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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200)] 남극, 30년간 서울 면적의 21배 빙하 소실⋯"둠스데이 빙하" 붕괴 현실화 우려
- 남극 대륙이 지난 30년간 서울 면적의 약 21배에 달하는 빙하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어바인) 빙하학 연구팀이 위성 영상 30년치를 분석한 결과, 서남극과 남극반도, 동남극 일부 지역에서 '그라운딩라인(접지선)'이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속도가 지속될 경우 '둠스데이(최후의 날) 빙하'로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접지선' 30년 추적…사상 최초 대륙 전체 지도화 이번 연구는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것으로, 남극 전역의 접지선이 30년 이상에 걸쳐 종합적으로 지도화된 최초의 연구다. 접지선은 빙상(얼음 덩어리)이 암반 위에 고정된 상태로 놓여 있다가 바다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경계선을 뜻한다. 이 선이 내륙 방향으로 후퇴할수록 바다에 직접 녹아드는 '지면 고정 빙하'가 줄어들어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석 저자인 에릭 리그노(Eric Rignot) 교수는 "접지선은 30년 전부터 빙상 안정성을 판단하는 골든 스탠더드(황금 기준)였지만, 남극 전체를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지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캐나다·일본·이탈리아·독일·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 우주기관의 레이더 위성 데이터를 결합했다. 레이더는 조류에 의한 빙붕(떠 있는 얼음 선반)의 수직 이동을 감지해, 고정 빙하와 부유 빙하를 구별할 수 있게 해 준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1992년부터 2025년에 이르는 기간의 접지선 변화를 전례 없는 정밀도로 추적했다. 30년간 약 1만 2,950㎢ 소실…매 3년마다 서울 7배 규모 연구 결과, 1996년 이후 남극 전체에서 약 1만 2950㎢(약 5000 평방마일)의 지면 고정 빙하가 사라졌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약 21배, 미국 델라웨어주 면적의 약 2배에 해당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취약 지역에서는 매년 약 440㎢(약 170 평방마일) 이상의 속도로 빙하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 속도를 유지할 경우 3년마다 로스앤젤레스 시 면적(약 1300㎢)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남극 해안선 전체의 77%는 접지선 이동이 감지되지 않아 여전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그노 교수는 "남극 전체가 지금 동시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그것이 다음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뜻한 바닷물'이 주범…남극반도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 연구팀은 서남극에서 관측된 급격한 후퇴의 주원인으로 '따뜻한 해수의 침투'를 지목했다. 해저 수로를 통해 빙하 바닥부로 밀려든 온난한 바닷물이 얼음을 아래서부터 녹여 빙붕을 얇게 만들고, 그 결과 빙붕이 뒤편 빙하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리그노 교수는 "바람에 의해 따뜻한 해수가 빙하 쪽으로 밀려오는 곳에서 가장 큰 피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둠스데이 빙하'로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는 현재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약 4%를 차지하고 있으며, 파인아일랜드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로 꼽힌다. 반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남극반도에서 나타나는 유의미한 접지선 후퇴는 원인이 불분명하다. 해당 지역에서는 온난한 해수의 유입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그노 교수는 "다른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서남극 빙상 전체 붕괴 시 해수면 최대 2.7m 상승 연구자들이 이번 결과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는 해수면 상승 잠재력이다. 서남극 빙상(WAIS) 전체가 붕괴할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이 최대 약 2.7m(9피트) 상승할 수 있다. 이는 해안 저지대 국가와 도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개별 빙하에 집중했던 기존 관측보다 훨씬 광범위한 그림을 제공한다. 남극 전체를 동시에 추적함으로써 안정 지역과 취약 지역을 입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장기 지도화 작업이 향후 빙상 모델 개선과 해수면 상승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그노 교수는 "지금 남극 전체가 동시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다음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 및 연구의 의의 이번 연구는 빙하학 분야에서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위성 데이터를 처음으로 대륙 규모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개별 빙하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것을 넘어, 남극 대륙 전체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마련한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남극반도의 원인 불명 접지선 후퇴를 규명하기 위한 추가 관측과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77%의 해안선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으며, 다국적 위성 데이터 공유의 성과로도 평가받는다. ※ 참고 자료: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press releas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ABC News(2026년 03.05), 스페이스닷컴(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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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200)] 남극, 30년간 서울 면적의 21배 빙하 소실⋯"둠스데이 빙하" 붕괴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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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6회)
- 2. '더파든'의 장 '더파든'의 기록(1) 벚꽃의 봉우리가 부풀었다.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팝콘처럼, 샴페인 방울처럼 터질 것이다. 다섯 번째 벚꽃이다. 허민이 이곳에 자리한지 오 년이 지났다. 햇수로는 육 년째. 자리했다기 보다 조용히 스며들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은근히 다가온 파도가 모랫벌에 스미듯, 여름밤 앞바다에서 불어온 따뜻한 해풍이 그라스에 안기 듯. 그리고 스파이들이 임무의 목표에 들 듯이. 이곳은 강릉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골짜기. 사람들이 '진골'이라 부르는 골짜기. 어떤 연유로 '진골'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연유를 궁금히 여기는 사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불릴 뿐인, 기껏해야 이 킬로 남짓한 자그마한 골짜기.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흔하디 흔한 그런 골짜기. 대관령에서 동해를 향해 흘러내리는 수많은 산자락들은, 끝날 때쯤이면 이 같은 작은 골짜기를 만들고, 골짜기 안에 거의 예외 없이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를 형성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구릉지에 밭을 일구어 감자, 옥수수, 배추 등 작물을 가꾸며 살았다.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 그러다가 오십여 년 전 어느날 그의 아버지는 이러한 작물 대신에 포도를 재배하기로 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캠벨 품종의 포도. 캠벨은 생식용 포도로 한국, 일본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발효될 때 생기는 노린내 비슷한 특유의 냄새와 맛 때문에 포도주로 만들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의 판단은 옳았고 작은 규모의 땅에서 기대 이상의 소득을 낼 수 있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포도를 가꾸기 시작했고 몇년 되지 않아 이 일대에는 꽤 큰 포도 생산단지가 형성되었다. 그가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이곳 주민들 중에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진즉에 세상을 떠났고, 이후 세대 사람들도 일을 찾아 다른 지방으로 거처를 옮긴 후였다. 그를 아는 사람은 팔십 대 중반의 집안 아저씨가 유일하였다. 그러나 아저씨는 그의 히스토리에 대해 철저히 함구할 것이 분명하였고, 혹 무심코 그를 거론하더라도 '중앙무대에서 나라 일을 하던 사람이다' 정도로 얘기할 것이었다. 실제로도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을 터였다. 그는 거의 방치되어 잡초가 무성했던 아버지의 포도농장을 정리하여 나무와 꽃을 가꾸고 텃밭농사를 짖는 '농장정원'을 조성하고는, '더파든(TheFarden)'이라고 명명하였다. 농장(Farm)과 정원(Garden)의 합성어. 세상에서 유일한 정원이기에 정관사 '더(The)'를 붙였다. 그리고 '더파든(TheFarden)'이라고 디자인된 자그마한 간판도 세웠다. 물론 벚나무 서른 다섯 그루도 지형에 어우러지게 심어졌다. 삼십오 년만의 귀향이었다. 그리고는 농장정원 입구의 농기계창고를 손보아 손바닥만 한 카페를 만들었다. 퇴락한 네 평 반짜리 농기계창고가 컨츄리 풍의 정감있는 카페로 다시 태어나는 데는 세 달이면 충분하였다. 당초 그는 그와 꼬맹아내 두 사람의 '커피 세리머니'를 위해, 그리고 혹 찾아올지도 모르는 옛 친구와 만남의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다. 그러나 농장정원 '더파든' 안을 기웃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오는 동네 아낙들을 외면할 수 없어 몇몇에게 커피를 대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의도와 전혀 관계없이 어느덧 이곳은 여인들의 아지트가 되어 버렸다. 여자들은 이곳 남자들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어떤 묘한 심리적 동요를 느끼는 것 같았다. 언제 부터인지 여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치르는 주부들의 전쟁, 남편과 아이들을 그들의 전쟁터로 출정시키고는 하나 둘 자연스럽게 그의 카페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다른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를 즐겼다. "부인, 오늘 같이 뜨거운 여름날은 탄자니아가 어울릴 겁니다. 작열하는 열대 사바나의 태양에 달구어진 검붉은 흙. 그 흙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품은 커피지요. 한마디로 이열치열입니다." "파도의 비말 같은 부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자바 만델링을 에스프레소로 마시면 좋을 겁니다. 뭐 부인께서 즐기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괜찮겠고요." 여자들은 그가 추천하는 커피도 그렇지만, 그가 자신들을 부르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좋았다. 자신들에게는 꽤나 생소한 호칭에 어색해하면서도 감수성을 건드리는 미세한 어떤 흔들림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여자들끼리 만났을 때 그를 화제로 삼는 일이 점점 많아지더니 급기야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공동 전선을 형성한 듯 다양한 얘기를 쏟아놓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훌륭한 정원사야. 나무와 꽃들을 대하는 섬세한 손길, 이런 사람을 그린핑거라고 부른다지. 이른 봄 잔설을 제치고 스노우드롭, 수선화, 크로커스, 무스카리가 어떤 순서로 고개를 내미는지, 어떤 순서로 피는지, 하루 중 언제 피어날지 알고 있더라니까 글쎄." "그의 왼쪽 귀 아래 턱수염에 숨겨진 깊고 긴 상처자국을 봤어? 턱과 아랫입술 사이에도. 위험한 일을 감당해온 사람인게 분명해. 왼쪽과 오른쪽 어깨의 높이가 달라. 그리고 서있을 때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하여 비스듬하게 서는 것 같아. 마치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 듯한 느낌." "두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밖으로 들어난 그와 숨겨진 또 다른 그 사람. 뭔가 어둠의 세계로 이어진 듯한." "그는 말할 때 거의 완성된 문어체의 문장을 구사해. 뭔가 공적인 일을 하던 사람일 거야." 관심은 비밀의 문을 두드리지만, 비밀은 봉인되었고 침묵만이 답으로 남았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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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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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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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소비자물가 2.0%⋯6개월째 2%대 유지
