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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장관 "미 15% 관세 현실화 대비⋯한미 합의 이익균형 지킨다"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관련해 "한미 관세 합의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301조 등 대체 수단을 통한 관세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 적용될 경우 우리 기업의 경쟁 여건 변화가 예상된다며 수출 경쟁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 작업은 변함없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니해설] 'IEEPA 판결' 이후 통상전선 재편…122·301조 변수 속 韓 대응 시계 빨라진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미국의 통상정책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관세 공세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글로벌 관세를 공표했고, 곧이어 이를 15%까지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무역법 301조 조사 방침까지 천명했다. 법적 근거는 달라졌지만 통상 압박의 기조는 유지되는 셈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IEEPA에 제동이 걸렸다고 해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라는 판단이다. 김 장관은 "미국 관세정책은 IEEPA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무역법 122조·301조 등 다양한 대체 수단을 통해 공세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 불확실성의 확대를 의미한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 등을 이유로 대통령이 최대 150일간 15% 이내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글로벌 15% 관세가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은 복합적 영향을 받게 된다. 관세가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상대적 불리함은 줄어들 수 있지만, 세부 품목별 예외나 추가 조치 여부에 따라 경쟁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분석에서 미국의 관세 체계가 '최혜국대우(MFN) 관세 + 무역법 122조에 따른 15% 관세' 구조로 전환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의 경쟁력이 일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미 FTA에 따른 기본 관세 인하 효과가 여전히 작동한다면, 비(非)FTA 국가에 비해 상대적 우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통해 특정 국가나 산업을 겨냥할 경우 상황은 급변한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수단이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대규모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바로 이 조항이었다. 한국이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김 장관은 "예단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보조금·산업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일단 '이익 균형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한미 관세·무역 합의를 통해 일정 부분 교역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그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김 장관은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관세율 자체뿐 아니라 투자·공급망·기술 협력 등 포괄적 교환 조건을 포함한 균형을 의미한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역시 변수다. 일각에서는 상호관세 무효화 이후 투자 필요성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김 장관은 "구체적인 프로젝트 선정 작업은 변함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산업부 실무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상무부와 협의를 진행한 사실도 재확인했다. 이는 관세와 별개로 산업 협력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관세 환급 문제도 새로운 쟁점이다. IEEPA 판결 이후 기존에 납부된 관세의 환급 여부와 절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김 장관은 민관 협업을 통해 기업에 관련 정보를 적기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세 환급은 기업의 현금흐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특히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민관합동 회의에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업종 협회와 경제단체, 관계 부처가 총출동했다. 이는 통상 이슈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참석자들은 업종별 영향 점검과 함께 시장 다변화 전략, 수출 금융 지원, 통상 외교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속도와 일관성이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단기간에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한국 역시 단기 대응과 중장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김 장관이 "조급하거나 성급하지 않게 차분히 대응하자"고 강조한 배경에는, 정치·법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IEEPA 판결은 하나의 분기점이지만 종착점은 아니다. 무역법 122조와 301조라는 대체 수단이 작동하는 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대응 체계를 가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관건은 불확실성을 기회로 전환할 전략적 민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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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장관 "미 15% 관세 현실화 대비⋯한미 합의 이익균형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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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드디어 상어가 되었다
- 드디어 상어가 되었다 노해정 머리 꼭대기까지 피가 몰리고 화끈거리며 가슴은 차디찬 얼음장처럼 변해가는 나를 보았지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을 때 마치 빙벽 속에 갇힌 것처럼 뜨거운 핏줄기는 꽁꽁 얼어가고 납덩이보다 무거워진 머릿속 겹겹이 쌓인 빙판을 뚫고 깊디깊은 심해 속으로 내 몸을 끌어들이지 깊은 곳에서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숨 쉬게 되고 매우 느린 속도로 몸을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돼 가라앉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야 그냥 그렇게 움직여지는 거야 심해의 바닥에 도달하는 것은 세상을 등지거나 삶을 포기하려 하는 것도 아니야 엄청난 수압에 짓눌리면서도 견뎌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면 오히려 가슴이 뭉클해질 거야. 어느 순간 상어가 된 나를 느끼게 돼 " 양식장에 갇힌 철갑상어가 아닌 북극해에 사는 상어 " 떠오르다 보면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무리를 만나기도 해 나의 친구일지도 애인일지도 부모일지도 모르는 저들의 유영은 늠름하고 아름다워 계속 떠오르다 보면 싱싱한 피 냄새도 느낄 수 있어 "물개를 사냥하는데 정신이 팔린 북극곰" 서서히 다가가 턱을 크게 벌려 꿀꺽 삼킬 수도 있지 대박이지? 나는 상어가 되었으니까 가라앉은 자리, 거침없는 유영이 시작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다 끝내 닿지 못하고 얼어붙은 말들은, 어느새 무거운 납덩이가 되어 기어코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립니다. 변명조차 삼켜버린 캄캄한 밤, 우리는 각자의 외로운 심해로 속수무책 가라앉곤 하지요. 숨이 턱턱 막혀오는 이 서늘하고 막막한 하강의 시간은 마치 영원할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바닥에 등짝이 닿을 때쯤, 문득 묘한 평온이 찾아옵니다. 온몸의 뼈를 으스러뜨릴 듯한 수압 속에서 발버둥 치기를 멈추는 순간, 요란했던 세상의 소음은 거짓말처럼 음소거가 되거든요. 그리고 비로소 그 고요의 틈바구니로 내 안의 가장 깊고 묵직한 고동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캄캄한 밑바닥이 실은 전혀 다른 방식의 호흡을 배우는 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차갑게 식어버렸다고 믿었던 심장이 그 지독한 고독 속에서 가장 맹렬하게 깨어나는 경이로움이란, 길들여진 수조 안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감각입니다. 상처의 무게를 견디며 스스로 단단해진 이들은 더 이상 가라앉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리지 않습니다. 그저 거대한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느릿하고도 우아하게 유영할 뿐이지요. 이 묵묵한 유영의 길목에서 우리는 가끔, 나와 닮은 상처를 지느러미 삼아 헤엄치는 무리를 마주치기도 합니다. 바닥까지 가라앉아 본 이들만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서늘한 온기. 그 곁을 나란히 헤엄치다 보면 웅크렸던 두려움은 어느새 서슬 퍼런 야성으로 벼려집니다. 나를 옥죄던 거대한 슬픔도,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던 세상의 잣대도 크게 입을 벌려 단숨에 삼켜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압도적인 생명력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보이지 않는 빙벽에 갇혀 홀로 시린 시간을 앓고 있다면, 너무 억울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을 짓누르는 그 무거운 삶의 무게는 당신을 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장 늠름하고 맹렬한 지느러미를 길러내는 중일 테니까요. 머지않아 차가운 수면 위로 불쑥 솟구쳐 오를, 거침없는 당신의 탄생을 가만히 기다려 봅니다. <편집자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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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드디어 상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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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지구가 좁다, 우주로 가는 '데이터 함대'와 머스크의 야망
- 인공지능(AI) 혁명이 지구의 전력망과 수자원을 집어삼키는 '에너지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시선이 지구 밖 우주로 향하고 있다. 지상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지역 사회의 반발과 전력 부족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하자,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와 천연 냉각 시스템을 갖춘 궤도상에 연산 장치를 띄우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 거물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터무니없는 환상" vs "100만 위성 데이터 함대"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향해 "터무니없다(Ridiculous)"며 직격탄을 날렸다. 올트먼은 지난 20일 뉴델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궤도 데이터센터는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주가 유용한 공간임을 인정하면서도 "막대한 발사 비용과 궤도상에서의 칩 수리 난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며, 적어도 이번 10년 안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이를 xAI와 스페이스X의 핵심 미래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우주 데이터센터 역할을 수행할 100만 개의 위성 군단(Constellation)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전담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 머스크는 지난 12월 xAI 전체 회의에서 우주 데이터센터가 최우선 순위임을 명확히 했으며, 최근 추진 중인 스페이스X의 xAI 인수를 통해 궤도 데이터센터 배포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반도체 패러다임의 변화와 '방사선 내성' 경쟁 우주 데이터센터 논쟁은 단순한 입지 싸움을 넘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우주는 지상과 달리 강력한 우주 방사선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 기존의 초미세 공정 칩들은 오작동을 일으키기 쉽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블랙웰' 같은 고성능 칩을 넘어 방사선 내성을 갖춘 '스페이스 그레이드(Space-grade) AI 반도체'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특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AI 메모리 패권의 향방을 가를 핵심 관전 포인트다. 지상의 대안: '빅 쇼트' 마이클 버리의 원전 회귀론 우주로 눈을 돌리는 대신 지상의 전력 문제를 '원자력'으로 정면 돌파하자는 현실론도 거세다.