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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1)]'영원한 화학 물질'의 저주⋯몸속 노화 앞당기는 PFAS의 실체
- 프라이팬의 눌음 방지 코팅, 패스트푸드 포장지, 우비 등 방수 재킷, 청소용 세제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평범한 생활용품들이 '영원한 화학 물질(Forever Chemicals)'이라 불리는 독성 물질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잇따른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노화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에이징(Frontiers in Aging)'에 발표된 새 연구는 이 문제를 한층 더 심각하게 다룬다. 연구에 참여한 326명 중 무려 95%의 혈액에서 PFAS(과불화알킬 및 폴리불화알킬 물질)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이미 광범위한 노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PFAS란 무엇인가⋯왜 '영원한' 화학 물질인가 PFAS는 1950~60년대에 개발된 합성 화학 물질군으로, 물·기름·열·부식에 강한 특성 덕분에 수십 년간 산업계와 소비재 시장에서 폭넓게 활용되어 왔다. 문제는 이름 그대로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양과 수원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와 결국 인간의 혈류에 안착한다.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 얼럿은 26일(현지시간) 모든 PFAS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견고한 탄소-불소 골격 때문에 이들이 분해되는 데 최대 천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업계는 분자 구조를 약간만 변형하여 유사한 결과를 가져오는 완전히 새로운 PFAS를 만들어 기존 국제 규제를 우회할 수 있으며, 1만2000여 종의 변종이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상하이 교통대 과학자들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11종의 PFAS 중 특히 과불화노난산(PFNA)과 과불화옥탄술폰아미드(PFOSA) 두 물질에 주목했다. 이 두 성분의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생물학적 노화, 즉 실제 나이보다 세포와 장기가 더 빠르게 늙어가는 현상이 뚜렷이 관찰됐다. 왜 중년 남성이 가장 취약한가 연구팀이 1999~2000년에 수집된 전국 대표 표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64세 중년 남성 집단에서 PFAS로 인한 가속 노화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 상하이교통대 의대의 리샹웨이(Xiangwei Li) 교수는 그 이유로 생활 습관을 지목했다. "흡연과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이 노화 지표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남성의 경우 이런 요인들이 오염 물질의 유해 효과를 복합적으로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공동 저자인 쉬야첸(Ya-Qian Xu) 박사는 생물학적 맥락을 더했다. 중년은 신체가 노화 관련 스트레스 요인에 민감해지는 '취약한 생물학적 창(sensitive biological window)'이기 때문에, 이 시기의 화학 물질 노출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강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의 공백-유럽은 움직이는데, 한국은? 국제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프랑스는 의류와 화장품에 PFAS 사용을 이미 전면 금지했으며, 유럽연합(EU)도 유사한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반면 미국과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공백이 크다. 연구팀은 개인 차원의 위험 감소 방법으로 포장 식품 소비를 줄이고, 패스트푸드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행위를 피할 것을 권고했다. 열이 가해질수록 포장재에서 PFAS가 더 많이 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 오염의 시대, 연구는 이제 시작 리샹웨이 교수팀은 후속 연구로 PFAS가 다른 환경 오염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누적 건강 위험을 모델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화학 물질이 아니라 수십 종의 오염 물질에 동시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편의를 위해 용인해온 화학 물질들이 우리 몸속에서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영원한 화학 물질'의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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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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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1)]'영원한 화학 물질'의 저주⋯몸속 노화 앞당기는 PFAS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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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4회)
- 1 스파이의 장 스파이와 평화(1)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끝내 그를 파괴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날 저녁,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송이뭇국을 끓였다. 그의 고향 칠성산에서 나는 송이를 가늘게 찟어 넣은 뭇국. 국물 한 숟가락이 막 목줄을 타고 내릴 때 그의 아내가 무심한 듯 말했다. "회사가 당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봐야겠지." "회사가 당신을 버린 것이 아니야. 나에게 돌려준 거지. 이제 당신은 온전한 내 것이 된거야." "고마워." "그런데 회사는 나빠. 그동안 자기들 맘대로 사용해 놓고, 지 살겠다고 폐기처분하더니, 급기야 완전히 부숴 버리려고까지 했잖아." "응." "이제는 걱정 마. 내가 데리고 있을게. 그동안 너무 애 많이 썼어. 나와 우리 두 아들을 위해, 그리고 당신의 대의를 위해. 난 당신의 대의를 존중해, 누가 뭐라해도…" "고마워." "그나 저나 우리 이쁜이 '슈나'가 좋아하겠네. 이젠 매일 아침 아빠랑 산책도 할 수 있고 말야. 그치 '슈나'야…?" 순간 강아지 '슈나'가 펄쩍 뛰어 올라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코끝이 뜨끈해졌다. 이제 허민은 그가 '꼬맹 아내'라고 부르는 여인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삼십년 스파이 인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해온 여인. 며칠 아니 몇 달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불면과 불안이라는 친구와 익숙해 질 때쯤에 홀연 나타나는 남자를 평생 기다리며 살아온 여인. 법과 윤리의 국경을 넘나드는 회색의 경계지대에서 돌아와준 내 남자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곧 자기가 위로 받는 것이라고 믿었던 여인. '스파이의 여자'라는 말보다 '스파이의 아내'라는 말이 어울리는 여인. 그리고 그는 매일 아침 그와 그의 아내가 '슈나'라고 부르는 검은 색 미니어쳐 슈나우저 종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따금 바다에 갈 때면 백사장 파라솔 아래에서 그는 맥주를 마시고, 강아지 '슈나'는 아빠를 대신하여 낚싯대를 살필 것이다. 그가 독서하는 서재의 책상 밑에서 낮잠을 자고, 티브이를 볼 때도 옆을 지키는, 늙은 스파이의 완벽한 일부. 은퇴한 스파이의 평화를 완성하는 '스파이의 개'. 강아지 '슈나'가 그와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스파이들의 로망, 그러나 갖기 어렵다는 평화의 문이 허민 그에게 열리고 있었다. 다음 날 오후에 그는 꼬맹아내, 강아지 '슈나'와 함께 강릉의 한적한 바닷가 백사장에서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힘차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그저 선선히 모랫벌에 스며드는 파도. 파도는 다가올 때 이미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러할 것인데, 우리는 쉽게 욕심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가 때론 갯바위에 던져지기도 한다. 그러면 부숴지는 것이다. 하얗게 부숴지는 파도는 장열하다. 그러나 아프다. 허민은 스며들기로 했다. 스파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람처럼 움직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스파이의 길인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곳의 펜션에 방을 구했다. 강아지와 함께 투숙할 수 있는 애견펜션. 펜션의 여주인은 자기도 강아지를 키운다며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라 했다. 그는 열흘치 방값을 선불하며 청소는 알아서 할테니 주인이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이라 했다. 욕실용품이 필요하면 메모를 남기겠다고 했다. 조용히 지내게 그냥 내버려 두어 달라는 말이었다. 동해의 아침해는 일찍 솟는다. 이론적으로는 15분이라지만 실제로는 훨씬 빠르다. 동해의 아침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이 깨어 본 사람들은 이를 잘 안다. 허민과 그의 아내는 이른 아침해가 잠을 깨운 날은 해변을 걷고, 바람이 잠을 깨운 새벽에는 해맞이를 했다. 아침밥은 인근 카페에서 갓구운 크로아상과 진한 커피를 마시거나, 순두부식당에서 해결했다. 강릉의 두부는 간수 대신에 바닷물을 써서 응고시킨다. 수백년 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낮에는 가지고 온 책을 읽거나 노트북과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지루해지면, 바닷가와 솔숲을 산책했다. 점심은 보통 건너뛰고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하루는 아내의 식성을 따른 얼큰한 한식, 하루는 그가 즐기는 이탈리안을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탈리안 음식기호를 놀리는 아내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전생에 로마 사람이었던 것 같아. 천부장 '트리부누스 밀리툼'은 아니더라도 백부장 '켄투리아'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꿈도 그런 꿈을 꾼다니까. 정말 재미있는 것이 꿈 속에서는 나는 이탈리아 말을 잘 하고 잘 알아듣는단 말야." 스파이의 평화가 열리고 있었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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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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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소비된 빛
- 소비된 빛 최규리 가위를 들고 다닌다 X자 형태의 별을 날렸지 우리는 새를 키우지 않았네 새는 잠시 타인처럼 왔다 가는 것 날렵하게 오려진 세계에서 다음 날에도 서로 끌어안고 공중돌기를 했다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기에 개별적인 비를 맞았고 사형수의 마지막 한 끼처럼 소중한 식사를 한다 건반 위로 새가 날아 왔지만 페이지는 격렬하게 봉합되었다 사라진 페이지를 찾지 않기로 한다 죽는 날에 틀어질 음악 미리 듣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 낙원상가 앞 횡단보도에서 활짝 피어 닳아 없어지는 것들의 뒷모습 낙원상가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이 거대한 도시가 마치 조율되지 않은 악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낡은 악기들이 켜켜이 쌓인 상가 건물 위로 자동차 경적과 사람들의 말소리가 뒤엉켜 쏟아지는데, 그 불협화음이 때로는 지독하게 고독한 음악처럼 들려오곤 합니다. 우리는 그 소란 속에서 각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누군가는 어제 잘려 나간 관계를 생각하고 누군가는 내일 다가올 불안을 만지작거립니다. 가끔 타인과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저는 묘한 비장함을 느낍니다. 숟가락을 들어 따뜻한 밥을 입안 가득 넣고 씹는 당신과 나, 우리는 분명 한 식탁에 있지만 서로 다른 허기를 달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타인의 속마음까지 온전히 소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우리는 결국 각자의 그릇에 담긴 몫만큼의 고독을 삼켜야 합니다. 그것은 슬픈 일이라기보다는, 사형수가 받아 든 마지막 식사처럼 생의 가장 진실하고 투명한 순간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자신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하루를 버팁니다. 뜨겁게 사랑했던 기억도, 날카롭게 베였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닳고 닳아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소모되는 과정이 꼭 허무한 것만은 아닐 겁니다. 초가 제 몸을 태워야만 어둠을 밀어낼 수 있듯이, 우리 역시 스스로를 치열하게 소진시킬 때 비로소 희미한 빛이라도 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 횡단보도의 파란 불이 켜집니다. 저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무언가를 태우며 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엇박자로 걷는 걸음일지라도, 격렬하게 부서지는 파열음일지라도 괜찮습니다. 다 닳아 없어지는 순간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이 소란스러운 연주를 계속해야 하니까요. <편집자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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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소비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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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3)] 전력 먹는 하마 된 데이터센터, '유리'와 'DNA'로 구원할까
