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성장률 1.4% 유지⋯내년 성장률 전망, 2.1%
  • "섣부른 경기 부양책, 부동산 가격 상승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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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도 2%대 초반으로 예상되며, 물가 상승률은 4%대 중반으로 전망된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섣부른 (경기) 부양책은 부동산 가격만 부추길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말했다. 또 "내년 고금리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취약계층은 재정정책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연 1.4%로 유지하는 한편,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2.1%로 0.1%p(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에 대해 "금통위원 2명이 금리 동결을, 4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명 중 두 명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나머지 네 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던 위원 한 명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철회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긴축 기조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충분히 근접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재차 대두될 가능성에 대해서 이 총재는 "아직 안심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고금리의 부담이 작은 금융 기관이나 건설사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경우,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 이 총재는 "올해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임기 종료 후 한꺼번에 말씀드리겠다"며 "내년은 물가가 높고, 금리도 높기 때문에 경제 전체보다는 금융 취약계층과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4월 21일 임기를 시작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26년 4월 20일 24시에 4년 임기가 종료된다.

 

이 총재는 개별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여섯 분 모두 오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그 수준에서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한다는 문구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고 바꾼 것에 대해 이 총재는 "상당 기간을 6개월 정도로 해석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개월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이고 이는 6개월보다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로 수렴하는 시기에 대해 "현재 성장률,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말이나 2025년 초쯤 물가 상승률이 2% 초로 수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현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시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주담대 금리는 낮아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은 금융상황지수, 부동산 가격, 소비 등을 고려할 때 긴축 수준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중장기 금리 변동과 연계된 국내 금리의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며,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중앙은행의 긴축 금리가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내년 상반기 중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 영국 등에서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 것을 잘 안다"며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나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확실히 시장이 앞서가는 것 같고,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와 물가 하락 속도를 고려할 때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과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3분기 가계신용이 역대 최고 수준이고, 가계부채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정부가 끝나고 해당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며 "또한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속도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 급격히 절대액을 줄이려고 하면 성장둔화, 금융 불안 등 금융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작년 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금융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후 가격이 조금 반등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우려는 많이 줄었는데, 높은 금리로 인한 부담은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 작은 기관, 건설사 등에서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주단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큰 문제 없이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는 문제에 대해서 이 총재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들여다보며 조사하고 있다"며 "금융안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완전판매 등 금융권과 소비자 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단기 자본시장이나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줄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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