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
-
[글로벌 밀리터리] 美 B-2 스텔스기, 이란 비밀 핵시설 '탈레간 2' 강타⋯위성사진에 크레이터 3개 선명
- 미 공군의 핵심 전략타격 자산인 B-2 '스피릿(Spirit)'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비밀 핵시설 '탈레간 2(Taleghan 2)'를 타격해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위성 영상 분석 기업 반토르(Vantor)는 12일(현지시간), 탈레간 2 시설 상부에 거대한 구멍 3개가 새로 생긴 사실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이 같이 보도했다. '14t 철추(鐵錐)' GBU-57, 콘크리트 방호벽 뚫고 심장부 직격 반토르가 공개한 3월 6일(공격 전)과 3월 11일(공격 후)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탈레간 2 시설 지붕에 대형 크레이터 3개가 선명하게 형성된 것이 확인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타격 흔적의 규모와 패턴을 근거로, 미 공군 현존 최강의 지하 관통 폭탄인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대형 구조물 관통탄)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한다. GBU-57은 단일 재래식 폭탄으로는 세계 최중량인 1만 3600㎏(약 14t)에 달하는 초대형 병기다. 강화 콘크리트 벽을 최대 60m 이상 관통하도록 설계된 이 폭탄은, 미 공군 전력 가운데 오직 B-2 스텔스 폭격기만이 운용할 수 있다. GBU-57이 실전에 투입된 전례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이란 전쟁 당시로, B-2가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을 타격하는 데 사용한 것이 최초 실전 사례였다. 반토르 측은 "이번 탈레간 2의 크레이터 형상이 당시 포르도·나탄즈의 타격 흔적과 구조적으로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콘크리트에 토사까지…이란의 이중 위장도 속수무책 이란 당국은 미군의 타격에 대비해 올 초부터 치밀한 위장 공사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1월 중순께 탈레간 2 시설 상부를 신형 콘크리트로 전면 피복했다. 이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이 개시되기 불과 수 주 전, 그 위에 대량의 토사(土砂)를 추가로 쌓아 위성 정찰을 따돌리려 한 흔적도 확인됐다. 반토르는 "이란 내 다른 핵시설에서도 유사한 은폐 행위가 포착됐지만, 탈레간 2에서의 조치는 그 어느 곳보다 규모가 크고 집중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중 위장 공사가 역설적으로 미군의 타격 결정을 앞당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탈레간 2를 서둘러 강화하는 정황 자체가 미군의 표적 우선순위를 높이는 신호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환기구 없는 '밀폐 요새'도 무용지물…포르도와 다른 전술 적용 탈레간 2 타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구조적 차이다. 지난해 포르도 시설 공격 당시 B-2는 환기 샤프트 2개에 각각 폭탄 6발을 집중 투하해, 내부 깊숙이 충격파를 전달하는 전술로 목표를 파괴했다. 환기구가 사실상 '관통 경로'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탈레간 2는 그러한 외부 노출 개구부(開口部)가 전혀 없는 완전 밀폐형 구조였다. 그럼에도 B-2는 시설 상부를 직격 관통해 내부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환기구를 경유하지 않고서도 수십 미터의 콘크리트·토사 복합 방호층을 뚫어낸 이번 사례는, GBU-57의 관통 한계를 사실상 재정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 중부사령부 '묵비권'…B-2는 개전 첫날 밤부터 이란 전역 폭격 중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탈레간 2 타격 여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B-2 편대가 지난 2월 28일 미·이스라엘 연합 작전 개시 첫날 밤부터 이란 전역의 전략 표적을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이번 탈레간 2 타격으로 포르도, 나탄즈에 이어 이란 핵 개발의 3대 축으로 꼽히던 시설 모두가 사실상 정밀 타격을 받은 셈이 됐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란이 수년간 구축해 온 지하 요새화 전략이 미군의 압도적 관통 전력 앞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란의 핵 재처리 및 연구 역량이 단기간 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 세계
-
[글로벌 밀리터리] 美 B-2 스텔스기, 이란 비밀 핵시설 '탈레간 2' 강타⋯위성사진에 크레이터 3개 선명
-
-
국제유가, 이틀째 급등세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 국제유가는 12일(현지시간)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 등 영향으로 2거래일 연속 급등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9.7%(8.48달러) 오른 배럴당 95.73달러에 마감됐다. WTI 선물은 장중 11% 이상 오르며 97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9.2%(9.48달러) 오른 100.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이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9일에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이란의 새로운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물론 페르시아국가내 미군기자에 대한 공격지속 등 전선 확대의 의지까지 내비쳤기 때문이다. 모즈타바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는 지렛대는 반드시 계속 사용돼야 한다"며 "적이 거의 경험이 없고 매우 취약할 다른 전선들을 여는 것에 대한 검토도 이뤄졌다"면서 전선 확대 의지도 보였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군사충돌은 이날도 이어졌다. 이날 이라크 남부 항구에서 유조선 2척이 이란에 의한 공격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수송 요충인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이란 외무부 차관인 마지드 타흐르-라반치는 AFP와 인터뷰에서 "일부 국가들은 이미 해협 통과 문제에 대해 우리와 논의했으며 우리는 그들과 협력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현재 이 지역의 미군 자산이 이란 공격 능력을 파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트 장관은 이달말까지 유조선 호위를 위한 준비가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날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후에 페르시아만 연안국가의 석유생산량이 하루 1000만 배럴(전세계 소비량의 1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IEA는 “원유 수송이 빠르게 재개되지 않은 한 공급 급감은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앞서 IEA는 회원국이 석유비축 협조방출에 합의했다 발표했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석유방출에 따른 공급완료까지 120일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비축유 방출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선임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호르무즈해협이 무기한으로 봉쇄가 지속된다면 주요산유국에 의한 추가 감산과 생산중단을 불러일으키고 IEA에 의한 석유비축유 협조방출이 가격을 억제하는 것은 곤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CA리서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협조방출은 불충분한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수송을 미국선박으로 제한하는 ‘존스법’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은 달러강세 등에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가격은 1.0%(53.3달러) 내린 온스당 5125.8달러에 거래름 마쳤다.
-
- 경제
-
국제유가, 이틀째 급등세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
-
[월가 레이더] 유가 100달러에 무너진 뉴욕증시⋯다우 739P 급락, 4만7000선 붕괴
- 뉴욕증시가 12일(현지시간) 이란 전쟁 장기화와 국제유가 폭등 충격에 다시 무너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39.42포인트(1.56%) 내린 4만6677.85에 마감, 올해 처음 4만7000선을 내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2% 하락한 6672.62, 나스닥지수는 1.78% 떨어진 2만2311.98로 거래를 마쳤다. 세 지수 모두 2026년 종가 기준 최저치다. 도화선은 유가였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브렌트유 선물은 9.22% 급등한 배럴당 100.46달러에 마감했다. 2022년 8월 이후 첫 100달러 위 종가다. WTI도 9.72% 오른 95.73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하루에만 선박 7척이 추가 피격됐고,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은 미 해군이 유조선 호위 준비가 아직 안 됐다고 시인했다. IEA의 역대 최대 4억 배럴 방출 결정과 미국의 1억7200만 배럴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도 시장을 달래지 못했다. 업종별로는 S&P500 11개 업종 중 8개가 하락했다. 에너지주(쉐브론·엑손모빌)만 신고가를 썼고, 금융·기술주가 약세를 주도했다. 오라클만이 예외였다.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900억 달러로 상향하며 9% 급등했다. [미니해설] 비축유 쏟아도 유가 잡히지 않은 이유…문제는 물량이 아니라 물류 이번 장세의 핵심은 유가 100달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를 동시에 흔든다는 데 있다. WSJ에 따르면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하루 새 3.634%에서 3.759%로 뛰었다. 지난 5월 이후 최대 일간 상승폭이다. CME 페드워치 기준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은 불과 이틀 전 24%에서 45%로 치솟았고, 이란 전쟁 발발 직전(4%)과 비교하면 시장의 계산은 완전히 뒤집혔다. 비탈 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는 "이란이 경제 혼란을 전략 무기로 활용하는 방식이 먹히고 있다"며 "테헤란의 강경 지도부는 유가를 레버리지 삼아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로 밀어붙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혀 일시적 유가 진정을 이끌었지만, 하메네이의 봉쇄 고수 발언이 나오자 그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IEA 4억 배럴과 미국 1억7200만 배럴의 방출 발표가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한 이유도 구조적이다. 숫자만 보면 초대형 대응이지만 WSJ는 미국 전략비축유가 대통령 결정 후 시장 도달까지 최소 13일이 소요되고, 최종 소비지까지는 그보다 훨씬 더 걸린다고 짚었다. CNBC도 실제 정제제품과 해상 운송 리스크는 여전히 별개 문제라고 전했다. 시장이 묻는 것은 "얼마를 푸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디까지 공급이 정상화되느냐"다. 원유를 시장에 던지는 것과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더 무서운 이유는 원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해협을 통해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약 20%, LNG의 상당 부분이 오간다. WSJ는 이란 측 보도를 인용해 홍해·수에즈 항로 차단 가능성까지 거론됐다고 전했다. 항로가 이중으로 막힌다면 원유는 물론 정제유·LNG·화학 원료 운송까지 연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에너지주가 신고가를 쓰는 동안 지수 전체가 하락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에너지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경제 전체에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연준도 손발 묶였다…'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 재등장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에서 연준도 선뜻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이다. CNBC가 인용한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전쟁이 인플레이션과 고용 중 어느 쪽을 더 훼손할지 확인할 때까지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물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 전략가는 "에너지 비용이 현 수준에서 지속된다면 소비자 체감 경기를 짓누르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구매 여력 이슈가 전면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가계 재무 건전성과 고용 여건은 현재로선 양호하고, 에너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며 구조적 붕괴보다는 일시적 충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S&P500의 연고점 대비 낙폭은 아직 4% 남짓이다. 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전쟁 변수를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브렌트유의 선물 곡선이 '백워데이션(근월물 프리미엄)' 구조로 급격히 전환된 것은 시장이 단순한 일회성 충격이 아닌 장기 공급 차질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WSJ에 따르면 연초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에 머물던 브렌트유 근월물이 100달러를 돌파하는 동안, 연말·내년 계약 가격도 올라갔지만 상승폭은 근월물의 절반에 못 미쳤다. 이 구조는 "당장의 공급 공백은 심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이중적 판단을 반영한다. 이날 뉴욕증시는 세 가지를 확인시켰다. 첫째,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전쟁 프리미엄을 지울 수 없다. 둘째, 유가 100달러는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직결된다. 셋째, 오라클처럼 실적으로 증명하는 종목에만 프리미엄이 붙는 종목 선별 장세가 본격화됐다. 전쟁이 끝나면 반등은 빠를 수 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다면, 이날의 739포인트 하락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
