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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3회)
- 맑음주 한 사발과 그 밤, 논골담길 시작 천하일미라는 이름은 내가 붙이지 않았다. 그 집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이름이었다. 천하제일의 맛. 허풍처럼 들리지만, 막상 그 평상보다 편한 뒷방에 앉아 한 사발 받아 들면 그 허풍이 사실이 된다. 내가 그 장소를 5년 정도 드나들며 친구들과 보탠 이름은 따로 있다. 맑음주. 이름 없이 팔리던 그 막걸리에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맑다'는 형용사가 막걸리에 붙으면 이상할 것 같지만, 그 술은 실제로 맑았다. 탁하지 않고, 무겁지 않고, 마실수록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 묘한 술. 한참을 마시다 배부르면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바람을 한번 훔치면 특유의 알코올은 달아난다. 천하일미에서만 생산하는 묵호의 바닷바람을 닮은 유일한 막걸리다. 2010년 초, 나는 그 뒷방에서 묵호를 고민하고 있었다. 고(故) 김인복 통장을 처음 만난 것도 그 집이었다. 통장이라는 직함이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너무 작았다. 그는 묵호 논골을 손바닥처럼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느 집이 언제부터 비었는지, 어느 골목이 예전에 어떤 소리를 냈는지, 누가 이 언덕에서 태어나 이 언덕에서 늙어가는지. 그 기억들이 그의 몸 안에 살아 있었다. 나는 그날 밤 그 기억을 막걸리 안주 삼아 들었다. 그가 훗날 10년이 넘도록 논골담길 해설을 무료로 해주리라는 그것을 그때는 몰랐다. 스타 해설사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논골 이야기는 관광 안내가 아니었다. 증언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있는 목소리로 전하는, 그 언덕의 시간 들. 방문자들은 그의 해설을 들으며 사진을 멈췄다. 마포에서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마포종점', 춘천에서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소양강 처녀'를 불러주던 그분, 우리는 늘 박수로 환영하며 맞이했다. 그것이 논골담길이 다른 골목과 달랐던 이유 중 하나였다. 지금 그는 없다. 그 목소리는 이제 이 골목 어딘가에 스며서, 바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날 밤 천하일미 뒷방 원탁에는 몇 분의 통장님들이 더 계셨다. 이름을 일일이 부르지 않아도, 그 자리의 무게는 기억한다. 막걸리가 몇 순배 돌았고, 말이 많아졌다가 적어졌다가, 다시 많아졌다. 묵호 이야기가 나왔다.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 빈집 이야기, 아이들이 없어지는 이야기. 누군가 한숨을 쉬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그 웃음이 슬펐다. 나는 그 자리에서 듣는 사람이었다. 기획자로서가 아니라, 그냥 막걸리를 앞에 둔 한 사람으로. 그러나 그 듣기가 기획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좋은 기획은 언제나 듣기에서 시작한다. 말하기에서 시작한 기획은 대부분 무대가 되고, 듣기에서 시작한 기획은 간혹 장소가 된다. 그 밤이 길어질수록, 나는 이 골목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이 골목이 사라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 차이가 크다. 전자는 기획자의 언어이고, 후자는 사람의 언어다. 그날 밤 천하일미에서 나는 기획자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며칠 후 나는 공모사업 공고를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함께 진행하는 생활 문화 전승 공모사업이었다. 지역의 생활 문화를 발굴하고 전승하는 사업. 나는 묵호 논골을 떠올렸다. 이 언덕 위의 삶, 이 골목의 냄새와 소리, 통장님들의 목소리 안에 살아있는 기억들. 이것이 생활 문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기획서를 썼다. 그 기획서의 첫 문장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다. 한 줄은 기억난다. "묵호 사람의 절반은 무덤이 없다"였다. 하지만 그 기획서를 쓰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천하일미 뒷방 원탁과 묵호의 먹태와 검은 막장, 맑음주 한 사발, 그리고 고 김인복 통장의 목소리. 공모에 선정되었다. 그것이 논골담길의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논골담길은 공모사업으로 시작했지만, 공모사업 따라서 생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막걸리 한 사발 때문에 생겼다. 밤새 이어진 묵호 이야기 때문에, 한숨과 웃음이 섞인 그 자리 때문에,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공모사업은 그 마음에 예산을 붙여준 것이었다. 마음이 먼저였다. 그 순서가 중요하다. 지역 재생 사업의 많은 실패는 예산이 마음보다 먼저 왔을 때 생긴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기획이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앞질러 갈 때, 공간은 무대가 되고 사람은 소품이 된다. 나는 그 순서를 천하일미에서 배웠다. 맑음주 한 사발이 가르쳐준 기획론이었다. 지금 천하일미는 아랫마을 부곡 로터리 작은 언덕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상과 뒷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술맛은 아직도 그 맛이다. 이름은 내가 붙였지만, 맛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그 집 고유의 맛이 있고, 그 맛이 지금도 사람들을 천하일미로 이끈다. 논골담길이 유명해진 후에도 그 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 변하지 않음이, 이 동해에서 가장 믿음직한 것 중 하나다. 나는 가끔 그곳을 다시 앉는다. 맑음주 한 사발을 앞에 두고, 지금은 없는 목소리들을 생각한다. 고 김인복 통장이 해설하던 목소리, 통장님들이 나누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 밤, 이 언덕에 울려 퍼지던 묵호의 소리. 기획은 그 소리에 빚지고 있다. 나는 아직 그 빚을 다 갚지 못했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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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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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4)] 전력 먹는 하마 된 데이터센터, '유리'와 'DNA'로 구원할까
- 스마트폰에서 '클라우드(Cloud)' 아이콘을 누를 때, 우리는 흔히 하늘에 떠 있는 푹신하고 가벼운 구름을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의 클라우드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그것은 축구장 몇 배 크기의 거대한 창고 안에서, 에어컨이 뿜어내는 매서운 냉기를 맞으며 굉음을 내고 돌아가는 수십만 대의 시커먼 철제 서버(Server)들이다. 우리가 무심코 저장하는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사진, 챗GPT와 나눈 대화들은 모두 이 물리적인 서버의 하드디스크에 쌓인다. 그리고 이 기계들이 과열되어 불타지 않게 식히는 데만 천문학적인 전기가 소모된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 인류는 지식을 축적할수록 지구가 뜨거워지는 무서운 역설에 직면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고는 섬뜩하다. 현재 전 세계 전력의 1.5%를 먹어 치우는 데이터센터는 불과 4년 뒤인 2030년, 그 수요가 두 배로 폭증할 전망이다. 이때 뿜어져 나오는 탄소 배출량은 약 25억 톤. 미국 전체가 1년 동안 내뿜는 매연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이다. 이 거대한 에너지 재앙을 막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실리콘과 반도체를 버리고, 가장 원초적인 물질인 '유리(Glass)'와 생명의 설계도인 'DNA'에서 궁극의 해법을 찾고 있다. 아무도 안 보는데 전기를 먹는다? '콜드 데이터'의 딜레마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우리가 생산하는 데이터의 성격을 뜯어봐야 한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의 최대 80%는 '콜드 데이터(Cold Data)'로 분류된다. 당장 오늘 꺼내볼 일은 없지만, 법적 의무나 백업을 위해 지워서는 안 되는 정보들이다. 은행의 15년 전 이체 내역, 병원의 옛날 X레이 사진, 혹은 당신이 10년 전 헤어진 연인과 주고받은 메일함 속 편지들이 모두 콜드 데이터다. 현재 이 콜드 데이터는 대부분 하드디스크(HDD)나 자기 테이프에 저장된다. 진짜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하드디스크는 데이터를 그저 '가만히' 쥐고 있는 데도 끊임없이 전기를 먹는다. 테이프 역시 16~25도의 쾌적한 온도를 365일 내내 유지해 줘야 곰팡이가 슬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심지어 10여 년이 지나 수명이 다하면, 데이터를 새 테이프에 옮겨 적고 헌 테이프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숨 쉬게 하려고 오늘날의 막대한 에너지를 태우고 있는 셈이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억…유리에 새기는 '5차원(5D) 메모리'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피터 카잔스키(Peter Kazansky) 교수는 투명한 '유리'에서 이 전력 낭비를 멈출 마법을 찾아냈다. 보통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면 가로와 세로, 2차원(x, y)으로 정보가 기록된다. 책을 여러 장 겹치면 깊이가 생겨 3차원(z)이 된다. 카잔스키 교수는 특수한 초고속 레이저를 유리에 쏴서 미세한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여기에 빛이 튕겨 나가는 '방향(편광)'과 빛의 '밝기(강도)'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이것이 바로 '5차원(5D)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비유하자면, 하나의 점(Pixel) 안에 글자 하나만 적는 게 아니라, 그 점이 뿜어내는 빛의 색깔과 반짝임의 정도에 따라 수십 권의 책을 압축해서 구겨 넣는 식이다. 이 '메모리 크리스털(Memory Crystal)'의 위력은 엄청나다. CD만 한 5인치 유리판 한 장에 자그마치 360테라바이트(TB)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고화질 영화 약 7만 편 분량이다. 가장 위대한 점은 '전력 소모가 0'이라는 것이다. 데이터를 새길 때만 레이저를 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할 뿐, 한 번 새겨진 유리는 전원 플러그를 뽑아도 1만 년 이상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다. 끓는 물에 넣어도,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2017년부터 이 기술을 차세대 저장 장치로 점찍고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값비싼 특수 유리가 아닌, 집에서 쓰는 내열 오븐용 유리(보로실리케이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성공해 상용화의 문턱을 한층 낮췄다. 찻숟가락 하나면 전 세계 데이터를 품는다…'DNA 저장소' 유리와 함께 꼽히는 또 다른 혁신은 놀랍게도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은 '0'과 '1'의 조합이다. 과학자들은 이 디지털 언어를 DNA를 구성하는 4개의 알파벳(A, T, G, C)으로 번역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예컨대 00은 A, 01은 C, 10은 G, 11은 T로 규칙을 정한다. 그리고 컴퓨터 파일의 0과 1 배열에 맞춰 실제 인공 DNA 분자를 합성해 액체나 분말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다. 나중에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유전자 검사를 하듯 DNA 염기서열을 읽어내 다시 0과 1로 번역하면 그만이다. DNA 저장의 가장 큰 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축률'이다. DNA 단 1그램(g)에는 무려 215페타바이트(PB)의 데이터가 들어간다. 이론적으로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DNA 분말만 있으면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의 정보를 다 담을 수 있다. 또한 매머드 화석에서 수만 년 전 DNA를 추출하듯, 냉각 장치 없이 서늘한 곳에 두기만 하면 수천 년을 버틴다. 자연이 만들어낸 궁극의 USB인 셈이다. 기술의 장벽, 그리고 남겨진 '선택의 문제' 물론 당장 내년 백업을 유리나 DNA에 할 수는 없다. 유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는 아직 기존 하드디스크에 한참 못 미친다. DNA 저장은 데이터를 기록(합성)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과 긴 시간이 든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과대학의 타니아 말릭(Tania Malik) 교수는 "이 혁신적 기술들이 기존의 저장 장치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인프라 교체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기술적 한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데이터를 대하는 '태도'다. 우리는 언젠가 완벽한 영구 저장 장치를 갖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매일 쏟아내는 수백억 개의 의미 없는 스팸 메일과 흔들린 사진들까지 영원히, 지구의 에너지를 축내며 보관해야 할까? 