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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플라자 합의 40년, G7 성명서에 나타난 '감정의 시대'
-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인 선진 5개국 재무장관들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달러 고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다자간 '공조 개입'의 서막을 연 '플라자 합의'다. 이 합의는 전후 세계 통화 질서의 변곡점이자, 이후 40년간 세계가 금융위기 등 격랑을 헤쳐나가는 다자 협력 체제의 주춧돌이 됐다. 합의 40주년을 맞은 지금, 그 유산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국제 공조를 외면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축 통화인 달러는 흔들린다. 세계 경제의 사령탑 노릇을 해온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성명서를 분석해보니, 협력과 이성 대신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냉전 종식기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40년 공조의 틀이 중대한 기로에 섰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분석은 이런 변화를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1985년부터 40년간 나온 G5와 G7의 성명과 관련 문서 193건을 텍스트 분석 기법으로 살핀 결과, 문서 안에서 감정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과 2025년에 걸쳐 13% 안팎까지 치솟았다. 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1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3년 평균은 13.4%로 40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냉전이 끝난 뒤 11%대에서 안정됐던 감정 표현 비중이 202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분석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G7 리서치 그룹'과 일본 재무성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정치·외교 문서 분석에 쓰는 'LSD(Lexicoder Sentiment Dictionary)'를 활용했다. 달러부터 AI까지…40년간 G7은 무엇을 논했나 지난 40년간 G7은 무엇을 논의하며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었을까. 단어 출현 패턴으로 주제를 자동 추출하는 '잠재 디리클레 할당(LDA)' 기법으로 논의의 흐름을 짚었다. ① 1980년대: '달러 강세' 바로잡으며 연 공조의 시대 국제 공조의 출발점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그에 따른 달러 강세였다. 기축통화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미국이 G5 회의를 주도했고, 그 결과가 플라자 합의다. 그 뒤 달러-엔 환율은 1달러=240엔에서 반년 만에 180엔까지 약 30% 떨어졌고, 걷잡을 수 없는 달러 약세를 막고자 1987년 '루브르 합의'라는 반대 방향의 공조가 이뤄졌다. 하지만 공조는 만능이 아니었다. 같은 해 뉴욕 증시를 덮친 '블랙 먼데이'는 각국이 다시 자국 정책을 앞세우는 계기가 됐다. ② 1990년대: '신흥국 위기'라는 새 과제 냉전이 끝나자 자본은 신흥국으로 몰렸지만, 달러 빚에 기댄 성장은 멕시코(1994년)와 아시아(1997년)의 연쇄 통화 위기를 일으켰다. G7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IMF 등과 머리를 맞댔다. 이 시기 로버트 루빈 당시 미 재무장관의 "강한 달러는 국익에 부합한다"는 선언은 미국의 정책 전환을 상징하며, 이후 미·일의 '칠석 개입' 같은 시장 개입 공조가 이어졌다. ③ 2000년대: '지정학 위기'의 부상 2001년 9·11 테러는 G7 논의 테이블에 '테러 자금 차단'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올렸다. 당시 G7은 "극악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긴급성명을 냈다. 경제·금융 문제를 넘어 지정학 위기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후 중동 정세 불안,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 등이 겹치면서 '에너지 안보'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올랐고, 성명서의 감정 표현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④ 2008년~: '미증유의 위기'와 공조의 절정 국제 공조의 힘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때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였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 시스템 붕괴 직전에 몰리자 G7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약속하며 미증유의 위기에 함께 맞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엔화 가치가 치솟자 즉각 공조에 나서 시장을 안정시킨 것도 성공적으로 협력한 사례다. ⑤ 현재: '디지털·AI' 현안 속 엇갈리는 행보 최근 G7의 핵심 의제는 디지털 통화, 사이버 보안, AI 규제 등이다.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 구상에 공동 대응하며 통화 주권을 지키려 했던 모습과 달리, AI 규제 문제에서는 미국과 유럽·일본의 견해가 엇갈리는 등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다시 고개 드는 '불균형'…데이터가 보내는 경고 공조 체제가 삐걱대면서 10년 넘게 자취를 감췄던 '불균형(imbalance)'이란 단어가 G7 성명에 다시 나타났다. 2025년 5월 회의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겨냥한 '세계 거시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그간 G7의 상징과도 같았던 '보호무역주의 반대' 문구는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갈등이 되풀이될 것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G7의 '감정'이 실물 경제에 보내는 신호다. G7 성명의 긍·부정 표현을 점수화한 결과, 감정 점수가 부정 쪽으로 기운 뒤 약 3년이 지나 경기가 둔화하는 흐름이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던 2005~2007년 점수가 100을 밑돌았고, 3년 뒤인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현재 이 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6년부터 100을 밑돌며 2023년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런 구도 속에서 각국의 처지도 달라졌다. 