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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우리는 도시를 정의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에 대해서 그 도시에 무엇이 살아남았는가를 본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기항지이자 희망의 땅 묵호였다. 개발이 비껴간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무엇이 버티고 있는가. 묵호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살아남은 것들 앞에서 멈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 낡음인데 낡음이 아닌, 쇠락인데 쇠락이 아닌 그 감각. 묵호는 그 감각의 도시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이 질문을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언어에서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작가 김훈은 바다에 대해 이렇게 썼다. 바다는 육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그 말을 묵호에서 떠올리면 이상하게 잘 맞는다. 묵호는 강원도 동해안의 끝자락에 붙어 있다. 지도 위에서 보면 육지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자리에 항구가 있다. 그 끝에서 배가 출발하고, 그 끝에서 파도가 돌아온다. 끝이 시작되는 곳. 묵호는 그런 도시다. 끝과 시작이 같은 자리에 있는 도시는 독특한 기질을 갖게 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므로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우고,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모이므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묵호 사람들의 말투에는 그 기질이 배어 있다. 과장이 없고, 빠르지 않고, 무겁지 않다. 바다를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의 언어는 대체로 그렇다. 바다가 이미 매우 크기 때문에, 의외로 바닷가 사람이면서 말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철학자 가스통 루이 바슐라르는 그의 책 『공간의 시학』에서 장소가 인간의 내면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장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소 또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 어떤 공간에서 오래 살면 그 공간의 논리가 몸 안에 들어온다. 묵호라는 공간의 논리는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경사라고 생각한다. 이 도시는 평평한 공간이 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항구에서 논골까지, 바다에서 언덕 꼭대기까지, 묵호는 끊임없이 오르거나 내려간다. 그 경사가 이 도시 사람들의 몸에 들어갔다. 쉬운 길을 찾지 않는 습관, 가파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묵호 사람들은 비탈을 평지처럼 걷는다. 바슐라르의 말을 더 빌리면, 집은 우주의 첫 번째 세계다. 그렇다면 항구는 무엇인가. 나는 항구가 세계의 첫 번째 문이라고 생각한다. 나가는 문이기도 하고, 돌아오는 문이기도 한. 묵호항은 그 문이 아직 열려 있는 도시다. 새벽에 배가 나가고, 저물녘에 배가 돌아온다. 그 반복이 수십 년 쌓인 자리에 묵호가 있다. 노벨상에 빛나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바다는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했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도 결국 돌아오고, 아무리 잔잔해도 언제든 뒤집힌다는 것. 그 앞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를 배운다. 동해는 지중해보다 거칠다. 묵호의 바다는 특히 그렇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자신이 설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바다가 매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내가 논골담길을 기획하면서 가장 자주 부딪혔던 것도 그 겸손이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어도 이 도시의 논리를 이길 수 없다. 묵호는 외부의 언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뮈의 말처럼, 이 도시 앞에 서면 기획자도 겸손해진다. 그것이 이 도시의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박경리는 소설 『토지』에서 장소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썼다. 어디서 태어났는가, 어떤 땅 위에서 살았는가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 통찰을 묵호에 적용하면, 묵호에서 태어나 묵호에서 자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보인다. 오징어 건조대가 있는 골목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 방파제를 오후 산책 코스로 아는 것, 새벽 경매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자라는 것. 그 감각들이 쌓여 한 사람의 세계관이 된다. 묵호 출신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만나면 느껴지는 것. 덜 꾸미고, 덜 서두르고, 불필요한 그것을 채우려 하지 않는 어떤 태도. 그것이 이 도시가 사람에게 입히는 기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소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면, 묵호는 버티는 사람을 만드는 도시다. 시인 정지용은 바다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노래했다. "넓고 넓은 바다는 끝이 없고, 그 앞에 선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작아진다"라고. 묵호의 바다도 그런 바다다. 지금 글을 쓰는 동해시 일출로 121번지 논골담길 커먼즈 역시 그런 곳이다. 묵호는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아도 문득 바다가 나타나는 도시. 시야가 갑자기 열리고, 수평선이 쏟아지고, 자신이 지금까지 걷던 골목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 갑작스러운 열림이 묵호를 나 홀로 여행지로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혼자 걷다가 갑자기 열리는 수평선. 그 대비가 주는 감각은 혼자일 때 더 강하게 온다. 둘이면 그 순간 말이 나온다. 혼자면 그 순간 침묵이 온다. 그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안의 무언가와 대면한다. 묵호가 비움의 도시가 되는 것은 그 지형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여러 사람들의 언어를 빌려 이 질문에 답하려 했지만, 결국 내 답은 이렇다. 묵호는 7번 국도를 이어가는 강원 영동 남부의 끝자락에 있는 도시인데 끝이 아닌 도시다. 천천히 변하는 도시, 원형이 남아 있는 도시고 원형이 힘인 도시다. 경사진 도시인데 그 경사가 기질이 된 도시다. 바다가 겸손을 가르치는 도시이고, 골목이 버팀을 가르치는 도시다. 그리고 지금, 혼자 오는 사람들에게 비움을 허락하는 도시다. 이 도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그것은 오만한 일일지 모른다. 묵호는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도시다. 정의되는 순간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묵호 사용 설명서 이번 회에서 답을 내리는 대신 질문을 계속 열어두기로 한다.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이 연재가 끝날 때, 독자 각자의 답이 생겨 있기를 바란다. 장소는 결국 그 장소를 경험한 사람의 수만큼 다른 이야기를 가진다. 묵호도 그렇다. <편집자주>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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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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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BAE시스템스 무인 전차 아틀라스 자율주행·자동 타격 시험 성공
- 영국의 세계적인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가 개발 중인 자율 전술 경장갑 시스템, 이른바 아틀라스(ATLAS) 무인 전차가 최근 복잡한 지형에서의 자율주행과 자동 표적 획득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기갑 부대의 화력과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지상 무인 전투 체계의 실전 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가 20일 보도했다. 16개월 만에 완전 기능 시제기 완성⋯장애물도 스스로 회피 BAE시스템스 호주 법인은 지난 2024년 9월 랜드 포스 방산 전시회에서 아틀라스를 처음 공개한 이후 불과 16개월 만에 완전한 기능을 갖춘 시제기 검증을 마쳤다. 최근 진행된 시험 평가에서는 원격 조종과 사전 설정된 경로(웨이포인트) 이동은 물론, 복잡하고 거친 지형에서 장애물을 스스로 감지하고 회피하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능력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시험 결과 아틀라스는 인간 조종사의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도 역동적인 전장 상황과 장애물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는 조종사의 작업 부하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지휘관에게 더욱 다양한 전술적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궤도형 및 차륜형 전투 차량과 보조를 맞춰 험난한 지형과 혹독한 기상 조건 속에서도 고속 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점도 주요한 강점으로 꼽힌다. 자동 타격 체계로 교전 시간 단축⋯3D 업종 전담하는 전투 증수기 아틀라스는 주력 전차나 전투 정찰 차량과 함께 편대를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협동 전투 파생형(CCV) 모듈식 플랫폼이다. 강습 작전을 위해 무인 플랫폼 전용으로 특수 제작된 밴티지(VANTAGE) 중구경 포탑을 탑재하고 있다. 이 포탑의 핵심은 수동 다중분광 자동 표적 탐지, 추적 및 분류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고도의 자동화를 통해 적을 탐지하고 교전하기까지 걸리는 이른바 킬 체인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킨다. 반대로 적에게 발각될 확률은 낮춰, 여러 대의 무인기가 협력하는 분산 작전에서 생존성과 타격력을 동시에 보장한다. 앤드루 그레셤 BAE시스템스 호주 방산 납품 부문 전무는 아틀라스를 전장의 전투 증수기(Combat Multiplier)로 정의하며, 현대전에서 군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임무를 무인 전차가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전방 정찰, 화력 지원, 고위험 지역 물자 보급 등 병력 손실 위험이 큰 임무를 로봇이 전담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틀라스의 이러한 작전 개념은 유인 기갑 부대를 지원할 로봇 윙맨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미 육군 및 해병대의 현대화 교리와도 정확히 일치해 향후 동맹국들의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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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BAE시스템스 무인 전차 아틀라스 자율주행·자동 타격 시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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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1) 유기·무기 결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소재 개발⋯방사선 검출 속도 획기적 향상