- 스마트폰에서 '클라우드(Cloud)' 아이콘을 누를 때, 우리는 흔히 하늘에 떠 있는 푹신하고 가벼운 구름을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의 클라우드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그것은 축구장 몇 배 크기의 거대한 창고 안에서, 에어컨이 뿜어내는 매서운 냉기를 맞으며 굉음을 내고 돌아가는 수십만 대의 시커먼 철제 서버(Server)들이다. 우리가 무심코 저장하는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사진, 챗GPT와 나눈 대화들은 모두 이 물리적인 서버의 하드디스크에 쌓인다. 그리고 이 기계들이 과열되어 불타지 않게 식히는 데만 천문학적인 전기가 소모된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 인류는 지식을 축적할수록 지구가 뜨거워지는 무서운 역설에 직면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고는 섬뜩하다. 현재 전 세계 전력의 1.5%를 먹어 치우는 데이터센터는 불과 4년 뒤인 2030년, 그 수요가 두 배로 폭증할 전망이다. 이때 뿜어져 나오는 탄소 배출량은 약 25억 톤. 미국 전체가 1년 동안 내뿜는 매연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이다. 이 거대한 에너지 재앙을 막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실리콘과 반도체를 버리고, 가장 원초적인 물질인 '유리(Glass)'와 생명의 설계도인 'DNA'에서 궁극의 해법을 찾고 있다. 아무도 안 보는데 전기를 먹는다? '콜드 데이터'의 딜레마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우리가 생산하는 데이터의 성격을 뜯어봐야 한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의 최대 80%는 '콜드 데이터(Cold Data)'로 분류된다. 당장 오늘 꺼내볼 일은 없지만, 법적 의무나 백업을 위해 지워서는 안 되는 정보들이다. 은행의 15년 전 이체 내역, 병원의 옛날 X레이 사진, 혹은 당신이 10년 전 헤어진 연인과 주고받은 메일함 속 편지들이 모두 콜드 데이터다. 현재 이 콜드 데이터는 대부분 하드디스크(HDD)나 자기 테이프에 저장된다. 진짜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하드디스크는 데이터를 그저 '가만히' 쥐고 있는 데도 끊임없이 전기를 먹는다. 테이프 역시 16~25도의 쾌적한 온도를 365일 내내 유지해 줘야 곰팡이가 슬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심지어 10여 년이 지나 수명이 다하면, 데이터를 새 테이프에 옮겨 적고 헌 테이프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숨 쉬게 하려고 오늘날의 막대한 에너지를 태우고 있는 셈이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억…유리에 새기는 '5차원(5D) 메모리'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피터 카잔스키(Peter Kazansky) 교수는 투명한 '유리'에서 이 전력 낭비를 멈출 마법을 찾아냈다. 보통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면 가로와 세로, 2차원(x, y)으로 정보가 기록된다. 책을 여러 장 겹치면 깊이가 생겨 3차원(z)이 된다. 카잔스키 교수는 특수한 초고속 레이저를 유리에 쏴서 미세한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여기에 빛이 튕겨 나가는 '방향(편광)'과 빛의 '밝기(강도)'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이것이 바로 '5차원(5D)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비유하자면, 하나의 점(Pixel) 안에 글자 하나만 적는 게 아니라, 그 점이 뿜어내는 빛의 색깔과 반짝임의 정도에 따라 수십 권의 책을 압축해서 구겨 넣는 식이다. 이 '메모리 크리스털(Memory Crystal)'의 위력은 엄청나다. CD만 한 5인치 유리판 한 장에 자그마치 360테라바이트(TB)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고화질 영화 약 7만 편 분량이다. 가장 위대한 점은 '전력 소모가 0'이라는 것이다. 데이터를 새길 때만 레이저를 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할 뿐, 한 번 새겨진 유리는 전원 플러그를 뽑아도 1만 년 이상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다. 끓는 물에 넣어도,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2017년부터 이 기술을 차세대 저장 장치로 점찍고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값비싼 특수 유리가 아닌, 집에서 쓰는 내열 오븐용 유리(보로실리케이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성공해 상용화의 문턱을 한층 낮췄다. 찻숟가락 하나면 전 세계 데이터를 품는다…'DNA 저장소' 유리와 함께 꼽히는 또 다른 혁신은 놀랍게도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은 '0'과 '1'의 조합이다. 과학자들은 이 디지털 언어를 DNA를 구성하는 4개의 알파벳(A, T, G, C)으로 번역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예컨대 00은 A, 01은 C, 10은 G, 11은 T로 규칙을 정한다. 그리고 컴퓨터 파일의 0과 1 배열에 맞춰 실제 인공 DNA 분자를 합성해 액체나 분말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다. 나중에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유전자 검사를 하듯 DNA 염기서열을 읽어내 다시 0과 1로 번역하면 그만이다. DNA 저장의 가장 큰 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축률'이다. DNA 단 1그램(g)에는 무려 215페타바이트(PB)의 데이터가 들어간다. 이론적으로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DNA 분말만 있으면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의 정보를 다 담을 수 있다. 또한 매머드 화석에서 수만 년 전 DNA를 추출하듯, 냉각 장치 없이 서늘한 곳에 두기만 하면 수천 년을 버틴다. 자연이 만들어낸 궁극의 USB인 셈이다. 기술의 장벽, 그리고 남겨진 '선택의 문제' 물론 당장 내년 백업을 유리나 DNA에 할 수는 없다. 유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는 아직 기존 하드디스크에 한참 못 미친다. DNA 저장은 데이터를 기록(합성)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과 긴 시간이 든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과대학의 타니아 말릭(Tania Malik) 교수는 "이 혁신적 기술들이 기존의 저장 장치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인프라 교체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기술적 한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데이터를 대하는 '태도'다. 우리는 언젠가 완벽한 영구 저장 장치를 갖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매일 쏟아내는 수백억 개의 의미 없는 스팸 메일과 흔들린 사진들까지 영원히, 지구의 에너지를 축내며 보관해야 할까? 데이터 폭증 시대, 과학기술은 무한한 저장 공간을 약속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술은 인류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후세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유리와 DNA라는 영원의 기록장치 앞에서, 진정으로 걸러내야 할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류의 정보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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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3)] 전력 먹는 하마 된 데이터센터, '유리'와 'DNA'로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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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위발의 사람과 결(2)] 관계의 포화와 심리적 피로-느슨한 연대
- 관계의 포화와 심리적 피로-느슨한 연대 현대 사회는 거대한 '연결의 그물망' 속에 던져져 있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스마트폰 메시지부터 지하철 안에서 마주하는 타인들의 일상까지, 우리는 한 순간도 단절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답은 '관계의 무게'에 있습니다. 과거의 관계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결합이자 의무였다면, 오늘날의 관계는 개인의 선택과 감정적 소모를 전제로 합니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을 넘어, 나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무한 경쟁과 자기 계발에 매몰된 현대인에게 이러한 감정 노동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타인의 짐까지 짊어질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담감'과 '고립감' 사이에 탄생한 대안이 바로 '느슨한 연대'입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SNS 속의 소통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수면 위를 가볍게 스치는 식의 관계 맺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직장에 다니는 L씨는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켜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인플루언서의 식단 게시물에 "맛있겠네요!"라는 댓글을 남깁니다. L씨는 이 행위를 통해 자신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얻습니다. 며칠 전, 오랜 친구로부터 "요즘 힘들어서 그런데 오늘 밤에 술 한 잔하며 얘기 좀 할 수 있을까?"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L씨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반가움이 아닌 '피로감'이었습니다. 친구의 우울함을 받아내야 한다는 압박, 내일 업무에 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L씨의 사례는 현대인이 선호하는 관계의 속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접속'은 원하지만 '접촉'은 원하지 않습니다. 책임질 필요 없는 타인의 삶에 가벼운 지지를 보냄으로써 고립감을 해소하되, 정작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실제의 깊은 관계는 회피하는 것입니다. 과부하 된 일상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방어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쇼펜하우어가 말한 '고슴도치의 딜레마'와 맥을 같이 합니다.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온기를 나누기 위해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려 다시 거리를 둡니다. 너무 멀어지면 춥고, 너무 가까워지면 아픈 이 딜레마를 현대인들은 '느슨한 연대'라는 이름의 적당한 거리로 해결하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깊은 관계'가 정답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족, 친척, 고향 친구처럼 끊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가 개인의 안전망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그런 관계는 때로 탈출하고 싶은 감옥이 되기도 합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주는 기대와 판단이 부담스러워진 것입니다. 오히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건네는 가벼운 위로와 짧은 대화가 더 큰 해방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것은 인간 실존의 방식이 '수직적이고 깊은 것'에서 '수평적이고 넓은 것'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한 명의 깊은 친구보다, 각기 다른 관심사를 공유하는 열 명의 ‘느슨한 동료’를 갖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관계가 얕아질수록 위기의 순간에 기댈 곳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내가 병들거나 좌절했을 때, ‘좋아요’를 눌러주던 수백 명의 팔로워나 함께 달리기하던 동아리 멤버들이 내 곁을 지켜주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느슨한 연대'가 반드시 차가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새로운 형태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나의 기준에 맞춰 바꾸려 하지 않고, 상대를 내 삶에 억지로 편입시키지 않으며, 서로가 가진 고유한 공간을 인정해 주는 태도, 그것이 느슨한 연대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외롭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그 연결이 나의 숨통을 조이는 밧줄이 되기를 원치 않을 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계의 깊이'가 아니라 '관계의 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때로는 나를 온전히 내보일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깊은 관계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상의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느슨한 연대들이 필요합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다정함, 구속하지 않는 소속감, 상처 주지 않는 거리감. 느슨한 연대는 이 세 가지를 충족하며 각자의 방에 머물면서도 창문을 열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비록 손을 맞잡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보며 '나만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필자 소개>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출간했습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과 『솜솜한 인연』을 펴냈으며, 안동문화100선 『이육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웹진 《엄브렐라》 주간과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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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위발의 사람과 결(2)] 관계의 포화와 심리적 피로-느슨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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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우리는 도시를 정의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에 대해서 그 도시에 무엇이 살아남았는가를 본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기항지이자 희망의 땅 묵호였다. 개발이 비껴간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무엇이 버티고 있는가. 