데이터 폭증 시대, 과학기술은 무한한 저장 공간을 약속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술은 인류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후세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유리와 DNA라는 영원의 기록장치 앞에서, 진정으로 걸러내야 할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류의 정보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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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4)] 전력 먹는 하마 된 데이터센터, '유리'와 'DNA'로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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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어사 메이저, 대량 생산형 극초음속 미사일 '해복' 공개⋯비용·속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미국 극초음속 추진 전문 기업 어사 메이저(Ursa Major)가 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차세대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 '해복(HAVOC)'을 공개했다.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Interesting Engineering)에 따르면, 어사 메이저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항공우주군협회 공중전 심포지엄(AFA Air Warfare Symposium)에서 해복을 소개하며 고속 성능과 생산 확장성을 결합해 미군의 즉각적인 작전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해복은 실전 무기와 훈련·시험용 극초음속 표적이라는 이중 용도로 설계됐다. 어사 메이저는 이 같은 이중 활용 접근 방식이 긴박한 전장 요구에 응답하는 동시에 미국 방산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스파뇰레티(Chris Spagnoletti) CEO는 "적대 세력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정교한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신속한 납품 능력, 가격 경쟁력, 그리고 규모 있는 생산 능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해복은 처음부터 신속하고 대량으로 생산되도록 설계된 고성능 극초음속 무기"라고 강조했다. 드레이퍼 액체로켓 엔진·적층 제조 공정…'양산형 극초음속'의 핵심 무기 해복의 핵심은 어사 메이저가 독자 개발한 '드레이퍼(Draper)' 액체로켓 엔진이다. 저장성이 뛰어난 추진제를 사용하는 이 엔진은 기존 공기흡입식(Air-breathing) 극초음속 추진 기관과 비교해 제작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다. 어사 메이저는 설계 단계부터 적층 제조(3D 프린팅) 등 현대적 생산 공정을 전면 적용해 소수의 고가 시제품이 아닌 신속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기 체계를 구현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주목되는 특징은 부스트·순항·종말 단계를 포함한 비행 전(全) 구간에 걸친 자유로운 추력 조절(Throttle)과 재점화 능력이다. 이 유연한 엔진 제어 능력 덕분에 해복은 극초음속 비행 시 발생하는 극심한 열 부하를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기존 극초음속 무기의 필수 요소로 여겨졌던 고가의 열차폐 시스템(TPS)이 불필요하다. 이는 공급망 단순화와 단가 절감으로 직결되는 핵심 요인이다. 또한 대기권 내외를 모두 비행하는 엔도·엑소대기권(Endo- & Exoatmospheric) 비행 능력을 갖춰 부스터 구성에 따라 수백 마일 이상의 작전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모듈형 아키텍처로 육·해·공 전 플랫폼 통합…AFRL과 저비용 신속 시연 프로그램 진행 중 해복은 모듈형 아키텍처를 채택해 다양한 고체 로켓 부스터와의 결합이 자유롭다. 전투기·폭격기 등 공군 항공기는 물론, 해군 함정의 수직발사시스템(VLS), 육군 지상 발사대까지 폭넓은 플랫폼에 통합 운용이 가능하다. 어사 메이저는 10년 이상의 극초음속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의 '해들리(Hadley)' 액체로켓 엔진은 이미 실제 극초음속 비행 환경에서 추진 성능을 검증했다. 현재 미 공군연구소(AFRL)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저비용 신속 미사일 시연(ARMD·Affordable Rapid Missile Demonstrator)'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미사일 체계의 신속 설계·생산 역량을 입증하고 있는 해복은, 적대 세력의 기술적 진보에 맞서 물량과 속도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미군의 전략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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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어사 메이저, 대량 생산형 극초음속 미사일 '해복' 공개⋯비용·속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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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50% 동결⋯한은, '인하 사이클' 사실상 종료 수순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인하 이후 완화 기조를 이어왔으나, 하반기 들어 6회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0%로 상향한 만큼 추가 인하 명분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1,400원대 환율 불안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인하 사이클 종료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니해설] 한은, 금리 2.50% 장기 고정…'완화 종료' 신호인가, 정책 전환의 분기점인가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2.50%로 또다시 묶었다.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동결 행보다. 겉으로는 '신중한 관망'이지만,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은 분명 달라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인하 사이클 종료 선언'으로 해석한다. 한은의 판단 근거는 성장 경로의 변화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0%로 올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소비심리 개선이 배경이다. 3분기 1.3% 성장으로 반등에 성공한 이후 4분기 일시적 역성장을 겪었지만, 대외 수요는 견조하다는 진단이다. 통화 완화의 핵심 명분이었던 '경기 급랭 위험'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금리 인하는 내수 부진과 관세 리스크, 정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지표는 최소한 추가 부양이 시급한 국면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더 중요한 변수는 금융안정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 폭은 둔화됐지만, 금리 인하는 곧바로 대출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다시 달굴 수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환율 역시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왔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수입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각종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이 완전히 진정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일부 인하 주장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성장 개선과 금융 불안 요인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금통위는 '동결을 통한 시간 벌기'를 선택했다.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추가 인하는 유보하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두 갈래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올해 내내 동결 유지론이다. 반도체 중심의 K자형 회복이 지속되고, 재정 확장이 병행될 경우 금리 인하 필요성은 더 줄어든다는 논리다. 또 다른 시각은 연말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성장률이 2%를 상회하고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질 경우 정책 방향이 반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조기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소비 회복이 완전하지 않고, 건설·내수의 체력이 충분히 복원됐다고 보긴 어렵다. 한은도 "상방과 하방 리스크를 모두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GDP 성장률 눈높이를 1.8%에서 2.0%로 0.2%포인트(p) 올려 잡았다. 이번 동결은 통화정책의 2단계 진입을 의미한다. 급격한 완화에서 벗어나 '균형 관리'로 옮겨가는 구간이다. 인하 사이클이 끝났는지 여부는 향후 2~3개 분기 지표가 결정할 것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반도체가 주도하는 양극화된 성장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 정책으로 경기 둔화 요인이 추가로 완충된다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할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사실상 금리 인하 국면은 마무리됐고, 올해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분명한 것은 한은의 정책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인하 여지는 사라지고, 부동산·환율 불안이 재점화되면 인상 압력까지 받을 수 있다. 2.50%라는 숫자는 단순한 금리가 아니다. 경기와 금융안정,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선택한 균형점이다. 이 균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정책 방향이 다시 바뀔지는 글로벌 변수와 국내 자산시장 흐름에 달려 있다. 지금은 멈춤의 시간이다. 그러나 멈춤은 종종 다음 움직임의 전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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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50% 동결⋯한은, '인하 사이클' 사실상 종료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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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펜타곤, 앤스로픽에 AI 무기화 통제 철폐 최후통첩
- 인공지능이 인간의 최종 승인 없이 살상 무기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가. 미래전의 근본적인 교전 수칙을 둘러싸고 미국 국방부 심장부와 실리콘밸리 최고 기술 기업 간의 전례 없는 충돌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군의 AI 무기화에 제동을 건 앤스로픽을 향해 이번 주 금요일(27일)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전면적인 제재를 예고했다고 악시오스와 CNN 등 주요 외신이 25일(현지 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국방물자생산법 압박과 마두로 체포 작전의 이면 미 국방부 수뇌부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의 긴급 회동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국방부는 앤스로픽의 최첨단 AI 모델 클로드가 자율 살상 무기 체계와 대규모 민간인 감시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한 사내 윤리 가이드라인을 전면 철폐하고, 군의 모든 합법적 작전에 무제한적 접근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거부하자 헤그세스 장관은 전시 상황에 준하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앤스로픽이 군의 요구에 맞게 모델을 강제로 수정하도록 명령하겠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국방부와의 거래를 전면 단절하고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명단에 오를 경우 미국 국방부와 연계된 수많은 방산 대기업들은 자사 시스템에서 앤스로픽의 기술을 의무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갈등의 이면에는 미군 기밀망 내에서 클로드가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상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펜타곤의 1급 기밀 시스템 내부에서 작동하는 프론티어급 AI는 클로드가 유일하다. 특히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생포 작전 당시 방산업체 팔란티어의 시스템을 통해 클로드가 작전 통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I의 작전 개입 수위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대체재 찾는 미군 지휘부와 한국 방산업계의 딜레마 펜타곤은 금요일 최후통첩 시한을 앞두고 클로드를 대체할 플랜B 가동에 착수했다. 사이버 공격 방어 등 특정 군사 분야에서는 클로드가 여전히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고 있으나, 일론 머스크의 xAI가 이미 기밀망 진입 계약을 맺었고 구글의 제미나이 역시 국방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급진전시키고 있다. 윤리적 장벽을 스스로 허문 빅테크들이 앤스로픽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바다 건너에서 벌어지는 펜타곤과 실리콘밸리의 교전 수칙 주도권 다툼은 한국군과 국내 방산업계에도 묵직한 과제를 던진다. 육군의 아미 타이거(Army TIGER) 등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를 구축 중인 국내 방산 생태계 역시 무인기나 전투 로봇에 독자적인 교전 권한을 어디까지 부여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국방 AI 분야의 한 전문가는 미군 지휘부가 단 1초의 연산 지연이 승패를 가르는 전장에서 AI의 윤리적 족쇄를 완전히 풀고자 하는 것은 전술적 필연이라며, K방산 무기 체계에 국산 AI 솔루션을 본격 이식하기에 앞서 자율성과 인명 살상 통제에 대한 우리 군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립해야 향후 서방 세계 수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엠바고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요일로 다가온 펜타곤의 최후통첩 시한은 다가올 로봇 전쟁 시대의 도덕적 나침반이 어느 방향을 가리킬지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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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펜타곤, 앤스로픽에 AI 무기화 통제 철폐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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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용등급 강등⋯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은 상향