과거 플라자 합의의 주된 상대였던 일본은 미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서 한동안 관심 밖이었으나, 최근 다시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25년 6월 보고서는 일본을 향해 "대규모 공적 연금펀드 등의 해외투자는 경쟁 목적으로 환율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엔저 압력을 견제했고, 일본을 중국, 독일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감시 리스트)'으로 지정했다. 존 커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환율뿐 아니라 복잡한 문제가 늘면서 G7이 공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장기신용은행에서 외환 스와프를 담당했던 고이케 쇼이치로 외환 컨설턴트는 "G7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길게 보면 환율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정치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며 "국제 공조의 모습이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감정의 시대'를 넘어 기축 통화 없는 '통화 G-제로' 세계의 새 질서를 찾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Key Insights] G7의 국제 공조 붕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환율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한국 역시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 [Summary] 플라자 합의 40주년을 맞아 G7의 국제 공조 체제를 분석했다. 공식 문서의 감정적 표현이 냉전기 수준으로 급증하며 협력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부정적 감정 고조 후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은 세계 경제의 중대한 위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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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플라자 합의 40년, G7 성명서에 나타난 '감정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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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3)] 78만 년의 침묵을 깬 지구 자기장 역전의 '소리'⋯혼돈의 교향곡 재현됐다
- 독일 헬름홀츠 지구과학 연구센터(GFZ) 연구팀이 약 78만 년 전 발생한 지구의 거대한 격변, '마투야마-브룬헤스(Matuyama-Brunhes) 자기장 역전' 현상을 소리로 재현했다. 2024년 약 4만 1000년 전의 '라샴프 사건(Laschamps event)'으로 알려진 자기장 변화를 음향으로 복원하는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이번에는 훨씬 더 오래된 시대의 지질 데이터를 섬뜩한 청각 경험으로 되살려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나침반이 언제나 지리적 북극을 가리킬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지자기 북극과 지리 북극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자기장 역전 현상은 물론, 태양의 자기장 변화처럼 지구 자기장도 수만 년에 걸쳐 극이 뒤바뀌는 역전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 당시에는 지자기 북극이 적도의 남쪽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GFZ의 지구물리학자인 사냐 파노프스카와 아흐메드 나세르 마흐굽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시추 코어 퇴적물에 남은 고대 자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시 지구 자기장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막시밀리안 아르투스 샤너가 데이터를 시각화했고, 클라우스 닐센과 샤너가 음향화 작업을 맡아 소리를 완성했다. 땅속 액체 금속이 만든 '지구 방패막' 지구 자기장은 행성 중심부의 핵, 그중에서도 액체 상태인 외핵에서 소용돌이치는 초고온의 쇠와 니켈이 만들어낸다. 나침반에 의존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자기장의 변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의 거대한 자기장은 단순한 방향 표시 기능을 넘어, 우주로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뻗어 나가 지구를 둘러싼 자기권을 형성해 태양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태양풍과 같은 고에너지 입자들로부터 지표를 보호하는 거대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이 자기장은 극지방의 오로라를 만들어내는 장관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 자기장은 생각보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일예로 지난해 12월 자기북극의 위치가 업데이트 되기도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은 "지난 200년 동안 지구 자기장은 평균적으로 약 9% 약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지자기(古地磁氣)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자기장은 지난 10만 년 동안 가장 강한 수준이며, 백만 년 평균보다도 두 배 가까이 강력하다는 분석도 있다. 1831년, 영국 해군 장교이자 극지 탐험가인 제임스 클라크 로스가 자기 북극의 정확한 위치를 처음으로 측정한 이후, 자기 북극은 북서쪽 방향으로 약 1,100km(600마일) 이상 이동했다. 이 이동 속도는 과거 연간 약 16km(10마일)에서 현재는 연간 약 55km(34마일)로 빨라지고 있다. 