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단기 금리차 91bp, 36년 만에 최대⋯트럼프 관세·헤지펀드 청산·달러 신뢰 균열의 3중 충격
  • 1조 달러 베이시스 트레이드 뇌관·채권펀드 156억 달러 유출 ·수전 콜린스 "전적으로 개입 준비"

뉴욕 타임스퀘어 미국국기 AFP 연합뉴스.jpg

미국발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지난주 미국 국채 금리의 장단기 격차가 급격히 확대돼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채 30년물은 1987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2025년 4월 11일 사람들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미국 국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4월 9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 관세' 90일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처음부터 계획된 협상 전술"이라고 강변했지만, 시장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발표 직전까지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를 돌파하며 치솟았고, 주식·채권·달러가 동시에 팔리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 전개되고 있었다. 채권시장의 붕괴 공포가 트럼프의 손을 멈춰 세운 것인가. 그리고 1조 달러짜리 레버리지 도박판은 어떻게 세계 최대 채권시장의 심장부에 세워졌는가. 이 두 질문을 추적한다.


방아쇠 당기기⋯'해방의 날'부터 90일 유예까지, 7일간의 기록


채권시장이 무너진 배경을 이해하려면 타임라인을 따라가야 한다.


4월 2일 '해방의 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시장은 즉각 패닉에 빠졌다. 나스닥은 이틀간 11% 폭락했다.


4월 4일: 중국이 34% 보복 관세로 맞불. 이날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국채로 몰렸다. 안전자산으로의 전형적인 자금 이동이었다. 10년물 금리는 3.86%까지 내려갔다.


4월 7~8일: 시나리오가 뒤집혔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데 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주식을 팔면서 국채도 파는 이상한 흐름이었다. 10년물 금리는 사흘 만에 40bp 이상 급등하며 4.5%를 돌파했다.


4월 9일 오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채권 시장에서 레버리지 청산이라는 경련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안심용 발언이었지만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는 "헤지펀드 경력에서 이런 일을 자주 봐왔다"며 "시스템적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일 도이체방크의 전략가 조지 사라벨로스는 이날 "연준이 국채시장 안정화를 위해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4월 9일 오후: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시장 기능이나 유동성 우려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트럼프는 90일 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이 타임라인 어디에도 '처음부터 계획된 협상 전술'이라는 증거는 없다. 반대 증거는 있다. 전날까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무역 보좌관은 공개석상에서 "관세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애널리스트 짐 비앙코는 당시 소셜미디어에 "시장이 부서지기 쉬운 상태"라고 썼다. 채권시장이 정책 결정의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것이 시장의 주류 해석이었고, 이 해석은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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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7일 간의 기록-채권 시장은 어떻게 무너졌나. 인포그래픽=포커스온경제

베이시스 트레이드: 1조 달러 시한폭탄의 구조

 

이번 혼란의 내부에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낯선 구조적 시한폭탄이 있다. 바로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절반도 파악할 수 없다.


구조는 이렇다. 헤지펀드가 국채 현물을 매입하고 동시에 국채 선물을 매도해 그 사이의 미세한 가격 차이에서 수익을 뽑는 거래다. 수익 자체는 극히 작다. 그래서 헤지펀드들은 최대 50배, 심하면 10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거래 규모를 키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베이시스 트레이드 규모는 약 1조 달러에 달했다. 2020년 2월(6600억 달러)보다 50% 이상 많다.


문제는 이 구조가 충격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헤지펀드는 다른 포지션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는다. 증거금(마진) 요구가 들어온다.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가장 빠르게 팔 수 있는 자산인 국채 현물을 내던져야 한다.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국채를 던지면 딜러(프라이머리 딜러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압박을 받는다. 딜러들이 받아주지 못하면 유동성이 순식간에 말라붙는다. 금리가 폭등하고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금융 시스템의 '배관(plumbing) 고장'이라 부른다.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몸담은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청산이 장기물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에드 알 후세이니, 콜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 금리전략가"


  "지금 벌어지는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제임스 에이스, 말버러 투자운용"


38년 만의 이상 신호⋯데이터가 말하는 것


SSGA(스테이트스트리트)의 분석에 따르면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월 11일 마감 기준 주간 46bp 급등해 1987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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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달러 뇌관-베이시스 트레이드 해부도. 인포그래픽=포커스온경제

 

이 수치가 얼마나 이례적인가를 이해하려면 맥락이 필요하다. 미국 국채 시장은 약 29조 달러 규모다.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다고 알려진 이 시장에서 30년물 금리가 한 주 만에 46bp 움직였다는 것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통상 0.01~0.05%포인트 수준의 미세한 가격 차이를 노리는 베이시스 트레이드 관점에서 이 변동폭은 100배 레버리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장기 국채가 주가가 급락할 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경기침체 우려 때 작동해야 할 경기 역행적 충격 완충제를 제거한 것이다.-니컬러스 콜라스,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 창업자"


1조 달러 뇌관을 방치한 규제 실패⋯감독 공백의 책임


심층보도의 두 번째 핵심 질문이다. 이 1조 달러짜리 레버리지 시한폭탄이 어떻게 세계 최대 채권시장의 심장부에 세워질 수 있었는가.


브루킹스연구소가 2025년 3월 발표한 논문은 이 구조적 취약성을 정면으로 파헤친다. 하버드대 아닐 카샤프·제레미 스타인, 시카고대 조나단 월런 교수 등이 공동 저술한 이 논문의 핵심 진단은 명확하다. 뮤추얼펀드, 연기금, 헤지펀드들의 국채 보유 비중이 전체의 27% 이상으로 증가한 반면, 가격에 덜 민감한 외국 공공 기관의 비중은 2015년 약 50%에서 현재 30%로 감소했다. 가격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간 레버리지 플레이어들이 국채시장의 핵심 보유자가 된 것이다.