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1조 달러 규모의 원자력 및 전력망 확충 계획을 가속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에 나선 것처럼, 우주로 서버를 쏘아 올리는 천문학적 비용보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한 전력 자립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한국의 SMR 기술 수출에도 중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운명은 재사용 로켓 기술을 통한 '발사 비용의 혁신적 하락'에 달려 있다. 20년 전 재사용 로켓이 공상과학처럼 여겨졌으나 현실이 되었듯, 2030년대에 우주가 거대한 분산형 클라우드 허브가 될지, 아니면 실리콘밸리의 값비싼 신기루로 남을지는 기술 경제학의 냉정한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Key Insights] 인공지능 혁명의 본질이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해 지능을 추출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으로 변모함에 따라 지상 인프라가 전력망 과부하와 수자원 고갈이라는 물리적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 우주 데이터센터 논쟁의 근본적인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와 구글이 우주를 태양광 에너지를 24시간 확보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의 땅으로 보고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반면, 샘 올트먼과 금융권 전문가들은 우주 공간에서의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과 기술적 난도를 근거로 경제적 실익이 결여된 실리콘밸리 특유의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회의론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우주 환경은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방사선 내성을 갖춘 특수 AI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능력이 새로운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결국 AI 패권의 승부처는 알고리즘 고도화를 넘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는 에너지 안보 전쟁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우주 데이터센터의 현실화 여부는 재사용 로켓을 통한 발사 비용의 혁신적 하락이 상업적 임계점을 돌파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Summary] 인공지능 수요 폭증에 따른 전력난과 환경 규제로 인해 일론 머스크와 구글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100만 개의 위성을 띄워 궤도 컴퓨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으나,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발사 및 수리 비용 문제를 들어 이를 터무니없는 구상이라고 비난했다. 우주 클라우드는 방사선 내성 반도체 등 새로운 기술적 도전을 요구하며, 지상에서는 대안으로 원전 확충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발사 비용의 획기적 절감 여부가 우주 데이터센터의 상업적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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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지구가 좁다, 우주로 가는 '데이터 함대'와 머스크의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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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예술인 정수연] 통섭의 눈물
- < 통섭의 눈물 >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도 추악합니다. 눈부시게 성공하며 타인을 돕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괴롭히고 해치는 이도 존재합니다. 악마의 축에 속하는 이스라엘과 트럼프, 앱스타인등이 세상의 지탄을 받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첫째, 철저한 자기 수양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며, 스스로를 한 뼘씩 성장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내가 남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인정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진심 어린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하겠죠. 그리고,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불러일으키고, 선한 동기부여의 불씨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예술과 문화의 영역은 물론, 일상 속 작은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도 세상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세상을 돕는 길입니다. 최근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클로이 킴과 최민정 선수가 보여준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자신의 후배인 최가온과 김길리에게 정상에 오른 순간에도 진심 어린 존중과 따뜻한 배려를 보낸 그 모습을요. 이미 정상에 섰던 이가 새롭게 정상에 오른 이를 기꺼이 인정하고 축하하는 순간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순수한 감정의 공명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납니다. 통섭(統攝,Consilience)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분야와 장르를 초월해 모든 것이 결국 같은 원리와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것들이 깊이 통(通)하는 지점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우리를 하나의 영적, 감성적 공간으로 이끕니다. 그 눈물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깊이 흐르는가, 바로 그것이 한 사람 인생의 깊이와 품격을 말해줍니다. 깨달음의 크기는 그 사람이 지닌 그릇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평소 다양한 수련과 열린 마음으로 그릇을 키워놓았을 때, 더 큰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왜 우리가 결코 멈추지 않고 배워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입니다. 이 짧고 한 번뿐인 인생, 그의 주인인 내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습니까? 하루 하루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영원히 사라지는, 유한한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의미 있게 쓰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통섭이란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태도'입니다. 인문학과 과학, 예술을 두루 넘나들며 섭렵할 때, 세상을 더 넓고 깊이 이해하는 눈이 생깁니다. 통섭의 시선 앞에서 편견과 선입견, 이질감은 자연스레 녹아내립니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공부합시다. 2026년은 벌써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그 흐름보다 한 걸음 더 앞서 가야 합니다. 2026년 2월 22일 통섭 예술인 정수연 Tears of Consilience The world is still both beautiful and ugly. While some achieve dazzling success and help others, there are also those who harass and harm others. We see Israel, Trump, and Epstein, who fall under the "axis of evil," being condemned by the world. So, what kind of life should we live? First, it must be based on thorough self-cultivation. We must constantly learn, reflect, and grow, step by step. Second, we must constantly ponder, "How can I help others?" We must live a life of consideration and acceptance, offering genuine help in various ways. Furthermore, every word and action must inspire respect and serve as a spark of positive motivation for those around us. Third, we must create new values. Not only in the realms of art and culture, but even in everyday life, even a small creative idea can make people's lives a little more comfortable and warm. That is the way to truly help the world. The recent performance of Chloe Kim and Choi Min-jeong at the 2026 Milan Winter Olympics touched the hearts of many. They showed genuine respect and warm consideration to their juniors, Choi Ga-on and Kim Gil-li, even at the very moment they reached the summit. The moment when someone who had already reached the summit readily acknowledged and congratulated someone who had just reached the summit transcended borders and languages, touching the hearts of people around the world. We all have different experiences and backgrounds, but the resonance of pure emotion can occur anytime, anywhere. When we view the world through the lens of consilience, we realize that everything, regardless of field or genre, ultimately lies within the same principles and flow. The tears that flow at the point where seemingly disparate things connect deeply, lead us into a single spiritual and emotional space. The frequency and depth of those tears, are precisely what reveals the depth and quality of a person's life. The magnitude of one's enlightenment is proportional to the size of one's vessel. When we cultivate our vessel through diverse daily practice and an open mind, greater enlightenment comes. It is time to once again deeply remember why we must never stop learning. If I, the master of this short and one-time life, do not properly manage it, who will? Each day is finite, interconnected yet fleeting. Therefore, the importance of using time meaningfully cannot be overemphasized. Consilience is an attitude that breaks down academic boundaries. When we explore the humanities, science, and art, we gain a broader and deeper understanding of the world. Prejudice, preconceptions, and alienation naturally melt away under the gaze of consilience. So, let us continue to study. 2026 is already passing by quickly. We must stay one step ahead of the flow. February 22, 2026 Consilience Artist Michael Chung <정수연 프로필> 정수연(1956년생)은 경영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통섭형 예술인이자 문제해결 전문가다.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마친 뒤,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서강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을 수료(인사·조직 전공)했다. 1982년부터 2004년까지 LG그룹에서 근무하며 기업 현장에서 조직·인사·경영 전반을 경험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서강대, 건국대, 단국대, 서울여대, 나사렛대, 한성대 등에서 경영학과 겸임·외래교수로 활동하며 조직관리와 리더십, 인적자원 분야를 강의했다. 이후 리더십·영업·인성·창의성 분야 전문 강사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트리즈(TRIZ) 기반 발명기법과 6시그마를 접목한 문제해결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예술가로서의 이력도 깊다. 세 살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 학창 시절 내내 두각을 나타냈고, 대학 1학년 때 피카소와 같은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뒤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2003년부터 2021년까지 화랑을 운영했으며, 200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0여 회 이상의 개인전을 열었다.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미술·문학·음악·과학을 넘나드는 '통섭예술인'으로 평가받으며, 경영과 예술, 과학을 융합한 창작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전 콘텐츠산업신문 편집장을 지냈으며, 저서로 『기술의 대융합』을 포함해 총 8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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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예술인 정수연] 통섭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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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7회)