지자기 극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무작위로 뒤바뀔 수 있으며, 그 간격은 1만 년에서 최대 5000만 년 이상에 이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약 4만 1000년 전에는 '라샴프 사건(Laschamps event)'으로 알려진 일시적인 자기장 역전이 발생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자기 역전 과정은 단순한 극의 이동이 아니다. 지구의 남북 자극은 깔끔하게 자리를 바꾸는 대신,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여러 개의 자극으로 쪼개졌다가 불안정하게 합쳐지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느리게 반복한다. 연구팀이 재현한 소리는 처음에는 평온하지만, 이내 '불협화음의 혼돈'으로 돌변해 당시의 격변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지속된 자기극 역전은 약 78만 년 전에 발생했으며, 이 역전의 증거를 처음 발견한 지구물리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마투야마-부룬헤스 자기장 역전'이라고 명명됐다. 라샴프 사건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 단기간 지속된 반면,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은 더 긴 시간 척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이 정확히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는 아직 과학적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더 높은 추정치는 역전이 2만 2000년 동안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역전의 증거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주로 퇴적물 기록의 자기장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빙하와 용암에 새겨진 78만 년의 흔적 자기장이 약해지면 더 많은 우주 방사선이 대기로 들어오는데, 이때 특정 물질(베릴륨-10 동위원소)이 평소보다 많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눈과 함께 쌓여 빙하 속에 그대로 기록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성명을 통해 "독일 포츠담에 있는 헬름홀츠 지구과학 센터(GFZ)의 연구진은 전 세계의 굴착 코어에서 채취한 퇴적물에서 추론한 고지자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전 전, 역전 중, 역전 후의 자기장에 대한 글로벌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남극이나 그린란드의 빙하를 깊게 파내어 (빙하 코어) 각 시대별 얼음층에 남은 베릴륨-10의 양을 분석해, 과거 자기장의 세기를 역으로 알아낸 것이다. 또한, 화산 폭발 시 용암이 굳는 과정에서 남겨진 자기 흔적을 통해서도 당시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조상도 겪은 2만 2천 년의 대격변 우리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이 기나긴 격변의 시기를 직접 겪었다. 과학자들은 자기 역전이 최대 2만 2000년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 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의 논쟁이 남아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기장의 급격한 변화가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이나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인류에 관한 기록이 매우 드물어 구체적인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기 역전 다시 올까?…미래 예측과 현대 기술의 과제 지질학에서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은 '중기 플라이스토세(Middle Pleistocene)'라는 지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기준점이다. 만약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 규모의 자기 역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전력망, 통신, GPS 위성 항법 같은 현대 사회의 핵심 기반 시설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남대서양에서 나타난 자기장 이상 현상 탓에 일시적인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전문가들은 지구가 곧 자기장 역전을 겪을 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1830년대 이후 자기장 세기가 약 10%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역시 자기장 세기 감소가 반드시 극성 역전의 전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자기장 세기는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으며, 앞으로 다시 강해질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헬름홀츠 지구과학 연구센터의 사냐 파노프스카 연구원은 "이처럼 큰 사건을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의 우주 기후 예측, 환경 영향 평가, 지구 체계의 장기 변화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78만 년 전의 자기장 역전은 단순한 극의 교체가 아닌 수만 년에 걸친 혼돈의 시기였다. 그 정확한 영향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인류와 지구 생명체 진화에 중요한 배경이 된 것은 분명하다. 소리로 되살린 이 사건은 현대 인류 출현의 무대를 마련한, 잊히지 않는 노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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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3)] 78만 년의 침묵을 깬 지구 자기장 역전의 '소리'⋯혼돈의 교향곡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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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애플, 시리 AI 혁신 '삐걱'…수년간의 기능 장애와 리더십 부재가 발목
