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 오후, 지영이 코코·초코와 처음 마음을 나눈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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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 23회. "여름방학 오후, 지영이 코코·초코와 처음 마음을 나눈 순간" 사진=챗GPT 5.4 생성 이미지


제23회

 

 

코코와 초코가 미상 씨네 집에 온 이년 전 여름은 지영의 오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때였다.


"아저씨, 저도 고양이 보고 싶어요. 고양이 보러 가면 안 될까요?"


"오호, 좋지! 언제든지 와."


"뭘 가지고 가야 되나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 우리 집에는 고양이 장난감과 사료와 간식이 다 있으니까."


"그래도 뭔가 선물을 하나 가지고 갈게요."


지영은 다이소에서 샀다는 빨간 깃털 달린 고양이 낚싯대 장난감을 가지고 왔다. 코코와 초코에게 딱 맞는 장난감이었다. 태어난 지 세 달 된 코코와 초코는 어미로부터 독립할 때라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쳐 지영의 낚시질에 넋을 잃었다.


"저도 고양일 키우고 싶지만 아빠가 허락할 리 없어요. 그래도 만약 키우게 된다면 우리 동네 이름을 고양이한테 붙여 줄 생각이에요."


허무맹랑한 소리를 남발하는 지영 아빠 우 선생님의 직함은 향토사학자다. 이 동네만이 아니라 성북구와 강북구, 종로구와 중구까지 지명과 명승지에 대해 해박하다. 그 영향으로 지영은 자신에게 고양이가 생긴다면 그 고양이 이름으로 이 동네 지명을 붙여 주겠다고 한다.


"하나는 물도리곶이라 부르고 하나는 물너머골이라 부르겠어요. 석관동과 월곡동의 우리말이거든요."


그러면서 미상 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코코하고 초코는 왜 코코와 초콘가요?"


"응, 그건 말이야. 내가 아니라 아래에 사는 희정 씨가 지어준 이름인데 카카오라는 열대 열매와 관련이 있어. 코코와 초코가 오기 전 카카오라는 고양이가 있었는데 말이야."


미상 씨는 멋진 소년 지영에게 카카오부터 초코까지 그 이름의 내막을 이야기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나무에 열리는 열매거든. 그 카카오 씨앗을 가공한 가루에서 지방을 빼면 코코아라는 식품이 돼. 그런데 카카오 가루에서 지방을 빼기 전에 우유와 버터와 설탕을 넣고 향료와 카라멜 색소를 첨가하여 반죽을 만든 뒤 딱딱하게 굳히면 초콜릿이 되거든. 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 카카오의 동생은 코코아와 초콜릿이고 줄임말로 코코와 초코라고 부르게 됐지. 내가 아니라 희정 씨가 지어준 이름이야."


"초코라는 이름이 더 이뻐요. 털만 아니라 발가락도 젤리도 다 새까맣다는 점이 정말 신기해요."


초코의 앞발을 잡고 그 발바닥을 만지며 지영이 말한다. 미상 씨로선 신선한 발견이었다. 올블랙이라고만 여겼지 초코의 신체 모든 부위가 새까맣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코코도 초코도 다 이쁜 이름이지만 난 지영이가 생각하는 고양이 이름이 더 멋지다. 우리 동네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 뜻도 이쁘고 발음도 멋지게 들리네."


"네, 제가 수업시간에 발표한 내용이거든요. 석관동과 월곡동의 어원에 대해서요."


"그래? 지영이 대단하다."


"아빠한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석관동은 물이 굽이쳐 돌아가는 곶(甲)을 가리키는 말로 '물도리곶'이고, 월곡동은 물 건너편 골짜기라는 뜻으로 '물너머골'이라고 했어요. 그게 우리 아빠가 자랑하는 지식이죠."


지영의 말을 들은 뒤부터 미상 씨는 우 선생님의 이상한 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길 가는 사람 셋이면 그 가운데 스승이 있다는 옛말처럼, 같은 빌라에 사는 세 가구의 이웃은 다 미상 씨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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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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