-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0(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11월 2.4%에서 12월 2.3%, 올해 1월 2.0%로 낮아진 뒤 2월에도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공업제품 상승률은 1.2%로 전월(1.7%)보다 둔화됐다. 가공식품 상승률도 2.1%로 전월(2.8%)보다 낮아졌다. 설 연휴 할인 행사와 전년 대비 기저효과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농축수산물은 1.7% 올랐지만, 배추(-21.8%)·무(-37.5%)·당근(-44.8%) 등 채소 가격이 크게 내리며 상승 폭은 줄었다. 반면 돼지고기(7.3%), 달걀(6.7%) 등 축산물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2.6%,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올랐다. 설 연휴 여행 수요 급증으로 해외 단체여행비(10.1%), 호텔 숙박료(12.8%), 승용차 임차료(37.1%) 등이 크게 뛰었다. 승용차 임차료 상승률은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석유류 가격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2.4% 내려 전체 물가 상승률을 약 0.09%포인트 낮췄다. 다만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분은 3월 물가지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미니해설] 겉은 안정, 속은 들썩…2% 물가의 '착시' 2월 소비자물가가 2.0%를 기록하며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 범위에 들어왔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압력은 여전하다. 공업·가공식품 가격 상승세는 둔화 공업제품 물가는 1.2% 올라 전월(1.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가공식품 상승률은 2.1%로, 전월(2.8%)에 비해 크게 낮아지며 2024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설 연휴 할인 행사와 기저효과가 주된 요인이다. 홍삼(-6.2%), 부침가루(-10.3%), 당면(-9.3%), 물엿(-9.1%) 등 일부 품목 가격은 크게 내렸다. 설탕 상승률도 0.4%로 둔화됐고, 밀가루는 -0.6%로 하락 전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식품업계 담합 조사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데이터처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정위 조사가 가공식품 상승률 둔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며 "일부 제빵업체의 출고가 인하 발표로 향후 상승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채소는 내리고, 축산물은 오르고 농축수산물 가격은 1.7% 올라 전월(2.6%)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귤(-20.5%), 배추(-21.8%), 양배추(-29.5%) 등 주요 채소 가격이 공급 증가와 기저효과로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쌀(17.7%), 돼지고기(7.3%), 국산 쇠고기(5.6%), 달걀(6.7%) 등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갔다. 축산물 전체 상승률(6.0%)은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비스 물가, 설 연휴 특수로 급등 서비스 물가는 2.6%,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올라 202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휴일 증가로 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원인이다. 해외 단체여행비 10.1%, 국내 단체여행비 9.5%, 호텔 숙박료 12.8%가 각각 올랐다. 승용차 임차료는 37.1% 급등하며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렌터카 수요 폭증이 영향을 미쳤다. 석유류, 2월엔 억제…3월엔 변수 석유류 가격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2.4% 내렸다. 휘발유(-2.7%), 경유(-0.8%), LPG(-7.4%)가 모두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09%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 다만 이 흐름은 바뀔 수 있다. 이두원 심의관은 "2월 물가에는 중동 사태 이후 상승한 유가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최근 며칠 사이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3월 물가에는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정유업계 담합 경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정유업계를 강하게 경고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정부 합동 점검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혐의 발견 시 즉각 현장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Summary] 2월 물가는 공업·채소 가격 안정으로 2.0%를 유지했지만, 서비스·축산물 가격 상승과 중동발 유가 상승이라는 잠재 변수가 남아 있다. 3월 물가는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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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소비자물가 2.0%⋯6개월째 2%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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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전쟁 시작⋯美 빅테크 "데이터센터 전기 직접 책임진다"
-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부담을 직접 책임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아마존·오라클·xAI 등 주요 기술 기업 경영진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Payer Protection Pledge)'에 서명했다. 서약에는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할 경우 자체 발전시설을 구축하거나 전력을 직접 구매·임대하는 방식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송배전 인프라 업그레이드 비용도 기업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인허가 기간을 기존 수개월에서 2~4주 수준으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발전량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초과할 경우 잉여 전력을 기존 전력망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산업 확대에 따라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서약은 미국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역사적 조치"라고 말했다. [미니해설] '전기 먹는 AI'의 시대…빅테크가 전력망을 짓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 뒤에는 거대한 에너지 문제가 숨어 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흔히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체결한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 오픈AI, xAI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앞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 전력 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부담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동시에 자체 발전시설을 구축하거나 전력을 직접 구매·임대해 공급받게 된다. 또한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필요한 송전선과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 확충 비용도 기업이 부담한다. 미 정부 역시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체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인허가 기간을 기존 수개월에서 최대 2~4주로 대폭 단축한다. 이는 AI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조치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 속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의 원인이 데이터센터라는 비판이 확산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소매 전기요금은 1kWh당 17.24센트로 전년 대비 약 6%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력망 투자 비용을 끌어올려 가정용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AI 산업이 본격 성장하면서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AI 산업 확대에 따라 미국의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 주요 전력 회사들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를 반영해 발전소 건설 계획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소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 검토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를 짓는 모델은 사실상 새로운 산업 구조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센터+발전소'가 하나의 산업 단위로 결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 AI 산업은 전력 산업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된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전력 생산 능력부터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전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자력 발전 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글과 메타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서약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조항이 포함됐다. 데이터센터용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이 수요를 초과할 경우 이를 기존 전력망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사실상 민간 발전 사업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두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AI 산업의 전력 비용 구조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다. 둘째, 데이터센터와 전력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인프라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단순한 기술력뿐 아니라 에너지 확보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모델이 점점 더 커지면서 전력 소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초대형 AI 모델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소규모 도시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AI 패권 경쟁은 이제 '컴퓨팅 전쟁'을 넘어 '전력 전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서약은 단순히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의 산업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다. 기술 기업들이 이제는 서버와 칩뿐 아니라 발전소와 전력망까지 확보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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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전쟁 시작⋯美 빅테크 "데이터센터 전기 직접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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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12.06% 폭락 '검은 수요일'⋯5,100선 붕괴
- 코스피가 4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5,100선마저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사상 최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698.37포인트(-12.06%) 급락한 5,093.54에 마감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기록된 12.02%를 넘어선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지수는 5,592.59(-3.44%)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코스닥지수도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로 마감하며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급락장 속에서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동됐고,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도 약 4개월 만에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8% 이상 급락하면서 양 시장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도 가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1,476.2원(+10.1원)으로 상승했다. 삼성전자(-11.74%)는 17만2,200원으로 ‘17만전자’로 추락했고 SK하이닉스(-9.58%)는 84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476.2원(+10.1원)으로 상승했다. [미니해설] 이란 전쟁 충격에 금융시장 패닉…'코스피 12% 폭락'이 남긴 세 가지 경고 한국 증시가 미국과 이란 전쟁 충격에 무너졌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2% 넘게 폭락하며 금융시장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남겼다. 4일 코스피는 12.06% 떨어진 5,093.54로 마감했다. 하락률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이전 기록은 2001년 9월 12일, 미국 9·11 테러 직후 기록된 -12.02%였다. 낙폭 역시 사상 최대다. 전날 452포인트 급락에 이어 하루 만에 7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닥 역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978.44(-14.00%)로 마감하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보다도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 공포는 거래 중단 조치로 이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이상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는 두 시장의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장치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도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동됐다.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다. 중동 전역에서 군사 충돌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한 위험 회피 국면으로 들어갔다. 특히 시장을 자극한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재확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동시에 자극했다. 미국 증시 역시 전날 약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58% 급락했고 마이크론(-7.99%) 등 반도체주가 크게 흔들렸다. 글로벌 기술주 약세는 한국 반도체주에도 직격탄이 됐다. 삼성전자(-11.74%)는 172,200원으로 떨어지며 '17만전자'로 추락했다. SK하이닉스(-9.58%)는 849,000원으로 내려왔다. 장 초반 상승하던 한미반도체(-8.16%)도 결국 하락 전환했다. 자동차와 2차전지 역시 급락했다. 