- 지난달, 애플이 음성 비서 시리의 핵심 임원진을 교체하고 차세대 인공지능(AI) 기반 기능 출시를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더인포메이션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수년간 지속된 기능적 문제와 AI/ML(인공지능/머신러닝) 그룹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그룹 간의 심각한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수의 내부 관계자들은 시리의 더딘 발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형편없는 리더십'을 지적했다. 특히, 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어떻게 '시리의 AI 혁신에 실패했는지'" 상세하게 분석하며, 지난 몇 년간의 AI 및 시리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애플 내부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심층적으로 파헤쳤다. 매체는 애플의 AI 분야 난항이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 연관이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형편없는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더인포메이션은 "지안안드레아가 이끄는 AI 및 머신러닝 그룹(약칭 AI/ML)에서 일했던 6명 이상의 전직 애플 직원들은 형편없는 리더십이 실행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래 버전의 음성 비서 설계에 있어 "야망과 위험 감수 의지가 부족"했던 로비 워커를 주요 책임자로 지목했다. 내부 고발자들이 지적한 리더십 문제 애플 내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AI 그룹의 소극적인 문화와 실행력 부족으로 인해 그들의 이니셜을 딴 'AIMLess(목표 없는)'라는 냉소적인 별명까지 붙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보도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워커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했다. 워커는 시리의 전반적인 성능 향상보다는 "사용자가 시리에게 질문했을 때와 답변을 받을 때까지의 지연 시간을 아주 작은 비율로 줄이는 것과 같은 '작은 승리'를 자주 축하했다"고 전직 엔지니어들은 증언했다. 또한, '헤이 시리(Hey Siri)' 음성 호출 명령어에서 '헤이'를 제거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된 점도 그의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더인포메이션은 워커의 문제점을 "숲 전체가 엉망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친 채, 한두 그루의 멋진 나무에만 집중하는 시나리오"라고 비유하며, "빠르고 잘못되거나 쓸모없는 (혹은 그저 평범한) 답변은 느리고 잘못되거나 쓸모없는 답변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엇갈리는 목표와 불협화음 내부에서는 AI 그룹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그룹 간의 불만도 고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그룹의 일부는 AI 그룹 동료들의 '더 높은 급여와 더 빠른 승진'에 불만을 느꼈으며, 일부 AI 그룹 엔지니어들이 '더 긴 휴가를 가거나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룹 간의 불신은 극에 달해 올해 초에는 지안안드레아의 부하 직원이 공동 프로젝트 실패 시 AI 팀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지니어들에게 개발 과정을 상세히 문서화하도록 지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페데리기가 '수백 명의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구성된 'Intelligent Systems'라는 자체 팀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두 그룹 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한편, 워커는 시리 응답 시간 단축과 같은 소소한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한 엔지니어 팀이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하여 시리에게 감정적인 공감 능력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2024년 WWDC에서 공개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 시연이 '사실상 허구'였다는 주장이다. 시리가 사용자의 이메일을 확인하여 항공편 정보를 찾고, 메시지를 통해 점심 약속을 알려주며, 지도 앱에 경로를 표시하는 등의 시연은 '시리 팀 구성원들에게도 놀라움'이었으며, 그들은 '해당 기능의 작동 버전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페데리기는 시리 엔지니어들에게 "최고의 AI 기능을 구축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는 애플 자체 모델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오픈 소스 모델'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안안드레아는 챗봇과 같은 대화형 AI 인터페이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며, 시리와의 빠른 대화나 상황에 맞는 제안 등 다른 방식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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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애플, 시리 AI 혁신 '삐걱'…수년간의 기능 장애와 리더십 부재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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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침체로 이혼율 감소
