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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에도 3,500억달러 대미투자 계획대로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한국 정부가 상호관세 인하를 전제로 약속한 3500억달러(약 51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은 일단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22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 선정 절차를 중단 없이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는 여전히 유효하고, 반도체·바이오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한미 간 우호적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역시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미니해설] 상호관세 무효 이후 한미 통상 시계, 투자로 돌파구 찾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한미 통상 환경에 중대한 변곡점이 형성됐다. 그러나 정부는 상호관세 무효와 별개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겉으로는 '전제 조건'이 흔들린 셈이지만, 통상 당국은 오히려 전략적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연방대법원 판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는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자동차·철강 등에 적용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와 대중(對中) 제재 성격의 301조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관세' 10% 부과를 발표했고, 곧바로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의 방향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대미 투자 약속을 재검토하거나 협상 재개를 요구할 경우, 오히려 더 강한 통상 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판결 이후 미국의 관세 환급 절차, 글로벌 관세 인상, 추가 관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성급한 입장 표명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구성해 투자 후보 프로젝트 선별 작업에 착수했다. 대미투자특별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지만, 기금 조성과 투자위원회 설립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도 병행하고 있다.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입법 공청회를 열고 다음 달 본회의 처리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미 투자 구상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 미국이 중시하는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발전·에너지·핵심광물 등 공급망 안정과 직결된 분야가 우선 검토 대상이다. 박정성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단은 판결 직전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상무부 등과 구체적 투자 협의를 진행했다. 비슷한 통상 환경에 놓인 일본의 행보도 변수다. 일본은 이미 360억달러 규모의 1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2호 사업 선정에 착수했다.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텍사스주 석유·가스 수출 시설, 조지아주 합성 다이아몬드 설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춤할 경우, 전략 산업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호관세가 무효가 된 만큼 그 전제 아래 체결된 투자 합의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당과 사회민주당은 특별법 논의 중단 또는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통상 협상의 연속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선택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향후 미국의 추가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2조, 301조, 관세법 338조, 수입 라이선스 수수료 등 다양한 수단을 거론하며 관세 확대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상호관세가 무효가 됐다고 해서 보호무역 기조가 완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미 투자 전략은 통상 리스크를 분산하는 ‘보험’ 성격도 갖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통해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고, 수출 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급변하는 미국 통상 정책 속에서 정부는 '속도 조절'이 아니라 '속도 유지'를 선택했다. 상호관세 무효라는 법적 판단 이후에도 3,500억달러 투자 카드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관세보다 더 무거운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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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에도 3,500억달러 대미투자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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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5만 고지 앞둔 '운명의 일주일'⋯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 생사 가른다
- 역사적인 다우지수 5만 선 돌파를 목전에 둔 뉴욕 증시가 이번 주 'AI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라는 거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기술주를 덮친 'AI 회의론'을 잠재우고 강세장의 동력을 회복할 열쇠를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0.2% 상승하는 데 그치며 횡보하는 가운데, 시장의 모든 시선은 25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 쏠려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매출 659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대비 71%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월가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는 점이 오히려 리스크다. 엠파워(Empower)의 마르타 노턴 수석 투자 전략가는 "모두가 깜짝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시장을 다시 놀라게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젠슨 황 CEO가 컨퍼런스 콜에서 고객사들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해 얼마나 강력한 확신을 주느냐가 이번 주 AI 생태계 전체의 생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기술주 전반에 확산된 'AI 무용론'도 이번 주 시험대에 오른다. 올해 들어 마이크로소프트(-17%)와 아마존(-11%)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인튜이트(Intuit)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이 AI 기술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음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올해 20% 가까이 폭락한 소프트웨어 섹터의 투매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정치·사법적 변수 역시 증시를 흔들 전망이다. 미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며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도했으나,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조치와 무역 분쟁 가능성이라는 더 큰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 24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은 향후 경제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며, 관세 무효화 판결 이후 행정부의 대응 방식은 달러화와 국채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최근 공개된 1월 FOMC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매파적' 본능을 드러낸 가운데, 27일 발표될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물가의 끈적함을 증명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은 7월 이후로 더욱 밀려날 수 있다. 결국 내주 월가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트럼프의 입, 그리고 물가 지표라는 세 개의 파고를 한꺼번에 넘어야 하는 '운명의 일주일'을 맞이하게 됐다. [미니해설] '엔비디아의 입'과 '트럼프의 관세'에 걸린 5만 시대의 운명 ① 엔비디아, '전설' 지속과 '거품' 붕괴의 기로 내주 수요일(25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단순한 기업 성과 공개를 넘어 'AI 강세장'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심판대가 될 것이다. 현재 월가의 전망치는 극명하게 갈린다. S&P 글로벌 비저블 알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최저 6.28달러에서 최고 9.68달러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멜리사 오토 연구원은 "낙관론자가 옳다면 주가는 여전히 저렴하지만, 비관론자가 옳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수치보다 젠슨 황 CEO의 '코멘트'가 중요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고객사(하이퍼스케일러)들의 주가가 AI 투자 대비 수익성 부족 우려로 압박받고 있는 만큼, 젠슨 황이 이들의 지속적인 구매 의사와 AI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순환매(rotation)'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② 소프트웨어 잔혹사: AI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올해 뉴욕 증시의 가장 뼈아픈 손가락은 소프트웨어 섹터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에 관련 지수가 20% 급락했다. 베이커 애비뉴 웨스트 매니지먼트의 킹 립 최고 전략가는 "내주 세일즈포스와 인튜이트의 실적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존 능력을 가늠할 지표"라며 "혁신을 통해 적응하는 기업만이 이 투매 장세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이들이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를 내놓는다면, AI 열풍은 '장비주(엔비디아)만의 잔치'로 끝날 위험이 크다. ③ 트럼프 관세 무효화 판결: '사법적 제동'이 부른 새로운 불확실성 미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부과를 무효화한 판결은 시장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줬으나, 속내는 복잡하다. 투자자들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대신 어떤 형태의 무역 장벽을 세울지, 그리고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문제가 재정 적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24일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를 향해 어떤 공세를 펼치고, 새로운 통상 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러화와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 ④ 7월 인하론에 배수진 친 월가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는 더욱 안갯속이다. 최근 GDP 성장률이 1.4%로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지표(PCE)의 가속화와 견조한 고용 지표가 연준의 손발을 묶고 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7월 첫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올해 총 2회의 인하(0.5% 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주 발표될 1월 PPI가 예상을 상회할 경우, 시장은 '연내 1회 인하'라는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각 기준) *2월 23일(월): 일본 물가 지표(도쿄 CPI),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 *2월 24일(화):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SOTU),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홈디포·로우즈 실적 *2월 25일(수): 엔비디아 실적 발표, 세일즈포스 실적, 미국 신규주택매매, 5년물 국채 입찰 *2월 26일(목):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7년물 국채 입찰 *2월 27일(금):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 1월 PCE 가격지수(최종), 인도 3분기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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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5만 고지 앞둔 '운명의 일주일'⋯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 생사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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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손잡은 인도, 핵심광물·희토류 협력 체결⋯중국 의존도 낮춘다