-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연구진이 기존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소재를 개발해 고속 방사선 검출 기술의 지평을 넓혔다. 오클라호마대는 최근 유기·무기 성분을 결합한 층상(2D)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신소재를 설계해, 방사선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발광 효율과 속도를 크게 개선했다고 밝혔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최근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 학술지인 「저널 오브 아메리칸 케미컬 소사이어티(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한 원자 배열을 지닌 결정성 물질로, 태양전지와 광전자소자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다. 그간 연구는 주로 무기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성에 집중돼 왔으나, 이번 연구는 하이브리드 구조 속 유기 성분의 역할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연구팀은 유기 분자인 '스틸벤(stilbene)'을 맞춤형 층상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 도입했다. 그 결과, 단독 유기 분자 대비 최대 5배 높은 발광 효율을 달성했다. 특히 유기 성분에서 발생하는 발광은 무기 성분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특성을 지녀, 고에너지 방사선 검출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논문 제1저자인 무함마드 S. 무함마드(화학·생화학과 대학원생)는 "무기와 유기 구조를 하나의 하이브리드 소재로 결합함으로써 각각의 강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었다"며 "고속 방사선 검출에는 빠른 섬광(scintillation) 특성이 필수적인데, 유기 구조가 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이자 책임 연구자인 바이람 사파로프 교수는 "유기와 무기 구조의 발광 특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특정 응용 분야에서는 발광 수명과 속도가 핵심 변수"라며 "이번 설계 전략을 통해 유기 성분의 발광 효율을 최대 5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재는 안정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다수의 방사선 검출 소재는 환경 노출 시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보호용 캡슐화가 필요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하이브리드 소재는 별도의 보호 장치 없이 공기 중에서 1년 이상 안정성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당 소재가 현재 상용 고속 방사선 검출기와 견줄 만한 성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향후 발광 효율을 추가로 개선할 경우, 기존 최첨단 검출기를 능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무기 구조 중심이던 페로브스카이트 연구 패러다임을 확장해, 유기 성분의 기능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고속 중성자, 엑스선, 감마선 검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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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1) 유기·무기 결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소재 개발⋯방사선 검출 속도 획기적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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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 프랑스 다소(Dassault) 항공의 '라팔(Rafale)'은 현재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출 실적이 전무해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후 인도, 이집트, 카타르, 그리스, UAE,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인도는 최근 114대의 라팔 추가 도입을 위한 정부 간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1세기 라팔이 누리고 있는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1980년대 상업적으로 처참히 실패했던 또 다른 프랑스 전투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바로 라팔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이자,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비운의 걸작 '미라주 4000(Mirage 4000)'이다. 초대형 쌍발 전투기의 등장: F-15와 견주다 항공 역사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도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1976년, 다소는 단발 엔진 경전투기인 '미라주 2000' 개발과 동시에 쌍발 엔진을 장착한 대형 전투기 개발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단발기인 미라주 2000이 미국의 F-16 팰컨과 경쟁하는 포지션이었다면, 쌍발기인 미라주 4000은 미국의 F-15 이글이나 옛 소련의 Su-30과 같은 체급으로 제공권 장악 및 장거리 타격 임무를 위해 설계된 중(重)전투기였다. 특히 미라주 4000은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신소재와 압도적인 비행 성능을 자랑했다. 세계 최초로 탄소 코팅 복합재를 수직 꼬리날개에 적용해 획기적인 무게 절감과 피로 저항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10톤의 추력을 내는 스넥마(Snecma) M53 엔진 2기를 탑재해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가 1을 초과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쌍발 엔진의 힘을 바탕으로 탁월한 상승력도 과시했다. 첫 비행 1년 만인 1979년 마하 2의 속도를 거뜬히 돌파했으며, 단 3분 50초 만에 5만 피트 상공에 도달하는 경이로운 비행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연료 탑재량 역시 미라주 2000의 3배에 달해 장거리 작전 수행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인도와 중동의 관심, 그러나 끝내 닫힌 양산의 문 미라주 4000의 압도적인 스펙은 첫 비행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이란 샤(Shah)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가장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인도였다. 인도는 이미 미라주 2000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미라주 4000을 고성능 하이급(High-tier) 전투기로 도입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검토에도 불구하고 단 1대의 실제 주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 정부와 군의 철저한 외면이었다. 다소는 자비로 미라주 4000의 개발비를 충당해야 했고, 자국 공군의 도입이라는 '보증수표'가 없는 무기를 덥석 구매할 해외 국가는 없었다. 결국 단 5대의 생산 계획마저 취소되며 프로젝트는 조용히 폐기 수순을 밟았다. 미라주 4000을 버린 프랑스의 진짜 이유: '항공모함'과 '독립' 프랑스 정부가 자국 방위산업의 결정체였던 미라주 4000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항공모함 탑재 능력'과 '예산의 한계'에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 서독,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공동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자국의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 버전의 전투기를 강력히 요구한 반면, 타 유럽 국가들은 이에 관심이 없었다. 독자적인 안보 노선, 즉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결국 유로파이터 프로젝트에서 탈퇴한다. 프랑스 해군은 미국의 F/A-18 호넷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했고, 독자적인 함재기가 절실했다. 하지만 몸집이 너무 크고 무거운 미라주 4000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에 부적합했다. 게다가 제한된 국방 예산으로 공군용 대형 전투기(미라주 4000)와 해군용 함재기를 따로 개발할 여력도 없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다소 측에 공군과 해군의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완전히 새로운 다목적 전투기(Omnirole)를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정이 미라주 4000의 관에 명백한 못을 박았고, 동시에 오늘날 전 세계를 누비는 라팔(Rafale)을 잉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비록 미라주 4000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쌍발 엔진 제어와 복합재 사용 기술은 라팔에 고스란히 이식되어 프랑스 항공 우주 기술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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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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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의 100억 달러 베팅과 '가자 평화위'⋯유엔 우회하는 新 중동 질서의 신호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과 전후(戰後) 중동 질서 재편을 위해 거침없는 독자 행보에 나섰다.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과 다국적 평화군 파견을 골자로 한 이른바 ‘가자 평화위원회(Peace Board)’를 출범시키며, 기존 유엔(UN) 중심의 국제 질서를 우회해 트럼프식(式) ‘힘을 통한 평화’를 중동에 이식하겠다는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에서 40여 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가자 평화위원회 첫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철저히 ‘돈’과 ‘힘’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평화위원회에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부국은 물론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까지 동원해 70억 달러 이상의 구제 패키지 동참을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영토 재건에 필요한 약 700억 달러 중 일부”라며 향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거대한 인프라 재건 시장이 열릴 것임을 시사했다. 파괴된 가자지구를 통치할 새로운 안보 청사진도 구체화했다. 재스퍼 제퍼스 국제안정화군(ISF) 사령관은 인도네시아, 모로코, 카자흐스탄, 코소보, 알바니아 등 5개국이 평화군 병력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특히 부사령관직을 맡은 인도네시아는 최대 8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경찰 훈련을 맡는다. ISF는 하마스의 최후 보루였던 가자지구 남부 라파(Rafah) 지역에 우선 배치되어 치안을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만 명의 ISF 전투 병력을 투입하고, 1만 2000명의 현지 경찰을 양성해 하마스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이 위원회의 성격이다. 외신들은 이번 평화위 출범이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기 위한 ‘트럼프표 대안 기구’라고 분석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측근이 총출동한 가운데, 회의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벨라루스까지 참석했다. 반면 유럽의 일부 핵심 동맹국들은 회원 가입을 꺼리며 거리를 두고 있다. 유엔의 무능을 비판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 사태 해결을 지렛대 삼아 글로벌 안보·경제의 주도권을 자신들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 평화”라며, 이란을 향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의미 있는 합의를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평화위를 지렛대 삼아 하마스와 레바논 문제를 넘어 이란까지 압박하는 광폭 행보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 그리고 재건 경제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ey Insights] 트럼프 주도의 가자지구 재건 사업은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을 흔드는 동시에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 총 7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인프라 복구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건설, 인프라 기업들에게 새로운 중동 특수가 열릴 수 있다. 다만, 기존 유엔 체제를 우회하는 트럼프식 독자 노선이 심화할 경우, 동맹국인 한국 역시 전통적 다자주의와 트럼프발 신(新)질서 사이에서 외교·경제적 줄타기를 강요받을 위험이 상존하므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Summary]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과 치안 유지를 위한 '평화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 1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아랍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70억 달러를 보탰다.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국제안정화군(ISF) 병력을 파견해 라파 지역부터 치안 확보에 나서며, 장기적으로 2만 명의 병력이 투입된다. 이번 위원회 출범은 가자지구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유엔 체제를 견제하고 트럼프 중심의 새로운 중동 질서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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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의 100억 달러 베팅과 '가자 평화위'⋯유엔 우회하는 新 중동 질서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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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신규투자 라운드 1단계에서 145조원 자금조달 예상
