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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9)] 태평양 지각판 '셀프 파열' 현장 첫 관측⋯美 대학 공동 연구팀, 섭입대 종말 단계 규명
- 태평양 북서부 해역, 지구의 거대한 엔진 가운데 하나인 섭입대(Subduction Zone)가 장엄한 종말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LSU)와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팀은 첨단 캐스캐디아 탄성파 영상을 통해 후안 데푸카판(Juan de Fuca Plate)이 스스로 찢어지며 맨틀과의 연결을 서서히 잃어가는 현장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명확하게 관측했다. 이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행되는 지질학적 과정의 마지막 장을 연 획기적인 발견이며,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지진 및 쓰나미 위험 모델을 다듬을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섭입대의 '수명 종결', 수십 년간 이론에서 현실로 지구의 지각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퍼즐 조각처럼 이어진 지각판(Tectonic Plates)으로 덮여있다. 이 판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충돌하는데, 지각판 두 개가 충돌할 때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현상을 섭입이라 하며, 이 경계를 섭입대라고 부른다. 섭입대 주변은 지진, 화산 활동 등 강력한 지질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질학자들은 수십 년간 섭입대가 어떻게 생명을 다하는지에 대해 이론으로만 논해왔으나, 그 종말 단계가 실제로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견은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지구 물리학자 브랜든 슉(Brandon Shuck)과 컬럼비아 대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수잔 카보트(Suzanne Carbotte)가 이끈 새로운 탄성파 반사 영상 조사로 이루어졌다. 이 조사는 마치 책의 겉표지처럼 쌓여 있는 지각판의 페이지를 한 장씩 벗겨내, 캐스캐디아 섭입대 북단에서 지각판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75km 대형 단층 포착⋯'단계적 탈선'의 과학적 증거 연구팀은 2021년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연구선 '마커스 G. 랑세스(Marcus G. Langseth)'호를 이용한 캐스캐디아 탄성파 영상 실험(CASIE21)을 수행했다. 카보트 박사가 이끈 팀은 15km(9.3마일) 길이의 수중 수신기 배열을 끌면서 통제된 음파 펄스를 지각으로 발사했다. 이 결과 수천 미터 지하의 단면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들을 만들었으며, 밴쿠버섬 해역 아래에서 후안 데푸카판이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굽어지면서 단층, 습곡, 그리고 깊은 구조 파열을 일으키는 모습이 전례 없이 상세하게 지도화됐다. 선박 실험으로 해저에서 음파를 반사시키고, 지진으로 발생한 음파(acoustic waves)가 지구 내부를 관통하며 반향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이는 마치 행성 전체를 초음파로 찍는 것과 같다. 특히 익스플로러판을 파괴하는 길이가 무려 75km(47마일)에 달하는 대형 단층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판이 파열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증명한다. "이것은 섭입대가 죽어가는 순간을 포착한 최초의 명확한 그림이다"라고 슉 박사는 밝혔다. 그는 "판이 한 번에 완전히 멈추는 대신, 조각조각 찢어지면서 더 작은 미소판(Microplates)과 새로운 경계를 만들고 있다"며, "따라서 큰 사고라기보다는, 기차가 객차 하나씩 서서히 탈선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단계적 파열은 기존 지질학 이론과 현장 지질학적 움직임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고대의 지각 엔진이 멈출 때 지각 경계가 어떻게 스스로 모양을 바꾸는지 보여주며, 산맥, 화산호, 심지어 대륙의 진화 과정까지 추적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판이 스스로 파열되면 아래로 당기는 무게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섭입판의 하강 운동이 서서히 멈춘다. 이 과정이 섭입대 전체의 소멸로 이어진다. 지질 기록과 일치하는 '점진적 파괴'의 증거 슉 박사는 이 과정이 "한 번에 한 단계씩 진행되는 점진적인 파괴"이며, "화산암의 연대가 이러한 단계별 파열을 반영하는 순서로 젊어지거나 늙어지는" 지질 기록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카보트 박사는 지질학자들이 판의 수명과 죽음에 대한 기존 이론을 확인하거나 거부할 증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과정이 작동하는 명확한 그림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새로운 발견은 지구를 형성하는 지각판의 생애 주기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 발견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행되는 지질학적 현상이라, 앞으로 태평양 북서부 연안 주민들이 걱정할 정도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섭입대가 약해지고 조각날 수 있다는 지식은 지질학자들이 지진과 쓰나미 같은 재해 모델을 고치는 데 큰 변화를 가져온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내부의 파열 구조를 따라 앞으로의 지진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이러한 구조가 지진 에너지가 퍼질 때 그 경로를 조종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이러한 결과는 구조적 복잡성이 지진 파열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위험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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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9)] 태평양 지각판 '셀프 파열' 현장 첫 관측⋯美 대학 공동 연구팀, 섭입대 종말 단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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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루 만에 350P 급락⋯AI 버블 우려에 3,800선 추락
- 코스피가 5일 장중 6%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며 4,000선을 잃고 3,800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34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0.78포인트(6.08%) 하락한 3,870.96을 기록 중이다. 전날 장중 사상 최고치(4,226.75)를 찍은 지 불과 하루 만의 급락이다. 외국인은 개장 후 1시간 반 만에 1조1,698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7.05%)와 SK하이닉스(-8.19%)가 급락했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3.96%)와 팔란티어(-7.94%) 등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락한 여파가 국내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3,867.81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5일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일시 중단되는 '사이드카'가 약 15개월 만에 작동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6분 28초께 코스닥150선물 가격과 현물 지수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중지됐다. 사이드카가 발동된 당시 코스닥150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101.40포인트(6.23%) 떨어진 1,523.90이었으며, 코스닥150현물지수는 97.60포인트(6.01%) 내린 1,523.68을 기록했다.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가 가동된 것은 지난해 8월 5일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미니해설] 엔비디아·팔란티어 급락 여파, 단기 과열 해소 '건강한 조정' 분석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이어오던 코스피가 단 하루 만에 급락했다. 5일 오전 장중 코스피는 6% 가까이 떨어지며 3,800선까지 추락했다. 전날 개장 직후 4,226.75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 불과 24시간 만이다. 이날 지수는 4,055.47로 출발했으나 장 초반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쏟아지며 급락세로 전환했다. 오전 10시 34분 기준 3,870.96까지 밀리며 4,0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은 개장 후 1시간 반 만에 1조1,698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시장 하락을 이끌었다. 전날에도 2조2,232억 원을 팔아치우며 4년 만의 최대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전날까지 '10만전자', '60만닉스'로 불리며 상승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05%, 8.19% 급락했다. 두 종목의 급락은 코스피 지수 전반에 충격을 가중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미국 증시의 기술주 조정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0.53%, S&P500이 1.17%, 나스닥이 2.04% 각각 하락했다. 특히 AI 관련 대형 기술주의 급락이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AI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7.94% 급락하며 'AI 버블' 논란을 재점화했다. 엔비디아(-3.96%), AMD(-3.70%), 테슬라(-5.15%), 알파벳(-2.16%) 등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를 넘어선 가운데, 이른바 '매그니피센트9(M9)'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40%를 상회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며 "대형은행 CEO들이 잇따라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콩 금융서밋에서 캐피털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CEO들이 모두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견해를 밝히며 단기 조정은 시장 사이클의 정상적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 역시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 매수를 공개하며 과열 경고를 보냈다. 버리의 포지션 공개는 'AI 버블 붕괴' 우려를 증폭시키며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를 자극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됐다. 10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20%에 육박하는 폭등세 속에서 대거 매수세를 보였지만, 이익 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단기 매도가 집중됐다. 여기에 최근 한미 정상회담, 한중 회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 이벤트가 마무리되며 새로운 상승 재료가 부족해진 점도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간밤 뉴욕시장의 분위기를 보며 조정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실제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다"며 "시장 전반에 경계심이 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역대 강세장에서도 고점 대비 10% 내외의 조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며, 기업 펀더멘털이 흔들리지 않는 한 '패닉셀'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의 증시 정상화 정책 기조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급락은 단기 과열 해소 국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AI 버블 경계와 외국인 차익실현이 맞물린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익 수준이 유지되는 한, 반도체·2차전지 등 핵심 업종이 다시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순매도가 진정되는 시점이 반등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코스피의 4,000선 붕괴는 단기 급등에 대한 되돌림이자, AI 테마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조정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시장의 향후 반등 여부는 미국 기술주의 회복세와 외국인 매수 전환 시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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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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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루 만에 350P 급락⋯AI 버블 우려에 3,800선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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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20)] 비트코인 4개월여만 10만달러 붕괴⋯고점대비 20% 급락
- 가상화폐 시총 1위 비트코인이 결국 10만달러선 밑으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전날보다 6.28% 급락한 9만9969달러를 기록, 10만달러가 붕괴했다. 비트코인 10만달러가 붕괴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비트코인은 전고점(12만6000달러) 대비 20% 이상 급락했다. 이날 비트코인 10만달러가 붕괴한 것은 월가에서 리스크 회피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팔란티어 발 고평가 우려로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한 때문이다. 또 셧다운이 최장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도 암호화폐 급락을 불러일으킨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도 일제히 급락했다. 시총 2위 이더리움은 12.39% 폭락한 3162달러에 거래됐다. 시총 4위 리플은 8.22% 급락한 2.13달러를, 시총 5위 바이낸스 코인은 8.73% 급락한 904달러를, 시총 6위 솔라나는 8.83% 급락한 151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전날에도 월가에서 리스크 회피 현상이 발생하며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 3%, 리플이 5% 하락하는 등 일제히 하락했다. 오늘은 낙폭을 더욱 늘리고 있다. 3주전 가상자산 사상 최대 청산으로 레버리지거래의 대규모 포지션이 해소돼 영향이 여전이 미치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의 매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디지털자산 보유 기업들의 가상화폐 매도전환 우려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펀드스트랫의 디지털 자산 책임자인 숀 파렐은 "고래(거액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대거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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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20)] 비트코인 4개월여만 10만달러 붕괴⋯고점대비 2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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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AI 밸류에이션 부담에 나스닥 1.8% 급락⋯팔란티어 9% 폭락