현대차(-15.80%), 기아(-14.04%), LG에너지솔루션(-11.58%), 삼성SDI(-13.97%), LG화학(-14.96%) 등 주요 시가총액 종목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전날 전쟁 수혜 기대에 급등했던 방산주도 이날은 급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34%), 현대로템(-18.88%), LIG넥스원(-6.35%)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정유주 역시 약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미 해군 호위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날 급등했던 SK이노베이션(-16.73%), S oil(-10.47%) 등 에너지 관련 종목도 하락했다. 환율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476.2원(+10.1원)으로 상승하며 위험 회피 심리를 반영했다. 시장 변동성은 공포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는 장중 69선까지 상승하며 2020년 코로나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단순한 지정학적 이벤트 이상의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과 국제 유가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등 글로벌 경기 민감 업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공포 가능성도 제기한다. 전쟁 충격이 금융시장에 단기간 반영된 뒤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변수는 여전히 많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는 글로벌 금리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지정학 리스크는 글로벌 교역과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폭락은 세 가지 경고를 남겼다. 첫째,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한국 증시의 핵심 산업이 글로벌 경기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는 구조적 현실이다. 셋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위기 상황에서 매우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코스피가 12% 폭락하며 남긴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과 에너지, 글로벌 금융이 얽힌 현대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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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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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12.06% 폭락 '검은 수요일'⋯5,100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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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81)] 36년 만의 귀환 정월대보름, 붉은 달이 되다
- 밤하늘이 오늘만큼은 달력을 거슬러 올라간다. 음력 정월 열닷새, 한 해 첫 보름달이 가장 둥글고 밝게 떠오르는 정월대보름(正月大望月)의 밤. 그 달이 오늘 밤 붉게 물든다. 지구가 태양과 달 사이에 일직선으로 들어서며 달을 제 그림자 속에 완전히 가두는 개기월식(皆旣月食), 이른바 '블러드문(Blood Moon)'이 36년의 침묵을 깨고 정월대보름 하늘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정월대보름 당일 개기월식이 관측되는 것은 1990년 2월 10일 이후 36년 만이다. 그리고 오늘 이 우연한 만남을 다시 목격하려면 인류는 2072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붉은 달은 왜 붉은가 달이 붉어지는 이유는 지구 대기(大氣)의 작용 때문이다.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달은 지구 본그림자 속에 완전히 잠기지만, 지구 대기를 비스듬히 통과한 태양빛 일부가 굴절되어 달 표면에 닿는다. 이 과정에서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대기 중에 산란되어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빛만이 살아남아 달을 물들인다. 마치 지구 전체의 일출과 일몰이 한꺼번에 달 표면에 투영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 결과 평소의 하얗고 밝은 보름달은 검붉고 신비로운 빛깔로 변모한다. 서양에서 이를 '블러드문(Blood Moon)'이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국-오늘 밤, 전국이 블러드문 관측 무대 오늘 한반도의 하늘은 저녁부터 개기월식의 전 과정을 맨눈으로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놓여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날씨만 허락한다면 전국 모든 지역에서 달이 뜬 이후 개기월식 전 과정을 관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상청 예보상 오늘 오후 강원 영동과 경상권, 제주도는 구름이 남을 가능성이 있어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유리하다. 달의 고도는 최대식 시각인 오후 8시 33분경 동쪽 하늘 약 24도에 위치한다. 시야가 탁 트인 공터나 야산 정상, 혹은 강변이라면 더없이 훌륭한 관측지가 된다. 망원경이나 쌍안경이 있다면 달 표면을 가로지르며 번지는 붉은 음영의 농담(濃淡)을 한층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전국 과학관과 천문대도 오늘 밤만큼은 문을 활짝 열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공개 관측회와 함께 전통 악기 연주회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경북 영천 보현산천문과학관(오후 6시 30분~)과 충북 증평 좌구산천문대(유튜브 '좌구산별밤TV' 생중계), 제주 별빛누리공원, 국립대구과학관, 대전시민천문대 등도 특별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찾아갈 여건이 안 된다면 각 기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붉은 달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 미국-새벽을 깨워야 만나는 블러드문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블러드문이 뜨는 장면은 3월 3일(현지시간) 이른 새벽의 이야기다. 2일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블러드문 현상은 3일 오전 6시 3분(미국 동부시간)에 시작돼 58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시간대에 따라 관측 여건이 크게 갈리는 까닭에, 서부 해안 지역 거주자들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동부 시간대의 경우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달이 지평선 아래로 기울기 시작해 관측이 어려울 수 있다. 최적의 조망은 북미 서부 지역의 몫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미국 내 으뜸 관측지로는 빛 공해가 극히 적고 고도가 높은 와이오밍(Wyoming) 일대와 미시간주의 공식 다크스카이(Dark Sky) 공원인 닥터 로리스 카운티 파크(Dr. Lawless County Park) 등이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오전 3시 04분(PST) 기준 개기월식 관측이 가능하며, 태평양을 끼고 트인 해안가 언덕이라면 블러드문과 수평선이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장관을 기대할 수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는 이번 개기월식을 전혀 볼 수 없다. 미국에서 다음 블러드문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는 2029년 새해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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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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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81)] 36년 만의 귀환 정월대보름, 붉은 달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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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5회)
- 1 스파이의 장 스파이와 평화(2) 며칠 후 그는 경포호수의 산책로를 걸었다. 강릉 경포호수의 벚꽂은 아름답다. 경포대 정자를 둘러싼 벚꽃도 좋지만, 호수 둘레길을 따라 늘어선 벚꽃이 물에 비친 정경은 마치 호수가 수면 위로 벚꽃을 들어 나에게 바치는 듯한 착각을 준다. 아름답다 못해 신비감에 젖게 한다. 마침 벚꽃 축제기간.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연인과 또는 혼자서 봄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모두들 행복해 보였다. 허민과 그의 아내와 강아지 '슈나'도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행복해지기로 했다. 순간 작은 바람이 일면서 눈 앞 자욱하게 벚꽃 잎이 날렸다. 왜 벚꽃은 지는 것이 아니라 산산히 부서지는 것일까? 날리는 벚꽃 잎을 보며, 허민은 문득 그가 영국에 잠깐 근무하던 시절 만났던 '알렉세이' 생각이 났다. 현장작전 전문이었던 그에게, 회사가 잠깐 선심을 쓴 시기였다. 직전 작전에서 그는 오른발 뒤꿈치에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요즘 시대에 부비트랩 같은 유물에 다 당하다니. 발 뒤꿈치 부상의 후유증은 상당기간 몸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이는 곧 현장 투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 사고는 한국 모 대학 인류문명학 교수의 국적세탁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필리핀을 거쳐 레바논까지 갔었다. 베이루트 항 부두 구석진 곳의 한 창고에 진입했을 때 어두운 모퉁이에 설치되어 있던 사냥용 덫에 걸렸다. 왼발 뒤꿈치 3센티미터 정도가 잘려나갔다. 마침 특수전용 안전화를 신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레바논 범죄조직 '샤리카트 알 아르즈(Sharikat al-Arz al-Mutawassit)'의 창고였다. 덕분에 레바논 경찰은 엄청난 양의 대마합성 각성제인 '캡타곤'을 압수했다. 그들이 직전 삼 년 간 압수한 양을 훨씬 웃돌았다. 당시 경찰 특수작전팀 ISF의 팀장이었던 '카림 알 하다드'는 나중에 경찰청장이 되었다. '알렉세이'는 러시아 대사관 공보담당 참사, 허민은 한국 대사관의 공보담당 서기관이었다. 각국 대사관의 공보담당 중 상당 수는 그 나라 정보기관 출신이다. 대외활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영국 외교부에서 개최한 여왕 생일축하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그 후 두 사람은 가까워져 서로 집으로 초대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이들이 같은 국제학교를 다닌 데다 두 사람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게 그들을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허민은 KMA, '알렉세이'는 '프룬제(Frunze)'를 졸업했다. 스파이의 세계에서 절대적 적은 없다. 절대적 동맹도 없다. 그러나 친구는 있다. 비록 어느 훗날 적으로 만나 총구를 겨눠야 하는 운명에 처해질 때도 프로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것이 스파이 사회에서의 우정이다. "은퇴를 하면 호젓한 시골에 농장을 갖고 싶다네. 농장 가득하게 벚나무를 심는 거야. 왕벚꽃나무 백 그루. 벚나무 사이 사이에 작은 밭을 일구어 채소를 심고 말야.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벚꽃 그늘에서 우유를 듬뿍 넣은 홍차를 마시는 그런 꿈을 꾸지." 어느 날 문득 '알렉세이'가 말했다. 허민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테라스에서 코냑을 마실 때였다. 그날따라 왠지 '알렉세이'의 눈빛이 공허해 보였다. 얼마 후 허민은 귀국하였다. 그리고 일년쯤 되었을 때 '알렉세이'가 영국으로 망명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후 벚꽃철이 되면 허민은, 영국 어느 시골 농장의 벚꽃나무 그늘 아래에서 홍차를 마시는 '알렉세이'를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그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러나 몇 년 후 '알렉세이'가 스코틀랜드 시골 농장에서 독극물이 든 홍차를 마시고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상세한 사망경위에 대한 영국 정부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다만 몇 군데 탐사보도 매체에서 정원의 야외탁자 위 찻잔에서 검출된 방사능 물질 폴로늄을 근거로 러시아 정보기관을 거론했다. 그것이 끝이었다. 더 이상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세계의 대부분 나라와 정보기관은 국가정보활동과 관련되는 한 그 어떤 사항도 확인하지 않는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오직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주 희귀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와 정보기관도 있다. 그 나라의 정보기관과 스파이는 정치적 희생물이 될 뿐이다. '알렉세이'의 가족에 대한 소식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스코틀랜드 농장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었는지, 몇 그루가 심어져 있었는지, 벚꽃이 피어 있었는지, 야외탁자가 벚나무 아래에 놓여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그와 그의 아내는 주문진 항의 생선회센터에서 대게 찜을 먹었다. 모처럼 소맥도 몇 잔 말아 마셨다. 시원한 소맥이 가져오는 느긋한 취기를 즐기면서 허민은 결심했다. "그래. 벚나무를 심는 거야. 아버지의 포도밭을 농장정원으로 만드는 거야. 왕벚나무와 함께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겹벚나무를 마주 보게 심는 거야. 지형에 어울리게 여러 품종의 목련을 심고 때죽나무, 팥배나무, 복자기, 산수유를 배합해야지. 과실이 열리는 살구와 체리와 호두나무를 빠트리면 안 돼. 그리고 나무들 사이 사이에 작은 밭을 일구어 꽃과 채소를 심어 가꾸는 거야. 알리움, 히야신스, 수선화 같은 구근 류와 수십 종의 붓꽃을 심어야지. 그리고 코스모스, 봉숭아, 과꽃 씨앗을 여기 저기 흩어 뿌려 온통 꽃마을을 만들 테야. 땀 흘려 일 한 날 저녁에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소설책도 좀 보다가 잠자리에 들 때면, 기분 좋은 피로감과 함께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오겠지. 평화라는 선물에 감사하는 기도." 사월의 주문진 밤 바다는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했다. 파도는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와 순순히 백사장에 스며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했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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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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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실거주 유예 조치 혼선⋯자치구, 재계약 매물 토허 불허