- 인도를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핵심 광물·희토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모디 총리는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밝혔고, 룰라 대통령도 재생에너지·핵심 광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라질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국은 디지털·보건 등 9건의 협정도 체결하고, 교역액을 2030년 2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룰라 대통령은 방한을 위해 22일 서울로 향한다. [미니해설] 룰라·모디, 핵심광물 전선 확대…中 견제·AI 공급망 재편 본격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뉴델리에서 체결한 핵심 광물·희토류 협정은 단순한 자원 협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인도가 반도체·전기차·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략 자원으로 꼽히는 핵심 광물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상의 발언은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모디 총리는 이를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전략 자원의 안정적 확보 체계를 다변화하겠다는 의미다. 룰라 대통령 역시 재생에너지와 핵심 광물 분야에 대한 투자·협력 증진을 강조했다. 브라질은 니오븀·리튬·희토류 등 주요 광물 매장량에서 세계 상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일부 핵심 광물 매장량은 세계 2위로 평가된다. 인도는 최근 수년간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풍력 설비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와 리튬 등 전략 자원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왔다. 중국은 채굴뿐 아니라 정련·가공 단계에서도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인도의 산업 전략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도는 자국 내 생산과 재활용 확대, 해외 광산 투자,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병행해왔다. 브라질과의 협력은 이러한 다층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전날 인도가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 공급망 동맹 '팍스 실리카'에 가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팍스 실리카는 핵심 광물·에너지·반도체 등 AI 산업 기반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경제안보 협의체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호주·이스라엘·싱가포르·영국·카타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도의 합류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는 인도 정부 전략과 맞물린다. 핵심 광물 확보는 곧 AI 경쟁력의 토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자원 분야 외에도 디지털 협력·보건 등 9건의 협정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는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지난해 기준 150억달러 수준인 교역액을 2030년 2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모디 총리는 브라질을 중남미에서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언급하며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도 "무역은 신뢰의 반영"이라고 화답했다. 브라질 측의 행보도 주목된다. 룰라 대통령은 장관 14명과 260여개 기업이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사절단을 이끌고 인도를 찾았다. 이는 단순 외교 방문이 아닌 경제 외교 총력전의 성격을 띤다. 특히 브라질의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는 인도 대기업 아다니 그룹과 제휴해 인도 현지에서 제트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방산·항공 산업까지 협력 범위가 확장되는 셈이다. 이번 협정은 세 갈래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인도의 전략 자원 확보 다변화. 둘째, 브라질의 신흥 시장 확대와 글로벌 위상 강화. 셋째, 중국 중심 공급망에 대한 구조적 견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이 자원과 산업을 매개로 결속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가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22일 인도 일정을 마친 뒤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브라질의 자원 외교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되는 국면이다.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경쟁은 더 이상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안보·외교가 교차하는 전략 자산 확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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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손잡은 인도, 핵심광물·희토류 협력 체결⋯중국 의존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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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 프랑스 다소(Dassault) 항공의 '라팔(Rafale)'은 현재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출 실적이 전무해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후 인도, 이집트, 카타르, 그리스, UAE,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인도는 최근 114대의 라팔 추가 도입을 위한 정부 간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1세기 라팔이 누리고 있는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1980년대 상업적으로 처참히 실패했던 또 다른 프랑스 전투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바로 라팔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이자,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비운의 걸작 '미라주 4000(Mirage 4000)'이다. 초대형 쌍발 전투기의 등장: F-15와 견주다 항공 역사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도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즐비하다. 1976년, 다소는 단발 엔진 경전투기인 '미라주 2000' 개발과 동시에 쌍발 엔진을 장착한 대형 전투기 개발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단발기인 미라주 2000이 미국의 F-16 팰컨과 경쟁하는 포지션이었다면, 쌍발기인 미라주 4000은 미국의 F-15 이글이나 옛 소련의 Su-30과 같은 체급으로 제공권 장악 및 장거리 타격 임무를 위해 설계된 중(重)전투기였다. 특히 미라주 4000은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신소재와 압도적인 비행 성능을 자랑했다. 세계 최초로 탄소 코팅 복합재를 수직 꼬리날개에 적용해 획기적인 무게 절감과 피로 저항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10톤의 추력을 내는 스넥마(Snecma) M53 엔진 2기를 탑재해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가 1을 초과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쌍발 엔진의 힘을 바탕으로 탁월한 상승력도 과시했다. 첫 비행 1년 만인 1979년 마하 2의 속도를 거뜬히 돌파했으며, 단 3분 50초 만에 5만 피트 상공에 도달하는 경이로운 비행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연료 탑재량 역시 미라주 2000의 3배에 달해 장거리 작전 수행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인도와 중동의 관심, 그러나 끝내 닫힌 양산의 문 미라주 4000의 압도적인 스펙은 첫 비행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이란 샤(Shah)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가장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인도였다. 인도는 이미 미라주 2000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미라주 4000을 고성능 하이급(High-tier) 전투기로 도입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검토에도 불구하고 단 1대의 실제 주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 정부와 군의 철저한 외면이었다. 다소는 자비로 미라주 4000의 개발비를 충당해야 했고, 자국 공군의 도입이라는 '보증수표'가 없는 무기를 덥석 구매할 해외 국가는 없었다. 결국 단 5대의 생산 계획마저 취소되며 프로젝트는 조용히 폐기 수순을 밟았다. 미라주 4000을 버린 프랑스의 진짜 이유: '항공모함'과 '독립' 프랑스 정부가 자국 방위산업의 결정체였던 미라주 4000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항공모함 탑재 능력'과 '예산의 한계'에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 서독,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공동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자국의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 버전의 전투기를 강력히 요구한 반면, 타 유럽 국가들은 이에 관심이 없었다. 독자적인 안보 노선, 즉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결국 유로파이터 프로젝트에서 탈퇴한다. 프랑스 해군은 미국의 F/A-18 호넷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했고, 독자적인 함재기가 절실했다. 하지만 몸집이 너무 크고 무거운 미라주 4000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에 부적합했다. 게다가 제한된 국방 예산으로 공군용 대형 전투기(미라주 4000)와 해군용 함재기를 따로 개발할 여력도 없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다소 측에 공군과 해군의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완전히 새로운 다목적 전투기(Omnirole)를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정이 미라주 4000의 관에 명백한 못을 박았고, 동시에 오늘날 전 세계를 누비는 라팔(Rafale)을 잉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비록 미라주 4000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쌍발 엔진 제어와 복합재 사용 기술은 라팔에 고스란히 이식되어 프랑스 항공 우주 기술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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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인도도 눈독 들였던 '비운의 걸작'⋯라팔의 탄생을 이끈 '미라주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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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모래시계
- 모래시계 백현 검은 머리통들이 지하철 환승구를 물밀듯 쏟아져 내린다 병목을 다투어 빠져나가는 모래의 비명이 귀속에서 웅웅거린다 시간 앞에서 인간이 바치는 온몸이 떨리는 갈증과 조바심 피 흐르고 불타던 전장의 잔혹함이 묻히고 사구를 흐르는 모래 물결과 느릿한 낙타의 발자국이 이어지고 오직 모래의 무심을 빌어 다시 채워지는 병 속의 시간 한 알 한 알 모래가 떨어져 내리는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모래를 끌어 내리는 중력이 나를 빨아들이고 무수한 모래가 칼끝이 되어 살갗을 파고든다 시간의 병 속에 담겨있는 내 머리가 보인다 망치를 들어 모래시계를 깨트린다 발밑에서 천 개의 시간이 번뜩인다 천 개의 나를 딛고 선다 유리 파편 위를 걷는 맨발의 시간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알람 소리에 놀라 이불 밖으로 쏟아지고, 현관문을 열고 거리로 쏟아지며, 다시 좁은 지하철 문틈으로 몸을 구겨 넣습니다. 거대한 중력이 등 떠미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를 밀어내는 건 '늦으면 안 된다'는 스스로의 조바심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있어도 늙어간다는 사실이 때론 참을 수 없이 억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좁은 병목을 통과하려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깎여나가는 모래알처럼, 우리는 매일 조금씩 더 작아지고, 더 고운 가루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부드러워진다는 건, 어쩌면 나를 잃어간다는 말의 다른 표현 아닐까요. 문득, 나를 가두고 있는 이 투명한 벽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해진 구멍으로 얌전히 빠져나가기를 거부하고,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중력을 거스르고 싶어집니다. 흐르는 대로 휩쓸려 가는 대신, 차라리 멈춰 서서 와장창 그 벽을 깨뜨리는 상상을 합니다. 비록 날카로운 파편 위에 맨발로 서게 될지라도, 누군가 뒤집어주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딛고 선 그 찰나의 순간을 온전히 움켜쥐고 싶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시간의 틀을 깨고 나온 사람만이 비로소 자신의 발바닥으로 설 수 있습니다. 그 바닥이 비록 피가 흐르는 유리밭이라 해도 말입니다. 당신의 시계는 지금 흐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그 시계를 쥐고 있습니까. <편집자주> 프로필 201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미래서정문학상, 조지훈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한국예술위원회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주간, 유튜브 (시읽는고양이) 크리에이터. 주요 작품 시집 『힘없는 질투』, 디카시집 『편복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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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의 시의 정원-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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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6회)