- 경제
-
[월가 레이더] 유가 100달러에 무너진 뉴욕증시⋯다우 739P 급락, 4만7000선 붕괴
-
-
[증시 레이더] 코스피 5,583 마감⋯유가 급등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약세
-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반등한 가운데 12일 코스피가 0.5% 가까이 하락하며 5,580대에서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은 상승 전환하며 1% 넘게 올랐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6.70포인트(-0.48%) 내린 5,583.2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42.30포인트(-0.75%) 하락한 5,567.65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5,629.07까지 반등했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는 11.57포인트(1.02%) 오른 1,148.40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481.2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1.11%), SK하이닉스(-2.62%), 현대차(-1.70%), 삼성바이오로직스(-1.93%), SK스퀘어(-1.95%) 등이 하락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2.17%), 한화에어로스페이스(3.90%), 기아(3.09%), 한화오션(2.32%) 등은 상승했다. [미니해설] 유가 쇼크에 흔들린 증시…반도체 약세 속 원전·방산주 부상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증시도 업종별로 극명하게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와 금융 등 대형주는 약세를 보인 반면 원전·방산·에너지 관련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0포인트(-0.48%) 하락한 5,583.25로 마감했다. 전날 1.40% 상승했던 지수는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초반부터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코스피는 42.30포인트(-0.75%) 하락한 5,567.65로 출발했으며 이후 등락을 반복했다. 장중 한때 5,629.07까지 반등하며 상승 전환을 시도했지만 결국 하락 마감했다. 중동 긴장 고조에 유가 급등…코스피 하락·코스닥 상승 이번 조정의 핵심 변수는 국제 유가였다. 중동 해역에서 선박이 피격됐다는 소식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가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4.55% 상승한 87.25달러에 마감했으며 아시아 장에서는 장중 90달러를 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약 4억 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증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원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제조업과 반도체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1.11%)와 SK하이닉스(-2.62%)가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자동차와 바이오 업종도 약세였다. 현대차(-1.70%), 삼성바이오로직스(-1.93%), SK스퀘어(-1.95%) 등이 하락했다. 전날 급등했던 증권주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래에셋증권(-1.40%), 삼성증권(-1.84%), NH투자증권(-2.25%) 등이 하락했다. 금융주 역시 혼조세를 보였다. KB금융(-1.39%), 하나금융지주(-0.79%), 우리금융지주(-2.55%)는 하락했지만 신한지주(0.88%)는 상승했다. 에너지 대안 기대감에 원전·건설주 급등 반면 에너지 대체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전·방산 관련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3.90%)와 한화오션(2.32%)이 상승했고 두산에너빌리티(2.48%)도 원전 기대감에 상승했다. 특히 원전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전KPS(7.30%), 한전기술(6.10%)이 급등했고 건설 업종에서도 현대건설(4.64%), 대우건설(5.13%)이 상승했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2.17%)과 기아(3.09%)가 상승하며 시장 대비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11.57포인트(1.02%) 오른 1,148.40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하락 출발했지만 이후 상승 전환하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달러 강세로 환율 상승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나타났다.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481.2원에 마감하며 다시 1,480원대를 넘어섰다. 환율 상승 역시 중동 긴장과 유가 상승 영향으로 분석된다.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지수가 -0.61%, S&P500이 -0.08% 하락했고 나스닥은 0.08%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63% 상승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업종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IEA의 전략 비축유 방출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수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며 "선물옵션 동시만기일과 외국인 수급 변화가 겹치면서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상황과 국제 유가 움직임이 당분간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9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증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 국제 유가, 환율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 경제
-
[증시 레이더] 코스피 5,583 마감⋯유가 급등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약세
-
-
[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5회)
- 오래 있어야 해! 주민들은 나를 몰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이 골목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이 언덕에서 살지도 않았고, 이 바람을 수십 년 맞으며 살지 않았다.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그 낯섦을 지워주지는 않았다. 오늘날 불확실성 사회에서는 오히려 어떤 분들에게는 그 사실이 경계의 이유가 되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사람이 국가 예산을 들고 우리 골목에 들어왔다. 그 시선이 틀리지 않았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처음 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조용히 들릴까 말까 전해오는 반대하는 분들이 있었고, 본인의 일에 집중한 나머지 무관심한 분들이 있었고, 마을이 변하기를 바라는 지켜보는 분들이 있었다. 찬성하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초반에는. 반대는 생각보다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나타났다고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분은 없었다. 그 이유 안에 이 골목의 역사가 있었고, 상처가 있었고, 이전에 왔다 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논골도 전에 뭔가를 하겠다고 왔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기억이 우리를 향한 일부의 불신으로 쌓여 있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탓할 수 없었다. 불신은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어려운 것은 무관심이었다. 일부의 부정적인 눈빛은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무관심은 에너지 자체가 없다.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게 아니라, 두드리는 소리조차 닿지 않는 느낌. 그 골목을 오가면서 나는 종종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누군가의 시선 안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존재.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 무관심과 시선이 겹치는 순간이 아니었다. 가장 힘든 것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였다. 반대도 아니고 무관심도 아닌, 그냥 이게 되겠냐는 표정. 말로 하지 않아도 읽혔다. 이 골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외지에서 온 사람 하나가 예산 몇 푼 들고 들어와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느냐. 그 표정 앞에서 나는 기획서를 꺼낼 수 없었다. 기획서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믿음의 언어가 될 수 없고 아니기 때문이다. 믿음은 설득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그것을 나는 그때 배웠다. 설득은 논리로 하지만, 믿음은 시간이 흐른 뒤 신뢰로 만든다. 나는 시간을 써야 했다. 회의하는 대신 골목을 걸었다. 발표하는 대신 집 앞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는 대신, 그냥 여기 있었다. 그 버팀이 기획보다 먼저였다. 전환점은 작은 데서 왔다. 어느 오후, 골목 위쪽 빈터에서 혼자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지나가다 멈추셨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셨다. 이 골목을 좋은 그곳으로 만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한참 나를 보시다가 한마디 하셨다. "오래 있어야 해." 많은 말이 아니었다. 오래 있어야 한다. 그 짧은 한마디가 그때 내가 들은 가장 긴 이야기였다. 이 골목에 왔다가 떠난 사람들, 약속하고 사라진 사람들, 무언가를 가져가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은 사람들. 할머니는 그 역사 전체를 그 짧은 한마디에 담아서 나에게 건네신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실제로 오래 있었다. 고 김인복 통장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는 내가 들어갈 수 없는 문을 알고 있었다. 어느 집이 경계심이 강한지, 어느 분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마음이 열리는지. 그 지식은 수십 년 이 골목에서 쌓인 것이었다. 어떤 기획서에도 쓸 수 없는 종류의 지식. 그가 먼저 들어가 이야기를 꺼내주면,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소개받은 자리에서 나는 많이 말하지 않았다. 듣는 쪽이었다. 이 골목에서 살았던 이야기, 예전에 여기가 어떠했는지,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았는지. 그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이 골목의 사람이 되어갔다. 외지인이 아니라, 적어도 이 골목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믿음은 그렇게 생겼다. 설득이 아니라 동행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초반의 무관심과 불신이 논골담길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처음부터 모든 주민이 열렬히 환영했다면, 나는 기획서대로 밀어붙였을 것이다. 반대와 무관심이 없었다면 나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고, 멈추지 않았다면 골목의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저항이 속도를 늦추었고, 그 느린 속도가 이 골목과 나 사이에 실제 관계를 만들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시간은 기획자를 두 가지 방향으로 몰고 간다. 포기하거나, 더 깊이 들어가거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선택이라기보다 오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오기가 없었다면 논골담길도 없었다. 이 골목은 나를 시험했다. 오래 있을 사람인지. 그 시험을 통과하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실제로 오래 있는 것. 지금도 묵호는 명소다. KTX, ITX 등 교통문화 개선 효과도 크다. 그러나 잠자던 묵호를 깨운 논골담길이 시작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 홀로 여행지로 뜬 묵호도 결국 오래가려면 오래 머무는 여행, 16년 전 논골에서 만난 할머니의 부탁, "오래 있어야 해"를 선택해야 한다. <필자 소개>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 생활·문화
-
[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5회)
-
-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6주째 둔화⋯강남 3구 하락 확대
