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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G20 정상회의 폐막⋯미국 불참 속 다자주의 재확인
-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둘째 날인 이날 각국 정상과 대표들은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주제로 한 회의에 이어 폐막식을 끝으로 이틀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폐회사에서 "남아공은 아프리카 첫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와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고 말했다. 끝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며 "이것으로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공식 마치며 의장직은 차기 의장국인 미국 대통령에게로 넘어간다"고 선포했다. 각국 정상들은 첫날인 전날 회의 시작과 함께 'G20 남아공 정상선언(G20 South Africa Summit: Leaders' Declaration)'을 채택했다. 이는 보통 선언을 폐막에 임박해 채택하던 관례를 깨뜨린 것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의장국 남아공의 전격적인 조처에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이 호응한 결과다.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이뤄진 이 문서에서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특별히 강조하며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과학적 합의에 반복해서 의문을 제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예측 가능하고 시의적절하며 질서 있고 조율된 방식으로 G20 부채 처리 공동 프레임워크의 이행 강화"를 약속하고 "핵심 광물은 단순한 원자재 수출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과 광범위한 발전의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은 회의 첫날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함으로써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불평등과 저소득국 부채,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부각하고 다자주의를 재확인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전날 개회사에서 "G20은 다자주의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정상선언 채택은 다자주의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G20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와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9개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 2개 지역 기구로 구성된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올해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했다. 특히 미국의 불참으로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에 의장직을 이양하는 별도의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끝으로 2022년 인도네시아, 2023년 인도, 2024년 브라질에 이어 글로벌사우스의 G20 의장국 순환 주기도 마무리됐다. 차기 의장국은 2026년 미국에 이어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이 차례로 맡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G20 정상회의를 자신이 소유한 마이애미의 도랄 골프 리조트(Trump National Doral Miami)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며 논의의 초점을 경제 협력 문제로 좁히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에 이어 21일 남아공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이틀간 개막식과 만찬은 물론 G20 정상회의 3개 세션에 모두 참석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중견 5개국(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협의체 '믹타(MIKTA)' 정상·대표들과도 만나고 프랑스·독일 정상과도 양자회담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현지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이번 아프리카·중동 마지막 순방국인 튀르키예로 향한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리창(李强) 중국 총리를 각각 만났다. 이번 회동은 다카이치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경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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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G20 정상회의 폐막⋯미국 불참 속 다자주의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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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7)] 국제우주정거장 외벽서 9개월 생존한 이끼⋯지구 귀환 후에도 80% 번식 성공
- 2022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벽에 부착된 이끼 포자가 9개월간의 혹독한 우주 환경을 견디고,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대부분 생명력을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이 2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진공 상태인 우주의 혹독한 환경에 노출된 이끼 포자 중 80% 이상이 지구 귀환 후에도 정상적으로 발아해 번식했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CBS뉴스, NBC 뉴스 등이 다루었다. 이번 실험은 지구 생물이 얼마나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다. 지구 상에서 이끼는 약 4억5000만 년 전에 물 밖으로 나와 건조한 땅을 차지하기 시작한 조상 식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끼는 매우 강인해 극한 추위의 남극 툰드라부터 히말라야 산맥, 화산 용암지대, 수생 서식지 등 어디에서나 성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수집한 '피시코미트리움 파텐스(Physcomitrium patens)' 종의 세포를 단계별로 나눠 자외선(UV), 극저온, 고온 조건에 노출한 결과, 포자를 감싼 세포 구조인 '포자낭(sporophyte)'이 가장 강한 내성을 보였다. 이 포자낭 시료는 일본의 '키보(Kibo)' 모듈 외부에 설치된 노출 실험 장치에 9개월간 부착돼 태양 복사, 진공, 극한 온도 변화를 동시에 견뎠다. 이 포자는 또한 섭씨 영하 178도에 일주일, 섭씨 56도에 한 달 동안 노출된 후에도 발아할 수 있었다. 그 후 이끼 샘플은 2023년 1월 스페이스X(SpaceX) 화물 임무에 실려 지구로 돌아왔다. 연구를 이끈 후지타 토모미치 홋카이도대 교수는 "놀랍게도 80% 이상의 포자가 생존했고, 다수는 지구에서 정상 발아했다"며 "모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부 포자는 최대 5600일, 약 15년간 우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우주의 진공, 미세중력, 온도 변화 등 대부분의 요인은 이끼의 생존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고에너지 자외선(UV) 노출이 엽록소 등 광합성 색소를 손상시켜 성장 속도를 둔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끼의 스펀지 같은 보호층이 자외선과 탈수로부터 세포를 방어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지타 교수는 "이러한 보호 기능은 초기 육상식물이 지구의 혹독한 환경을 개척할 때 진화한 특성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우주 생태계 조성의 생물학적 가능성을 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이끼가 단순한 실험 대상이 아니라, 미래 달·화성 기지 등에서 생태적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생명체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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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57)] 국제우주정거장 외벽서 9개월 생존한 이끼⋯지구 귀환 후에도 80% 번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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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벤츠 회장 승지원 회동⋯삼성-벤츠 전장 협력 '재가동'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년 만에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13일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만찬을 갖는다. 이날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최고경영자(CEO)도 동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승지원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옛 거처로, 이건희 선대회장이 영빈관으로 사용한 이후 삼성그룹의 주요 인사가 머무는 장소로 이어져 왔다. 이 회장이 하만 인수를 주도하며 전장(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장비) 사업을 육성해온 만큼, 이번 회동에서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디지털 키 등 기존 협력 확대가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오후 LG트윈타워에서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 경영진과도 만나 전장·배터리·디스플레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니해설] 삼성-벤츠 전장 협력 재가동⋯이재용·칼레니우스 승지원 회동 메르세데스-벤츠를 이끄는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으면서 국내 주요 그룹과의 전략적 협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삼성, LG, HS효성 등 국내 전장·전기차 생태계의 주축 기업들을 연달아 찾는 일정은 한국 기업의 전장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방문의 핵심 일정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진행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찬이다. 승지원은 단순한 영빈 공간을 넘어 삼성의 '상징적 협력 무대'로 활용돼 왔다. 작년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2019년 SA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등 글로벌 핵심 인물들이 이재용 회장을 이곳에서 만난 바 있다. 이번 칼레니우스 회장의 방문도 이러한 상징적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삼성과 벤츠는 차량용 전장 시스템에서 이미 폭넓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의 자회사 하만은 벤츠의 플래그십 전기차 EQS에 차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으며, 카 오디오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력은 심화돼 왔다. 또한 삼성전자는 차량용 디지털 키, 커넥티드카 솔루션 등에서 벤츠와 기술 연계점을 넓혀왔다. 이재용 회장이 하만 인수를 직접 주도했고, 삼성전자·삼성SDI가 전장·배터리 축으로 전기차 생태계에 본격 진입해 있다는 점에서 두 그룹의 대화 내용은 차량용 부품 공급뿐 아니라 장기 파트너십 강화, 차세대 전장 플랫폼 협력까지 폭넓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벤츠가 차세대 전기차 개발 전략을 구조조정 중인 상황에서, 안정적 부품 공급망 확보와 고성능 인포테인먼트·센서 기술 확보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편 칼레니우스 회장이 승지원에 앞서 LG트윈타워를 찾은 점도 의미가 크다. 이날 회동에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 전장 4대 계열사' CEO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는 배터리·디스플레이·차세대 센싱·전장부품을 아우르는 LG그룹의 전기차 밸류체인을 벤츠에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자리로 해석된다. LG와 벤츠의 협력은 20년이 넘는다. LG디스플레이는 2004년부터 벤츠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해 왔고, LG전자 전장사업본부는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커넥티비티 분야에서 벤츠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의 일부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완성차와의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전장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LG는 벤츠의 글로벌 파트너 가운데 기술적 영향력이 큰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칼레니우스 회장은 LG 방문 직전 기자들과 만나 "LG는 벤츠의 오랜 강력한 파트너"라며 "기술 협력 강화가 방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장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가 한국 기술 기반을 전략적 축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HS효성 조현상 부회장과도 면담 일정을 잡았다. HS효성더클래스는 국내 주요 벤츠 공식 딜러사로, HS효성이 최근 모빌리티 분야를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향후 새로운 소비자 서비스·모빌리티 플랫폼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일정을 종합하면, 벤츠가 한국을 향해 보여준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 없이는 차세대 전기차·전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인포테인먼트와 반도체·배터리, LG는 배터리·전장·디스플레이, HS효성은 모빌리티 서비스 인프라라는 각기 다른 강점을 제공한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전환 로드맵’과 정교하게 맞물리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도 같다. "삼성, LG 모두 전장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 일정은 양측에게 전략적 의미가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벤츠와의 협력 범위는 단순 납품이나 일회성 개발을 넘어,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전장·배터리·반도체 생태계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는 흐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칼레니우스 회장의 방한은 한국 자동차·IT 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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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벤츠 회장 승지원 회동⋯삼성-벤츠 전장 협력 '재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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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美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에 1조7천억 투자 검토