-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반면,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등급이 상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가 24일 발표한 '2025년 주요국 국가신용등급 변동 현황'에 따르면 미국은 무디스에서 Aaa에서 Aa1으로 강등됐다. 감세로 세입이 줄었으나 의무지출이 늘며 재정적자가 확대된 영향이다. 중국도 피치에서 A+에서 A로 낮아졌다. 내수 부진과 성장 둔화, 디플레이션 압력이 반영됐다. 반면 이탈리아(Baa3→Baa2), 스페인(A-→A), 포르투갈(A-→A) 등은 재정 개선과 성장세를 인정받아 등급이 올랐다. 한국은 S&P AA, 무디스 Aa2, 피치 AA-로 기존 등급을 유지했다. [미니해설] 재정이 가른 신용지도…美·中 하향, 남유럽은 반등 2025년 글로벌 신용지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2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나란히 하향 조정된 반면, 재정 취약국으로 분류되던 남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재정 건전성과 구조개혁 성과가 신용평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은 무디스가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감세 정책으로 정부 수입이 감소했지만 사회보장 등 의무지출은 증가해 재정적자가 구조적으로 확대된 점이 주요 배경이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국채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경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신용등급에 반영된 셈이다. 피치는 중국을 A+에서 A로 등급을 낮췄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성장률이 둔화했고, 내수 부진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와 구조적 성장 둔화 우려도 평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역시 정치적 불안정과 재정 경직성이 문제로 부각됐다. S&P와 피치 모두 등급을 AA-에서 A+로 낮췄다. 연금 개혁을 유예하면서 재정개혁 의지가 약화됐고, 높은 세율에도 추가 세수 확대 여력이 제한적인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회지출 비중이 EU 평균보다 높은 구조 역시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반면 이탈리아는 무디스와 피치가 각각 한 단계씩 등급을 올렸다. 정부 투자 확대와 디지털화, 세수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스페인은 대규모 이민 유입으로 노동 공급이 늘고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성장 기반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르투갈도 관광산업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지속 전망, 낮은 실업률 등이 반영돼 등급이 상향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국가가 여전히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임에도 등급이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부채 규모보다 성장 잠재력과 재정 운용의 신뢰도가 더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 S&P AA, 무디스 Aa2, 피치 AA-로 기존 등급을 유지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상향된 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거시경제 안정성과 재정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등급 변동은 글로벌 경제의 '재정 시험대'를 보여준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재정 여력과 구조개혁 의지가 국가 신용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성장률, 정치 안정성, 부채 관리, 개혁 추진력 등 복합 요인이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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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용등급 강등⋯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은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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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돈만으론 군함 못 만든다"⋯獨 방산조선소 TKMS, 유럽 해양 방산 통합 '신호탄'
- 독일 최대의 해양 방위산업체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가 유럽 방위산업계의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통폐합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쏟아지는 국방 예산 증액만으로는 현재의 다원화되고 분절된 유럽 방산 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으며, 신속한 전력 증강을 위해서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시급하다는 뼈있는 지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 시간)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27일 예정된 연례 주주총회(AGM)를 앞두고 사전 공개한 연설문을 통해 방위산업의 통합을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부르크하르트 CEO는 연설문에서 방위 역량을 더욱 빠르게 구축하려면 표준화, 산업적 통폐합, 그리고 속도가 필수적이라며 돈만으로는 결코 군함을 만들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방 예산이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방위산업체와 고객인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느냐가 결정적인 승패의 요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발언은 최근 수년간 정체기를 겪었던 유럽, 특히 독일 방산업계에 불어닥친 굵직한 인수합병 바람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육상 무기체계의 강자인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은 최근 또 다른 주요 조선소인 뤼르센(Luerssen)의 방산 부문을 전격 인수하며 해양 분야로 영토를 확장했다. TKMS 역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모기업인 티센크루프에서 분사해 성공적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된 TKMS는 여전히 티센크루프가 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현재 체급이 작은 경쟁사인 저먼 네이벌 야즈 킬(German Naval Yards Kiel)에 구속력 없는 인수를 타진하며 킬(Kiel) 지역의 해양 방산 역량 집중을 꾀하고 있다. 부르크하르트 CEO는 분사 및 상장 이후 확보한 독립성을 바탕으로 TKMS가 독일은 물론 범유럽 차원의 해양 방위산업 통합 과정에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방위산업은 국가별로 수많은 업체가 난립해 있어 무기체계의 표준화가 어렵고 생산 단가가 높다는 고질적인 약점을 지적받아 왔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각국이 자국 조선소를 보호하는 상황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TKMS의 이번 통폐합 촉구는 분절된 유럽 해군력을 하나로 묶어 거대 방산 기업들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강력한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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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돈만으론 군함 못 만든다"⋯獨 방산조선소 TKMS, 유럽 해양 방산 통합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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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1회)]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기술-가면
- 이위발의 <사람과 결>은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관계의 본질이나 거리감, 심리적 내면의 그림자, 사유와 실존, 일상 속 통찰의 길을 따라 사고의 모순을 전달하고, 마음의 작동 원리와 억눌린 감정들을 탐구하면서, 삶의 의미와 죽음,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물어봅니다. 또한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편집자 주> 우리는 각자의 현실이란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서는 순간, 옷장에 걸린 옷을 고르듯 그날의 '나'를 고릅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를 페르소나(Persona)라고 불렀습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뜻합니다. 가면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외적인 인격이나 사회적 역할을 의미합니다. 현대인의 삶은 거대한 가면무도회와 같습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진 않습니다. 하나의 얼굴만으론 이 복잡한 사회적 그물망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얼굴 보면 다 알아', '얼굴에 다 써져 있어!'라고 말합니다. 얼굴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하는 말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보여지는 이면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가면 뒤에 숨겨진 것을 우리는 마음에서 찾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단단한 가면을 씁니다. 여기에서의 가면은 '유능함'과 '평정심'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짓는 미소, 동료의 실수 앞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목소리는 내 본연의 감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가면은 나를 보호하는 방패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슬픔이나 나약함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장벽입니다. 하지만 퇴근길 자동차 백미러에 비친 내 얼굴과 마주할 때, 가끔 이질감을 느낍니다. 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동자는 메말라 있는 낯선 얼굴과 대면하게 됩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모임에서 쓰는 가면은 조금 더 부드럽고 화려합니다. 여기서는'‘유머러스함'이나 '경청하는 자세'가 주요한 장식이 되기도 합니다.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혹은 그 모임의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해 내 생각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냅니다. 상대방의 취향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잘 모르는 주제에도 적당한 추임새를 넣습니다. 사회적 위치에 따라 갈아 쓰는 이 가면들은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침묵하게 만듭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말은 목구멍으로 삼키고, 가면의 표정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상황에 따라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아마도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자아가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 규격에 맞춘 얼굴들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가면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안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이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본능과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면 사회적 질서는 순식간에 붕괴될 것입니다. 