-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일몰(5월 9일)을 앞두고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일선 자치구가 이를 잘못 해석해 거래를 막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보완책에서 무주택 매수자가 다주택자 주택을 살 경우 현행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최장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자치구는 재계약·계약갱신권 행사 매물의 경우 '최초 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토지거래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국토부는 "현재 유지 중인 임대차계약이 재계약이더라도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는 데 문제가 없다"며 "일선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일선 허가관청에 공문을 보내 명확한 지침을 재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미니해설] "팔겠다는데 왜 막나"…다주택자 실거주 유예 혼선, 무엇이 문제였나 정부 보완책의 취지는 무엇이었나 올해 5월 9일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온 조치가 끝나는 날이다. 정부는 이 시한 전에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해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정대상지역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도 묶여 있어, 주택을 취득한 매수자에게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샀다가는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의 '전세 낀 매물'은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했고, 보완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2일 보완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핵심은 무주택자가 다주택자로부터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살 경우, 해당 임대차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최장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임차인은 계약 기간 중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면서 집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책 의도만 놓고 보면 매도자·매수자·임차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그러나 보완책 발표 후 현장은 달랐다. 주택 매매의 토지거래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자치구 일부에서 재계약이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매물에 대해 허가를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에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 A씨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A씨의 세입자는 성북구가 조정대상지역에 편입되기 전인 2021년부터 거주해왔고, 계약을 연장해 내년 6월까지 임대 기간이 남아 있다. A씨는 국토부 보완책을 보고 무주택 매수자를 구해 거래를 추진했지만 관할 자치구로부터 "국토부 지침에 '최초 계약'이라고 명시돼 있어 허가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3개 자치구에 문의해도 결과는 같았다. 실제로 국토부가 지난달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실거주 의무가 개정안 발표일(2026년 2월 12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자치구들은 이 '최초 계약'이라는 표현을 근거로 재계약 매물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또 다른 다주택자 B씨도 비슷한 황당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2026년 2월 11일 신규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면 2028년 2월 11일까지 실거주가 유예되지만, 2024년에 신규 계약하고 2026년에 재계약한 물건은 유예가 안 된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었다"고 밝혔다. 오래 살아온 세입자를 둔 집주인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국토부 "재계약도 유예 가능…지침 혼선 인정"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자치구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존재하는 임대차계약이 최초 계약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며 재계약 상태의 매물도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수 이후 기존 임대차계약을 또다시 갱신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를 허용할 경우 갭투자 기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일선에서 약간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자치구 등 일선 허가관청에 명확한 의미를 담은 공문을 발송해 재지침을 내리겠다고 했다. 왜 이런 혼선이 생겼나 이번 혼선의 근본 원인은 정책 보도자료의 표현 모호성에 있다. '최초 계약 종료일'이라는 문구는 '현재 유지 중인 임대차계약의 만료일'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일선 담당자들은 이를 '처음 체결된 신규 계약에만 해당한다'고 오독했다. 정책 입안 단계에서 현장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은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이 5월 9일로 불과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행정 혼선은 매물 출회를 기대하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자치구 공문 재발송으로 혼선이 조속히 수습되더라도, 시한 내에 매도를 완료하려는 다주택자들의 거래 기회는 이미 일부 소실됐다. 정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지침 전달과 함께 피해 사례에 대한 신속한 구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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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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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실거주 유예 조치 혼선⋯자치구, 재계약 매물 토허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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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1)]'영원한 화학 물질'의 저주⋯몸속 노화 앞당기는 PFAS의 실체
- 프라이팬의 눌음 방지 코팅, 패스트푸드 포장지, 우비 등 방수 재킷, 청소용 세제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평범한 생활용품들이 '영원한 화학 물질(Forever Chemicals)'이라 불리는 독성 물질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잇따른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노화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에이징(Frontiers in Aging)'에 발표된 새 연구는 이 문제를 한층 더 심각하게 다룬다. 연구에 참여한 326명 중 무려 95%의 혈액에서 PFAS(과불화알킬 및 폴리불화알킬 물질)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이미 광범위한 노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PFAS란 무엇인가⋯왜 '영원한' 화학 물질인가 PFAS는 1950~60년대에 개발된 합성 화학 물질군으로, 물·기름·열·부식에 강한 특성 덕분에 수십 년간 산업계와 소비재 시장에서 폭넓게 활용되어 왔다. 문제는 이름 그대로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양과 수원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와 결국 인간의 혈류에 안착한다.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 얼럿은 26일(현지시간) 모든 PFAS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견고한 탄소-불소 골격 때문에 이들이 분해되는 데 최대 천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업계는 분자 구조를 약간만 변형하여 유사한 결과를 가져오는 완전히 새로운 PFAS를 만들어 기존 국제 규제를 우회할 수 있으며, 1만2000여 종의 변종이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상하이 교통대 과학자들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11종의 PFAS 중 특히 과불화노난산(PFNA)과 과불화옥탄술폰아미드(PFOSA) 두 물질에 주목했다. 이 두 성분의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생물학적 노화, 즉 실제 나이보다 세포와 장기가 더 빠르게 늙어가는 현상이 뚜렷이 관찰됐다. 왜 중년 남성이 가장 취약한가 연구팀이 1999~2000년에 수집된 전국 대표 표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64세 중년 남성 집단에서 PFAS로 인한 가속 노화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 상하이교통대 의대의 리샹웨이(Xiangwei Li) 교수는 그 이유로 생활 습관을 지목했다. "흡연과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이 노화 지표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남성의 경우 이런 요인들이 오염 물질의 유해 효과를 복합적으로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공동 저자인 쉬야첸(Ya-Qian Xu) 박사는 생물학적 맥락을 더했다. 중년은 신체가 노화 관련 스트레스 요인에 민감해지는 '취약한 생물학적 창(sensitive biological window)'이기 때문에, 이 시기의 화학 물질 노출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강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의 공백-유럽은 움직이는데, 한국은? 국제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프랑스는 의류와 화장품에 PFAS 사용을 이미 전면 금지했으며, 유럽연합(EU)도 유사한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반면 미국과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공백이 크다. 연구팀은 개인 차원의 위험 감소 방법으로 포장 식품 소비를 줄이고, 패스트푸드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행위를 피할 것을 권고했다. 열이 가해질수록 포장재에서 PFAS가 더 많이 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 오염의 시대, 연구는 이제 시작 리샹웨이 교수팀은 후속 연구로 PFAS가 다른 환경 오염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누적 건강 위험을 모델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화학 물질이 아니라 수십 종의 오염 물질에 동시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편의를 위해 용인해온 화학 물질들이 우리 몸속에서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영원한 화학 물질'의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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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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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31)]'영원한 화학 물질'의 저주⋯몸속 노화 앞당기는 PFAS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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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4회)
- 1 스파이의 장 스파이와 평화(1)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끝내 그를 파괴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날 저녁,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송이뭇국을 끓였다. 그의 고향 칠성산에서 나는 송이를 가늘게 찟어 넣은 뭇국. 국물 한 숟가락이 막 목줄을 타고 내릴 때 그의 아내가 무심한 듯 말했다. "회사가 당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봐야겠지." "회사가 당신을 버린 것이 아니야. 나에게 돌려준 거지. 이제 당신은 온전한 내 것이 된거야." "고마워." "그런데 회사는 나빠. 그동안 자기들 맘대로 사용해 놓고, 지 살겠다고 폐기처분하더니, 급기야 완전히 부숴 버리려고까지 했잖아." "응." "이제는 걱정 마. 내가 데리고 있을게. 그동안 너무 애 많이 썼어. 나와 우리 두 아들을 위해, 그리고 당신의 대의를 위해. 난 당신의 대의를 존중해, 누가 뭐라해도…" "고마워." "그나 저나 우리 이쁜이 '슈나'가 좋아하겠네. 이젠 매일 아침 아빠랑 산책도 할 수 있고 말야. 그치 '슈나'야…?" 순간 강아지 '슈나'가 펄쩍 뛰어 올라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코끝이 뜨끈해졌다. 이제 허민은 그가 '꼬맹 아내'라고 부르는 여인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삼십년 스파이 인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해온 여인. 며칠 아니 몇 달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불면과 불안이라는 친구와 익숙해 질 때쯤에 홀연 나타나는 남자를 평생 기다리며 살아온 여인. 법과 윤리의 국경을 넘나드는 회색의 경계지대에서 돌아와준 내 남자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곧 자기가 위로 받는 것이라고 믿었던 여인. '스파이의 여자'라는 말보다 '스파이의 아내'라는 말이 어울리는 여인. 그리고 그는 매일 아침 그와 그의 아내가 '슈나'라고 부르는 검은 색 미니어쳐 슈나우저 종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따금 바다에 갈 때면 백사장 파라솔 아래에서 그는 맥주를 마시고, 강아지 '슈나'는 아빠를 대신하여 낚싯대를 살필 것이다. 그가 독서하는 서재의 책상 밑에서 낮잠을 자고, 티브이를 볼 때도 옆을 지키는, 늙은 스파이의 완벽한 일부. 은퇴한 스파이의 평화를 완성하는 '스파이의 개'. 강아지 '슈나'가 그와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스파이들의 로망, 그러나 갖기 어렵다는 평화의 문이 허민 그에게 열리고 있었다. 