- 제16회 희정 씨의 젖가슴은 단단하고 매끄러운 경북 영주 사과 같다. 바디워시 듬뿍 적신 바디타월을 든 오른손으로 미상 씨는 희정 씨의 겨드랑이를 닦고 있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희정 씨의 어깨를 단단히 부여잡았다. 미상 씨는 지금 자신의 왼손이 폭풍우에 흔들리는 어린 사과나무 가지를 움켜잡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희정 씨의 목과 어깨를 문지르고 견갑골 이쪽저쪽을 지난 바디타월은 미상 씨의 왼손에서 오른손은 자리를 옮겼다. 그 오른손이 희정 씨의 가슴 녘에 다다랐다. 왼쪽 젖가슴을 지나고 오른쪽 젖가슴을 지난 미상 씨의 오른손이 희정 씨 오른쪽 겨드랑이로 옮겨간다. 미상 씨는 줄곧 폭풍우 치는 사과나무 과수원을 생각하고 있다. 이십여 년 전 어느 여름날이다. 과수원은 부석사 아래 사하촌에서 멀지 않은 왕대밭골 깊은 골짜기에 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한쪽에서 가느다란 번개가 찢어지고 우르르 우르르 천둥이 운다. 과수원의 사위는 더욱 컴컴하게 변한다. 원두막에서 잠을 깬 소년은 검은 등을 가진 짐승의 무리와 어울려 웅성거리는 사과나무 과수원을 내려다보고 있다. 수직으로 내려꽂히는 장대비는 짐승의 무리를 화나게 할 것만 같아 안타깝다. 그리하여 다시 바디타월을 넘겨받은 미상 씨의 왼손은 희정 씨의 오른쪽 쇄골 위에서 멈추었다.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불편하대도 어쩔 수 없다. PVC 간이욕조는 희정 씨의 온몸을 담글 만큼 깊었으나 다리를 쭉 펼칠 만큼 넉넉한 길이가 아니다. 희정 씨는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고 그리고 눈을 감고 있다. 수시로 말을 걸고 또 명령을 내리는 미상 씨의 요구에 희정 씨는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다. 앞뒤로 몸을 젖히기도 하고 숙이기도 해야 하지만 희정 씨의 몸은 그럴 능력이 없다. 팔을 쳐들지도 못한다. 미상 씨는 이제 욕조 곁 타일 바닥에 무릎을 꾼 자세로 희정 씨의 오른쪽 팔뚝을 문지르고 있다. "자아, 이제……." 다발경화증 환자는 특히 겨울철을 조심해야 한다. 미상 씨도 희정 씨도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노래방에 다녀왔다. 무리한 외출이었다. 이전에도 희정 씨는 겨울을 힘들어했는데, 감기나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했고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한 피로와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다. 그러나 정신은 말짱하다. 이러한 상태가 다발경화증 병증의 특징이다. 심리적으로는 극심한 무력감과 타인 의존에 대한 좌절감이 있으나 사고력과 기억력은 평시와 같고 주변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도 정상이다. 그래서 희정 씨는 자신의 배를 지나 이쪽저쪽 골반뼈를 문지르는 미상 씨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오른손이 그러는 동안 미상 씨의 왼손은 희정 씨의 왼쪽 겨드랑이를 틀어잡고 왼쪽 어깨로는 그녀의 윗몸을 지탱하고 있다. 과수원은 흔들리고 휘청거린다. 다시 한번 아름드리 번개의 줄기가 과수원 하늘을 창백한 빛으로 찢으며 지나친다. 섬광 줄기 아래로 새하얗게 놀란 과수원의 모양이 한순간 드러났다가는 사라진다. 우르르르 콰광쾅 콰과강, 하고 천둥소리는 과수원을 둘러싼 소나무숲과 왕대밭을 후려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미상 씨는 이쪽저쪽 희정 씨의 무릎을 문지르고 장딴지와 복숭아뼈를 꼼꼼히 닦았다. 어쩌면 금방 환한 여름날 대낮의 풍경으로 복귀할 듯한 기대에 소년은 사과나무 곁으로 다가가 검은 이파리 잔뜩 달린 가지를 치켜들었다. 사과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검고 단단한 구(球)의 형상만이 그곳에 숨어 있었다. 먹구름의 장막은 두껍고 억세다. 그 먹구름이 다시 비를 뿌리자 검은 사과나무 이파리는 농익어 가는 검은 사과를 하나하나 덮어 감추었다. 희정 씨의 발가락 열 개를 다 씻긴 미상 씨는 희정 씨를 바라보았다. 희정 씨도 미상 씨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할 말이 있었으나 하지 못한다. 미상 씨의 왼손은 희정 씨의 오른손을 잡고 있다. 바디타월을 든 미상 씨의 오른손은 희정 씨의 구부린 무릎과 구부린 무릎 사이 목욕물 속에 잠겨있다. 희정 씨는 그 손의 정지를 느꼈다. 푸슬푸슬 비는 내리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다. 소년은 원두막으로 올라가 다시 낮잠에 빠져들 수 있다. 사과나무 과수원의 사과는 사과나무 이파리 뒤에 고스란히 숨어 있다. 소년이 사과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제야 미상 씨와 희정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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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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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세계에 '글로벌 10% 관세' 전격 발효⋯대법원 제동에도 무역전면전 재점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맞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10%의 '글로벌 관세'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사법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권한을 재해석해 관세 부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미국발 무역 긴장이 다시 한 번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오벌오피스에서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글로벌 10% 관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조치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백악관은 같은 날 포고령을 통해 이른바 '임시 관세'가 미 동부시간 24일 0시1분부터 적용된다고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기존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 직후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와 중국·캐나다 등에 적용한 '펜타닐 관세'가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1, 2심의 위법 판결을 유지한 최종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로 차등세율을 적용해 부과해온 상호관세는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새로운 10% 관세를 발동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불균형 등 경제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150일간 15% 이내의 관세를 일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기존 10% 기본관세를 다른 법적 틀로 대체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신규 관세 조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법적 근거로 활용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임시 조치를 넘어, 향후 특정 국가를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포고령은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해선 신규 관세를 면제했다. 핵심 광물,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 및 버스 관련 부품, 일부 항공우주 제품이 예외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내에서 재배·채굴·생산이 불가능한 천연자원과 비료도 제외됐다. 이는 공급망 충격을 최소화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세계 교역 질서에 미칠 파장이다. 10%라는 단일 세율은 국가별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식상 '보편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에 비용을 전가하는 조치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따라 최초 25%로 책정됐던 상호관세가 지난해 11월부터 15%로 인하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 국회의 대미 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관세와 함께 상호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기존 상호관세는 무효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국 압박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관세 인상 여부에 따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더구나 무역법 301조 조사가 병행될 경우 특정 산업을 겨냥한 고율 관세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사법부와 행정부 간 권한 다툼이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제동했지만,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정책 효과는 상당 부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역시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관세 10%는 기업의 원가 구조를 압박하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변수를 던진다. 인플레이션이 재자극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는 150일이라는 시한을 전제로 하지만, 무역법 301조 조사와 결합될 경우 구조적 관세 체제로 전환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직후 곧바로 대응 카드를 꺼내든 점은 무역정책을 핵심 정치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번 '글로벌 10% 관세'는 단순한 임시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통상 전략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세계 교역 질서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은 복잡해진 통상 지형 속에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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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세계에 '글로벌 10% 관세' 전격 발효⋯대법원 제동에도 무역전면전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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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1회)
- 1회. 묵호로 가는 이유? 혼자니까 묵호다 작당들이 24시 문화 순환을 연구할 공간에 앉아 있다. '논골담길 커먼즈'. 내가 직접 기획하고 이름까지 붙인 4평 공간의 하얀색 의자 위다. 골목을 타고 남쪽에서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딱 하나였다. 발소리가 하나뿐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둘 이상이면 반드시 낮은 말소리라도 섞이기 마련이니까. 묵호를 혼자 걷는 사람은 말이 없다. 그 침묵이 겹겹이 쌓여 이 골목의 결이 되었고, 그 결이 지금의 묵호를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장소로 만들었다. 참 묘한 일이다. 나는 묵호의 중심이 된 이 공간 논골담길을 기획한 사람이다. 2010년, 이 언덕에 처음 올랐을 때 여기는 누구나 찾는 명소가 아니었다. 빈집이 늘고, 젊은이들은 떠나고, 그저 짠 오징어 냄새만 바람에 실려 다니는 동네였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이었지만, 이 골목은 이미 그 쓸쓸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나는 기획자라는 명함을 들고 그 냄새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지금 나는 잠시 그 사실을 잊어보려 한다. 문화 기획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게 차가운 설계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동선, 시선이 머무는 곳,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감동은 어느 정도일지. 그런 계산을 내려놓고 그냥 여기 앉아 있을 때, 비로소 이 골목이 내게 다르게 말을 건다. 마치 내가 오늘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인 여행자인 것처럼. 사람들은 왜 하필 묵호에 혼자 올까? 이 질문을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묵호는 관광지로서 화려한 맛은 없다. 강릉이나 속초처럼 세련된 카페나 편의시설이 깔린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낡았고, 비탈길은 가파르며, 바람은 거칠고 오징어 냄새가 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온다. 혼자서. 낡은 카메라 하나,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거리를 걷다가 내린 답은 이렇다. 묵호는 누군가에게 위로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기어이 혼자가 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천지 차이다. 위로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채워달라는 부탁이라면, 혼자가 되겠다는 건 내 안의 소음들을 비워내겠다는 단호한 선택이다. 묵호의 골목은 무언가를 채워주지 않는다. 그저, 마음껏 비워도 괜찮다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줄 뿐이다. 이 시대는 왜 이토록 비움에 목말라 있을까. 묵호로 향하는 발걸음은 일반적인 여행의 유행이 아니다. 24시간 연결된 지치고 피로한 사회에서 '나 홀로'라는 상태를 외로움이 아닌, 내 의지로 선택한 소중한 시간으로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길을 떠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묵호는 그 마음에 딱 맞는 풍경을 내어준다. 세련되지 않아 오히려 솔직하고, 번화하지 않아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 앉을 수 있는 곳.' 혼자니까 묵호다.' 이 말은 그래서 나왔다. '논골담길'도 그런 비움의 공간이길 바랐다. 처음 이곳을 구상할 때 가장 겁냈던 건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 마을 재생이라는 번지르르한 이름 아래 수많은 골목이 천편일률적인 벽화로 덮이고 억지스러운 포토 존이 생기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그것들은 대개 주민을 위한 그것이 아니었다. 관광객을 위한 무대였고, 그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은 배경이나 소품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공간을 기획한다는 건 결국 윤리의 문제다. 어떤 이야기를 살리고, 어떤 기억을 지울 것인가. 누구의 삶을 공공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기획은 곧 긍정 권력을 나누는 일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낳는 건, 대개 그 권력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골목에서 그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고 싶었다. 