가면은 타인에 대한 예의이자,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문제는 가면을 벗어야 할 때를 잊어버리는 순간 발생합니다. 하루 종일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 쓰다보면, 정작 거울 앞에 홀로 섰을 때 '진짜 내 얼굴'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입니다. 가면의 무게가 영혼의 무게보다 무거워질 때, 우리는 극심한 공허함을 느낍니다. 진정한 성숙이란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위험한 일입니다. 대신, 내가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자각하고, 상황에 따라 그 무게를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오늘 하루 고생한 가면을 벗어 선반에 올려두고, 세면대 앞에 서서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어내며, 그 아래 숨어있던 투박하고 못나 보이는 가장 정직한 '나'와 마주서게 됩니다. 가면은 나의 일부분일 뿐,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사회적 위치가 주는 요구 사항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그 가면 아래 흐르는 나의 진심만큼은 오염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 그것이 수많은 얼굴을 바꿔 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귀한 숙제입니다. <필자 소개>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출간했습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과 『솜솜한 인연』을 펴냈으며, 안동문화100선 『이육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웹진 《엄브렐라》 주간과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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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1회)]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기술-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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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총재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미·EU 무역 '균형' 흔들 위험"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인상 움직임이 미·EU 간 무역관계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CBS 인터뷰에서 "무역 관계자들이 익숙해진 균형이 다시 흔들리면 비즈니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차에 타기 전 도로 규칙을 알아야 하듯 무역도 명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에 향후 조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지난해 체결한 무역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미니해설] '균형의 붕괴' 경고한 ECB…트럼프 관세에 유럽 통화·무역질서 시험대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다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는 달라졌지만 보호무역 기조는 유지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의 균형 상태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지난해 7월 미국과 EU는 미국이 EU 회원국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EU가 향후 수년간 6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타협을 이뤄냈다. 관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라는 교환 조건을 통해 양측은 새로운 ‘균형점’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이 균형이 정책 예측 가능성 위에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차에 타기 전에 도로 규칙을 알고 싶다"며 무역에서도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가 소급 적용되거나 환급 여부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 계약과 공급망 설계를 전제로 움직이는데, 관세 체계가 수시로 바뀌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특히 ECB 수장으로서 라가르드 총재가 우려하는 지점은 무역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환경에 미칠 파장이다. 관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흔들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의 최종 부담자가 된다는 그의 언급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다. 그는 "관세 대부분은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했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경로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EU 기업의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유럽 산업정책과 투자 전략 전반에 재조정을 요구하는 신호다. EU 집행위원회는 즉각 반응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미국 측에 향후 조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지난해 체결한 무역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합의의 법적·정치적 구속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유럽의회가 대미 무역합의 승인을 추가로 보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합의 이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유럽 내부의 정치적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균형(equilibrium)' 언급은 경제학적 의미를 내포한다. 무역관계는 단순한 관세율의 합이 아니라 투자·환율·금리·소비심리 등이 맞물린 복합적 시스템이다. 한 축이 흔들리면 다른 축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미·EU 관계는 세계 교역의 핵심 축인 만큼, 작은 균열도 글로벌 시장에 파급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국내 정치적 계산과도 맞물려 있다. 보호무역을 통해 제조업과 노동자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무역 상대국의 보복과 공급망 재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미국과의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승인을 지연할 경우, 양측 간 신뢰 자산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이번 ECB 총재 발언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반복해 강조한 '명확성'은 기업과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최소 조건이다. 관세 환급 여부, 적용 범위, 기간 등 세부 규칙이 불투명하면 투자 결정은 지연되고 자본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한다. 이는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행정부 권한에 대한 제동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그러나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관세를 유지한다면 정책 불확실성은 지속된다. 유럽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경고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시스템 안정에 대한 요구다. 미·EU 간 균형이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대서양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세율 경쟁이 아니라,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재확인이라는 점을 유럽은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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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총재 "트럼프 글로벌 관세 15%, 미·EU 무역 '균형' 흔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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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램 왕좌 재탈환⋯1년 만에 SK하이닉스 추월
- 삼성전자가 1년 만에 전 세계 D램 시장 1위를 SK하이닉스로부터 되찾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관련 매출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간 차세대 HBM4를 앞세운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 36.6%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 분기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32.9%로 2위에 자리했고, 마이크론과 중국 CXMT는 각각 22.9%, 4.7%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D램 매출은 191억56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40.6%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72억2600만달러로 25.2% 성장했지만 점유율은 34.1%에서 32.9%로 하락하며 순위가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D램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24년 4분기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HBM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 SK하이닉스에 일시적으로 선두를 내줬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업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HBM3E와 범용 D램 판매를 동시에 확대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회사는 고부가 제품 믹스 개선 효과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 판매 확대와 함께 고용량 DDR5, LPDDR5X 등 고성능 제품 중심으로 수요에 대응했다"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약 40%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순위 변화가 단기 반등을 넘어 구조적 경쟁 국면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6세대 HBM4를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은 최대 13Gbps 속도를 구현하며 차세대 AI 가속기 탑재가 예상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HBM 공급처를 글로벌 빅테크로 넓히며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의 HBM 매출이 올해 3배 이상 증가하고, 전체 HBM 시장 점유율도 약 3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향 HBM 공급 확대를 예고하며 반격 채비를 갖추고 있어 선두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범용 D램 가격 상승 사이클과 AI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양사의 기술·수율·고객사 확보 경쟁이 올해 메모리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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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램 왕좌 재탈환⋯1년 만에 SK하이닉스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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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5만 고지 앞둔 '운명의 일주일'⋯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 생사 가른다
