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직구액 14%대 늘고 엔화예금 1조원대 넘어서
- 일본 찾는 한국관광객 489만명으로 압도적 1위
엔화가치 하락이 가팔라지며 11월 들어 100엔당 860원대로 진입하자 일본여행과 엔화 투자는 물론이고 엔저효과로 일본 직구족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9 올해 1~3분기 온라인쇼핑을 통한 일본상품 직접구매액은 14.2% 증가한 344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 직구액은 10.8% 줄어든 1조392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개인 소비자들의 직구로만 한정해 보면 미국보다 일본에 뚜렷하게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은 올해 1∼10월 개인 기준 일본 구매대행 건수가 미국 구매대행 건수보다 15.3%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미국 구매대행 건수가 일본 구매대행 건수보다 37.4% 많았다.
올해 1∼10월 일본 구매대행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지만, 미국 구매대행 건수는 32% 급감했다.
이는 '강달러와 엔저' 효과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4일 1363.5원까지 오르는 등 최근 13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원/엔 환율은 이날 100엔당 867.86엔에 거래됐다. 지난 6일에는 867.38원을 기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몰테일의 B2B(기업간거래) 포함 전체 직구 규모를 보면 한국∙미국 거래액이 한국∙일본 거래액을 압도하지만 개인 고객의 구매대행 신청은 일본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직구족들은 카베진·샤론파스·에비오스 등 의약외품과 건강기능식품, 스노우피크·이와타니·도요토미 등 캠핑용품, M65 등 밀리터리풍 의류, 아식스·뉴발란스·아디다스 등 신발, 게임·애니메이션, 아이돌 굿즈 등을 주로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부터는 유럽산 와인까지 일본에서 직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세금을 내더라도 와인을 일본에서 직구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점차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1∼10월 와인 일본직구 대행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다.
일본에 대한 여행객 증가와 함께 엔화가치 상승 기대감에 따른 투자나 여행자금 목적으로 엔화를 매입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7일 기준 1조1407억엔(약 9조92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조489억엔에서 일주일 새 918억엔(약 8000억원) 불어난 액수다. 이달 들어 일평균 1000억원 넘게 급증하면서 8~9일 기준 집계는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앞서 엔화예금은 올해 1월 7583억엔에서 4월 5978억엔까지 감소했다. 이후 증가세로 전환해 9월 1조335억엔으로 1조엔을 돌파했다.
엔화가 900원대에서 86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저점 매수세는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6개월여 만에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원화를 엔화로 바꾸는 환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이 원화를 받고 엔화를 지급한 엔화 매도액 규모는 올 1~10월 누적 3228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엔화 매도액인 801억엔 대비 4배에 이르는 액수다.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와 엔저가 맞물려 일본을 찾는 국내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인의 1~9월 누적 일본관광객수는 489만4000여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9월에만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7만4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만(38만5300명)과 중국인(32만5600명)이 뒤를 이었다.
NHK 등 일본 현지매체들은 이와 관련, "엔화 약세가 이어진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며 "한국인, 필리핀인, 싱가포르인의 총소비액은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