다음 날 오후에 그는 꼬맹아내, 강아지 '슈나'와 함께 강릉의 한적한 바닷가 백사장에서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힘차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그저 선선히 모랫벌에 스며드는 파도. 파도는 다가올 때 이미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러할 것인데, 우리는 쉽게 욕심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가 때론 갯바위에 던져지기도 한다. 그러면 부숴지는 것이다. 하얗게 부숴지는 파도는 장열하다. 그러나 아프다. 허민은 스며들기로 했다. 스파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람처럼 움직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스파이의 길인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곳의 펜션에 방을 구했다. 강아지와 함께 투숙할 수 있는 애견펜션. 펜션의 여주인은 자기도 강아지를 키운다며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라 했다. 그는 열흘치 방값을 선불하며 청소는 알아서 할테니 주인이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이라 했다. 욕실용품이 필요하면 메모를 남기겠다고 했다. 조용히 지내게 그냥 내버려 두어 달라는 말이었다. 동해의 아침해는 일찍 솟는다. 이론적으로는 15분이라지만 실제로는 훨씬 빠르다. 동해의 아침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이 깨어 본 사람들은 이를 잘 안다. 허민과 그의 아내는 이른 아침해가 잠을 깨운 날은 해변을 걷고, 바람이 잠을 깨운 새벽에는 해맞이를 했다. 아침밥은 인근 카페에서 갓구운 크로아상과 진한 커피를 마시거나, 순두부식당에서 해결했다. 강릉의 두부는 간수 대신에 바닷물을 써서 응고시킨다. 수백년 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낮에는 가지고 온 책을 읽거나 노트북과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지루해지면, 바닷가와 솔숲을 산책했다. 점심은 보통 건너뛰고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하루는 아내의 식성을 따른 얼큰한 한식, 하루는 그가 즐기는 이탈리안을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탈리안 음식기호를 놀리는 아내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전생에 로마 사람이었던 것 같아. 천부장 '트리부누스 밀리툼'은 아니더라도 백부장 '켄투리아'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꿈도 그런 꿈을 꾼다니까. 정말 재미있는 것이 꿈 속에서는 나는 이탈리아 말을 잘 하고 잘 알아듣는단 말야." 스파이의 평화가 열리고 있었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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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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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3)] 전력 먹는 하마 된 데이터센터, '유리'와 'DNA'로 구원할까
- 스마트폰에서 '클라우드(Cloud)' 아이콘을 누를 때, 우리는 흔히 하늘에 떠 있는 푹신하고 가벼운 구름을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의 클라우드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그것은 축구장 몇 배 크기의 거대한 창고 안에서, 에어컨이 뿜어내는 매서운 냉기를 맞으며 굉음을 내고 돌아가는 수십만 대의 시커먼 철제 서버(Server)들이다. 우리가 무심코 저장하는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사진, 챗GPT와 나눈 대화들은 모두 이 물리적인 서버의 하드디스크에 쌓인다. 그리고 이 기계들이 과열되어 불타지 않게 식히는 데만 천문학적인 전기가 소모된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 인류는 지식을 축적할수록 지구가 뜨거워지는 무서운 역설에 직면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고는 섬뜩하다. 현재 전 세계 전력의 1.5%를 먹어 치우는 데이터센터는 불과 4년 뒤인 2030년, 그 수요가 두 배로 폭증할 전망이다. 이때 뿜어져 나오는 탄소 배출량은 약 25억 톤. 미국 전체가 1년 동안 내뿜는 매연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이다. 이 거대한 에너지 재앙을 막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실리콘과 반도체를 버리고, 가장 원초적인 물질인 '유리(Glass)'와 생명의 설계도인 'DNA'에서 궁극의 해법을 찾고 있다. 아무도 안 보는데 전기를 먹는다? '콜드 데이터'의 딜레마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우리가 생산하는 데이터의 성격을 뜯어봐야 한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의 최대 80%는 '콜드 데이터(Cold Data)'로 분류된다. 당장 오늘 꺼내볼 일은 없지만, 법적 의무나 백업을 위해 지워서는 안 되는 정보들이다. 은행의 15년 전 이체 내역, 병원의 옛날 X레이 사진, 혹은 당신이 10년 전 헤어진 연인과 주고받은 메일함 속 편지들이 모두 콜드 데이터다. 현재 이 콜드 데이터는 대부분 하드디스크(HDD)나 자기 테이프에 저장된다. 진짜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하드디스크는 데이터를 그저 '가만히' 쥐고 있는 데도 끊임없이 전기를 먹는다. 테이프 역시 16~25도의 쾌적한 온도를 365일 내내 유지해 줘야 곰팡이가 슬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심지어 10여 년이 지나 수명이 다하면, 데이터를 새 테이프에 옮겨 적고 헌 테이프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숨 쉬게 하려고 오늘날의 막대한 에너지를 태우고 있는 셈이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억…유리에 새기는 '5차원(5D) 메모리'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피터 카잔스키(Peter Kazansky) 교수는 투명한 '유리'에서 이 전력 낭비를 멈출 마법을 찾아냈다. 보통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면 가로와 세로, 2차원(x, y)으로 정보가 기록된다. 책을 여러 장 겹치면 깊이가 생겨 3차원(z)이 된다. 카잔스키 교수는 특수한 초고속 레이저를 유리에 쏴서 미세한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여기에 빛이 튕겨 나가는 '방향(편광)'과 빛의 '밝기(강도)'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이것이 바로 '5차원(5D)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비유하자면, 하나의 점(Pixel) 안에 글자 하나만 적는 게 아니라, 그 점이 뿜어내는 빛의 색깔과 반짝임의 정도에 따라 수십 권의 책을 압축해서 구겨 넣는 식이다. 이 '메모리 크리스털(Memory Crystal)'의 위력은 엄청나다. CD만 한 5인치 유리판 한 장에 자그마치 360테라바이트(TB)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고화질 영화 약 7만 편 분량이다. 가장 위대한 점은 '전력 소모가 0'이라는 것이다. 데이터를 새길 때만 레이저를 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할 뿐, 한 번 새겨진 유리는 전원 플러그를 뽑아도 1만 년 이상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다. 끓는 물에 넣어도,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2017년부터 이 기술을 차세대 저장 장치로 점찍고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값비싼 특수 유리가 아닌, 집에서 쓰는 내열 오븐용 유리(보로실리케이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성공해 상용화의 문턱을 한층 낮췄다. 찻숟가락 하나면 전 세계 데이터를 품는다…'DNA 저장소' 유리와 함께 꼽히는 또 다른 혁신은 놀랍게도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은 '0'과 '1'의 조합이다. 과학자들은 이 디지털 언어를 DNA를 구성하는 4개의 알파벳(A, T, G, C)으로 번역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예컨대 00은 A, 01은 C, 10은 G, 11은 T로 규칙을 정한다. 그리고 컴퓨터 파일의 0과 1 배열에 맞춰 실제 인공 DNA 분자를 합성해 액체나 분말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다. 나중에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유전자 검사를 하듯 DNA 염기서열을 읽어내 다시 0과 1로 번역하면 그만이다. DNA 저장의 가장 큰 무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축률'이다. DNA 단 1그램(g)에는 무려 215페타바이트(PB)의 데이터가 들어간다. 이론적으로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DNA 분말만 있으면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의 정보를 다 담을 수 있다. 또한 매머드 화석에서 수만 년 전 DNA를 추출하듯, 냉각 장치 없이 서늘한 곳에 두기만 하면 수천 년을 버틴다. 자연이 만들어낸 궁극의 USB인 셈이다. 기술의 장벽, 그리고 남겨진 '선택의 문제' 물론 당장 내년 백업을 유리나 DNA에 할 수는 없다. 유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는 아직 기존 하드디스크에 한참 못 미친다. DNA 저장은 데이터를 기록(합성)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과 긴 시간이 든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과대학의 타니아 말릭(Tania Malik) 교수는 "이 혁신적 기술들이 기존의 저장 장치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인프라 교체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기술적 한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데이터를 대하는 '태도'다. 우리는 언젠가 완벽한 영구 저장 장치를 갖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매일 쏟아내는 수백억 개의 의미 없는 스팸 메일과 흔들린 사진들까지 영원히, 지구의 에너지를 축내며 보관해야 할까? 데이터 폭증 시대, 과학기술은 무한한 저장 공간을 약속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술은 인류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후세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유리와 DNA라는 영원의 기록장치 앞에서, 진정으로 걸러내야 할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류의 정보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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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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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3)] 전력 먹는 하마 된 데이터센터, '유리'와 'DNA'로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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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2)] 中, 사막 모래를 10개월 만에 '옥토'로⋯미생물 토양화 기술의 도전
- 중국 과학자들이 사막 모래를 10~16개월 만에 식생이 가능한 토양 기반으로 전환하는 생물학적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을 모래 표면에 분사해 '생물학적 토양피막(Biological Soil Crust)'을 빠르게 형성하는 방식으로, 기존 수십 년이 걸리던 사막 자연 복원 과정을 수년 단위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과학원 산하 서북생태환경자원연구소 샤포터우 사막힐섬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 인근 시험지에서 검증됐다고 중국과학일보가 보도했다. 밀짚 격자 구조 위에 남세균을 처리한 모래 표면에는 암갈색 막이 형성됐고, 계절성 모래폭풍 이후에도 유지됐다. 연구진은 해당 피막이 형성되는 데 10~16개월이 소요됐으며, 이후 관목과 초본 식물의 정착 기반을 제공했다고 전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토양생물학 및 생화학(Soil Biology and Biochemistry)'에 게재됐다. 미생물로 '땅을 설계하다'…사막화 대응의 패러다임 전환 이번 기술의 핵심은 남세균이 분비하는 점성 다당류와 광합성 작용이다. 남세균은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생성하고, 일부 종은 질소 고정 기능을 통해 식물이 이용 가능한 영양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분비되는 끈적한 당 성분이 모래 입자를 결합해 얇지만 강한 피막을 형성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모래 알갱이를 실처럼 감싸는 미생물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기존 사막 복원은 방풍림 조성, 인공 관개, 대규모 식재에 의존했다. 그러나 강풍과 고온, 토양 유실로 어린 식물의 생존율이 낮아 반복 식재가 필요했다. 이번 공정은 '식재 이전에 토양을 먼저 만든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 생물학적 피막이 형성되면 수분 증발이 줄고, 질소·인 등 영양분이 표층에 축적된다. 실제로 처리 구역은 비가 온 뒤 수분 유지 기간이 인접 나지보다 길었고, 바람에 의한 토양 유실도 실험실 조건에서 90% 이상 감소했다. 샤포터우 관측소 쟈오 양 부소장은 "이 토양 씨앗을 사막 표면에 뿌리면, 강수량에 노출될 때 토양 표면이 딱딱하게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 강우에서 영감을 받은 자오 교수는 가압 분무방식을 시도했다. 연구진은 모래 알갱이 틈에 남세균을 주입해 자연 상태에서 15년 걸리는 표면 경화 시간을 단 1~2년으로 단축하고 60% 이상 생존율을 달성했다고 중국과학일보는 전했다. 수십년 걸리던 사막 복원, 수년 내로 압축 특히 주목되는 점은 시간 단축 효과다. 중국은 59년에 걸친 사막 토양피막 성장 데이터를 축적해왔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수십 년이 걸리던 과정이 남세균 접종을 통해 수년 내로 압축됐다. 이는 사막화 방지 정책의 실행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이 인류 발전에 갖는 의미는 단순한 사막 녹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확산되는 사막화, 농경지 황폐화, 탄소 흡수 기반 약화 문제에 대응하는 '저에너지·생물 기반 토양공학'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의 상징성이 크다. 토양피막은 탄소를 고정하고, 질소 순환을 촉진하며,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복원력을 높인다. 생물학적 피막 한계에 정밀한 생태 설계 요구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생물학적 피막은 차량 통행이나 과도한 방목에 취약하며, 기후 조건에 따라 휴면 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또한 지역별 토착 미생물 활용이 필수적이어서 대규모 상용화에는 정밀한 생태 설계가 요구된다. 사막화의 근본 원인인 과잉 개발과 수자원 남용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미생물 기반 토양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모래를 묶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생태계의 출발점을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사막의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그것은 곧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복원 전략을 재정의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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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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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2)] 中, 사막 모래를 10개월 만에 '옥토'로⋯미생물 토양화 기술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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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3회)