묵호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살아남은 것들 앞에서 멈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 낡음인데 낡음이 아닌, 쇠락인데 쇠락이 아닌 그 감각. 묵호는 그 감각의 도시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이 질문을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언어에서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작가 김훈은 바다에 대해 이렇게 썼다. 바다는 육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그 말을 묵호에서 떠올리면 이상하게 잘 맞는다. 묵호는 강원도 동해안의 끝자락에 붙어 있다. 지도 위에서 보면 육지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자리에 항구가 있다. 그 끝에서 배가 출발하고, 그 끝에서 파도가 돌아온다. 끝이 시작되는 곳. 묵호는 그런 도시다. 끝과 시작이 같은 자리에 있는 도시는 독특한 기질을 갖게 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므로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우고,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모이므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묵호 사람들의 말투에는 그 기질이 배어 있다. 과장이 없고, 빠르지 않고, 무겁지 않다. 바다를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의 언어는 대체로 그렇다. 바다가 이미 매우 크기 때문에, 의외로 바닷가 사람이면서 말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철학자 가스통 루이 바슐라르는 그의 책 『공간의 시학』에서 장소가 인간의 내면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장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소 또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 어떤 공간에서 오래 살면 그 공간의 논리가 몸 안에 들어온다. 묵호라는 공간의 논리는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경사라고 생각한다. 이 도시는 평평한 공간이 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항구에서 논골까지, 바다에서 언덕 꼭대기까지, 묵호는 끊임없이 오르거나 내려간다. 그 경사가 이 도시 사람들의 몸에 들어갔다. 쉬운 길을 찾지 않는 습관, 가파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묵호 사람들은 비탈을 평지처럼 걷는다. 바슐라르의 말을 더 빌리면, 집은 우주의 첫 번째 세계다. 그렇다면 항구는 무엇인가. 나는 항구가 세계의 첫 번째 문이라고 생각한다. 나가는 문이기도 하고, 돌아오는 문이기도 한. 묵호항은 그 문이 아직 열려 있는 도시다. 새벽에 배가 나가고, 저물녘에 배가 돌아온다. 그 반복이 수십 년 쌓인 자리에 묵호가 있다. 노벨상에 빛나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바다는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했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도 결국 돌아오고, 아무리 잔잔해도 언제든 뒤집힌다는 것. 그 앞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를 배운다. 동해는 지중해보다 거칠다. 묵호의 바다는 특히 그렇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자신이 설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바다가 매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내가 논골담길을 기획하면서 가장 자주 부딪혔던 것도 그 겸손이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어도 이 도시의 논리를 이길 수 없다. 묵호는 외부의 언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뮈의 말처럼, 이 도시 앞에 서면 기획자도 겸손해진다. 그것이 이 도시의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박경리는 소설 『토지』에서 장소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썼다. 어디서 태어났는가, 어떤 땅 위에서 살았는가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 통찰을 묵호에 적용하면, 묵호에서 태어나 묵호에서 자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보인다. 오징어 건조대가 있는 골목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 방파제를 오후 산책 코스로 아는 것, 새벽 경매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자라는 것. 그 감각들이 쌓여 한 사람의 세계관이 된다. 묵호 출신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만나면 느껴지는 것. 덜 꾸미고, 덜 서두르고, 불필요한 그것을 채우려 하지 않는 어떤 태도. 그것이 이 도시가 사람에게 입히는 기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소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면, 묵호는 버티는 사람을 만드는 도시다. 시인 정지용은 바다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노래했다. "넓고 넓은 바다는 끝이 없고, 그 앞에 선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작아진다"라고. 묵호의 바다도 그런 바다다. 지금 글을 쓰는 동해시 일출로 121번지 논골담길 커먼즈 역시 그런 곳이다. 묵호는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아도 문득 바다가 나타나는 도시. 시야가 갑자기 열리고, 수평선이 쏟아지고, 자신이 지금까지 걷던 골목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 갑작스러운 열림이 묵호를 나 홀로 여행지로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혼자 걷다가 갑자기 열리는 수평선. 그 대비가 주는 감각은 혼자일 때 더 강하게 온다. 둘이면 그 순간 말이 나온다. 혼자면 그 순간 침묵이 온다. 그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안의 무언가와 대면한다. 묵호가 비움의 도시가 되는 것은 그 지형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여러 사람들의 언어를 빌려 이 질문에 답하려 했지만, 결국 내 답은 이렇다. 묵호는 7번 국도를 이어가는 강원 영동 남부의 끝자락에 있는 도시인데 끝이 아닌 도시다. 천천히 변하는 도시, 원형이 남아 있는 도시고 원형이 힘인 도시다. 경사진 도시인데 그 경사가 기질이 된 도시다. 바다가 겸손을 가르치는 도시이고, 골목이 버팀을 가르치는 도시다. 그리고 지금, 혼자 오는 사람들에게 비움을 허락하는 도시다. 이 도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그것은 오만한 일일지 모른다. 묵호는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도시다. 정의되는 순간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묵호 사용 설명서 이번 회에서 답을 내리는 대신 질문을 계속 열어두기로 한다. 묵호는 어떤 도시인가. 이 연재가 끝날 때, 독자 각자의 답이 생겨 있기를 바란다. 장소는 결국 그 장소를 경험한 사람의 수만큼 다른 이야기를 가진다. 묵호도 그렇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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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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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모래시계
- 모래시계 백현 검은 머리통들이 지하철 환승구를 물밀듯 쏟아져 내린다 병목을 다투어 빠져나가는 모래의 비명이 귀속에서 웅웅거린다 시간 앞에서 인간이 바치는 온몸이 떨리는 갈증과 조바심 피 흐르고 불타던 전장의 잔혹함이 묻히고 사구를 흐르는 모래 물결과 느릿한 낙타의 발자국이 이어지고 오직 모래의 무심을 빌어 다시 채워지는 병 속의 시간 한 알 한 알 모래가 떨어져 내리는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모래를 끌어 내리는 중력이 나를 빨아들이고 무수한 모래가 칼끝이 되어 살갗을 파고든다 시간의 병 속에 담겨있는 내 머리가 보인다 망치를 들어 모래시계를 깨트린다 발밑에서 천 개의 시간이 번뜩인다 천 개의 나를 딛고 선다 유리 파편 위를 걷는 맨발의 시간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알람 소리에 놀라 이불 밖으로 쏟아지고, 현관문을 열고 거리로 쏟아지며, 다시 좁은 지하철 문틈으로 몸을 구겨 넣습니다. 거대한 중력이 등 떠미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를 밀어내는 건 '늦으면 안 된다'는 스스로의 조바심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있어도 늙어간다는 사실이 때론 참을 수 없이 억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좁은 병목을 통과하려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깎여나가는 모래알처럼, 우리는 매일 조금씩 더 작아지고, 더 고운 가루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부드러워진다는 건, 어쩌면 나를 잃어간다는 말의 다른 표현 아닐까요. 문득, 나를 가두고 있는 이 투명한 벽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해진 구멍으로 얌전히 빠져나가기를 거부하고,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중력을 거스르고 싶어집니다. 흐르는 대로 휩쓸려 가는 대신, 차라리 멈춰 서서 와장창 그 벽을 깨뜨리는 상상을 합니다. 비록 날카로운 파편 위에 맨발로 서게 될지라도, 누군가 뒤집어주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딛고 선 그 찰나의 순간을 온전히 움켜쥐고 싶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시간의 틀을 깨고 나온 사람만이 비로소 자신의 발바닥으로 설 수 있습니다. 그 바닥이 비록 피가 흐르는 유리밭이라 해도 말입니다. 당신의 시계는 지금 흐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그 시계를 쥐고 있습니까. <편집자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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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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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1회)
- 1회. 묵호로 가는 이유? 혼자니까 묵호다 작당들이 24시 문화 순환을 연구할 공간에 앉아 있다. '논골담길 커먼즈'. 내가 직접 기획하고 이름까지 붙인 4평 공간의 하얀색 의자 위다. 골목을 타고 남쪽에서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딱 하나였다. 발소리가 하나뿐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둘 이상이면 반드시 낮은 말소리라도 섞이기 마련이니까. 묵호를 혼자 걷는 사람은 말이 없다. 그 침묵이 겹겹이 쌓여 이 골목의 결이 되었고, 그 결이 지금의 묵호를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장소로 만들었다. 참 묘한 일이다. 나는 묵호의 중심이 된 이 공간 논골담길을 기획한 사람이다. 2010년, 이 언덕에 처음 올랐을 때 여기는 누구나 찾는 명소가 아니었다. 빈집이 늘고, 젊은이들은 떠나고, 그저 짠 오징어 냄새만 바람에 실려 다니는 동네였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이었지만, 이 골목은 이미 그 쓸쓸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나는 기획자라는 명함을 들고 그 냄새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지금 나는 잠시 그 사실을 잊어보려 한다. 문화 기획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게 차가운 설계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동선, 시선이 머무는 곳,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감동은 어느 정도일지. 그런 계산을 내려놓고 그냥 여기 앉아 있을 때, 비로소 이 골목이 내게 다르게 말을 건다. 마치 내가 오늘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인 여행자인 것처럼. 사람들은 왜 하필 묵호에 혼자 올까? 이 질문을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묵호는 관광지로서 화려한 맛은 없다. 강릉이나 속초처럼 세련된 카페나 편의시설이 깔린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낡았고, 비탈길은 가파르며, 바람은 거칠고 오징어 냄새가 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온다. 혼자서. 낡은 카메라 하나,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거리를 걷다가 내린 답은 이렇다. 묵호는 누군가에게 위로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기어이 혼자가 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천지 차이다. 위로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채워달라는 부탁이라면, 혼자가 되겠다는 건 내 안의 소음들을 비워내겠다는 단호한 선택이다. 묵호의 골목은 무언가를 채워주지 않는다. 그저, 마음껏 비워도 괜찮다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줄 뿐이다. 이 시대는 왜 이토록 비움에 목말라 있을까. 묵호로 향하는 발걸음은 일반적인 여행의 유행이 아니다. 24시간 연결된 지치고 피로한 사회에서 '나 홀로'라는 상태를 외로움이 아닌, 내 의지로 선택한 소중한 시간으로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길을 떠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묵호는 그 마음에 딱 맞는 풍경을 내어준다. 세련되지 않아 오히려 솔직하고, 번화하지 않아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 앉을 수 있는 곳.' 혼자니까 묵호다.' 이 말은 그래서 나왔다. '논골담길'도 그런 비움의 공간이길 바랐다. 처음 이곳을 구상할 때 가장 겁냈던 건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 마을 재생이라는 번지르르한 이름 아래 수많은 골목이 천편일률적인 벽화로 덮이고 억지스러운 포토 존이 생기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그것들은 대개 주민을 위한 그것이 아니었다. 관광객을 위한 무대였고, 그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은 배경이나 소품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공간을 기획한다는 건 결국 윤리의 문제다. 어떤 이야기를 살리고, 어떤 기억을 지울 것인가. 누구의 삶을 공공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기획은 곧 긍정 권력을 나누는 일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낳는 건, 대개 그 권력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골목에서 그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고 싶었다. 