- 역사적인 다우지수 5만 선 돌파를 목전에 둔 뉴욕 증시가 이번 주 'AI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라는 거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기술주를 덮친 'AI 회의론'을 잠재우고 강세장의 동력을 회복할 열쇠를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0.2% 상승하는 데 그치며 횡보하는 가운데, 시장의 모든 시선은 25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 쏠려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매출 659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대비 71%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월가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는 점이 오히려 리스크다. 엠파워(Empower)의 마르타 노턴 수석 투자 전략가는 "모두가 깜짝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시장을 다시 놀라게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젠슨 황 CEO가 컨퍼런스 콜에서 고객사들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해 얼마나 강력한 확신을 주느냐가 이번 주 AI 생태계 전체의 생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기술주 전반에 확산된 'AI 무용론'도 이번 주 시험대에 오른다. 올해 들어 마이크로소프트(-17%)와 아마존(-11%)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인튜이트(Intuit)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이 AI 기술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음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올해 20% 가까이 폭락한 소프트웨어 섹터의 투매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정치·사법적 변수 역시 증시를 흔들 전망이다. 미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며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도했으나,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조치와 무역 분쟁 가능성이라는 더 큰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 24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은 향후 경제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며, 관세 무효화 판결 이후 행정부의 대응 방식은 달러화와 국채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최근 공개된 1월 FOMC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매파적' 본능을 드러낸 가운데, 27일 발표될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물가의 끈적함을 증명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은 7월 이후로 더욱 밀려날 수 있다. 결국 내주 월가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트럼프의 입, 그리고 물가 지표라는 세 개의 파고를 한꺼번에 넘어야 하는 '운명의 일주일'을 맞이하게 됐다. [미니해설] '엔비디아의 입'과 '트럼프의 관세'에 걸린 5만 시대의 운명 ① 엔비디아, '전설' 지속과 '거품' 붕괴의 기로 내주 수요일(25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단순한 기업 성과 공개를 넘어 'AI 강세장'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심판대가 될 것이다. 현재 월가의 전망치는 극명하게 갈린다. S&P 글로벌 비저블 알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최저 6.28달러에서 최고 9.68달러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멜리사 오토 연구원은 "낙관론자가 옳다면 주가는 여전히 저렴하지만, 비관론자가 옳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수치보다 젠슨 황 CEO의 '코멘트'가 중요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고객사(하이퍼스케일러)들의 주가가 AI 투자 대비 수익성 부족 우려로 압박받고 있는 만큼, 젠슨 황이 이들의 지속적인 구매 의사와 AI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순환매(rotation)'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② 소프트웨어 잔혹사: AI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올해 뉴욕 증시의 가장 뼈아픈 손가락은 소프트웨어 섹터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에 관련 지수가 20% 급락했다. 베이커 애비뉴 웨스트 매니지먼트의 킹 립 최고 전략가는 "내주 세일즈포스와 인튜이트의 실적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존 능력을 가늠할 지표"라며 "혁신을 통해 적응하는 기업만이 이 투매 장세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이들이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를 내놓는다면, AI 열풍은 '장비주(엔비디아)만의 잔치'로 끝날 위험이 크다. ③ 트럼프 관세 무효화 판결: '사법적 제동'이 부른 새로운 불확실성 미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부과를 무효화한 판결은 시장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줬으나, 속내는 복잡하다. 투자자들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대신 어떤 형태의 무역 장벽을 세울지, 그리고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문제가 재정 적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24일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를 향해 어떤 공세를 펼치고, 새로운 통상 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러화와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 ④ 7월 인하론에 배수진 친 월가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는 더욱 안갯속이다. 최근 GDP 성장률이 1.4%로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지표(PCE)의 가속화와 견조한 고용 지표가 연준의 손발을 묶고 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7월 첫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올해 총 2회의 인하(0.5% 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주 발표될 1월 PPI가 예상을 상회할 경우, 시장은 '연내 1회 인하'라는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각 기준) *2월 23일(월): 일본 물가 지표(도쿄 CPI),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 *2월 24일(화):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SOTU),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홈디포·로우즈 실적 *2월 25일(수): 엔비디아 실적 발표, 세일즈포스 실적, 미국 신규주택매매, 5년물 국채 입찰 *2월 26일(목):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7년물 국채 입찰 *2월 27일(금):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 1월 PCE 가격지수(최종), 인도 3분기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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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5만 고지 앞둔 '운명의 일주일'⋯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 생사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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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손잡은 인도, 핵심광물·희토류 협력 체결⋯중국 의존도 낮춘다
- 인도를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핵심 광물·희토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모디 총리는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밝혔고, 룰라 대통령도 재생에너지·핵심 광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라질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국은 디지털·보건 등 9건의 협정도 체결하고, 교역액을 2030년 2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룰라 대통령은 방한을 위해 22일 서울로 향한다. [미니해설] 룰라·모디, 핵심광물 전선 확대…中 견제·AI 공급망 재편 본격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뉴델리에서 체결한 핵심 광물·희토류 협정은 단순한 자원 협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인도가 반도체·전기차·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략 자원으로 꼽히는 핵심 광물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상의 발언은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모디 총리는 이를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전략 자원의 안정적 확보 체계를 다변화하겠다는 의미다. 룰라 대통령 역시 재생에너지와 핵심 광물 분야에 대한 투자·협력 증진을 강조했다. 브라질은 니오븀·리튬·희토류 등 주요 광물 매장량에서 세계 상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일부 핵심 광물 매장량은 세계 2위로 평가된다. 인도는 최근 수년간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풍력 설비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와 리튬 등 전략 자원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왔다. 중국은 채굴뿐 아니라 정련·가공 단계에서도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인도의 산업 전략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도는 자국 내 생산과 재활용 확대, 해외 광산 투자,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병행해왔다. 브라질과의 협력은 이러한 다층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전날 인도가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 공급망 동맹 '팍스 실리카'에 가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팍스 실리카는 핵심 광물·에너지·반도체 등 AI 산업 기반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경제안보 협의체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호주·이스라엘·싱가포르·영국·카타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도의 합류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는 인도 정부 전략과 맞물린다. 핵심 광물 확보는 곧 AI 경쟁력의 토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자원 분야 외에도 디지털 협력·보건 등 9건의 협정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는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지난해 기준 150억달러 수준인 교역액을 2030년 2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모디 총리는 브라질을 중남미에서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언급하며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도 "무역은 신뢰의 반영"이라고 화답했다. 브라질 측의 행보도 주목된다. 룰라 대통령은 장관 14명과 260여개 기업이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사절단을 이끌고 인도를 찾았다. 이는 단순 외교 방문이 아닌 경제 외교 총력전의 성격을 띤다. 특히 브라질의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는 인도 대기업 아다니 그룹과 제휴해 인도 현지에서 제트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방산·항공 산업까지 협력 범위가 확장되는 셈이다. 이번 협정은 세 갈래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인도의 전략 자원 확보 다변화. 둘째, 브라질의 신흥 시장 확대와 글로벌 위상 강화. 셋째, 중국 중심 공급망에 대한 구조적 견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이 자원과 산업을 매개로 결속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가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22일 인도 일정을 마친 뒤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브라질의 자원 외교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되는 국면이다.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경쟁은 더 이상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안보·외교가 교차하는 전략 자산 확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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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손잡은 인도, 핵심광물·희토류 협력 체결⋯중국 의존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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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 프랑스 다소(Dassault) 항공의 '라팔(Rafale)'은 현재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출 실적이 전무해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후 인도, 이집트, 카타르, 그리스, UAE,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인도는 최근 114대의 라팔 추가 도입을 위한 정부 간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1세기 라팔이 누리고 있는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1980년대 상업적으로 처참히 실패했던 또 다른 프랑스 전투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바로 라팔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이자,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비운의 걸작 '미라주 4000(Mirage 4000)'이다. 