내 노력이 성공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이 연재가 끝날 때쯤에도 정답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발소리가 멈췄다. 공론장 커먼즈 입구에 서른쯤의 여자가 서 있었다. 배낭 하나, 카메라 하나. 그녀는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한참 동안 입구를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골목 북쪽 어달, 대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무엇을 비우러 이 먼 묵호까지 왔을까. 그리고 이 투박한 골목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여백을 허락해 주었을까. 묵호는 그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항구다. 정답을 툭 던져주지는 않지만,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을 힘을 준다. 공간은 완성되는 순간 기획자의 손을 떠난다. 그 뒤로는 공간과 사람이 만나는 수많은 우연이 그곳의 의미를 매일 새롭게 써 내려간다. 나는 2010년부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내가 계산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질기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 골목은 살아남았다. 나는 다시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기획자로서의 나와, 그저 쉬러 온 방문자로서의 내가 슬며시 겹친다. 그 겹친 마음이 바로 이 연재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항구는 혼자 오는 사람을 기억한다. 나는 이제 그 기억의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러 왔다. <편집자주> 조연섭 -문화 기획자, 브런치 작가, 논골담길 기획자 조연섭 작가는 숨겨진 원형을 발굴해 현대적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기획자이자 작가다. 언더그라운드 방송 DJ와 아나운서를 거친 방송인 출신으로, 2004년 동해문화원 공채 사무국장으로 임용 한국문화원국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고 2025년 12월30일 퇴직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구 소멸 시대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의 기획력은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묵호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성공 사례를 발표하며 문화 담론을 주도했다. 또한, 방치된 양조장을 커뮤니티 거점으로 복원한 '강원막걸리학교(막걸리 익는 홍월평)'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 예술적 감각 또한 남다르다. 국가유산청 공모로 뮤지컬 '동해의 선선 심동로'와 '동해랑'을 기획하여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로컬 콘텐츠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원상 '창의 인재상'을 받았으며, 전국 문화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한 지역 문화경영 고급 아카데미 전국 1위와 함께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공론장 '논골담길 커먼즈'와 함께 24시 문화 순환 체계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 작가로서 《논골담길》, 《맨발 걷기》 등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현장의 기록을 글에 담아 사람과 공간을 잇는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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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89] 묵호 사용 설명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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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美 대법원 '철퇴' 맞은 트럼프 관세⋯'플랜B' 무역법 122조 꺼내며 전면전 예고
-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강행해 온 상호 관세 정책에 최종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무역 적자 해소와 미국 제조업 부흥을 명분으로 이 관세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 전반에 10퍼센트 기본 관세를 매기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보복성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 국정 운영 동력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 전반에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이 판결로 지난 반세기 동안 단 한 번도 관세 부과에 쓰이지 않았던 비상경제권한법을 앞세운 상호 관세는 즉각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다수 의견을 집필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헌법이 세금과 관세를 매길 권한을 오직 입법부인 의회에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 역시 보충 의견에서 "입법 과정의 숙고적 특성이야말로 자유를 지키는 방파제"라며 의회를 우회하려는 행정부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관세를 매겼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법률이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주지만 관세를 부과할 명시적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가 경제와 정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의회가 명확하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해 행정부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소송은 갑작스러운 관세 폭탄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국 내 수많은 기업과 12개 주 정부가 연합하면서 시작됐다. 핵심 국정 과제가 무력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며 법망을 우회하는 대안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결정을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대법관들이 외국 세력에 부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정치적 이유로 고금리를 선호하는 무능한 인물"이라며 불만을 터트리는 등 경제 정책 전반에 걸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본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미국을 착취하던 외국 국가들이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겠지만 그 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기존 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수단으로 1974년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3일 안에 새로운 10퍼센트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위법 판결을 받은 관세 정책 대신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는 무역법 301조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법 232조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두 법안은 대통령 선에서 바로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 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낡은 조항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러한 대체 법안을 동원하면 올해 미국 정부가 거둬들이는 관세 수입은 기존과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대한 환급대란 예고 대법원 판결은 당장 미국 경제 전반에 거대한 환급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국소매연맹 등 주요 경제 단체는 기업들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급심 법원이 명확한 환급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조세재단 부사장 에리카 요크는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법률을 근거로 미국 정부가 징수한 관세 규모가 최소 1600억 달러(약 232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법관들은 관세 환급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낸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이미 수입업자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를 환급하는 과정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직 아마존 브랜드 매니저이자 컨설턴트인 마틴 호이벨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통 공룡들이 이번 판결을 빌미로 납품 단가 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채 시장에서는 정부가 관세 수입 감소로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장기물 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피치 레이팅스 소속 경제학자 올루 소놀라는 "이번 판결로 올해 부과된 관세 가운데 60퍼센트 이상이 소멸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등 주요 교역국 대미 투자 재협상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독단적인 관세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관세 면제를 대가로 미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맺었던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이 마주한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관세를 무기로 각국을 압박하던 미국의 협상 지렛대가 사라지면서 국제 사회는 새로운 무역 역학 관계 재편을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관세 면제를 대가로 미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를 맺었던 주요 교역국들은 일제히 복잡한 계산에 돌입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유럽연합 등 여러 국가는 상호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건네며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07조 원),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97조 원), 유럽연합은 6000억 달러(약 870조 원) 규모 투자를 압박받았다. 그러나 관세를 무기로 각국을 압박하던 미국의 협상 지렛대가 사라지면서 국제 사회는 새로운 무역 역학 관계 재편을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존 합의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과 전면 재협상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유럽연합 의회는 판결 직후 미국과 맺은 무역 협정 이행을 연기할지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에 고전하던 스텔란티스와 BMW 등 유럽 자동차 기업과 럭셔리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통상 장관은 이날 대법원 판결을 두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정당하지 않다는 캐나다 입장을 명백히 뒷받침해 준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 관세에 맞서 싸워 거둔 중요한 승리"라며 "백악관 후속 조치를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앞서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호 관세 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미국과 합의를 맺은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치권은 행정부 권한 팽창을 저지한 사법부 판단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헌법이 정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했다"며 대법원 결정을 반겼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 역시 이번 판결을 "삼권분립의 위대한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판결이 터무니없다"며 "의회가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을 즉각 입법화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법원 판결조차도 트럼프 관세가 남긴 거대한 경제적 상처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관세 수입 증발로 미국 국가 부채가 2조 달러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 수단으로 내세운 무역법 301조와 122조 조항들은 적용 기한이 짧고 조사 절차가 복잡해 이전처럼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관세 부과 효과를 거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법적 허점을 끊임없이 파고들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억지로 연장하려 시도할 수록 세계 무역 시장 불확실성은 한동안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ey Insights]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 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관세를 무기로 각국을 압박해 온 미국의 협상 지렛대가 법적으로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이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미국과 맺었던 막대한 규모의 투자 합의(약 507조 원)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명분을 제공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 등 우회로를 통해 10% 보편 관세를 강행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은 환급 소송 등 단기적 법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150일 주기로 변동성이 극대화될 미국의 ‘꼼수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을 펼쳐야 한다. [Summary]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앞세워 부과한 광범위한 상호 관세에 대해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라며 6대 3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을 맹비난하며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3일 내 새로운 10%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플랜 B'를 선언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 내에서는 최소 232조 원 규모의 초대형 관세 환급 대란이 예고됐으며, 관세 면제를 대가로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했던 한국과 EU 등 주요 교역국들의 전면적인 재협상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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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美 대법원 '철퇴' 맞은 트럼프 관세⋯'플랜B' 무역법 122조 꺼내며 전면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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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美대법, 트럼프 '비상관세' 제동⋯S&P500 0.6% 급등
