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가 데려온 천사의 편지

제22회
초코는 미상 씨를 만난 순간 자신과 미상 씨의 운명적 관계를 눈치챈 듯했다. 순한 눈빛으로 고분고분하였고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이전의 주인에게 돌아가려 찡찡대지도 않았다. 미상 씨가 가지고 간 케이지에 차문하게 들어앉았고 조수석에 자리한 뒤엔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초코를 데리러 가기 전 입양을 논의할 때, 희정 씨와 미상 씨는 '돈을 주고 고양이를 사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초코 보호자 역시 그런 신조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무리 고양이라지만 식구를 남의 집에 보내면서 돈을 받을 수는 없다'는 뜻을 문자로 보내주었다. 그래서 절충과 거래는 쉬웠다.
그럼에도 희정 씨는 돈 일만 원은 주고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고양이가 잘 큰다는 속설도 있고 하니 이쪽에서는 인사치레로 현금 일만 원을 드리기로 하고, 미상 씨는 자주 초코 사진을 보내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나중에 자신이 예비신부라고 밝힌 초코의 이전 주인은 그러한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 예비신부와 함께 아기 고양이 이동장을 들고 나타난 청년은 예비신랑이었다. 그들은 집 앞 길가 수풀 속에서 길고양이가 낳은 뒤 버린 새끼 고양이 일곱에다가, 시골집 천정에서 울고 있는 갓 난 길고양이 새끼 넷을 같은 날에 거두어, 그들 열하나를 하나둘 입양 보냈다고 한다. 오늘까지 남은 셋 가운데 하나가 까미라면서, 이젠 초코가 된 아기 고양이를 가리켰다.
"까미는 언제나 뒤처진 아이였어요. 그래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초코를 조수석에 넣어둔 뒤 돌아서서 인사하는 미상 씨에게 예비신부가 또 말했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보니 까미가 마당에 있는 나무를 벅벅 긁던데."
그 말은 슬픈 말로 들렸다. 지난 오십 일 동안 갓 난 생명을 돌본 사람이 그 생명을 남의 품으로 떠나보내는 마지막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예비신부는 포장한 종이상자와 편지 한 통을 미상 씨에게 주었다.
"까미한테 주는 먹거리 하고, 이 편지는 까미에게 전하는 이야기에요."
미상 씨는 그렇게 들었기에 먹거리 선물은 초코의 간식거리고 편지는 초코에게 전하는 인삿말이려니 생각했다. 그 편지를 고양이가 읽을 수 없으니, 편지의 내용을 미상 씨가 초코에게 전해달라는 말인 줄로 이해했다.
빌라에 도착하자마자 희정 씨네 집에 들른 미상 씨는 초코와 함께 예비신랑신부가 준 두 가지 선물을 다 풀어놓았다. 자신이 선택한 아기 고양이 초코를 받아든 희정 씨는 기쁨으로 어쩔 줄 몰랐다.
"사진보다 더 이쁘고 깨끗해요."
초코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그런 올블랙 아기 고양이는 희정 씨와 미상 씨를 감동케 했고 행복하게 했다. 미상 씨가 말했다.
"초코는 첨부터 날 자기 반려자로 받아들이는 눈치였어요."
예비신부가 건네준 선물상자와 편지를 펼쳐본 미상 씨는 크게 놀랐다.
"이건 정말 너무 진한 감동이에요."
먹거리라는 선물은 초코 간식이 아니라 미상 씨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편지 또한 초코에게 전하는 편지가 아니라 미상 씨에게 쓴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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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까미를 새로운 식구로 맞이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까미를 분양하는 저로써는 많은 감정이 드는 날이네요. 까미는 많이 순해 키우실 때 불편하시진 않으실 거에요. 지금 쓰고 있는 애칭보단 보호자 님이 지어주시는 이쁜 이름으로 행복한 추억 만드시며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가끔 까미의 일상 사진을 공유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 애기라서 그런지 잠을 많이 잡니다. 아픈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까미는 항상 다른 아이들에게 음식을 뺏겨 덩치가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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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 간식인줄 알았던 종이상자에 담긴 선물은 김 가루를 입힌 튀김 과자였는데, 고급한 종이상자에 고급한 디스플레이로 치장한 맛있는 과자였다. 희정 씨는 환하게 웃고 있는 미상 씨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 살아가노라면 야박하고 째째한 사람 투성인데 가끔은 이런 천사와 만나게 돼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희정 씨가 또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인간을 사랑하게 되나 봐요. 미상 씨…… 감사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빨리 보내야겠어요. 초코 사진도 같이 보내야겠군요."
초코를 안고 침대 아래에 앉은 희정 씨가 어서 사진을 찍으라고 미상 씨를 재촉한다. 그러면서 다시 감탄한다.
"정말 천상에서 하강한 천사가 분명해요. 그 예비신랑신부라는 사람 두 분 다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