초대형 쌍발 전투기의 등장: F-15와 견주다 항공 역사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도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1976년, 다소는 단발 엔진 경전투기인 '미라주 2000' 개발과 동시에 쌍발 엔진을 장착한 대형 전투기 개발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단발기인 미라주 2000이 미국의 F-16 팰컨과 경쟁하는 포지션이었다면, 쌍발기인 미라주 4000은 미국의 F-15 이글이나 옛 소련의 Su-30과 같은 체급으로 제공권 장악 및 장거리 타격 임무를 위해 설계된 중(重)전투기였다. 특히 미라주 4000은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신소재와 압도적인 비행 성능을 자랑했다. 세계 최초로 탄소 코팅 복합재를 수직 꼬리날개에 적용해 획기적인 무게 절감과 피로 저항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10톤의 추력을 내는 스넥마(Snecma) M53 엔진 2기를 탑재해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가 1을 초과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쌍발 엔진의 힘을 바탕으로 탁월한 상승력도 과시했다. 첫 비행 1년 만인 1979년 마하 2의 속도를 거뜬히 돌파했으며, 단 3분 50초 만에 5만 피트 상공에 도달하는 경이로운 비행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연료 탑재량 역시 미라주 2000의 3배에 달해 장거리 작전 수행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인도와 중동의 관심, 그러나 끝내 닫힌 양산의 문 미라주 4000의 압도적인 스펙은 첫 비행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이란 샤(Shah)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가장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인도였다. 인도는 이미 미라주 2000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미라주 4000을 고성능 하이급(High-tier) 전투기로 도입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검토에도 불구하고 단 1대의 실제 주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 정부와 군의 철저한 외면이었다. 다소는 자비로 미라주 4000의 개발비를 충당해야 했고, 자국 공군의 도입이라는 '보증수표'가 없는 무기를 덥석 구매할 해외 국가는 없었다. 결국 단 5대의 생산 계획마저 취소되며 프로젝트는 조용히 폐기 수순을 밟았다. 미라주 4000을 버린 프랑스의 진짜 이유: '항공모함'과 '독립' 프랑스 정부가 자국 방위산업의 결정체였던 미라주 4000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항공모함 탑재 능력'과 '예산의 한계'에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 서독,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공동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자국의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 버전의 전투기를 강력히 요구한 반면, 타 유럽 국가들은 이에 관심이 없었다. 독자적인 안보 노선, 즉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결국 유로파이터 프로젝트에서 탈퇴한다. 프랑스 해군은 미국의 F/A-18 호넷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했고, 독자적인 함재기가 절실했다. 하지만 몸집이 너무 크고 무거운 미라주 4000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에 부적합했다. 게다가 제한된 국방 예산으로 공군용 대형 전투기(미라주 4000)와 해군용 함재기를 따로 개발할 여력도 없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다소 측에 공군과 해군의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완전히 새로운 다목적 전투기(Omnirole)를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정이 미라주 4000의 관에 명백한 못을 박았고, 동시에 오늘날 전 세계를 누비는 라팔(Rafale)을 잉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비록 미라주 4000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쌍발 엔진 제어와 복합재 사용 기술은 라팔에 고스란히 이식되어 프랑스 항공 우주 기술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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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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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세계에 '글로벌 10% 관세' 전격 발효⋯대법원 제동에도 무역전면전 재점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맞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10%의 '글로벌 관세'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사법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권한을 재해석해 관세 부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미국발 무역 긴장이 다시 한 번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오벌오피스에서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글로벌 10% 관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조치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백악관은 같은 날 포고령을 통해 이른바 '임시 관세'가 미 동부시간 24일 0시1분부터 적용된다고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기존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 직후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와 중국·캐나다 등에 적용한 '펜타닐 관세'가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1, 2심의 위법 판결을 유지한 최종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로 차등세율을 적용해 부과해온 상호관세는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새로운 10% 관세를 발동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불균형 등 경제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150일간 15% 이내의 관세를 일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기존 10% 기본관세를 다른 법적 틀로 대체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신규 관세 조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법적 근거로 활용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임시 조치를 넘어, 향후 특정 국가를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포고령은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해선 신규 관세를 면제했다. 핵심 광물,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 및 버스 관련 부품, 일부 항공우주 제품이 예외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내에서 재배·채굴·생산이 불가능한 천연자원과 비료도 제외됐다. 이는 공급망 충격을 최소화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세계 교역 질서에 미칠 파장이다. 10%라는 단일 세율은 국가별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식상 '보편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에 비용을 전가하는 조치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따라 최초 25%로 책정됐던 상호관세가 지난해 11월부터 15%로 인하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 국회의 대미 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관세와 함께 상호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존 상호관세는 무효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국 압박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관세 인상 여부에 따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더구나 무역법 301조 조사가 병행될 경우 특정 산업을 겨냥한 고율 관세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사법부와 행정부 간 권한 다툼이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제동했지만,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정책 효과는 상당 부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역시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관세 10%는 기업의 원가 구조를 압박하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변수를 던진다. 인플레이션이 재자극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는 150일이라는 시한을 전제로 하지만, 무역법 301조 조사와 결합될 경우 구조적 관세 체제로 전환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직후 곧바로 대응 카드를 꺼내든 점은 무역정책을 핵심 정치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번 '글로벌 10% 관세'는 단순한 임시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통상 전략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세계 교역 질서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은 복잡해진 통상 지형 속에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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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세계에 '글로벌 10% 관세' 전격 발효⋯대법원 제동에도 무역전면전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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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美대법, 트럼프 '비상관세' 제동⋯S&P500 0.6% 급등
- 뉴욕증시가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에 반등했다.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기업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가 부각됐다. 2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1.43포인트(0.60%) 오른 6903.32에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76.26포인트(0.78%) 상승한 2만2858.99,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4.73포인트(0.37%) 오른 4만9579.89를 기록했다.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다우는 상승 전환했다. 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2% 상승했고, 홈디포·파이브빌로우 등 관세 민감 소비주도 강세를 보였다. WSJ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에스티로더·스탠리블랙앤드데커 등 무역 민감주도 약 2% 안팎 올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150일간 한시적으로 관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존에 납부된 관세 환급 여부는 판결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4% 증가에 그쳐 예상(2.5%)을 밑돌았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로 연준 목표(2%)를 웃돌았다. [미니해설] 대법원 판결이 던진 신호…"불확실성 해소" vs "새 변수 등장" 이번 판결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정책 불확실성의 방향을 바꾼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시장은 이를 관세 부담 완화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CNBC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판결이 "주식시장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B.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은 "시장에 혼란을 주던 관세 이슈라는 거시적 역풍이 하나 줄었다"고 말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즉각 반응했다. 