내 노력이 성공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이 연재가 끝날 때쯤에도 정답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발소리가 멈췄다. 공론장 커먼즈 입구에 서른쯤의 여자가 서 있었다. 배낭 하나, 카메라 하나. 그녀는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한참 동안 입구를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골목 북쪽 어달, 대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무엇을 비우러 이 먼 묵호까지 왔을까. 그리고 이 투박한 골목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여백을 허락해 주었을까. 묵호는 그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항구다. 정답을 툭 던져주지는 않지만,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을 힘을 준다. 공간은 완성되는 순간 기획자의 손을 떠난다. 그 뒤로는 공간과 사람이 만나는 수많은 우연이 그곳의 의미를 매일 새롭게 써 내려간다. 나는 2010년부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내가 계산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질기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 골목은 살아남았다. 나는 다시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기획자로서의 나와, 그저 쉬러 온 방문자로서의 내가 슬며시 겹친다. 그 겹친 마음이 바로 이 연재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항구는 혼자 오는 사람을 기억한다. 나는 이제 그 기억의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러 왔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자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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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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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2)] 뇌 속 '청소부' 깨우니 치매 단백질이 사라졌다⋯항체 주사 대체할 '알약' 길 열려
- 인류에게 '암(Cancer)'이 정복해야 할 산이라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서서히 차오르는 물과 같다. 전 세계 고령화 속도와 비례해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물을 퍼낼 확실한 바가지조차 갖지 못했다. 최근 FDA 승인을 받은 '레켐비' 같은 항체 치료제들이 등장했지만,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과 뇌부종 같은 부작용, 그리고 정맥 주사라는 번거로움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그런데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공동 연구진이 최근 이 장벽을 한 번에 허물 수 있는 '뇌 속의 숨겨진 스위치'를 찾아냈다. 외부에서 비싼 용병(항체)을 투입하는 대신, 우리 뇌가 본래 가지고 있던 '청소부'를 깨워 치매 원인 물질을 스스로 없애는 혁신적인 치료법의 길이 열린 것이다. 뇌 속의 '쓰레기 소각장'을 다시 가동하라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Aβ)'라는 독성 단백질 찌꺼기가 쌓이면서 시작된다. 마치 하수구가 막히면 집안이 물바다가 되듯, 이 찌꺼기가 신경세포 사이를 막아 기억과 인지 기능을 파괴한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의 뇌에는 이 찌꺼기를 잘게 잘라 없애는 천연 효소, '네프릴리신(Neprilysin)'이 존재한다. 일종의 '단백질 가위'이자 뇌 속의 '자체 소각장'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거나 치매가 시작되면 이 가위가 녹슬고 소각장이 멈춰버린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멈춰버린 이 소각장을 다시 가동할 '전원 스위치'를 찾아냈다. 바로 뇌의 해마(Hippocampus) 부위에 있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1, SST4)'다.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명확했다. 이 스위치(SST 수용체)를 제거하자, 청소부(네프릴리신)가 사라졌고 쥐의 뇌에는 순식간에 쓰레기(아밀로이드)가 쌓였다. 반대로 약물을 통해 이 스위치를 강제로 'ON' 시키자, 네프릴리신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뇌 속에 쌓여있던 독성 단백질이 분해되어 사라졌다. 실험 쥐의 기억력 또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탱크 대신 오토바이…'혈액-뇌 장벽'을 뚫어라 이번 연구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진짜 이유는 '약의 형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혈액-뇌 장벽(BBB·Blood-Brain Barrier)'이라는 아주 촘촘한 검문소를 가지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항체 치료제들은 분자의 크기가 거대하다. 비유하자면 '탱크'와 같다. 화력은 좋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이 좁은 검문소(BBB)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고용량을 혈관에 쏟아부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뇌혈관이 터지거나 붓는 부작용이 생긴다. 반면, 연구진이 타깃으로 한 SST 수용체는 '소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로 자극할 수 있다. 소분자는 항체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다. 탱크가 아니라 날렵한 '오토바이'다. 검문소(BBB)를 아주 쉽게 통과해 뇌 속 깊숙한 곳까지 약효를 전달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페르 닐손 박사는 "우리가 찾은 방식은 주사 바늘이 필요 없다"며 "환자가 집에서 물과 함께 삼키는 작은 '알약(Pill)' 하나로 뇌 속의 청소 시스템을 가동해 치매를 치료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환자의 삶의 질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변화다. 실패 확률 낮은 '익숙한 길'로 간다 신약 개발은 흔히 '도박'에 비유된다. 10년을 연구해도 실패할 확률이 90%가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성공 확률이 높은 '익숙한 길'을 택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SST 수용체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라는 거대한 단백질 가문에 속한다. 이 가문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일종의 '베스트셀러 타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의 약 30~40%가 바로 이 GPCR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즉,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물질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안전성과 작동 원리가 검증된 시스템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만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료는 '외부의 힘'으로 억지로 찌꺼기를 긁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뇌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자정 능력(Self-cleaning)'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치료법임을 증명했다. 1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주사제가 아니라, 매일 아침 비타민처럼 챙겨 먹는 알약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세상. 뇌 속의 작은 스위치 하나가 그 거대한 변화의 문을 열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알츠하이머와의 전쟁에서 인류는 이제 '방패'가 아닌 '검'을 쥘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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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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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2)] 뇌 속 '청소부' 깨우니 치매 단백질이 사라졌다⋯항체 주사 대체할 '알약'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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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0)] 가공식품 속 소금, 조금만 줄여도 심장은 오래 뛴다
- 바삭바삭한 스낵 위에 올려진 하얀 소금 알갱이. 굳이 입에 넣지 않아도 짭짤한 맛이 먼저 떠오르는 비주얼이다. 그러나 식품 속 소금은 대개 눈에 띄지 않는다. 식탁 위 소금통이 아니라, 이미 음식 안에 스며든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빵과 가공식품, 외식 메뉴 속 소금은 맛을 좌우하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좀처럼 체감되지 않는다. 이처럼 잘 보이지 않는 소금이 심장병과 뇌졸중, 조기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품 대기업이 생산하는 포장·조리 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소폭 낮추는 것만으로도 수천 건의 질병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진행된 두 건의 연구에서 연구진은 가공식품 속 소금을 아주 조금 줄이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변화'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2025년까지 바게트와 기타 빵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분석했고, 영국은 2024년 포장 식품 및 테이크아웃 식품의 나트륨 함량 감소를 목표로 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발표됐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등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문제가 된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90%가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고 있으며, 이는 고혈압 위험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 만성 신장 질환,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 연구진은 바게트와 일반 빵의 소금 함량을 낮추면 1인당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약 0.35g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가 식단 및 건강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진은 이러한 작은 변화로 혈압이 완만하게 낮아지며 연간 1000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수치만 보면 미미해 보이지만, 이를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변화가 소비자에게 거의 인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빵 맛이 달라졌다는 불만도,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소금은 조용히 줄었고, 효과는 천천히 쌓였다. 프랑스와 별도로 진행된 영국의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장식품과 테이크아웃 음식의 염분을 정부 목표치까지 낮출 경우, 평균 소금 섭취량은 17.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혈압 감소 효과는 20년 동안 허혈성 심장질환 약 10만 건, 뇌졸중 약 2만5000건을 예방할 수 있는 규모다. 개인의 하루 변화는 작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회 전체의 질병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접근의 핵심은 '노력하지 않아도 건강해지는 구조'에 있다. 개인이 일상에서 소금 섭취를 줄이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많은 공중보건 정책이 개인의 의지와 선택에 기대지만, 짠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식품 자체의 염분을 낮추는 방식은 선택의 부담을 줄인다. 소비자는 평소처럼 먹되, 몸은 조금 더 덜 위험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 이하로 권고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제 섭취량은 이를 크게 웃돈다. 문제는 소금이 '집에서 더하는 양'보다 '이미 들어 있는 양'을 통해 더 많이 섭취된다는 점이다. 빵과 치즈, 가공육, 소스류, 외식 메뉴는 대표적인 소금 공급원이다. 프랑스에서는 빵만으로도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25%를 차지해 왔다. 연구자들은 이런 소금 저감 정책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인정한다. 수학적 모델링에 기반한 분석인 만큼, 실제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식습관 변화나 외식 빈도, 개인별 차이를 모두 반영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연구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소금을 아주 조금 줄이는 것만으로도 사회 전체의 심혈관 질환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효과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식과 가공식품 소비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소금 저감의 잠재력은 더 커진다. 개인에게 "덜 짜게 먹으라"고 요구하는 대신, 음식이 먼저 변하는 방식은 가장 현실적인 예방 전략일지도 모른다. 혈압 수치는 하루아침에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지만, 수백만 명의 작은 변화가 모이면 통계는 분명히 달라진다.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자주 먹는 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조금만 줄여도 식단을 바꾸지 않고 의미 있는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금은 '적게 먹는 것'보다 '모르게 덜 먹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바게트 한 조각, 포장식품 한 봉지에서 빠진 소금 몇 알이 심장과 뇌를 지키는 데 기여한다면, 그 변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식탁 위에서는 느껴지지 않지만, 병원 통계와 생명 곡선에서는 분명히 드러나는 변화. 소금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어쩌면 가장 건강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 참고문헌 '성인의 심혈관 건강 결과 및 의료 비용에 대한 2024년 영국 소금 섭취량 감소 목표의 잠재적 영향 추정: 모델링 연구(Estimating the Potential Impact of the 2024 UK Salt Reduction Targets on Cardiovascular Health Outcomes and Health Care Costs in Adults: A Modeling Study)', Hypertension, 2026년 1월 26일 DOI: 10.1161/HYPERTENSIONAHA.125.25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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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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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0)] 가공식품 속 소금, 조금만 줄여도 심장은 오래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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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9)]가공식품 보존료, 암 위험과의 연관성 제기