- 제17회 목욕이 끝났다.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깨끗한 담요를 깐 침대에 누워 깨끗한 이불을 덮은 희정 씨가 미상 씨를 불렀다. "여기 앉아 봐요." 미상 씨는 희정 씨가 말하는 침대 가에 앉았고 그런 미상 씨에게 희정 씨가 물었다. "미상 씨는 언젠가 신을 만나본 적이 있던가요?" 말소리는 또렷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대로 웃을 수 없다. 일그러진 얼굴일지언정 웃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발경화증은 근육의 이상 증상이 아니라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그리고 지금 희정 씨의 병증은 대단히 심각하다. "아프기 전, 그러니까 대학교 다니고 학교에 근무할 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다녔어요. 대학교 때는 이호선, 학교에 근무할 때는 이호선과 삼호선.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신을 만났어요." 미상 씨는 그렇게 말하는 희정 씨의 눈을 내려다보고 있다. "신은 언제나 혼자 있어요." 희정 씨의 눈동자는 미상 씨가 아니라 천정을 향해 있다. "이쁜 신, 미운 신, 좀 덜떨어져 보이는 신, 당당하려고 애쓰는 신, 어쩔 수 없이 가난해 보이는 신, 오만한 신, 화난 신…… 뭐 그렇고 그런 신이 바로 신의 본래 모습입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승강 구역에 서서 플랫폼 스크린 도어에 비친 그런 신을 영접하고 전송해요. 그래요, 미상 씨. 신은 플랫폼 스크린 도어에 비친 나에요. 정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어렴풋하고 희미하고 자신만이 알아볼 정도로 내 맞은편에 선 신. 그 신의 모습은 언제나 어렴풋해요. 진실처럼." "주무세요. 푹 자요, 희정 씨." 미상 씨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희정 씨는 그런 미상 씨를 향해 눈동자를 움직였다. 손을 잡아 달라는 뜻이다. "코코하고 초코가 기다려요. 어서 가보세요." 힘이 없었지만 희정 씨는 미상 씨의 손바닥에 맞닿은 자신의 손에 힘을 주고 싶었다. 희정 씨의 의도를 눈치챈 미상 씨가 자신의 손가락 다섯 개에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힘을 주었다. 하나하나 차례차례 전해지는 미상 씨 손가락의 운동을 느끼고 즐기면서 희정 씨가 또 말한다. "빈번하게 전쟁이 일어나던 국경 마을에 한 노인이 살았어요. 그 노인이 노인이 되도록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그 노인이 맹인이었기 때문인데, 사실은 거짓 맹인이었어요. 눈 뜬 봉사 노릇으로 병역과 전화를 피하며 노인이 되었죠. 우리말로는 눈뜬장님이지만 다른 말로는 당달봉사라기도 하고 청맹과니라기도 해요. 그런데 그 노인이 진정으로 듣고 싶어 한 노래는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들이 부르는 승리의 찬가가 아니라 패잔병 무리가 부르는 자기 위안의 합창이었다고 해요. 침울하고 절망스러운 낮고 슬픈 합창.” "그래요. 이젠 푹 자요, 희정 씨." 이제는 그만 일어서려는 미상 씨의 손을 희정 씨는 놓아주지 않는다. 희정 씨가 또 말한다. "신은 그 패잔병들의 슬픈 합창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나는 생각해요. 미상 씨,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말하고 싶어요. 이 세상에도 저세상에도 날마다 사과가 열리는 사과나무는 없어요. 그리고 날마다 다른 과일이 열리는 그런 사과나무도 없어요. 오늘은 복숭아가 열리고 내일은 포도가 열리고 모레는 감이 열리고 글피는 귤이 열리는 그런 사과나무는 없어요. 사랑해요, 미상 씨." 그러면서 눈을 감고 희정 씨는 잠을 청한다. 그제야 희정 씨의 손을 놓은 미상 씨는 그녀의 얼굴 위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며 몸을 숙였다. 한 손은 그녀의 한쪽 겨드랑이 사이에 두고 다른 손은 그녀의 다른 쪽 목과 어깨 사이를 짚었다. 그렇게 미상 씨의 숨결이 가까워질 때 돌연 희정 씨가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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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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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에도 3,500억달러 대미투자 계획대로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한국 정부가 상호관세 인하를 전제로 약속한 3500억달러(약 51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은 일단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22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 선정 절차를 중단 없이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는 여전히 유효하고, 반도체·바이오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한미 간 우호적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역시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미니해설] 상호관세 무효 이후 한미 통상 시계, 투자로 돌파구 찾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한미 통상 환경에 중대한 변곡점이 형성됐다. 그러나 정부는 상호관세 무효와 별개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겉으로는 '전제 조건'이 흔들린 셈이지만, 통상 당국은 오히려 전략적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연방대법원 판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는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자동차·철강 등에 적용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와 대중(對中) 제재 성격의 301조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관세' 10% 부과를 발표했고, 곧바로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의 방향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대미 투자 약속을 재검토하거나 협상 재개를 요구할 경우, 오히려 더 강한 통상 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판결 이후 미국의 관세 환급 절차, 글로벌 관세 인상, 추가 관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성급한 입장 표명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구성해 투자 후보 프로젝트 선별 작업에 착수했다. 대미투자특별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지만, 기금 조성과 투자위원회 설립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도 병행하고 있다.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입법 공청회를 열고 다음 달 본회의 처리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미 투자 구상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 미국이 중시하는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발전·에너지·핵심광물 등 공급망 안정과 직결된 분야가 우선 검토 대상이다. 박정성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단은 판결 직전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상무부 등과 구체적 투자 협의를 진행했다. 비슷한 통상 환경에 놓인 일본의 행보도 변수다. 일본은 이미 360억달러 규모의 1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2호 사업 선정에 착수했다.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텍사스주 석유·가스 수출 시설, 조지아주 합성 다이아몬드 설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춤할 경우, 전략 산업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호관세가 무효가 된 만큼 그 전제 아래 체결된 투자 합의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당과 사회민주당은 특별법 논의 중단 또는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통상 협상의 연속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선택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향후 미국의 추가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2조, 301조, 관세법 338조, 수입 라이선스 수수료 등 다양한 수단을 거론하며 관세 확대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상호관세가 무효가 됐다고 해서 보호무역 기조가 완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미 투자 전략은 통상 리스크를 분산하는 ‘보험’ 성격도 갖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통해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고, 수출 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급변하는 미국 통상 정책 속에서 정부는 '속도 조절'이 아니라 '속도 유지'를 선택했다. 상호관세 무효라는 법적 판단 이후에도 3,500억달러 투자 카드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관세보다 더 무거운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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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에도 3,500억달러 대미투자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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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5만 고지 앞둔 '운명의 일주일'⋯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 생사 가른다
- 역사적인 다우지수 5만 선 돌파를 목전에 둔 뉴욕 증시가 이번 주 'AI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라는 거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기술주를 덮친 'AI 회의론'을 잠재우고 강세장의 동력을 회복할 열쇠를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0.2% 상승하는 데 그치며 횡보하는 가운데, 시장의 모든 시선은 25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 쏠려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매출 659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대비 71%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월가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는 점이 오히려 리스크다. 엠파워(Empower)의 마르타 노턴 수석 투자 전략가는 "모두가 깜짝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시장을 다시 놀라게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젠슨 황 CEO가 컨퍼런스 콜에서 고객사들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해 얼마나 강력한 확신을 주느냐가 이번 주 AI 생태계 전체의 생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기술주 전반에 확산된 'AI 무용론'도 이번 주 시험대에 오른다. 올해 들어 마이크로소프트(-17%)와 아마존(-11%)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인튜이트(Intuit)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이 AI 기술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음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올해 20% 가까이 폭락한 소프트웨어 섹터의 투매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정치·사법적 변수 역시 증시를 흔들 전망이다. 미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며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도했으나,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조치와 무역 분쟁 가능성이라는 더 큰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 24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은 향후 경제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며, 관세 무효화 판결 이후 행정부의 대응 방식은 달러화와 국채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최근 공개된 1월 FOMC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매파적' 본능을 드러낸 가운데, 27일 발표될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물가의 끈적함을 증명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은 7월 이후로 더욱 밀려날 수 있다. 결국 내주 월가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트럼프의 입, 그리고 물가 지표라는 세 개의 파고를 한꺼번에 넘어야 하는 '운명의 일주일'을 맞이하게 됐다. [미니해설] '엔비디아의 입'과 '트럼프의 관세'에 걸린 5만 시대의 운명 ① 엔비디아, '전설' 지속과 '거품' 붕괴의 기로 내주 수요일(25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단순한 기업 성과 공개를 넘어 'AI 강세장'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심판대가 될 것이다. 현재 월가의 전망치는 극명하게 갈린다. S&P 글로벌 비저블 알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최저 6.28달러에서 최고 9.68달러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멜리사 오토 연구원은 "낙관론자가 옳다면 주가는 여전히 저렴하지만, 비관론자가 옳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수치보다 젠슨 황 CEO의 '코멘트'가 중요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고객사(하이퍼스케일러)들의 주가가 AI 투자 대비 수익성 부족 우려로 압박받고 있는 만큼, 젠슨 황이 이들의 지속적인 구매 의사와 AI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순환매(rotation)'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② 소프트웨어 잔혹사: AI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올해 뉴욕 증시의 가장 뼈아픈 손가락은 소프트웨어 섹터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에 관련 지수가 20% 급락했다. 베이커 애비뉴 웨스트 매니지먼트의 킹 립 최고 전략가는 "내주 세일즈포스와 인튜이트의 실적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존 능력을 가늠할 지표"라며 "혁신을 통해 적응하는 기업만이 이 투매 장세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이들이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를 내놓는다면, AI 열풍은 '장비주(엔비디아)만의 잔치'로 끝날 위험이 크다. ③ 트럼프 관세 무효화 판결: '사법적 제동'이 부른 새로운 불확실성 미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부과를 무효화한 판결은 시장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줬으나, 속내는 복잡하다. 투자자들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대신 어떤 형태의 무역 장벽을 세울지, 그리고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문제가 재정 적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24일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를 향해 어떤 공세를 펼치고, 새로운 통상 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러화와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 ④ 7월 인하론에 배수진 친 월가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는 더욱 안갯속이다. 최근 GDP 성장률이 1.4%로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지표(PCE)의 가속화와 견조한 고용 지표가 연준의 손발을 묶고 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7월 첫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올해 총 2회의 인하(0.5% 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주 발표될 1월 PPI가 예상을 상회할 경우, 시장은 '연내 1회 인하'라는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각 기준) *2월 23일(월): 일본 물가 지표(도쿄 CPI),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 *2월 24일(화):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SOTU),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홈디포·로우즈 실적 *2월 25일(수): 엔비디아 실적 발표, 세일즈포스 실적, 미국 신규주택매매, 5년물 국채 입찰 *2월 26일(목):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7년물 국채 입찰 *2월 27일(금):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 1월 PCE 가격지수(최종), 인도 3분기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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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5만 고지 앞둔 '운명의 일주일'⋯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 생사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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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모래시계