규제 당국은 이 위험을 알고 있었다. 뉴욕연은은 2025년 4월 1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알고 있었지만 막지 않았다. 은행의 레버리지 비율 규제(SLR) 완화, 국채 거래의 중앙청산소 의무화, 레포 파이낸싱 국채 매입에 최소 증거금 요건 도입 등 보완책 논의는 있었으나 어느 것도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제도 개선이 위기를 뒤따라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의 리즈 트러스 순간'⋯역사적 선례가 보내는 경고


컬럼비아대 경제사학자 아담 투즈는 4월 9일 자신의 서브스택에 이렇게 진단했다. '이것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청산이다.'


역사적 비교 대상은 2022년 영국 국채(길트) 사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대규모 재정 확장을 발표하자 채권시장이 즉각 반란을 일으켰다. 길트 금리가 폭등했고, 영국 연기금들이 레버리지 전략에서 대규모 강제 청산에 몰렸다. 영란은행이 긴급 개입해 길트를 매입하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됐다. 트러스는 취임 45일 만에 총리직을 내놨다.


차이점도 있다. 영국 사태는 영국만의 문제였다. 미국 국채 시장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쓰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의 기반이다. 미국 국채의 신뢰가 흔들리면 글로벌 금리 기준점이 흔들리고, 신흥국 통화와 채권 시장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위기의 파급 경로가 비교할 수 없이 넓다. 


'셀 아메리카'의 진짜 의미⋯달러 패권의 구조적 균열인가


주가가 떨어지면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 지난 수십 년의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주가도, 채권도, 달러도 동시에 팔렸다. ING 분석가들은 '셀 아메리카 거래가 채권과 주식 모두에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채 보유의 지형도 변하고 있다. 2015년 약 50%였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현재 약 30%로 줄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1999년 72%에서 현재 57%로 낮아졌다.


중국이 미국채를 전략적 무기로 대규모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 움직임이 레버리지 롱 포지션 청산과 관련된 선반영으로 더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관세 전쟁 에스컬레이션 국면에서 중국의 미국채 매도는 언제든 꺼낼 수 있는 핵옵션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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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의 균열-숫자로 보는 신뢰 이탈. 인포그래픽=포커스온경제


연준의 딜레마⋯개입하면 인플레, 방치하면 붕괴


상황이 급박해지자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는 4월 1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장 기능이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여러 장이다. 양적 긴축(QT) 조기 종료, 은행 자본규제(SLR) 완화를 통한 딜러 역량 확대, 레포 시장 유동성 공급, 그리고 최후 수단으로 대규모 국채 직접 매입이 그것이다. 2020년 3월 연준은 수 주 만에 1조 6000억 달러어치 국채를 사들여 시장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지금의 연준은 2020년과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면 통화 완화 신호가 된다. 물가를 잡아야 하는 연준의 신뢰성이 훼손된다. 연준은 '개입하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이 무너질 수 있는' 딜레마 앞에 서 있다.


'정상적 디레버리징'⋯베선트의 말은 옳은가


베선트 장관의 '정상적 디레버리징'이라는 진단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그는 폭스 비즈니스에서 "2~3년마다 레버리지가 쌓이다 리스크 관리자들이 포지션을 줄이라고 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번 레버리지 규모는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1조 달러는 2020년의 1.5배를 넘는다. '2~3년마다 있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둘째, 시스템적 문제가 없다면 왜 수전 콜린스가 "전적으로 개입할 준비"를 공언했는가.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발언이 오히려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했다.


그렇다고 투즈의 '실존적 위기' 경고가 모두 현실화됐다고 볼 수도 없다. 뉴욕연은은 이번 사태가 2020년 3월보다 훨씬 덜 파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레포 금리는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지난 10일과 11일 실시된 10년물·30년물 국채 경매에서 수요가 견조했다. 시스템 붕괴 직전까지 갔는지, 아니면 단기적 경련에 그쳤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헤지펀드 포지션 데이터와 중국의 실제 매도 규모 등 결정적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자에게 남겨진 과제⋯새로운 위험 지형을 이해하라


이번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두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첫째, '미국 국채=안전자산'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무조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적자 확대, 레버리지 플레이어들의 이탈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장기 국채가 주가 하락 시 자동으로 오르는 경기 역행적 완충재 역할을 하지 못한다. 60/40 전통 포트폴리오 전략의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


둘째, 베이시스 트레이드와 같은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전략이 채권시장 '배관'의 핵심을 담당하는 구조는 다음 충격에도 반복될 것이다. 레버리지 한도 규제, 중앙청산소 의무화, 딜러 역량 확대 등의 구조 개혁이 실행되지 않는 한 연준은 또 개입해야 한다. 2019년 레포 시장 위기, 2020년 국채시장 발작, 2025년 4월 경련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시장 변동성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취약성이다.



▶ 기자 시각

미국 국채 시장의 이번 혼란이 일회성 경련인지, 달러 패권 균열의 시작인지를 판단할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헤지펀드 포지션 데이터와 중국의 실제 매도 규모는 수 주 후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까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하나다. 다음 충격이 왔을 때 연준이 또다시 개입해야 하는 구조-그 구조가 바뀌었는지 여부다. 

 

관건은 미·중 무역 협상의 향방, 의회 감세 법안이 재정 적자를 얼마나 확대하느냐, 그리고 연준이 어떤 방식으로 다음 충격에 대비하느냐다. 이번 사태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미국 재정 건전성과 달러 패권이라는 두 기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구조적 전환점의 예고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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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 트럼프 관세 유예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나⋯1조 달러 레버리지 뇌관과 채권시장 붕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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