- 1 스파이의 장 버려진 스파이(2) 얼마되지 않아 진짜로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그가 분석파트로 옮긴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의 짤막한 보고서 한 건 때문에 난리가 났다. A4용지 삼분의 이 분량의 짤막한 보고서. '앞으로 대통령에게 올리는 모든 보고서는 이렇게 작성하라'는 대통령실 지시와 함께, 그가 작성한 보고서가 샘플로 제시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긴 보고서는 거들떠보지 않아 그동안 비서실에서 별도 요약을 하거나 구두보고를 해왔는데, 그의 보고서에는 완전히 반해 버렸다는 것이다. 다음 날 열린 안보장관 회의의 대통령 지시사항은 그의 보고서 내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보고서를 들고 가서 그대로 읽었던 것이다. 그의 보고서는 짧다.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데이터를 거론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긴박한 작전현장에서 행동을 결정할 때 이것저것 생각이 길어지면 내가 적에게 당한다. 순식간에 판단하고, 판단과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 살아남기 위해 체화된 그의 사고와 행동의 방식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그 후 그의 경력은 탄탄대로였다. 2년도 채 되지 않아 부부서장이 되고 6개월 후 특별인사에서 부서장으로 승진하더니,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불려갔다. 1년 10개월 후 회사에 복귀하면서는 '바이스 디렉터' 세컨드맨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부회장'이라 불렀다. 그와 그의 아내는 행복했다. 이대로 쭉 나아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행운은 오래가지 않는다. 스파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잊는 순간에 위기가 찾아온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어느 이른 봄 날이었다. 그가 운동을 마치고 휴게실 소파에 앉아 막 생수병을 입으로 가져가려 할 때였다. 대형 TV 모니터에 그 사건을 알리는 자막이 뜨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이었다. 해외도 아니었다. 국내였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아니, 큰 문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희생의 제물을 찾고 있었다. 그들의 정치 굿판에 올릴 제물. 언론의 지면과 화면을 채워 줄 뉴스거리, 광고단가를 올리기 위한 저열한 수단. 누구도 그들이 요구하는 제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군다나 그들이 배고픈 하이에나의 무리라면. 농경의 여신 '데메테르'의 저주를 받아 끝없는 굶주림으로 결국은 자기의 몸까지 먹어버리는 그리스 신화의 '에리식톤(Erysichthon)' 같은 존재라면. 그는 기꺼이 그들의 제물이 되어주기로 했다. 버텨봐야 추해지고 상처만 깊어진다. 머뭇거리지 말아야한다. 판단과 동시에 행동이 이루어져야한다. 그는 자기 발로 걸어서 사라졌다. 스스로 사라진다는 자존감이 그나마 위로로 주어졌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곧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이 칼자루를 쥐게된 자들은 신선한 먹잇감이 필요했다. 정권 초기부터 희생제물을 바치는 자욱한 연기로 온 세상을 덮기로 했다. 서초동의 언덕은 그들의 골고다가 되었다. 회사 출신들만 사백여 명이 불려나가 곤욕을 치렀다. 그중 사십여 명은 더 큰, 말 하기도 슬픈 그런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서초동 언덕배기에 웅거하고 있는 자들의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소위 증거자료라고 하는 것들. 그들의 발목을 잡고 손목을 비틀고 목덜미를 조으는 것들은 모두 회사에서 제공한 것들이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조직. 충성을 했던 조직. '목숨까지 바치겠다, 모든 것을 무덤까지 가져 가겠다'는 '진실의 방' 선서를 요구했던 회사가 그들을 요리하라고 식자재와 레시피까지 제공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요리되어 차례 차례 하이에나 무리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졌다. 종이조각도 가죽신발도 양념만 잘하면 화려한 요리가 된다. 그 남자 '허민'도, 동료들의 '허밍'도, 코드네임 '벌새'도, 미국인들의 친구 '험비'도 버려졌다. 버려진 스파이가 되었다. ■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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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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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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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2회)
- 1 스파이의 장 버려진 스파이(1) 그의 이름은 허민. 그의 동료들은 그를 '허밍(Humming)'이라고 불렀다. 목숨이 걸린 위험한 임무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드는 그를 보면 벌새 허밍버드(Hummingbird)가 연상된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그의 코드네임은 '벌새'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CIA 특수작전팀 친구들은 그를 '험비(Humvee)'라고 불렀다. 작전지에서 왼쪽 어깨와 오른팔 관통상을 입고도 중상을 입은 CIA 파트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반 이탈한 그에게 이 이름을 주었다. 그들의 존경을 담은 이름이었다. 미군의 고기동 다목적 차량(HMMWV,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의 애칭 험비(Humvee). 그가 파키스탄의 미군 후송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추가 수술을 위해 귀국할 때 미국인 친구들은 그에게 험비의 상용 버전인 허머(Hummer)를 선물했다. 그가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사랑하는 동료에게 새생명을 선물한 은인에 대한 아주 작은 선물이라고 우기는 데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틀 후 그가 한국의 권위 있는 대학병원의 수술대 위에 있을때 파트너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 허머(Hummer)가 그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떻게? 괜히 천하의 CIA이겠는가? 3개월 후 그는 회사에 복귀했다. 업무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주어진 업무는 현장요원들의 보고서를 분류하여 평가부서에 전달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한두 시간이면 충분한 업무를 마치고는 곧바로 재활 및 적응훈련장으로 직행하여 저녁 늦게까지 땀을 흘렸다. 어깨의 회복은 순조로웠다. AK47 칼리시니코프의 7.62미리 탄두가 견갑대의 핵심구조를 용케 피해 구멍만 내고 빠져나간 덕분이었다. 문제는 오른팔이었다. 탄두가 상완부를 관통하며 근육과 힘줄, 신경계통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 때문에 회복이 더디었다. 회사의 재활치료 전문가는 최대 6개월을 더 지켜보자고 했다. "부상 부위에 대한 초동 처치와 후속 수술은 완벽했음. 재활치료 과정에서 치료 프로그램의 설계와 운용도 효율적이었음. 특히 치료와 재활에 임하는 대상자의 의지와 노력은 경이로웠음. 그러나 탄두가 상완부를 관통하며 심부 연부조직을 광범위하게 손상시킨 데다 굴곡과 신전 기능을 담당하는 힘줄과 말초신경이 부분적으로 절단된 것이 제한요소로 작용하였음. 이로 인해 손가락의 미세 운동과 감각 피드백이 저하되었으며, 방아쇠 압력 조절과 격발 후 복귀 동작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음. 이는 단발사격은 가능하나 연속사격 시 총기 조작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오 조작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임. 실제로 특수환경 하 사격활동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부각되었음. 탄창 교환과 슬라이드 볼트 조작, 그리고 장전 불량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 능력에 있어 동작 지연과 오류가 동반되는 사례가 수차 확인되었음. 결론적으로 대상자는 장기간 재활과 훈련에도 불구하고 정밀사격, 특히 근접전투 상황에서 임기표적에 대한 즉각적인 총기조작 같은 스트레스 하 반복 사격 능력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임. 다시 한번 치료와 재활, 이어진 복귀훈련 과정에서 보인 대상자의 경이로운 의지와 노력에 대해 경의를 표함. (복무적성평가위원회)" 보고서 한 장으로 그의 현장 경력은 끝났다. 이제 버마(미얀마) 아웅산에서 28살 터질듯한 장단지에 토카레프의 7.62미리 탄두를 영접하지 않아도 된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밀림의 벌목지에서 남북 합동으로 인질 구출 작전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연길에서 시작하여 내몽골을 거쳐, 네팔에서 모사드의 특별기를 구걸하여 탄자니아로 날아가는 일은 영화에서나 볼 것이다. 거기 탄자니아 커피농장 외진 곳에, 미사일 기술자 남편의 탈북 성공을 기다리다 죽은 가여운 북한 여인의 무덤을 만드는 일 따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질 구출 협상에 성공하고도, 다른 경쟁 무장세력의 기습공격 같은 것, 상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AK 탄두가 신체 두 군데를 동시에 통과하는 행운은 더 더군다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정말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그에게 정보분석 파트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회사는 그가 아내 다음으로 사랑하는 글록17을 데려가고 가장 혐오하는 노트북을 안겨주었다. 외부 반출 절대 엄금 및 외부환경 작동 불능, 세이프박스 노트북. 회사를 그만 두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이. 생계형 스파이에게 선택은 없다. 회사만이 선택하고 결정한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 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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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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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 프랑스 다소(Dassault) 항공의 '라팔(Rafale)'은 현재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출 실적이 전무해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후 인도, 이집트, 카타르, 그리스, UAE,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인도는 최근 114대의 라팔 추가 도입을 위한 정부 간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1세기 라팔이 누리고 있는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1980년대 상업적으로 처참히 실패했던 또 다른 프랑스 전투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바로 라팔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이자,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비운의 걸작 '미라주 4000(Mirage 4000)'이다. 초대형 쌍발 전투기의 등장: F-15와 견주다 항공 역사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도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1976년, 다소는 단발 엔진 경전투기인 '미라주 2000' 개발과 동시에 쌍발 엔진을 장착한 대형 전투기 개발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단발기인 미라주 2000이 미국의 F-16 팰컨과 경쟁하는 포지션이었다면, 쌍발기인 미라주 4000은 미국의 F-15 이글이나 옛 소련의 Su-30과 같은 체급으로 제공권 장악 및 장거리 타격 임무를 위해 설계된 중(重)전투기였다. 특히 미라주 4000은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신소재와 압도적인 비행 성능을 자랑했다. 세계 최초로 탄소 코팅 복합재를 수직 꼬리날개에 적용해 획기적인 무게 절감과 피로 저항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10톤의 추력을 내는 스넥마(Snecma) M53 엔진 2기를 탑재해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가 1을 초과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쌍발 엔진의 힘을 바탕으로 탁월한 상승력도 과시했다. 첫 비행 1년 만인 1979년 마하 2의 속도를 거뜬히 돌파했으며, 단 3분 50초 만에 5만 피트 상공에 도달하는 경이로운 비행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연료 탑재량 역시 미라주 2000의 3배에 달해 장거리 작전 수행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인도와 중동의 관심, 그러나 끝내 닫힌 양산의 문 미라주 4000의 압도적인 스펙은 첫 비행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이란 샤(Shah)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가장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인도였다. 인도는 이미 미라주 2000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미라주 4000을 고성능 하이급(High-tier) 전투기로 도입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검토에도 불구하고 단 1대의 실제 주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 정부와 군의 철저한 외면이었다. 다소는 자비로 미라주 4000의 개발비를 충당해야 했고, 자국 공군의 도입이라는 '보증수표'가 없는 무기를 덥석 구매할 해외 국가는 없었다. 결국 단 5대의 생산 계획마저 취소되며 프로젝트는 조용히 폐기 수순을 밟았다. 