- 포스코홀딩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고율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국 최대 철강사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에 조(兆) 단위의 전략적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난달 17일 포스코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이를 통해 포스코는 미국 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자사 제품이 미국의 무역·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도록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최소 20% 이상의 지분 확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투자액은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번 투자는 포스코가 현대제철과의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 설립에 이어 미국 시장 내 직접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니해설] 포스코, 트럼프발 고율관세 정면 돌파…"동업자 수준 투자" 추진 포스코홀딩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철강 관세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미국 철강사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에 대규모 전략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무역 방어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현지 공급' 체제를 확립하려는 포스코의 장기 전략으로 평가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하고,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액은 현재 시가총액(약 60억달러·8조6천억원)을 기준으로 1조7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30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포스코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 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자사 제품이 미국 무역·원산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보장받게 된다"고 밝혔다. 셀소 곤살베스 CFO는 "포스코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며 "양사가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이번 협력으로 미국 내 고객에게 미국산 철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장기 신뢰 관계를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에 이어 '투트랙' 대응 이번 전략 투자는 포스코가 이미 현대제철과 추진 중인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와 맞물린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내 고율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9월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 제철소를 공동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제철소는 2029년부터 상업 가동이 가능하다. 이에 포스코는 클리블랜드 클리프스 지분 인수를 통해 단기간 내 현지 생산 물량을 확보, 관세 영향 없이 미국 시장에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우회 생산망'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일부 지분을 확보하면, 사실상 동업자 수준의 현지 생산 참여 효과를 얻게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우회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US스틸 인수한 일본제철처럼"…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 이번 포스코의 행보는 최근 일본제철(Nippon Steel)이 미국 US스틸 지분을 인수하며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한 전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철강사 중 하나로, 자동차용 고부가 강판 생산에 강점을 갖고 있다. 포스코가 확보한 기술력과의 시너지를 통해 양사는 북미 자동차 산업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철강 의무 비중’을 강화하면서, 외국계 철강사가 미국 내 생산기지를 보유하지 않으면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포스코의 이번 전략은 사실상 생존형 투자"라고 말했다. 포스코, 현금 6조6천억 보유…"투자 여력 충분"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6조6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저수익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 여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7건의 비핵심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4천억원의 현금을 창출했다"며 "2027년까지 총 63건의 추가 구조개편으로 1조2000억원의 현금을 더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는 포스코가 1조~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도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철강 보호무역 시대, "포스코의 생존 전략" 트럼프 행정부는 재집권 이후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재개하며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펜타닐 관세' 명목으로 중국산과 한국산 철강 제품에도 추가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미국 내 직접 생산 체제를 확립하려는 전략은 '미국산(Made in USA)' 규제 회피이자 시장 주도권 회복 시도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철강 관세 정책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포스코가 단순 수출기업에서 현지 제조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라고 분석했다. "MOU 단계지만 방향성은 명확"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MOU 체결 이후 투자 규모와 지분율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포스코 측은 "북미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의 일환"이라며 "세부 내용은 추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글로벌 공급망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에,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무역 방어를 넘어 산업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선언'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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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美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에 1조7천억 투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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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8)] MIT, '초소형 분자 실험실'로 원자핵 내부 첫 탐사 성공
- 우주가 텅 비어있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 138억 년 전 빅뱅(Big Bang) 직후, 세상은 물질과 그 거울상인 반물질로 똑같이 나뉘어 있었다. 이 둘은 만나면 빛을 내며 쌍소멸(雙消滅)하는 운명이었다. 만약 이론대로 이들이 완벽한 대칭을 이뤘다면, 우주는 텅 빈 빛으로만 가득 찼어야 한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 균형을 깼고, 물질만 남아 지금의 우주와 우리가 존재하게 됐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인 이 '대칭 위반'의 증거를 찾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원자핵 내부의 비밀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획기적인 길을 열었다. 이는 원자 자신의 전자를 '소통 수단(communicator)'으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입자 가속기 대신, 분자(molecule) 자체를 '초소형 정밀 실험실'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 원자 자신의 전자가 핵 내부를 탐사하고 그 정보를 밖으로 가져오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핵물리학 분야의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다. 현대 물리학의 근간인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은 물리학자들이 가진 '우주 규칙서'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칙서의 첫 장부터 '왜 물질만 남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 완벽해야 할 저울을 한쪽(물질)으로 기울게 한 '보이지 않는 손', 즉 '기본 대칭 위반(violation of fundamental symmetries)'의 추가 근원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강력한 증거가 특정 원자의 핵 내부에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문제는 원자핵 내부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이 미시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인류는 수 킬로미터에 걸쳐 퍼져 있는 거대한 '입자 가속기'에 의존해왔다. 입자 가속기는 전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들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목표물인 원자핵에 강력하게 충돌시킨다. 이 충격으로 원자핵이 산산조각 날 때 나오는 파편들을 분석해 내부 구조를 역추적하는 방식이다. 거대 가속기 대체할 '분자 실험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연구팀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연구팀은 지난 10월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자핵을 부수는 대신 '분자' 환경을 이용해 원자핵 내부를 '탐색'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는 분자 중심의 접근법을 사용하여 핵 구조를 직접 탐사하는 더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다. 연구팀이 사용한 물질은 '플루오린화 라듐(Radium monofluoride, RaF)'이라는 특수 분자다. 연구팀은 라듐(Radium) 원자와 플루오린(Fluorine) 원자를 화학적으로 결합시켰다. 연구팀은 이 분자 구조 내에서 라듐 원자 궤도를 도는 전자의 에너지 수준을 세심하게 측정했다. 이 설정은 사실상 소형 입자 충돌기를 모방한 것으로, 전자를 가두고 전자가 때때로 핵을 뚫고 들어가 그 구성 요소와 상호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핵심은 원자가 분자라는 더 큰 구조물 내부에 갇히면, 그 궤도를 도는 전자들 역시 분자 내부의 강력한 전기장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실비우-마리안 우드레스쿠 박사는 "이 방사성 원자(라듐)를 분자 내부에 넣으면, 그 전자가 경험하는 내부 전기장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생성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전기장보다 몇 차수나 더 크다"라며 "이 구성은 어떤 면에서 분자가 거대한 입자 충돌기처럼 작동하여 라듐의 핵을 탐사할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강력한 내부 전기장은 라듐 원자의 전자들을 사실상 '압착'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렇게 행동반경이 좁아진 전자들은 원자핵 주변을 맴돌다가, 핵 내부로 잠시 '스며들어갈'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진다. 핵 정보 빼내 온 '전령 전자' 연구팀은 이렇게 생성한 플루오린화 라듐 분자를 포획해 냉각시킨 뒤, 진공 챔버를 통해 조심스럽게 이동시키며 분자와 상호작용하도록 맞춤 제작한 레이저 빛을 쏘였다. 이 레이저를 통해 라듐 전자의 에너지 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예상치와 미세한 '에너지 변화(shift)'가 있음을 감지했다. 이 에너지 변화는 비록 분자를 들뜬 상태로 만드는 데 사용된 레이저 광자 에너지의 약 100만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미미했다. 그러나 이 '미묘한 불일치'야말로, 전자가 핵 외부가 아닌 '핵 내부'로 분명히 진입했으며, 그 안의 양성자 및 중성자들과 상호작용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핵을 방문하고 빠져나온 전자가 핵 내부의 중요 정보를 전달하는 에너지 변화를 회수하여 외부 세계로 전달하는 '전령(messenger)'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셰인 윌킨스 박사는 "우리는 핵과 핵 외부 전자 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모습인지 이미 알고 있다"라며 "이 전자 에너지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했을 때, 전자가 핵 외부에서만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한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그 차이가 반드시 핵 내부에서의 전자 상호작용 때문임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우주 비밀의 열쇠, '배 모양' 라듐 핵 그렇다면 연구팀은 왜 수많은 원소 중에 하필 '라듐'을 선택했을까? 대부분의 원자핵은 완벽한 '공 모양'이라 대칭이 깨진 신호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라듐의 핵은 럭비공처럼 한쪽이 더 불룩한 비대칭 '배(pear) 모양'을 하고 있다. 이론가들은 바로 이 독특한 기하학적 구조가, 우리가 찾고 있는 미세한 '대칭 위반' 신호를 수백 배 이상 '증폭'시켜 관측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줄 특별한 실험실이라고 예측해왔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로널드 페르난도 가르시아 루이스 MIT 부교수는 "라듐 핵은 전하와 질량이 비대칭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특성 때문에, 이러한 대칭성 깨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그룹은 이 라듐 핵에서 대칭 위반의 징후를 찾기 위한 방법 개발에 주력해왔다. 물론 라듐 핵을 탐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라듐은 자연 방사성 원소이며 반감기(수명)가 짧다. 연구팀은 플루오린화 라듐을 소량만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련 상호작용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민감한 측정 기술이 필수였다. "핵 내부 지도 그릴 것"…물질-반물질 수수께끼 풀린다 이번 성공으로 연구팀은 원자핵 내부의 '자기 분포(magnetic distribution)'를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작은 자석처럼 행동하는데, 이 자석들의 방향이 핵 내부의 공간 배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어떻게 정렬되어 있는지) 상세히 규명할 수 있게 됐다. 