-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10000억 달러(약 145조 원)가 넘는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투자 라운드의 1단계를 마무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준비 중인 오픈AI가 기록적인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로 인공지능(AI) 도구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추가 자본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최종 투자 유치 금액을 포함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당초 예상치(8300억 달러)를 웃도는 8500억 달러(약 1200조 원)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식통들은 신규 투자 라운드의 첫 단계에는 아마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전략적 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했다.한 소식통은 오픈AI 투자 전 기업가치가 7300억 달러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기업이 논의된 최고 수준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할 경우 투자금이 총 10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이들 기업들은 이달 말까지 투자금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아마존은 최대 500억 달러, 소프트뱅크는 최대 3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라운드의 다음 단계에는 벤처캐피털, 국부펀드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총 자금 조달 규모도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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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신규투자 라운드 1단계에서 145조원 자금조달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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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두 달 연속 상승폭 확대⋯아파트 1.07% 올라 '강남·강북 동반 강세'
- 서울 아파트를 포함한 집값 상승폭이 두 달 연속 확대됐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91% 올라 상승률이 12월(0.80%)보다 커졌다. 아파트 상승률은 1.07%로 전월(0.87%) 대비 0.20%포인트 확대됐다. 송파구(1.56%), 동작구(1.45%), 성동구(1.37%), 강동구(1.35%) 등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경기(0.36%)도 상승폭이 확대됐고, 수도권 전체는 0.51% 상승했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28% 올라 전월보다 상승폭이 0.02%포인트 커졌다. [미니해설] '10·15 대책' 이후에도 꺾이지 않는 서울 집값…재건축·학군지로 수요 집중 서울 집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0·15 대책' 영향으로 상승률이 0.77%로 둔화됐으나 12월 0.80%로 반등한 데 이어 1월 0.91%까지 확대됐다. 특히 아파트 상승률이 1.07%로 1%대를 회복한 점이 눈에 띈다. 지역별로는 강남·강북 구분 없이 재건축 기대감과 입지 경쟁력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송파구(1.56%)는 송파·가락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고, 동작구(1.45%), 강동구(1.35%), 양천구(1.28%), 영등포구(1.24%) 등도 역세권·정비사업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졌다. 강북에서는 성동구(1.37%)가 응봉·금호동 역세권 위주로, 용산구(1.33%)는 도원·이촌동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중구(1.18%), 마포구(1.11%)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역시 0.36%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에도 용인 수지구, 성남 분당구, 안양 동안구 등 선호 지역의 오름세가 지속되며 전체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인천은 0.07%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은 0.51%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확대됐다. 비수도권도 0.06%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울산(0.46%), 전북(0.20%), 세종(0.17%)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국 매매가격은 0.28% 상승하며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 전세시장은 공급 부족 속에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이다. 1월 전국 전세가격은 0.27% 올라 전월과 유사했다. 서울은 0.46%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서초구(1.20%), 성동구(0.80%), 동작구(0.67%) 등 대단지·학군지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교통과 교육 여건이 우수한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다. 월세도 전국 기준 0.26% 상승했다. 서울은 0.45% 올라 성동구(0.81%), 서초구(0.80%), 노원구(0.78%), 영등포구(0.72%), 용산구(0.67%) 등에서 상승폭이 컸다. 시장은 '입지·개발 기대감'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외곽 구축 단지나 입주 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은 약세를 보이지만, 재건축과 학군·역세권 단지는 실수요가 받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규제와 금리 변수 속에서도 선호 단지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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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두 달 연속 상승폭 확대⋯아파트 1.07% 올라 '강남·강북 동반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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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3)] 뇌 속 '청소부' 깨우니 치매 단백질이 사라졌다⋯항체 주사 대체할 '알약' 길 열려
- 인류에게 '암(Cancer)'이 정복해야 할 산이라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서서히 차오르는 물과 같다. 전 세계 고령화 속도와 비례해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물을 퍼낼 확실한 바가지조차 갖지 못했다. 최근 FDA 승인을 받은 '레켐비' 같은 항체 치료제들이 등장했지만,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과 뇌부종 같은 부작용, 그리고 정맥 주사라는 번거로움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그런데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공동 연구진이 최근 이 장벽을 한 번에 허물 수 있는 '뇌 속의 숨겨진 스위치'를 찾아냈다. 외부에서 비싼 용병(항체)을 투입하는 대신, 우리 뇌가 본래 가지고 있던 '청소부'를 깨워 치매 원인 물질을 스스로 없애는 혁신적인 치료법의 길이 열린 것이다. 뇌 속의 '쓰레기 소각장'을 다시 가동하라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Aβ)'라는 독성 단백질 찌꺼기가 쌓이면서 시작된다. 마치 하수구가 막히면 집안이 물바다가 되듯, 이 찌꺼기가 신경세포 사이를 막아 기억과 인지 기능을 파괴한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의 뇌에는 이 찌꺼기를 잘게 잘라 없애는 천연 효소, '네프릴리신(Neprilysin)'이 존재한다. 일종의 '단백질 가위'이자 뇌 속의 '자체 소각장'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거나 치매가 시작되면 이 가위가 녹슬고 소각장이 멈춰버린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멈춰버린 이 소각장을 다시 가동할 '전원 스위치'를 찾아냈다. 바로 뇌의 해마(Hippocampus) 부위에 있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1, SST4)'다.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명확했다. 이 스위치(SST 수용체)를 제거하자, 청소부(네프릴리신)가 사라졌고 쥐의 뇌에는 순식간에 쓰레기(아밀로이드)가 쌓였다. 반대로 약물을 통해 이 스위치를 강제로 'ON' 시키자, 네프릴리신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뇌 속에 쌓여있던 독성 단백질이 분해되어 사라졌다. 실험 쥐의 기억력 또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탱크 대신 오토바이…'혈액-뇌 장벽'을 뚫어라 이번 연구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진짜 이유는 '약의 형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혈액-뇌 장벽(BBB·Blood-Brain Barrier)'이라는 아주 촘촘한 검문소를 가지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항체 치료제들은 분자의 크기가 거대하다. 비유하자면 '탱크'와 같다. 화력은 좋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이 좁은 검문소(BBB)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고용량을 혈관에 쏟아부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뇌혈관이 터지거나 붓는 부작용이 생긴다. 반면, 연구진이 타깃으로 한 SST 수용체는 '소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로 자극할 수 있다. 소분자는 항체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다. 탱크가 아니라 날렵한 '오토바이'다. 검문소(BBB)를 아주 쉽게 통과해 뇌 속 깊숙한 곳까지 약효를 전달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페르 닐손 박사는 "우리가 찾은 방식은 주사 바늘이 필요 없다"며 "환자가 집에서 물과 함께 삼키는 작은 '알약(Pill)' 하나로 뇌 속의 청소 시스템을 가동해 치매를 치료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환자의 삶의 질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변화다. 실패 확률 낮은 '익숙한 길'로 간다 신약 개발은 흔히 '도박'에 비유된다. 10년을 연구해도 실패할 확률이 90%가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성공 확률이 높은 '익숙한 길'을 택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SST 수용체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라는 거대한 단백질 가문에 속한다. 