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겨울비로 개화 시작
  • 벌·나비 등 수분매개자 없어 씨앗 못 맺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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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0일 촬영한 칠레 코피아포 지역의 꽃으로 뒤덮인 아타카마 사막 전경.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인 아타카마 사막은 이번 주 칠레 북부 지역에 내린 이례적인 비 덕분에 수 킬로미터 넓이가 보라색과 흰색 꽃으로 뒤덮였다. 사진=AFP/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 아카타마 사막에서 10년 만에 겨울철 개화 현상이 나타났다. 

 

남반구 가을에 애당하는 지난 4월 중순, 칠레 북부에 약 11mm의 비가 내린 후 아카타마 사막에서 최대 15년 동안 휴면 상태였던 식물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라이브사이언스와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 등 다수 외신이 전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종은 밝은 자홍색 꽃을 가진 '파타 데 과나코(Cistanthe grandiflora)'와 흰색 꽃을 피우는 '들판의 한숨(Nolana baccata)'이다. 이번 개화는 약 300~400㎢ 면적에서 발생했다고 칠레 국립산림청(Conaf) 아타카마 지부의 생물다양성 보존 및 과학 연구 책임자인 세사르 피사로가 밝혔다.

 
남반구에 있는 아카타마 사막의 개화는 겨울비로 인해 봄(9월~10월, 북반구는 가을 절기)에 발생하며, 200종 이상의 꽃이 약 15,000㎢에 걸쳐 만개한다. 이는 6월부터 8월 사이에 15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엘니뇨 현상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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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인 칠레 북부에 이번 주 비가 내린 후 아타카마 사막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 사진=라이브 사이언스/ 세사르 에스테반 피사로 가시투아

 

2015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가을 절기인 3월에 비가 내려 겨울에 식생이 활성화됐다. 같은해 7월과 8월에도 비가 내려 사막에 꽃이 앞다퉈 피어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예측에 따르면 엘리뇨와 라니냐가 모두 발생하지 않는 현재의 ENSO 중립 상태가 라니냐로 전환되기 전 한 달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는 가뭄이 재발하고 아타카마 사막이 이 기간동안 초목을 다시 활성화하기에 충분한 습도를 갖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앞으로 몇 주 안에 비가 오면 대기 습도가 평년보다 높아져서 9월에 꽃이 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에측할 수 없다는 것이 NOAA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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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년 7 월 6 일 칠레 아타카마 사막 코피아 포 인근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을 꽃과 식물로 채우는 '데시에 토 플로리도' (피는 사막)로 알려진 봄 현상을 앞두고 아타카마 사막에 특이하게도 겨울에 꽃이 피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구자들은 아카타마 사막의 식물들이 한겨울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원인 중 하나가 아마도 기후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 가톨릭 대학교 생태학 조교수인 마리아 페르난다 페레스는 가장 큰 문제는 벌이나 나비 등 꽃의 씨앗을 맺게 하는 수분매개자가 꽃이 피는 속도에 맞춰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했다. 페레스 교수는 "씨앗이 발아하고 꽃이 피지만 벌이나 나비 등 곤충 수분매개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씨앗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한겨울에도 꽃이 자주 피는 희귀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대부분 1년생 식물이 번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사막에서 식물이 아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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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30)] 한겨울 아카타마 사막, 10년 만에 꽃밭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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