-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6주 연속 둔화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12일 발표한 3월 둘째 주(3월 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주보다 0.01%포인트 축소돼 2월 첫째 주 이후 6주째 오름세가 둔화됐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3주째 약세 흐름을 보였다. 서초구는 -0.07%, 강남구 -0.13%, 송파구 -0.17%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강동구도 -0.01%로 지난해 2월 이후 56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반면 중구(0.27%), 성북구(0.27%), 서대문구(0.26%), 강서구(0.25%) 등 중저가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 아파트값은 0.10% 상승해 오름폭이 확대됐고 인천은 0.01% 상승했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은 0.08%를 기록했다. 서울 전세가격은 0.12%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다. [미니해설] 세금 규제 그림자 드리운 서울 집값…강남 약세·중저가 상승 '양극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개편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시장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강남권에서는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늘어나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상승세 자체는 유지됐지만 상승폭은 6주 연속 축소됐다. 이는 최근 몇 달간 이어졌던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이 점차 힘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부동산원은 일부 단지에서 가격 조정 매물이 등장하는 가운데 재건축 추진 단지나 정주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는 상승 거래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3구 3주째 하락…세금 부담 회피 매물 증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강남권이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3주 연속 약세 흐름을 보였다. 특히 강남구(-0.13%)와 송파구(-0.17%), 서초구(-0.07%) 등 핵심 지역에서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는 최근 확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책과 보유세 개편 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부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규제는 고가 주택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강남권처럼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초고가 주택이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강남권과 함께 동남권으로 분류되는 강동구도 약세로 돌아섰다. 강동구는 -0.01%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 이후 56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동작구 역시 상승세가 멈추며 보합으로 전환했다. 한강 북쪽 주요 인기 지역도 상승세가 둔화됐다. 성동구는 상승률이 0.18%에서 0.06%로 크게 줄었고 마포구도 0.13%에서 0.07%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강북 핵심 지역에서도 매수세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의미다. 경기·중저가 지역 상승…수도권 시장 양극화 심화 그러나 서울 전체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구와 성북구가 각각 0.27% 상승했고 서대문구(0.26%), 강서구(0.25%)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가격대별 시장 양극화를 보여준다. 고가 주택 시장은 세금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중저가 주택은 실수요 중심 거래가 이어지며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수도권 전체 시장에서는 경기 지역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경기 아파트 가격은 0.10% 상승해 전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수원 영통구(0.45%), 하남시(0.43%), 안양 동안구(0.42%) 등 규제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서울 집값 부담을 느낀 수요가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당 신도시가 있는 성남 분당구도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 지난주 상승세가 둔화됐던 분당구는 0.26% 상승하며 오름폭이 다시 커졌다. 비규제지역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구리시(0.39%)와 화성 동탄(0.32%) 등 주요 신도시 지역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교통망 개선과 주거 인프라 확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0.01% 상승하며 보합에 가까운 흐름을 보였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은 0.08%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5대 광역시는 0.00%로 보합을 기록했고 세종은 0.01% 하락했다. 다만 8개 도는 0.02%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4%로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세 시장은 상승세 지속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 시장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전세가격은 0.09% 상승했다. 서울 전세가격은 0.12%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다. 역세권과 대단지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임차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진구(0.25%), 성북구(0.24%), 양천구(0.18%), 노원구(0.16%), 은평구(0.16%) 등에서 상승률이 높았다. 경기 전셋값은 0.13% 상승해 전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고 인천도 0.08% 상승했다. 수도권 전체 전세가격 상승률은 0.12%를 기록했다. 비수도권 전세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5대 광역시는 0.08% 상승했고 세종은 0.13%, 8개 도는 0.0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정책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규제와 공급 정책이 동시에 논의되는 상황에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가 주택 시장은 조정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실수요 중심의 중저가 시장과 경기 주요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주택 시장은 정책 변화와 금리 흐름에 따라 지역별·가격대별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
- 경제
-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6주째 둔화⋯강남 3구 하락 확대
-
-
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21회)
- 제21회 미상 씨가 '코코아'와 '초콜릿'이라 이름 지은 갓 난 고양이는 길고양이 새끼였다. 임보 여인이 자신의 대문간에 놓아둔 숨숨집을 들여다보니 앵앵대는 길고양이 새끼 두 마리가 있더라고 한다. 본래는 세 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죽고 두 마리가 남았다. 그러면서 카카오 대신 얘들을 입양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희정 씨와 미상 씨는 의논 끝에 절충안을 전했다. "카카오를 포기할 순 없어요. 지금은 카카오가 어리고 너무나 외로워하길래 거기로 위탁했지 곧 데리고 올 겁니다. 그리고 갓 난 얘 둘도 우리가 입양하겠어요." 장차 고양이 세 녀석과 반려하기로 미상 씨는 결심했다. 코코아와 초콜릿을 '코코'와 '초코'라 줄여 부르기로 하고 얼른 데려오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임보 여인은 갓 난 고양이도 갓 난 고양이지만 어미 길고양이를 생각해 적어도 사십 일이 지난 뒤 데려가라고 한다. "그땐 너무 늦지 않겠어요? 자기 어미도 사람 얼굴도 다 알아볼 텐데." "괜찮아요. 성묘도 분양하는데요 뭘. 어미 젖을 충분히 먹는 편이 건강에 좋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됩니다. 간난이를 데리고 가시면 보살피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기다렸는데 한 달 뒤 슬픈 일이 벌어졌다. 갓 난 고양이의 어미 고양이는 임보 여인의 손을 탄 자신의 새끼들을 물고 어디론가 이소했고, 그러한 사실은 하룻밤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다. 싸늘한 가을날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임보 여인이 부른 고양이 탐정의 지난한 탐문 수사 끝에 한 달 된 오누이 고양이는 근처에 있는 삼층집 옥상에서 발견됐다. 옥상 구석에 쌓아둔 빈 화분 틈에서 밤을 지낸 코코와 초코는 정상이 아니었다. 코코는 겨우 살아 있었지만 초코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코코만 안고 집으로 돌아온 미상 씨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사진을 통해 정이 든 만치 순하고 예쁘던 초코의 이미지가 눈앞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런 미상 씨를 말리며 희정 씨가 말했다. "어쩔 수 없어요. 고양이도 고양이의 운명이 있으니 초코는 초코의 일생을 살고 떠나간 겁니다." "그래도 내가 이름을 지어준 녀석이잖아요. 이름이 없다면 몰라도 이름을 가졌다면 잊기 어려운 존재라는 사실이 명백하죠." 미상 씨가 말하는 자신의 슬픔과 눈물의 이유에 대해 희정 씨가 대답했다. "기도합시다. 초코를 위해 기도해요." 기도를 마친 희정 씨가 말했다. "코코도 혼자 둬선 안 되겠어요. 내가 또 다른 초코를 찾아볼 게요." 울적한 목소리로 미상 씨가 대답했다. "좋아요. 그런데 너무 똑같은 애를 찾으려 애쓰진 말아요. 떠나간 초코는 떠나간 초코고 새로운 초코는 새로운 초코니까요." “알았어요. 그럼 고동색 초코가 아니라 새까만 초코, 검은 고양이 초코, 올블랙 초코를 찾아볼게요.” 사흘 뒤 희정 씨는 태어난 지 한 달 된 올블랙 아기 고양이를 고양이 카페에서 찾았다. 이쪽 정황을 설명하자 저쪽에서는 대환영이었다. "우리 까미를 잘 돌봐주실 분을 만나 기뻐요." 이쪽에서 '초코'라고 이름 지어둔 올블랙 아기 고양이를 저쪽에서는 '까미'라 불렀다. 그 아기 고양이 초코를 데려오기 위해 미상 씨는 승용차를 몰고 충남 천안시로 달려갔다. 그리하여 천안시 성환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예비 신랑신부를 만났고 그들로부터 올블랙 아기 고양이를 건네받았다. 아기 고양이는 즉시 '초코'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됐으며 코코의 동생이 되었다. 코코와 초코는 둘 다 소년 고양이다.■
-
- 생활·문화
-
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21회)
-
-
[퓨처 Eyes(126)] 휴스턴대, 30년 묵은 초전도체 기록 경신⋯상온 향한 압력 퀜칭 돌파구
- 전기를 보낼 때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마법 같은 물질, 초전도체(Superconductor). 만약 이 물질이 우리가 숨 쉬고 생활하는 일상적인 온도와 압력에서 작동한다면 인류의 기술 문명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도약을 맞이하게 된다. 송전탑을 거치며 허공으로 사라지는 막대한 전력 손실을 없애고, 병원의 거대한 MRI 장비를 노트북 크기로 줄이며, 마찰 없이 달리는 자기부상 열차를 일상으로 만들 수 있다. 지난 백 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가 이 궁극의 물질을 찾아 헤맸지만 자연의 벽은 높았다. 초전도 현상은 영하 100도를 밑도는 극한의 추위나 지구 대기압의 수백만 배에 달하는 끔찍한 압력 속에서만 조심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최근 국제 과학계가 이 견고한 자연의 장벽에 매우 의미 있는 균열을 만들어냈다. 1993년 이후 무려 30년 넘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대기압 환경 초전도 최고 온도 기록이 마침내 깨진 것이다. 미국 과학 매체 사이언스뉴스와 피즈오알지(phys.org)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이 경이로운 연구 결과를 지난 9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다이아몬드 압박 후 급속 냉각으로 구조 굳히는 마법 미국 휴스턴대 폴 추 교수 연구팀은 기존 초전도체 연구의 상식을 뒤집는 독창적인 실험으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선택한 물질은 1993년 대기압 상태에서 절대온도 133케이(영하 140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며 30년간 챔피언 자리를 지켜온 수은 기반 구리 산화물 화합물이다. 연구진은 이 오래된 화합물에 압력 퀜칭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물리적 훈련법을 적용했다. 실험의 원리는 몹시 까다롭지만 훌륭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두 개의 단단한 다이아몬드 사이에 화합물 시료를 끼워 넣고, 대기압의 10만 배에서 30만 배에 달하는 엄청난 압력으로 사정없이 짓눌렀다. 물질은 극단적인 압력을 받으면 내부 원자 구조가 빽빽하게 찌그러지면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특성을 지닌다. 진짜 마법은 그 다음 단계에서 일어난다. 연구진은 압력을 가한 상태에서 온도를 절대영도에 가까운 4케이(영하 269도)로 급격하게 얼려버린 뒤, 시료를 짓누르던 다이아몬드의 압력을 순식간에 풀어버렸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튼튼한 쇠 스프링을 떠올려 보자. 스프링을 손으로 꽉 누른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꽁꽁 얼려버리면, 손을 떼더라도 스프링은 원래의 느슨한 상태로 튕겨 나가지 못하고 찌그러진 모양 그대로 굳어버린다. 