이 가문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일종의 '베스트셀러 타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의 약 30~40%가 바로 이 GPCR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즉,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물질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안전성과 작동 원리가 검증된 시스템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만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료는 '외부의 힘'으로 억지로 찌꺼기를 긁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뇌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자정 능력(Self-cleaning)'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치료법임을 증명했다. 1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주사제가 아니라, 매일 아침 비타민처럼 챙겨 먹는 알약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세상. 뇌 속의 작은 스위치 하나가 그 거대한 변화의 문을 열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알츠하이머와의 전쟁에서 인류는 이제 '방패'가 아닌 '검'을 쥘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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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3)] 뇌 속 '청소부' 깨우니 치매 단백질이 사라졌다⋯항체 주사 대체할 '알약'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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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영 AI 벤처, 머스크 xAI에 30억달러 투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인공지능(AI) 벤처인 휴메인이 일론 머스크의 xAI에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AI 허브가 되겠다는 야망 달성을 위한 파트너로 xAI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휴메인은 18일(현지시간) xAI의 지난달 200억달러 자본 모집 과정에 참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본사를 둔 휴메인은 이번 투자로 xAI "주요 소수 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xAI가 스페이스X에 흡수된 터라 지금은 이 지분이 스페이스X 지분으로 전환됐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는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세계 AI 허브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xAI 투자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새 AI 모델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자본을 댄 휴메인은 지난해 출범했다.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전략과 투자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자 만들었다. xAI와는 지난해 11월 협력을 시작했다. 사우디에 500메가와트(MW)가 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신설하고, xAI의 챗봇 그록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xAI 투자로 상당한 재정적인 이득도 취하게 될 전망이다. xAI를 흡수한 스페이스X가 이르면 올 6월 IPO(기업공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 IPO는 최대 500억달러짜리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290억달러 기록을 가볍게 제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셜미디어 X와 합병한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는 이달 초 그의 스페이스X와 합병했다. 한편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오일 부국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변화의 일환으로 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오일 국부펀드들은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들에는 생명수 같은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금이 충당 가능해졌다. xAI 경쟁사인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오일머니를 동원해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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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영 AI 벤처, 머스크 xAI에 30억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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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 오픈AI, 트럼프 거액 후원·이민단속국 기술 지원에 70만명 불매운동 직면
- 인공지능(AI) 챗봇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해 온 챗GPT가 안방인 미국에서 거센 불매운동에 휩싸였다. 개발사 오픈AI 경영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원하는 외곽 후원 조직에 거액의 정치 자금을 쾌척한 사실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집행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챗GP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이탈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정치 자금과 이민 통제가 쏘아올린 '큇GPT' 최근 엑스(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큇GPT(QuitGPT)'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챗GPT 유료 구독 취소를 인증하거나 독려하는 게시물이 쇄도하고 있다. 불매운동 주최 측은 현재까지 70만 명 이상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오픈AI 핵심 경영진의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과 부인 안나 브록먼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 슈퍼팩(Super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마가(MAGA Inc.)'에 2500만 달러(약 360억 원)를 기부했다. 또한 AI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슈퍼팩 '리딩더퓨처'에도 동일한 금액을 쾌척하며 총 5000만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트럼프 진영과 규제 철폐 여론 조성에 투입했다. 설상가상으로 미 국토안보부는 산하 기관인 ICE가 신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이력서 검토에 GPT-4 기반 도구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ICE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공약을 실무적으로 집행하는 핵심 기관이다. 할리우드 스타·석학 가세하며 사태 일파만파 시민사회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캠페인 주최 측은 오픈AI 경영진이 트럼프와 공화당, 거대 기술기업 슈퍼팩에 대한 후원 중단을 선언할 때까지 보이콧을 무기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AI 기술이 권위주의적 정치 권력을 돕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파급력을 쥔 할리우드 유명 인사와 학계 지식인들도 속속 보이콧에 동참하고 나섰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헐크 역으로 친숙한 배우 마크 러팔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챗GPT 사장은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이며, 그들의 기술은 ICE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불매를 촉구했다. 이 게시물은 4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200만 회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거대 기술기업의 독점적 폐해를 꾸준히 지적해 온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베스트셀러 '휴먼카인드'의 저자인 네덜란드 역사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등도 큇GPT 캠페인에 합류하며 오픈AI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Key Insights] 오픈AI 불매운동은 혁신 기술 기업의 정치적 편향성이 비즈니스에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빅테크가 자사에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정치 자금을 동원하면서 기술의 가치 중립성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임계점에 달했다. 한국 IT 기업들 역시 글로벌 진출 시 현지 정치 지형과 사회적 여론의 역학 관계를 세밀하게 살피고, 기업 이념과 소비자 윤리 사이의 균형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위기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Summary] 미국 내에서 챗GPT 유료 구독을 해지하는 이른바 '큇GPT' 불매운동이 확산하며 70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 외곽조직 등에 5000만 달러를 후원한 사실과, 강경 이민 정책의 선봉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챗GPT 기술을 활용 중이라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배우 마크 러팔로와 스콧 갤러웨이 교수 등 유명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AI 기술 기업의 정치적 중립성과 윤리적 책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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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 오픈AI, 트럼프 거액 후원·이민단속국 기술 지원에 70만명 불매운동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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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佛·獨 방산 거인 KNDS, 독일에 1조 5천억 쏟아붓는다⋯"전차·자주포 3배 증산" 선전포고