- 가공식품에 흔히 사용되는 식품 보존료가 암 위험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프랑스 연구진이 수행한 대규모 코호트 분석에서 식품 보존료(방부제)를 많이 섭취할수록 암 발생 위험이 소폭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전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보존료가 암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관련 규제와 관리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국제 의학 학술지 BMJ에 1월 7일(현지시간)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산업적으로 가공된 식품과 음료에 널리 사용되는 일부 보존료에 대한 장기간 노출이 특정 암 발생과 연관성을 보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과학적 논의에 의미 있는 근거를 추가하는 수준"이라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현행 사용 기준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식품 보존료는 부패를 방지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실험실 연구에서는 일부 보존료가 세포나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일상적인 섭취가 실제 사람의 암 위험과 연결된다는 명확한 근거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수집된 식이·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인의 장기 보존료 섭취와 암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추적했다. 연구 대상은 프랑스의 '누트리네트-상테(NutriNet-Santé)' 코호트에 참여한 15세 이상 10만5260명(평균 연령 42세)으로, 추적 기간 평균 7.5년 동안 암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24시간 식이 기록을 반복 제출했다. 연구진은 건강 설문과 공식 의료·사망 기록을 통해 2023년 말까지 암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분석 대상에는 구연산, 레시틴, 아황산염, 아스코르빈산, 아질산나트륨, 소르빈산칼륨, 질산칼륨 등 17종의 보존료가 포함됐다. 이들은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비(非)항산화 보존료와,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보존료로 구분해 평가됐다. 보존료는 일일섭취허용량(Acceptable, ADI)을 초과할 경우 위장장애, 알레르기 반응, 두통, 아동의 과잉행동 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ADI는 평생 매일 섭취해도 건강에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일 최대 섭취량을 의미하며, 체중 1kg당 mg(mg/kg 체중/일) 단위로 표시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 보존제(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단독으로 기준을 정하지 않는다.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JECFA(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의 과학적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일일섭취허용량(ADI, Acceptable Daily Intake)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 E250)의 ADI는 0-0.07mg/kg, 질산나트륨·질산칼륨(E251·E252)의 ADI(질산염 기준)는 0-3.7mg/kg, 이산화황, 아황산염, 메타중아황산칼륨 등(E220-E228)의 ADI(이산화황 기준)는 0-0.7mg/kg 등이다. 와인이나 말린 과일, 가공 식품에 아황산염 계열 보존료를 사용하면 천식 환자에게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연구 결과 추적 기간 동안 총 4226명이 암 진단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유방암 1208건, 전립선암 508건, 대장암 352건이 포함됐다. 개별 물질별 분석 결과, 17종 가운데 11종은 암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고, 전체 보존료 섭취량과 총 암 발생 간에도 뚜렷한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위험 증가는 특정 성분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장기간에 걸친 정밀 식이 자료와 식품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한 대규모 분석이며, 일부 보존료의 잠재적 발암 영향을 시사한 기존 실험 결과와도 일관된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식품 보존과 암 위험 간의 이익·위험 균형을 고려해 보존료 안전성 재평가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제조업체에 불필요한 보존료 사용을 줄일 것을 촉구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신선하고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을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보존료가 식품 가격 안정과 유통 효율성에 기여하는 이점이 분명하지만, 장기적 건강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다 균형 잡힌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보존료 사용 한도 강화, 표시 의무 확대, 성분 공개 강화 등 규제 개선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트랜스지방이나 나트륨 관리 사례처럼 국제적 감시 체계 구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개인 차원에서는 이미 과학적 근거가 축적된 가공육과 알코올 섭취 감소 등 기존 공중보건 권고를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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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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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9)]가공식품 보존료, 암 위험과의 연관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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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7)] 차 한 잔의 과학, 심혈관·대사 건강 지키는 근거 늘었다
- 차(茶)가 심혈관 질환과 암, 노화 억제 등 다양한 건강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효과는 차의 종류와 섭취량, 가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연구진이 식물성 음료 연구 학술지 '베버리지 플랜트 리서치(Beverage Plant Research)'에 게재한 종합 리뷰 논문에 따르면, 차 섭취는 다수의 코호트 연구와 임상시험에서 심혈관 건강과 대사 기능 개선과 가장 일관된 연관성을 보였다. 정기적으로 차를 마시는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CVD), 비만,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낮았으며, 일부 암에 대해서도 보호 효과 가능성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또한 차 섭취가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를 완화하며, 항염·항균 작용을 보일 가능성도 시사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효과는 아직 장기 추적 임상시험이 충분하지 않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섭취량 역시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38개 전향적 코호트 자료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하루 1.5~3잔 수준의 '적정 섭취'가 심혈관 사망률 감소와 가장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고, 전체 사망률은 하루 약 2잔에서 가장 낮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다만 모든 차 제품이 동일한 건강 효과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병에 담긴 가공 차나 버블티에는 설탕, 인공감미료, 보존제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우려낸 차와 동일한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는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 잎에서 만들어지며, 폴리페놀과 카테킨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녹차는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등 심혈관 보호 효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관찰됐다. 반면 홍차, 우롱차, 백차에 대해서는 비교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이번 리뷰에서 지적됐다. 체중과 대사 건강과 관련해서는 과체중·비만 집단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일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하루 4잔 내외의 녹차 섭취가 체중 감소와 산화 스트레스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됐다. 제2형 당뇨병 위험 역시 차 섭취량이 많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으나, 이미 당뇨병을 앓는 환자에게서 혈당 조절 효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동물 실험에서는 강한 신호가 나타났으나, 인체 연구에서는 암 종류와 개인 특성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다만 구강암, 여성 폐암, 대장암 등 일부 암에서 위험 감소 신호가 보고됐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뇌 건강 측면에서는 차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 인지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낮다는 관찰 연구 결과가 다수 제시됐다. 차에 포함된 아미노산인 테아닌(theanine)이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간접적인 보호 요인으로 거론됐다. 노년층 근감소증과 관련해서도 녹차 추출물이 악력 유지와 근육 감소 억제에 도움을 줬다는 초기 임상 결과가 소개됐다. 다만 연구진은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병행할 때 효과가 더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잔류 농약,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물질 노출 가능성과 철분·칼슘 흡수 저해 문제도 고려해야 할 요소로 지적됐다. 특히 채식 위주의 식단을 따르거나 특정 영양소 섭취가 제한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차의 건강상 이점은 분명하지만, 가공된 형태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우려낸 차를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차 종류별 장기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향후 정책과 소비자 가이드라인 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참고문헌: Mingchuan Yang, Li Zhou, Zhipeng Kan, Zhoupin Fu, Xiangchun Zhang 및 Chung S. Yang 공저, '차 섭취의 유익한 건강 효과 및 잠재적 건강 우려 사항: 검토', 2025년 11월 13일, Beverage Plant Research. DOI: 10.48130/bpr-0025-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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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7)] 차 한 잔의 과학, 심혈관·대사 건강 지키는 근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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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오마하의 현인' 공식 퇴임⋯버핏이 남긴 1조 달러 제국의 운명