가르시아 루이스 교수는 "우리는 이제 핵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증거를 가졌다"라며 "이는 배터리의 전기장을 측정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배터리 외부의 전기장은 측정할 수 있지만, 배터리 내부를 측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비유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핵 내부의 힘 분포를 매핑하기 위해, 이 플루오린화 라듐 분자들을 더 낮은 온도로 냉각시키고, '배 모양' 핵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확립하는 것이다. 현재는 분자 속의 라듐 핵이 무작위 방향으로 있지만, 그 방향을 통제할 수 있으면 더 정밀한 측정으로 핵 내부의 힘 분포를 상세히 규명하고, 마침내 우주론의 난제인 기본 대칭 위반의 증거를 탐색할 수 있다. 가르시아 루이스 교수는 "라듐 함유 분자는 자연의 기본 대칭 위반을 탐색하는 데 매우 민감한 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우리는) 이제 그 탐색을 수행할 방법을 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새로운 방법으로 라듐의 특성을 더 탐구하여, 우리 우주의 구조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연구는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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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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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8)] MIT, '초소형 분자 실험실'로 원자핵 내부 첫 탐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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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한국 시장 100% 개방 합의"⋯韓 정부 설명과 온도차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를 소개하며 한국 정부의 설명과 일부 상충되는 내용을 주장해 양국 간 세부 조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은 자국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쌀·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없었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차이가 있다. 또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혀, 한국 정부가 언급한 '대만과 동일 수준의 관세 합의'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달러 투자 중 1,500억달러를 미국 내 조선업에 투입하도록 승인했다"며 필라델피아 한화오션 조선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미니해설] 러트닉 미 상무장관, "반도체 관세는 무역합의 일부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밝힌 내용과 일부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아 양국 간 세부 협상 조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한국은 자국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한국 정부가 "쌀과 쇠고기 등 주요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은 없다"고 강조한 설명과 온도차가 크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미 행정부가 자국 내 정치적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협상 세부 조항을 두고 한미 간 입장차가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관세 '합의 제외' 주장…한국과 입장 차이 러트닉 장관은 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앞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반도체 관세를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반도체를 포함한 일부 핵심 품목의 관세 적용 방식을 놓고 한미 간 후속 협상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를 '추가 협상 대상'으로 남겨둔 셈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략산업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새롭게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 상무부는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출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3,500억달러 투자 배분 구체화…"조선·에너지·AI 등 포함" 러트닉 장관은 이번 협정의 핵심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해서도 구체적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운데 1,500억달러를 미국 내 조선업 투자에 우선 배정했다"며 "한국 조선업체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해당 조선소는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십야드(Philly Shipyard)로 알려져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머지 2,000억달러를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광물, 첨단 제조업,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미래 산업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무역 합의를 단순한 관세 조정 차원을 넘어, 미국 내 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패키지'로 포장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협상 문서 서명 전까지 '줄다리기' 이어질 듯 한미 양국은 오는 31일 APEC CEO 서밋 특별 세션 전후로 공식 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러트닉 장관의 발언으로 세부 문안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관세와 농산물 시장 개방 범위, 그리고 대미 투자금의 세부 사용계획 등은 여전히 조율 대상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결과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 협정문에 명시된 내용이 최종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일부 미 당국자의 발언은 협상 과정의 해석 차이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측의 '시장 100% 개방' 언급은 향후 농산물 및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경제 협력의 새 국면 이번 협정은 양국이 '투자-관세-기술 협력'의 삼각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 프레임을 구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한국은 반도체·조선·배터리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미국은 이를 통해 자국 내 고용과 제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노출된 세부 이견은 향후 무역 관계의 불확실성을 남긴다. 특히 미국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경우, 한국 기업에 대한 추가 압박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실질적인 경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세부 문안의 명확화와 투명한 이행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번 협정은 미국 일자리와 산업을 되살릴 역사적 합의"라고 자평했다. 양국이 협정문에 최종 서명하기까지, '시장 개방'과 '산업 보호'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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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한국 시장 100% 개방 합의"⋯韓 정부 설명과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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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119)] "장 스스로 회복한다"⋯MIT, '시스테인'의 재생 비밀 밝혀내
- 장(腸)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 그 열쇠가 한 가지 아미노산에서 발견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시스테인(cysteine)'이 소장 조직의 재생 능력을 강화해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로 인한 손상 회복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시스테인은 육류, 유제품, 콩류, 견과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 다량 함유된 필수 아미노산으로, 연구진은 "시스테인 보충제를 통해 장 손상을 줄일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오메르 일마즈(Omer Yilmaz) MIT 줄기세포이니셔티브(Stem Cell Initiative) 소장이 이끄는 팀이 수행했으며,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장 스스로를 치유하는 아미노산"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단일 아미노산이 장 줄기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종의 아미노산 중 시스테인이 가장 강력하게 줄기세포와 전구세포(미성숙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테인은 섭취 시 소장에서 코엔자임A(CoA)로 변환된다. 이 물질을 흡수한 CD8 T세포는 활발히 증식하며 IL-22라는 신호 분자를 분비하는데, IL-22는 장 점막 재생과 면역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시스테인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손상된 장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한 장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MIT는 설명했다. 이 과정은 주로 소장 점막에서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단백질이 소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시스테인 농도가 가장 먼저 높아지는 곳도 소장"이라고 설명했다. 항암·방사선 치료 후 손상 회복에도 효과 연구팀은 방사선에 노출된 쥐에게 시스테인 풍부한 식단을 제공한 결과, 장 점막이 빠르게 재생되고 염증 반응이 완화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추가로 항암제 '5-플루오로우라실(5-FU)'을 투여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회복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시스테인이 항암·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메르 일마즈 교수는 "시스테인이 풍부한 식단이나 보충제를 통해 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으로 인한 장 손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 합성물이 아닌, 자연적인 식이성 화합물로 인체 치유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 영양소가 장 재생을 촉진한 첫 사례" 이전에도 칼로리 제한이나 고지방 식단이 장 줄기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하나의 특정 영양소가 장의 재생 능력을 직접 향상시킨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연구를 주도한 MIT의 박사후 연구원 팡타오 치(Fangtao Chi)는 "고시스테인 식단을 섭취하면 장 내에서 IL-22를 생성하는 T세포 집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이는 우리가 IL-22와 줄기세포 활성 간의 연관성을 다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항산화제에서 '재생 촉진제'로 시스테인은 오랫동안 항산화제의 전구물질(예: 글루타티온)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는 그것이 단순한 산화 방지 역할을 넘어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생리학적 기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현재 시스테인이 피부나 모낭 재생에도 유사한 효과를 보이는지 검증 중이다. 향후 소장뿐 아니라 다른 조직의 회복·노화 방지 메커니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쥐 실험에 한정돼 있으며,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영양학·면역학·재생의학을 잇는 다학제적 접근의 성과로 주목받는다. MIT 통합암연구소의 에릭 포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별 영양소가 줄기세포 운명과 조직 건강에 미치는 구체적 기전을 밝힌 의미 있는 성과"라며 "향후 정밀영양학(Precision Nutrition)과 재생의학의 접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식탁 위의 치유 과학" 시스테인은 육류, 유제품, 콩류, 견과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체내에서도 메티오닌(methionine)을 원료로 합성된다. 다만 체내 합성 시 장보다 간을 중심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식이를 통한 직접 섭취가 장 건강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Food as Medicine)"는 개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식단 하나로 장의 재생 능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치료 후 회복을 돕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학적 파급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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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119)] "장 스스로 회복한다"⋯MIT, '시스테인'의 재생 비밀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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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오픈AI·엔비디아 '순환 거래', AI 거품론 불 지피다
