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4명 중 3명 "관세 부담", 물가 인상 공포에 지갑 닫나
- 월마트발 가격인상 현실화?⋯타겟·홈디포 등 줄줄이 실적발표, 향방은
뉴욕 증시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음 주 타겟·홈디포 같은 주요 소매업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시간대학교의 5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0.8로 크게 떨어져,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소비 절벽' 걱정을 키우고 있다. 응답자의 약 75%가 관세를 언급했고, 앞으로 1년 기대 물가상승률은 7.3%로 1981년 이래 가장 높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이미 관세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실제 소비자 심리가 빠르게 나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세 충격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P500 지수는 4월 가장 낮았던 때와 비교해 18% 넘게 회복했으나,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얼마나 튼튼한지가 앞으로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휴전에도, 관세에서 비롯된 물가오름 공포와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매업체들의 실적과 대응 방안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니해설] '숫자로 확인된' 소비 공포…관세 폭풍 속 美 소매업, 침체 파고 넘을까
5월 뉴욕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해방의 날'을 선언한 뒤 휘몰아쳤던 관세 공포를 이겨내고 극적인 오름세를 이뤄냈다. S&P500 지수는 4월 가장 낮았던 때와 비교해 18% 넘게 뛰어 연간 손실을 모두 회복했다.
온라인 증권사 테이스티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사장은 "주식 시장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회복세 뒤에는 더욱 짙어진 '관세에서 비롯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소비자 심리 급랭
그 걱정은 미시간대학교가 최근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지수는 전달 52.2에서 50.8로 크게 떨어져 시장 예상치(53.5)를 한참 밑돌았을 뿐 아니라, 2022년 6월 기록했던 역대 가장 낮은 수치(50.0)에 가까워지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였다. 지수는 다섯 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대목은 내용이다. 응답자의 약 75%가 관세를 스스로 언급해, 4월의 60%에서 크게 늘어나면서 관세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똑똑히 보여줬다. 앞으로 1년간 기대 물가상승률은 4월 6.5%에서 5월 7.3%로 치솟아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걱정을 넘어 '경기 침체 속 물가 오름(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미시간대학교의 조앤 슈 조사 책임자는 "중국 관세를 한때 내린 뒤 일부 나아질 조짐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기에는 미미했다"며 "소비자들은 경제에 대해 여전히 어두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휴전이라는 좋은 소식도 얼어붙는 소비 심리를 녹이기엔 힘이 모자랐던 셈이다.
월마트 경고, '소비 절벽'의 서곡인가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관세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은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밀러 타박의 매튜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특히 월마트 발표 뒤 소매업체들의 구실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월마트가 "모두가 걱정했던 가장 심각한 수준의 관세는 아니겠지만, 그런데도 매겨질 관세에 대해 여전히 경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걱정을 키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소비자 심리 악화와 기업의 비용 떠넘기기 움직임이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지다. 크레셋 캐피털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는 "소비 심리가 많이 나빠졌다"면서도 "가계가 실제로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시간대학교 소비자 미래기대지수가 1980년 이래 가장 낮은 46.5로 떨어진 것을 보면, 실제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로버트 Y. 샤피로 정치학 교수는 "공화당 지지 응답자들까지 관세가 물가를 올린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현실이 닥쳐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관세의 나쁜 영향에 대한 생각이 정치 성향을 넘어 퍼지고 있음을 뜻하며, "나쁜 경제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을 낮추고 특히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앞날 예측까지 나온다.
'지표와 체감의 차이' 속 소매기업의 운명은
흥미로운 점은 고용시장 호조 같은 일부 '단단한' 경제 지표는 비교적 튼튼한 반면, 소비자 심리 같은 '부드러운' 지표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지표와 체감의 차이'는 경제 앞날 예측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까닭이다.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휴가 계획을 바꾸거나 집 고치는 일을 미루는 등 실제 행동에 나서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IG 북미의 JJ 키나한 최고경영자가 지적한 "소비자들이 더 값싼 물건으로 '눈높이를 낮춰 살지(하향 구매)'가 이번 소매업체 실적 발표의 핵심 지켜볼 점이 될 것이다. 값비싼 물건 중심의 랄프 로렌과 할인점 TJX 코스의 실적 발표는 소비 양극화나 눈높이 낮춤의 한 단면을 보여줄 수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북미 담당 경제학자는 5월 예비치 조사 기간(4월 22일~5월 13일)이 중국에 대한 가장 심한 관세(145%)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가정 아래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5월 12일 발표한 관세 미루기 조치로 최종 수치에서는 심리지수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좋은 쪽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다소 어지러운 상황"이라고 인정하며, 월마트의 가격 올림 발표가 5월 예비 조사 마감 뒤에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종 심리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없앨 수 없다.
다음 주 공개될 소매 공룡들의 실적과 그들이 내놓을 앞으로의 전망은, 안갯속에 갇힌 미국 소비 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앞으로 증시의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나뉨길이 될 전망이다. 시장의 V자형 오름세가 '신기루'였는지, 아니면 '새로운 힘찬 시장의 시작'이었는지는 이제 소매업체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분석과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