- 뉴욕증시가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에 반등했다.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기업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가 부각됐다. 2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1.43포인트(0.60%) 오른 6903.32에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76.26포인트(0.78%) 상승한 2만2858.99,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4.73포인트(0.37%) 오른 4만9579.89를 기록했다.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다우는 상승 전환했다. 대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2% 상승했고, 홈디포·파이브빌로우 등 관세 민감 소비주도 강세를 보였다. WSJ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에스티로더·스탠리블랙앤드데커 등 무역 민감주도 약 2% 안팎 올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150일간 한시적으로 관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존에 납부된 관세 환급 여부는 판결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4% 증가에 그쳐 예상(2.5%)을 밑돌았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로 연준 목표(2%)를 웃돌았다. [미니해설] 대법원 판결이 던진 신호…"불확실성 해소" vs "새 변수 등장" 이번 판결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정책 불확실성의 방향을 바꾼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시장은 이를 관세 부담 완화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CNBC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판결이 "주식시장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B.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은 "시장에 혼란을 주던 관세 이슈라는 거시적 역풍이 하나 줄었다"고 말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즉각 반응했다. 중국에서 상품을 대량 조달하는 아마존이 2% 상승했고, 홈디포·파이브빌로우 등 소비재 유통기업도 강세를 보였다. 제프리스는 예티홀딩스·나이키·샤크닌자를 수혜 종목으로 지목하며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의 비용 압박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제학자 헤더 롱은 CNBC에서 이번 판결을 "경제에 주는 선물"로 표현했다. 중소기업이 특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0% 글로벌 관세…정책은 계속된다 시장의 안도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항은 최대 150일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조사 착수 방침도 밝혔다. 이는 보다 영구적인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행정부가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재구성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문제는 이미 납부된 관세의 환급 여부다.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명확히 다루지 않았다. 수입업체들은 당분간 관세를 계속 납부하고 있으며, 환급 절차는 하급심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일종의 재정 부양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책 불확실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 신호와 물가의 이중 부담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시장을 압박했다. 4분기 GDP 성장률은 1.4%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상무부는 사상 최장 정부 셧다운이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낮췄다고 추정했다. 물가 역시 안도하기 어려웠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는 3%로 목표치 2%를 상회했다. 성장 둔화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간 기준으로 S&P500은 1% 상승했고, 나스닥은 5주 연속 하락세를 끊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우 역시 주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반다트랙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 이후 개인 순매수는 강하게 확대되지 않았다. 지난해 랠리를 이끌었던 개인 자금의 적극성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범위 장세 탈출의 촉매 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박스권 장세를 돌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GDS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렌 스미스는 CNBC에서 “올해 들어 이어진 좁은 거래 범위를 벗어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관세 환급, 추가 조사, 새 관세 부과 방식 등 법적·행정적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반등은 정책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됐기 때문이 아니라, 법적 균형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은 법원과 행정부, 그리고 향후 경제지표를 동시에 주시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관세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무역 정책은 여전히 핵심 변수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위험자산은 즉각 반응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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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美대법, 트럼프 '비상관세' 제동⋯S&P500 0.6%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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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800 첫 돌파⋯'육천피' 가시권
- 설 연휴 직후 랠리를 재개한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등하며 사상 처음 5,800선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31.28포인트(2.31%) 오른 5,808.53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5,809.91까지 치솟았다. 시총 1위 삼성전자(0.05%)는 191,0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6.15%)는 급등해 94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09%), 한화시스템(9.49%) 등 방산주도 강세였다. 코스닥은 1,154.00으로 마감하며 하락(-0.58%)했고, 원/달러 환율은 1.1원 상승해 1,446.6원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 하락과 중동 리스크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미니해설] 미국 악재 뚫은 '불장'…반도체·방산이 이끈 5,800 돌파 코스피가 사상 처음 5,800선을 넘어섰다. 설 연휴 직후 재개된 상승 랠리가 이틀째 이어지며 '육천피' 기대를 현실 영역으로 끌어당겼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1.28포인트(2.31%) 오른 5,808.53에 거래를 마쳤다. 5,696.89로 출발해 종일 우상향 흐름을 보였고, 장중 5,809.91까지 고점을 높였다. 종가 기준 5,800선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간밤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강세다. 다우지수(-0.54%), S&P500(-0.28%), 나스닥(-0.31%),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0.50%)가 모두 약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압박 발언, 사모신용 운용사 블루아울의 일부 펀드 환매 중단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AI 설비투자 분야의 유동성 경색 우려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방산을 축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삼성전자(0.05%)는 190,100원에 마감하며 '19만 전자'에 복귀했다. SK하이닉스(6.15%)는 급등해 94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955,000원까지 치솟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 방산주도 강세를 주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09%), 한화시스템(9.49%), 현대로템(4.76%)이 동반 급등했다. 중동 긴장 고조 속에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에너지·금융주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오션(6.61%), 두산에너빌리티(5.18%), HD현대중공업(4.88%), 삼성물산(3.60%), KB금융(1.38%), 하나금융지주(3.96%), 기업은행(7.33%) 등이 올랐다. 반면 2차전지와 일부 대형주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 셀트리온(-1.02%), 현대차(-0.78%), LG에너지솔루션(-0.50%), 삼성SDI(-1.47%)는 하락했다. 코스닥은 1,154.00으로 마감하며 약세(-0.58%)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1,446.6원으로 전일 대비 1.1원 올랐다. 장 초반 1,451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달러 강세가 이어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번 상승은 외부 악재를 내부 수급과 업종 모멘텀으로 상쇄한 결과다.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와 방산 수출 스토리가 지수 상단을 열었다는 평가다. 다만 뉴욕증시 조정과 중동 변수, AI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코스피 5,800선 안착 여부는 외국인 수급 지속성과 반도체 업황 기대가 관건이다. '불장'의 동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6,000선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대외 변수에 따른 급격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수 고점 영역에서는 업종별 선별 대응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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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5,800 첫 돌파⋯'육천피'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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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 9개월 고립 전말 공개⋯NASA "스타라이너 실패는 리더십 붕괴"