- 미국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4일(현지시간) 나스닥종합지수는 1.8%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48포인트(0.5%) 내렸다. AI 대표주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는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고도 주가가 9% 급락했다. 올해 들어 150% 이상 상승한 팔란티어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0배를 넘어서며 과열 논란이 불거졌다. 오라클(Oracle)은 4%,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는 2% 이상 하락했고, 엔비디아(Nvidia)와 아마존(Amazon)도 약세를 보였다. 시장분석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S&P500의 선행 PER은 23배를 넘어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수준에 근접했다. 앤서니 새글림베네(Anthony Saglimbene) 아메리프라이즈(Amperiprise) 수석 시장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4월 이후 실질적인 조정이 없었고, 밸류에이션이 매우 팽창돼 있다"며 "대형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향후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최고경영자는 "향후 12~24개월 내 10~20% 수준의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테드 픽(Ted Pick)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최고경영자도 "거시적 충격이 없더라도 10~15% 조정은 시장에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저소득층 식품보조(SNAP) 지급 지연으로 인한 소비 위축 가능성도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SNAP 지연이 11월 소비지출을 최대 0.5%포인트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A주가 2.6%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버크셔는 최근 보험과 철도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돼 안정적 수익 기반을 보여줬다. [미니해설] AI 거품 경고음 커지는 월가…"성장 기대, 현실이 따라올까" AI 열풍이 주도한 증시 랠리가 흔들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1.8% 급락하며 기술주 집중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팔란티어의 급락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급등한 AI 대표주들의 실적은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지만, 이익보다 주가가 훨씬 빠르게 오른 것이 문제다. 시장에서는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이미 미래 2~3년의 이익을 선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밸류에이션 압박과 조정 리스크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S&P500의 선행 PER은 23배로, 과거 닷컴버블 직전 수준에 도달했다. 새글림베네 수석전략가는 "4월 이후 시장은 한 번도 실질적인 조정을 겪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이 이제는 'AI 설비투자 확대가 실제 이익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내 주요 인사들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향후 1~2년 내 20% 수준의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고,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는 "10~15%의 건전한 조정은 시장이 숨을 고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주도 랠리의 과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이유다. 소비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 거시경제 변수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의 SNAP(저소득층 식품보조) 지급이 지연되면서 소비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정부의 보조금 지연이 11월 소비를 0.5%포인트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말 쇼핑시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불안 속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A주는 2.6%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버크셔의 실적 안정성이 불확실성 국면에서 투자자들의 회피처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숨 고르기 국면 최근 증시 상승은 소수 대형 기술주에 집중돼 있다. 새글림베네는 "AI와 기술주 외 다른 업종의 모멘텀이 부족하다"며 "AI 랠리가 약화될 경우 시장 전체의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S&P500은 1% 하락했지만, 등가가중 지수는 0.7% 하락에 그쳤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불균형 구조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현재 증시는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지만, 밸류에이션 부담과 소비 둔화, 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려 조정 가능성이 상존한다. 월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AI 버블 붕괴'로 보진 않지만, 향후 시장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얼마나 빨리 좁히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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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AI 밸류에이션 부담에 나스닥 1.8% 급락⋯팔란티어 9%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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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17)] 국제금값 상승랠리 끝났나⋯장중 온스당 4천달러 무너져
- 국제금값이 27일(현지시간) 미중간 무역협상 돌파구 마련 기대감으로 안전자산 매력이 줄어든 영향으로 이틀째 급락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가격은 2.9%(118.1달러) 내린 온스당 401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금값은 장중 일시 온스당 3970.81달러까지 추락하며 지난 10일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국제금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돼온 온스당 4000달러 밑으로 하락한 것은 약 2주만이다. 하이리지 퓨처스 담당이사 데이비드 메거는 "미·중 무역 합의 가능성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다소 줄이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국제금값은 지난 10월 20일 온스당 4381.2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 완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지난주 3.2% 하락했다. 금 현물가격도 일사 전주말보다 3.4% 내리며 온스당 3971.52달러에 마감됐다. 최근 최고치를 연일 경신해온 금 현물가격은 상승랠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며 지난 24일 하락반전했다. 삭스뱅크의 상품전략책임자 올레 한센은 "금은 오래동안 미뤄졌던 조정 국면에 들어가 있다. 오늘의 하락 요인은 통상협의에 관한 긍정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의 최고치는 이미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시장 참가자가 다소 신중한 자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주식시세가 상승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현물 시세 조정이 더 깊어지면 금가격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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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17)] 국제금값 상승랠리 끝났나⋯장중 온스당 4천달러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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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미국, 인플레 3%에도 '민심 이반'⋯지표와 체감의 거대한 괴리
- 미국 9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당초의 비관적 전망을 밑돌자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지표상의 안도가 현장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목표치(2%)를 여전히 웃도는 물가 상승률 속에서, 특히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이 체감하는 경제 고통은 임계치에 다다른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발표된 9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3.0%로 집계됐다. 올봄 트럼프 대통령이 새 무역전쟁 조치를 발표했을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던 예상치(3.6%)보다 낮은 수치다. 공급망 문제나 유가 상승 등 일부 요인이 완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촉발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셈이다. 그러나 안도감은 잠시였다. 수치 자체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도는 데다, 팬데믹 이후 수년간 이어진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 위에 누적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식료품, 주거비, 보험료 등 필수 지출 비용 급등에 시달리는 수백만 미국인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계층 간의 체감 온도 차는 극명하다. 활황인 주식 시장 덕에 재정 여유가 있는 부유층은 물가 상승의 충격을 흡수하며 소비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임금 인상률은 급격히 둔화되면서 많은 가구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2023년 초 저소득층의 연간 임금 증가율은 6% 이상이었으나, 2025년 9월에는 1.4%로 급락하며 인플레이션율(3%)을 크게 밑돌았다. 콜로라도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에 거주하는 부동산 전문가 트래비스 크룩은 "정말 낙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그와 아내 캐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외식을 거의 중단하고 여행도 줄였다. 15년 된 차량 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부부의 연간 소득은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를 겨우 넘지만 저축은 불가능하다. 그는 "청구서는 낼 수 있지만, 저축은 못 하고 있다"며 "경제 형편이 전혀 나아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인식은 현장과 괴리가 있다. 케빈 해싯(Kevin Hassett)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환상적인 수치"라고 자평하며 3% 상승의 원인을 인디애나주 정유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휘발유 가격 급등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9월 물가 상승 내역을 보면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천연가스와 전기 요금이 가장 큰 연간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식료품 비용 역시 전체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1년간 커피 가격은 18.9% 폭등했고, 쇠고기 가격은 14.7%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품목들은 부유층보다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 가구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가격 상승이 이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임금은 물가 못따라가"…싸늘한 여론조사 여론조사 결과는 싸늘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달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현 경제 상황을 "공정하거나 나쁘다(fair or poor)"고 평가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뱅크레이트(Bankrate)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임금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답해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시간대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도 하락을 지속했다. 소비자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앞으로 1년간 훨씬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심리 자체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또한 1년 전보다 재정 면에서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더 나아졌다'는 응답을 압도했으며, 응답자의 68%는 앞으로 1년간 소득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5월 기록된 사상 최고치와 동일한 수치다. 