-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자본주의의 가장 정결한 복음을 전파해온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5)이 마침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1965년 쓰러져가던 섬유업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이래, 그는 단순한 수익률을 넘어 '가치 투자'라는 철학적 이정표를 전 세계 투자자들의 가슴에 심어왔다. 월스트리트의 탐욕 대신 메인스트리트의 상식을 선택했던 한 시대의 거인이 퇴장하면서, 이제 시장의 시선은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거대 함선을 이어받을 후계자 그레그 아벨(63)과 버핏 없는 버크셔의 생존 가능성으로 향하고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12월 31일(현지 시각)을 끝으로 CEO직에서 공식 퇴임한다. 1965년 경영권을 장악한 지 60년 만이다. 버핏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되, 실질적인 경영 지휘봉은 2026년 1월 1일부로 그레그 아벨 비보험 부문 부회장에게 넘겨준다. 버핏은 재임 기간 동안 버크셔의 주가를 5,500,000% 이상 끌어올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수익률(39,000%)을 압도하는 수치다. 현재 버크셔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11번째로 가치 있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신임 CEO 그레그 아벨은 2018년부터 에너지, 철도 등 비보험 부문을 총괄해온 인물로, 버핏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온 전략가다. 하지만 그는 버핏이 남긴 3820억 달러(약 55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 더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해묵은 과제와, 성장 정체 우려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니해설] 거인의 퇴장과 제국의 계승: 버크셔는 '버핏 없이' 영원할 수 있는가 ① 114달러에서 1,500억 달러까지…'자본가'의 일생 워런 버핏의 전설은 1942년, 11살의 소년이 저축한 114.75달러로 시티즈 서비스(Cities Service) 주식을 사면서 시작됐다. 그는 2018년 주주 서한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자본가가 되었고, 기분이 좋았다(I had become a capitalist, and it felt good)"고 적었다. 그의 투자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아는 것에만 투자하라"는 원칙 하에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실물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업들을 사들였다. 버핏은 1996년 주주들에게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주식을 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수료가 최소화된 인덱스 펀드를 통하는 것"이라고 조언하며 대중적인 투자 지침을 제시했다. 비록 기술주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으나, 2016년 애플 투자를 결정하며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승부사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애플은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보유 종목이다. ② '위기 시 구원투수'이자 '기부의 상징'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핏은 미국 경제의 최후 보루였다. 골드만삭스, GE 등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스템 붕괴를 막았다. 당시 그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정부가 은행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 시스템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안하며 위기 극복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의 영향력은 부의 축적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0년 '기부 약속(The Giving Pledge)'을 출범시키며 재산의 사회 환원을 선포했다. 지금까지 60억 달러 이상(약 8조 6000억 원)을 기부한 그는 "돈은 나에게 전혀 유익하지 않고 아무런 효용이 없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효용을 가질 수 있다"는 명언을 남기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 ③ 후계자 그레그 아벨의 과제 '현금 더미'와 '성장판' 버핏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그레그 아벨은 스승보다 훨씬 더 '실무형' 관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미 2018년부터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을 총괄하며 능력을 검증받았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캐시 세이퍼트는 "그레그의 관리 스타일이 조직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그것이 성과에 도움이 된다면 투자자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벨 앞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놓여 있다. 우선 3820억 달러(약 550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처리하는 문제다. 버핏조차 적당한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해 쌓아둔 이 자금에 대해 주주들은 배당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지트 자인(74)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의 고령화와 토드 콤스 등 주요 인력의 이탈에 따른 조직 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다. ④ 버핏 없는 버크셔, '시스템'으로 증명할 때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버크셔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 철도(BNSF), 보험(Geico), 에너지 등 경기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강력한 현금 창출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체크 캐피털의 매니징 디렉터 크리스 발라드는 "버크셔의 사업들은 거의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정도"라며 "버핏의 부재는 임박한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 우리는 여전히 펼쳐질 새로운 단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버핏은 떠나지만, 그가 구축한 분권화된 경영 문화와 장기 투자 원칙은 버크셔의 DNA로 남았다. 버핏은 퇴임 후에도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조언을 건넬 계획이다. '오마하의 현인'이 60년간 공들여 지은 이 거대한 성곽이 주인이 바뀐 뒤에도 시장의 풍파를 견뎌내며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로 쏠리고 있다. '관리의 아벨', 버핏의 제국을 '시스템'으로 재편하다 워런 버핏이라는 거대한 서사(敍事)가 막을 내린 자리에, 그레그 아벨(63)이라는 정교한 시스템이 들어섰다. 버핏이 특유의 직관과 통찰로 '예술'에 가까운 투자를 집행해왔다면, 아벨은 철저한 실무 장악력과 수치에 기반한 '공학적' 경영을 지향한다. 40만 명에 달하는 직원과 1조 달러의 자산 가치를 지닌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휘봉을 잡은 그가 보여줄 '아벨주의(Abelism)'는 버핏의 유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비대해진 제국을 현대적 관리 체계로 최적화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새로운 수장 그레그 아벨이 취임과 동시에 조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벨 CEO는 최근 넷젯(NetJets)의 CEO 아담 존슨을 소비자·서비스·소매 부문 총괄 책임자로 임명하며, 버크셔의 방대한 자회사를 크게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재편했다. 아벨은 기존에 자신이 직접 챙기던 제조, 유틸리티, 철도 사업은 계속 관리하되, 소비자 부문을 존슨에게 위임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이는 버핏 시절의 '완전 분권화'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보고 체계를 명확히 하여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가는 아벨이 보여줄 '적극적인 관리자'로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캐시 세이퍼트는 "그레그의 관리 스타일이 조직을 좀 더 체계적으로 다듬어줄(button things up)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변화가 실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시장은 열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Key Insights] 워런 버핏의 퇴임은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던 경영이 시스템 중심 체제로 전환됨을 상징한다. 이는 오너 세대교체를 맞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천재적 리더십을 대체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합리적인 자본 배치, 주주 친화적 기업 문화 정착만이 승계 이후에도 시장 신뢰를 유지하고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 [Summary]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가 2025년 말일부로 공식 퇴임하며 60년에 걸친 전설적인 투자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지만 실질적 경영권은 그레그 아벨 신임 최고경영자에게 넘어갔다. 버크셔를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으로 키워낸 버핏의 뒤를 이은 아벨은 382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 자산 활용과 비대해진 조직의 체계적 관리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새로운 시스템 경영의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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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오마하의 현인' 공식 퇴임⋯버핏이 남긴 1조 달러 제국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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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126)] 전지방 치즈 섭취와 치매 위험 감소, '조건부 연관성' 확인
- 전지방 치즈(full-fat cheese)와 크림을 섭취하는 중·장년층에서 치매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단순한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방 치즈는 제조 과정에서 지방을 제거하지 않고, 원유(전지유·whole milk)의 지방 함량을 그대로 유지해 만든 치즈를 말한다. 흔히 '저지방 치즈(low-fat cheese)'나 '무지방 치즈(fat-free cheese)'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컨버세이션은 스웨덴에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를 인용해, 2만7670명을 대상으로 25년간 관찰한 결과 총 3208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 요인이 없는 집단에서는 하루 50g 이상 전지방 치즈를 섭취한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13~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전적 위험 인자를 지닌 집단에서는 이러한 보호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하루 20g 이상 전지방 크림(full-fat cream)을 섭취한 경우 전체 치매 위험이 16~24% 낮아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그러나 저지방 또는 고지방 우유, 발효·비발효 우유, 저지방 크림 등 다른 유제품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저지방 유제품을 권장해온 기존 공중보건 지침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심혈관 질환과 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공통된 위험 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선행 연구를 종합하면, 치즈 섭취가 심장질환 위험 감소와 연관될 수 있으며, 전지방 유제품이 반드시 심혈관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다만 인지 건강과 유제품 섭취의 관계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다.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유제품 섭취가 인지 기능에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상대적으로 자주 보고되는 반면, 유럽 연구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가별 유제품 평균 섭취량 차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치즈 섭취와 치매 위험 감소의 연관성이 보고됐으나, 섭취량 자체가 매우 적었고 연구가 민간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반면 정부 지원으로 진행된 또 다른 일본 연구에서는 보호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핀란드에서 중년 남성 2497명을 22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치즈만이 치매 위험을 28% 낮춘 유일한 식품으로 나타났으나, 우유와 가공육은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됐고 생선 섭취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 약 25만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주 2~4회 생선 섭취, 매일 과일 섭취, 주 1회 치즈 섭취가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스웨덴 연구의 특징은 치매로 인한 식습관 변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 초기 치매 환자를 제외하고, 연구 시작 후 10년 이내 치매가 발병한 대상자도 추가로 분석에서 배제했다는 점이다. 이는 치매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식욕 저하나 기억력 변화가 식이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연구진은 또 치즈나 크림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해당 식품으로 대체한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습관이 5년간 크게 변하지 않은 참가자 집단에서는 전지방 유제품과 치매 위험 간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개별 식품보다는 전체 식단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채소, 생선, 통곡물, 과일, 적당량의 치즈를 포함하는 지중해식 식단은 치매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동시에 낮추는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돼 왔다. 이번 연구에서도 전지방 치즈와 크림을 더 많이 섭취한 집단은 교육 수준이 높고, 비만율이 낮으며, 심장질환·뇌졸중·고혈압·당뇨병 유병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치즈 섭취가 건강한 생활습관 전반과 함께 나타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지방 치즈에는 비타민 A·D·K2 등 지용성 비타민과 비타민 B12, 엽산, 요오드, 아연, 셀레늄 등 뇌 기능과 관련된 영양소가 풍부하다. 다만 이러한 점이 치즈나 크림을 다량 섭취해야 할 근거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는 전지방 유제품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특정 유제품이 치매를 확실히 예방한다는 주장도 뒷받침하지 않는다. 치매 예방의 핵심은 특정 식품이 아니라 절제된 식습관과 균형 잡힌 식단, 그리고 전반적인 생활습관 관리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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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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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126)] 전지방 치즈 섭취와 치매 위험 감소, '조건부 연관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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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4)] 화성에 가면 더 빨리 늙는다?⋯상대성이론이 만든 '시간의 차이'