-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2024년 두 우주비행사가 9개월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고립됐던 사건의 전말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잉의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 유인 시험비행과 관련한 약 300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6월 4일 출발한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는 헬륨 누출과 기동 추진기 고장 등 복합 결함으로 예정된 8일 귀환에 실패했다. 두 사람은 이듬해 3월 18일 크루 드래건을 타고 귀환했다. 보고서는 임무 초기부터 내부 회의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소통 붕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가장 큰 실패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리더십과 의사결정”이라며 사건을 최상위 단계인 ‘타입 A’ 사고로 분류했다. [미니해설] 8일 임무가 9개월 고립으로…스타라이너 사태, 기술 아닌 '리더십 실패' 2024년 여름, 인류의 저궤도 수송 체계에 또 하나의 균열이 드러났다. NASA가 뒤늦게 공개한 보고서는 보잉의 유인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 시험비행이 어떻게 8일 임무를 9개월 고립 사태로 키웠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는 2024년 6월 4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킹 이후 헬륨 누출과 기동 추진기 이상이 잇따라 확인됐다. 추진 계통은 우주선의 자세 제어와 귀환 궤도 진입에 핵심적이다. 결함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귀환을 시도할 경우 승무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문제는 기술적 결함 그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이었다. 보고서는 임무 초기부터 내부 회의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건강하지 못한 소통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귀환 방식을 둘러싸고 NASA와 보잉 관계자 간 기 싸움이 오갔으며, 일부 회의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는 증언도 담겼다. 한 관계자는 이를 “내가 본 중 가장 추악한 광경”이라고 표현했다. 두 우주비행사는 스타라이너가 아닌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을 이용해 2025년 3월 18일 귀환했다. 당초 8일 일정이 9개월로 늘어나며 상업 유인우주선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이번 사안을 최상위 단계인 '타입 A' 사고로 분류했다. 이는 2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우주선 손상이나 승무원 사망·영구 장애 위험이 확인될 때 적용되는 가장 심각한 등급이다. 그는 "가장 큰 실패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의사결정과 리더십"이라며, NASA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기에 귀환을 결정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스타라이너는 NASA의 상업 유인수송 프로그램에서 스페이스X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루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반복된 지연과 기술 결함, 이번 고립 사태까지 겹치며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상업 파트너에게 임무 수행을 맡기되 안전과 최종 책임은 NASA가 지는 구조에서,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모호해질 경우 어떤 혼선이 발생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보고서는 기술적 결함보다 조직 문화와 리더십의 붕괴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인류가 달과 화성으로 향하는 장기 심우주 임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의사결정 체계의 투명성과 위기 대응 구조를 재정비하지 못한다면 유사한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 9개월 고립은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라, 미국 유인우주 체계 전반에 던진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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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 9개월 고립 전말 공개⋯NASA "스타라이너 실패는 리더십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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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세이] 야옹이네 연대기(1회)
- 『야옹이네 연대기』는 고양이를 싫어하던 한 사람이 숙명처럼 반복되는 고양이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새끼 고양이의 죽음에서 시작된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는 단순히 반려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집안으로 들어왔다가 살다가 죽고, 또 남겨진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며 변화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기도 하다. 필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던 과거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마음에서 출발해 결국 왜 이 생명들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돌봄은 선의인가, 책임인가, 아니면 무너지는 자신을 붙들기 위한 방식이었는가. 만남과 이별이 거듭되는 사이, 필자는 어느새 돌보는 사람이 되어 있다. 집 역시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떠난 것과 남은 것이 뒤섞여 숨 쉬는 공간이 된다. 이 연재 산문은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오래 바라보고 기억하고 적어 나간다. 지붕 위, 천장, 다락, 장판 아래, 좁은 복도와 골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 자리다. 생명은 그 자리를 오가며 어떤 것은 남고 어떤 것은 사라진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야옹이네 연대기』는 한 마리의 고양이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한 집의 시간과 한 사람의 변화를 따라간다. 구조의 순간, 병과 죽음, 죄책감과 다짐,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일상까지. 그리하여 이 산문은 동물 에세이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을 감당하는 일인지, 남겨지는 사람이 어떤 시간을 버텨야 하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한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은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놓는 일이라는 사실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 준다. <편집자주> 제1장. 검은 천장 아래 이 낡은 한옥으로 이사 온 때는 7년 전이었다. 서울의 오래된 골목 안쪽, 비틀어진 골조로 겨우 버티고 선 낡은 한옥. 연고 하나 없는 동네였지만 도망치듯 도착한 유일한 피난처였다. 당시 내 옆에는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딸 강아지 '또또'가 있었다. 처음엔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다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천장과 지붕 사이에서였다. 쿵, 쿵, 사각사각, 때로는 바스락거리는 기묘한 소리의 연속. 처음엔 쥐인가 싶었다. 아니, 내가 겁을 먹은 거겠지.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또렷한 울음소리가 섞였다. 삐약삐약. 그건 쥐가 아니었다. 생후 몇 주도 안 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였다. 방 안에는 다락이 있었고, 위로 여는 널빤지 문이 하나 달려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문을 삐거덕 열고 고양이 사료를 그 천정과 지붕 사이에 올려두었다. 천장 구석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기척이 느껴졌다. 그렇게 며칠을 두자, 사료가 사라져 있었다. 누군가 와서 먹고 간 흔적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기척이 사라졌다. 울음도 천장을 쿵쾅대던 소리도 멈췄다. 대신 지나치게 고요한 정적이 집 안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직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천장 틈새와 모서리 사이, 문틀 구석에서 흰 구더기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또는 그것들을 쫓아다녔고, 나는 또또를 방에 격리시킨 채 사방을 닦아냈다. 그러나 닦을수록 더 나왔다. 혹시 얼마 전 울어대던 새끼들이 죽어 썩어 생긴 것이라면, 그렇게 보기엔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천장 모서리와 작은 틈들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구더기는 멈추지 않았다. 새하얗고 퉁퉁했으며 활기차게 꿈틀댔다. 며칠이 지나자 집 안은 다시 파리로 가득 찼다. 이전에는 본 적 없는 빠른 속도였다. 나는 두려움과 혐오 그리고 고양이 새끼를 살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점점 숨이 막혔다. 결국 119와 구청, 동물구조협회, 방송국까지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걸었다. 며칠 뒤 특수 청소 용역업체에서 찾아왔다. 나는 소리가 나던 천장 위치를 가리켰고 그들은 그곳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섯 구의 고양이 사체가 있었다. 얼룩진 몸들이 서로 겹친 채 성묘 셋과 아기 셋. 그제야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나는 울었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 머리 위에서 여섯 구의 사체가 썩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그날 이후 나는 골목을 떠돌며 쓰레기봉투를 뒤지던 고양이 어미와 새끼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 근처에서는 굶어 죽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때 내 앞에 나타난 고양이 모녀 가운데 새끼 고양이가 '야옹이'였다. <고고고하우스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에 열중했고 글짓기에 소질을 보여 백일장에서 날렸다. 그때는 몰랐지만 결국 오늘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운명을 맞는다. 이와 같이 삶은 거창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뜻밖의 사소한 우연에 의해 조용히 방향을 바꾼다. 이 산문 연재 역시 그 어떤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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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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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세이] 야옹이네 연대기(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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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 하이브리드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는 은퇴한 스파이의 헌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파이는 대의의 깃발 아래 활동한다. 그 대의가 국가든 이념이든 정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대의의 깃발이 내려졌을 때 종종 스파이들은 버려진다. 때로는 제거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총과 칼이 동원되지만 현실에서는 법이라는 도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의의 깃발이 다시 올랐을 때, 스파이는 그들을 버렸던 세상의 싸움에 다시 나선다. 스파이의 숙명이다. 주인공 허민은 육십 대 초반 나이의 버려진 스파이다. 동해안의 소도시에 은거하여 정원을 가꾸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대의의 깃발이 올랐다. 신물질 마약의 탄생을 막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 종래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였다면 신물질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이다. 이야기는 강릉의 조그만 농장 정원 '더파든'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힌두쿠시산맥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프가니스탄 부족장의 딸 '자흐라', 전 CIA 부국장으로 비정부기구 STC(Save the Cat)의 집행위원인 '코르맥 오로크', 태양신 '라'의 현신으로 물리학 교수이며 STC의 설립자인 '엘리아스 워드' 그리고 고양이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바스테트'의 눈인 세상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스파이의 여정에 함께 한다. <편집자주> 더파든의 스파이-프롤로그 그는 오늘 새벽에 또 그 꿈을 꾸었다. 대략 두 달 반 전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꿈. 그 고양이 두 마리가 농장 정원 '더파든(The Farden)'에 나타난 즈음에 꿈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어떤 우연과 필연의 연결고리일 수도 있다는 그런 불안한 예감을 주는 꿈. 고대의 전쟁터에 있었다 아마 힌두쿠시 어디쯤일 것이다 하늘의 문은 닫히고 땅의 어둠은 깊다 삼 주야를 싸웠다 투구가 깨어지고 갑옷의 줄도 잘렸다 피와 땀에 절은 가슴에 적장의 칼끝이 닿았다 이제 날카로운 칼은 해진 옷을 뚫고 가슴을 헤집을 것이다 "지친 내 심장을 가져가라" 희미한 심장의 온기마저 사라지면 영혼은 서늘한 밤하늘에 이를 것이다 기우는 달과 푸른 별빛이 아득하리라 깃털처럼 가벼워진 영혼 이내 훌훌 나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슴 먹먹한 나의 집으로 그리고 대의의 깃발을 들었던 그곳으로…… 운명이 우리를 찾는가? 우리가 운명의 문을 여는가?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운명의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곧잘 잊는다. 그러나 운명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 운명에 끌려가지 않고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가는 사람. '운명'을 '자유 의지'로 승화시키는 사람. 그리하여 운명을 자신의 서사로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남기는 '운명적 서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제 나는 자신의 운명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간 어떤 전직 스파이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전직 스파이가 누구인가요?"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당신이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해두자.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일 수도 있겠고, 언젠가 당신이 읽었을 신문 기사의 배후에 존재하였던 익명의 헌신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SNS나 탐사보도 매체에 잠시 올랐다가 바로 사라져 버린(어디에서 기사 삭제에 개입했을 수도, 팩트 체크에 실패했을 수도 있는) 기사의 주인공이거나 외신 발 카더라 소식에 등장하는 인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당신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또는 있었던 일이라고 해두자. 어차피 이 이야기는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이니까. ■ 작가 프로필 김남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 대학(GMU)에서 공부했다. 육군과 국가기관에서 31년간 국가의 업무에 봉직하였다. 은퇴 후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강좌를 열고 본인이 태어난 마을이 바라보이는 강의실에서 학부와 대학원생들에게 테러리즘과 범죄정보에 대해 강의하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아담한 땅에 농장 정원 '더파든'을 가꾸면서 가드닝 잡지에 정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을 시작한다. 이것저것 섞어 사실 같으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허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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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스파이 소설 '더파든의 스파이'(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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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천978조 사상 최대'⋯빚투·영끌에 2천조 눈앞