높은 생활비를 둘러싼 불만은 올가을 선거판을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 애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 주지사 후보가 '가계 부담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뉴욕의 민주당 시장 후보인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는 버스와 보육 무상화, 임대료 동결 등 파격 공약을 내걸었다. 주거비가 폭등한 마이애미에서는 후보들이 앞다퉈 공영토지 위에 신규 주택 건설, 재산세 감면, 무료 대중교통 등 생활비 인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저소득층 직격탄…월세 내고 나면 '빚더미' 문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한 번에 전가하지 않고 시차를 두고 반영하고 있다. 듀크대와 리치먼드 및 애틀랜타 연은이 공동 실시한 3분기 설문조사에서 미국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내년도 가격을 올해보다 평균 4.3%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가 없었을 경우의 예상 인상률(3.2%)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치다. 조사를 공동 지휘한 듀크대의 존 그레이엄(John Graham) 경제학자는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알베르토 카발로(Alberto Cavallo) 교수는 "저가 상품의 가격이 고가 상품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저소득층 미국인들에게 불균형하게 더 큰 타격을 준다고 덧붙였다. 임금 상승이 물가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근본 문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초 저소득 가구의 연간 임금 상승률은 6%를 넘어 당시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 9월 이들의 임금 상승률은 1.4%로 곤두박질치며 인플레이션율 3%에 한참 못 미쳤다.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퍼드의 골프공 공장에서 주 40시간 일하는 아이올라 비자로(48) 씨의 사례는 저소득 노동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가 2주마다 손에 쥐는 돈은 세후 1000~1100달러(약 140만~150만 원) 남짓이다. 하지만 두 자녀와 함께 사는 아파트 월세는 1600달러(약 230만 원), 자동차 할부금은 월 756.54달러(약 108만 원)에 달한다. 공과금과 식료품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녀는 "우유와 계란 가격이 통제 불능 수준"이라며 "식료품비 때문에 쌓인 신용카드 빚만 4000달러(약 570만 원)에 이르고 공과금도 제때 내기 어렵다. 지금 당장 삶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올해 초부터 지역 '푸드 팬트리(무료 식료품 배급소)'를 찾기 시작했다. 이 푸드 팬트리를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PACE의 제니퍼 메데이로스 코디네이터는 "최근 정규직 직장인들을 위해 목요일 저녁 연장 운영을 시작했다"며 "보통 목요일 저녁이면 약 140명이 식료품을 받으러 오는데, 이 중 90%가 직업이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들 중에는 자신이 매대에 진열하는 식료품조차 살 형편이 안 되는 슈퍼마켓 직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유독 인플레이션에 분노하는 데는 심리 요인도 작용한다. 2021년 프란체스코 다쿤토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인식을 형성할 때 식료품처럼 자주 구매하는 품목 가격에 큰 영향을 받으며, 하락하는 가격(예: 달걀)보다 상승하는 가격(예: 커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버드대의 스테파니 스탄체바(Stefanie Stantcheva)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일시 현상'이라는 인식이 약해지고 있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Key Insights] 미국 내수 경제의 핵심인 중산층 붕괴는 한국 수출 전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발표하는 거시 지표와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 간의 괴리가 얼마나 큰 정치적 부담이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역시 금리 정책과 민생 안정 사이의 정교한 균형이 요구된다. [Summary] 미국 9월 인플레이션이 3.0%로 예상보다 낮았으나, 서민들의 불만은 크다. 임금 상승률(1.4%)이 물가(3.0%)를 밑도는 가운데 커피, 소고기 등 필수재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 여론조사는 비관론을 보여주며, '생활비 위기'가 주요 선거 쟁점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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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미국, 인플레 3%에도 '민심 이반'⋯지표와 체감의 거대한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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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3)] 호주 열대우림,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지구 탄소 순환 경고등
- 호주 열대우림이 인류의 '탄소 흡수원(carbon sink)'에서 '탄소 배출원(carbon source)'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 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와 BBC가 보도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가뭄·사이클론 등 극한 기상현상이 숲의 탄소 흡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이번 연구는 서호주대와 웨스턴시드니대 연구진이 퀸즐랜드 북부의 열대우림 20곳에서 49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이 기간 동안 기온 상승과 대기 건조, 가뭄의 장기화로 나무 고사율이 신생목 성장률을 초과하면서, 우림이 더 이상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을 이끈 해나 칼(Hannah Carle) 박사는 "호주의 열대우림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 흡수원 기능을 상실한 사례"라며 "이는 지구 전체 탄소 저감 모델이 열대우림의 흡수 능력을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죽으면서 남긴 줄기와 가지(woody biomass)가 더 이상 탄소를 저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시작한 시점은 약 25년 전으로 추정된다. 폭풍우와 사이클론 발생 빈도와 강도 역시 증가해 숲의 재생력을 더욱 약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저자인 패트릭 메이어(Patrick Meir)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열대우림이 지닌 흡수 기능이 붕괴되면 전 세계 다른 산림 생태계도 비슷한 양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지구의 '탄소 완충지대' 붕괴 조짐 이번 결과는 지구 생태계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탄소 순환 구조가 이미 균열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 육상 생태계는 수십 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탄소의 3분의 1가량을 흡수하며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적 충격이 이 균형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콜로라도주립대의 대기과학자 스콧 데닝(Scott Denning) 교수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육상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보너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 이 완충 장치가 결국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전 세계 육상 탄소흡수 능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북극 툰드라에서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대상으로 '지구의 마지막 탄소 흡수선'을 찾아내기 위한 집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구의 경고음… 더는 시간 많지 않다" 칼 박사는 "기후 위기가 심화될수록 산림이 탄소를 흡수하기보다 오히려 방출하게 되는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며 "이는 인류가 설정한 탄소중립 목표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2%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특히 정부가 대형 가스 프로젝트인 '우드사이드 노스웨스트 셸프(Woodside North West Shelf)' 사업의 40년 연장을 승인해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호주기후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주 평균기온 상승폭이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섰으며, 더 이상 어떤 지역도 기후 재난의 연쇄적 위험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세계 과학계는 호주 열대우림의 변화가 "탄소 순환의 경고등"이자, 지구 전체 산림 생태계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열대우림이 더 이상 지구의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기후변화의 가속화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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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3)] 호주 열대우림,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지구 탄소 순환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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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원숭이 얼굴' 드라큘라 난초, 야생서 사라진다
- '원숭이 얼굴 난초'로 유명한 '드라큘라 난초(Dracula Orchid)'가 야생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더 컨버세이션이 보도했다. 최근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식물학자팀과 옥스퍼드 대학과 국제자연보존연맹(IUCN)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133종의 드라큘라 난초를 대상으로 보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70%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큘라속에는 110개 이상의 변종이 있으며, 꽃 가운데 원숭이 얼굴 모양이 특징이다. 드라큘라 난초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안데스 산맥 운무림에서 주로 자생한다. 이 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지만, 농지 개간·광산 개발·도로 확장 등으로 숲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 특히 중·고지대의 서늘하고 습한 기후에 의존하는 이 난초들은 특정온도, 빛, 습도 등 미세 기후가 변하면 생존이 어렵다. 또 다른 위협 요인은 인간의 과도한 관심이다. 독특한 '원숭이 얼굴' 형태로 인해 SNS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후, 일부 수집가들이 야생 개체를 불법 채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데스 고산 시대 운무림에서 서식하는 드라큘라 난초는 자생지를 떠나서는 번식 성공률이 낮아 생존이 어렵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상업적 거래가 활발하다. 개체 수가 수십 본에 불과한 종의 경우, 단 한 차례의 채집만으로도 서식지가 붕괴될 수 있다. 신종 드라큘라 난초의 경우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에콰도르 북서부의 '드라큘라 보호구역(Reserva Drácula)'은 이 난초가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 중 하나로, 현재 1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5종은 지구상 유일한 개체군이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마저 불법 채집과 무분별한 벌목으로 위협받고 있다. 현지 보전단체 '에코밍가재단(Fundación EcoMinga)'은 지역 주민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태관광을 통해 보호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진은 "드라큘라 난초는 판다처럼 상징적이면서도 심각하게 위협받는 식물"이라며 "대중적 인기를 보전 활동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드라큘라 난초라는 이름은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흡혈귀'가 아닌 라틴어로 '작은 용(little dragon)'을 뜻한다. 이는 자라나는 난초 꽃을 보호하는 길고 송곳니 같은 꽃받침에서 따온 것이다. 이름처럼 기묘한 모양을 지닌 이 난초는 미지의 숲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공존의 경계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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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원숭이 얼굴' 드라큘라 난초, 야생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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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우디 원전 수주전서 '미국식 모델 압박' 직면⋯APR1400 수출 기로에 서다
