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 빨라져 1초 잃는 '음의 윤초' 현상 발생 경고
- 전문가 "1초 제거하면 컴퓨터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
기후 변화로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의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NN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앞으로 몇 년 안에 1초를 잃는 음의 윤초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자구의 자전 속도가 바뀌고 그로 인해 시간 자체가 바뀐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날 학술 저널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윤초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윤초가 3년 늦어져 2026년에서 2029년으로 늦춰진다고 밝혔다.
하루를 결정하는 시간과 분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그 회전은 일정하지 않아서, 지구 표면과 중심의 핵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따라 조금씩 변할 수 있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이같은 시간의 변화는 세계의 시계를 때때로 '윤초(1초를 더하거나 빼는 것)'로 조정해야 함을 의미하며, 이는 컴퓨팅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은 365일하고도 1초가 더 있는 해였다. 한국 시간으로 2017년 1월 1일에 1초가 추가됐다.
세계협정시(UTC)는 세슘 원자의 진동수를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오차(3000년에 1초)가 거의 없다. 원자시에 따르면 하루는 정확히 8만6400초다. 그런데 온난화 영향으로 인류는 처음으로 1초를 빼야할 위기에 처한 것. 1972년부터 26초의 윤초가 추가됐고 2017년 1월에 추가된 윤초는 27번째였다. 지금까지 음의 윤초가 실시된 적은 없다.
사상 첫 '음의 윤초' 도입할 수도
1972년부터 지금까지 윤초로 인해 27초가 추가됐으며 오랜 기간 둔화 추세를 보인 끝에 지구 중심 핵의 변화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이제 빨라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음의 윤초를 실시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국제 도량형국 시간 부서의 일원인 파트리샤 타벨라(Patrizia Tavella)는 연구에 첨부된 글에서 "음의 윤초는 추가되거나 테스트된 적이 없으므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전례가 없다"라고 적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고 지구물리학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저자인 던컨 애그뉴(Duncan Agnew)는 "지구 시간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변화들을 파악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는 세계협정시(UTC)를 사용해 시간대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UTC는 원자시계의 정확성에 기반하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도 반영한다. 그러나 지구 자전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UTC와 지구 자전 기반의 시간 차이에 미묘한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때때로 '윤초'를 추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의 자전 속도 변화는 주로 해저의 조수 마찰에 의해 영향을 받아 왔으며 이는 자전 속도의 저하로 이어졌다.
애그뉴 교수는 최근 인간이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열이 북극 얼음이 녹는 것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이 현상은 지구의 자전 속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음이 바다로 녹아내리면, 이 녹은 물이 극지방에서 적도 쪽으로 이동하면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더욱 느려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현상이 지구의 회전에 전례 없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인간 활동이 지구의 자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얼음이 녹아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지만 지구의 핵과 같은 다른 요소도 세계의 시간 측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지구 자전 속도 변화의 복합적인 원인을 시사한다.
지구의 핵, 외부 지각과 독립적으로 회전
액체상태인 지구의 핵은 단단한 외부 지각과 독립적으로 회전한다.
애그뉴는 지구 핵의 회전 속도가 느려지면 단단한 지각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해 전체적인 추진력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그리고 이것이 바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표면 아래 약 2897km(약 1800마일)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핵의 회전 속도 변화 원인 역시 분명하지 않다. 애그뉴는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분명한 것은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것이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추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지구의 자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가 음의 윤초, 즉 1초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음으로 직면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1초는 짧은 시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증권 거래와 같은 민감한 활동을 위해 설계된 컴퓨팅 시스템은 1000분의 1초까지의 정확성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컴퓨터 시스템은 1초를 추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1초를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시스템은 드물다. 음의 윤초가 도입되면 많은 시스템이 새로운 프로그래밍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는 오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애그뉴 교수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윤초를 제거해야 할 정도로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빙하학자인 스캄보스(Scambos) 박사는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으로 "지난 10년 간 지구의 핵 변화가 극지방의 증가하는 얼음 손실 추세보다 더욱 두드러진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그뉴는 "얼음이 지금처럼 많이 녹아 지구의 자전 변화가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으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라고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극소용돌이 궤도 변화
한편, 지난 27일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3월 초, 대기권의 기습적인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극소용돌이의 궤도가 변경됐다. 이는 최근 발생한 가장 극단적인 대기권 변화 중 하나로 기록됐다.
라이브사이언스는 차가운 공기를 담은 극소용돌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존 급증'이 전 세계 기상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과거, 북극을 둘러싼 차가운 공기의 회전 덩어리인 극소용돌이의 붕괴는 미국의 전역에 걸쳐 극심한 추위와 폭풍을 초래했다.
극소용돌이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북극 상공에서는 기록적인 '오존 증가' 현상이 관측됐다.
극소용돌이는 주로 겨울철에 가장 두드러지며 지표면에서 약 50km(약 30마일) 위까지 대기의 두 번째 층인 성층권까지 확장된다.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이 소용돌이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최대 풍속은 약 250km/h로, 5등급 허리케인과 비슷한 속도다. 유사한 극소용돌이 현상은 남반구의 겨울 동안에 남극 주변에서 발생한다.
기상청은 극소용돌이는 때때로 일시적으로 방향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갑작스러운 성층권 온난화(SSW)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때 성층권의 온도가 화씨 90도(섭씨 50도)만큼 상승할 수 있으며 짧게는 며칠, 몇 주 또는 길게는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음의 윤초 도입에 앞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더욱 시급한 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