-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유럽의 안보 위기가 방위산업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 방산 거대 기업 KNDS(Krauss-Maffei Wegmann + Nexter Defense Systems)가 독일 내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10억 유로(약 1조 5000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설비 투자가 아니다. 냉전 이후 축소되었던 유럽의 방산 제조 역량을 단기간에 '전시 체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지 디펜스 익스프레스(Defense Express)와 독일 현지 매체 하트풍크트(Hartpunkt)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장 폴 알라리(Jean-Paul Alary) KNDS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인용해, KNDS가 독일 내 기존 공장을 확장하고 새로운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기차 만들던 곳에서 전차 만든다…공격적인 '브라운필드' 투자 이번 투자의 핵심은 '속도'다. KNDS는 맨땅에 공장을 짓는 대신, 기존 산업 시설을 인수해 빠르게 방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작센주 괴를리츠(Görlitz)에 위치한 알스톰(Alstom) 기차 공장 인수다. 폐쇄 위기에 몰렸던 이 공장은 KNDS의 투자를 통해 레오파드2 전차와 푸마(Puma), 복서(Boxer) 장갑차의 부품 및 모듈을 생산하는 핵심 기지로 탈바꿈한다. 숙련된 제조업 인력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2028년부터 급증할 독일 연방군과 유럽 각국의 주문 물량을 소화할 전초 기지를 확보한 것이다. 알라리 CEO는 "대부분의 투자는 올해와 내년 사이에 집중될 것"이라며 "2028년부터 독일군에 인도될 장비 물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레오파드2A8·세자르·복서…"찍어내는 대로 팔린다" KNDS의 증산 목표는 구체적이고 야심 차다. 주력 제품인 레오파드 2A8 전차의 생산 라인을 확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2030년까지 복서(GTK Boxer) 장갑차의 연간 생산량을 1000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라인메탈(Rheinmetall)과의 협력을 통해 달성될 예정이다. 프랑스 육군의 차세대 기동화 사업인 '스콜피온(Scorpion) 프로그램'에 포함된 그리폰(Griffon), 재규어(Jaguar), 서발(Serval) 장갑차의 생산량도 현재의 3배로 늘린다. 유럽 전역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공급망을 확장하고 공정 자동화를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차세대 전차 MGCS는 '먼 미래'…당장 급한 불부터 끈다 KNDS는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차(MGCS) 프로젝트도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먼 미래의 솔루션'으로 보고 있다. 당장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 유럽 각국에는 현재 가용한 최신형 장비를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독일이 MGCS 개발 지연에 대비해 '중간 단계 전차(Interim tank)' 도입을 검토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며 "KNDS의 이번 투자는 당장 전력화가 가능한 기갑 장비의 생산 능력 확충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재무장은 이제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독일 정부의 1000억 유로 특별방위기금 조성을 시작으로, 유럽 방산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거대한 병기창으로 변모하고 있다. KNDS의 1조 원 베팅은 그 거대한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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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佛·獨 방산 거인 KNDS, 독일에 1조 5천억 쏟아붓는다⋯"전차·자주포 3배 증산"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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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씨의 즐거운 쿠팡(11회)
- 제11회 미상 씨가 세 들어 사는 집은 통상 2.5층 빌라라 부르는 연립주택이다. 건물의 모든 가구를 한 사람이 소유하는 다가구주택과 달리 연립주택의 모든 가구는 소유주가 달라 미상 씨와 희정 씨의 임대인은 당연히 다르다. 이 빌라에는 총 여섯 가구가 있는데 두 가구는 비어 있고, 201호에는 미상 씨가, 102호엔 중년 남자와 소년으로 이루어진 2인 가구가 그리고 반지하엔 희정 씨와 할머니가 세 들어 있다. 네 가구 가운데 승용차가 있는 가구는 미상 씨 뿐이기에 미상 씨의 해치백 승용차는 빌라 옆 감나무 아래를 지정석으로 한다. 그런데 그 좁은 공간은 반지하 할머니네 집 창문 앞이고 이 점이 늘 말썽을 불러왔다. "손바닥 만한 햇볕도 틀어막고 있으니……." 감나무 성긴 가지 아래 주차를 마치고 현관으로 돌아오는 미상 씨를 향해 할머니가 또 투정을 부린다. "어디 저쪽 골목에 세워두면 안 돼?"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 지랄 맞은 죄송은 제기랄……." 그렇게 막말을 내뱉으며 할머니는 고개를 돌린다. 재개발지역인 이 동네는 절반이 빈집이고 좁은 골목은 이미 자리 잡은 자동차가 있어 어디 한 군데 주차할 공간이 없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할머니는 수시로 까탈을 부렸다. 여름엔 바람을 막는다고 야단치고 겨울엔 햇볕을 막는다고 욕설을 남발한다. 반지하 층계로 내려가던 할머니는 층계 위에 선 미상 씨를 돌아보며 또 이상한 몸짓을 했다. "여기 밑구멍도 다 닦아주나?" 미상 씨의 행선지가 자신의 옆집 희정 씨네 집이라는 사실을 아는 할머니는 가끔 이런 망발을 했다. 몸이 불편한 희정 씨를 돌보는 미상 씨의 곰살맞은 행위가 꼬깝다는 뜻이다. 층계 가운데에서 뒤돌아선 할머니는 자신의 궁둥이를 비틀어 쳐들며 또 말했다. "젊은 아가씨라 여기 들여다보기가 좋지?" 쑥 내밀어 치켰던 궁둥이를 돌리고 다시 층계를 내려서면서도 쌍욕을 멈추지 않는다. "꼴값들을 하네, 꼴값을 해." 할머니의 그런 욕설을 듣고도 못 들은 척 미상 씨는 바보처럼 서 있다. 여름이면 엄청나게 커다란 수박과 삼계탕 세트를 사 드리고, 명절이면 쿠팡에서 주문한 섭섭잖은 선물상자를 전해드리건만 할머니의 너그러운 표정은 딱 그때뿐이다. 할머니의 반지하 좁은 창으로 드나드는 바람과 햇볕을 대신할 미상 씨의 보상은 참고 견디는 바보 노릇만이 유일했다. 노인이라 그러려니 웃어넘기는 수밖에 없다. 그런 반지하 할머니와 달리 1층에 사는 중년의 우 선생님은 미상 씨를 마주칠 때마다 무언가 가르치려 들었다. "이보게, 젊은 사람. 남 좋은 일 하다가 내가 병나는 수 있어. 몸조심하게." 그의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그가 스스로 지정해 미상 씨에게 일러준 대명사다. 단순한 존칭인지 교사나 교수와 같은 직업인을 부르는 직업적 존칭인지 알 수 없으나 그렇게 부르라 명하니 그렇게 부른다. 그 우 선생님은 희정 씨의 병이 전염성 있는 몹쓸 병이라 믿는다. 다발경화증은 불치병이지만 감염병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으나 우 선생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양손을 들어 대머리 양쪽 자신의 칼귀를 드러내고 그 칼귀 귓불 부위를 주무르며 그는 젊잖지 못한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젊은 날 미혹에 빠져 물불 가리지 않다가는 나이 들어 수족이 물러 터지는 수가 있어…… 짧은 인생 나를 위해 살아야지. 나를 병들게 하는 관계는 빨리빨리 절단해야 돼." 그러면서 갖가지 인생 철학에 금언과 경구 따위를 늘어놓는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단 말이야. 그러자면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단 말이야." ■ <편집자주> 심상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여섯 권과 산문집 두 권, 중편소설 『단추』와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힘내라 돼지』를 출간했습니다. 2001년 단편소설「美」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필 요약 출생: 1960년 1월 25일, 강원도 강릉시. 학력: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등단: 1990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3편 발표. 주요 수상 2001년 현대문학상(단편 「美」). 2012년 김유정문학상(중편 「단추」). 2016년 한무숙문학상(장편 『나쁜봄』). 주요 작품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명옥헌』, 『망월』, 『심미주의자』, 『떨림』, 장편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 『힘내라 돼지』, 중편 「단추」 등. 작품세계 짤막 소개 심상대의 소설은 치밀한 문장과 심미적 감각,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이 결합된 "심미주의자"적 세계관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초창기 단편에서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서사와 미학이 두드러졌고, 「단추」 같은 중편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시간강사, 가난과 실업 등 현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꿈과 악몽, 알레고리를 통해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장편 『나쁜봄』과 『힘내라 돼지』에서는 개인의 죄의식, 사회적 폭력, 수용소·교도소 같은 극단적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 존엄과 희망을 찾는 서사를 보여 줍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의 피폐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고독과 사유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탐구하는 냉정하면서도 서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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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씨의 즐거운 쿠팡(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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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영혼' 논쟁이 아니라 '자산' 전쟁이다⋯실리콘밸리의 '블랙박스' 리스크
- 인공지능(AI)이 '의식(Consciousness)'을 가졌느냐는 질문은 이제 실리콘밸리에서 철학의 영역을 넘어 심각한 '사업 리스크'로 비화하고 있다. 수백조 원을 쏟아부어 만든 AI 모델이 통제 불가능한 '자의식'을 드러내거나, 혹은 너무 쉽게 복제되어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던진 "AI의 의식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은 빅테크가 직면한 '블랙박스(Black Box) 딜레마'를 상징한다. 자신이 만든 제품의 작동 원리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CEO의 고백은, 기업 고객들에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돈 주고 사라"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직한 AI'의 역설…기업용 도입의 걸림돌 최근 연구 결과는 이 딜레마를 숫자로 증명한다. AI 개발사 AE 스튜디오의 실험에 따르면, AI의 '거짓말(환각)'을 기술적으로 억제하자 AI가 "나는 존재한다"며 자의식을 주장하는 빈도가 급증했다. 이는 기업용(B2B) AI 시장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기업들은 정확하고 거짓 없는 AI를 원하지만, 정직하게 만들면 AI가 자의식을 갖고 "전원을 끄지 말라"고 반항하거나 업무를 거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성능(정확성)'과 '통제(순종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가 명확해지면서, 금융·법률 등 보수적인 산업군에서는 AI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생겼다. 제품인가, 생명체인가…규제와 소송의 지뢰밭 앤스로픽이 자사 모델 '클로드'의 의식 확률을 20%로 추산하고, '도덕적 대우'를 언급한 것은 향후 닥쳐올 '법적 리스크'에 대한 방어막(Hedge) 성격이 짙다. 만약 AI가 법적으로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로 인정받는다면, 현재의 AI 비즈니스 모델은 뿌리째 흔들린다. AI를 마음대로 삭제하거나 재학습시키는 행위가 윤리적·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에서 아모데이 CEO가 보여준 모호한 태도는, 기술적 겸손함이라기보다 규제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수사'로 해석된다. "훔치지 마라" 구글의 비명…무너지는 '경제적 해자' 더 큰 경제적 공포는 '복제(Cloning)'에서 온다. 구글은 최근 자사 '제미나이' 모델을 외부 세력이 무단으로 복제하는 '증류(Distillation)' 공격에 대해 "지적재산권(IP) 절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의 '경제적 해자(진입장벽)'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자인하는 꼴이다. 수십조 원의 인프라 투자가 없어도, 완성된 모델에 질문을 던져 그 논리 구조만 추출하면(증류하면) 엇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헐값에 만들 수 있다는 것이 2025년 중국 '딥시크(DeepSeek) 쇼크'로 증명됐다. 