대장장이가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찬물에 담가 단단함을 고정하는 담금질과 똑같은 이치다. 온도가 너무 낮아 물질 내부의 원자들이 원래의 편안한 자리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지 못한 채, 초전도에 유리한 고압 구조 그대로 갇혀버리는 것이다. 그 성과는 눈부셨다.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평범한 대기압 상태에서도 이 화합물은 절대온도 151케이(영하 122도)까지 초전도 특성을 잃지 않았다. 30년 동안 누구도 넘지 못했던 기록을 무려 18도나 위로 끌어올린 쾌거다. 휴스턴대 폴 추 교수는 압력을 빼내는 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다이아몬드가 깨지거나 시료가 산산조각 나는 극도로 예민한 실험 과정을 회고하며 이 기술이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인지 설명한다. 플로리다대 제임스 햄린 교수는 최근 초전도 분야를 휩쓸었던 여러 논란과 달리 이번 성과는 기존의 탄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매우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실험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연의 시대 종말 선언하고 인공지능이 빚어내는 양자 메타물질 기록을 깬 것 못지않게 중요한 변화는 초전도체를 대하는 과학계의 근본적인 접근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날 학술지에는 휴스턴대 연구를 포함해, 오스트리아 그라츠공대 등 세계 각국의 물리학자 16명이 공동으로 집필한 상온 초전도체 탐색 전략 논문이 함께 실렸다. 이들은 물리학의 어떤 법칙도 상온 초전도체의 존재를 가로막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최근 수소 화합물 연구에서는 대기압의 200만 배라는 극단적 환경이긴 하지만 절대온도 260케이(영하 13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제 과학자들의 목표는 이 고압 상태의 기적을 우리가 사는 일상적인 대기압 환경으로 온전히 끌어내리는 데 맞춰져 있다. 과거의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수천 번, 수만 번 화합물을 섞고 끓이며 우연한 발견을 기다려야 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라는 강력한 나침반이 생겼다. 그라츠공대 크리스토프 하일 교수는 최근 폭발적으로 향상된 계산 능력 덕분에 무한대에 가까운 화학 원소 조합을 가상 공간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후보 물질을 정확히 짚어주면, 과학자들은 그 설계도에 따라 실험실에서 물질을 빚어내기만 하면 된다. 나아가 연구자들은 초전도체를 단순한 화학 물질의 혼합물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양자 메타물질로 다루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자연이 만들어준 구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벗어나, 나노미터 단위로 구조를 다듬고 불순물을 정밀하게 주입하며 초단파 레이저를 쏘아 초전도 상태를 인간이 직접 증폭시키겠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초전도체를 우연히 줍는 시대가 끝나고, 목적에 맞게 인위적으로 건축하는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물론 이번 휴스턴대의 기록도 영하 122도라는 매서운 추위 속에 머물러 있다. 온도를 200케이 근처로 조금만 올려도 초전도 성능이 서서히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 아직 공장이나 발전소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상용화 단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30년 동안 두꺼운 얼음에 갇혀 있던 초전도체 연구의 시계가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압력 퀜칭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만나 다시 힘차게 돌기 시작했다.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전략적으로 연대하며 상온 초전도체를 향한 지도를 그려 나가는 지금, 인류를 에너지의 족쇄에서 영원히 해방시킬 궁극의 물질을 손에 넣는 일은 이제 막연한 기적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으로 좁혀지고 있다.
-
- IT·과학
-
[퓨처 Eyes(126)] 휴스턴대, 30년 묵은 초전도체 기록 경신⋯상온 향한 압력 퀜칭 돌파구
-
-
[글로벌 밀리터리] 세르비아 공군, 중국제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전개⋯유럽 내 中 군사 영향력 가시화
- 세르비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MiG-29SM이 중국제 극초음속 스탠드오프 미사일인 'CM-400AKG'를 장착하고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중국산 첨단 항공 유도 무기를 실전 배치한 사례로, 발칸반도 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단순한 방공 체계를 넘어 공격용 전력으로까지 확대되었음을 방증한다고 유라시안 타임즈(EurAsian Times)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iG-29의 전략적 변모…요격기에서 'S-400 킬러'로 진화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된 세르비아 공군 기체(기번 18205)의 비행 영상에는 주익 하단 파일런에 장착된 두 발의 CM-400AKG 미사일이 명확히 식별되었다. 중국 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이 개발한 이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마하 4~5에 달하는 속도로 수직 낙하하며, 적 방공망의 요격 시도를 무력화하는 성능을 갖춰 이른바 'S-400 킬러'로 불린다. 이번 전력화로 인해 기존에 제공권 확보 및 요격 임무에 국한되었던 세르비아의 MiG-29SM은 장거리 정밀 타격 플랫폼으로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국제 유니버설 파일런을 통합함으로써 PL 계열 공대공 미사일, YJ 계열 대함 미사일, LS 계열 유도폭탄 등 중국산 항공 무장 전반을 운용할 수 있는 전술적 확장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칸의 '거부 역량' 강화…러시아 의존 탈피와 中 전술 생태계 편입 세르비아의 이번 도입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미 FK-3(HQ-22 수출형) 지대공 미사일과 HQ-17AE 방공 시스템, CH-92A 및 CH-95 무인기 등 중국제 장비를 대거 도입한 세르비아는 이제 항공 타격력까지 중국제 생태계로 편입시키며 유럽 내 유일한 ‘중국 무기 운용 기지’가 되었다. "지난 8개월간 이집트, UAE, 요르단 군용 수송기들이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세르비아 바타이니카(Batajnica) 공군 기지에 반복적으로 착륙했다. 이 물류 경로를 통해 CM-400AKG 미사일이 비밀리에 공수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 분석팀 'Dunav Intel' 중국은 코소보 승인 반대와 1999년 나토(NATO) 공습 규탄 등을 고리로 세르비아와의 '철강 동맹'을 강화해왔다.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는 나토 회원국들에 둘러싸인 세르비아에 강력한 비대칭 억제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유럽 본토 내 중국의 군사적 발판을 공고히 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
- 세계
-
[글로벌 밀리터리] 세르비아 공군, 중국제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전개⋯유럽 내 中 군사 영향력 가시화
-
-
트럼프, 한중일 포함 16개 경제권 '301조 조사' 착수⋯관세전쟁 재점화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중국·일본 등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글로벌 통상 갈등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도 포함됐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에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추가 관세나 수입 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법이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특정 경제권의 제조업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과 과잉 생산과 연계된 정책과 관행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공정 무역 행위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조치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이후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IEEPA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150일 동안 적용되는 10% 관세가 만료되는 7월 하순 이전에 조사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사 일정은 3월 17일 의견 접수 창구 개설을 시작으로 4월 15일 의견 제출 마감, 5월 5일 공청회 등을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USTR은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 금지와 관련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12일부터 추가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니해설] 트럼프 '301조 카드' 다시 꺼냈다…세계 무역질서 흔드는 관세 전략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기존 상호관세 조치가 법적 제동에 걸린 이후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조사에서 각국의 제조업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과 이에 따른 무역 왜곡을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독자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법이다. 1974년 제정된 이 법은 상대국의 법과 정책, 관행이 미국 기업과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다양한 제재를 가능하게 한다. 301조 조사 대상에 한국 포함…통상 압박의 새로운 신호 이번 조사 대상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동남아 주요 국가, 인도, 멕시코 등이 포함됐다. 사실상 세계 주요 제조업 국가 대부분이 조사 범위에 들어간 셈이다. 그리어 USTR 대표는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시장 수요와 맞지 않는 생산 능력을 구축해왔다"며 "과잉 생산능력은 과잉 생산과 지속적인 무역 흑자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 무역흑자와 미사용 생산능력 등을 중심으로 구조적 과잉 생산의 증거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은 제조업 보조금 정책,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 환경 규제, 시장 접근성 등 광범위한 요소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정책, 수산물 및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 등도 추가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301조를 활용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이전 강요 문제를 이유로 301조 조사를 실시했고,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제품의 약 75%가 관세 대상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 조치를 유지하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100%, 태양광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견제 정책을 이어왔다. 301조가 미국 통상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01조보다 더 강력한 조치로는 '슈퍼 301조'가 있다. 이는 불공정 무역국을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해 집중적인 협상과 보복 조치를 가능하게 한 제도다. 1989년 도입됐다가 폐지됐지만 이후 여러 차례 행정명령을 통해 부활했다. 한국 역시 과거 슈퍼 301조의 압박을 경험한 바 있다. 1997년 미국은 자동차 수입 장벽 문제를 이유로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의 대형차 중심 자동차세 제도가 미국 자동차 수출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협상 과정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까지 겹치며 한미 통상 갈등이 크게 확대됐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약 1년간 협상 끝에 한국이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과잉 생산능력' 명분으로 글로벌 제조업 겨냥 이번 301조 조사는 글로벌 제조업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세계 제조업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철강, 태양광 등 주요 산업에서 생산능력 확대가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이 정부 보조금과 산업 정책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조사에서 이러한 산업 정책이 불공정 무역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도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150일 동안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조치는 7월 하순 만료된다. USTR은 이 시점 이전에 301조 조사 결론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도입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즉 기존 관세 정책이 법적 논란에 휘말리자 보다 강력하고 명확한 통상 압박 수단으로 301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강제노동 생산 제품의 수입 금지를 겨냥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조치는 약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단순한 통상 분쟁을 넘어 글로벌 제조업 패권 경쟁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산업 정책과 공급망 구조까지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향후 통상 갈등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점은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새로운 통상 환경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 경제