중국에서 상품을 대량 조달하는 아마존이 2% 상승했고, 홈디포·파이브빌로우 등 소비재 유통기업도 강세를 보였다. 제프리스는 예티홀딩스·나이키·샤크닌자를 수혜 종목으로 지목하며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의 비용 압박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제학자 헤더 롱은 CNBC에서 이번 판결을 "경제에 주는 선물"로 표현했다. 중소기업이 특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0% 글로벌 관세…정책은 계속된다 시장의 안도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항은 최대 150일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조사 착수 방침도 밝혔다. 이는 보다 영구적인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행정부가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재구성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문제는 이미 납부된 관세의 환급 여부다.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명확히 다루지 않았다. 수입업체들은 당분간 관세를 계속 납부하고 있으며, 환급 절차는 하급심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일종의 재정 부양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책 불확실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 신호와 물가의 이중 부담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시장을 압박했다. 4분기 GDP 성장률은 1.4%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상무부는 사상 최장 정부 셧다운이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낮췄다고 추정했다. 물가 역시 안도하기 어려웠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는 3%로 목표치 2%를 상회했다. 성장 둔화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간 기준으로 S&P500은 1% 상승했고, 나스닥은 5주 연속 하락세를 끊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우 역시 주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반다트랙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 이후 개인 순매수는 강하게 확대되지 않았다. 지난해 랠리를 이끌었던 개인 자금의 적극성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범위 장세 탈출의 촉매 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박스권 장세를 돌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GDS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렌 스미스는 CNBC에서 “올해 들어 이어진 좁은 거래 범위를 벗어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관세 환급, 추가 조사, 새 관세 부과 방식 등 법적·행정적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반등은 정책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됐기 때문이 아니라, 법적 균형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은 법원과 행정부, 그리고 향후 경제지표를 동시에 주시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관세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무역 정책은 여전히 핵심 변수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위험자산은 즉각 반응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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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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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美대법, 트럼프 '비상관세' 제동⋯S&P500 0.6%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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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천978조 사상 최대'⋯빚투·영끌에 2천조 눈앞
- 지난해 4분기에도 '빚투'와 '영끌'이 이어지며 가계 빚이 다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잔액은 2천조원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은 1978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조원 늘었다.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연간 증가액은 56조1000억원(2.9%)으로 2021년 이후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정부 규제로 둔화됐지만,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 기타대출이 주식 투자 수요 영향으로 확대됐다. 가계신용은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니해설] 2천조원 코앞 가계부채…주담대 눌러도 '빚투'가 밀어 올렸다 한국 가계부채가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주식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를 자극하며 전체 부채를 끌어올렸다. ‘영끌’과 ‘빚투’가 동시에 작동한 구조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14조원 증가했다.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분기 증가 폭은 3분기(14조8천억원)보다 소폭 축소됐지만, 절대 규모는 사상 최대다. 연간으로는 56조1천억원 늘어 2021년(132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만 보면 4분기 말 1852조7000억원으로 11조1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7조3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조8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대출 창구별 흐름이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6조원 늘었다. 주담대가 4조8000억원 증가했고, 3분기 감소했던 기타대출도 1조2000억원 반등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는 주담대가 6조5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기타대출은 2조4000억원 줄었다. 특히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신용공여가 2조9천억원 급증한 점은 '빚투' 흐름을 뒷받침한다. 보험약관대출과 은행 신용대출 증가도 주식 투자 수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 대금 등 판매신용 역시 2조8000억원 늘어 소비 회복 흐름도 일부 반영됐다. 다만 한은은 거시 건전성 측면에서 다른 시각도 제시한다. 지난해 연간 가계신용 증가율(2.9%)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대 후반 추정)보다 낮아,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오히려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부채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경제 규모 대비 부담은 다소 완화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구조다.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면 자금은 다른 자산시장으로 이동한다. 실제로 4분기에는 주담대 증가 폭이 둔화된 대신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이 확대됐다. 이는 금리 변동이나 주가 조정 시 가계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한다. 가계부채는 소비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 리스크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와 자산시장 반등이 맞물릴 경우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천조원을 눈앞에 둔 가계부채가 안정 국면으로 돌아설지, 아니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지는 자산시장 흐름과 정책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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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천978조 사상 최대'⋯빚투·영끌에 2천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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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獨 TKMS, 이스라엘 엘빗과 잠수함 복합소재 공장 가동⋯기술동맹 본격화
- 독일의 세계적인 잠수함 건조 업체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이스라엘 방산 기업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와 손잡고 이스라엘 현지에 잠수함 핵심 부품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이는 무기 도입국에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절충 교역(Offset)'의 모범 사례이자, 이스라엘이 독일의 기술력을 흡수해 해양 방위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브라질의 군사 전문 매체 '데페사 아에레아 에 나발(Defesa Aérea & Naval)'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TKMS와 엘빗 시스템즈가 이스라엘에서 잠수함용 구조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생산 라인을 공식 개소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기술, 이스라엘의 제조…'복합소재'로 뭉쳤다 이번에 문을 연 공장은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PRFV·Fiber Reinforced Polymer)을 활용한 잠수함용 복합소재 부품 생산에 특화되어 있다. PRFV는 가볍고 강도가 높으며 해수에 의한 부식에 강해 차세대 잠수함의 스텔스 성능과 내구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다. 엘빗 시스템즈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존 항공우주 분야에 집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양 분야로 확장하게 됐다. TKMS의 폴 글레이저(Paul Glase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것은 TKMS와 이스라엘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번 공장 설립은 이스라엘이 수중 부품을 독자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기술적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의 교훈…"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위태롭다" 이번 공장 설립의 이면에는 이스라엘 국방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제브 란다우(Ze’ev Landau) 이스라엘 국방부 생산 및 조달 국장은 "이번 공장 설립은 전쟁 중에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국방 생산 기반을 확장하려는 국방부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는 잦은 분쟁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해외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뼈저리게 느낀 이스라엘이, 독일 잠수함 도입(다카르급 등)을 계기로 핵심 부품의 국산화와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했음을 시사한다.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에 들어선 이 공장은 안보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치적 함의도 갖는다. 요람 슈무엘리(Yoram Shmuely) 엘빗 시스템즈 항공우주 부문 총괄은 "갈릴리 공장 확장은 북부 지역 경제를 강화하고 수십 가구에 생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TKMS의 무서운 '현지화 전략'…K-방산에 주는 시사점 이번 TKMS의 행보는 한국 방산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TKMS는 단순히 잠수함 완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시설 구축이라는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하며 구매국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 TKMS가 현지 건설사와 손잡고 인프라 구축을 제안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전략이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식의 TKMS식 현지화 전략은, 성능과 납기 준수를 앞세운 한국의 'K-방산'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높은 파도다. 이스라엘 경제산업부의 누리트 주르 라비노(Nurit Tzur Rabino) 국장은 "단순한 물리적 시설 건설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산업이 글로벌 해양 엔지니어링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자평했다. 기술을 내어주고 시장을 얻는 독일, 그리고 그 기술을 받아 독자 생존의 길을 닦는 이스라엘. 두 나라의 밀월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기술 동맹'이 갖는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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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獨 TKMS, 이스라엘 엘빗과 잠수함 복합소재 공장 가동⋯기술동맹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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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5회)