-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전례 없는 '거품 붕괴'에 대한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웃도는 AI 산업의 이면에, 한 기업의 투자가 파트너사의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이른바 '순환 거래(Circular Deals)'가 AI 산업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린다는 의구심이 짙어진다고 블룸버그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꼬집었다.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거래, 복잡하게 얽힌 금융 구조, 실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논쟁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오픈AI가 주최한 '데브데이(DevDay)' 행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거품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안다"면서도 "사실, 현재 AI의 여러 부문이 다소 거품이 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례적으로 말했다. AI 열풍의 한복판에 있는 핵심 인물의 이 발언은 시장 과열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며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말은 AI 기업들의 가치가 실체가 아닌 '금융 공학'으로 부풀려졌다는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경고음은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국은행(Bank of England)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세계 금융 기관들이 AI 거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대표 역시 BBC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이 불확실성의 수준을 더 높게 생각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초기 AI 기업가로서 네 차례의 기술 거품을 경험한 제리 캐플런은 현재 모습을 과거 닷컴 붐에 비유하며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최근 컴퓨터 역사 박물관 토론회에서 "닷컴 붐 시절과 비교해 현재 판돈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잃을 것도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품이) 터지면 정말 심각할 것이고, AI 업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나머지 경제 전체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파국적인 결과를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AI 스타트업의 비현실적 가치평가와 소수 벤처캐피털에 의존하는 자금 조달 구조가 '닷컴버블'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고 경고했다. 꼬리 무는 투자와 구매…거미줄 얽힌 'AI 동맹' 이러한 우려의 밑바탕에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이 있다. 특히 챗GPT로 시장을 뒤흔든 오픈AI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엔비디아는 오픈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오픈AI는 이 데이터센터를 수백만 개의 엔비디아 칩으로 채우겠다고 화답했다. 동시에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와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칩 도입 동반 관계를 맺었다. 또 오픈AI는 오라클과 3000억 달러(약 425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약을 맺었는데, 오라클과 오픈AI가 소프트뱅크와 함께 5000억 달러(약 708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 '스타게이트(Stargate)'를 추진하고, 이 사업의 핵심 기술 협력사 역시 엔비디아다. 신생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사례는 이러한 관계망의 복잡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의 기업공개(IPO) 때 지분 7%를 인수했으며, 그 뒤 코어위브에서 63억 달러(약 8조 9300억 원)어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했다. 여기에 오픈AI는 IPO 이전에 코어위브의 지분 3억 5000만 달러(약 4960억 원)를 확보했고, 최근 클라우드 계약 규모를 224억 달러(약 31조 7500억 원)까지 늘렸다. 엔비디아-코어위브-오픈AI로 이어지는 복잡한 상호 의존 관계를 맺은 것이다. 엇갈리는 시선…'선순환'인가 '닷컴 버블'의 전조인가 이러한 순환 거래를 두고 업계와 시장의 시각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선순환을 이루는 긍정적인 고리"라고 평가했으며, 그렉 브록만 오픈AI 사장 역시 "막대한 컴퓨팅 파워 수요를 맞추려면 전체 AI 공급망을 활용하는 산업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암호화폐 분야 최고 책임자도 "그들(기업들)에게 달린 문제"라며 "우리는 미국 기업의 성공을 원한다"고 밝혀 사실상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시장 분석가와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을 떠올리며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브라이언 콜렐로 모닝스타 분석가는 "만약 1년 뒤 AI 거품이 터진다면, 이번 거래는 그 초기 단서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울루 카르바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선임 연구원은 "오늘날 AI 기업들은 실제 제품과 고객을 가졌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그들의 지출이 수익화를 앞지른다는 점은 (닷컴버블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최근 오라클의 낮은 수익성은 이러한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내부 문건을 보면, 오라클은 엔비디아 칩 기반 서버 임대로 분기 9억 달러(약 1조 2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 1달러에 총이익은 14센트에 그쳤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오라클의 주가는 급락하며 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안겼다. 사소한 스타트업마저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실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때가 대부분이며, MIT의 한 연구는 AI 투자의 95%가 손실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거대한 자금 순환의 중심에 있는 오픈AI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수익 창출이 2030년대에 가까워져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며, 최첨단 AI 모델 기반시설 구축에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가총액 4조 5000억 달러(약 6379조 원)에 이르는 엔비디아는 이 판을 이어갈 막대한 재정 능력을 갖췄다.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을 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에만 52건, 올해 들어 9월까지 이미 50건의 AI 기업 투자를 단행하며 생태계 장악에 나서고 있다. 한쪽은 막대한 현금을 쓰며 미래에 돈을 걸고, 다른 한쪽은 그 미래를 담보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불안한 공생 관계. AI 산업의 미래를 건 이 거대한 실험이 기술 혁신의 밑거름이 될지, 또 한 번의 거품 붕괴로 끝날지 그 앞날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리서치 분석가는 지금의 판도를 이렇게 요약했다. "올트먼은 세계 경제를 10년간 추락시킬 수도, 혹은 우리 모두를 약속의 땅으로 이끌 수도 있는 힘을 가졌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카드가 나올지 알 수 없다." [Key Insights] 미국 AI 산업의 거품 붕괴는 반도체 등 기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 오픈AI 등 거대 기업의 복잡한 금융 구조는 국내 AI 관련주 투자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해외의 '순환 거래' 논란을 계기로, 국내 AI 산업 역시 기술적 실체와 재무 건전성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Summary] 오픈AI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순환 거래'가 AI 산업 거품 논란의 핵심이다. 한 기업의 투자가 파트너사의 칩 구매로 이어지며 인위적으로 수요를 부풀린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성장을 위한 선순환'이라 주장하지만, 낮은 수익성과 복잡한 금융 구조 탓에 '닷컴 버블'의 재현이라는 우려가 맞선다. 1조 달러 규모의 AI 붐이 혁신으로 이어질지, 경제 위기로 번질지 중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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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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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오픈AI·엔비디아 '순환 거래', AI 거품론 불 지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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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5)] 막스 플랑크 연구소, 노화와 만성 염증의 연결고리 규명
- 독일 쾰른의 막스 플랑크 노화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이 나이가 들면서 만성 염증이 늘어나는 핵심 분자 과정을 규명했다.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복제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킨 '결함 DNA'를 세포질로 방출해 염증 반응을 촉발하는 현상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확인한 것이다. 특이하게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중심 설계도(핵 DNA)와는 다른, 자신만의 독자적인 DNA(mtDNA)를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mtDNA 복제와 수선을 조절하는 핵심 효소 'MGME1'이 손상될 때, 선천 면역 신호체계를 맡은 'cGAS–STING–TBK1 경로'가 비정상으로 활성화해 조직 노화와 만성 염증을 재촉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이번 연구는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병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토콘드리아 DNA로의 리보뉴클레오타이드 편입이 염증을 유발한다(Ribonucleotide incorporation into mitochondrial DNA drives inflammation)'는 제목으로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렸다. 세포 구성 요소의 미세한 균열, 노화의 시작 기대 수명이 늘면서 인류는 전례 없는 장수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신체의 생물학적 구조가 더 오랜 시간 작동하며 각종 스트레스와 손상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뚜렷한 원인 없이 이어지는 만성 염증이 건강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이다. 과학계는 이 현상의 배후를 추적해 왔으며, 이번 발견은 그중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지목했다. 세포가 정상 기능을 하려면 RNA와 DNA의 구성 요소인 리보뉴클레오타이드(rNTP)와 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dNTP)의 정교한 균형이 필수다. DNA라는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면, dNTP는 설계도에 맞는 정확한 규격의 벽돌이고, rNTP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RNA를 만들 때 쓰는 다른 종류의 벽돌과 같다. 세포의 주 에너지원인 ATP나 신호 전달에 중요한 GTP 등이 바로 이 rNTP에 속하며, dNTP는 DNA 중합효소가 새로운 DNA 가닥을 만들거나 수선하는 데 쓰는 재료다. 과학계는 이 두 벽돌의 공급 불균형이 어떻게 mtDNA라는 집을 부실하게 만들고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다. '결함 DNA'의 탄생…미토콘드리아의 치명적 오류 미토콘드리아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DNA(mtDNA)를 복제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만성 염증의 도화선이 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그 핵심 원인을 mtDNA 복제 과정에서 불필요한 DNA 조각을 제거하는 효소인 'MGME1'에서 찾았다. 이 효소는 DNA 복제 현장에서 잘못 사용된 부품이나 부스러기를 치우는 '품질 관리 감독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분석 결과, 이 감독관(MGME1)의 기능이 떨어지면 세포 내에 써야 할 벽돌(dNTP)은 부족해지고 엉뚱한 벽돌(rNTP)만 많아지는 불균형이 생겼다. 이러한 불균형은 MGME1 결핍뿐 아니라, 다른 미토콘드리아 효소인 YME1L의 손실이나 항암제 성분인 5-플루오로우라실 노출 같은 다른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결국 미토콘드리아는 급한 대로 엉뚱한 벽돌(rNTP)을 가져다 mtDNA를 만들었고, 그 결과 구조가 불안정한 '부실공사 DNA'가 탄생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 '불완전한 복제본'을 집 밖, 즉 세포질로 내다 버렸다. 실제로 방사선 조사나 약물로 노화를 유도한 인간의 세포와 노화한 쥐의 여러 조직에서 젊은 조직보다 월등히 높은 rNTP/dNTP 비율이 나타났다. 면역계의 오작동, 단기 방어가 만성 공격으로 우리 몸은 세포질로 방출된 결함 mtDNA를 '침입자'로 인식한다. 그 결과, 마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처럼 세포의 '비상경보 시스템' 역할을 하는 cGAS–STING–TBK1 경로를 강력하게 자극한다. 원래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어야 할 mtDNA 조각이 집 밖에 돌아다니자,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를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오해하고 경보를 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경보 시스템은 본래 외부 감염에 맞서는 단기 방어 체계지만, 결함 mtDNA가 계속 밖으로 나오면서 경보가 멈추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하는 만성 염증으로 바뀐다. 이렇게 만성 염증 상태에 빠진 노화 세포는 주변 세포들에게까지 "위험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분비 표현형(secretory phenotype)을 띤다. 이는 마치 한 집이 계속 비상벨을 울려 온 동네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처럼, 주변 세포들까지 염증 상태로 만드는 현상이다. 이러한 만성 염증은 주요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특정 유형의 암,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핵심 동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치료 전략의 부상…'미토콘드리아 쓰레기' 제어 이번 발견은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SAMHD1 효소를 억제하거나 디옥시리보뉴클레오사이드를 직접 보충해 세포 내 올바른 벽돌(dNTP) 재고를 인위적으로 높이면, mtDNA 부실공사가 줄고 염증 반응도 완화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아직 mtDNA에는 자체적인 벽돌 재고 관리 시스템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 기술로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길이 열린 셈이다. mtDNA 내 '뉴클레오타이드 균형'을 조절하여 염증의 근원을 차단하는, 이른바 '미토콘드리아 쓰레기(Mitochondrial Trash)' 제어 기술이 건강 수명, 나아가 인간의 전체 수명 연장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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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5)] 막스 플랑크 연구소, 노화와 만성 염증의 연결고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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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인도네시아, 재무구조 개선 본격화