-
트럼프, 한중일 포함 16개 경제권 '301조 조사' 착수⋯관세전쟁 재점화
-
-
올해 2월 전세계 M&A액수, 오픈AI 출자 등에 지난해보다 2.3배 급증
- 올해 2월 전세계 기업 인수·합병(M&A) 액수가 지난해보다 2.3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2월 M&A 액수가 지난해보다 130% 늘어난 5131억3677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지난해와 비교해 3.1배 급증한 3013억 3547만 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등이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출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프랑스 에너지대기업 엔지가 영국 배전대기업 UK파워넥트웍스 주식을 취득한 유럽에서는 2.4배 증가한 1332억9354만 달러에 달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는 4.9% 늘어난 362억742만 달러에 그쳤다. 일본은 5.0% 준 97억5590만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누계로는 전세계 전체에서 66.4% 증가한 7570억851만 달러로 추계됐다. 미국이 90.1% 뛴 4170억5725만 달러, 유럽이 79.9% 늘어난 1808억9321만 달러, 아시아 태평양은 20.9% 증가한 934억4209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은 0.7% 감소한 162억224만 달러에 그쳤다. SPAC는 2.4배 급증한 73억3334만 달러로 추산됐다. 한편 지난 2월 전세계 기업공개(IPO) 액수는 지난해보다 14.4% 감소한 74억3763만 달러로 나타났다. 섹터별로 보면 에너지-전력과 헬스케어, 하이테크가 다수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지난해보 61.8% 늘어난 39억6462만달러였다. 배전설비업체 포젠트 파워 솔루션(Forgent Power Solutions)의 IPO가 큰 역할을 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의 바이오의약품기업 아고맙 세라퓨틱스(Agomab Therapeutics) 등이 상장됐지만 액수로는 82.0% 줄어든 3억6291억 달러로 집계됐다. 유럽지역의 IPO건수는 지난해 절반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이노바셀(Innovacell) 등이 IPO를 한 일본은 2.8배나 크게 늘어난 1억5965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27.5% 준 22억7293만 달러에 머물렀다. 건수도 지난해보다 60% 가까이 준 34건에 그쳤다. 올해 전체 누적액으로는 전세계에서 지난해보다 18.1% 증가한 204억4333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이 2.9% 감소한 61억8280만 달러, 유럽이 82.4% 급증한 53억9378만 달러, 아시아태평양지역은 11.1% 증가한 75억8765만 달러, 일본 85.6% 뛴 1억5965만 달러를 기록했다.
-
- 경제
-
올해 2월 전세계 M&A액수, 오픈AI 출자 등에 지난해보다 2.3배 급증
-
-
국제유가, 비축유 방출에도 에너지 공급 불안 해소 역부족 상승
- 국제유가는 11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비축유 방출에도 에너지 공급 불안 우려가 지속되면서 상승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4.6%(3.90달러) 오른 배럴당 87.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4.8%(4.18달러) 상승한 배럴당 91.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것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인 비상 비축유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란전쟁 지속에 따른 원유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출 규모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총 1억8270만 배럴 방출 규모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 한국도 전략 비축유 방출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은 비축유 방출 발표가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란 전쟁에 따른 글로벌 석유 공급 감소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각국의 비축유 방출이 2∼3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골드만삭스는 비축유 방출 발표에 앞서 낸 투자자 노트에서 이란 전쟁에 따른 걸프해역(페르시아만) 석유 수출 감소분이 하루 1540만 배럴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비축유 총방출량은 약 26일분의 공급 감소량에 해당한다. 맥쿼리는 IEA의 제안 규모가 전 세계 하루 생산량을 기준으로 약 4일 치, 걸프해역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을 기준으로 약 16일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아르네 시엘드로프 분석가는 로이터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이라고 해도 시장은 현재 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보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4척이 이란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 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이날 "석유와 에너지 가격을 인공호흡기로 낮추진 못한다"며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케 한 역내 안보에 달린 것인 만큼 배럴당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 해협에 기뢰까지 설치했으나 미국은 이란의 기뢰부설함과 기뢰 저장 시설을 타격해 저지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생산시설 가동 중단도 확대되고 있는 점도 국제유가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아부다비석유회사(ADNOC)의 핵심 시설인 정유·석유화학 복합단지 루와이스 산업단지는 전날 드론 공격으로 정제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전략 비축유 제도'는 1973년 석유 파동을 겪은 후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1974년 IEA가 설립되면서 도입됐다. IEA는 회원국들에 순 석유 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에 해당하는 비상 석유 비축 의무를 부과하고, 비축분은 국가가 통제하거나 민간 기업이 보유한다.IEA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현재 12억 배럴 이상의 비상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방출은 역사상 6번째이며, 물량 규모로 따지면 역대 최대다. 우리 정부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제공조에 동참해 비축유 2246만 배럴를 방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방출 물량은 전체 4억 배럴의 5.6%에 해당한다. 국가별 방출 물량은 IEA 32개 회원국 전체 석유 소비량에서 개별 국가가 차지하는 소비량에 비례해 산정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
- 경제
-
국제유가, 비축유 방출에도 에너지 공급 불안 해소 역부족 상승
-
-
[월가 레이더] 유가 92달러에도 못 버틴 다우⋯뉴욕증시, 전쟁·금리·실적 사이에서 흔들리다
- 미국 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고유가 부담 속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인 4억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유가 급등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9.24포인트(0.61%) 내린 4만7417.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68포인트(0.08%) 하락한 6775.80, 나스닥지수는 19.03포인트(0.08%) 오른 2만2716.13으로 장을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4% 넘게 오른 배럴당 87달러 안팩, 브렌트유 선물도 4% 이상 상승한 92달러선에서 움직였다. 유가 반등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무력 충돌이 있다. 미국은 전날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해 이란 선박 여러 척을 격침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는 이날 이란 연안과 해협 인근에서 화물선 3척이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발표했다. 공급 차질 우려가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종목별로는 오라클이 단연 돋보였다. 회계연도 3분기 실적과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도 900억달러로 10억달러 상향하면서 주가가 9% 넘게 뛰었다. 반면 금융주와 소비 관련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4% 올라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앞으로 유가 상승이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에 시장은 안심하지 못했다. [미니해설] 비축유 풀어도 유가 안 꺾였다…월가가 더 무서워한 건 '출구 없는 전쟁' 11일 뉴욕증시를 관통한 핵심은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유가가 오르는데도 이를 제어할 확실한 수단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IEA는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했다. 통상 이런 조치는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고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카드다. 그런데 이날 시장 반응은 정반대에 가까웠다. 브렌트유는 92달러선을 웃돌았고, 다우지수는 289포인트 밀렸다. 시장은 '비축유 방출'이라는 처방보다 '전쟁 장기화가 실제 공급망에 남길 상처'를 더 크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충격이 원유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레어드 노톤 웨더비의 론 알바하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정제제품, 특히 항공유 같은 제품의 흐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유를 풀어도 병목이 남아 있으면 실물경제는 계속 압박받는다. 미국 정부가 선박 보험과 통항 지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상선 피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책 선언만으로 흐름이 복원되기는 어렵다. 시장은 바로 이런 '정책과 현실의 간극'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업종별 흐름도 불안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다우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금융주였다. 골드만삭스와 비자가 지수를 압박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227%까지 올랐다. 시장이 걱정한 것은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전쟁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을 거쳐 금리 변수로 번지고, 다시 밸류에이션 압박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전염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것이다. 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2.4% 올라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증시를 구해주지 못했다. 숫자만 보면 물가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물가 반영은 앞으로 몇 주가 더 문제다. 당장 이날 10년물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했고, 국채금리는 고점 부근에서 마감했다. 지금 시장은 '현재 물가'보다 '앞으로 유가가 남길 2차 물가 충격'을 더 무겁게 보고 있다. 오라클 주가 9% 급등은 그래서 더 눈에 띄다. 시장 전체는 흔들렸지만, 오라클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3분기 실적과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았고, 2027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900억달러로 높였다. 이 장면은 지금 월가가 모든 기술주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전쟁과 유가가 시장 전체를 흔들어도, 실적으로 AI 수요를 입증하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반대로 실적 확신이 약한 종목은 고금리·고유가 환경에서 더 큰 할인 압력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전쟁이 "매우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은 이 메시지를 낙관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클레이스의 에마뉴엘 코 전략가는 이를 두고 "유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치솟은 뒤 그의 고통 임계치가 드러난 것일 수 있다"며 "유가 급등이 길어질수록 이익과 밸류에이션 하방 위험은 커진다"고 분석했다. 11일 장세는 세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유가 충격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둘째, 물가가 당장 폭등하지 않았더라도 금리는 미래의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먼저 반영하고 있다. 셋째, 이런 환경에서도 실적으로 AI 수요를 증명하는 일부 기술주는 살아남지만, 지수 전체를 끌고 갈 정도의 힘은 부족하다. 월가는 지금 전쟁을 뉴스가 아니라,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을 깎아낼 실질 변수로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