-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한 '팀코리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추진 중인 가운데, 미국이 한국 측에 미국식 원전 모델(AP1000) 채택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전 고위 관계자와 회동에서 사우디 원전 사업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을 공동 수출 형태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올해 1월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원전 1기당 약 9300억 원 규모의 구매 계약과 2500억 원대 기술 사용료 지급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의 협력 요청을 공식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APR1400 등 다양한 수출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니해설] 미국, 사우디 원전 수주전서 'AP1000 모델' 채택 압박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끄는 '팀코리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자국 원전 모델(AP1000)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고위 관계자에게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에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을 적용해 공동 수출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측은 이미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이 해소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양국 간 원전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AP1000 모델을 통해 실현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독자 수출형 모델인 APR1400 노형을 배제하고 미국식 모델을 수출 표준으로 채택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국감서도 쟁점 부상…정부 "여러 옵션 검토 중"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미국 정부가 한전과 웨스팅하우스의 공동 수주를 요구하며 APR1400 대신 AP1000 모델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는 한전의 독자적 수출 역량을 제한하고 자국 기업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부당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사우디 프로젝트 관련 다양한 협의가 진행 중이며 APR1400을 포함한 여러 수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지만, "APR1400 역시 미국 기술 허가 없이는 수출이 어려운 구조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서 의원의 제보 내용은 사실로 확인됐다. 원전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사우디 원전 수출 준비 과정에서 APR1400 대신 AP1000 노형을 적용하자는 제안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속내⋯'붕괴된 공급망 복원'과 '기술 리더십 유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안이 단순한 협력 요청을 넘어 붕괴된 자국 원전 공급망을 복원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미국은 원전 설계와 기술력에선 세계 선도국이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인허가가 장기간 중단되며 건설·조달·시공(EPC) 능력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미국은 한국이 사우디 원전에서 AP1000을 먼저 건설함으로써 관련 부품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이 구조를 향후 자국 내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로 확대하길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를 통해 부품 조달 기간을 단축하고, 자국 내 원전 건설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 100GW에서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 착공을 목표로 하며, 그 건설 비용은 750억 달러(약 107조 원) 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공급망·수익성·기술 자율성" 고민 한국 정부와 한전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단기 협력은 가능하지만, 독자 기술 기반의 수출 경쟁력과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체코 신규 원전 수주(올해 6월)에서 APR1400 모델로 성과를 냈고, 이를 중심으로 공급망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다. 반면 AP1000 모델을 적용할 경우 설비·인력·부품망을 새로 짜야 하므로 공기 지연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APR1400은 한국이 10여 년간 축적한 독자 설계 모델로, 실제 운전 경험과 경제성이 검증됐다”며 “미국식 모델을 수용할 경우 기술적 종속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합의문'의 함정 문제는 올해 1월 체결된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글로벌 합의문이다. 합의문에는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1기당 약 93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하고, 약 25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업계는 "미국이 이번 사우디 수출부터 해당 조항을 현실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 프로젝트는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 독자 노형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느냐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동맹 외교' 가속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원자력 산업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핵심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댄리 차관 방한 당시에도 미국 측은 "미국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달라"는 뜻을 공식 전달했다. 이는 한미 간 원전 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원전 질서 재편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사우디 원전, 기술 동맹인가 종속인가 앞서 지적했듯이,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는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한미 원전 협력의 구조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 기술 복원을 위해 한국의 협력을 절실히 원하지만, 한국은 독자 모델 APR1400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수출 통제 체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한국 정부의 선택은 '기술 자율성'과 '동맹 협력' 사이의 정치·산업적 균형점 찾기에 달려 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사우디 원전 수주전은 한국 원전 산업이 독립적인 글로벌 주체로 설 수 있느냐, 아니면 미국의 그늘 아래 머무를 것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미국, 사우디 원전 수주전서 'AP1000' 강요…팀코리아 독자 모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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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우디 원전 수주전서 '미국식 모델 압박' 직면⋯APR1400 수출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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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 꿀 산업이 성장하고 관리형 양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위적 관리와 무관하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 꿀벌은 급격히 줄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야생 서식 꿀벌을 처음으로 공식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유럽 적색목록(Red List)' 최신 개정판에 따르면, 서유럽 전역의 야생 꿀벌 개체군은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더 컨버세이션이 최근 보도했다. 인간과 공생해온 꿀벌, 두 얼굴의 생존 꿀벌(Apis mellifera)은 인류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해온 대표적 곤충이다. 고대 이집트 시기부터 벌꿀을 얻기 위한 인공 벌통이 만들어졌으며, 오늘날에는 이동식 벌통과 상업적 수분(受粉) 산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양봉의 발전은 꿀벌의 생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서양꿀벌은 크게 두 형태로 존재한다. 양봉가가 관리하는 '사육군집'과,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숲속 나무 구멍이나 자연 공간에서 스스로 군집을 이루는 '야생군집'이다. 두 군집 모두 같은 종에 속하지만, 생존 방식과 미래 전망은 전혀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양봉업자들이 대규모 군집 붕괴 현상을 보고하면서 관리형 꿀벌의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연구자들은 군집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했으나, 이 과정에서 야생 꿀벌은 상대적으로 연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참고로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EU 내 작물 종의 약 84%가 곤충 수분에 의존한다. EU의 연간 농업생산량 중 최소 50억~150억 유로가 야생 꿀벌 등 곤충 수분매개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발생한다. 이들 농산물에는 사과, 토마토, 오이, 아몬드, 대두,유채 등이 포함된다. 야생 꿀벌의 감소는 수분 매개자 감소를 초래해 자연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 야생 군집…그러나 지속 가능성 불투명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연구진들은 야생 꿀벌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공동 조사를 본격화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프랑스 국립공원, 독일·스위스·폴란드의 삼림지, 이탈리아 전역,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등지에서 자연 서식하는 군집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들 군집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생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지, 즉 '독립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핵심 연구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0년에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허니비 워치(Honey Bee Watch)'가 출범했다. 유럽 각국 연구자 14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IUCN과 협력해 야생 꿀벌의 보전 등급을 재평가하고, 유럽 내 꿀벌 서식종 2,000여 종의 보전 상태를 전면적으로 검토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야생 꿀벌은 '자료 부족(Data Deficient)'으로 분류돼 있었다. 발견된 군집이 순수 야생 개체인지, 혹은 관리형 벌통에서 탈출한 군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야생'의 재정의…유전이 아닌 생태 기준으로 평가 새로운 평가에서는 유전적 구분 대신 생태적 기준이 도입됐다. 꿀벌은 완전한 의미의 가축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형과 야생형이 유전적으로 혼재돼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IUCN의 '야생' 정의를 적용해, △인간의 관리 없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외부에서 새 군집을 들여오지 않아도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를 '야생 꿀벌'로 규정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야생 꿀벌의 보전 상태를 보다 명확히 평가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유럽 내 자유 서식 꿀벌의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서식지 감소·기생충·질병·인간에 의한 교잡 등 복합 요인이 개체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유럽연합 내 '멸종위기' 등재…생태계 보전의 경고등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 내 야생 꿀벌 개체군은 이번에 '멸종위기(Endangered)'로 새로 지정됐다. 다만 발칸반도, 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및 동유럽 지역은 조사 자료가 부족해 '자료 부족' 상태가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야생 꿀벌 보전이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식량 안보와 생태 다양성 유지에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자연 서식 꿀벌은 병해충과 환경 스트레스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유전자 풀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의 양봉 산업에도 생물학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자연의 유전자 은행'으로 평가된다. IUCN 관계자는 "야생 꿀벌의 멸종위기 등재는 이들이 더 이상 인간 관리의 부속물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자생 야생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지금이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분매개자의 손실과 멸종은 복잡한 생태계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 유럽환경청(EEA) 또한 야생 꿀벌 등 수분매개자의 멸종은 다른 종의 감소와 멸종, 다양한 생태계의 상실로 이어지는 첫단계가 될 수 있으며, 결국 전체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야생 수분매개자는 복잡흔 유기체의 그물의 일부이며 생태계 회복력의 핵심이라면서 그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하려면 다양한 지리적, 거버넌스 수준, 경제 부문, 사회 전반에 걸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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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C] 유럽 야생 꿀벌, 첫 '멸종위기종' 지정⋯자연 서식 개체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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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미중 무역갈등 재격화에 3,580대로 마감
