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당뇨 치료 후기임상 성공-72주간 시험서 10.5% 체중감소 효과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알약) 비만·제2형 당뇨 치료제 '오포르글리프론(orforglipron)'이 후기 임상시험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
회사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규제 당국에 승인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르면 내년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은 현재 주 1회 주사제 형태의 GLP-1 계열 약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릴리의 신약이 승인되면 '바늘 없는 대안'으로 시장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용 편의성이 높은 알약은 공급 확대와 환자 접근성 제고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특히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제와 달리 식이 제한이 필요 없는 점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이번 임상(ATTAIN-2)에서 오포르글리프론 고용량 복용군은 72주간 평균 10.5%(약 10.4kg)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위약군의 감소율은 2.2%에 그쳤다. 모든 환자를 포함한 분석에서도 평균 9.6% 감량으로 나타났다.
또한 혈당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도 크게 개선돼 시험 종료 시점에는 대부분의 환자가 제2형 당뇨 진단 기준에서 벗어났다. 이는 기존 GLP-1 주사제와 비교해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부작용은 구토, 구역,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대부분이었으며 대체로 경증에서 중등도에 머물렀다. 고용량 복용군 환자 가운데 23.1%는 구토를, 36.4%와 27.4%는 각각 메스꺼움과 설사를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주사제보다 체중 감량 폭은 다소 낮지만 주사에 대한 부담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구제의 장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사들은 "경구제는 제조와 공급이 용이해 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라이 릴리는 올해 들어 세 차례 후기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으며, 이번 성과로 모든 승인 요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비만이 없는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짧은 3상 시험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달 초 진행된 비만 환자 대상 연구에서도 목표를 달성했으나 월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시 체중 감량 폭은 이번보다 컸지만 이는 환자군 차이에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이메 알만도즈 UT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체중 웰니스 프로그램 책임자는 "오포르글리프론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라며 "특히 단식이나 수분 제한이 필요 없다는 점이 기존 경구제와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알약은 주사제에 거부감을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맞춤형 치료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임상에는 1,6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환자들은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점차 증량해 목표 용량에 도달했다. 고용량 복용군의 절반 이상은 체중의 10% 이상을 감량했고, 약 28%는 15% 이상을 줄였다.
NYU 랑곤 심장센터의 하워드 와인트럽 박사는 "오포르글리프론이 고도비만 환자들의 해답은 아닐 수 있지만, 체중을 10% 줄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성공 소식에 뉴욕증시에서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5%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