- 경제
-
[월가 레이더] 유가 92달러에도 못 버틴 다우⋯뉴욕증시, 전쟁·금리·실적 사이에서 흔들리다
-
-
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20회)
- 제20회 스라소니 꼬리를 가진 아기 고양이 카카오는 막장 개구쟁이였다. 노부부와 살던 며칠은 여기저기 가구 뒤에 숨어지냈다지만, 미상 씨 집으로 옮겨온 뒤론 사람에게 달라붙어 놔주질 않았다. 문제는 미상 씨가 쿠팡 카플렉서라는 점이다. 이틀에 한 번은 야간배송을 나가야 하는데 카카오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게다가 카카오와 희정 씨는 긴밀히 친할 수 없는 사이였다. 희정 씨의 고양이 알러지 때문이다. 카카오를 데리고 온 첫날 희정 씨는 너무나 기뻐했지만 금방 자신의 고양이 알러지를 알게 됐다. 기침이 나고 눈이 가렵고 숨이 가빠오는 증상에 카카오를 가까이하기 힘들었다. "카카오야, 넌 미상 씨 아이인가 봐. 나하곤 친할 수 없다." 그래서 카카오는 미상 씨 침실에서 침대와 벽 사이 좁은 공간을 자신의 집으로 삼고, 미상 씨 침대를 자신의 운동장으로 삼았다. 숨숨집을 사줬으나 숨숨집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언제나 미상 씨 품에 안겨 있었고 미상 씨 시선 안에서만 통통거리며 굴러다녔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쿠팡 야간배송을 끝내고 돌아온 미상 씨는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카카오?" 카카오는 언제나 들어앉아 있던 침대 곁 틈에서 나와 침대 발치 책장의 책꽂이에 올라앉아 있다. 커다란 타월을 깔아준 침대 곁 틈을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카카오가 싸놓은 똥과 오줌으로 질퍽했다. "카카오! 너 미친 고양이로구나!" 어미 고양이와 헤어지고 남매 고양이마저 사라진 뒤 장작 가리 뒤에 숨어 있을 적의 스트레스 때문인 듯 카카오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야간배송에서 돌아올 적마다 미상 씨는 카카오가 사고 친 곳을 찾아 집안을 살펴봐야 했고, 그럴 때마다 카카오는 자신의 죄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상 씨 다리에 달라붙어 깨물고 할퀴며 외로움에 떨었던 지난밤의 공포에 대한 해방감을 드러냈다. 그런 카카오를 불쌍하게 여긴 희정 씨가 하룻밤 카카오를 돌보게 되었다. 하지만 카카오의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집착은 간단히 끝나지 않았다. 카카오는 희정 씨의 침대에 뛰어올라 희정 씨의 품을 파고들었고 다음 날 아침 미상 씨가 희정 씨네 집에 들어섰을 때, 희정 씨는 두 눈이 퉁퉁 부어올라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미상 씨, 카카오는 정말 미친 고양이에요. 사랑에 굶주린 야수야." 궁리 끝에 두 사람은 카카오와 이별하기로 결심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희정 씨가 핸드폰으로 찾은 유기묘 임시보호 가정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는데, 다행히 그 집은 서울 시내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며 열 마리나 되는 유기묘를 거두어 키우고 있었다. 카카오로선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사정 설명이 끝나고 이소하게 된 카카오를 앞에 두고 미상 씨가 말했다. "카카오야, 이 미친 아기 고양이야! 너는 친구 많은 집으로 살러 가지만 난 너무 가슴이 아파." 여전히 자신의 품으로 기어오르는 카카오를 껴안으며 미상 씨가 또 말했다. "내가 쿠팡 카플렉스를 퇴직하던가 네가 좀 더 자라 난동질을 그칠 때 우리 다시 만나자. 그래…… 넌 영원히 나와 희정 씨의 반려란다. 아주 예쁘고 영리하고 미친 고양이지." 유기묘 임보 가정으로 보호 생활하러 떠난 카카오를 희정 씨와 미상 씨는 늘 그리워했다. 다행히 임보하는 여인은 자주 카카오 사진을 보내주었고 그 사진은 두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 됐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 카카오 중절 수술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늦여름의 어느 날, 임보하는 여인은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 두 마리 사진을 희정 씨의 핸드폰으로 보냈다. "어머나, 얘들 좀 보세요." 사진을 들여다보는 순간 미상 씨는 그들과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이제 갓 눈 뜬 두 마리 아기 고양이는 남매인 듯했다. 오빠인듯한 노란색 고양이는 씩씩했고 여동생인 듯한 밤색 고양이는 얌전했다. "얘들은 딱 카카오 동생이에요. 카카오 동생 코코아와 초콜릿입니다."■
-
- 생활·문화
-
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20회)
-
-
[증시 레이더] 코스피 5,600선 회복⋯한화오션 급등·증권주 랠리
- 코스피가 11일 1% 넘게 상승하며 5,600선을 회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7.36포인트(1.40%) 오른 5,609.95로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126.13포인트(2.28%) 오른 5,658.72로 출발해 장중 상승폭을 줄이며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0.85포인트(-0.07%) 내린 1,136.83으로 약보합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내린 1,466.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1.12%)와 SK하이닉스(2.03%)가 상승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한화오션(7.40%)과 삼성바이오로직스(4.08%), 금융주도 강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10.53%)과 키움증권(5.51%) 등 증권주는 급등했다. [미니해설] 중동 변수 속 증시 랠리…금융·조선 강세, 반도체가 지수 방어 코스피가 이틀 연속 상승하며 5,600선을 회복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증시 혼조 속에서도 반도체와 금융, 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코스닥은 약보합으로 마감하며 대형주 중심 장세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7.36포인트(1.40%) 오른 5,609.95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상승폭이 더 컸다. 지수는 126.13포인트(2.28%) 오른 5,658.72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3%대 상승을 보이며 5,700선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코스닥은 0.85포인트(-0.07%) 내린 1,136.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후반 들어 매물이 출회되면서 약보합으로 돌아섰다. 이날 증시는 대형주 중심의 강세 흐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1.12%)는 장 초반 2.71% 상승 출발해 장중 3.03%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19만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2.03%) 역시 강세를 유지했다. 다만 장비주인 한미반도체(-3.55%)는 차익실현 매물로 하락했다. 자동차와 배터리 관련 종목도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차(0.95%)와 기아(0.93%)가 동반 상승했고 LG에너지솔루션(0.68%), LG화학(1.45%)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SK스퀘어(1.99%) 역시 상승했다. 바이오와 조선 업종도 강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4.08%)가 크게 올랐고 조선주인 한화오션(7.40%)은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방산주 일부는 약세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9%), 현대로템(-2.17%), 한화시스템(-5.44%) 등이 하락했다. 삼성SDI(-0.87%)도 약세였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증권주 급등이었다. 미래에셋증권(10.53%), 미래에셋생명(7.98%), 신영증권(7.83%), 키움증권(5.51%) 등 증권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금융주 역시 강세였다. KB금융(2.65%), 신한지주(2.13%), 하나금융지주(3.18%), 우리금융지주(3.89%) 등이 상승하며 금융 업종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NAVER(0.68%)는 상승했지만 카카오(-1.74%)는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내린 1,466.5원에 마감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장 초반 환율은 4.8원 오른 1,474.0원에 출발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줄이며 하락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80달러대에서 안정된 점이 환율 안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우려 속에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01% 상승했고 다우지수(-0.07%)와 S&P500(-0.21%)은 하락했다. 다만 엔비디아(1.16%), 테슬라(0.14%), 애플(0.37%) 등 주요 기술주는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이런 엇갈린 신호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된 점을 주요 상승 요인으로 꼽는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증시 상승 추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업종이 조정을 받더라도 지수 상승 흐름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금융, 조선 등 실적 기대가 높은 업종 중심의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변동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과 관련 뉴스에 따라 글로벌 위험자산 심리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가 지정학 변수와 글로벌 금리 흐름, 외국인 수급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미국 증시가 혼조 양상을 보였지만,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상승(0.7%)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는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강세가 이어지는 한 국내 증시의 중기 상승 흐름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
- 경제
-
[증시 레이더] 코스피 5,600선 회복⋯한화오션 급등·증권주 랠리
-
-
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베이고 베다
- 베이고 베다 홍성주 풀이 울어요 와앙와앙 사각사각 머리카락만 자르라니까요 잘린 건 모가지예요 톱날 가득 풀냄새가 찐득찐득 코를 풀어요 땅속부터 흩뿌린 먼지 알갱이 풀이 풀어놓은 비명이에요 겁에 질린 팔 다리 늘어졌어요 이제야 보이는 바람이에요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이빨과 이빨 사이 한 철을 살아낸 이력이지요 기계가 우웅 울어요 뜨거운 한낮이 흥건히 시드는 중이지요 잘려나간 풀냄새가 납작 여름을 베고 누웠어요 마르는 중이에요 키 좀 크면 어때서요 차라리 뿌리째 뽑아버리든가요 풀 죽은 풀은 항변도 못하는 걸요 죽은듯 살아온 풀벌레만 누렁소만 소문없이 흔적없이 달아났어요 여태껏 풀, 벌레 없는 여름이 있기는 했던가요 우리도 가끔은 그렇게 잘려나가지 않나요 누군가의 손에 의해 깔끔하게 정돈된 길을 걷다 보면, 그 매끄러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 지불된 소리 없는 대가들을 잊곤 합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잘라내며 공중에 흩날리는 그 진한 풀비린내가 사실은 식물들이 온몸으로 내지르는 비명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곤 하지요. 보기 좋게 정돈된 도시의 미관 뒤에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풀숲과, 그곳을 지키던 작은 생명들의 갑작스러운 퇴장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늘 효율과 질서를 최고로 여깁니다. 조금만 기준을 벗어나거나 키가 커지면 '관리'라는 명목 아래 가차 없이 베어내고 다듬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정말로 베어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거추장스러운 풀잎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와 함께 숨 쉬며 한 철을 견뎌온 생명의 이력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뿌리째 뽑히지도 못한 채 어중간하게 잘려나간 자리에 남은 그 찐득한 풀냄새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남긴 마지막 항변처럼 공중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가 정한 높이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개성을 깎아내고, 튀어나온 부분을 억지로 눌러가며 '보기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 애쓰곤 합니다. 그렇게 매끈하게 다듬어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정작 내가 누려야 할 고유한 생명력이나 곁에 머물던 소중한 인연들은 소문도 없이 달아나버린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풀벌레 소리 들리지 않는 여름이 진정한 여름이 아니듯, 타인의 시선에 맞춰 박제된 삶 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점점 메말라가는 것은 아닐까요. 뜨거운 햇살 아래 납작하게 누워 말라가는 풀잎들을 보며, 문득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무질서하고,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무성하더라도 그 안에 생명이 들끓고 숨소리가 들리는 풍경이 그립습니다. 무언가를 베어내어 얻은 일시적인 정갈함보다, 서로의 키 차이를 인정하며 어우러져 흔들리는 그 투박한 생명력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고 싶습니다. <필자 소개> 김조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
