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정밀 핵시계, 10억년에 1초 오차⋯과학 혁명 예고
  • 원자시계 넘어 새로운 시간 측정 표준 제시
  • GPS, 통신, 금융 등 핵심 인프라 혁신 기대
  • 물리학 연구, 우주 탐사 등 과학적 발견 가속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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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리과학 연구기관인 JILA와 국립표준기술원(NIST) 연구팀은 초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여 미래 핵시계의 핵심인 토륨-229 핵을 여기시킬 수 있었다. 강력한 레이저가 가스 분사에 비추어 밝은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자외선을 발생시킨다. 이 빛은 진공 챔버에 남은 기체와 상호작용하면서 눈에 보이는 흰색 선을 남긴다. 이 과정을 통해 과학자들은 미래 핵시계의 핵심인 토륨-229 핵을 여기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사진 출처=Chuankun Zhang/JILA
 

상상을 초월하는 정확성, 10억년에 단 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시계가 현실로 다가왔다. 과학자들이 기존 원자시계를 뛰어넘는 핵시계 개발에 성공하며, GPS, 인터넷 동기화, 금융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예고했다.

 

미국 물리과학 연구기관인 JILA와 국립표준기술원(NIST) 펠로우이자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 물리학 교수인 준 예(Jun Ye)와 그의 팀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핵시계로 알려진 획기적인 시간 측정 장치를 개발했다. 

 

 

원자시계 넘어 핵시계로, 시간 측정의 새로운 지평

 

현재 가장 정확한 시계는 원자시계다. 원자시계는 원자 내 전자의 에너지 변화를 이용해 1초를 정의하고, 1초에 수십억 번 진동하는 신호를 통해 시간을 측정한다. 

 

이번에 개발된 핵시계는 원자핵 내부의 에너지 변화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자시계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유형의 시간 측정 장치다. 핵시계는 원자 전체가 아닌 원자핵의 진동을 측정한다. 원자핵은 원자보다 훨씬 작지만, 더 많은 '틱(tick)'을 가지고 있어 더 정확한 시간 측정이 가능하며, 전자기장과 같은 외부 교란에도 안정적이다. 

 

새로운 연구에서 JILA와 그의 연구팀은 핵시계의 모든 필수 부품을 만들었다. 즉 시계의 '틱(tick)'을 제공하는 토륨-229 핵전이, 핵의 개별 양자 상태 사이에 정밀한 에너지 점프를 생성하는 레이저, 이러한 '틱'을 직접 측정하는 주파수 빗 등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노력으로 이전 파장 기반 측정기보다 100만배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달성했다. 

 

또한 연구팀은 자외선 주파수를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스트론튬 원자시계 중 하나에 사용되는 광학 주파수와 직접 비교해 핵 전이와 원자시계 사이의 직접적인 주파수를 연결하는데 최초로 성공했다. 이러한 직접적인 주파수 연결과 정밀도 향상은 핵시계를 개발하고 기존 시간 유지 시스템과 통합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다. 


 

더 작지만 더 강력한 핵시계, 정확성의 한계를 뛰어넘다

 

원자시계는 수십억 년에 몇 초의 오차만 발생할 정도로 정확하지만,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핵시계는 원자핵의 안정성 덕분에 외부 간섭에 덜 민감하고, 더 높은 주파수에서 진동하여 더 정밀한 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JILA 연구팀은 토륨-229 원자핵에 자외선 레이저를 쏘아 핵입자를 여기시키고 '광 주파수 빗' 기술로 핵의 에너지 펄스 주파수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일반 시계의 추가 진자 운동을 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로, 1초당 더 많은 파동 사이클을 측정하여 더욱 정확한 시간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4일자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표지 기사에 게재됐다. 연구팀에는 JILA, 비엔나 양자 과학 기술 센터, IMRA America Inc.의 연구자들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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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시계 작동 원리. 핵시계는 자외선을 사용하여 토륨-229와 같은 특수 원자의 핵을 자극하여 작동한다. 빛이 핵에 딱 맞는 주파수로 비추면 핵이 작은 스위치를 뒤집는 것처럼 에너지 상태를 변경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에너지 반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계산하여 매우 정확한 시간 측정 장치를 만들 수 있다. 사진 출처= N. Hanacek/NIST

 

 

물리학의 획기적인 발전, 핵시계 현실화에 한 걸음 더

 

이번 연구는 핵시계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1976년 토륨 핵의 저에너지 특성을 발견, 2003년 토륨-299 핵시계 활용 가능성 제시, 2023년 토륨-229 결정 삽입 기술 개발 등 오랜 연구 끝에 마침내 핵시계 프로토타입이 탄생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토륨-229 핵의 에너지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신호를 높은 정확도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핵시계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핵시계, 시간 측정 넘어 과학 혁신 이끌 것

 

핵시계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상용화될 경우 공식 국제시간 측정뿐만아니라 물리학 연구, 우주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암흑 물질 탐색, 자연 상수 검증 등 기본 물리학, GPS 정확도 향상, 통신 네트워크 안정화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핵시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검음"이라며 "레이저 정렬 및 주파수 조정 등을 통해 정확도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3년 안에 핵시계가 원자시계의 정확성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시계는 휴대성과 안정성도 뛰어나 통신, 인터넷, GPS 등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학 전문가들은 "핵시계는 시간 측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기초과학 연구부터 첨단 기술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시계,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추

 

원자시계는 이미 지진, 중력장, 시공간 연구에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핵시계는 이러한 분야에 더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으며,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시계와 원자시계를 함께 사용하면 기본 물리 상수의 변화 여부를 확인하고 암흑 물질 연구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JILA와 NIST 물리학자 준 예는 "수십억년 동안 켜두어도 1초도 잃지 않는 손목시계를 상상해보라"며 "아직은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 연구를 통해 그 수준의 정밀도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더 정확하고 안정적인 시간 측정을 향한 인류의 도전은 끝없이 계속된다. 핵시계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시간 측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더 빠른 인터넷 속도, 더 안정적인 네트워크 연결, 더 안전한 디지털 통신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입자 가속기 없이 입자 물리학 이론을 검증할 수 있으며, 우주 구조 탐사 등 우리가 우주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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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50)] 핵시계, 초정밀 시간 측정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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