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질량 블랙홀, 중심 아닌 2,600광년 떨어진 곳서 TDE 현상
  • 두 블랙홀 병합 가능성⋯LISA 중력파 우주망원경 기대 모아
블랙홀 조석 붕괴 현상 개념도 NASA.jpg
미국 UC버클리 천문학자들이 은하 중심 아닌 외곽에서 거대한 블랙홀이 별을 집어 삼키는 극적인 장면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사진은 별이 쪼개지고 그 잔해가 블랙홀 주위에 부착 원반을 형성하는 조석 붕괴 현상을 한 예술가가 그린 개념도다. 일반적으로 별 질량의 약 절반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블랙홀의 질량이 커진다. 이미지 출처=NASA, ESA, STScI, 랄프 크로포드(STScI)

 

UC버클리 천문학자들이 은하 중심 아닌 외곽에서 발생한 중력파 후보 현상을 포착했다. 


은하 중심이 아닌 외곽에서 거대한 블랙홀이 별을 집어삼키는 극적인 장면이 처음으로 포착됐다고 과학 전문매체 사이테크 데일리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두 초대질량 블랙홀의 병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초로, 향후 중력파 관측의 신기원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UC버클리 천문학자들은 최근 AT2024tvd로 명명된 현상을 관측하고, 그 원인이 은하 외곽을 떠도는 블랙홀의 '조석파괴사건(TDE, Tidal Disruption Event)'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약 100만 배에 달하며, 자전 속도가 빠른 별 하나를 강한 중력으로 찢어낸 뒤 그 잔해에서 발생한 섬광을 통해 존재를 드러냈다.


이번 발견은 캘로포니아주 팔로마 천문대에 설치된 츠비키 천이 관측소(ZTF, Zwicky Transient Facility)의 광학 카메라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후 허블 우주망원경, X선, 전파망원경 등 다중 파장 관측으로 확정됐다.

 

이러한 유형의 TDE는 기존에 은하 중심에서만 발견됐으며, 비핵 영역(off-nuclear)에서 광학적으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억광년 떨어진 은하계 블랙홀.jpg
오래전 지구에서 6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에서, 한 별이 거대한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산산이 조각났다. 이 이미지는 2024년 8월 허블 우주 망원경과 찬드라 X선 관측선이 관측한 조석 붕괴 현상의 관측 결과를 결합한 것이다. 허블이 정확히 파악한 위치는 찬드라 X선 관측선이 감지한 푸른색 X선 안개 한가운데에 있는 밝은 청백색 자외선 점이다. TDE는 은하 중심에서 벗어나 있으며, 은하 중심은 가시광선 별들의 중심에 주황색으로 표시된 밝은 주황빛 흰색 덩어리로 나타난다. 이미지 출처=NASA, ESA, STScI, 유한 야오(UC 버클리); 이미지 처리: 조셉 드파스콸레(STScI)


두 블랙홀의 공존…장기 병합 가능성 주목


은하 중심부에도 이미 하나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곽에 또 다른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은 은하 병합의 잔재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이 떠돌이 블랙홀이 과거 소형 은하의 중심이었던 블랙홀로, 병합 후 큰 은하에 포획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약 1억 배이며, 근처 가스와 물질을 빨아들이며 성장 중이다. 두 블랙홀이 현재는 수천 광년 떨어져 있지만, 수십억 년 후에는 중력 상호작용을 통해 병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UC버클리의 라파엘라 마르구티(Raffaella Margutti) 교수는 "지금처럼 TDE를 통해 두 블랙홀이 근접해 있는 사례를 관측한 것은 처음"이라며 "향후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미션을 통해 이 병합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DE,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밝히는 '플래시'


블랙홀은 그 자체로 빛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변의 별이나 가스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찢겨나가며 생성되는 밝고 뜨거운 원반(강착 원반)과 방출되는 빛은 관측이 가능하다. TDE는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발적인 섬광이다.


ZTF는 2018년 이후 현재까지 100건 가까운 TDE를 은하 중심에서 포착했으며, 이번처럼 외곽에서 발생한 사례는 전례가 없었다. 이는 블랙홀들이 은하 내에서 떠돌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그 수는 지금까지 예측보다 더 많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공동 저자인 라이언 초녹(Ryan Chornock) 교수는 "은하가 병합하면 블랙홀도 함께 들어오지만, 곧바로 병합하진 않는다"며 "이처럼 은하 내부를 떠도는 '유영 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이 이번에 관측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거대한 블랙홀 상상 이미지.jpg
소용돌이치는 구름 중앙의 어두운 타원 안에 위치한 거대한 블랙홀의 상상도. 너무 가까이 접근한 별(주황색)에서 질량을 끌어당기고 있다. 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강하게 당겨져 결국 별을 산산이 조각낸다. 이 과정에서 별의 물질이 블랙홀로 흘러들어가 일부는 블랙홀에 포획되고 나머지는 분출되어, 특히 X선에서 광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사진 출처=ESA/C. Carreau


LISA, 수백만 태양질량급 병합 중력파 탐지 준비


유럽우주국(ESA)과 미국항공우주국(나사·NASA)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리사(LISA) 우주 미션은 향후 10년 내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LISA는 수백만 태양질량 규모의 블랙홀 병합에서 나오는 중력파를 탐지하는 데 최적화된 장비로, 지상 기반의 LIGO나 VIRGO가 관측하지 못하는 중간질량대 영역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 AT2024tvd의 발견은 LISA의 과학적 타당성을 높이는 결정적 사례로 꼽힌다. TDE 같은 일시적 사건을 체계적으로 탐색한다면, 향후 LISA가 관측할 수 있는 병합 대상 블랙홀을 사전에 포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조용히 병합 중…우리는 단지 그 흔적을 따라간다"


연구 책임자인 유한 야오(Yuhan Yao) 박사는 "보통은 은하 중심에서만 찾던 현상이 외곽에서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우주 구조 형성의 과정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며, "이번 발견은 하나의 시작이며, 더 많은 '숨은 블랙홀'을 찾을 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천문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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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23)] 은하 외곽서 별을 집어삼킨 유영 블랙홀⋯사상 첫 광학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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