- 13일 코스피가 장 초반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로 9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으나, 낙폭을 크게 줄이며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05포인트(0.72%) 내린 3,584.55로 마감했다. 지수는 개장 직후 3,522.54까지 밀렸으나 이후 외국인 매도세 둔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발언에 힘입어 하락폭을 회복했다. 코스닥 지수는 1.00포인트(0.12%) 오른 860.49로 장을 마쳤다. 환율은 4.8원 상승한 1,425.8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1.71% 하락한 93,300원, SK하이닉스는 3.04% 떨어진 41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한미반도체는 7.47% 급등했다. 시장은 미·중 갈등과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미니해설] 장 초반 급락 후 낙폭 축소…'트럼프 발 유화 메시지'가 진정시켜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며 13일 코스피가 장 초반 9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20포인트대로 줄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6.05포인트(0.72%) 내린 3,584.5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3,522.54까지 밀리며 3,500선 붕괴 우려가 커졌지만, 이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시장 심리가 다소 진정됐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00포인트(0.12%) 오른 860.49로 마감, 장중 저점(840.28) 대비 20포인트가량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4.8원 오른 1,425.8원으로 거래를 마쳐 1,430원을 넘나들던 오전보다 안정세를 되찾았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90,700원까지 밀렸다가 1.71% 하락한 93,3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3.04% 내린 41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한미반도체는 7.47% 급등하며 128,0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4.16%), POSCO홀딩스(3.61%), 현대차(0.69%) 등이 상승세를 보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4.70%), LIG넥스원(-3.13%), 네이버(-1.87%) 등은 약세를 나타냈다.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트럼프의 추가 관세 발언이 방아쇠" 이번 변동성 확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는 동반 하락했고, 지난주 말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9%, 나스닥은 3.56% 급락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시간 13일 새벽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며, 중국도 경기침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진정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도 정면 충돌을 피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불안심리 완화에 힘을 보탰다. 환율 1,430원대 돌파…위험회피 심리 여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34.0원까지 오르며 5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다만 트럼프의 유화 발언과 한국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발표 이후 환율 상승폭이 제한되며 1,420원대 후반으로 안정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중발 위험회피가 일시적이라면 환율 상승세는 점차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관세 부과가 실제 시행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일시적인 진정 효과를 주었을 뿐, 100%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코스피 낙폭 축소는 '정치적 발언에 의한 단기 반등'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420원대에서 안착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미·중 협상 국면이 안정될 때까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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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미중 무역갈등 재격화에 3,580대로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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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오픈AI·엔비디아 '순환 거래', AI 거품론 불 지피다
-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전례 없는 '거품 붕괴'에 대한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웃도는 AI 산업의 이면에, 한 기업의 투자가 파트너사의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이른바 '순환 거래(Circular Deals)'가 AI 산업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린다는 의구심이 짙어진다고 블룸버그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꼬집었다.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거래, 복잡하게 얽힌 금융 구조, 실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논쟁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오픈AI가 주최한 '데브데이(DevDay)' 행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거품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안다"면서도 "사실, 현재 AI의 여러 부문이 다소 거품이 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례적으로 말했다. AI 열풍의 한복판에 있는 핵심 인물의 이 발언은 시장 과열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며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말은 AI 기업들의 가치가 실체가 아닌 '금융 공학'으로 부풀려졌다는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경고음은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국은행(Bank of England)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세계 금융 기관들이 AI 거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대표 역시 BBC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이 불확실성의 수준을 더 높게 생각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초기 AI 기업가로서 네 차례의 기술 거품을 경험한 제리 캐플런은 현재 모습을 과거 닷컴 붐에 비유하며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최근 컴퓨터 역사 박물관 토론회에서 "닷컴 붐 시절과 비교해 현재 판돈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잃을 것도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품이) 터지면 정말 심각할 것이고, AI 업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나머지 경제 전체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파국적인 결과를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AI 스타트업의 비현실적 가치평가와 소수 벤처캐피털에 의존하는 자금 조달 구조가 '닷컴버블'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고 경고했다. 꼬리 무는 투자와 구매…거미줄 얽힌 'AI 동맹' 이러한 우려의 밑바탕에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이 있다. 특히 챗GPT로 시장을 뒤흔든 오픈AI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엔비디아는 오픈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오픈AI는 이 데이터센터를 수백만 개의 엔비디아 칩으로 채우겠다고 화답했다. 동시에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와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칩 도입 동반 관계를 맺었다. 또 오픈AI는 오라클과 3000억 달러(약 425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약을 맺었는데, 오라클과 오픈AI가 소프트뱅크와 함께 5000억 달러(약 708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 '스타게이트(Stargate)'를 추진하고, 이 사업의 핵심 기술 협력사 역시 엔비디아다. 신생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사례는 이러한 관계망의 복잡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의 기업공개(IPO) 때 지분 7%를 인수했으며, 그 뒤 코어위브에서 63억 달러(약 8조 9300억 원)어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했다. 여기에 오픈AI는 IPO 이전에 코어위브의 지분 3억 5000만 달러(약 4960억 원)를 확보했고, 최근 클라우드 계약 규모를 224억 달러(약 31조 7500억 원)까지 늘렸다. 엔비디아-코어위브-오픈AI로 이어지는 복잡한 상호 의존 관계를 맺은 것이다. 엇갈리는 시선…'선순환'인가 '닷컴 버블'의 전조인가 이러한 순환 거래를 두고 업계와 시장의 시각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선순환을 이루는 긍정적인 고리"라고 평가했으며, 그렉 브록만 오픈AI 사장 역시 "막대한 컴퓨팅 파워 수요를 맞추려면 전체 AI 공급망을 활용하는 산업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암호화폐 분야 최고 책임자도 "그들(기업들)에게 달린 문제"라며 "우리는 미국 기업의 성공을 원한다"고 밝혀 사실상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시장 분석가와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을 떠올리며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브라이언 콜렐로 모닝스타 분석가는 "만약 1년 뒤 AI 거품이 터진다면, 이번 거래는 그 초기 단서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울루 카르바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선임 연구원은 "오늘날 AI 기업들은 실제 제품과 고객을 가졌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그들의 지출이 수익화를 앞지른다는 점은 (닷컴버블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최근 오라클의 낮은 수익성은 이러한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내부 문건을 보면, 오라클은 엔비디아 칩 기반 서버 임대로 분기 9억 달러(약 1조 2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 1달러에 총이익은 14센트에 그쳤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오라클의 주가는 급락하며 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안겼다. 사소한 스타트업마저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실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때가 대부분이며, MIT의 한 연구는 AI 투자의 95%가 손실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거대한 자금 순환의 중심에 있는 오픈AI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수익 창출이 2030년대에 가까워져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며, 최첨단 AI 모델 기반시설 구축에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가총액 4조 5000억 달러(약 6379조 원)에 이르는 엔비디아는 이 판을 이어갈 막대한 재정 능력을 갖췄다.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을 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에만 52건, 올해 들어 9월까지 이미 50건의 AI 기업 투자를 단행하며 생태계 장악에 나서고 있다. 한쪽은 막대한 현금을 쓰며 미래에 돈을 걸고, 다른 한쪽은 그 미래를 담보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불안한 공생 관계. AI 산업의 미래를 건 이 거대한 실험이 기술 혁신의 밑거름이 될지, 또 한 번의 거품 붕괴로 끝날지 그 앞날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리서치 분석가는 지금의 판도를 이렇게 요약했다. "올트먼은 세계 경제를 10년간 추락시킬 수도, 혹은 우리 모두를 약속의 땅으로 이끌 수도 있는 힘을 가졌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카드가 나올지 알 수 없다." [Key Insights] 미국 AI 산업의 거품 붕괴는 반도체 등 기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 오픈AI 등 거대 기업의 복잡한 금융 구조는 국내 AI 관련주 투자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해외의 '순환 거래' 논란을 계기로, 국내 AI 산업 역시 기술적 실체와 재무 건전성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Summary] 오픈AI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순환 거래'가 AI 산업 거품 논란의 핵심이다. 한 기업의 투자가 파트너사의 칩 구매로 이어지며 인위적으로 수요를 부풀린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성장을 위한 선순환'이라 주장하지만, 낮은 수익성과 복잡한 금융 구조 탓에 '닷컴 버블'의 재현이라는 우려가 맞선다. 1조 달러 규모의 AI 붐이 혁신으로 이어질지, 경제 위기로 번질지 중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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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오픈AI·엔비디아 '순환 거래', AI 거품론 불 지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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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6)] 두 개의 블랙홀 '쌍둥이 궤도' 첫 관측⋯136년 수수께끼 풀리다