- 인도네시아 최대 영화관 사업자인 CJ CGV(법인명 PT 그라하 라야르 프리마, BLTZ)가 영화 소비 시장의 더딘 회복세와 투자 비용 부담으로 2분기 실적이 부진하자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선에 나섰다고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스와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자본을 늘리는 '병행' 전략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연말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CJ CGV 인도네시아의 올해 2분기 부채는 1조 4300억 루피아(약 1221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4500억 루피아(약 1238억 원)에 비해 약 1.4%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회사는 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역량을 모으고 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이 1조 8460억 루피아(약 1576억 원)에서 1조 8440억 루피아(약 1574억 원)로 조금 줄어든 것은 신규 상영관 개설과 설비 개선 투자에 따른 운영상 변동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힘입어 자본은 뚜렷하게 늘었다. 2분기 자본 총액은 4128억 5000만 루피아(약 352억 원)를 기록해, 이전 3876억 4000만 루피아(약 331억 원)보다 많아졌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본을 늘려 재무 안정성을 다지려는 노력이 일부 결실을 봤다는 평가다. 부채 관리·수익성 강화로 체질 개선 박차 CJ CGV 인도네시아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 부채 구조를 다시 짜고 현금흐름을 좋게 만들며,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상영관의 수익성을 높이고 디지털 복합 콘텐츠 같은 신사업을 키우는 것이 전략의 중심이다. CJ CGV 인도네시아의 로작산 리노타 기업 비서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BEI) 공시를 통해 "현금흐름을 최적화하고 운영비를 효율적으로 써 부채를 관리하는 등 신중하게 재무를 꾸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노력이 자본을 늘리고 자산 구조를 한층 튼튼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회사 CJ·현지 금융권, 든든한 지원군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회사는 모회사인 CJ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현지 금융권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PT 뱅크 신한 인도네시아(신한은행)에서 5년 만기로 400억 루피아(약 34억 원)를 빌려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다. 올해 6월 23일에는 PT 뱅크 KB 인도네시아(KB은행)와 2640억 루피아(약 225억 원) 규모의 대출 계약을 맺었다. 1년 만기로 빌린 이 자금은 CJ그룹 계열사인 CGI 홀딩스(CGI Holdings Limited)에 진 빚을 차환(자금 재조달)하는 데 쓴다. 이자 비용을 줄이고 부채의 질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시장은 CJ CGV 인도네시아의 앞으로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전반적인 사업 회복세와 맞물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연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로작산 비서는 "올해 4분기 말에는 전반적인 사업 발전과 함께 회사의 자산과 자본이 긍정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지난 3일 CJ CGV 인도네시아의 주가는 3,290 루피아로 마감했고 시가총액은 2조 8800억 루피아(약 2459억 원)를 기록했다. 유통 주식 수는 7,865만 주에 이르지만, 당일 거래량은 100주에 그쳤다. 이처럼 거래량이 적어 시장 유동성이 제한적이고 기업 규모에 비해 시장 평가가 정체됐다. 시장의 신뢰 회복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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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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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인도네시아, 재무구조 개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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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AI, 미국 노동시장 대변동 아직 없다"
- 미국 예일대학교 산하 연구소가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출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ChatGPT)가 우려와 달리 아직까지 미국 노동시장에 대규모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와 앤스로픽(Anthropic)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이 연구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 확산이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고 자동화로 인한 인력 감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연구진은 챗GPT 공개 이후 약 33개월 동안 미국 내 직업 분포 변화를 분석한 결과, "노동시장이 인공지능 확산으로 인한 뚜렷한 재편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일대 '버짓 랩(The Budget Lab)'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는 "AI가 노동자들을 일자리 사이로 이동시키거나, 기존 일자리를 자동화로 대체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적했다"며 "현재까지는 인지 노동(cognitive labor) 수요가 AI 자동화로 잠식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 인구를 구체적으로 조사하더라도, 생성 AI 노출은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AI로 인한 대체는 최근 실업자 중 노출된 업무의 비율이 증가했음을 시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업 기간과 관계없이, 실업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25~35%의 업무를 생성 AI가 수행할 수 있는 직종에 종사했다. 월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데이터는 명확한 상승 추세를 보이지 않으며 실업 기간에 따른 명확한 차이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오픈AI 지표와 앤스로픽 데이터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결과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며, 생성형 AI의 산업별 채택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AI의 노동시장 영향이 향후 어떻게 변할지를 정기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생성형 AI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업계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기업 앤스로픽의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AI가 향후 실업률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지금의 경영진은 완전 인간 노동력을 관리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인공지능 도입을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드롭박스(Dropbox)와 듀오링고(Duolingo) 등 기술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AI를 효율성 제고 수단으로 활용하며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 올 1월 실시된 한 국제 조사에서는 다수의 기업이 AI가 일부 업무를 대체함에 따라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AI의 실질적 생산성과 경제적 효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최근 보고서에서 "AI를 도입한 기업의 95%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AI 도구를 통해 직원들이 낮은 수준의 '겉보기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생산하면서 오히려 동료의 검수 부담을 늘리는 '워크슬롭(workslop)'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연구진은 "AI가 노동시장을 재편할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현재로서는 우려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지만, 기술 확산이 본격화되면 그 파급력은 단기간에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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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AI, 미국 노동시장 대변동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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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골드러시, 샌프란시스코 20대 창업가들의 '노동 금욕주의'
- 샌프란시스코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붐이 몰아치면서, 20대 창업가들이 극단적인 몰입으로 '1조 달러의 꿈'을 좇고 있다. 이들은 잠과 여가, 사교 활동을 포기하고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하루 24시간을 창업과 투자 유치에 쏟아붓는다. 실리콘밸리 초창기 전설로 회자되던 '책상 밑 취침' 문화가 다시 부활한 셈이다. AI 고객지원 소프트웨어 기업 '파일론(Pylon)'의 공동 창업자 마티 카우사스(28)는 이 흐름을 상징한다. 그는 최근 3주 연속 주 92시간을 근무했다고 밝히며, 유일한 휴가마저 스트레스 탓에 조기 복귀했다. 그의 목표는 10년 안에 100억 달러 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카우사스는 스타트업 경영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보드게임"에 비유하며 "대기업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건 멋지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5100만 달러를 투자받은 그는 효율을 위해 아침·점심을 건강식 배달로 해결하고, '가난하고(Poor), 굶주리고(Hungry), 절박한(Desperate)' 인재를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보스턴 서퍽대 졸업식을 건너뛰고 샌프란시스코로 온 맥케이 그랜트(24)는 "이곳은 뛰어난 부적응자들이 설 자리가 있는 도시"라며 "독하게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에밀리 위안(23)은 금융 인프라 스타트업 '코기(Corgi)'의 공동 창업자다. 그는 "회사를 만들 수 있는데 술집에 갈 이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의 동료 니코 라쿠아(25)는 신입사원에게 사무실 매트리스를 선물하고, 초기 직원의 3분의 2가 회사 로고 문신을 새길 정도로 몰입을 독려한다. 이들의 배경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가 있다.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를 배출한 이 기관은 지금까지 5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8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창출했다. 올해 여름에는 2만여 개의 기업이 지원하며 AI 창업 열풍을 증명했다. 와이컴비네이터 파트너 재러드 프리드먼은 "AI는 인터넷보다 10배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의 분위기는 실리콘밸리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외부인의 눈에 이들의 삶은 삭막하다. 포장 음식을 먹으며 하루 한 끼로 버티고, 개조된 사무실 수면 포드에서 생활한다. AI 고객지원 챗봇을 개발하는 하십 울라는 "매일 밤 관에 들어가는 기분이지만, 그 외에는 괜찮다"고 말했다. MIT 출신 루크 아이겔(25)은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키노(Kino)'를 창업하며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이어간다. 그는 "AI가 투자자의 기대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스탠퍼드 자퇴생 아모그 차투르베디(20)는 "내 친구들 모두 창업을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고 전했다. 첫 스타트업을 매각한 그는 현재 소비자 행동 분석 기업 '휴먼 비헤이비어(Human Behavior)'를 공동 운영하며 아파트 거실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사교 행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AGI 하우스'에서는 독서 마라톤이 열리는데, 참여자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 지난해에는 400쪽이 넘는 기계공학 교과서를 단숨에 읽어낸 창업가도 있었다. 이 열풍의 중심에는 18세 창업가 알란 라흐메트자노프가 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AI 스타트업 '니아(Nia)'를 세워 와이컴비네이터 투자를 받아 1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항상 전력 질주 모드"라는 그는 노트북을 들고 길거리, 식당,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버그를 수정한다. 최근에는 새벽 1시까지 잠재 고객을 찾아가 소프트웨어를 시연했고, 몇 주간 8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방문했다. 그의 아버지 산자르 라흐메트자노프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직접 AI 창업에 뛰어들었다. AI 스타트업의 극단적 노동 문화는 새로운 세대의 '창업 신화'를 쓰고 있다. 명문대를 중퇴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고, "일이 곧 재미"라는 가치관이 공유된다. 그러나 과도한 노동과 압박 속에 정신적·육체적 소진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워지고 있다. [Key Insights]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 붐은 20대 창업가들의 '노동 금욕주의'를 낳았다. 술·휴식·사교를 버리고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와이컴비네이터를 거점으로 1조 달러 기업을 꿈꾼다. 그러나 투자 압박 속 번아웃 위험이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Summary] 샌프란시스코에서 AI 붐이 일면서 20대 창업가들이 극단적 몰입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주 92시간 노동, 사무실 매트리스, 술 없는 사교 활동은 '노동 금욕주의'라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와이컴비네이터가 그 거점 역할을 하며 명문대 중퇴생들이 몰려들고, "일이 곧 재미"라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높은 기대와 가속화된 경쟁은 창업가들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며, 정신적·육체적 소진이라는 그림자 또한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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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골드러시, 샌프란시스코 20대 창업가들의 '노동 금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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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1) ]브룩헤이븐 연구소 '빅뱅 머신', 초기 우주 탐사 준비 완료
