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시장 석권 노리는 '전략적 파트너십'
- 109GWh 규모, 전기 상용차 100만대 이상 공급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자동차 거장 포드와 손잡고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양사는 15일, 10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 및 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3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 '이-트랜짓'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초 양사가 추진했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 계획을 수정하여, LG에너지솔루션의 기존 생산 시설에서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시 양사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같이 수정했다.
계약 규모는 압도적이다. 109GWh는 일반 전기차 약 130만~140만 대, 전기 상용차 약 100만 대 이상에 탑재될 수 있는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셀 기준 약 13조원, 모듈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유럽 상용차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포드의 '트랜짓'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랜짓'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글로벌 경상용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링 모델로, 전동화 모델 역시 견조한 시장 수요가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출력, 장수명, 고에너지밀도가 요구되는 상용차 특성상 LG에너지솔루션의 고성능 삼원계 파우치형 배터리가 최적의 솔루션으로 판단된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번 계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상용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 상용차, 시장 진입 어려운 고수익 시장
전기 상용차는 일반 전기차에 비해 차량 한 대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크고, 주행거리가 길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차량 교체 주기가 길고, 눈, 비 등 열악한 환경에서 운행되는 경우가 많아 배터리에 대한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따라서 높은 가격과 장기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하므로, 진입 장벽이 높고 고수익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LMC 오토모티브는 유럽 전기차 상용 시장이 매년 3% 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유럽 전체 상용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 상용차 시장은 높은 수익성을 가진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승용차보다 훨씬 뛰어난 배터리 성능과 내구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쉽게 진출할 수 없는 시장" 이라며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포드와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통해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폴란드 공장의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용차 시장에서도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는 이번 계약 체결에 대해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탁월한 기술력과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하며, "견고한 현지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선도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양사는 기존에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해온 포드 '머스탱 마하-E'용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북미 시장의 정책적 이점을 적극 활용해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