- 인류가 처음으로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공전하는 모습을 직접 관측했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교 천문학자 마우리 발토넨(Mauri Valtonen) 연구팀은 초대형 전파망원경 관측망을 통해 퀘이사 'OJ287' 중심부에서 두 개의 초질량 블랙홀이 나란히 공전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 IFL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9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OJ287은 지구에서 약 5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퀘이사로, 그동안 12년 주기의 밝기 변동이 관측되어 두 블랙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는 지상 및 우주 전파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결합해 두 블랙홀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두 블랙홀이 서로를 도는 장면이 이미지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주변 가스와 고속 입자 제트를 통해 그 위치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관측 결과, 중심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80억 배, 동반 블랙홀은 약 1억5000만 배로 추정된다. 이번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에는 러시아의 우주 전파망원경 '라디오애스트론(RadioAstron)' 위성이 포함됐다. 이 위성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된 전파망원경을 탑재한 러시아 과학 위성이다. 이 위성의 안테나는 달까지 거리의 절반까지 접근해 관측 정밀도를 크게 높였다. 덕분에 연구진은 두 개의 제트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는 것을 식별해 각각의 블랙홀에 해당함을 확인했다. OJ287의 특이성은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알려져 있었다. 136년 동안의 광학 관측에서 약 12년을 주기로 밝기가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주기적 변화가 두 블랙홀의 공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뒷받침한다.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붕괴하면서 형성되며, 주변 물질을 흡수하며 성장한다. 일부는 강력한 중력과 마찰로 인해 물질이 고온으로 달아오르며 빛을 방출하는데, 이를 '활성은하핵(AGN)'이라 부른다. 이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퀘이사다. 퀘이사는 태양보다 수십억 배 무거운 초질량 블랙홀이 방출하는 강렬한 빛줄기로, 지구에서도 관측 가능한 우주 최강의 광원 중 하나다. 이번 관측으로 과학자들은 그동안 중력파 탐지로만 간접 확인했던 '블랙홀 이중계'의 실재를 시각적으로 증명하게 됐다. 연구진은 다만 "관측된 두 개의 제트가 겹쳐 보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더 높은 해상도의 추가 관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토넨 교수는 "라디오애스트론 위성이 활동하던 시기 덕분에 이런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향후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가동되면, 작은 블랙홀의 '꼬리 흔들림(wagging tail)' 현상까지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인류가 블랙홀의 형성과 병합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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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6)] 두 개의 블랙홀 '쌍둥이 궤도' 첫 관측⋯136년 수수께끼 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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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투자, 닷컴 버블 17배 규모⋯혁신 정체 속 붕괴 경고
- 인공지능(AI) 열풍이 사상 최대 규모의 버블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 마켓워치는 지난 3일(현지시간) "AI 투자는 이미 닷컴 버블의 17배, 서브프라임 부동산 버블의 4배에 달한다"고 전하며, "금리 왜곡이 만든 인위적 호황이 경제 전반의 자본 배분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 리서치사 매크로스트래티지 파트너십(MacroStrategy Partnership)의 줄리앙 개런 애널리스트는 "AI는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역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버블"이라며 "19세기 경제학자 크누트 윅셀의 이론에 따라 계산해보면, 현재의 '위크셀리언 결손'은 2008년 금융위기를 훨씬 웃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저금리로 부채 비용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기업 투자가 왜곡됐다"며 이 왜곡된 자본 흐름이 AI뿐 아니라 부동산, 대체불가토큰(NFT), 벤처투자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돈 먹는 하마' 된 LLM…성능 개선 없이 투자만 10배 개런은 특히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기술적 정체를 지적했다. "언어의 통계적 복잡성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한계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델 비용이 10배 늘어나는데 성능 개선이 거의 없다면 그것이 벽에 부딪힌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구체적 사례로 설명했다. "챗GPT-3는 5000만 달러, 챗GPT-4는 5억 달러가 들었지만, 챗GPT-5는 50억 달러가 투입되고도 이전 버전보다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 기업들의 AI 도입률은 이미 꺾였다. 미국 상무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아폴로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의 그래프에 따르면, 대기업의 AI 채택 속도는 2025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개런은 "AI 앱은 대부분 상업적 가치가 없거나, 공공 도메인 정보를 재활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LLM을 학습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사용료 수입보다 커진 시점에서 산업은 수익성 위기로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닷컴 버블 붕괴 재연되나…美 경제 '실속 구간' 진입 매크로스트래티지는 AI 버블 붕괴가 단순한 산업 조정이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의 디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런은 "경제가 이미 '실속 구간'에 들어서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투자와 자산효과가 동시에 꺾이면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유사한 경기 수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트럼프 행정부가 부양책을 시행하더라도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며 "저축대부조합(S&L) 위기 이후처럼 장기 리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고용 유지를 위해 달러 평가절하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크로스트래티지는 투자 전략으로 △금 관련 주식 매수 △단기 미국채 매수 △변동성 지수(VIX) 매수 △엔화 매수를 권고하며, AI·플랫폼 기업 비중 축소를 제시했다. AI만 돈 몰리는 VC 시장…스타트업 생태계 '고사 위기'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2025년 들어 벤처캐피털(VC) 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AI로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VC 투자는 총 3668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1927억 달러(약 52%)가 AI 스타트업에 유입됐다. 피치북의 카일 샌포드 리서치 디렉터는 "시장은 완전히 양분됐다. AI 분야에 있느냐, 아니냐가 생존을 좌우한다"며 "대형 기업이거나 AI 기업이 아니면 자금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앤스로픽과 xAI 같은 대형 기업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모으는 반면, 비(非)AI 스타트업은 자금난에 직면해 있다. 미국 벤처 투자액의 62.7%, 전 세계 투자액의 53.2%가 AI 기업으로 향했다. 이러한 자금 쏠림으로 AI를 제외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신규 벤처 자금을 확보한 기업 수는 최근 몇 년 중 최저 수준"이라며 "VC가 새 펀드를 조성한 건 823건, 총 800억 달러 규모로 2022년 4430건·4120억 달러에 비해 급감했다"고 전했다. 샌포드는 "펀드 출자자들이 '돈을 어디에 넣을지' 훨씬 신중해졌고, 그 답은 대부분 AI”라며 “이 같은 집중은 혁신의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실물경제 성장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혁명인가 거품인가…자본 왜곡에 커지는 경계감 AI는 이미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핵심 축이 됐다. 그러나 기술적 효용의 정체, 투자 편중, 자산 왜곡이 맞물리면서 '혁명인가, 거품인가'라는 논쟁은 거세지고 있다. AI 투자가 몰리는 동안, 전통 기술·바이오·핀테크·에너지 스타트업은 성장 자금줄이 마른 채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시장은 'AI가 투자 대상일 뿐, 혁신의 원천은 아니다'라는 역설에 직면했다. 기술 혁신 없는 자본 쏠림은 AI가 단순한 버블을 넘어, 마켓워치가 경고한 '거대한 자산 왜곡' 현상임을 시사한다. 투자자는 이 거품이 '닷컴 붕괴'처럼 실물경기를 덮칠지, 혹은 새로운 산업 질서의 기폭제가 될지를 냉정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Key Insights] AI 투자는 자본시장의 50% 이상을 빨아들이며 사상 최대 규모로 팽창했지만, 기술 효율성은 정체되고 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수익성 악화, VC 시장의 양극화, 실물경제 왜곡이 맞물리면서 'AI 버블 붕괴→미 경기 침체→달러 약세'라는 연쇄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Summary] AI 투자금이 1927억달러에 달하며 VC 시장의 절반을 점유했다. 그러나 LLM 기술은 한계에 직면했고, AI 외 산업은 자금난으로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버블이 닷컴의 17배 규모"라며, 거품 붕괴 시 미국 경기 침체와 자산시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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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AI 투자, 닷컴 버블 17배 규모⋯혁신 정체 속 붕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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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1)]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 지구 환경의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중 9개 중 7개가 이미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5 행성 건강 보고서(Planetary Health Check)'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지구 위험 한계선을 1개 더 넘어섰으며 올해는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가 새롭게 위험 구역에 포함됐다. PIK 보고서는 ▲기후 변화 ▲생물권 완전성 ▲토지시스템 변화 ▲담수 사용 ▲생지화학적 순환(질소·인) ▲신규 화학물질(오염물) ▲해양 산성화 등 7개 항목이 한계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해양 산성화는 올해 처음으로 '위험 상태'로 평가됐다. 산업화 이후 해수 표면 pH는 약 0.1 낮아져 산성도가 30~40% 상승했으며, 냉수 산호, 열대 산호초, 극지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한 록스트룀 PIK 소장은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4분의 3이 안전구역을 벗어났다"며 "인류는 문명 유지가 가능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성화의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파괴, 토지 이용 변화로, 바다가 기후 안정 장치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해설] '바다의 경고등' 켜진 지구…7번째 경계선 붕괴가 의미하는 것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새 보고서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안전한 운영 한계'를 넘어섰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특히 올해는 해양 산성화가 새롭게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지구의 위기 수준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은 인류가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정의하는 개념으로, 2009년 PIK와 스톡홀름 복원센터 연구진이 제시했다. 9개의 핵심 시스템은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는 '생명 유지 장치'로, 그중 7개가 이미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문명 유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새롭게 붕괴된 항목인 해양 산성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직접적인 결과다. 화석연료 연소와 산림 파괴로 인해 흡수된 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해수의 pH를 떨어뜨리면서, 바다는 점점 더 산성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해수의 pH는 약 0.1 하락했으며, 이는 산성도가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대기와 맞닿은 해양 표층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인 플랑크톤(pteropods)과 산호초가 약화되고, 해양 먹이사슬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플랑크톤은 어류의 주요 먹이원으로, 이들의 감소는 수산업과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직결된다. 레브케 카이저 PIK 해양연구 공동대표는 "해양의 산성화, 산소 감소, 해양 열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지구 기후 안정의 핵심 축인 바다가 압박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현상은 단순한 해양 문제를 넘어 식량 안보와 인류 복지, 기후 안정성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학자 실비아 얼은 "바다는 지구의 생명 유지 장치이자 산소의 근원"이라며 "지금의 산성화는 지구 시스템의 대시보드에 켜진 '적색 경고등'"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바다를 보호하지 않으면, 인류 자신이 서 있는 기반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개 항목이 한계를 넘었지만 △'성층권 오존층'과 △'에어로졸(대기오염 입자)'은 여전히 안전 구간에 있다. 이는 국제 협력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사용을 제한한 결과, 오존층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로졸 배출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일부 지역은 여전히 위험 수준의 미세입자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보리스 작슈베프스키는 "지구 한계선은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시스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인류 복지와 경제 발전, 사회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지구 시스템의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요한 록스트룀 소장은 "오존층 회복과 대기오염 감소가 보여주듯, 국제 정책과 협력이 위기를 되돌릴 수 있다"며 "지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지만, 치료의 창문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기후 변동의 임계점(tipping point)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남극 빙붕 붕괴, 아마존 열대우림의 건조화, 해류 순환 약화 등 복합적인 변화가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 인류의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불가역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성 한계 보고서'는 경고와 동시에 해답을 제시한다. 해양 산성화를 늦추려면 화석연료 사용 감축, 해양 생태계 복원, 국제적 탄소 감축 협력이 필수다. 7개의 붕괴된 한계선은 위기를 알리는 신호이자, 인류가 아직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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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1)]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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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美 경제, 심리-소비 '탈동조화'⋯'두 개의 미국' 현실로