- 우주 탄생 직후의 '뜨거운 혼돈' 상태를 재현하는 '빅뱅 머신'이 본격적인 탐사를 위한 채비를 마쳤다.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차세대 검출기 'sPHENIX'가 성능을 검증하는 핵심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며, 태초의 물질로 알려진 '쿼크-글루온 플라스마(QGP)'의 특성을 정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고에너지 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sPHENIX는 빛의 속도로 금 이온을 충돌시켰을 때 방출되는 입자의 수와 에너지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험의 성공은 sPHENIX가 본격적인 과학 연구에 돌입할 준비가 됐음을 의미한다. '표준 촛불' 시험 통과…탐사 능력 입증 이번에 통과한 시험은 물리학에서 '표준 촛불(Standard Candle)' 테스트로 불린다. 이는 검출기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100와트(W) 전구가 항상 같은 밝기를 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멀리 있는 100W 전구가 희미하게 보인다면, 우리는 그 밝기를 기준으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처럼 '표준 촛불' 시험은 이미 결과가 잘 알려진 입자 충돌을 일으켜, 검출기가 그 결과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앞으로 미지의 현상을 관측한 데이터 역시 신뢰할 수 있게 된다. 2024년 가을 3주 동안 진행된 이번 시험에서, 연구진은 금(金)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충돌시켰다. 그 결과, 이온들이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가 스치듯 비껴간 경우보다 10배 더 많은 하전 입자(전기적 성질을 띤 입자)를 생성했으며, 이 입자들의 에너지 또한 10배 더 강력하다는 예측된 결과를 정확히 측정해냈다. sPHENIX 공동연구단의 일원이자 전 대변인인 군터 롤런드 MIT 물리학과 교수는 "이는 검출기가 설계된 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마치 10년간 만든 새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 첫 사진을 성공적으로 찍은 것과 같다. 완전히 새로운 발견은 아닐지라도, 이제 새로운 과학을 시작할 준비가 됐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논문의 주 저자인 하오런 정 MIT 물리학과 대학원생은 "이 강력한 기반 위에서 sPHENIX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연구를 더 높은 정밀도와 해상도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문의 저자들은 모두 sPHENIX 공동연구단 소속으로, 이 연구단은 롤런드 교수와 하오렌 정(Hao-Ren Jheng) 연구원을 비롯해 MIT 베이츠 연구 및 공학 센터의 물리학자들을 포함, 전 세계 여러 기관의 과학자 300명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 태초의 '완벽한 유체'를 찾아서 연구진이 찾으려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QGP)는 대체 무엇일까? 우리 몸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는 더 작은 '쿼크(quark)'라는 기본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레고 블록(쿼크)들이 모여 장난감 자동차(양성자, 중성자)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이때 '글루온(gluon)'이라는 입자가 강력한 접착제처럼 쿼크들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 평소에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가 탄생한 빅뱅 직후 수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동안은 상상할 수 없는 초고온·초고압 상태였다. 초기 우주 환경에서는 강력한 접착제도 소용이 없어져, 쿼크와 글루온이 분리된 채 마치 뜨거운 수프(원시 수프)처럼 자유롭게 떠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 상태가 QGP다. QGP가 생성되더라도 그 지속 시간은 단지 10⁻²²초, 즉 약 100분의 1섹스틸리언(1/10²²)초에 불과하다. 이 원시 수프는 약 100분의 1섹스틸리언(1/10²²)초라는 눈 깜짝할 사이보다도 훨씬 짧은 시간 존재하다가, 우주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다시 뭉쳐 오늘날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었다. 특히 QGP는 섭씨 수조 도에 달하는 상태에서 점성이 거의 없는 '완벽한 유체(perfect fluid)'처럼 행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처럼 흐르는 액체라기보다, 수천 마리의 물고기 떼가 한 몸처럼 완벽하게 움직이듯 모든 입자가 저항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롤런드 교수는 "QGP 자체는 결코 볼 수 없고, 그것이 붕괴하며 남긴 입자 형태의 '재'만 볼 수 있다"면서 "sPHENIX의 목표는 이 입자들을 측정해 순식간에 사라진 QGP의 특성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게 1000톤 '빅뱅 머신'의 압도적 성능 이처럼 까다로운 임무를 위해 sPHENIX는 2층집 크기에 무게 1000톤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제작됐다. 현재는 퇴역한 기존 PHENIX 검출기를 대체해 2021년 설치됐으며, 초당 1만5000건의 입자 충돌을 포착하고 그 잔해를 3차원으로 추적할 수 있다. 검출기의 여러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며 sPHENIX는 단일 충돌에서 생성된 입자 폭발을 추적하는 거대한 3D 카메라 역할을 한다. 특히 MIT 베이츠 연구 및 공학 센터가 제작한 핵심 부품 'MVTX'는 측정의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25년 여정의 마침표…새로운 시작 예고 현재 sPHENIX는 25년간 우주 초기 비밀을 탐사해 온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기(RHIC)의 마지막 임무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RHIC는 이번 가동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하며, 그 뒤를 이어 차세대 '전자-이온 충돌기(Electric-Ion Collider, EIC)'가 임무를 이어받게 된다. MIT 박사후연구원 캐머런 딘은 "sPHENIX의 재미는 이제 시작"이라며 "모든 데이터가 확보되면, 우리는 QGP의 밀도나 서로 다른 입자를 묶는 에너지의 비밀을 풀어줄 '10억분의 1' 확률의 극히 드문 현상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 에너지부 과학실과 국립과학재단의 일부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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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1) ]브룩헤이븐 연구소 '빅뱅 머신', 초기 우주 탐사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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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S&P 500 기술주 1.6%↓⋯4조 달러 엔비디아 실적에 쏠린 눈
- 뉴욕 증시가 인공지능(AI) 상승세의 향방을 가늠할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숨을 죽이고 있다. 최근 기술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으면서, 엔비디아의 실적 하나에 시장 전체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긴장감이 월가를 감싸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술주는 한 주 동안 1.6%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금리 인하 시사 발언 덕분에 금요일인 22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최고가로 마감하는 등 시장이 잠깐 반등했지만, AI 열풍을 이끌어온 기술주 전반의 피로감은 뚜렷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수요일(8월 27일) 발표될 엔비디아의 실적은 AI 산업의 성장 지속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을 가늠할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올해에만 주가가 30% 넘게 폭등했으며,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S&P 500 지수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에 이르러, 이 한 기업의 실적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LSEG IBES에 따르면, 시장은 엔비디아가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어난 주당순이익과 45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니해설] '엔비디아 의존' 뉴욕증시, AI 외끌이 성장의 빛과 그림자 뉴욕 증시는 지금껏 보기 드문 강세장을 지나왔다. S&P 500 지수는 연초보다 10%나 오르며 사상 최고치 부근을 맴돌고, 다우지수는 역대 최고가로 마감했다. 이 모든 영광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가 있었고, 그 심장에는 엔비디아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있었다. 하지만 영원할 듯했던 축제에 미세한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 기술주의 1.6% 하락은 단순한 조정을 넘어, 시장이 얼마나 한 가지 주제, 한 기업에 위태롭게 의존하는지를 드러낸 경고등이었다. 그리고 이제 시장은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라는 '심판의 날'을 마주했다. AI 넘어 시장의 바로미터가 된 엔비디아 언제부터인가 엔비디아의 실적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적표가 아니게 됐다. 레이먼드 제임스 투자운용의 맷 오튼 수석 시장 전략가의 말처럼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대리 지표처럼" 여긴다. 그는 "올해 S&P 500 지수 수익률의 주된 동력이었던 광범위한 AI 관련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022년 10월 이후 1400%라는 놀라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기술주는 물론, 전력 설비나 냉각 시스템 같은 'AI 기반 시설' 관련 기업까지 끌어올리는 거대한 기관차 노릇을 해왔다. 시장 참여자들은 엔비디아의 분기 보고서에서 AI 칩 수요, 데이터센터 성장세, 차세대 제품 계획 등을 확인하며 AI 산업 전체의 온도를 잰다. 엔비디아의 지침이 곧 시장의 지침이 되는 '대리(Proxy) 현상'이 자리 잡은 것이다. 과열 경고 속 찾아온 실적 발표 이토록 중요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기술주 약세의 배경에는 몇 가지 경고 신호가 있었다. 바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투자자들이 AI에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MIT 연구진은 AI 투자의 실제 수익률에 의문을 던지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막연한 기대감을 넘어 냉정한 현실을 봐야 할 때가 왔다는 신호였다. 이런 미묘한 때에 기술주 그룹 전체가 흔들리자 엔비디아 실적 발표의 무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밀러 타박의 매슈 멀레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 "해당 그룹(기술주)이 하락하고 그룹 안에서 가장 중요한 주식이 실적을 발표할 때는 평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그의 진단은 지금 월가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기대와 낙관으로 가득 찼던 이전의 실적 발표와는 달리, 이번에는 의심과 불안이 뒤섞인 채 성적표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가 버팀목 물론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사인 '매그니피센트 7(M7)'을 비롯한 거대 기술 기업들이 오히려 자본 지출(Capex)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강력한 수요의 증거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폴 로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사들이 모두 지난 몇 분기 동안 자본 지출 지침을 높였기 때문에 수요에 대한 (엔비디아의) 설명은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를 포함한 '매그니피센트 7' 그룹의 2분기 이익 증가율은 26%로, 나머지 S&P 500 종목 평균(7%)을 크게 웃돈다. 이는 S&P 500 기업 전체의 2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7월 초 5.8%에서 12.9%로 크게 높아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거대 기술 기업들의 절박함이 엔비디아에는 가장 확실한 '매출 보증수표'라는 뜻이다. 또한, 수요처가 거대 기술 기업을 넘어 여러 산업으로 넓어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기술주 쏠림 현상, 피할 수 없는 위험 하지만 이 모든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적인 위험이 시장에 있다. 바로 기술주의 압도적인 비중이다. S&P 500 지수에서 기술주 비중은 33%이고, 엔비디아 혼자 8%에 가깝다. 시장의 체질이 한쪽으로 크게 쏠렸다는 뜻이다. 의료나 필수소비재 같은 다른 분야가 선전하더라도, 기술주라는 거인이 휘청이면 지수 전체가 쓰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슈 멀레이의 경고가 더욱 섬뜩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만약 이 기술주들이 계속 하락한다면, 그것은 지수들도 계속 하락한다는 뜻이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말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 단순한 실망 매물을 넘어 시장 전체 투자 심리를 빠르게 얼어붙게 하고 연쇄적인 자금 이탈을 부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시장은 기로에 섰다. 엔비디아의 좋은 실적은 최근의 불안감을 단숨에 잠재우고 'AI 상승세 2막'의 화려한 막을 올릴 것이다. 반면,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는다면 시장은 AI라는 단 하나의 엔진에만 의존했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수 있다. 다음 주 발표될 소비 심리, 물가 상승률 같은 주요 경제 지표와 함께 전 세계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입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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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S&P 500 기술주 1.6%↓⋯4조 달러 엔비디아 실적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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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500 0.24%↓ 나스닥 0.67%↓⋯기술주 조정에 혼조 마감
