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 긴장 완화에 힘입은 반등세, 다음 주 실적·지표가 시험
- 유동적인 관세 변수 속 경기 둔화 우려 상존
다음 주 뉴욕 증시는 주요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핵심 경제 지표가 잇따라 공개된다. 이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단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등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의 실적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의 실적 발표는 현재의 높은 시장 밸류에이션 정당화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여기에 5월 2일에 발표될 월간 고용 보고서를 필두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 등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줄 핵심 데이터들이 대거 예정돼 있다. 이들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완화 시사 발언 등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감 속에 S&P 500 지수가 4.6%, 나스닥 종합 지수가 6.7% 급등하는 등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시장의 공포 지수인 VIX도 하락하며 단기적인 안도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경제 성장 둔화 우려와 기업 이익 전망 하향 가능성이 맞물리며 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다는 신중론을 유지한다. 다음 주 쏟아질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 결과가 최근의 반등세가 지속 가능한 추세 전환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베어 마켓 랠리인지를 판가름할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니해설] 관세發 반등세 뉴욕증시, 실적·고용 기로에 서다
최근 뉴욕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완화 시사 발언에 힘입어 눈에 띄는 반등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하지만 시장의 파고를 지켜봐 온 경험에 비춰볼 때, 안심하기엔 이르다.
다음 주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대형 기술주들의 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미국 고용, 물가, GDP 등 핵심 경제 지표가 쏟아지며 현 반등세의 지속 가능성을 가혹하게 시험할 예정이다.
관세, 일시적 안도인가 재료인가
이번 주 상승의 동력은 명확히 관세 불확실성의 일부 해소 기대감이었다. 보스턴 파트너스의 마이클 멀레이니 리서치 책임자는 "관세 상황에 대해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최근 랠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관세에 대해 긍정적인 뉴스면 시장은 오르고, 부정적인 뉴스면 시장은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제든 다시 격화될 수 있는 관세 이슈가 여전히 시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며 단기적 변동성을 유발할 최대 요인이다.
예상치 상회한 실적, 전망은 글쎄?
기업 실적은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만 보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베이커애비뉴 자산운용의 킹 립 최고 전략가는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는 보통 시장이 후퇴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려는 크다. 이곤 자산운용의 프랭크 리빈스키 수석 거시 전략가는 올해 전망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델타 항공, 카맥스, 테슬라 등 일부 기업들은 관세 및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간 실적 가이던스 제시조차 꺼린다. 기업 경영진조차 미래를 명확히 보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높은 밸류에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관세의 경제적 영향은 결국 기업 이익에 반영된다. 리빈스키는 "만약 성장이 0이거나 경기 침체가 온다면 어떨까? 이익 예상치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며, 현재 S&P 500의 약 21배 수준인 밸류에이션 배수가 너무 높다고 말한다. 약 250달러 이익에 19배를 적용한 4750 수준이 '위험 요소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지수 대비 상당한 하락 여지를 의미하는 대목이며, 현 밸류에이션이 경제 및 이익 둔화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바닥의 형태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다이너스티 파이낸셜 파트너스의 밥 셰이 최고 투자 책임자는 시장 바닥이 V자형 급반등이 아닌 W자형일 것이라며, S&P 500 지수가 4월 저점을 재시험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저점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약세장에서 S&P 500 PER 18배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시하며, "만약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시장이 왜 20배의 밸류에이션 배수를 가져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관세 전쟁 지속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질서의 불안정성이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날카로운 비판이다.
달러 약세와 해외 시장 부각
셰이는 또한 최근 미국 달러 가치 하락이 다른 주요 통화 대비 8%가량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통상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한 글로벌 위기 시기와 상반되는 현상으로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증시 외환 시장에서도 미국발 불안 요인을 감지하고 있다는 시사점이다. 월터 스콧의 로이 레키 전무이사는 "미국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인 수준에 가까워졌기에, 지금이야말로 미국 외 자산 비중을 늘리기에 매우 좋은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지만 잠시 보류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하방 위험을 고려할 때, 포트폴리오의 글로벌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다른 시장에서의 기회를 모색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물론 시장은 언제든 긍정적인 뉴스(관세 완화 확정,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강화 등)에 반응하며 또 다른 랠리를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익 전망의 불확실성, 관세 리스크, 높은 밸류에이션 등 하방 위험 요인이 너무 많다. 다음 주 발표될 고용 보고서, PCE 물가 지수 등 핵심 데이터와 주요 기업들의 '미래'에 대한 목소리가 이번 반등이 일시적인 베어 마켓 랠리인지, 아니면 진정한 추세 전환의 시작인지 가늠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현혹되기 쉬운 단기 반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근본적인 경제 및 이익 전망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 하방 위험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 역사를 돌아보면,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냉철한 분석과 위험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