- 모래시계 백현 검은 머리통들이 지하철 환승구를 물밀듯 쏟아져 내린다 병목을 다투어 빠져나가는 모래의 비명이 귀속에서 웅웅거린다 시간 앞에서 인간이 바치는 온몸이 떨리는 갈증과 조바심 피 흐르고 불타던 전장의 잔혹함이 묻히고 사구를 흐르는 모래 물결과 느릿한 낙타의 발자국이 이어지고 오직 모래의 무심을 빌어 다시 채워지는 병 속의 시간 한 알 한 알 모래가 떨어져 내리는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모래를 끌어 내리는 중력이 나를 빨아들이고 무수한 모래가 칼끝이 되어 살갗을 파고든다 시간의 병 속에 담겨있는 내 머리가 보인다 망치를 들어 모래시계를 깨트린다 발밑에서 천 개의 시간이 번뜩인다 천 개의 나를 딛고 선다 유리 파편 위를 걷는 맨발의 시간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알람 소리에 놀라 이불 밖으로 쏟아지고, 현관문을 열고 거리로 쏟아지며, 다시 좁은 지하철 문틈으로 몸을 구겨 넣습니다. 거대한 중력이 등 떠미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를 밀어내는 건 '늦으면 안 된다'는 스스로의 조바심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있어도 늙어간다는 사실이 때론 참을 수 없이 억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좁은 병목을 통과하려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깎여나가는 모래알처럼, 우리는 매일 조금씩 더 작아지고, 더 고운 가루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부드러워진다는 건, 어쩌면 나를 잃어간다는 말의 다른 표현 아닐까요. 문득, 나를 가두고 있는 이 투명한 벽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해진 구멍으로 얌전히 빠져나가기를 거부하고,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중력을 거스르고 싶어집니다. 흐르는 대로 휩쓸려 가는 대신, 차라리 멈춰 서서 와장창 그 벽을 깨뜨리는 상상을 합니다. 비록 날카로운 파편 위에 맨발로 서게 될지라도, 누군가 뒤집어주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딛고 선 그 찰나의 순간을 온전히 움켜쥐고 싶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시간의 틀을 깨고 나온 사람만이 비로소 자신의 발바닥으로 설 수 있습니다. 그 바닥이 비록 피가 흐르는 유리밭이라 해도 말입니다. 당신의 시계는 지금 흐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그 시계를 쥐고 있습니까. <편집자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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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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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6회)
- 제16회 희정 씨의 젖가슴은 단단하고 매끄러운 경북 영주 사과 같다. 바디워시 듬뿍 적신 바디타월을 든 오른손으로 미상 씨는 희정 씨의 겨드랑이를 닦고 있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희정 씨의 어깨를 단단히 부여잡았다. 미상 씨는 지금 자신의 왼손이 폭풍우에 흔들리는 어린 사과나무 가지를 움켜잡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희정 씨의 목과 어깨를 문지르고 견갑골 이쪽저쪽을 지난 바디타월은 미상 씨의 왼손에서 오른손은 자리를 옮겼다. 그 오른손이 희정 씨의 가슴 녘에 다다랐다. 왼쪽 젖가슴을 지나고 오른쪽 젖가슴을 지난 미상 씨의 오른손이 희정 씨 오른쪽 겨드랑이로 옮겨간다. 미상 씨는 줄곧 폭풍우 치는 사과나무 과수원을 생각하고 있다. 이십여 년 전 어느 여름날이다. 과수원은 부석사 아래 사하촌에서 멀지 않은 왕대밭골 깊은 골짜기에 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한쪽에서 가느다란 번개가 찢어지고 우르르 우르르 천둥이 운다. 과수원의 사위는 더욱 컴컴하게 변한다. 원두막에서 잠을 깬 소년은 검은 등을 가진 짐승의 무리와 어울려 웅성거리는 사과나무 과수원을 내려다보고 있다. 수직으로 내려꽂히는 장대비는 짐승의 무리를 화나게 할 것만 같아 안타깝다. 그리하여 다시 바디타월을 넘겨받은 미상 씨의 왼손은 희정 씨의 오른쪽 쇄골 위에서 멈추었다.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불편하대도 어쩔 수 없다. PVC 간이욕조는 희정 씨의 온몸을 담글 만큼 깊었으나 다리를 쭉 펼칠 만큼 넉넉한 길이가 아니다. 희정 씨는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고 그리고 눈을 감고 있다. 수시로 말을 걸고 또 명령을 내리는 미상 씨의 요구에 희정 씨는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다. 앞뒤로 몸을 젖히기도 하고 숙이기도 해야 하지만 희정 씨의 몸은 그럴 능력이 없다. 팔을 쳐들지도 못한다. 미상 씨는 이제 욕조 곁 타일 바닥에 무릎을 꾼 자세로 희정 씨의 오른쪽 팔뚝을 문지르고 있다. "자아, 이제……." 다발경화증 환자는 특히 겨울철을 조심해야 한다. 미상 씨도 희정 씨도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노래방에 다녀왔다. 무리한 외출이었다. 이전에도 희정 씨는 겨울을 힘들어했는데, 감기나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했고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한 피로와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다. 그러나 정신은 말짱하다. 이러한 상태가 다발경화증 병증의 특징이다. 심리적으로는 극심한 무력감과 타인 의존에 대한 좌절감이 있으나 사고력과 기억력은 평시와 같고 주변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도 정상이다. 그래서 희정 씨는 자신의 배를 지나 이쪽저쪽 골반뼈를 문지르는 미상 씨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오른손이 그러는 동안 미상 씨의 왼손은 희정 씨의 왼쪽 겨드랑이를 틀어잡고 왼쪽 어깨로는 그녀의 윗몸을 지탱하고 있다. 과수원은 흔들리고 휘청거린다. 다시 한번 아름드리 번개의 줄기가 과수원 하늘을 창백한 빛으로 찢으며 지나친다. 섬광 줄기 아래로 새하얗게 놀란 과수원의 모양이 한순간 드러났다가는 사라진다. 우르르르 콰광쾅 콰과강, 하고 천둥소리는 과수원을 둘러싼 소나무숲과 왕대밭을 후려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미상 씨는 이쪽저쪽 희정 씨의 무릎을 문지르고 장딴지와 복숭아뼈를 꼼꼼히 닦았다. 어쩌면 금방 환한 여름날 대낮의 풍경으로 복귀할 듯한 기대에 소년은 사과나무 곁으로 다가가 검은 이파리 잔뜩 달린 가지를 치켜들었다. 사과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검고 단단한 구(球)의 형상만이 그곳에 숨어 있었다. 먹구름의 장막은 두껍고 억세다. 그 먹구름이 다시 비를 뿌리자 검은 사과나무 이파리는 농익어 가는 검은 사과를 하나하나 덮어 감추었다. 희정 씨의 발가락 열 개를 다 씻긴 미상 씨는 희정 씨를 바라보았다. 희정 씨도 미상 씨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할 말이 있었으나 하지 못한다. 미상 씨의 왼손은 희정 씨의 오른손을 잡고 있다. 바디타월을 든 미상 씨의 오른손은 희정 씨의 구부린 무릎과 구부린 무릎 사이 목욕물 속에 잠겨있다. 희정 씨는 그 손의 정지를 느꼈다. 푸슬푸슬 비는 내리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다. 소년은 원두막으로 올라가 다시 낮잠에 빠져들 수 있다. 사과나무 과수원의 사과는 사과나무 이파리 뒤에 고스란히 숨어 있다. 소년이 사과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제야 미상 씨와 희정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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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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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세계에 '글로벌 10% 관세' 전격 발효⋯대법원 제동에도 무역전면전 재점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맞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10%의 '글로벌 관세'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사법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권한을 재해석해 관세 부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미국발 무역 긴장이 다시 한 번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오벌오피스에서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글로벌 10% 관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조치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백악관은 같은 날 포고령을 통해 이른바 '임시 관세'가 미 동부시간 24일 0시1분부터 적용된다고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기존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 직후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와 중국·캐나다 등에 적용한 '펜타닐 관세'가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1, 2심의 위법 판결을 유지한 최종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로 차등세율을 적용해 부과해온 상호관세는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새로운 10% 관세를 발동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불균형 등 경제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150일간 15% 이내의 관세를 일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기존 10% 기본관세를 다른 법적 틀로 대체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신규 관세 조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법적 근거로 활용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임시 조치를 넘어, 향후 특정 국가를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포고령은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해선 신규 관세를 면제했다. 핵심 광물,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 및 버스 관련 부품, 일부 항공우주 제품이 예외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내에서 재배·채굴·생산이 불가능한 천연자원과 비료도 제외됐다. 이는 공급망 충격을 최소화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세계 교역 질서에 미칠 파장이다. 10%라는 단일 세율은 국가별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식상 '보편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에 비용을 전가하는 조치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따라 최초 25%로 책정됐던 상호관세가 지난해 11월부터 15%로 인하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 국회의 대미 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관세와 함께 상호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존 상호관세는 무효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국 압박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관세 인상 여부에 따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더구나 무역법 301조 조사가 병행될 경우 특정 산업을 겨냥한 고율 관세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사법부와 행정부 간 권한 다툼이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제동했지만,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정책 효과는 상당 부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역시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관세 10%는 기업의 원가 구조를 압박하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변수를 던진다. 인플레이션이 재자극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는 150일이라는 시한을 전제로 하지만, 무역법 301조 조사와 결합될 경우 구조적 관세 체제로 전환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직후 곧바로 대응 카드를 꺼내든 점은 무역정책을 핵심 정치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번 '글로벌 10% 관세'는 단순한 임시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통상 전략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세계 교역 질서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은 복잡해진 통상 지형 속에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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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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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세계에 '글로벌 10% 관세' 전격 발효⋯대법원 제동에도 무역전면전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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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1회)