-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4% 내린 6,395.78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0.67% 하락한 21,172.86에 장을 마쳤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04% 소폭 상승하며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S&P 500은 4거래일 연속, 나스닥은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시장의 하락은 인공지능(AI) 랠리를 주도해 온 기술주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은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주요 반도체주와 애플,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급등한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주로 이동하는 순환매 양상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오는 22일 시작되는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관망세도 보였다. 특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발언에 따라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컸다. 앞서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의 위원이 금리 인하가 시기상조라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나 긴축 장기화 우려를 더했다. 한편, 타겟과 에스티로더 등 일부 소매 기업들은 부진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가 하락해 소비 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미니해설] 숨 고르는 AI, 갈 곳 찾는 자금⋯'잭슨홀'을 기다리는 시장 올해 내내 뉴욕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인공지능(AI) 열풍이 마침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동반 하락하며 기술주 중심의 조정이 현실화됐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시장의 무게중심이 '성장'에서 '가치'로, '기대'에서 '현실'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을 바라보며, 과열된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매도' 아닌 '이동'…가치주로 향하는 자금 이날 시장의 움직임을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는 '순환매(Rotation)'다. 올스프링의 브라이언트 밴 크롱카이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이것은 진정한 매도세라기보다는 순환매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시장을 떠나지 않고 에너지, 헬스케어 등 그동안 소외되었던 업종으로 향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AI가 가져올 미래보다는 당장의 이익과 안정적인 가치에 더 큰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고평가 논란, 전문가들의 경고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은 과도해 보이며, 시장에는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지만 대체로 무시되어 온 영역이 많다." 밴 크롱카이트의 덧붙인 말은 현재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명확히 보여준다. BMO 프라이빗 웰스의 캐럴 슬라이프 수석 시장 전략가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기술주에서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조정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강조했다. AI,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라는 질문 기술주 조정의 배경에는 단순히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AI 기술의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AI 주식의 '거품'을 언급한 것과, 많은 기술 기업이 AI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MIT의 연구 결과를 지목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그래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연준의 그림자, 잭슨홀의 입을 보라 여기에 연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7월 FOMC 의사록은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과 고용 하방 위험" 사이에서 연준의 고민이 깊음을 보여줬다. 캐럴 슬라이프 전략가는 "만약 파월 의장의 발언이 더 매파적이라면, 기술주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 잭슨홀 심포지엄은 향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은 이제 화려했던 AI 파티를 잠시 멈추고, 냉정한 가치 평가의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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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S&P500 0.24%↓ 나스닥 0.67%↓⋯기술주 조정에 혼조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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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2)] 기후변화가 부른 기생충 위협⋯영국·아일랜드서 '이국성 질환' 확산 조짐
- 기후변화로 인해 기생충 확산으로 가축과 반려동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기후변화와 국제 반려동물 이동 증가로 인해 과거 남유럽에 국한됐던 기생충 질환이 북상하고 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컨버세이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학계는 "이제 더 이상 이국적(exotic)이라고만 할 수 없는 감염병이 자국 내 동물과 사람 모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반려견에서 확인된 리슈만편모충증 영국에서 최근 보고된 반려견 질병 감염 사례 중 하나는 래브라도견 '토비'다. 토비는 발과 다리에 털이 빠지고 피부 발진과 체중 감소 등 증상이 악화돼 정밀검사 결과 리슈만편모충(Leishmania infantum) 감염이 확인됐다. 이는 모래파리 매개 기생충으로, 원래 지중해 연안에 주로 분포했다. 반려견 토비는 영국을 떠난 적이 없었지만, 가족이 스페인 방문 후 귀국한 이력이 있어 감염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사례는 2019년 이후 영국에서 보고된 단 세 건 중 하나다. 리슈만편모충증은 개에서 만성·치명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확산되는 매개곤충 질환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비교적 보호막이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빈번한 국제여행·국경간 반려 동물 이동이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 모기의 의해 전파되는 심장사상충(Dirofilaria immitis)은 남유럽에 국한됐던 질환이 중·동부 유렵으로 확산중이며, 영국 수입견의 4분의 1이 심장사상충 감염 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드기 매개 질환인 말 피로플라스마증(Equine piroplasmosis) 역시 일부 영국·아일랜드 말에서 항체가 발견됐다. 이는 해당 지역 말이 이미 기생충에 노출됐음을 시사한다. 아프리카말병(African Horse Sickness) 역시 현재 영국 내 유입 위험은 낮지만, 기후모델은 향후 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람에게도 전이되는 위험 인수공통 기생충으로는 에키노코쿠스(Echinococcus multilocularis)와 리슈만편모충, 심장사상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개가 무증상으로 보균할 수 있는 에키노코쿠스는 분변을 통해 토양·식수·농산물을 오염시키며, 인체 감염 시 간 등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영국에서는 야생 개과 동물에서 나오는 단방조충(E. granulosus)의 인간 감염이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아일랜드에서는 2019년 여행 이력이 없는 여성에게서 의심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2020년 영국 당나귀에서, 2023년 아일랜드 말에서 낭포성 기생충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되면서, 이미 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응 과제와 '원헬스(One Health)' 접근 전문가들은 영국과 아일랜드가 기생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수입 동물에 대한 선제적 검역 및 감염 스크리닝, △ 파리·진드기·모기 등 매개곤충 분포 모니터링, △ 반려동물·가축에 대한 항체 조사 및 질병 발생 기초자료 구축, △ 수의사·사육자·소유주 대상 교육 및 책임 있는 이동 관리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동물·환경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 Health)' 체계가 강조된다. 기생충 확산을 조기에 포착하고 차단하지 못하면, 이미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파급된 후 뒤늦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농축산·반려동물 산업에 주는 시사점 지구온난화로 인한 유럽의 기생충 확산 등의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경고로 작용한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로 모기·진드기 활동 가능 시간이 길어지고, 북상하는 아열대성 매개곤충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올 여름 일명 '러브 버그(털파리의 일종, 정식 명칭은 플릭시아 니악티카)'가 한반도를 강타해 민원이 폭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반려동물을 들여오는 사례가 늘면서 수입 과정에서의 검역 강화와 사전 스크리닝 체계가 필요하다. 농축산 분야에서는 말, 소, 돼지 등 주요 가축에 대한정기적 혈청검사 및 병원체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한다. 반려동물이 급성장하는 한국에서 기생충 관련 백신·진단, 구충제 산업은 새로운 수요와 연구 개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의 건강은 하나'라는 원헬스 개념을 한국 농축산·반려동물 정책에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질병 차원을 넘어 국가 방역·식량안보·글로벌 무역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시급히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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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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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2)] 기후변화가 부른 기생충 위협⋯영국·아일랜드서 '이국성 질환'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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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 폭 55% 급감⋯서울 집값·금리 변수 여전
- 정부의 '6·27 가계대출 규제'와 은행권 추가 억제책 영향으로 7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8000억원 늘어난 1164조2000억원으로, 증가액이 6월(6조2000억원)보다 55%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4000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6000억원 줄었다. 한은은 "서울 집값 상승률과 금리 인하 기대, 지역 간 풍선 효과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추세적 안정 판단은 이르다"고 밝혔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으며, 2금융권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니해설] 규제 효과 나타났지만 '집값·금리' 변수에 완전 안정은 미지수 7월 가계대출 증가 폭 축소는 정부의 6·27 규제와 은행권 자율 관리 강화가 맞물린 결과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3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생활자금 용도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은 규제 영향이 즉각 반영되며 감소세로 전환됐다. 한국은행은 이를 “규제 시차가 짧은 대출 항목이 빠르게 위축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울 집값·금리 인하 기대가 불씨 다만 한국은행은 추세적 안정 판단에는 신중하다.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여전히 높고,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대출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환경 완화와 지역 간 ‘풍선 효과’ 가능성은 향후 대출 억제 효과를 상쇄할 변수로 꼽힌다. 금융권별 흐름, 은행은 증가·2금융권은 감소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으로, 6월(6조5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은행권은 2조8000억원 늘었지만, 저축은행·보험·카드사 등 2금융권은 6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전 금융권 합산 4조1000억원 증가했으나, 증가 폭은 전달보다 2조원 줄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9000억원 급감했다. 기업대출·수신 변화도 뚜렷 기업대출은 6월 3조6000억원 감소에서 7월 3조4000억원 증가로 반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5000억원, 2조9000억원 늘었는데,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와 일부 은행의 중소기업 영업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예금은행 수신은 분기 말 이후 재유출과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11조4000억원 감소했지만, 자산운용사 수신은 MMF, 채권형·주식형 펀드 유입으로 46조6000억원 급증했다. 이번 수치는 규제 효과가 단기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는 유효함을 보여주지만, 부동산 가격·금리 전망·지역 간 자금 이동 등 복합 요인이 남아 있어 향후 흐름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참고로 미국은 경기 국면과 무관하게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상환능력(Ability-to-Repay, ATR)·적격모기지(QM) 규칙이 기본 틀을 이룬다. 대출자는 소득·부채·고정비 등을 바탕으로 상환능력을 ‘합리적이고 성실하게’ 입증해야 하고, 요건을 충족한 QM 대출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 이는 경기부양·긴축과 별개로 상시 작동하는 '미시 규율'이다. 여기에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패니매·프레디맥의 대출단계가격조정(LLPA)을 수시로 손질해 신용도·LTV·DTI·용도(구입/재융자) 등 위험요인을 가격에 반영한다. 2023~2024년 행정서한·매트릭스 개편은 위험·취약 차주에 대한 가격 차등을 더 촘촘히 만든 사례로, 사실상 '가격 기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완한다. 한국의 '총량·용도 규제(DSR·LTV·생활자금 차단 등)'는 단기간 대출팽창 억제에 유효하다. 반면 미국은 상시적 상환능력 심사+가격 차등으로 위험을 미세 조정한다. 우리도 급팽창기에는 총량 규제가 필요하지만, 정상 국면에선 가격·위험기반 미세조정 도구 확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은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FPC)가 2022년 '모기지 스트레스테스트 권고(affordability test)' 폐지를 결정했지만, 고(高) LTI(>4.5배) 대출 비중을 연간 신규대출의 15%로 제한하는 '흐름(flow) 한도'는 유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소형대출기관의 규제 역진성을 줄이기 위해 LTI 흐름 한도 적용의 ‘디미니미스(threshold)’ 상향을 제안하는 등, 경쟁·성장과 건전성 사이 조정을 시도 중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또한 최근에는 고 LTI 대출 여지 확대로 생애최초구입자(FHB) 지원을 강화하되, 연간 총량(15%) 울타리 안에서 운용하도록 해 위험의 총량을 통제한다. 영국의 주택 정책의 핵심은 '총량 캡(LTI flow limit) 유지 + 일부 규제 완화'라는 투트랙이다. 한국도 생애최초·실수요자 지원을 강화하되, 고 LTI·고 DSR 대출의 총량 상한을 병행하면 수요 취약층 지원과 시스템 리스크 억제를 함께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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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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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 폭 55% 급감⋯서울 집값·금리 변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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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4)] "물 없는 행성도 생명 가능성"⋯MIT, 이온성 액체로 거주 구역 확대