- 생활·문화
-
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베이고 베다
-
-
은행권 가계대출 3개월 연속 감소⋯2금융권 3조3000억 급증에 전체는 두 달째 증가
- 정부와 은행권의 강도 높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영향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 2월까지 석 달 연속 감소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7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00억원 줄었다. 은행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23년 1∼3월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2금융권 가계대출이 3조3000억원 늘며 증가 폭을 키운 탓에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에서 4000억원 늘어 반등했고, 상호금융권 집단대출이 급증하면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니해설] 대출 조이니 2금융권으로…가계부채 숨은 팽창, 규제의 역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가 은행권 대출 증가세를 눌렀지만, 전체 가계부채 흐름까지 꺾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72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6월 6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던 월간 증가 폭은 6·27 대책과 10·15 대책, 여기에 연말 총량관리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둔화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2조원 감소로 돌아선 뒤 올해 1월 1조1000억원 감소, 2월 3000억원 감소로 석 달 연속 줄었다. 은행권만 놓고 보면 대출 조이기가 일정한 효과를 낸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흐름은 엇갈렸다. 주택담보대출은 934조9000억원으로 4000억원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늘어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다 신학기 이사 수요까지 겹친 영향이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36조6000억원으로 7000억원 줄어 석 달째 감소했다. 연초 상여금 유입에도 주식투자 수요가 늘면서 감소 폭은 다소 축소됐다. 문제는 은행권 억제만으로 전체 가계부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9000억원 늘어 1월 1조4000억원 증가보다 폭이 더 커졌다. 은행권에서 3000억원 줄었지만 2금융권에서 3조3000억원이 늘며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특히 상호금융권이 3조1000억원 증가하며 전체 확대를 주도했다. 집단대출 위주 증가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과 맞물린 자금 흐름이 여전히 강하다는 뜻이다. 대출 항목별로 봐도 부동산 자금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억원 늘어 전월 3조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2000억원 줄었지만 전월 1조6000억원 감소에 비해 줄어든 폭은 축소됐다. 은행 창구를 조여도 시장 전체에서는 주담대 중심의 증가세가 살아 있다는 의미다. 당국도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다소 꺾이고 일부 강남 지역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있지만, 이를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듯하다가 다시 확대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가계대출 흐름은 집값 기대 심리, 정책 강도, 비은행권 자금공급 속도에 따라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2월 은행 기업대출은 9조6000억원 늘어 137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이 5조2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4조3000억원 증가했고, 개인사업자 대출도 1조원 늘었다. 수신은 47조3000억원 급증했다. 기업 결제성 자금과 지방자치단체 재정집행 대기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시입출식예금이 39조6000억원 늘었고, 정기예금도 10조7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자금 흐름의 결은 단순하지 않다. 자산운용사 수신에서는 주식형펀드가 34조1000억원 급증했고 기타펀드도 7조6000억원 늘었다. 반면 채권형펀드는 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정기예금에서 가계 자금이 2조원 후반대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통상 2월 상여금으로 대출을 갚거나 예금을 늘리던 패턴과 다른 움직임이다. 예금과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2월 금융 흐름은 세 가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첫째, 은행권 대출 규제는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둘째, 그 효과는 2금융권 확대로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 셋째, 가계 자금은 대출 상환과 예금 확대보다 투자처 이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려면 은행권 총량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까지 포괄하는 정교한 관리 없이는 규제가 다른 통로를 키우는 역설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
- 경제
-
은행권 가계대출 3개월 연속 감소⋯2금융권 3조3000억 급증에 전체는 두 달째 증가
-
-
[로컬 89_천안(2)] 둥근 달에 띄워 보낸 염원, 양곡리 장승 앞의 천년 약속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굽이진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볕뉘가 따스하게 내려앉는 마을, '양곡리(陽谷里)'에 다다릅니다. 이름 그대로 볕이 잘 들고 골짜기마다 곡식이 풍성하게 여무는 이 아늑한 마을은, 사시사철 자연의 순리와 이웃의 정이 함께 흐르는 우리의 고향입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객을 반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을의 든든한 마스코트이자 수호신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석상입니다. 투박하지만 인자한 웃음을 머금은 돌장승 옆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정성스레 돌을 주워다 쌓아 올린 거북이 조형물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돌무더기 하나하나에는 우리 양곡리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기원하는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 있습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 되면, 조용하던 양곡리 어귀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로 들썩입니다. 바로 한 해의 액운을 막고 풍요를 비는 ‘장승제’와,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윷을 던지는 ‘척사대회(擲柶大會)’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장승제와 척사대회는 단순한 민속놀이나 제례를 넘어,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농부들이 새봄의 농사를 준비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던 신성하고도 흥겨운 의식이었습니다. 이날만큼은 온 마을 사람들이 장승 앞에 모여 정성껏 차린 돼지머리와 과일 앞에서 절을 올리며, 올 한 해 마을의 화합과 무탈함을 한마음으로 기원합니다. 하지만 돌장승 앞에 차려진 제사상과 신명 나는 풍물패의 가락 이면에는, 짙은 애잔함이 배어 있습니다. 과거,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밤을 새우며 즐겼을 이 성대한 마을 축제는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억압과 6.25 전쟁의 참화를 거치며 우리 민족의 수많은 토속 신앙과 전통이 뿌리째 흔들렸고, 뒤이은 거센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은 농촌의 청년들을 도시로 앗아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양곡리를 비롯한 우리네 농촌은 심각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젊은 웃음소리는 잦아들었고, 외지인들의 발길이나 참여도 저조해졌습니다. 한때 마을의 가장 큰 잔치였던 장승제와 척사대회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마을 어르신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냉정히 말해, 이대로라면 십수 년 뒤 이 아름다운 전통이 어찌 될지 비관적인 전망을 지울 수 없는 것이 뼈아픈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태로운 명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헌신적인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특히 양곡리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는 신동일 이장님의 노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장님은 한겨울 함박눈이 쏟아지면 행여나 어르신들이 미끄러지실까 본인의 장비를 동원해 묵묵히 온 마을의 눈을 치우십니다. 이번 장승제와 척사대회를 위해서도 며칠 전부터 어르신들과 함께 동분서주하며 제물을 준비하고 행사장을 쓸고 닦으셨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마을을 내 가족처럼 보듬는 이러한 헌신이 있기에, 양곡리의 온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한 마을의 역사이자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인 이러한 전통 행사를 단지 노령화된 마을의 자체적인 책임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 지역에 산재한 토속적 행사와 전통이 소멸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과 함께 젊은 세대나 외지인들도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통은 박물관의 유리 장식장 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숨 쉬는 광장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둥근 대보름달 아래 장승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양곡리 주민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그래도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윷가락이 허공을 가르고 떨어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탄성과 웃음 속에서 우리는 봅니다. 아무리 매서운 현실의 겨울바람이 불어와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마을 공동체의 힘은 결코 얼어붙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 장승제와 척사대회를 통해 양곡리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게 하나로 이어질 것입니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 듬직한 거북이를 만들어 냈듯, 서로를 향한 배려와 화합을 층층이 쌓아가는 양곡리는 앞으로도 볕이 잘 드는 그 이름처럼 더욱 흥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천하대장군의 넉넉한 웃음이 양곡리의 내일에도 변함없이 함께하기를, 둥근 달에 간절히 띄워 보냅니다. <필자 소개> 김종철 프로필 김종철은 1969년 경북에서 태어나 공학과 종교학을 아우르는 이력으로 독자적인 학문적 궤적을 구축해 온 연구자이자 출판인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인문·종교 분야로 학문적 관심을 확장해 선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 박사(Ph.D.)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선문대학교에서 강의전담교수로 재직하며 종교사상과 신종교 운동, 현대 한국 종교 현상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학문 활동과 더불어 출판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현재 도서출판 아우내 대표로 재직하며 종교·사상·문화 분야 전문 서적을 기획·출간하고 있다. 또한 한국메시아운동사연구소 소장으로서 한국 신종교와 메시아 운동의 역사적 전개, 교리 형성, 분열과 재편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국제신인류문화학회 학회장으로 학술 교류와 연구 네트워크 확장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주식회사 네일톡톡 총괄이사로 기업 경영에도 참여하며 학문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저서 『한국의 육신영생 신앙』 『통일교의 분열』 『통일교와 독생녀 현상』 『통일교 분열 실록 전집』(전 11권) 『독생녀론은 페미니즘 신학이다』 이들 저서는 한국 신종교 운동, 특히 통일교 계열의 교리 변화와 분열 양상, '독생녀' 담론의 신학적·사회문화적 의미를 분석한 연구 성과로 평가받는다.