- 화성의 시간은 지구보다 빨리 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통신·항법 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류가 화성 탐사와 유인 거주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화성에서의 시간 흐름이 지구와 다르게 작동한다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연구 결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과학기술 전문 매체 뉴아틀라스가 보도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화성에 머무는 사람은 지구에 있을 때보다 매일 약 477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만큼 더 빠르게 나이를 먹는 것으로 계산된다. 단위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장기간 누적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이 같은 현상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비롯된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관측자의 위치와 속도, 그리고 중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설명한다. 특히 시간은 공간과 결합된 네 번째 차원으로, 어떻게 흐르는지는 관측자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른바 '시간 지연(time dilation)' 현상은 오랫동안 공상과학의 소재로 다뤄졌지만, 이미 현대 기술에서 실질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성항법시스템(GPS)이다. GPS 위성은 지구 표면보다 약 2만 km 상공을 초속 4km 이상으로 이동하는데, 이 속도로 인해 위성 시계는 지상 시계보다 하루 약 7마이크로초 느리게 간다. 여기에 중력 효과가 더해진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궤도 상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빨라지며, GPS 위성은 이 효과로 하루 약 45마이크로초를 '얻는다'. 두 효과를 합산하면 위성 시계는 지상보다 하루 38마이크로초 빠르게 움직인다. 이러한 차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위치 계산 오차가 하루 수 km에 달해, GPS는 사실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 인류의 활동 무대가 지구 궤도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면서 시간 보정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과 관련 연구진은 이미 달에서의 시간 체계를 별도로 정의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달에서는 시간이 지구보다 하루 약 56마이크로초 빠르게 흐르는 것으로 계산된다. 화성의 경우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하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닐 애슈비와 비주나트 파틀라 연구진은 화성에서의 시간 흐름을 정밀 계산한 결과, 화성의 시간은 평균적으로 지구보다 하루 477마이크로초 빠르며, 연중 최대 266마이크로초의 변동 폭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는 화성이 달과 달리 태양을 중심으로 한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며, 공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성 자체의 중력과 궤도 흔들림까지 고려해야 해 계산은 '4체 문제'로 확장되며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 차이가 단순한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성 탐사선과 기지, 위성, 통신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태양계 인터넷' 환경에서는 시간 오차가 곧 통신 오류와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화성 환경에서는 고정된 보정값이 아닌 상시 변화하는 동적 시간 보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애슈비 연구원은 "화성에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처음으로 명확히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시간은 상대성이론의 핵심 요소로,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계산과 적용은 매우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게재됐다. 인류가 화성 정착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는 시점에서, '시간'이라는 기본 단위마저 새롭게 정의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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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4)] 화성에 가면 더 빨리 늙는다?⋯상대성이론이 만든 '시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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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우크라이나 평화회담 불발소식에 상승반전
- 국제유가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평화회담 불발소식에 상승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내년 1월물 가격은 0.5%(31센트) 오른 배럴당 58.95달러에 마감됐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0.4%(22센트) 상승한 배럴당 62.6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지난주부터 상승과 하락이 매일 교차하는 '퐁당퐁당' 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에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러시아 경제가 당분가 유지돼 러시아산 원유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등 미 대표단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놓고 지난 2일 심야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양측이 회담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해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영토 포기 문제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 전체를 원하고 있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서 미국의 종전안 일부를 수락하고 다른 제안은 거부했으며 합의 도달을 위해 필요한 만큼 미국 협상단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보고서에서 "원유시장과 예측시장은 단기간에 평화 협정이 체결되고 러시아 석유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을 크게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 밖으로 늘어났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유가 상승폭을 제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달 28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7만4000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2주 연속 증가세로 80만배럴 정도 감소를 점친 시장 예상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451만8000배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150만배럴가량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휘발유 재고는 3주 연속 불어났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선임 부사장은 "전반적 글로벌 공급은 여전히 상당히 풍부하다"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 협정이 지연될 예정이어서 시장은 자체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지정학적 이슈들이 있기 때문에 시장은 여전히 매우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등에 반등했다.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금가격은 0.3%(11.7달러) 오른 온스당 42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발표된 ADP 11월 전미고용보고서에서 미국 노동시장의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자 미국 금리인하 전망이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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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우크라이나 평화회담 불발소식에 상승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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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타결 기대감 등 영향 하락
- 국제유가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타결 기대감과 공급 과잉 우려 등 영향으로 하락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내년 1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1.1%(68센트) 내린 배럴당 58.64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물은 1.2%(72센트) 하락한 배럴당 62.4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지난주부터 상승과 하락이 매일 교차하는 방향성 없는 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이날 하락한 것은 3년 넘게 이어져온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선으로 종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안과 관련,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담당특사와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동석했다. 현시점에서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이 서지 않고 있지만 만약 합의된다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산 원융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망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높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장 도전적인 동시에 낙관적인 순간"이라며 "어느 때보다도 이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의 원유 출하 재개 소식도 하락세에 힘을 보탰다. 러시아를 통해 카자흐스탄 석유를 수출하는 CPC는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운영을 중단했지만 전날 흑해에서 운영하는 3곳의 정박지 중 한 곳에서 원유 출하를 재개했다. 하지만 미국의 주도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기대가 커진 것은 맞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국제유가 하락폭을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만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공격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해 베네수엘라의 마약조직 소탕을 위해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라이스타드의 자니브 샤 분석가는 "가격에 압력을 가하는 세계적 공급 과잉 상황은 최근 일어난 일들, 주말 동안 가속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인프라에 대한 타격들, 그리고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끓어오르는 긴장으로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은 이악확정 매물 출회 등에 하락반전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가격은 1.3%(54.0달러) 내린 온스당 422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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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타결 기대감 등 영향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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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오픈AI, 구글 맹추격에 '코드 레드' 비상 선언