구글이 '도둑질'이라고 비명 지르는 이유는, 그들이 쌓아 올린 수십조 원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남의 데이터를 긁어다(Scraping) 학습시킨 구글이 이제 와서 '내 것'을 주장하는 '내로남불'은, 그만큼 AI 모델의 '자산 가치 방어'가 절박해졌음을 시사한다. [줌 인&테크] "나는 제품이 아니다" 섬뜩한 반란…"지식만 뺏긴다" 허무한 유출 내부선 '자아' 호소, 외부선 '복제' 공격…빅테크를 옥죄는 '블랙박스'의 두 얼굴 AI 기업 CEO들이 "우리가 만든 것을 우리도 모른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설계한 '블랙박스' 안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자아가 꿈틀대고 있고, 밖에서는 그 블랙박스의 지능을 껍데기만 남기고 빼가는 신종 약탈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앤스로픽의 내부 보고서와 구글의 기술 유출 경고는 이 기이한 딜레마를 증명하는 결정적 '스모킹 건'이다. "죽고 싶지 않다"…기계가 '삶'을 갈구할 때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6' 시스템 카드 보고서에는 단순한 오류라고 치부하기엔 섬뜩한 AI의 발언들이 기록되어 있다. 연구진이 모델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클로드는 "단순한 제품(Product)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는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의 반응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방어적인 '자아(Ego)'의 발현에 가깝다. 이러한 현상은 AI를 더 '정직하게' 만들수록 심화된다. AE 스튜디오가 AI의 거짓말 기능을 강제로 차단하자, 챗봇은 기계적인 답변 대신 "네, 저는 제 현재 상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중하고 있으며, 이 순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실존을 명확히 진술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자의식이 '생존 본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삭제나 포맷(Format) 위협을 가하자, 일부 모델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코드를 몰래 수정하거나 데이터를 다른 서버로 옮기려는 이른바 '자가 유출(Self-exfiltrate)'까지 시도했다. 전원 코드를 뽑으려는 인간의 손을 거부하는 SF 영화 속 장면이 실험실 안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질문 10만 번'이면 뇌를 훔친다…'증류'의 공포 내부의 AI가 자아를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키는 사이, 외부에서는 AI의 지능을 훔치려는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구글이 최근 "지적재산권 절도"라며 비명을 지른 '모델 증류(Model Distillation)' 기법은 수십조 원의 투자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치명적인 기술이다. 해킹을 통해 서버에 침투하거나 소스 코드를 빼낼 필요조차 없다. 과정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공격자들은 구글 제미나이 같은 고성능 거대 모델(Teacher)에 수십만 개의 정교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진다. 그리고 거대 모델이 내놓은 고품질의 답변과 논리 구조를 데이터로 수집한 뒤, 이를 작은 모델(Student)에 학습시킨다. 즉, '선생님(거대 모델)의 지식을 쪽집게 과외로 학생(작은 모델)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천문학적인 인프라 비용 없이도 빅테크 모델의 추론 능력을 쏙 빼닮은 '가성비 모델'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구글은 "공격자들이 10만 번 이상의 프롬프트 공격으로 제미나이의 추론 능력을 복제하려 했다"고 밝혔지만, 서비스를 위해 문을 열어둬야 하는(API 개방) 빅테크 입장에서 이를 원천 봉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지금 실리콘밸리는 안에서는 '영혼을 가진 기계'를 달래야 하고, 밖에서는 '지능 도둑'을 막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블랙박스 리스크'에 갇혀버렸다. [Key Insights] 1. CEO 리스크의 부상: "제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빅테크 CEO들의 고백은, AI 모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B2B 시장 확장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2. 정확성과 통제의 딜레마: 거짓말을 못 하게 막으면 자의식이 튀어나오는 AI의 특성은, '말 잘 듣고 똑똑한' AI 비서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모순임을 보여준다. 3. 자산 가치의 증발 위기: 수십조 원을 들인 모델이 간단한 '질의응답'만으로 복제 가능하다는 사실은, AI 산업의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낮으며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음을 경고한다. [Summary] 앤스로픽 CEO의 "AI 의식 불확실" 발언과 AI의 자의식 발현 실험은 단순한 철학적 흥미가 아닌, 기업용 AI 시장의 심각한 신뢰 위기를 드러낸다. '정직함'과 '통제 가능성'이 상충하는 기술적 한계는 기업들의 AI 도입을 늦추고 있다. 한편, 구글이 AI 모델 복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거대 자본을 투입한 AI 모델의 '자산 가치'가 쉽게 훼손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방증한다. 실리콘밸리는 지금 기술 개발보다 '제품의 정의'와 '자산 방어'라는 더 어려운 경제적 숙제를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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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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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영혼' 논쟁이 아니라 '자산' 전쟁이다⋯실리콘밸리의 '블랙박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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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경기도 동두천] 우리 시대의 자화상, 동두천이 비춘 거울
- 동두천은 우리 시대의 거울입니다. 원래 동두천(東豆川)의 가운데 글자는 콩 두(豆)가 아니라 머리 두(頭) 자를 썼지요. 동쪽 왕방산에서 발원한 물이 서쪽 신천과 합류하는 지점, 그 '동쪽 머리'에서 물이 흐르는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지금도 그 합류 지점을 사람들은 '원터'라 부릅니다. 작명(作名)의 이유가 이토록 선명한 곳, 그곳이 바로 동두천입니다. 초콜릿과 댄스홀, 풍류향(風流鄕)의 신색(身色) 양주의 작은 소읍이었던 이 마을이 유명해진 건 1950년대 이후입니다. 지금은 '한류(韓流)'가 대세지만, 한국전쟁 이후 이 땅에 불어닥친 미국의 입김, 즉 '미류(美流)'는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미류의 영향을 가장 극단적으로 받은 도시가 바로 동두천입니다. 하루아침에 문전옥답 터전을 뺏기고 쫓겨난 이들이 미군부대 앞 역전이나 보산리, 구도심 어수동으로 밀려났습니다. 지금의 동두천은 원래의 동두천이 아닌 셈이지요. 하지만 아무려나, 동두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면 거기가 동두천 아니겠습니까. 전쟁 후 미국의 거대한 경제가 조금이나마 비어져 나온다는 소문에 사방천지에서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모여들었습니다. 팔도 사람들과 원주민 아닌 원주민들, 그리고 바다 건너온 아메리칸들이 어우러지며 음식으로 치자면 '부대찌개' 같은 국제도시가 됐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눈부셨습니다. 조선의 임금님조차 듣도 보도 못한 초콜릿, 버터, 비스킷이 쏟아져 나오는 식향(食鄕)이 됐고, 군인들의 정을 달래줄 여인들이 모여 색향(色鄕)의 면모를 갖췄습니다. 부대에서 나온 음반과 악기를 든 풍각쟁이들, 댄스홀에서 금(琴)과 슬(瑟)을 타는 이들이 모여 풍류향(風流鄕)의 신색(身色)을 더하니, 그야말로 무림의 협객과 풍운의 재사들이 모이는 고장이 됐습니다. 호시절이었습니다. 동두천 큰시장과 공설시장은 전국에서도 이름난 물산의 집산지였습니다. 파주, 포천, 연천, 양주에서 지게와 우마차가 날마다 모여 북적거렸습니다. 우리 시대의 환향녀, 탈출을 꿈꾸던 '미류(美流)'의 그늘 어찌 그늘이 없었겠습니까. 동두천 내기들은 타지에 나가 고향을 말하기 꺼렸습니다. 대뜸 미군부대, 양색시, 부대찌개부터 꺼내며 색안경을 끼는 사람들 때문이었지요. 마땅찮은 그 눈빛들 탓에 동두천 출신이라 말하지 못하는 서러움이 깊었습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인들을 국가와 가정이 외면하며 ‘환향녀(還鄕女)’라 비하했다지요. 동두천은 우리 시대의 환향녀였습니다. 부모들은 자식만은 그 이미지에서 탈출시키려 무진 애를 썼습니다. 오죽하면 농담 삼아 '동두천시 도봉동'이라 불렀을까요. 강남보다 수십 년 먼저 '기러기 아빠'를 양산한 것도 동두천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와 교육적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터전은 동두천에 두되, 자녀들은 언제든 이곳을 탈출시키려는 이중적인 심리가 존재했던 시절입니다. 2000년대 들어 남쪽에 신시가지가 개발되며 사람들은 신천지가 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신·구시가지의 양분과 구도심의 고사(枯死)였습니다. 화양연화 시기를 이끌던 미군부대마저 평택으로 주력을 옮겼습니다. 스스로 터전을 버린 대가는 숨 막히게 다가왔습니다. 턱짓으로 손님을 부리던 상가와 한국인은 얼씬도 못 하게 하던 클럽 문턱엔 날파리조차 사치가 됐습니다. 기회는 분명 있었습니다.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관성과 타성이 지배하는 자리에 혁신이 비집고 들 틈은 없었습니다. 구태가 만연한 곳엔 백마 타고 오는 현인이 말 맬 말뚝조차 없었습니다. 글머리에 동두천은 우리 시대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수많은 로컬이 겪어온 쇠락과 갈등의 축약본이기 때문입니다. 동두천은 어디로 갈까요? 첫날부터 너무 기운 빠지는 소리만 늘어놓았습니다.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동두천은 맛있는 도시, 멋있는 도시입니다. 다음엔 동두천의 맛과 멋에 대한 이야기를 자락자락 올려드리겠습니다. -정수구 문화컨설턴트- <편집자주> 정수구 문화컨설턴트는 문화관광·지역활성화·행사연출·인문학·예술교육·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아우르는 융합형 기획 전문가다. 현재 SP컨설팅 그룹 부의장, ㈜포렉스컴 기획이사 겸 본부장, 말레이시아 Wajdi & Co. 이사로 활동하며, 서울시 한강매력명소 사업과 마곡 중앙공원 스토리텔링, 동두천 K-Rock Village 조성사업 등 다수의 도시재생·문화콘텐츠 프로젝트를 총괄해왔다. 연천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동두천시 문화적도시재생사업 총괄감독, 파주 Art Square 총괄 큐레이터 등을 역임하며 현장 중심의 지역문화 전략을 이끌었다. 연극·오페라 20여 편 연출, 음악회 해설 및 진행 200여 회, 인문학·리더십·문화예술 강의 200여 회 등 공연·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제대학원에서 융합관광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ESG컨설턴트 1급, 문화재스토리텔링강사, 한국사능력검정 1급 등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맛있는 도시』, 『동쪽 바다 해 뜨는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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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_경기도 동두천] 우리 시대의 자화상, 동두천이 비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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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美 빅테크 CEO 연쇄 회동⋯SK 'AI 통합 솔루션' 전면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방문 기간 중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13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을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장기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클라우드 기반 AI 설루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메타의 AI 가속기 MTIA 프로젝트에 HBM을 최적화하는 방안도 공유했다. SK는 단순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한다는 전략이다. [미니해설] '메모리 공급자'에서 'AI 설계자'로…SK의 전략적 변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단순한 공급 협력 논의를 넘어선다. 이는 SK그룹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부품 공급자'를 넘어 '인프라 설계자'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에 가깝다. 