- 1회. 묵호로 가는 이유? 혼자니까 묵호다 작당들이 24시 문화 순환을 연구할 공간에 앉아 있다. '논골담길 커먼즈'. 내가 직접 기획하고 이름까지 붙인 4평 공간의 하얀색 의자 위다. 골목을 타고 남쪽에서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딱 하나였다. 발소리가 하나뿐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둘 이상이면 반드시 낮은 말소리라도 섞이기 마련이니까. 묵호를 혼자 걷는 사람은 말이 없다. 그 침묵이 겹겹이 쌓여 이 골목의 결이 되었고, 그 결이 지금의 묵호를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장소로 만들었다. 참 묘한 일이다. 나는 묵호의 중심이 된 이 공간 논골담길을 기획한 사람이다. 2010년, 이 언덕에 처음 올랐을 때 여기는 누구나 찾는 명소가 아니었다. 빈집이 늘고, 젊은이들은 떠나고, 그저 짠 오징어 냄새만 바람에 실려 다니는 동네였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이었지만, 이 골목은 이미 그 쓸쓸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나는 기획자라는 명함을 들고 그 냄새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지금 나는 잠시 그 사실을 잊어보려 한다. 문화 기획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게 차가운 설계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동선, 시선이 머무는 곳,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감동은 어느 정도일지. 그런 계산을 내려놓고 그냥 여기 앉아 있을 때, 비로소 이 골목이 내게 다르게 말을 건다. 마치 내가 오늘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인 여행자인 것처럼. 사람들은 왜 하필 묵호에 혼자 올까? 이 질문을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묵호는 관광지로서 화려한 맛은 없다. 강릉이나 속초처럼 세련된 카페나 편의시설이 깔린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낡았고, 비탈길은 가파르며, 바람은 거칠고 오징어 냄새가 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온다. 혼자서. 낡은 카메라 하나,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거리를 걷다가 내린 답은 이렇다. 묵호는 누군가에게 위로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기어이 혼자가 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천지 차이다. 위로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채워달라는 부탁이라면, 혼자가 되겠다는 건 내 안의 소음들을 비워내겠다는 단호한 선택이다. 묵호의 골목은 무언가를 채워주지 않는다. 그저, 마음껏 비워도 괜찮다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줄 뿐이다. 이 시대는 왜 이토록 비움에 목말라 있을까. 묵호로 향하는 발걸음은 일반적인 여행의 유행이 아니다. 24시간 연결된 지치고 피로한 사회에서 '나 홀로'라는 상태를 외로움이 아닌, 내 의지로 선택한 소중한 시간으로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길을 떠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묵호는 그 마음에 딱 맞는 풍경을 내어준다. 세련되지 않아 오히려 솔직하고, 번화하지 않아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 앉을 수 있는 곳.' 혼자니까 묵호다.' 이 말은 그래서 나왔다. '논골담길'도 그런 비움의 공간이길 바랐다. 처음 이곳을 구상할 때 가장 겁냈던 건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 마을 재생이라는 번지르르한 이름 아래 수많은 골목이 천편일률적인 벽화로 덮이고 억지스러운 포토 존이 생기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그것들은 대개 주민을 위한 그것이 아니었다. 관광객을 위한 무대였고, 그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은 배경이나 소품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공간을 기획한다는 건 결국 윤리의 문제다. 어떤 이야기를 살리고, 어떤 기억을 지울 것인가. 누구의 삶을 공공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기획은 곧 긍정 권력을 나누는 일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낳는 건, 대개 그 권력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골목에서 그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고 싶었다. 내 노력이 성공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이 연재가 끝날 때쯤에도 정답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발소리가 멈췄다. 공론장 커먼즈 입구에 서른쯤의 여자가 서 있었다. 배낭 하나, 카메라 하나. 그녀는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한참 동안 입구를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골목 북쪽 어달, 대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무엇을 비우러 이 먼 묵호까지 왔을까. 그리고 이 투박한 골목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여백을 허락해 주었을까. 묵호는 그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항구다. 정답을 툭 던져주지는 않지만,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을 힘을 준다. 공간은 완성되는 순간 기획자의 손을 떠난다. 그 뒤로는 공간과 사람이 만나는 수많은 우연이 그곳의 의미를 매일 새롭게 써 내려간다. 나는 2010년부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내가 계산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질기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 골목은 살아남았다. 나는 다시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기획자로서의 나와, 그저 쉬러 온 방문자로서의 내가 슬며시 겹친다. 그 겹친 마음이 바로 이 연재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항구는 혼자 오는 사람을 기억한다. 나는 이제 그 기억의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러 왔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자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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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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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美 대법원 '철퇴' 맞은 트럼프 관세⋯'플랜B' 무역법 122조 꺼내며 전면전 예고
-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강행해 온 상호 관세 정책에 최종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무역 적자 해소와 미국 제조업 부흥을 명분으로 이 관세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 전반에 10퍼센트 기본 관세를 매기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보복성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 국정 운영 동력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 전반에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이 판결로 지난 반세기 동안 단 한 번도 관세 부과에 쓰이지 않았던 비상경제권한법을 앞세운 상호 관세는 즉각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다수 의견을 집필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헌법이 세금과 관세를 매길 권한을 오직 입법부인 의회에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 역시 보충 의견에서 "입법 과정의 숙고적 특성이야말로 자유를 지키는 방파제"라며 의회를 우회하려는 행정부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관세를 매겼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법률이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주지만 관세를 부과할 명시적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가 경제와 정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의회가 명확하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해 행정부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소송은 갑작스러운 관세 폭탄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국 내 수많은 기업과 12개 주 정부가 연합하면서 시작됐다. 핵심 국정 과제가 무력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며 법망을 우회하는 대안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결정을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대법관들이 외국 세력에 부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정치적 이유로 고금리를 선호하는 무능한 인물"이라며 불만을 터트리는 등 경제 정책 전반에 걸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본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미국을 착취하던 외국 국가들이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겠지만 그 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기존 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수단으로 1974년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3일 안에 새로운 10퍼센트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위법 판결을 받은 관세 정책 대신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는 무역법 301조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법 232조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두 법안은 대통령 선에서 바로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 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낡은 조항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러한 대체 법안을 동원하면 올해 미국 정부가 거둬들이는 관세 수입은 기존과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대한 환급대란 예고 대법원 판결은 당장 미국 경제 전반에 거대한 환급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국소매연맹 등 주요 경제 단체는 기업들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급심 법원이 명확한 환급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조세재단 부사장 에리카 요크는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법률을 근거로 미국 정부가 징수한 관세 규모가 최소 1600억 달러(약 232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법관들은 관세 환급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낸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이미 수입업자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를 환급하는 과정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직 아마존 브랜드 매니저이자 컨설턴트인 마틴 호이벨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통 공룡들이 이번 판결을 빌미로 납품 단가 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채 시장에서는 정부가 관세 수입 감소로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장기물 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피치 레이팅스 소속 경제학자 올루 소놀라는 "이번 판결로 올해 부과된 관세 가운데 60퍼센트 이상이 소멸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등 주요 교역국 대미 투자 재협상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독단적인 관세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관세 면제를 대가로 미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맺었던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이 마주한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관세를 무기로 각국을 압박하던 미국의 협상 지렛대가 사라지면서 국제 사회는 새로운 무역 역학 관계 재편을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관세 면제를 대가로 미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맺었던 주요 교역국들은 일제히 복잡한 계산에 돌입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연합 등 여러 국가는 상호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건네며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07조 원),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97조 원), 유럽연합은 6000억 달러(약 870조 원) 규모 투자를 압박받았다. 