- 지난해 4분기에도 '빚투'와 '영끌'이 이어지며 가계 빚이 다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잔액은 2천조원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은 1978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조원 늘었다.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연간 증가액은 56조1000억원(2.9%)으로 2021년 이후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정부 규제로 둔화됐지만,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 기타대출이 주식 투자 수요 영향으로 확대됐다. 가계신용은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니해설] 2천조원 코앞 가계부채…주담대 눌러도 '빚투'가 밀어 올렸다 한국 가계부채가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주식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를 자극하며 전체 부채를 끌어올렸다. ‘영끌’과 ‘빚투’가 동시에 작동한 구조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14조원 증가했다.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분기 증가 폭은 3분기(14조8천억원)보다 소폭 축소됐지만, 절대 규모는 사상 최대다. 연간으로는 56조1천억원 늘어 2021년(132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만 보면 4분기 말 1852조7000억원으로 11조1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7조3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조8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대출 창구별 흐름이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6조원 늘었다. 주담대가 4조8000억원 증가했고, 3분기 감소했던 기타대출도 1조2000억원 반등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는 주담대가 6조5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기타대출은 2조4000억원 줄었다. 특히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신용공여가 2조9천억원 급증한 점은 '빚투' 흐름을 뒷받침한다. 보험약관대출과 은행 신용대출 증가도 주식 투자 수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 대금 등 판매신용 역시 2조8000억원 늘어 소비 회복 흐름도 일부 반영됐다. 다만 한은은 거시 건전성 측면에서 다른 시각도 제시한다. 지난해 연간 가계신용 증가율(2.9%)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대 후반 추정)보다 낮아,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오히려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부채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경제 규모 대비 부담은 다소 완화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구조다.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면 자금은 다른 자산시장으로 이동한다. 실제로 4분기에는 주담대 증가 폭이 둔화된 대신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이 확대됐다. 이는 금리 변동이나 주가 조정 시 가계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한다. 가계부채는 소비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 리스크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와 자산시장 반등이 맞물릴 경우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천조원을 눈앞에 둔 가계부채가 안정 국면으로 돌아설지, 아니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지는 자산시장 흐름과 정책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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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천978조 사상 최대'⋯빚투·영끌에 2천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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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6년 담합 혐의⋯공정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꺼내나
- 국내 주요 제분사 7곳이 6년간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공정위는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발동 여부까지 심의한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7개사가 2019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기업 간 거래(B2B)에서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을 반복적으로 합의한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사관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가격 재결정 명령을 요청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8%를 점유하며, 담합 영향 매출은 약 5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별도로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전원회의 결론 전 공개 브리핑하는 첫 사례로 남겼다. [미니해설] 밀가루 담합 6년, 5조8천억 시장 흔들다…공정위·검찰 '투트랙 압박' 국내 밀가루 시장을 좌우해온 제분업계가 또다시 담합 의혹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2006년 제재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에는 가격 재결정 명령이라는 '실효적 카드'가 다시 거론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7개사가 2019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B2B 시장에서 가격 인상 시기와 폭, 거래 물량을 사전에 조율했다고 판단했다. 심사보고서는 이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중대한 행위를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건의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격 재결정 명령이다. 이는 사업자 스스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해 시장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조치다. 2006년 제재 당시에도 포함돼 약 5% 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담합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소비자·수요 기업에 직접적인 인하 효과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사건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제분 7사는 지난해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8%를 점유했다. 심사관이 산정한 담합 영향 매출은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원회의가 이를 상당 부분 인정할 경우 과징금은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가능하다. 다만 실제 부과액은 인정 매출액, 리니언시 적용 여부, 가중·감경 사유 등에 따라 달라진다. 조사 속도도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조사에 착수해 약 4개월 반 만에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통상 담합 사건에 평균 300일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민생 밀접 품목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와 맞물려 태스크포스를 꾸려 집중 조사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가격 변동 여부와 폭, 시기를 합의한 혐의로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관련 규모는 약 5조9000억원이다. 통상 공정위가 조사 후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구조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먼저 고발을 요청하는 등 이례적 흐름을 보였다. 공정위가 심의 결론 전 사건을 공개 브리핑한 것도 처음이다. 그동안은 심사보고서 제출 사실을 대외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선례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 권한을 둘러싼 제도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전속고발제를 둘러싼 비판과 검찰과의 역할 조정 문제 속에서 공정위는 존재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전원회의 판단에 따라 과징금과 가격 재결정 명령이 현실화될 경우, 밀가루를 원재료로 쓰는 식품·외식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0년 전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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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6년 담합 혐의⋯공정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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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獨 TKMS, 이스라엘 엘빗과 잠수함 복합소재 공장 가동⋯기술동맹 본격화
- 독일의 세계적인 잠수함 건조 업체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이스라엘 방산 기업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와 손잡고 이스라엘 현지에 잠수함 핵심 부품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이는 무기 도입국에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절충 교역(Offset)'의 모범 사례이자, 이스라엘이 독일의 기술력을 흡수해 해양 방위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브라질의 군사 전문 매체 '데페사 아에레아 에 나발(Defesa Aérea & Naval)'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TKMS와 엘빗 시스템즈가 이스라엘에서 잠수함용 구조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생산 라인을 공식 개소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기술, 이스라엘의 제조…'복합소재'로 뭉쳤다 이번에 문을 연 공장은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PRFV·Fiber Reinforced Polymer)을 활용한 잠수함용 복합소재 부품 생산에 특화되어 있다. PRFV는 가볍고 강도가 높으며 해수에 의한 부식에 강해 차세대 잠수함의 스텔스 성능과 내구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다. 엘빗 시스템즈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존 항공우주 분야에 집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양 분야로 확장하게 됐다. TKMS의 폴 글레이저(Paul Glase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것은 TKMS와 이스라엘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번 공장 설립은 이스라엘이 수중 부품을 독자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기술적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의 교훈…"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위태롭다" 이번 공장 설립의 이면에는 이스라엘 국방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제브 란다우(Ze’ev Landau) 이스라엘 국방부 생산 및 조달 국장은 "이번 공장 설립은 전쟁 중에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국방 생산 기반을 확장하려는 국방부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는 잦은 분쟁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해외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뼈저리게 느낀 이스라엘이, 독일 잠수함 도입(다카르급 등)을 계기로 핵심 부품의 국산화와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했음을 시사한다.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에 들어선 이 공장은 안보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치적 함의도 갖는다. 요람 슈무엘리(Yoram Shmuely) 엘빗 시스템즈 항공우주 부문 총괄은 "갈릴리 공장 확장은 북부 지역 경제를 강화하고 수십 가구에 생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TKMS의 무서운 '현지화 전략'…K-방산에 주는 시사점 이번 TKMS의 행보는 한국 방산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TKMS는 단순히 잠수함 완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시설 구축이라는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하며 구매국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 TKMS가 현지 건설사와 손잡고 인프라 구축을 제안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전략이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식의 TKMS식 현지화 전략은, 성능과 납기 준수를 앞세운 한국의 'K-방산'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높은 파도다. 이스라엘 경제산업부의 누리트 주르 라비노(Nurit Tzur Rabino) 국장은 "단순한 물리적 시설 건설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산업이 글로벌 해양 엔지니어링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자평했다. 기술을 내어주고 시장을 얻는 독일, 그리고 그 기술을 받아 독자 생존의 길을 닦는 이스라엘. 두 나라의 밀월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기술 동맹'이 갖는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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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밀리터리] 獨 TKMS, 이스라엘 엘빗과 잠수함 복합소재 공장 가동⋯기술동맹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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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USMCA서 캐나다 배제 검토⋯북미 무역질서 '재편' 신호탄