- 중국에서 이혼율이 2022년부터 연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이혼 하락률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이혼법에 부동산 재산 분배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 겐다이 미디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앙대학교 정책문화종합연구소 초빙연구원인 기타무라 유타카(北村 豊, Kitamura Yutaka)는 "2021년부터 중국의 이혼 건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3년 6월 9일 중국 정부 '민정부'가 공개한 '2022년 4분기 민정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이혼 건수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는 젊은 세대 인구 감소, 결혼에 대한 니즈 축소, 그리고 남녀 비율의 불균형 등이 결혼 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혼율 감소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중국 결혼 추세 데이터를 보면, 2013년에는 총 1346.9만 쌍의 결혼이 이루어졌으나, 2022년에는 683.3만 쌍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른 결혼률도 2013년 9.9%에서 2022년에는 4.8%로 줄어든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1000명당 4.8쌍이 결혼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중국에서의 이혼 건수가 350만 쌍을 기록한 반면, 2019년에는 470.1만 건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이혼 건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며, 이혼률 역시 2013년 2.6%에서 2021년 2.0%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특별 이혼율'이라는 지표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사이에 결혼한 부부의 절반이상이 이혼한 것과 대조적으로, 2022년에는 이 지표가 30.7%로 크게 줄었다. 이 지표는 일반 이혼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며, 일본에서도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 간의 특별 이혼율이 32%로, 중국의 최근 수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2020년부터 이혼 건수와 이혼률이 감소한 원인은 무엇일까? 중국에서의 이혼 방식은 '합의 이혼'과 '소송 이혼'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합의 이혼'은 양쪽 모두가 이혼에 합의하면 30일 이후에 성립되는 반면, '소송 이혼'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법원을 통해 결정되는 방식이다. 또한, 이혼 시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하는 것이 '재산 분배' 문제다. 2001년 제정된 '결혼 법'의 개정안에서는 '부부 재산 제도'가 도입되었고, '개인 고유 재산'에 대한 조항이 추가됨으로써 부부 중 한 사람이 소유한 혼전 재산이나 상속받은 재산이 해당 사람의 재산으로 규정되게 되었다. 2011년 중국에서는 부부의 동산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제시하는 '혼인법의 해석'이 발표됐다. 이 중 주목받는 내용으로는, 혼인 후 부부가 소득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위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 또는 혼전에 대출로 부동산을 구입한 경우와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의 부동산 처리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부부 중 한 명의 부모가 결혼 후 자녀를 위해 부동산을 구입하고 그 부동산을 자녀 명의로 한 경우, 해당 부동산은 선물로 간주되며 부부 중 한 사람의 개인 재산으로 취급된다. 이와 같은 규정은 부부 간의 이혼 소송에서 '주택 부동산'의 분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더불어, 2017년경 중국에서는 도시 지역에서 한 가정이 두 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할 수 없는 법 제정 이후 '위장 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 소유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최근 3년 연속으로 이혼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혼 과정에서 부부 간에 가장 큰 분쟁 요인이 되는 것은 바로 '부동산 재산 분배'이다. 특히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분할에 관한 협의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한쪽이 주택의 시세에 맞춘 반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 제안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 배경에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있다. 현재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혼 시에 부동산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재산을 공평하게 분할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더욱이, 2023년 8월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건설이 중단된 부동산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다. 분양가를 분할하여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원하더라도 실제로 이혼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이혼 전문 변호사 류승비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과 이혼 사이의 관계에 대해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이거나 상승할 때, 이혼을 원하는 부부는 재산 분배에 큰 분쟁 없이 합의를 이루곤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때는 주요 재산인 부동산의 가치가 불분명해져 이혼 결정을 내리는 부부가 드물어진다. 실제로 많은 상담을 받았지만 결정적으로 이혼을 추진하는 부부는 보기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부동산 불황과 이혼 시의 재산 분배 문제가 이혼 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나 상승은 이혼 결정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며, 부동산 관련 이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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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침체로 이혼율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