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토지 방치가 악순환 초래⋯1.3도 상승에 생태계 붕괴 가속
  • EU 사상 최대 진화 인력 투입에도 피해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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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럽연합(EU)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이 100만 헥타르를 돌파하며 2006년 기록 집계 이후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됐다. tkwlsdms 2025년 8월 25일 스페인 북서부 레온 인근 가라노에서 산불 위를 소방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있다. 갈리시아와 카스티야 이 레온 등 북서부 지역과 서부의 에스트레마두라가 8월 초부터 계속된 폭염 속에서 맹렬히 번진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유럽 산림 화재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에서 40만 3000헥타르(99만 6000에이커) 이상이 불에 탔다. 사진=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이 100만 헥타르를 돌파하며 2006년 기록 집계 이후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됐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베리아반도의 약 1%가 불길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 현상이 산불을 더욱 빈번하고 대형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베리아반도 초토화…2주 만에 런던 4배 면적 소실


유럽 산불 감시 기관인 코페르니쿠스 산림화재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스페인은 8월 26일까지 누적 40만 헥타르가 소실되며 2006~2024년 평균치의 6배를 넘겼다. 인접한 포르투갈 역시 27만 헥타르가 불타 동일 기간 평균의 5배에 이르렀다. 올해 이베리아반도에서 불에 탄 면적은 68만4000헥타르로 런던 면적의 4배에 달하며, 대부분은 단 2주 만에 발생했다.


산불은 포르투갈 북부 삼림지대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아스투리아스, 카스티야이레온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세계유산인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과 피코스데유로파 국립공원 등 관광 명소도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악순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세계날씨귀속(WWA) 그룹은 이번 지중해 산불이 기후변화와 직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고온·건조한 환경을 만들고, 이는 산불 발생 확률을 10배 가까이 높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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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5일 스페인 북서부 가라노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스페인 소방  당국은 외국 지원이 줄어들고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스페인에서 12건 이상의 심각한 산불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스페인에서 발생한 산불로 올해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는 1768만 톤으로, 2003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크로아티아의 2023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웃도는 규모다.

 

WWA 소속 테오도어 키핑 박사는 "기온 상승으로 식생이 빠르게 건조해지면서 가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더 크고 치명적인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디 오토 기후과학 교수는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했어야 할 시점은 이미 10년 전이었다"며 "지금은 1.3도 상승으로 소방대원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와 토지 방치가 불씨 키워


기후변화와 더불어 농촌 인구 감소도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젊은 층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농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된 토지가 잡목과 가연성 식생으로 뒤덮이면서 화재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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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1일 스페인 북서부 레온 주 이게나 시 콜리나스 델 캄포 데 마르틴 모로 톨레다노 지역에서 주민들이 산불 진압용 방화봉으로 산불과 싸우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은 2025년 8월 24일, 8월에 발생한 16일간의 폭염이 "기록상 가장 강렬한 폭염"이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북부와 서부 전역에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상청(AEMET)은 8월 3일부터 18일까지의 폭염 잠정 측정값이 2022년 7월에 세워진 이전 기록을 넘어섰으며, 평균 기온이 이전 폭염보다 4.6℃ 높았다고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생태계·토양 회복력도 한계 직면


지중해 지역의 생태계는 오랜 세월 산불과 공존해왔다. 이베리아토끼처럼 산불 이후 새롭게 형성된 서식지에서 번성하는 종도 있고, 코르크 참나무처럼 재생력이 강한 수종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산불은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산림 재생 주기를 앞질러 생태계 복원력을 위협하고 있다.


런던정경대학(LSE) 환경지리학과 토머스 스미스 부교수는 "기후가 더워지면서 산불이 커지고, 이로 인한 탄소 배출이 다시 기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완지대학의 스테판 도어 교수는 "산불로 인한 토양 침식과 강우 시 하천 및 저수지의 수질 오염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대응책은?…화재 예방과 조기 탐지 필요


전문가들은 위험 지역의 초과 식생을 사전에 제거하고, 발화 가능성을 낮추는 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또한 인공지능(AI)과 위성을 활용한 조기 탐지, 신속한 화재 진압 시스템 구축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유럽연합은 이번 사태로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 진화 지원 병력을 투입했지만, 연구진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는 한 대형 산불의 위협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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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4)] 스페인·포르투갈 초대형 산불⋯EU 산불 피해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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