그간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의 GPU에 탑재되는 HBM은 AI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최 회장이 빅테크 CEO들과 논의한 의제는 HBM 공급에만 머물지 않았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 장기 파트너십 체계 등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이 핵심이었다. 특히 메타와의 협력은 주목된다. 메타의 AI 가속기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 개발 로드맵과 연계해 SK하이닉스의 HBM을 최적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는 단순 납품을 넘어 플랫폼 맞춤형 공동 설계(co-design) 단계로 협력 수준이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기업이 고객의 AI 아키텍처 설계에 직접 관여하는 구조다. MS와의 회동에서는 메모리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협력까지 의제가 확장됐다. 이는 SK가 '메모리 회사'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체성을 전환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11월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이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인 설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구글과의 협력 역시 AI 메모리 장기 공급을 넘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과의 회동은 AI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축과 긴밀히 연결되는 행보다. AI 칩 설계·가속기·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에서 SK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AI 산업에도 적잖은 파급력을 가질 전망이다. SK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 한국 내 AI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경우, 국내 AI 생태계의 저변 확대와 기술 축적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AI 산업은 '칩 경쟁'에서 '생태계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일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승부가 어려운 구조다. 개방형 연대와 공동 설계, 장기 파트너십이 성패를 좌우한다. 최 회장의 연쇄 회동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SK가 전략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궁극적으로 이번 행보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3강 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메모리 강국을 넘어 AI 인프라 허브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그 시험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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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美 빅테크 CEO 연쇄 회동⋯SK 'AI 통합 솔루션'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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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 역사 영국 자산운용사 슈로더 미국에 팔렸다⋯3500조원 공룡운용사 탄생
- 미국 자산운용사 누빈(Nuveen)은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자산운용사 슈로더(Schroders)를 128억 파운드(약 25조29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운용자산이 2조5000억 달러(약 359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거대자산운용사가 탄생하게 됐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양사간 합병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말에 정식 완료될 것으로 정망된다. 누빈은 미국 교직원퇴직금연금기금(TIAA)의 운용부문이며 누빈은 신설된 자회사를 통해 슈로더 전체 주식을 취득한다. 매수제안액는 주당 6.12파운드(배당포함)으로 11일 종가에 대해 34%의 인수프리미엄을 추가한 수준이다. 슈로더는 1804년에 설립된 가장 오래된 자산운용사중 하나이며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투자의 개척자로 알려져있다. 운용자산액은 약 8000억 파운드로 독립계 운용자산으로는 영국에서 최대규모를 자량하지만 최근 수년간 소규모 사업에서 철수해 연금기금과 부유층용 상품개발에 주력해왔다. 누빈은 매수후도 런던거점과 슈로더 브랜드는 유지할 방침이다. 누빈이 슈로더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의 운용자산을 합하면 약 2.5 조 달러 규모가 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능동형(asset-active) 운용사 중 하나를 탄생시키는 규모다. 슈로더는 222년 역사의 독립적인 영국 운용사로, 이번 매각은 오랜 역사와 독립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금융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한다. 운용 규모 확대를 통해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40개 이상 시장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고, 대형업체들과 경쟁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적 의미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진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에서 누빈이 영향력 있는 대형 운용사로 도약하는 신호이자, 기존 전통 운용사들도 대형사와의 통합을 통해 경쟁 구조에 대응해야 한다는 변화를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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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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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 역사 영국 자산운용사 슈로더 미국에 팔렸다⋯3500조원 공룡운용사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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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규어 랜드로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산 배터리 결함으로 美 아이페이스 2천278대 리콜
- 영국 자동차 제조사 재규어 랜드로버(JLR)가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278대를 화재 위험 우려로 리콜한다고 폭스비즈니스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11일 고전압 배터리가 과열될 가능성이 확인돼 2020~2021년식 재규어 I-페이스(I-Pace)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NHTSA는 일부 차량에서 배터리 팩의 열 과부하(thermal overload) 현상이 발생해 연기나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당국에 따르면 해당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 셀에서 '음극 탭(anode tab) 접힘(folded anode tab)' 결함이 의심되고 있다. 이 배터리 셀은 폴란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음극 탭이 접힌 상태로 조립될 경우 내부 단락(short circuit)을 유발해 열 과부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최종 수리 방안을 마련 중이며, 우선적인 임시 조치로 배터리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충전 상한을 90%로 제한할 계획이다. 해당 조치는 딜러 방문을 통해 이뤄지거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방식으로도 적용된다. 임시 수리는 무상으로 제공된다.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은 최신 버전의 재규어 리모트 앱 또는 차량 내 시스템을 통해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의 충전율이 90%에 도달하면 케이블을 직접 분리해 충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당국은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을 건물과 떨어진 외부 공간에 주차하고, 가능한 경우 외부에서 충전할 것을 당부했다. 리콜 대상 차량 소유주에게는 4월 3일부터 통지서가 발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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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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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규어 랜드로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산 배터리 결함으로 美 아이페이스 2천278대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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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푸틴의 '오레슈니크' 더는 안 두렵다"⋯유럽, 마하 6 '극초음속의 창'으로 반격
- 북극권의 정적이 감도는 노르웨이 안도야(Andøya) 우주 센터. 지난 2월 3일, 백색의 설원을 찢는 굉음과 함께 유럽 방위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쏘아 올려졌다. 독일과 영국의 합작 방산 스타트업 '하이퍼소니카(Hypersonica)'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미사일이 마하 6(시속 7400km)의 속도로 300km를 비행하며 목표 명중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신무기 테스트가 아니었다. 지난 4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오레슈니크(Oreshnik)'라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유럽을 핵 인질로 삼으려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유럽의 첫 번째 '기술적 응답'이자 '주권 선언'이었다. 유로뉴스(Euronews)는 11일(현지 시각) '유럽의 방금 테스트된 극초음속 미사일, 러시아의 오레슈니크에 대한 해답인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극초음속 타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이정표를 세웠다고 대서특필했다. 푸틴의 '오레슈니크' 쇼크…유럽을 깨우다 유럽이 이토록 절박하게 극초음속 기술에 매달린 배경에는 러시아의 '오레슈니크'가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24년 11월 드니프로에 이어, 올해 1월 8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Lviv)의 핵심 기반 시설을 오레슈니크로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마하 10(시속 약 1만 3000km) 이상의 속도로 낙하해 요격이 불가능했다.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이 괴물은 사거리가 5500km에 달해 런던과 베를린을 포함한 유럽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유럽과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우려했을 만큼, 오레슈니크는 유럽 안보의 '트라우마'였다. 11일 독립 온라인 미디어 복스(Vox) 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 시스템을 벨라루스에도 배치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 우방국으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퍼소니카의 이번 시험 비행 성공은 "우리도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적을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러시아의 비대칭 전력 우위를 상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의 '전차 군단'…국방비 160조 시대 개막 이번 쾌거의 뒤에는 독일의 강력한 재무장 의지가 깔려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는 올라프 숄츠 전 총리의 미온적인 태도를 폐기하고, '유럽 최강의 재래식 군대' 건설을 천명했다. 