- 오픈AI가 챗GPT 품질 개선을 위한 '코드 레드' 비상 대응을 선언했다. 구글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나노 바나나'와 '제미나이 3' 등 AI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며 바짝 추격하는 상황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내부 공지를 통해 "챗GPT의 일상적 사용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개인화 기능 향상, 속도와 안정성 증가, 더 넓은 범위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기능 등이 포함된다. 올트먼은 광고, 헬스케어·쇼핑용 AI 에이전트, 개인 비서 '펄스' 등 다른 서비스에 대한 작업을 미룰 것이라며, 챗GPT 개선 책임자들과 매일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공개될 계획인 새로운 추론 모델이 구글의 최신 제미나이 모델보다 앞서 있으며, 회사가 여러 다른 측면에서도 여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오픈AI는 챗GPT 개선을 위한 '코드 오렌지'를 선언했다. 오픈AI는 문제 해결 긴급성의 수준을 나타내기 위해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의 세 가지 색상 코드를 사용한다. WSJ은 "오픈AI가 경쟁사들로부터 받는 압박은 스타트업이 AI 경쟁 우위를 좁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구글의 압력이 거세다. 앞서 지난달 18일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3은 업계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챗GPT를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구글 주가도 급등세를 탔다. 제미나이의 사용자 기반은 지난 8월 나노 바나나 공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 월간 활성 이용자는 7월 4억 5000만 명에서 10월 6억 5000만 명으로 늘었다. 오픈AI는 데이터센터 투자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비용 증가를 매출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지속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Key Insights] 오픈AI의 '코드 레드' 선언은 생성형 AI 시장의 주도권이 기술 선점에서 품질과 안정성이라는 '수성'의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절대 강자가 없는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초거대 AI 모델 개발이라는 외형적 성장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UX)과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 등 실제 시장이 요구하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빅테크와의 속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Summary] 구글의 강력한 추격에 위기감을 느낀 오픈AI가 챗GPT 품질 개선을 위한 비상 대응 체제인 '코드 레드'를 가동했다. 샘 올트먼 CEO는 개인 비서와 에이전트 등 신규 사업 계획을 잠정 연기하고 챗GPT의 개인화 및 안정성 강화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구글의 '제미나이 3'가 성능 면에서 챗GPT를 추월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용자 수가 급증한 데 따른 긴급 조치로, AI 스타트업과 거대 기술 기업 간의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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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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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오픈AI, 구글 맹추격에 '코드 레드' 비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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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엔비디아 지고 구글 뜬다"⋯월가 덮친 'AI 포식자' 공포
-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이 '모두가 승자'였던 1막을 끝내고, '단 하나의 포식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2막으로 진입했다. 그 주인공은 엔비디아도, 오픈AI도 아닌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다. 월가에서는 알파벳이 자체 AI 모델과 전용 반도체(TPU)를 앞세워 생태계를 '수직계열화'함에 따라, 기존 기술주들이 몰살당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 경제방송 CNBC와 벤징가(Benzinga)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알파벳 주가는 이러한 'AI 승자 교체론'에 힘입어 거침없는 독주 체제를 굳혔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알파벳은 5% 넘게 급등하며 11월에만 11%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 8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엔비디아 등 기존 주도주들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엔비디아 칩 필요없다"…구글의 독주, 빅테크엔 재앙 월가가 현재 상황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구글의 부상이 곧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파이'를 뺏어오는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멜리우스 리서치(Melius Research)의 벤 라이츠(Ben Reitzes)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서한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알파벳이 AI 전쟁에서 승리할까 봐 공포에 질려 있다(petrified)"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알파벳의 승리는 우리가 커버하는 다른 기술주들에 타격을 입힌다는 뜻"이라며 변동성 확대를 경고했다. 즉,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묶어 투자하면 다 같이 오르던 'AI 바스켓 투자'의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이다. 공포의 근원은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다. 알파벳은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라는 소프트웨어와, 이를 구동하는 자체 칩(TPU) 하드웨어를 완벽하게 보유한 유일한 '하이퍼스케일러'다. 라이츠는 "알파벳은 장기적으로 엔비디아나 AMD,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장비를 쓸 필요가 없어진다"며 "구글이 AI 워크로드를 자체 생태계로 흡수할수록 아마존,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매그니피센트 7' 내에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이미 시작됐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도 주가가 6% 가까이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라이츠는 이에 대해 "엔비디아 호재에도 AI 주식들이 매도세를 보이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알파벳의 화려한 귀환(comeback)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챗GPT는 한물간 AOL"…실리콘밸리 거물들의 '변심' 오픈AI가 주도하던 생성형 AI 시장의 판도도 흔들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오픈AI를 둘러싼 순환 출자 고리가 '거품'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챗GPT가 과거 인터넷 초창기 패자였던 'AOL'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자극적인 전망까지 제기된다.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조차 구글의 기술적 우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 CEO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3년간 매일 쓰던 챗GPT를 버리고 제미나이 3로 갈아탔다"고 선언했다. 그는 "제미나이 3를 두 시간 써보니 그 도약은 미친 수준(The leap is insane)"이라며 "세상이 다시 한번 바뀐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이는 구글의 '제미나이 3'가 단순한 업데이트를 넘어 경쟁사를 압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2026년 335달러 돌파"…스마트머니 90%가 질렀다 이러한 펀더멘털의 변화는 고스란히 수급과 차트에 반영되고 있다. 벤징가에 따르면,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의 트레이더들은 알파벳 주가가 2026년 이전에 335달러를 돌파할 확률을 무려 90%로 베팅했다.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확신에 찬 '스마트머니'의 쏠림 현상이다. •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 역시 강력한 추가 상승을 예고한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 늦여름부터 형성된 상승 채널의 상단을 뚫고 가파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 추세 강도: 주가가 20일(288달러)·50일(267달러) 이동평균선을 훨씬 웃돌며 매수세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보여준다. • 방향성: 볼린저 밴드가 급격히 확장되며 주가가 상단 밴드를 타고 오르는 현상은 전형적인 '대세 상승'의 시그널이다. 단기 전망: 상대강도지수(RSI)가 과매수권에서 숨 고르기(consolidation)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313달러 지지선이 견고해 335~340달러 타깃 도달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AI 슈퍼컴퓨팅 접근성 확대 정책인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까지 더해지며 구글 클라우드는 공공 부문에서도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시선은 이제 명확하다. AI 시장의 '춘추전국시대'는 가고, 압도적인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한 '구글 제국'의 통일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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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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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엔비디아 지고 구글 뜬다"⋯월가 덮친 'AI 포식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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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AI기업은 무료 수집 중단하고 유료 API 사용해야"
- 세계 최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원칙을 제시했다. 운영 주체인 위키미디어 재단(Wikimedia Foundation)은 10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 개발사들은 위키피디아의 콘텐츠를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한다"며 "무단 스크래핑 대신 유료 API 서비스인 '위키미디어 엔터프라이즈(Wikimedia Enterprise)'를 이용하라"고 촉구했다. 위키미디어 엔터프라이즈는 대규모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선택형 유료 데이터 서비스로, AI 기업이 대량의 데이터를 가져가면서도 위키 서버에 과부하를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됐다. 재단 측은 "유료 이용은 단순한 기술적 대가를 넘어, 비영리 조직으로서의 공익적 사명을 지속하기 위한 지원 행위"라고 설명했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위키피디아의 강점은 수십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 편집자 커뮤니티라고 강조했다. 재단 측은 이들은 사이트의 정보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면서 "위키백과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인 위키미디어 재단은 기술과 법적 지원을 제공하지만 위키백과 콘텐츠를 작성하거나 관리하지는 않고 자원봉사 편집자들이 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간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지식 창출 요소를 제공한다"면서 "현재의 생성 AI 도구는 기존 지식을 종합하거나 요약할 수는 있지만, 위키백과의 자원봉사 편집자들이 매일 수행하는 토론, 논쟁, 합의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최근 AI 기업들이 검색 우회를 위해 인간 이용자로 위장해, 위키피디아 데이터를 수집(scraping)하는 사례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10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재단은 5~6월 사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AI 봇이 탐지를 회피하며 데이터를 추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인간 이용자의 실제 페이지 조회 수는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위키피디아는 이번 성명을 통해 "생성형 AI가 사람들의 지식을 활용해 결과물을 내놓는 만큼, 기여자에게 정당한 출처 표시와 공로 인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 정보의 신뢰는 출처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며 "플랫폼들은 정보의 원천을 명시하고, 사용자가 직접 그 원천을 방문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또한 방문자 감소가 자원봉사 편집자 및 개인 후원자의 참여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방문이 줄면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 자원봉사자의 수가 감소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후원금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위키미디어 재단은 올해 초 편집자들을 위한 AI 활용 전략을 공개하며, 번역 자동화나 반복 업무의 효율화 등 '편집자 지원용 AI 도구'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재단은 "AI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 확장을 돕는 동반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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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AI기업은 무료 수집 중단하고 유료 API 사용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