-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은 불균형에 빠져들었다. 경제를 바라보는 대중, 특히 중산층의 소비 심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나쁜 수준으로 얼어붙었지만, 실제 소비는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드문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물가와 고용 불안에 대한 공포가 번지며 소비자 심리 지표는 추락을 거듭하는데도, 시장에서는 씀씀이가 줄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살림살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두 개의 미국 경제'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탄한 자산 시장을 등에 업은 고소득층의 소비가 경제 전체를 떠받치는 동안,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물가 상승 압박에 신음하며 경제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역대급 비관론 "고물가가 살림 갉아먹는다" 미시간대학교가 지난 26일 발표한 9월 소비자 심리 지수 최종치는 55.1로, 195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일곱 번째로 낮은 암울한 수치를 기록했다. 몇 달 전의 비관론이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진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날마다 측정하는 소비자 심리 지수는 이런 양극화, 특히 중산층의 붕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 해 소득 10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층은 경제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를 꾸준히 유지했다. 반면 5만 달러 미만 저소득층의 시각은 줄곧 부정적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버는 중산층이다. 이들은 올봄까지만 해도 고소득층과 비슷한 낙관론을 보였으나,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심리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5일 기준 중산층의 심리 지수는 중립(100)에도 못 미치는 98.7을 기록했지만, 고소득층은 121.5, 저소득층은 86.9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고소득층보다 중·저소득층 가계의 소비에서 지출 축소가 더 많이 보인다"고 밝혔다. 콜스의 마이클 벤더 임시 CEO 역시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고객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더 값싼 상품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 제너럴 CEO는 중산층 고객들이 할인점으로 더 많이 몰리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관론의 가장 큰 원인은 고질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럭, 가구, 의약품 등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격적인 무역 정책이 물가를 더욱 부채질하리라는 우려가 가득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튼튼할 것만 같았던 노동 시장에 대한 불안감마저 퍼지기 시작했다. 미시간대학교의 조앤 수 조사 책임자는 "소비자들은 고물가가 계속되는 것에 끊임없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며 "응답자의 44%가 '높은 물가가 개인 살림을 갉아먹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는데, 이는 지난 1년 중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달 조사는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 가능성과 노동 시장 약화 위험이라는 두 가지 압박을 동시에 느끼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꽁꽁 언 심리, 그러나 뜨거운 소비 하지만 차갑게 식은 심리 지표와 달리, 실제 경제의 피와 같은 소비는 여전히 활발하게 돌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 분석을 보면, 현재 소득 상위 10%가 미국 전체 소비의 49%를 웃돌고 있는데, 이는 수십 년 데이터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 이후 소비자 심리가 실제 소비 흐름을 예측하는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던 2022년 여름이나, 의회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던 2023년에도 미국인들의 소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공연, 여행 같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지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새 학기 쇼핑 기간이 있던 지난 8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달보다 0.6% 늘었다.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 소비 역시 0.4% 증가하며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톰 바킨 총재는 지난 26일 한 행사에서 "최근 데이터는 소비자들이 여름 동안, 특히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다시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며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명목 임금은 계속 오르며, 자산 가치는 사상 최고치에 가까운데 왜 소비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두 개의 경제', 양극화가 만든 착시 이러한 경제 불일치를 푸는 열쇠는 노동 시장의 흐름과 소득 계층 사이의 자산 격차에 있다. 물론 최근 미국 노동 시장은 일자리 증가세가 주춤하고 실업자들이 새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 8월 신규 고용은 2만 2000개에 그쳤고, 앞서 6월에는 일자리가 1만 3000개 줄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순감소를 기록했다. 실업률 4.3%는 그 자체로는 낮아 보이지만,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주 금리를 내린 것도 이런 위험을 생각한 조치였다. 하지만 노동 시장의 바탕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대규모 해고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안정적인 고용 환경이 심리적 불안감에도 소비를 계속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다. 여기에 소득 상위 계층의 '자산 효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진보 성향 연구소 그라운드워크 콜래버레이티브의 린지 오웬스 이사는 "최상위 계층은 굉장한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비슷해지는 이중 경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틀리 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식의 거의 90%를 최상위 10% 부유층이 갖고 있으며, 이는 고소득층이 자산 시장 호황의 열매 대부분을 거둬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로빈후드의 스테파니 길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전체 소비의 대부분은 고소득층이 이끌며, 이들은 투자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집단"이라고 짚었다. 지난 몇 달간 미국 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인공지능(AI) 열풍, 좋은 기업 실적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경신을 되풀이했다. 이는 주식을 많이 가진 고소득층의 재산을 불려 소비 여력을 키우는 효과를 낳았다. 미시간대 조사에서도 이런 양극화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앤 수 책임자는 "주식을 많이 보유한 소비자들의 심리는 9월에도 안정세를 보인 반면, 주식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나빠졌다"고 밝혔다. 반면 중산층의 처지는 다르다.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산층이 전염병 대유행 초기에 역사적인 수준으로 돈을 모았지만, 물가 상승과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같은 빚을 갚기 위해 모아둔 돈을 모두 쓰고 그 이상을 썼다"고 분석했다. 길드 CIO는 "최근 며칠간의 조정에도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이 자기 자산에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최상위 소득 계층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 마크 잔디는 "주가가 오를 때는 상황이 좋지만, 만약 떨어진다면 상황은 매우 빠르게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Key Insights] 미국 경제의 양극화는 국내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자산가치 상승이 소수 고소득층의 소비를 지탱하며 전체 경제 지표를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다. [Summary] 미국 경제는 소비자 심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음에도 소비는 견조한 '탈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이는 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으로 부유층의 소비력은 유지된 반면, 저축이 바닥난 중산층은 고물가와 부채에 허덕이며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에게 의존하는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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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美 경제, 심리-소비 '탈동조화'⋯'두 개의 미국'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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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4)] 영국 앞바다 실버핏 크레이터, 4천200만년 전 소행성 충돌 흔적
- 북해 해저에 묻혀 있던 '실버핏 크레이터(Silverpit Crater)'가 소행성 충돌로 형성됐다는 사실이 20여 년 만에 과학적으로 확정됐다. 영국 요크셔 해안에서 약 129㎞ 떨어진 북해 해저 700m 지점에서 발견된 이 크레이터는 지름이 약 3㎞에 달한다. 2002년 처음 보고된 이후 원형의 형태와 중심부 돌출 등 충돌 흔적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염분 지층 이동이나 화산 활동 등 다른 지질학적 원인 가능성이 제기돼 논쟁이 이어져 왔다. 초기 연구에서는 이 분화구가 충돌 분화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분화구의 중앙 봉우리, 원형 모양, 그리고 동심원 형태의 단층들은 초고속 충돌과 관련된 특징이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분화구 구조가 분화구 바닥 아래 깊숙이 소금이 이동했거나 화산 활동으로 인해 해저가 붕괴되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스코틀랜드 해리엇와트대학의 위스딘 니콜슨 교수 연구팀은 최신 3차원(3D) 지진파 탐사 자료와 1980년대 석유 시추 당시 확보된 암석 절편을 재분석해 소행성 충돌의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지진 영상을 사용하고 암석 샘플을 분석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는 폭 160m(535피트)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충돌 당시 서쪽에서 비스듬히 날아든 소행성이 초속 15㎞ 속도로 해저를 강타해 1.5㎞ 높이의 바위·해수가 치솟은 뒤 100m가 넘는 거대한 쓰나미로 이어졌다. 충돌체의 크기는 길이 160m, 축구장 1개 반 크기에 해당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에든버러 헤리엇-와트 대학의 준교수인 위스딘 니콜슨 박사는 새로운 기술이 분화구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환경연구위원회의 자금 지원을 받은 연구팀이 희귀한 '충격을 받은' 석영 샘플을 회수해 논쟁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시추 샘플에서 극한 충격압에서만 형성되는 석영·장석 미세 입자의 흠집을 확인한 것. 니콜슨 교수는 "지구상 어떤 지질 과정도 이런 흔적을 남길 수 없다"며 "이번 발견은 소행성 충돌 기원설을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지진 기록에 따르면 이 충돌은 약 4,200만년에서 4,600만년 전인 에오세(Eocene, 신생대 고제3기의 두 번째 시기로 시신세라고도 함)에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버핏 크레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250여 개의 충돌구 가운데 보존 상태가 탁월한 사례로 꼽힌다. 연구진은 이를 멕시코의 칙술루브(Chicxulub) 크레이터, 서아프리카 앞바다 나디르(Nadir) 크레이터와 함께 지구 진화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로 평가하고 있다. 치술루브 크레이터는 약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BBC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과거 지구 생태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미래 잠재적 소행성 충돌에 대한 대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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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44)] 영국 앞바다 실버핏 크레이터, 4천200만년 전 소행성 충돌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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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2.45% ↓ 3,400선 붕괴⋯원·달러 환율 1,410원 돌파