-
- 생활·문화
-
[로컬 89_천안(2)] 둥근 달에 띄워 보낸 염원, 양곡리 장승 앞의 천년 약속
-
-
美 공군, F-47·B-21용 차세대 침투 공격 무기(SiAW) 추가 공급원 탐색 착수
- 미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 F-47과 스텔스 폭격기 B-21에 탑재할 '침투 공격 무기(SiAW, Stand-in Attack Weapon)' 또는 동등 성능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 추가 업체 발굴에 나섰다. 에글린 공군기지(Eglin AFB) 소재 미 공군 생애주기관리센터(AFLCMC) 무기국이 지난 수요일 정부 조달 시스템(SAM.gov)에 공급원 탐색 공고(Sources Sought Notice)를 게시했다고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가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번 공고는 입찰 공고가 아닌 시장 조사 목적으로, 현재 노스롭 그루먼이 개발 중인 SiAW와 "대등하거나 향상된 역량"을 갖춘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업체 응답 기한은 3월 19일이다. F-47, 특정 무기 체계 연동 문서에 최초 등장 이번 공고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보잉이 개발 중인 NGAD(Next-Generation Air Dominance) 전투기 F-47이 특정 무기 체계와 연동된 공개 조달 문서에 최초로 명기되었다는 사실이다. 공고에는 SiAW의 플랫폼 호환 요구사항으로 F-35, F-16, F-47, B-21이 나열되어 있다. F-35가 SiAW의 초기 탑재 기체이며, 미 공군은 이전에 B-21도 이 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SiAW는 분쟁 환경(contested environments) 내에서 이동식 표적을 초고속으로 타격하도록 설계된 초음속 공대지 미사일이다. 주요 타격 대상에는 통합 방공망(IADS), 탄도 미사일 발사대, GPS 교란 장치, 반위성(ASAT) 체계가 포함된다. 공고에 명시된 주요 요구 역량은 다음과 같다. - 확장된 스탠드오프 사거리(extended standoff range) - 주파수 가변형 및 저탐지(LPI) 레이더를 추적하는 첨단 대방사(anti-radiation) 시커 - 항재밍 역량을 갖춘 정밀 GPS/INS 항법 - 견고한 전자 방어책(ECCM) 및 재공격(reattack) 능력 - 연간 최대 600발 양산 역량, 수명 주기 15년 노스롭 그루먼 개발 현황과 추가 공급원 탐색 배경 미 공군은 2023년 9월 노스롭 그루먼에 7억 500만 달러 규모의 SiAW 개발·시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 이전 초기 단계에서는 록히드마틴과 L3해리스도 경쟁에 참여했었다. 노스롭 그루먼은 2024년 11월 첫 시험용 미사일을 공군에 인도했고, 2025년 12월에는 F-16에서의 분리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SiAW 프로그램은 현재 중간 단계 획득 신속 시제(Middle Tier Acquisition Rapid Prototyping) 단계를 실행 중이며, FY2026 예산 문서에 따르면 시제 개발은 FY2027 1분기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공고에는 계약 체결로부터 48개월의 성능 구현 기간이 설정되어 있으며, 2030년 초도 양산분 인도를 목표로 한다. 다만 미 공군은 추가 공급원을 탐색하는 이유나 이것이 기존 노스롭 그루먼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탐색의 배경으로는 이란을 대상으로 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이 정밀 유도 탄약 재고와 방산 산업 기반 역량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목요일 발표한 보고서가 이러한 우려를 다루고 있다.
-
- 경제
-
美 공군, F-47·B-21용 차세대 침투 공격 무기(SiAW) 추가 공급원 탐색 착수
-
-
[이위발의 사람과 결(4)] 속도의 유혹을 거부하는 사유의 불씨-풍요와 빈곤
- 속도의 유혹을 거부하는 사유의 불씨-풍요와 빈곤 세계는 어느 때보다 거대한 풍요의 파도 위에 올라타 있습니다. 손가락 끝의 움직임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물건이 대문 앞에 당도하고,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와 우리의 뇌를 잠식시키고 있습니다. ‘부(富)’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인격이 되고 권력이 된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 찬란한 빛의 이면에는 기이한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물질은 차고 넘치지만, 정작 그것을 누리는 인간의 내면은 갈수록 메말라가는 '풍요 속의 빈곤'입니다. 우리사회의 물질만능주의는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많이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너의 가치는 네가 소유한 브랜드와 평수로 증명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끝없는 비교의 굴레로 밀어 넣습니다.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는 동안, 우리는 정작 지탱해 주던 소중한 가치들은 길가에 흘리고 다닙니다. 마치 아궁이의 불씨가 꺼져가는 지도 모른 채, 화려한 철제 난로를 사 모으는 격입니다. 물질만능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인간을 인격이 아닌 재력으로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지향해야 할 태도는 조건 없는 환대와의 연결입니다. 자주 가는 시내 국밥집 식당 주인이 떠오릅니다. 그는 최신식 키오스크를 들여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손님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마주하며 친절하게 인사를 합니다. 그리곤 안부를 묻습니다. 그러자 손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그가 지키고 있는 것은 단순한 영업이익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라는 불씨입니다.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빈곤한 선택을 한 셈입니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 세상에서,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를 멈추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곁을 내어주는 행위 자체는 위대한 저항입니다.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에 시간을 들이는 행위, 이것이 물질의 풍요에 매몰되지 않고 영혼의 풍요를 선택하는 파수꾼의 모습입니다. 파수꾼의 삶은 고단합니다. 남들이 화려한 축제장으로 달려갈 때 성벽 위에서 보잘것없는 불씨를 감싸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냐",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라는 비난 섞인 충고를 듣곤 합니다. 하지만 이 불씨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얼음 왕국이 되고 맙니다. 물질적 풍요는 육체를 편안하게 해 줄 순 있지만, 영혼을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빈곤한 것은 우리의 지갑이 아닌 자신을 향한 성찰의 부재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불씨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측은지심, 불의 앞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양심의 가책,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감탄할 줄 아는 감수성 같은 것입니다. 결국 진정한 풍요란 얼마나 가졌는가 보다 얼마나 남겼는가, 내 삶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채웠는가 보다 내 영혼에 얼마나 많은 온기를 남겼는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온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지폈는가가 삶의 성패를 가릅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이라는 성벽 위에서 불씨를 지키는 파수꾼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씨란 거창한 시대정신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의 온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자아의 존엄,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정직한 노동의 가치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 불씨를 끄려 합니다. 효율성이라는 차가운 바람을 불어넣고, 비교라는 폭우를 쏟아 붓습니다. "적당히 해라",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냉소적인 목소리들은 파수꾼의 어깨를 무겁게 만듭니다. 이제 우리는 물질의 화려함에 눈이 멀어 내면의 불씨를 꺼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풍요는 통장의 잔고에 있지 않고, 타인의 슬픔에 공명할 수 있는 마음의 넓이에 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사랑의 불씨를 되찾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곁의 사람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친절하게 건네는 것입니다. <필자 소개>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출간했습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과 『솜솜한 인연』을 펴냈으며, 안동문화100선 『이육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웹진 《엄브렐라》 주간과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아 활동 중입니다.
-
- 생활·문화
-
[이위발의 사람과 결(4)] 속도의 유혹을 거부하는 사유의 불씨-풍요와 빈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