미라주 4000을 버린 프랑스의 진짜 이유: '항공모함'과 '독립' 프랑스 정부가 자국 방위산업의 결정체였던 미라주 4000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항공모함 탑재 능력'과 '예산의 한계'에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 서독,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공동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자국의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 버전의 전투기를 강력히 요구한 반면, 타 유럽 국가들은 이에 관심이 없었다. 독자적인 안보 노선, 즉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결국 유로파이터 프로젝트에서 탈퇴한다. 프랑스 해군은 미국의 F/A-18 호넷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했고, 독자적인 함재기가 절실했다. 하지만 몸집이 너무 크고 무거운 미라주 4000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에 부적합했다. 게다가 제한된 국방 예산으로 공군용 대형 전투기(미라주 4000)와 해군용 함재기를 따로 개발할 여력도 없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다소 측에 공군과 해군의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완전히 새로운 다목적 전투기(Omnirole)를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정이 미라주 4000의 관에 명백한 못을 박았고, 동시에 오늘날 전 세계를 누비는 라팔(Rafale)을 잉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비록 미라주 4000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쌍발 엔진 제어와 복합재 사용 기술은 라팔에 고스란히 이식되어 프랑스 항공 우주 기술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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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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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편집자주> 더파든의 스파이-프롤로그 그는 오늘 새벽에 또 그 꿈을 꾸었다. 대략 두 달 반 전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꿈. 그 고양이 두 마리가 농장 정원 '더파든(The Farden)'에 나타난 즈음에 꿈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어떤 우연과 필연의 연결고리일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한 예감을 주는 꿈. 고대의 전쟁터에 있었다 아마 힌두쿠시 어디쯤일 것이다 하늘의 문은 닫히고 땅의 어둠은 깊다 삼 주야를 싸웠다 투구가 깨어지고 갑옷의 줄도 잘렸다 피와 땀에 절은 가슴에 적장의 칼끝이 닿았다 이제 날카로운 칼은 해진 옷을 뚫고 가슴을 헤집을 것이다 "지친 내 심장을 가져가라" 희미한 심장의 온기마저 사라지면 영혼은 서늘한 밤하늘에 이를 것이다 기우는 달과 푸른 별빛이 아득하리라 깃털처럼 가벼워진 영혼 이내 훌훌 나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슴 먹먹한 나의 집으로 그리고 대의의 깃발을 들었던 그곳으로…… 운명이 우리를 찾는가? 우리가 운명의 문을 여는가?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운명의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곧잘 잊는다. 그러나 운명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 운명에 끌려가지 않고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가는 사람. '운명'을 '자유 의지'로 승화시키는 사람. 그리하여 운명을 자신의 서사로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남기는 '운명적 서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제 나는 자신의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간 어떤 전직 스파이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전직 스파이가 누구인가요?"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당신이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해두자.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일 수도 있겠고, 언젠가 당신이 읽었을 신문 기사의 배후에 존재하였던 익명의 헌신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SNS나 탐사보도 매체에 잠시 올랐다가 바로 사라져 버린(어디에서 기사 삭제에 개입했을 수도, 팩트 체크에 실패했을 수도 있는) 기사의 주인공이거나 외신 발 카더라 소식에 등장하는 인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당신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또는 있었던 일이라고 해두자. 어차피 이 이야기는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이니까.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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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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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트럼프 '관세 장벽' 비웃은 美 무역적자⋯상품 적자는 1조2410억 달러 '사상 최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글로벌 '관세 폭탄'을 투하했지만, 지난해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는 오히려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품의 원산지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등으로 바뀌었을 뿐, 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수입 의존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전체 무역적자는 9015억 달러(약 1300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9035억 달러) 대비 소폭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실물 경제의 척도인 '상품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1조24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12월 한 달간 무역적자가 전월 대비 32.6%나 급증한 70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말 적자 폭을 크게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4월 전격 시행한 글로벌 관세는 상품 무역 불균형을 정조준했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상품 무역 적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모순의 핵심 원인은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혹독한 징벌적 관세를 맞은 대(對)중국 수입 규모는 30% 가까이 급감하며 2009년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미국 수입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배송 시기를 앞당겨 재고를 비축하거나 발 빠르게 공급망을 재편했다. 중국의 빈자리를 베트남, 인도, 대만 등 동남아와 신흥국 수입산이 채우면서 무역 적자 감소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기업들이 중국 대신 세계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눈을 돌렸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제조업 르네상스'도 공염불에 그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관세가 미국 내 공장 생산을 늘리고 해외 의존도를 줄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난 1년간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약 8만3000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부품 등 중간재 수입에 부과된 관세가 미국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켜 고용 창출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에 대한 합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만약 대법원이 관세 무효화 판결을 내리더라도, 미 행정부는 대통령의 다른 비상 권한을 동원해 새로운 방식의 관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글로벌 무역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Key Insights] 미국의 대중국 수입 급감으로 촉발된 '풍선효과'는 한국 수출 기업에 단기적인 대체재 공급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상품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함에 따라, 무역적자 해소에 사활을 건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흑자 규모가 큰 한국 등을 겨냥해 2차 관세 타깃을 설정할 위험도 커졌다. 대법원의 관세 위헌 판결 여부 등 정책 변동성이 극심한 만큼, 우리 기업들은 공급망의 다변화는 물론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 확대 등 유연하고 입체적인 통상 대응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Summary]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방위적 글로벌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는 1조241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산 수입은 30% 급감했으나 베트남, 대만 등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정책 목표와는 반대로 수입 원가 상승 등의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는 8만3000개나 감소했다. 미 대법원의 관세 위헌 여부 심판 결과 등 글로벌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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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트럼프 '관세 장벽' 비웃은 美 무역적자⋯상품 적자는 1조2410억 달러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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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2)] 뇌 속 '청소부' 깨우니 치매 단백질이 사라졌다⋯항체 주사 대체할 '알약' 길 열려
- 인류에게 '암(Cancer)'이 정복해야 할 산이라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서서히 차오르는 물과 같다. 전 세계 고령화 속도와 비례해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물을 퍼낼 확실한 바가지조차 갖지 못했다. 최근 FDA 승인을 받은 '레켐비' 같은 항체 치료제들이 등장했지만,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과 뇌부종 같은 부작용, 그리고 정맥 주사라는 번거로움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그런데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공동 연구진이 최근 이 장벽을 한 번에 허물 수 있는 '뇌 속의 숨겨진 스위치'를 찾아냈다. 외부에서 비싼 용병(항체)을 투입하는 대신, 우리 뇌가 본래 가지고 있던 '청소부'를 깨워 치매 원인 물질을 스스로 없애는 혁신적인 치료법의 길이 열린 것이다. 뇌 속의 '쓰레기 소각장'을 다시 가동하라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Aβ)'라는 독성 단백질 찌꺼기가 쌓이면서 시작된다. 마치 하수구가 막히면 집안이 물바다가 되듯, 이 찌꺼기가 신경세포 사이를 막아 기억과 인지 기능을 파괴한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의 뇌에는 이 찌꺼기를 잘게 잘라 없애는 천연 효소, '네프릴리신(Neprilysin)'이 존재한다. 일종의 '단백질 가위'이자 뇌 속의 '자체 소각장'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거나 치매가 시작되면 이 가위가 녹슬고 소각장이 멈춰버린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멈춰버린 이 소각장을 다시 가동할 '전원 스위치'를 찾아냈다. 바로 뇌의 해마(Hippocampus) 부위에 있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1, SST4)'다.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명확했다. 이 스위치(SST 수용체)를 제거하자, 청소부(네프릴리신)가 사라졌고 쥐의 뇌에는 순식간에 쓰레기(아밀로이드)가 쌓였다. 반대로 약물을 통해 이 스위치를 강제로 'ON' 시키자, 네프릴리신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뇌 속에 쌓여있던 독성 단백질이 분해되어 사라졌다. 실험 쥐의 기억력 또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탱크 대신 오토바이…'혈액-뇌 장벽'을 뚫어라 이번 연구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진짜 이유는 '약의 형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혈액-뇌 장벽(BBB·Blood-Brain Barrier)'이라는 아주 촘촘한 검문소를 가지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항체 치료제들은 분자의 크기가 거대하다. 비유하자면 '탱크'와 같다. 화력은 좋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이 좁은 검문소(BBB)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고용량을 혈관에 쏟아부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뇌혈관이 터지거나 붓는 부작용이 생긴다. 반면, 연구진이 타깃으로 한 SST 수용체는 '소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로 자극할 수 있다. 소분자는 항체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다. 탱크가 아니라 날렵한 '오토바이'다. 검문소(BBB)를 아주 쉽게 통과해 뇌 속 깊숙한 곳까지 약효를 전달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페르 닐손 박사는 "우리가 찾은 방식은 주사 바늘이 필요 없다"며 "환자가 집에서 물과 함께 삼키는 작은 '알약(Pill)' 하나로 뇌 속의 청소 시스템을 가동해 치매를 치료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환자의 삶의 질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변화다. 실패 확률 낮은 '익숙한 길'로 간다 신약 개발은 흔히 '도박'에 비유된다. 10년을 연구해도 실패할 확률이 90%가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성공 확률이 높은 '익숙한 길'을 택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SST 수용체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라는 거대한 단백질 가문에 속한다. 이 가문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일종의 '베스트셀러 타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의 약 30~40%가 바로 이 GPCR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즉,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물질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안전성과 작동 원리가 검증된 시스템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만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료는 '외부의 힘'으로 억지로 찌꺼기를 긁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뇌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자정 능력(Self-cleaning)'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치료법임을 증명했다. 1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주사제가 아니라, 매일 아침 비타민처럼 챙겨 먹는 알약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세상. 뇌 속의 작은 스위치 하나가 그 거대한 변화의 문을 열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알츠하이머와의 전쟁에서 인류는 이제 '방패'가 아닌 '검'을 쥘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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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22)] 뇌 속 '청소부' 깨우니 치매 단백질이 사라졌다⋯항체 주사 대체할 '알약'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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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컨슈머리포트가 꼽은 '피해야 할 냉장고 5선'⋯삼성 포함 충격, LG는 '신뢰' 지켰다
