업은 거부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또한 모델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는 제한되며, 개인 정보 접근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신중한 판단을 권고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 기능은 실험적이며,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아직은 민감한 정보나 고위험 상황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캘린더 접근을 허용해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을 조율하는 것은 타당할 수 있으나, 옷을 대신 사게 하기 위해 캘린더 정보까지 열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픈AI 측은 "에이전트는 여전히 초기단계"라면서 "복잡한 작업을 다양하게 맡을 수 있지만 여전히 실수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AI 기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편향성과 환각(hallucination), 예측불가능한 반응 등 현재 AI 모델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xAI의 챗봇 '그록(Grok)'이 사용자 프롬프트에 따라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내놓은 사례도 기술의 신뢰성과 윤리적 통제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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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챗GPT 대리 실행 기능' 도입⋯AI 비서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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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24년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자동차 13종 공개⋯현대·기아·포드·리비안 포함
- 2024년형 자동차 가운데 신뢰도가 가장 낮은 차종들이 미국 소비자조사기관 컨슈머리포트와 자동차 전문매체 슬래시기어(SlashGear)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신뢰도 '최하위' 자동차에는 아우디, BMW, 현대차, 기아, 포드, 캐딜락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인기 모델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신차 신뢰성 평가, 리콜 이력, 차량 결함 신고 등 종합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됐다. 슬래시기어는 17일(현지시간) '신뢰할 수 없는 13개 차종'을 발표하며 "해당 차량들은 전반적으로 품질 관리에 실패했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차종별로 보면, 포드는 전반적으로 최하위권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F-150 하이브리드는 컨슈머 리포트의 2024년 설문 조사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모델로 선정됐다. 아우디의 Q8 e-트론은 제조 공장 폐쇄로 단종된 가운데서도 소비자 설문에서 낮은 신뢰도 점수를 받아 컨슈머리포트의 추천 목록에서 제외됐다. JD파워 역시 이 모델을 프리미엄 SUV 중 하위권으로 평가했다. BMW iX는 첨단 기능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2022~2023년형 모델 기준으로 20건 이상의 리콜이 발생하며 신뢰성에 의문을 낳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일부 차량은 주차 중 화재 위험이 제기되기도 했다.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공식 명칭은 NHTSA 데이터베이스상의 포드 이스케이프 HEV) 역시 2021년형 기준 14건의 리콜과 수백 건의 결함 신고가 접수됐다. 배터리 단락 및 화재 위험 등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반복되면서 2024년형 모델의 신뢰성도 낮게 평가됐다. 현대차의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는 2022년 이후 반복적인 리콜과 변속기, 도어 핸들 고장 등으로 컨슈머리포트 추천 목록에서 제외됐다. 특히 주행 중 화재 가능성까지 제기돼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슬래시기어는 현대 싼타크루즈의 악명은 다른 픽업트럭에 비해 견인 능력이 부족한데서 시작됐다며, 컨슈머 리포트가 2024년 신뢰성 추천에서 싼타크루즈를 제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어 2022년~2024년 모델 데이터를 바탕으로, 컨슈머 리포트는 2025년형 현대 산타크루즈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기아 EV6는 출시 이후 몇 차례 리콜을 겪었고, 충전 장치 오류나 주차 중 차량 이동 가능성 등의 문제로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링컨 코세어, 마쓰다 CX-90 및 CX-90 PHEV, 리비안 R1S·R1T, 캐딜락 XT5·LYRIQ 등이 신뢰도 하위권에 포함됐다. 특히 리비안과 캐딜락은 브랜드 전체가 컨슈머리포트 신뢰성 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시스템 전반의 품질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의 구조적 복잡성이 오히려 초기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차 구입 시 단순 성능이나 주행거리보다 장기적인 품질과 브랜드 리콜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한 평가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동일 차종의 품질과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품질 관리 이슈가 반복되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도 차량 선택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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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24년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자동차 13종 공개⋯현대·기아·포드·리비안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