그러나 관세를 무기로 각국을 압박하던 미국의 협상 지렛대가 사라지면서 국제 사회는 새로운 무역 역학 관계 재편을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존 합의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과 전면 재협상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유럽연합 의회는 판결 직후 미국과 맺은 무역 협정 이행을 연기할지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에 고전하던 스텔란티스와 BMW 등 유럽 자동차 기업과 럭셔리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통상 장관은 이날 대법원 판결을 두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정당하지 않다는 캐나다 입장을 명백히 뒷받침해 준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 관세에 맞서 싸워 거둔 중요한 승리"라며 "백악관 후속 조치를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앞서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호 관세 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미국과 합의를 맺은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치권은 행정부 권한 팽창을 저지한 사법부 판단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헌법이 정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했다"며 대법원 결정을 반겼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 역시 이번 판결을 "삼권분립의 위대한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판결이 터무니없다"며 "의회가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을 즉각 입법화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법원 판결조차도 트럼프 관세가 남긴 거대한 경제적 상처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관세 수입 증발로 미국 국가 부채가 2조 달러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수단으로 내세운 무역법 301조와 122조 조항들은 적용 기한이 짧고 조사 절차가 복잡해 이전처럼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관세 부과 효과를 거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법적 허점을 끊임없이 파고들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억지로 연장하려 시도할 수록 세계 무역 시장 불확실성은 한동안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ey Insights]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 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관세를 무기로 각국을 압박해 온 미국의 협상 지렛대가 법적으로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이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미국과 맺었던 막대한 규모의 투자 합의(약 507조 원)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명분을 제공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 등 우회로를 통해 10% 보편 관세를 강행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은 환급 소송 등 단기적 법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150일 주기로 변동성이 극대화될 미국의 ‘꼼수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을 펼쳐야 한다. [Summary]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앞세워 부과한 광범위한 상호 관세에 대해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라며 6대 3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을 맹비난하며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3일 내 새로운 10%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플랜 B'를 선언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 내에서는 최소 232조 원 규모의 초대형 관세 환급 대란이 예고됐으며, 관세 면제를 대가로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했던 한국과 EU 등 주요 교역국들의 전면적인 재협상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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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美 대법원 '철퇴' 맞은 트럼프 관세⋯'플랜B' 무역법 122조 꺼내며 전면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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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美대법, 트럼프 '비상관세' 제동⋯S&P500 0.6% 급등
- 뉴욕증시가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에 반등했다.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기업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가 부각됐다. 2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1.43포인트(0.60%) 오른 6903.32에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76.26포인트(0.78%) 상승한 2만2858.99,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4.73포인트(0.37%) 오른 4만9579.89를 기록했다.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다우는 상승 전환했다. 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2% 상승했고, 홈디포·파이브빌로우 등 관세 민감 소비주도 강세를 보였다. WSJ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에스티로더·스탠리블랙앤드데커 등 무역 민감주도 약 2% 안팎 올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150일간 한시적으로 관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존에 납부된 관세 환급 여부는 판결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4% 증가에 그쳐 예상(2.5%)을 밑돌았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로 연준 목표(2%)를 웃돌았다. [미니해설] 대법원 판결이 던진 신호…"불확실성 해소" vs "새 변수 등장" 이번 판결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정책 불확실성의 방향을 바꾼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시장은 이를 관세 부담 완화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CNBC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판결이 "주식시장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B.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은 "시장에 혼란을 주던 관세 이슈라는 거시적 역풍이 하나 줄었다"고 말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즉각 반응했다. 중국에서 상품을 대량 조달하는 아마존이 2% 상승했고, 홈디포·파이브빌로우 등 소비재 유통기업도 강세를 보였다. 제프리스는 예티홀딩스·나이키·샤크닌자를 수혜 종목으로 지목하며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의 비용 압박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제학자 헤더 롱은 CNBC에서 이번 판결을 "경제에 주는 선물"로 표현했다. 중소기업이 특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0% 글로벌 관세…정책은 계속된다 시장의 안도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항은 최대 150일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조사 착수 방침도 밝혔다. 이는 보다 영구적인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행정부가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재구성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문제는 이미 납부된 관세의 환급 여부다.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명확히 다루지 않았다. 수입업체들은 당분간 관세를 계속 납부하고 있으며, 환급 절차는 하급심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일종의 재정 부양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책 불확실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 신호와 물가의 이중 부담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시장을 압박했다. 4분기 GDP 성장률은 1.4%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상무부는 사상 최장 정부 셧다운이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낮췄다고 추정했다. 물가 역시 안도하기 어려웠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는 3%로 목표치 2%를 상회했다. 성장 둔화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간 기준으로 S&P500은 1% 상승했고, 나스닥은 5주 연속 하락세를 끊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우 역시 주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반다트랙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 이후 개인 순매수는 강하게 확대되지 않았다. 지난해 랠리를 이끌었던 개인 자금의 적극성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범위 장세 탈출의 촉매 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박스권 장세를 돌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GDS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렌 스미스는 CNBC에서 “올해 들어 이어진 좁은 거래 범위를 벗어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관세 환급, 추가 조사, 새 관세 부과 방식 등 법적·행정적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반등은 정책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됐기 때문이 아니라, 법적 균형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은 법원과 행정부, 그리고 향후 경제지표를 동시에 주시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관세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무역 정책은 여전히 핵심 변수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위험자산은 즉각 반응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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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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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美대법, 트럼프 '비상관세' 제동⋯S&P500 0.6%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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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800 첫 돌파⋯'육천피' 가시권
- 설 연휴 직후 랠리를 재개한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등하며 사상 처음 5,800선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31.28포인트(2.31%) 오른 5,808.53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5,809.91까지 치솟았다. 시총 1위 삼성전자(0.05%)는 191,0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6.15%)는 급등해 94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09%), 한화시스템(9.49%) 등 방산주도 강세였다. 코스닥은 1,154.00으로 마감하며 하락(-0.58%)했고, 원/달러 환율은 1.1원 상승해 1,446.6원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 하락과 중동 리스크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미니해설] 미국 악재 뚫은 '불장'…반도체·방산이 이끈 5,800 돌파 코스피가 사상 처음 5,800선을 넘어섰다. 설 연휴 직후 재개된 상승 랠리가 이틀째 이어지며 '육천피' 기대를 현실 영역으로 끌어당겼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1.28포인트(2.31%) 오른 5,808.53에 거래를 마쳤다. 5,696.89로 출발해 종일 우상향 흐름을 보였고, 장중 5,809.91까지 고점을 높였다. 종가 기준 5,800선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간밤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강세다. 다우지수(-0.54%), S&P500(-0.28%), 나스닥(-0.31%),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0.50%)가 모두 약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압박 발언, 사모신용 운용사 블루아울의 일부 펀드 환매 중단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AI 설비투자 분야의 유동성 경색 우려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방산을 축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삼성전자(0.05%)는 190,100원에 마감하며 '19만 전자'에 복귀했다. SK하이닉스(6.15%)는 급등해 94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955,000원까지 치솟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 방산주도 강세를 주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09%), 한화시스템(9.49%), 현대로템(4.76%)이 동반 급등했다. 중동 긴장 고조 속에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에너지·금융주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오션(6.61%), 두산에너빌리티(5.18%), HD현대중공업(4.88%), 삼성물산(3.60%), KB금융(1.38%), 하나금융지주(3.96%), 기업은행(7.33%) 등이 올랐다. 반면 2차전지와 일부 대형주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 셀트리온(-1.02%), 현대차(-0.78%), LG에너지솔루션(-0.50%), 삼성SDI(-1.47%)는 하락했다. 코스닥은 1,154.00으로 마감하며 약세(-0.58%)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1,446.6원으로 전일 대비 1.1원 올랐다. 장 초반 1,451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달러 강세가 이어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번 상승은 외부 악재를 내부 수급과 업종 모멘텀으로 상쇄한 결과다.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와 방산 수출 스토리가 지수 상단을 열었다는 평가다. 다만 뉴욕증시 조정과 중동 변수, AI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코스피 5,800선 안착 여부는 외국인 수급 지속성과 반도체 업황 기대가 관건이다. '불장'의 동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6,000선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대외 변수에 따른 급격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수 고점 영역에서는 업종별 선별 대응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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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800 첫 돌파⋯'육천피'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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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세이] 야옹이네 연대기(1회)