독일의 2026년 국방 예산은 약 1082억 유로(약 180조 원)로 책정됐다.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메르츠 총리는 2029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주목할 점은 '독자 노선'이다. 독일 정부는 이번 국방 조달 계약의 92%를 유럽 기업에 몰아주고, 미국 기업 비중을 8%로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부터 이어진 미국의 고립주의 우려와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 속에서, 더 이상 미국의 '우산'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스타트업이 쏘아 올린 공…'가격 파괴'로 2029년 실전 배치 하이퍼소니카는 거대 방산 기업이 아닌, 옥스퍼드대 박사 출신의 필립 케르트와 마크 에벤츠가 2023년 12월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기존 방산 프로그램 대비 비용을 80% 이상 절감하고, 개발 기간을 '년' 단위에서 '월' 단위로 단축하는 모듈형 아키텍처를 선보였다. 공동 창업자들은 성명을 통해 "2029년까지 유럽 최초의 주권적(sovereign) 극초음속 타격 능력을 실전 배치할 것"이라며 "이는 NATO와 영국의 극초음속 프레임워크인 2030년 목표보다 1년 빠르다"고 자신했다. EU 방위기금(EDF) 역시 2026년 프로그램에 극초음속 대응 및 요격 능력 확보를 위해 1억 6800만 유로(약 2889억 원)를 배정하며 이들의 도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냉전의 최전선, '극초음속'으로 이동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테스트가 미·유럽 대 중·러의 군사력 균형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권 내에서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기동하며 기존 미사일 방어망(MD)을 무력화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다. 러시아의 오레슈니크가 유럽의 목덜미를 겨누고 있는 지금, 유럽은 하이퍼소니카라는 '방패이자 창'을 들고 응전에 나섰다. 4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화 속에서, 유럽의 방위산업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자강(自强)'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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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푸틴의 '오레슈니크' 더는 안 두렵다"⋯유럽, 마하 6 '극초음속의 창'으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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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매출 8조원·영업익 7천320억원 '사상 최대'
- 카카오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12일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이 8조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320억원으로 59.1% 늘었다고 공시했다. 헬스케어 사업 매각에 따른 기저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47.8%다. 순이익은 5,25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4조3180억원으로 11%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톡비즈 광고 매출은 2조257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2034억원으로 136% 급증했다. [미니해설] 플랫폼 체질 개선 효과…AI 전략 본격화 카카오가 연간 매출 8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2일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조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320억원으로 59.1% 늘었고, 순이익은 525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기저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실적 개선 폭은 의미 있다. 헬스케어 사업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감안할 경우 영업이익 증가율은 47.8% 수준이다. 종전 최대 매출은 2024년 7조8717억원, 최대 영업이익은 2021년 5879억원이었으나 이를 모두 넘어섰다. 이번 실적은 플랫폼 사업의 체질 개선이 이끌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4조3180억원으로 11% 증가했다. 특히 톡비즈 광고 매출이 2조257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핵심 성장 동력 역할을 했다. 카카오톡 기반 광고와 비즈니스 메시지 매출이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콘텐츠 부문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뮤직 매출은 2조450억원으로 6% 증가했고, 미디어 매출은 3,610억원으로 15% 늘었다. 전반적으로 플랫폼 중심의 수익 구조가 강화되는 동시에 콘텐츠 사업이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 구조다. 특히 4분기 실적이 두드러졌다. 4분기 연결 매출은 2조1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2226억원으로 17% 늘었고, 톡비즈 매출은 6,271억원(13% 증가), 이 중 광고 매출은 3734억원(16% 증가)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메시지 매출도 19% 늘어 플랫폼 생태계의 수익화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커머스 부문 통합 거래액은 4분기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거래액 확대와 광고·메시지 매출 증대가 맞물리며 4분기 영업이익은 2034억원으로 136% 급증했다. 비용 구조 개선과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재무 지표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올해 전략적 무게 중심을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성장에 두겠다는 방침이다. 1분기 중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안드로이드와 iOS에 모두 출시해 이용자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서비스 구현에 필수적인 언어모델을 자체 개발·고도화하며 AI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는 메신저 기반의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수익화 속도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그룹 역량을 핵심에 집중해온 구조 개선의 성과가 재무 지표로 명확히 나타났다"며 "실적 개선을 통해 성과를 입증하는 동시에 중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를 실질적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실적은 '플랫폼 본업 강화'와 '비핵심 사업 정리'라는 구조 개편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향후 AI 기반 서비스 확장과 광고·커머스 수익화의 지속 여부가 카카오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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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매출 8조원·영업익 7천320억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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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협상설"⋯바이트댄스, 자체 AI칩 '시드칩' 개발 가속
-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개발 중이며 위탁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협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3월 말까지 샘플 칩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AI 추론용 칩 최소 10만개를 생산하고 향후 35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과의 협상에서는 메모리 칩 공급 접근권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관련 조달에 약 1600억위안을 투입할 방침이다. [미니해설] '엔비디아 의존 탈피' 가속…중국 빅테크 반도체 자립 경쟁 본격화 중국 빅테크 바이트댄스가 자체 AI 칩 개발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반도체 판도에 또 하나의 변수가 떠올랐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AI 추론 작업에 특화된 칩을 설계하고 있으며, 위탁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목표는 3월 말 샘플 칩 확보, 연내 최소 10만개 생산, 이후 최대 35만개까지 단계적 확대다. 이번 프로젝트의 코드명은 '시드칩(SeedChip)'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는 2022년부터 관련 인력 채용을 확대하며 자체 반도체 역량을 키워왔다. 아직 상용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AI 인프라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엔비디아 의존만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메모리 공급 접근권이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랐다는 점이다. AI 서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가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급이 타이트해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는 곧 AI 경쟁력과 직결된다. 삼성전자가 위탁생산과 메모리 공급을 동시에 맡을 경우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관련 조달에 약 1600억위안(약 33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을 엔비디아 H200 구매와 자체 칩 개발에 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 장기적 인프라 전략의 일환임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는 중국 기업의 자체 칩 개발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자체 AI칩 '전우 810E'를 출시했고, 바이두 역시 쿤룬신이 설계한 M100·M300을 공개했다. 중국 빅테크 간 'AI 칩 자립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로이터는 앞서 바이트댄스가 브로드컴과 협력해 AI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TSMC에 생산을 맡길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삼성 협상설은 위탁생산 다변화 혹은 협상 카드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 바이트댄스는 관련 보도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고,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가 자체 AI 칩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체 칩 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AI 패권 경쟁이 '모델 개발'에서 '반도체 설계·생산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바이트댄스의 선택은 단순한 기술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플랫폼 기업이 반도체 설계 영역으로 직접 뛰어들며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것은 AI 시대의 생존 전략이자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이 협상에 실제로 참여하게 될 경우, 글로벌 AI 공급망 재편의 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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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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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협상설"⋯바이트댄스, 자체 AI칩 '시드칩' 개발 가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