- 우주에서는 물 대신 특정 액체가 생명체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서, 물이 존재하기 어려운 행성에서도 '이온성 액체(ionic liquid)'가 형성돼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온성 액체는 약 100℃ 이하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염으로, 증기압이 낮아 쉽게 증발하지 않으며, 물보다 높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황산과 질소를 포함한 유기 화합물을 혼합한 결과, 다양한 온도·압력 조건에서 이온성 액체가 형성됨을 확인했다. 황산은 화산 활동의 부산물로 암석 행성 표면에 존재할 수 있으며, 질소계 유기 화합물은 소행성·행성에서 발견된 바 있어 외계 천체에서도 함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를 이끈 라차나 아그라왈 박사는 "지금까지는 지구 생명체가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 아래 거주 가능성을 판단했지만, 대사 활동이 가능한 액체라면 물이 아니어도 될 수 있다"며 "이온성 액체를 고려하면 암석 행성의 거주 가능 구역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이온성 액체는 산업적으로 합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구팀은 황산이 유기 화합물과 접촉하면 다양한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특히, 최대 180℃의 고온과 지구 대기압보다 훨씬 낮은 압력에서도 형성이 가능해, 물이 존재하기 힘든 고온·저압 행성에서도 생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금성 대기 탐사 연구 과정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금성 모닝스타 미션을 이끄는 아그라왈과 MIT에서 물리학과, 항공우주학과 교수인 사라 시거(Sara Seager)는 황산을 수집하고 증발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금성의 황산 구름에서 유기 화합물을 분석하는 실험 중, 황산과 글리신이 반응해 이온성 액체를 형성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연구팀은 다양한 질소계 유기 화합물과 황산의 반응 실험을 확장해 수행했다. 미션이 금성 구름에서 샘플을 채취한다면, 잔류 유기 화합물을 찾아내기 위해 황산을 증발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생명체의 흔적을 분석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과도한 황산을 증발시키도록 설계된 자체 제작 저압 시스템을 사용하여 황산과 유기 화합물인 글리신 용액의 증발을 시험했다. 그 결과, 모든 경우에서 액체 황산의 대부분은 증발했지만, 굳지 않은 액체 층은 항상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황산이 글리신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산에서 유기 화합물로 수소 원자가 교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결과, 이온성 액체라고 알려진 염 또는 이온의 유동 혼합물이 생성되었는데, 이는 광범위한 온도와 압력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사라 시거 MIT 교수는 "황산이 수소를 제공하고, 질소계 유기가 이를 받아들이는 반응은 여러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일어난다"며 "이 과정에서 생긴 이온성 액체가 외계 행성 표면에 '작은 오아시스'처럼 남아 단순한 형태의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온성 액체에서 어떤 생체분자와 생명 기초 성분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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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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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4)] "물 없는 행성도 생명 가능성"⋯MIT, 이온성 액체로 거주 구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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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아, 인도네시아 7월 판매 3대⋯최저 실적 기록
- 기아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차량 판매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Gaikindo) 통계에 따르면 2025년 7월 도매판매에서 기아·맥서스·볼보·폭스바겐이 한 자릿수 또는 수십 대 수준에 머무르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고 CNBC인도네시아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아차는 3대, 맥서스 6대, 볼보 10대, 폭스바겐은 17대 판매에 그쳤다. 그 전달인 6월 각각 15대와 1대를 판매한 세레스와 아우디는 7월 판매량이 0대로 집계됐다. 소매 판매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볼보 10대, 세레스 15대, 폭스바겐 16대, 기아 18대로 모두 20대 미만에 머물렀다. 다만 인도네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은 7월 한 달간 도매 6만552대, 소매 6만2770대가 거래됐다. 한편, 기아차는 약 4년의 공백을 끝내고 2020년 1월 인도네시아 시장에 재진출했다. 2019년 11월에 현지 법인 '기아 모빌 인도네시아'의 유통권을 인수한 크레타 인도 아르타(Kreta Indo Artha)가 단독 공식 딜러가 되었고, 이듬해 1월 자카르타에서 올뉴 셀토스(All-New Kia Seltos)를 출시하면서 복귀를 알렸다. 출시 당시 셀토스는 젊은 기술 친화적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 차종으로,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지분 34% 보유)와 함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했다. 2022년 105만 대가 판매된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판매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와 기아는 3만4051대의 차량을 판매해 3.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2021년 차량 판매량 5713대로 0.6%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반면, 일본 자동차 시장은 인도네시아를 장악했다. 2022년 일본 도요타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31.6%를 차지했고, 다이하쓰 공업(Daihatsu Motor Co.)이 18.3%, 미쓰비시 자동차(Mitsubishi Motors Corp.)가 13.1%, 혼다 자동차(Honda Motor Co.)가 12.5%로 집계됐다.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영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예고한 수입 자동차·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한국산 차량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처럼 일본계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지역에서는 신규 진입 브랜드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아차가 현지 소비자층 확대와 생산·유통 효율화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세 장벽과 경기 불확실성을 동시에 넘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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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아, 인도네시아 7월 판매 3대⋯최저 실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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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2분기 매출 2조9천억⋯AI·커머스 성장세 이어가
- 네이버가 2분기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와 커머스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8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2분기 매출 2조9151억 원, 영업이익 5216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10.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9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부문별로는 서치플랫폼이 1조365억 원, 커머스 8611억 원, 핀테크 4117억 원, 콘텐츠 4740억 원, 엔터프라이즈 1317억 원을 기록했다. AI 브리핑, AI 탭, 새벽배송 도입 등 하반기 전략도 구체화했다. [미니해설] AI 탑재한 네이버, 2분기 매출 2조9,151억…커머스·핀테크 동반 성장 네이버가 AI 신기능 도입과 커머스 플랫폼 강화에 힘입어 2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네이버는 8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9151억 원, 영업이익 521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10.3% 각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9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커머스·핀테크 두 자릿수 성장…AI 전략 효과 가시화 사업 부문별로 보면 전통적인 검색광고 기반의 서치플랫폼이 여전히 안정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해당 부문은 AI 기반 피드 강화와 체류시간 증가, 광고 고도화에 따라 전년 대비 5.9% 증가한 1조36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커머스 부문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앱 안정화와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19.8%, 전분기 대비 9.3% 증가한 8,61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핀테크 부문도 네이버페이 외부 결제 생태계 확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해 411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0조8000억 원으로, 스마트스토어 성장과 더불어 외부 가맹점 확대의 효과가 반영됐다. 네이버는 연내 페이스사인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통합한 단말기를 출시하고, 온·오프라인 금융 연계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콘텐츠와 엔터프라이즈도 안정 성장 콘텐츠 부문은 웹툰 실적 반등과 카메라앱 유료 구독자 증가에 따라 47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기업용 AI 솔루션 확산에 힘입어 131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1% 성장했다. AI 브리핑·AI 탭 확대…플랫폼 고도화 본격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 전략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올해 말까지 AI 브리핑 커버리지를 전체 검색의 20% 수준까지 확대하고, 내년에는 통합검색에 대화형 AI 탭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브리핑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검색 결과를 요약하고 사용자 맞춤 콘텐츠를 제시하는 네이버 고유의 기능이다. 대화형 AI 탭은 통합검색에 적용될 예정이며, 향후 사용자 경험을 AI 기반으로 재정의할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새벽배송·콜드체인 도입…커머스 물류 강화 커머스 사업과 관련해 네이버는 오는 3분기 컬리,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새벽배송을 도입하고, 저온 유통망(콜드체인) 확대를 통해 상품 신선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최 대표는 "내년 초 직계약을 위한 플랫폼 개발을 마무리해 N배송 도입률을 높이고, 연내 구매자 전용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소버린 AI 사업 본격화…중동·동남아 협력 강화 네이버는 글로벌 AI 전략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최 대표는 "데이터센터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GPU 인프라 운용 경험을 토대로 소버린 AI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트윈 구축, 태국 LLM 개발, 모로코 AI 데이터센터 및 GPU 엣지 인프라 구축, MIT와의 휴머노이드 연구 협력, 일본 이즈모시 AI 안부전화 서비스 등 글로벌 다각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AI 기반 플랫폼 확장 지속" 최 대표는 "AI 기반 플랫폼 경쟁력과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네이버의 중장기 성장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해 신뢰 기반의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보는 네이버가 단순 플랫폼 기업을 넘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술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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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2분기 매출 2조9천억⋯AI·커머스 성장세 이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