- 주방의 심장인 냉장고는 한번 구매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고가 가전이다. 최근 AI(인공지능) 기능과 디스플레이, 커피 머신까지 탑재한 '초연결 가전'이 쏟아지고 있지만, 소비자가 냉장고에 바라는 제1덕목은 여전히 '변치 않는 신뢰성'이다. 미국 최고 권위의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가 최근 '절대 사지 말아야 할 냉장고 브랜드 5선(5 Refrigerator Brands To Avoid At All Costs)'을 발표해 글로벌 가전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리스트에는 글로벌 가전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전자가 포함된 반면, 경쟁사인 LG전자는 불명예를 피하며 한국 가전의 위상을 증명해 희비가 엇갈렸다. 화려한 스펙의 배신…"기본 냉각 기능도 못 해" 15일(현지시각) 미 IT 전문매체 BGR이 인용한 컨슈머리포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사이 구매된 7만 1000대 이상의 냉장고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 만족도와 신뢰성에서 낙제점을 받은 브랜드들이 대거 공개됐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삼성전자의 포함이다.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초일류 브랜드인 삼성전자가 냉장고 부문에서는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삼성 냉장고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성 측면에서 많은 불만을 샀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렌치 도어(상냉장·하냉동) 냉장고의 경우, 내부 온도가 식품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유지되지 않는 결함이 발생해 집단 소송(Class action lawsuit)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삼성 수리기사가 다녀간 후에도 온도가 잡히지 않았으며, 음식물 부패 피해가 200건 넘게 보고됐음에도 사측이 환불이나 교환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압축기) 고장이 빈번하다는 지적과 함께, 스마트 냉장고 디스플레이의 광고 노출 문제 등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체는 "삼성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제품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TV뿐"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평가까지 덧붙였다. 북미·유럽 전통 강호들의 몰락…"이름값 못 한다" 이번 발표는 삼성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북미와 유럽 시장을 호령해온 전통 가전 명가들의 품질 저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먼저 가전 업계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프리지다이어(Frigidaire)는 과거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았다. 구매 수개월 만에 제빙기와 정수기 고장이 발생한다는 소비자 리뷰가 쏟아졌으며, 사후 서비스(AS)의 부실함과 냉기 유출의 원인이 되는 도어 패킹(seal) 결함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프리지다이어의 모기업이자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역시 미국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냉장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패킹 문제와 냉각 성능 저하가 고질병으로 꼽혔는데, 한 소비자는 "제빙기 문제로 무려 6번이나 수리를 받아야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스탠드 믹서로 명성이 자자한 프리미엄 브랜드 키친에이드(KitchenAid)도 냉장고에서는 맥을 못 췄다. 제빙기와 컴프레서 고장이 잦은 것은 물론,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마감재로 저렴한 플라스틱을 남용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GE의 최상위 라인업인 모노그램(Monogram)은 '프리미엄'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하게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냉동실에 녹이 슬거나 고무 패킹에 곰팡이가 피고, 심지어 냉각 기능 자체가 마비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수리 기사들의 불친절한 태도와 사측의 책임 회피가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LG전자, '지옥의 리스트' 피했다…한국 가전 '품질 경영' 입증 글로벌 가전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컨슈머리포트의 발표는 역설적으로 한국산 가전, 특히 LG전자의 품질 경쟁력을 재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보고서는 삼성과 LG를 '흔히 접하는 유명 브랜드'로 언급했지만, '피해야 할 브랜드' 명단에는 오직 삼성만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LG전자가 내세우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기술과 엄격한 품질 관리(QC)가 까다로운 미국 소비자들의 기준을 통과했음을 시사한다. 제빙기 고장, 냉각 불량, 소음 등 경쟁사들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서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보다 '냉장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던 기본기가 빛을 발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품질 혁신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LG전자가 글로벌 톱티어 브랜드들이 줄줄이 탈락한 검증대에서 살아남음으로써, '가전은 역시 한국'이라는 등식을 지켜낸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더 똑똑해지고 있다. 냉장고에 달린 태블릿 PC나 커피 머신보다, 10년을 써도 고장 나지 않는 모터와 컴프레서를 원한다. 이번 컨슈머리포트의 경고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는 시장의 엄중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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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컨슈머리포트가 꼽은 '피해야 할 냉장고 5선'⋯삼성 포함 충격, LG는 '신뢰'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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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폭 13개월 만에 최저⋯청년·제조업 고용 한파
- 취업자 수 증가폭이 1년여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둔화했다. 청년층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건설업 감소세가 지속됐고, 그동안 고용시장을 지탱해 온 고령층 일자리마저 한파 영향으로 위축된 결과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98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8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은 전월보다 줄어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7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은 43.6%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p) 하락해 1월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낮았다. 40대 취업자도 3000명 줄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4만1천명 늘었으나 증가 폭은 2021년 1월 이후 가장 작았다. 실업자는 121만1000명으로 12만8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4.1%로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니해설] 청년·제조업 동반 부진에 고령층까지 흔들려…고용 구조적 경고음 1월 고용지표는 국내 고용시장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취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폭은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형상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경고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부담은 청년층 고용이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7만5000명 줄어들며 감소폭이 확대됐다. 청년 고용률은 43.6%로 5년 만에 최저치다. 경기 둔화와 기업들의 신규 채용 보수화, 경력직 선호 기조가 겹치며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전문직 중심의 채용 축소는 청년층 일자리 기반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업별로 보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9만8천명 감소해 산업분류 개편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그동안 고용 증가를 주도해온 업종에서의 급감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구조적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가데이터처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의 수습·초급 채용이 줄어든 점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고용 창출보다 대체 효과를 앞서 나타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도 이어졌다. 제조업 취업자는 2만3000명, 건설업은 2만명 각각 감소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 투자 위축,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두 산업 모두 고용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산 기반과 지역 고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고용시장의 완충 역할을 해온 고령층 일자리도 흔들렸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4만1000명 늘었지만, 증가 폭은 최근 수년간 월평균 20만~40만명대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한파로 인해 노인 일자리 사업 재개가 지연되면서 일부 고령층이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영향이 컸다. 농림어업 취업자 감소 역시 고령화와 기후 요인이 겹친 결과다. 실업 지표는 고용시장의 긴장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실업자는 12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8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4.1%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쉬었음' 인구가 278만4000명으로 1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그 상당수가 60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존력도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일부 서비스업에서는 고용 증가가 나타났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18만5000명, 운수·창고업에서 7만1000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에서 4만5000명 각각 늘었다. 고령화와 비대면 소비 확산, 여가 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 일자리가 전체 고용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지표를 경기 요인과 구조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본다. 단기적으로는 한파와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장벽, 산업 전환에 따른 일자리 재편, 고령층 고용 의존 구조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향후 고용 개선의 관건은 청년층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 부문의 회복 여부다. 단기적 일자리 확대 정책만으로는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재교육과 직무 이동 지원, 청년층의 안정적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구조적 해법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고용 둔화 흐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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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폭 13개월 만에 최저⋯청년·제조업 고용 한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