- 『야옹이네 연대기』는 고양이를 싫어하던 한 사람이 숙명처럼 반복되는 고양이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새끼 고양이의 죽음에서 시작된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는 단순히 반려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집안으로 들어왔다가 살다가 죽고, 또 남겨진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며 변화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기도 하다. 필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던 과거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마음에서 출발해 결국 왜 이 생명들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돌봄은 선의인가, 책임인가, 아니면 무너지는 자신을 붙들기 위한 방식이었는가. 만남과 이별이 거듭되는 사이, 필자는 어느새 돌보는 사람이 되어 있다. 집 역시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떠난 것과 남은 것이 뒤섞여 숨 쉬는 공간이 된다. 이 연재 산문은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오래 바라보고 기억하고 적어 나간다. 지붕 위, 천장, 다락, 장판 아래, 좁은 복도와 골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 자리다. 생명은 그 자리를 오가며 어떤 것은 남고 어떤 것은 사라진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야옹이네 연대기』는 한 마리의 고양이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한 집의 시간과 한 사람의 변화를 따라간다. 구조의 순간, 병과 죽음, 죄책감과 다짐,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일상까지. 그리하여 이 산문은 동물 에세이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을 감당하는 일인지, 남겨지는 사람이 어떤 시간을 버텨야 하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한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은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놓는 일이라는 사실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 준다. <편집자주> 제1장. 검은 천장 아래 이 낡은 한옥으로 이사 온 때는 7년 전이었다. 서울의 오래된 골목 안쪽, 비틀어진 골조로 겨우 버티고 선 낡은 한옥. 연고 하나 없는 동네였지만 도망치듯 도착한 유일한 피난처였다. 당시 내 옆에는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딸 강아지 '또또'가 있었다. 처음엔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다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천장과 지붕 사이에서였다. 쿵, 쿵, 사각사각, 때로는 바스락거리는 기묘한 소리의 연속. 처음엔 쥐인가 싶었다. 아니, 내가 겁을 먹은 거겠지.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또렷한 울음소리가 섞였다. 삐약삐약. 그건 쥐가 아니었다. 생후 몇 주도 안 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였다. 방 안에는 다락이 있었고, 위로 여는 널빤지 문이 하나 달려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문을 삐거덕 열고 고양이 사료를 그 천정과 지붕 사이에 올려두었다. 천장 구석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기척이 느껴졌다. 그렇게 며칠을 두자, 사료가 사라져 있었다. 누군가 와서 먹고 간 흔적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기척이 사라졌다. 울음도 천장을 쿵쾅대던 소리도 멈췄다. 대신 지나치게 고요한 정적이 집 안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직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천장 틈새와 모서리 사이, 문틀 구석에서 흰 구더기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또는 그것들을 쫓아다녔고, 나는 또또를 방에 격리시킨 채 사방을 닦아냈다. 그러나 닦을수록 더 나왔다. 혹시 얼마 전 울어대던 새끼들이 죽어 썩어 생긴 것이라면, 그렇게 보기엔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천장 모서리와 작은 틈들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구더기는 멈추지 않았다. 새하얗고 퉁퉁했으며 활기차게 꿈틀댔다. 며칠이 지나자 집 안은 다시 파리로 가득 찼다. 이전에는 본 적 없는 빠른 속도였다. 나는 두려움과 혐오 그리고 고양이 새끼를 살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점점 숨이 막혔다. 결국 119와 구청, 동물구조협회, 방송국까지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걸었다. 며칠 뒤 특수 청소 용역업체에서 찾아왔다. 나는 소리가 나던 천장 위치를 가리켰고 그들은 그곳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섯 구의 고양이 사체가 있었다. 얼룩진 몸들이 서로 겹친 채 성묘 셋과 아기 셋. 그제야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나는 울었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 머리 위에서 여섯 구의 사체가 썩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그날 이후 나는 골목을 떠돌며 쓰레기봉투를 뒤지던 고양이 어미와 새끼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 근처에서는 굶어 죽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때 내 앞에 나타난 고양이 모녀 가운데 새끼 고양이가 '야옹이'였다. <고고고하우스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에 열중했고 글짓기에 소질을 보여 백일장에서 날렸다. 그때는 몰랐지만 결국 오늘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운명을 맞는다. 이와 같이 삶은 거창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뜻밖의 사소한 우연에 의해 조용히 방향을 바꾼다. 이 산문 연재 역시 그 어떤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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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세이] 야옹이네 연대기(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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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편집자주> 더파든의 스파이-프롤로그 그는 오늘 새벽에 또 그 꿈을 꾸었다. 대략 두 달 반 전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꿈. 그 고양이 두 마리가 농장 정원 '더파든(The Farden)'에 나타난 즈음에 꿈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어떤 우연과 필연의 연결고리일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한 예감을 주는 꿈. 고대의 전쟁터에 있었다 아마 힌두쿠시 어디쯤일 것이다 하늘의 문은 닫히고 땅의 어둠은 깊다 삼 주야를 싸웠다 투구가 깨어지고 갑옷의 줄도 잘렸다 피와 땀에 절은 가슴에 적장의 칼끝이 닿았다 이제 날카로운 칼은 해진 옷을 뚫고 가슴을 헤집을 것이다 "지친 내 심장을 가져가라" 희미한 심장의 온기마저 사라지면 영혼은 서늘한 밤하늘에 이를 것이다 기우는 달과 푸른 별빛이 아득하리라 깃털처럼 가벼워진 영혼 이내 훌훌 나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슴 먹먹한 나의 집으로 그리고 대의의 깃발을 들었던 그곳으로…… 운명이 우리를 찾는가? 우리가 운명의 문을 여는가?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운명의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곧잘 잊는다. 그러나 운명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 운명에 끌려가지 않고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가는 사람. '운명'을 '자유 의지'로 승화시키는 사람. 그리하여 운명을 자신의 서사로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남기는 '운명적 서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제 나는 자신의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간 어떤 전직 스파이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전직 스파이가 누구인가요?"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당신이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해두자.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일 수도 있겠고, 언젠가 당신이 읽었을 신문 기사의 배후에 존재하였던 익명의 헌신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SNS나 탐사보도 매체에 잠시 올랐다가 바로 사라져 버린(어디에서 기사 삭제에 개입했을 수도, 팩트 체크에 실패했을 수도 있는) 기사의 주인공이거나 외신 발 카더라 소식에 등장하는 인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당신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또는 있었던 일이라고 해두자. 어차피 이 이야기는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이니까.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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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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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천978조 사상 최대'⋯빚투·영끌에 2천조 눈앞
- 지난해 4분기에도 '빚투'와 '영끌'이 이어지며 가계 빚이 다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잔액은 2천조원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은 1978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조원 늘었다.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연간 증가액은 56조1000억원(2.9%)으로 2021년 이후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정부 규제로 둔화됐지만,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 기타대출이 주식 투자 수요 영향으로 확대됐다. 가계신용은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니해설] 2천조원 코앞 가계부채…주담대 눌러도 '빚투'가 밀어 올렸다 한국 가계부채가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주식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를 자극하며 전체 부채를 끌어올렸다. ‘영끌’과 ‘빚투’가 동시에 작동한 구조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14조원 증가했다.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분기 증가 폭은 3분기(14조8천억원)보다 소폭 축소됐지만, 절대 규모는 사상 최대다. 연간으로는 56조1천억원 늘어 2021년(132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만 보면 4분기 말 1852조7000억원으로 11조1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7조3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조8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대출 창구별 흐름이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6조원 늘었다. 주담대가 4조8000억원 증가했고, 3분기 감소했던 기타대출도 1조2000억원 반등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는 주담대가 6조5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기타대출은 2조4000억원 줄었다. 특히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신용공여가 2조9천억원 급증한 점은 '빚투' 흐름을 뒷받침한다. 보험약관대출과 은행 신용대출 증가도 주식 투자 수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 대금 등 판매신용 역시 2조8000억원 늘어 소비 회복 흐름도 일부 반영됐다. 다만 한은은 거시 건전성 측면에서 다른 시각도 제시한다. 지난해 연간 가계신용 증가율(2.9%)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대 후반 추정)보다 낮아,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오히려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부채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경제 규모 대비 부담은 다소 완화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구조다.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면 자금은 다른 자산시장으로 이동한다. 실제로 4분기에는 주담대 증가 폭이 둔화된 대신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이 확대됐다. 이는 금리 변동이나 주가 조정 시 가계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한다. 가계부채는 소비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 리스크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와 자산시장 반등이 맞물릴 경우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천조원을 눈앞에 둔 가계부채가 안정 국면으로 돌아설지, 아니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지는 자산시장 흐름과 정책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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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천978조 사상 최대'⋯빚투·영끌에 2천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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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6년 담합 혐의⋯공정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꺼내나