- 코스피가 26일 2% 넘게 급락하며 10거래일 만에 3,400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85.06포인트(2.45%) 내린 3,386.0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3,400선 붕괴는 지난 12일(3,395.54)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3.8%로 상향 조정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의 대미 투자금 선불 요구' 발언이 원화 약세를 부추긴 영향이다.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17.29포인트(2.03%) 내린 835.19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8원 급등한 1,412.4원에 마감하며 넉 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5.61%)와 삼성전자(-3.25%) 등 반도체주, LG에너지솔루션(-3.46%)과 삼성SDI(-3.80%) 등 2차전지주가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미니해설] 코스피, 10거래일 만에 3,400선 밑돌아 26일 코스피가 2.45% 급락하며 3,400선을 내준 것은 미국 경기의 '예상 밖 호조'와 한미 통상 불확실성이 동시에 시장을 강타한 결과다. 이날 코스피는 3,386.05로 마감해 10거래일 만에 3,400선이 붕괴됐다. 장중에는 3,365.73까지 밀리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코스닥 역시 2% 넘게 하락해 835.19에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412.4원으로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 배경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상향이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확정치는 3.8%로, 잠정치(3.3%)와 시장 예상치(3.3%)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0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0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91%에서 85%로, 12월까지 2회 인하 가능성은 73%에서 60%로 하락했다. 이 같은 전망은 달러 강세로 이어졌고, 원화와 아시아 통화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금은 선불(up front)이어야 한다"고 밝히며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됐다. 미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한국에 추가 대미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부터 미국 수입 트럭·의약품·가구 등에 25~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글로벌 무역 긴장이 재점화됐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통상 협상 불확실성과 장기 추석 연휴를 앞둔 위험회피 심리가 겹치며 외국인 자금이탈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2차전지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5.61%), 삼성전자(-3.25%), 한미반도체(-4.57%)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급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3.46%), 삼성SDI(-3.80%), POSCO홀딩스(-2.14%) 등 2차전지 관련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또한 금융주도 동반 하락했다. 신한지주(-0.86%), 우리금융지주(-2.06%), 하나금융지주(-2.02%), KB금융(-1.40%) 등 대부분이 내렸고, 카카오(-6.17%)는 6% 넘게 급락했다. 다만 네이버(0.98%)와 만호제강(5.10%)은 강세로 마감했다. 만호제강은 자사주 매입 소식에 장중 14% 급등,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번 급락은 단기적인 조정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가운데 달러 강세와 관세 불확실성이 겹치며 아시아 증시 전반이 조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원화 약세와 금리 불확실성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특히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수출 주도 업종이 미국 통상정책의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향후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닌, 대외 변수의 복합 충격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 코스피의 3,400선 회복은 미국 금리 경로와 한미 통상 협상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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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2.45% ↓ 3,400선 붕괴⋯원·달러 환율 1,410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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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플라자 합의 40년, G7 성명서에 나타난 '감정의 시대'
-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인 선진 5개국 재무장관들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달러 고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다자간 '공조 개입'의 서막을 연 '플라자 합의'다. 이 합의는 전후 세계 통화 질서의 변곡점이자, 이후 40년간 세계가 금융위기 등 격랑을 헤쳐나가는 다자 협력 체제의 주춧돌이 됐다. 합의 40주년을 맞은 지금, 그 유산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국제 공조를 외면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축 통화인 달러는 흔들린다. 세계 경제의 사령탑 노릇을 해온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성명서를 분석해보니, 협력과 이성 대신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냉전 종식기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40년 공조의 틀이 중대한 기로에 섰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분석은 이런 변화를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1985년부터 40년간 나온 G5와 G7의 성명과 관련 문서 193건을 텍스트 분석 기법으로 살핀 결과, 문서 안에서 감정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과 2025년에 걸쳐 13% 안팎까지 치솟았다. 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1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3년 평균은 13.4%로 40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냉전이 끝난 뒤 11%대에서 안정됐던 감정 표현 비중이 202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분석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G7 리서치 그룹'과 일본 재무성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정치·외교 문서 분석에 쓰는 'LSD(Lexicoder Sentiment Dictionary)'를 활용했다. 달러부터 AI까지…40년간 G7은 무엇을 논했나 지난 40년간 G7은 무엇을 논의하며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었을까. 단어 출현 패턴으로 주제를 자동 추출하는 '잠재 디리클레 할당(LDA)' 기법으로 논의의 흐름을 짚었다. ① 1980년대: '달러 강세' 바로잡으며 연 공조의 시대 국제 공조의 출발점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그에 따른 달러 강세였다. 기축통화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미국이 G5 회의를 주도했고, 그 결과가 플라자 합의다. 그 뒤 달러-엔 환율은 1달러=240엔에서 반년 만에 180엔까지 약 30% 떨어졌고, 걷잡을 수 없는 달러 약세를 막고자 1987년 '루브르 합의'라는 반대 방향의 공조가 이뤄졌다. 하지만 공조는 만능이 아니었다. 같은 해 뉴욕 증시를 덮친 '블랙 먼데이'는 각국이 다시 자국 정책을 앞세우는 계기가 됐다. ② 1990년대: '신흥국 위기'라는 새 과제 냉전이 끝나자 자본은 신흥국으로 몰렸지만, 달러 빚에 기댄 성장은 멕시코(1994년)와 아시아(1997년)의 연쇄 통화 위기를 일으켰다. G7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IMF 등과 머리를 맞댔다. 이 시기 로버트 루빈 당시 미 재무장관의 "강한 달러는 국익에 부합한다"는 선언은 미국의 정책 전환을 상징하며, 이후 미·일의 '칠석 개입' 같은 시장 개입 공조가 이어졌다. ③ 2000년대: '지정학 위기'의 부상 2001년 9·11 테러는 G7 논의 테이블에 '테러 자금 차단'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올렸다. 당시 G7은 "극악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긴급성명을 냈다. 경제·금융 문제를 넘어 지정학 위기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후 중동 정세 불안,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 등이 겹치면서 '에너지 안보'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올랐고, 성명서의 감정 표현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④ 2008년~: '미증유의 위기'와 공조의 절정 국제 공조의 힘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때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였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 시스템 붕괴 직전에 몰리자 G7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약속하며 미증유의 위기에 함께 맞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엔화 가치가 치솟자 즉각 공조에 나서 시장을 안정시킨 것도 성공적으로 협력한 사례다. ⑤ 현재: '디지털·AI' 현안 속 엇갈리는 행보 최근 G7의 핵심 의제는 디지털 통화, 사이버 보안, AI 규제 등이다.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 구상에 공동 대응하며 통화 주권을 지키려 했던 모습과 달리, AI 규제 문제에서는 미국과 유럽·일본의 견해가 엇갈리는 등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다시 고개 드는 '불균형'…데이터가 보내는 경고 공조 체제가 삐걱대면서 10년 넘게 자취를 감췄던 '불균형(imbalance)'이란 단어가 G7 성명에 다시 나타났다. 2025년 5월 회의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겨냥한 '세계 거시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그간 G7의 상징과도 같았던 '보호무역주의 반대' 문구는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갈등이 되풀이될 것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G7의 '감정'이 실물 경제에 보내는 신호다. G7 성명의 긍·부정 표현을 점수화한 결과, 감정 점수가 부정 쪽으로 기운 뒤 약 3년이 지나 경기가 둔화하는 흐름이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던 2005~2007년 점수가 100을 밑돌았고, 3년 뒤인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현재 이 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6년부터 100을 밑돌며 2023년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런 구도 속에서 각국의 처지도 달라졌다. 과거 플라자 합의의 주된 상대였던 일본은 미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서 한동안 관심 밖이었으나, 최근 다시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25년 6월 보고서는 일본을 향해 "대규모 공적 연금펀드 등의 해외투자는 경쟁 목적으로 환율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엔저 압력을 견제했고, 일본을 중국, 독일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감시 리스트)'으로 지정했다. 존 커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환율뿐 아니라 복잡한 문제가 늘면서 G7이 공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장기신용은행에서 외환 스와프를 담당했던 고이케 쇼이치로 외환 컨설턴트는 "G7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길게 보면 환율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정치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며 "국제 공조의 모습이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감정의 시대'를 넘어 기축 통화 없는 '통화 G-제로' 세계의 새 질서를 찾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Key Insights] G7의 국제 공조 붕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환율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한국 역시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 [Summary] 플라자 합의 40주년을 맞아 G7의 국제 공조 체제를 분석했다. 공식 문서의 감정적 표현이 냉전기 수준으로 급증하며 협력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부정적 감정 고조 후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은 세계 경제의 중대한 위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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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플라자 합의 40년, G7 성명서에 나타난 '감정의 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