- 제15회 희정 씨 상태가 수상하다. 희정 씨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미상 씨는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고 침실 문을 열었을 때 희정 씨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를 쳐들 생각도 않은 채 희정 씨는 손등을 이마에 붙인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때요, 희정 씨? 반짝반짝 반짝거리는 아침이 아닌가요?" 농담을 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 새벽 야간배송에서 겪은 이런저런 불쾌한 경험 때문이기도 했으나 이마와 눈을 가리고 누워 있는 희정 씨가 다른 날과 달랐기 때문이다. "털모자는 없었어요. 그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홍콩을 경유해 국내 배송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해외직구 물품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하루 이틀 만에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희정 씨 가슴을 덮은 이불을 살짝 걷었을 때 미상 씨는 많이 놀랐다.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희정 씨는 가슴부터 단전 부위까지 온통 오물투성이였다. 밤새 운신하지 못한 상태로 배변을 하고, 그 변이 온몸을 칠갑한 모양이다. 냄새에 대한 생각도 불쾌감도 없었다. 미상 씨는 단지 손과 숨을 멈췄을 뿐이다. 배꼽 부위에서 멈춘 이불을 더는 걷어 내릴 수 없었기에, 미상 씨는 똥오줌으로 축 젖어 늘어진 이불의 한쪽 자락을 들고 엉거주춤 섰다. 그리고 슬그머니 희정 씨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움직일 수 없어요." 감기 기운이 심한 코맹맹이 소리로 희정 씨가 말했다. 이마와 눈은 여전히 그녀의 손바닥 밑에 있었다. 희정 씨는 그 한마디 말로 지난밤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자신의 신체 상태를 밝히고선 이제는 맘대로 하라는 듯이 침묵했다. 가슴도 배도 하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천천히 이불을 걷어 내리며 미상 씨가 말했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동사형입니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싱크와 무브로 살아가죠." 윗도리보다 더 참담한 희정 씨의 아랫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란빛을 띤 액체형 오물에 물든 윗도리에 비해 아랫도리는 으깨어진 대변과 그 파편으로 난장판이었다. 밤새 조금씩 조금씩 뒤척이며 몸을 비틀어 이쪽저쪽으로 이동하려 시도했던 모양이다. 젖은 이불을 욕실 구석에 내려놓은 미상 씨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먼저 파카를 벗고 스웨터도 벗고 바지도 벗었다. 반소매 검정 내의와 회색 팬티 차림으로 희정 씨 침대 곁으로 돌아온 미상 씨는 단호했다. "희정 씨! 우리 목욕을 합시다. 제가 깨끗하게 씻겨드릴게요." 희정 씨의 몸과 침대에 묻은 오물은 티슈로 훔쳐냈다. 그러다 보니 위아래 옷을 다 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이마 위에 손바닥과 손가락을 올린 희정 씨는 거부도 호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 침묵 속에서 미상 씨는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가슴과 배 그리고 등과 사타구니를 닦고 그리고선 깨끗한 담요로 그녀의 알몸을 덮어주었다. 이젠 PVC 간이욕조에 물을 받을 차례다. 희정 씨 목욕을 준비하면서도 미상 씨는 침묵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삼 년의 세월 동안 여러 번, 수없이 희정 씨의 세면과 머리 감기를 도왔으나 오늘처럼 나신의 그녀를 목욕시킨 적은 없었다. 그녀의 알몸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다. 세상천지 간에서 생애 맨 처음 목도한 여인의 알몸이 오물에 젖은 희정 씨의 몸이었다는 사실에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 미상 씨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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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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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1970년대 캐나다산 플라스틱, 5천㎞ 건너 영국 오크니 해변 도착
- 영국 스코틀랜드 북단 오크니 제도 샌데이(Sanday) 하워 샌즈(Howar Sands) 해변에서 1960~70년대 캐나다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병과 각종 잔해가 대거 발견됐다. BBC에 따르면 현지 자원봉사자들은 최근 몇 주 사이 해안선에 밀려든 플라스틱 양이 "압도적"이라고 호소했다. 해변 정화 활동을 주도해온 데이비드 워너(35)는 지난해 해안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병이 42개였던 반면, 올해 들어서는 이미 수백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부 병은 캐나다 뉴펀들랜드·래브라도 지역에서 제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남동풍을 동반한 이례적 기상 조건과 계절성 폭풍이 이른바 '레트로 쓰레기(과거에 버려진 폐기물)'를 대량으로 떠밀어온 배경으로 보고 있다. 해안 침식이 진행 중인 매립지 역시 오래된 플라스틱을 다시 바다로 유출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워너는 특정 구역 1㎡에서 확인된 스티로폼 입자 밀도를 근거로, 약 70㎡ 범위에 30만 개가 넘는 미세 조각이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BBC 라디오 오크니와의 인터뷰에서 "해변 정화 활동을 하며 압도감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입자가 너무 작아 사실상 수거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당 해변은 번식 조류 보호를 위한 특별 과학보호구역(SSSI)으로 지정돼 있어, 플라스틱 잔해는 야생동물에도 직접적 위협이 된다. 해양보전협회(Marine Conservation Society)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환경에서 장기간 잔존하며, 대양을 건너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베리 스코티시 아일랜드 연맹 관계자는 "기상 패턴이 바뀌면 과거의 유산 폐기물이 한꺼번에 밀려올 수 있다"며 "봄이 되면 다시 치우겠지만,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워너는 상황이 암담하지만 대응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식 해변 정화 모임을 구성해 수거 활동을 체계화하고, 수집된 플라스틱으로 환경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을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는 "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면서도 "소비할 때 그 최종 행선지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쓰레기가 우리 것이 아닐 수는 있지만, 결국 누군가의 쓰레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가"라고 반문했다. 반세기 전 생산된 플라스틱이 대양을 건너 해안에 닿은 사실은, 해양 오염이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닌 장기적·초국가적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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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1970년대 캐나다산 플라스틱, 5천㎞ 건너 영국 오크니 해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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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트럼프 '관세 장벽' 비웃은 美 무역적자⋯상품 적자는 1조2410억 달러 '사상 최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글로벌 '관세 폭탄'을 투하했지만, 지난해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는 오히려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품의 원산지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등으로 바뀌었을 뿐, 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수입 의존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전체 무역적자는 9015억 달러(약 1300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9035억 달러) 대비 소폭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실물 경제의 척도인 '상품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1조24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12월 한 달간 무역적자가 전월 대비 32.6%나 급증한 70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말 적자 폭을 크게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4월 전격 시행한 글로벌 관세는 상품 무역 불균형을 정조준했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상품 무역 적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모순의 핵심 원인은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혹독한 징벌적 관세를 맞은 대(對)중국 수입 규모는 30% 가까이 급감하며 2009년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미국 수입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배송 시기를 앞당겨 재고를 비축하거나 발 빠르게 공급망을 재편했다. 중국의 빈자리를 베트남, 인도, 대만 등 동남아와 신흥국 수입산이 채우면서 무역 적자 감소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기업들이 중국 대신 세계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눈을 돌렸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제조업 르네상스'도 공염불에 그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관세가 미국 내 공장 생산을 늘리고 해외 의존도를 줄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난 1년간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약 8만3000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부품 등 중간재 수입에 부과된 관세가 미국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켜 고용 창출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에 대한 합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만약 대법원이 관세 무효화 판결을 내리더라도, 미 행정부는 대통령의 다른 비상 권한을 동원해 새로운 방식의 관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글로벌 무역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Key Insights] 미국의 대중국 수입 급감으로 촉발된 '풍선효과'는 한국 수출 기업에 단기적인 대체재 공급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상품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함에 따라, 무역적자 해소에 사활을 건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흑자 규모가 큰 한국 등을 겨냥해 2차 관세 타깃을 설정할 위험도 커졌다. 대법원의 관세 위헌 판결 여부 등 정책 변동성이 극심한 만큼, 우리 기업들은 공급망의 다변화는 물론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 확대 등 유연하고 입체적인 통상 대응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Summary]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방위적 글로벌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는 1조241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산 수입은 30% 급감했으나 베트남, 대만 등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정책 목표와는 반대로 수입 원가 상승 등의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는 8만3000개나 감소했다. 미 대법원의 관세 위헌 여부 심판 결과 등 글로벌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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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트럼프 '관세 장벽' 비웃은 美 무역적자⋯상품 적자는 1조2410억 달러 '사상 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