- 국내 주요 제분사 7곳이 6년간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공정위는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발동 여부까지 심의한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7개사가 2019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기업 간 거래(B2B)에서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을 반복적으로 합의한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사관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가격 재결정 명령을 요청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8%를 점유하며, 담합 영향 매출은 약 5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별도로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전원회의 결론 전 공개 브리핑하는 첫 사례로 남겼다. [미니해설] 밀가루 담합 6년, 5조8천억 시장 흔들다…공정위·검찰 '투트랙 압박' 국내 밀가루 시장을 좌우해온 제분업계가 또다시 담합 의혹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2006년 제재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에는 가격 재결정 명령이라는 '실효적 카드'가 다시 거론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7개사가 2019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B2B 시장에서 가격 인상 시기와 폭, 거래 물량을 사전에 조율했다고 판단했다. 심사보고서는 이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중대한 행위를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건의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격 재결정 명령이다. 이는 사업자 스스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해 시장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조치다. 2006년 제재 당시에도 포함돼 약 5% 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담합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소비자·수요 기업에 직접적인 인하 효과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사건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제분 7사는 지난해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8%를 점유했다. 심사관이 산정한 담합 영향 매출은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원회의가 이를 상당 부분 인정할 경우 과징금은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가능하다. 다만 실제 부과액은 인정 매출액, 리니언시 적용 여부, 가중·감경 사유 등에 따라 달라진다. 조사 속도도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조사에 착수해 약 4개월 반 만에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통상 담합 사건에 평균 300일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민생 밀접 품목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와 맞물려 태스크포스를 꾸려 집중 조사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가격 변동 여부와 폭, 시기를 합의한 혐의로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관련 규모는 약 5조9000억원이다. 통상 공정위가 조사 후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구조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먼저 고발을 요청하는 등 이례적 흐름을 보였다. 공정위가 심의 결론 전 사건을 공개 브리핑한 것도 처음이다. 그동안은 심사보고서 제출 사실을 대외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선례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 권한을 둘러싼 제도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전속고발제를 둘러싼 비판과 검찰과의 역할 조정 문제 속에서 공정위는 존재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전원회의 판단에 따라 과징금과 가격 재결정 명령이 현실화될 경우, 밀가루를 원재료로 쓰는 식품·외식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0년 전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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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6년 담합 혐의⋯공정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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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5회)
- 제15회 희정 씨 상태가 수상하다. 희정 씨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미상 씨는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고 침실 문을 열었을 때 희정 씨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를 쳐들 생각도 않은 채 희정 씨는 손등을 이마에 붙인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때요, 희정 씨? 반짝반짝 반짝거리는 아침이 아닌가요?" 농담을 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 새벽 야간배송에서 겪은 이런저런 불쾌한 경험 때문이기도 했으나 이마와 눈을 가리고 누워 있는 희정 씨가 다른 날과 달랐기 때문이다. "털모자는 없었어요. 그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홍콩을 경유해 국내 배송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해외직구 물품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하루 이틀 만에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희정 씨 가슴을 덮은 이불을 살짝 걷었을 때 미상 씨는 많이 놀랐다.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희정 씨는 가슴부터 단전 부위까지 온통 오물투성이였다. 밤새 운신하지 못한 상태로 배변을 하고, 그 변이 온몸을 칠갑한 모양이다. 냄새에 대한 생각도 불쾌감도 없었다. 미상 씨는 단지 손과 숨을 멈췄을 뿐이다. 배꼽 부위에서 멈춘 이불을 더는 걷어 내릴 수 없었기에, 미상 씨는 똥오줌으로 축 젖어 늘어진 이불의 한쪽 자락을 들고 엉거주춤 섰다. 그리고 슬그머니 희정 씨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움직일 수 없어요." 감기 기운이 심한 코맹맹이 소리로 희정 씨가 말했다. 이마와 눈은 여전히 그녀의 손바닥 밑에 있었다. 희정 씨는 그 한마디 말로 지난밤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자신의 신체 상태를 밝히고선 이제는 맘대로 하라는 듯이 침묵했다. 가슴도 배도 하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천천히 이불을 걷어 내리며 미상 씨가 말했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동사형입니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싱크와 무브로 살아가죠." 윗도리보다 더 참담한 희정 씨의 아랫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란빛을 띤 액체형 오물에 물든 윗도리에 비해 아랫도리는 으깨어진 대변과 그 파편으로 난장판이었다. 밤새 조금씩 조금씩 뒤척이며 몸을 비틀어 이쪽저쪽으로 이동하려 시도했던 모양이다. 젖은 이불을 욕실 구석에 내려놓은 미상 씨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먼저 파카를 벗고 스웨터도 벗고 바지도 벗었다. 반소매 검정 내의와 회색 팬티 차림으로 희정 씨 침대 곁으로 돌아온 미상 씨는 단호했다. "희정 씨! 우리 목욕을 합시다. 제가 깨끗하게 씻겨드릴게요." 희정 씨의 몸과 침대에 묻은 오물은 티슈로 훔쳐냈다. 그러다 보니 위아래 옷을 다 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이마 위에 손바닥과 손가락을 올린 희정 씨는 거부도 호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 침묵 속에서 미상 씨는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가슴과 배 그리고 등과 사타구니를 닦고 그리고선 깨끗한 담요로 그녀의 알몸을 덮어주었다. 이젠 PVC 간이욕조에 물을 받을 차례다. 희정 씨 목욕을 준비하면서도 미상 씨는 침묵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삼 년의 세월 동안 여러 번, 수없이 희정 씨의 세면과 머리 감기를 도왔으나 오늘처럼 나신의 그녀를 목욕시킨 적은 없었다. 그녀의 알몸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다. 세상천지 간에서 생애 맨 처음 목도한 여인의 알몸이 오물에 젖은 희정 씨의 몸이었다는 사실에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 미상 씨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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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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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의 100억 달러 베팅과 '가자 평화위'⋯유엔 우회하는 新 중동 질서의 신호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과 전후(戰後) 중동 질서 재편을 위해 거침없는 독자 행보에 나섰다.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과 다국적 평화군 파견을 골자로 한 이른바 ‘가자 평화위원회(Peace Board)’를 출범시키며, 기존 유엔(UN) 중심의 국제 질서를 우회해 트럼프식(式) ‘힘을 통한 평화’를 중동에 이식하겠다는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에서 40여 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가자 평화위원회 첫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철저히 ‘돈’과 ‘힘’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평화위원회에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부국은 물론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까지 동원해 70억 달러 이상의 구제 패키지 동참을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영토 재건에 필요한 약 700억 달러 중 일부”라며 향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거대한 인프라 재건 시장이 열릴 것임을 시사했다. 파괴된 가자지구를 통치할 새로운 안보 청사진도 구체화했다. 재스퍼 제퍼스 국제안정화군(ISF) 사령관은 인도네시아, 모로코, 카자흐스탄, 코소보, 알바니아 등 5개국이 평화군 병력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특히 부사령관직을 맡은 인도네시아는 최대 80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경찰 훈련을 맡는다. ISF는 하마스의 최후 보루였던 가자지구 남부 라파(Rafah) 지역에 우선 배치되어 치안을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만 명의 ISF 전투 병력을 투입하고, 1만 2000명의 현지 경찰을 양성해 하마스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이 위원회의 성격이다. 외신들은 이번 평화위 출범이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기 위한 ‘트럼프표 대안 기구’라고 분석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측근이 총출동한 가운데, 회의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벨라루스까지 참석했다. 반면 유럽의 일부 핵심 동맹국들은 회원 가입을 꺼리며 거리를 두고 있다. 유엔의 무능을 비판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 사태 해결을 지렛대 삼아 글로벌 안보·경제의 주도권을 자신들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 평화”라며, 이란을 향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의미 있는 합의를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평화위를 지렛대 삼아 하마스와 레바논 문제를 넘어 이란까지 압박하는 광폭 행보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 그리고 재건 경제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ey Insights] 트럼프 주도의 가자지구 재건 사업은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을 흔드는 동시에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 총 7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인프라 복구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건설, 인프라 기업들에게 새로운 중동 특수가 열릴 수 있다. 다만, 기존 유엔 체제를 우회하는 트럼프식 독자 노선이 심화할 경우, 동맹국인 한국 역시 전통적 다자주의와 트럼프발 신(新)질서 사이에서 외교·경제적 줄타기를 강요받을 위험이 상존하므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Summary]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과 치안 유지를 위한 '평화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 1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아랍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70억 달러를 보탰다.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이 국제안정화군(ISF) 병력을 파견해 라파 지역부터 치안 확보에 나서며, 장기적으로 2만 명의 병력이 투입된다. 이번 위원회 출범은 가자지구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유엔 체제를 견제하고 트럼프 중심의 새로운 중동 질서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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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트럼프의 100억 달러 베팅과 '가자 평화위'⋯유엔 우회하는 新 중동 질서의 신호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