-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계한 북미 무역협정(USMCA)에서 캐나다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발효된 USMCA는 올해 7월 일몰조항에 따른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입장으로, 삼자 협정에서 탈퇴해 양자 협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USMCA가 반드시 하나의 협정일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대캐나다 무역적자는 2024년 620억달러에서 2025년 464억달러로 줄었으나, 이는 교역 전반의 감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미니해설] 북미 동맹의 균열인가, 협상용 지렛대인가…USMCA 재협상 전면 해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주도해 출범시킨 북미 무역협정, 이른바 '트럼프표 협정'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정부가 USMCA에서 캐나다를 배제하고 양자 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북미 경제질서 전반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한다. USMCA는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기 위해 2018년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이 타결하고 2020년 발효한 협정이다. 자동차 원산지 규정 강화, 디지털 무역 규범 신설, 노동 기준 상향 등 일부 조항이 수정됐지만, 기본 골격은 북미 역내 관세 철폐를 통한 통합 시장 유지에 있다. 세 나라 경제는 이미 공급망 차원에서 깊이 얽혀 있다.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 부품이 국경을 수차례 넘나드는 구조다. 문제는 협정에 포함된 '일몰조항'이다. 6년마다 협정 지속 여부를 검토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올해 7월이 첫 분수령이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삼자 협정 틀을 흔들 경우, 북미 공급망 전체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의 불만은 명확하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협정 체제 아래에서 대미 수출을 확대했지만,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와 무역적자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국가 경쟁력의 척도로 보는 인식을 견지해 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USMCA가 반드시 하나의 협정이어야 할 자연적인 이유는 없다"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자 틀을 해체하고, 보다 유리한 조건의 양자 협정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수치를 보면 미국의 대캐나다 무역적자는 2024년 620억달러에서 2025년 464억달러로 줄었다. 표면적으로는 적자 축소지만, 이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한 결과다. 양국 교역이 둔화했다는 의미다. 경제적 긴장과 정치적 갈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정치적 변수도 작지 않다. 캐나다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마크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카니 총리는 지난해 3월 트럼프 비판을 기치로 총리에 선출됐다. 미국 내에서는 이를 '비우호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는 비교적 우호적인 협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캐나다를 상대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분할 통치 전략'이다. 47억달러가 투입된 고디 하우 국제대교의 개통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언급, 각종 무역 제재 강화 조치 등은 캐나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로 읽힌다. 다만 이것이 단순한 협상용 전술인지, 실제 탈퇴 수순의 시작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캐나다 정부 내부에서는 삼자 협정이 온전히 갱신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설령 새로운 양자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그 지속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만약 미국이 삼자 협정에서 이탈할 경우, 북미 통합 시장은 구조적 재편을 피하기 어렵다. 자동차·에너지·농산물 등 주요 산업에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재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캐나다 경제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충격이 클 수 있다. 반면 미국 기업 역시 역내 공급망 재조정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통상 분쟁을 넘어, 트럼프식 무역 질서 재편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동맹과 협정을 재협상의 대상으로 삼아 미국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겠다는 접근이다. 7월 일몰조항 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북미 경제를 떠받쳐 온 삼각 구도가 유지될지, 아니면 양자 중심의 새로운 질서로 전환될지, 그 향방이 글로벌 무역 지형에도 적잖은 파장을 던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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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USMCA서 캐나다 배제 검토⋯북미 무역질서 '재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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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15회)
- 제15회 희정 씨 상태가 수상하다. 희정 씨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미상 씨는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고 침실 문을 열었을 때 희정 씨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를 쳐들 생각도 않은 채 희정 씨는 손등을 이마에 붙인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때요, 희정 씨? 반짝반짝 반짝거리는 아침이 아닌가요?" 농담을 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 새벽 야간배송에서 겪은 이런저런 불쾌한 경험 때문이기도 했으나 이마와 눈을 가리고 누워 있는 희정 씨가 다른 날과 달랐기 때문이다. "털모자는 없었어요. 그 상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홍콩을 경유해 국내 배송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해외직구 물품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하루 이틀 만에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희정 씨 가슴을 덮은 이불을 살짝 걷었을 때 미상 씨는 많이 놀랐다.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희정 씨는 가슴부터 단전 부위까지 온통 오물투성이였다. 밤새 운신하지 못한 상태로 배변을 하고, 그 변이 온몸을 칠갑한 모양이다. 냄새에 대한 생각도 불쾌감도 없었다. 미상 씨는 단지 손과 숨을 멈췄을 뿐이다. 배꼽 부위에서 멈춘 이불을 더는 걷어 내릴 수 없었기에, 미상 씨는 똥오줌으로 축 젖어 늘어진 이불의 한쪽 자락을 들고 엉거주춤 섰다. 그리고 슬그머니 희정 씨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움직일 수 없어요." 감기 기운이 심한 코맹맹이 소리로 희정 씨가 말했다. 이마와 눈은 여전히 그녀의 손바닥 밑에 있었다. 희정 씨는 그 한마디 말로 지난밤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자신의 신체 상태를 밝히고선 이제는 맘대로 하라는 듯이 침묵했다. 가슴도 배도 하체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천천히 이불을 걷어 내리며 미상 씨가 말했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동사형입니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싱크와 무브로 살아가죠." 윗도리보다 더 참담한 희정 씨의 아랫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란빛을 띤 액체형 오물에 물든 윗도리에 비해 아랫도리는 으깨어진 대변과 그 파편으로 난장판이었다. 밤새 조금씩 조금씩 뒤척이며 몸을 비틀어 이쪽저쪽으로 이동하려 시도했던 모양이다. 젖은 이불을 욕실 구석에 내려놓은 미상 씨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먼저 파카를 벗고 스웨터도 벗고 바지도 벗었다. 반소매 검정 내의와 회색 팬티 차림으로 희정 씨 침대 곁으로 돌아온 미상 씨는 단호했다. "희정 씨! 우리 목욕을 합시다. 제가 깨끗하게 씻겨드릴게요." 희정 씨의 몸과 침대에 묻은 오물은 티슈로 훔쳐냈다. 그러다 보니 위아래 옷을 다 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이마 위에 손바닥과 손가락을 올린 희정 씨는 거부도 호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 침묵 속에서 미상 씨는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가슴과 배 그리고 등과 사타구니를 닦고 그리고선 깨끗한 담요로 그녀의 알몸을 덮어주었다. 이젠 PVC 간이욕조에 물을 받을 차례다. 희정 씨 목욕을 준비하면서도 미상 씨는 침묵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삼 년의 세월 동안 여러 번, 수없이 희정 씨의 세면과 머리 감기를 도왔으나 오늘처럼 나신의 그녀를 목욕시킨 적은 없었다. 그녀의 알몸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다. 세상천지 간에서 생애 맨 처음 목도한 여인의 알몸이 오물에 젖은 희정 씨의 몸이었다는 사실에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 미상 씨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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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1970년대 캐나다산 플라스틱, 5천㎞ 건너 영국 오크니 해변 도착
- 영국 스코틀랜드 북단 오크니 제도 샌데이(Sanday) 하워 샌즈(Howar Sands) 해변에서 1960~70년대 캐나다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병과 각종 잔해가 대거 발견됐다. BBC에 따르면 현지 자원봉사자들은 최근 몇 주 사이 해안선에 밀려든 플라스틱 양이 "압도적"이라고 호소했다. 해변 정화 활동을 주도해온 데이비드 워너(35)는 지난해 해안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병이 42개였던 반면, 올해 들어서는 이미 수백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부 병은 캐나다 뉴펀들랜드·래브라도 지역에서 제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남동풍을 동반한 이례적 기상 조건과 계절성 폭풍이 이른바 '레트로 쓰레기(과거에 버려진 폐기물)'를 대량으로 떠밀어온 배경으로 보고 있다. 해안 침식이 진행 중인 매립지 역시 오래된 플라스틱을 다시 바다로 유출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워너는 특정 구역 1㎡에서 확인된 스티로폼 입자 밀도를 근거로, 약 70㎡ 범위에 30만 개가 넘는 미세 조각이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BBC 라디오 오크니와의 인터뷰에서 "해변 정화 활동을 하며 압도감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입자가 너무 작아 사실상 수거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당 해변은 번식 조류 보호를 위한 특별 과학보호구역(SSSI)으로 지정돼 있어, 플라스틱 잔해는 야생동물에도 직접적 위협이 된다. 해양보전협회(Marine Conservation Society)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환경에서 장기간 잔존하며, 대양을 건너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베리 스코티시 아일랜드 연맹 관계자는 "기상 패턴이 바뀌면 과거의 유산 폐기물이 한꺼번에 밀려올 수 있다"며 "봄이 되면 다시 치우겠지만,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워너는 상황이 암담하지만 대응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식 해변 정화 모임을 구성해 수거 활동을 체계화하고, 수집된 플라스틱으로 환경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을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는 "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면서도 "소비할 때 그 최종 행선지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쓰레기가 우리 것이 아닐 수는 있지만, 결국 누군가의 쓰레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가"라고 반문했다. 반세기 전 생산된 플라스틱이 대양을 건너 해안에 닿은 사실은, 해양 오염이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닌 장기적·초국가적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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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1970년대 캐나다산 플라스틱, 5천㎞ 건너 영국 오크니 해변 도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