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 세포 맞춤형 '과립형 에어로겔 스캐폴드' 개발… 당뇨·화상 환자에 새 희망
차세대 인체 조직 재생용 바이오소재가 개발됐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하얀 스펀지로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고, 내부는 95% 이상이 공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Penn State) 연구팀이 인체 조직 재생용 차세대 바이오소재 '과립형 에어로겔 스캐폴드(GAS)'를 개발하고, 국제 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그 성과를 공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재를 상처 부위에 이식하면 세포가 스며들고, 혈관이 뻗어 들어오며, 손상된 조직이 되살아난다. 당뇨 합병증으로 수개월째 낫지 않는 족부 궤양, 방사선 치료 후 괴사한 피부, 3도 화상 자국-기존 치료법이 손을 든 상처들이 이 소재의 표적이다.
"기공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한다"
바이오소재(생체재료) 분야에서 오랜 숙제 중 하나는 이식 소재 내부의 기공(pore)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느냐다. 기공은 산소와 영양소를 세포에 전달하고, 새 혈관이 자라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한다. 기공이 너무 작거나 서로 단절돼 있으면 세포가 침투하지 못하고, 조직 재생은 실패로 끝난다.
연구를 이끈 아미르 셰이키(Amir Sheikhi) 부교수(화학공학)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립형 에어로겔 스캐폴드(Granular Aerogel Scaffolds, GAS)'라는 새로운 소재 플랫폼을 고안했다.
에어로겔(Aerogel)은 내부의 95% 이상이 공기로 구성된 초경량 다공성 소재다. 우주복 단열재, 해양 오염 흡착제 등 산업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지만, 의료용으로는 기공 구조를 세포 수준에서 제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에어로겔은 건조 과정에서 구조가 무너지거나, 기공 크기와 강도가 연동돼 하나를 조절하면 다른 하나가 망가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GAS는 이 난제를 '레고 블록' 방식으로 풀었다. 단백질 기반의 마이크로입자(microscale building blocks)를 먼저 만들고, 이 입자들을 조립해 에어로겔을 구성하는 것이다. 입자 크기를 바꾸는 것만으로 최종 소재의 기공 크기와 연결 구조를 자유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특히 강도(stiffness)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공만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다.
시험관부터 살아있는 쥐까지-검증 완료
연구팀은 GAS를 시험관(in vitro)과 마우스 모델(in vivo)에서 모두 검증했다. 세포가 소재 내부로 얼마나 잘 침투하는지(cell infiltration), 그리고 새 혈관이 얼마나 빠르게 형성되는지(vascularization)를 측정한 결과, GAS는 기존 바이오소재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공동 저자인 디노 라브닉(Dino Ravnic) 외과 교수는 임상 관점에서 "이식 소재가 혈관화에 실패하면 조직 재생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특히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 당뇨 환자, 화상 환자는 이미 혈관 형성 능력이 저하돼 있어 기존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GAS는 이런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재건 외과 전문의인 라브닉 교수는 "조직 손실 환자에게 맞춤형 인공 조직을 제공하는 것은 재건 외과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GAS가 그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선반에서 바로 꺼내 쓰는 상처 치료제
GAS의 상용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셰이키 교수는 이 소재의 상온 보관 안정성(shelf-stable)을 특히 강점으로 꼽았다. 건조 후 멸균 처리해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사용 직전 재수화(rehydration)해도 기공 구조와 기계적 특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냉장 보관이 필수인 생물 의약품과 달리, 물류·유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연구팀은 현재 특허 출원과 산업 파트너십을 모색 중이며, 향후 GAS에 성장인자나 면역 조절 물질 등의 생화학적 신호를 탑재하는 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근육세포, 피부세포 등 특정 세포를 미리 탑재한 '맞춤형 조직 패치' 형태로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용어 설명]
-에어로겔(Aerogel): 액체 성분을 기체로 치환해 만든 초경량 다공성 고체. 밀도가 매우 낮고 표면적이 넓다.
-스캐폴드(Scaffold): 세포가 자라고 조직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3차원 구조체.
-혈관신생(Vascularization): 새로운 혈관이 조직 내에 형성되는 과정. 조직 재생의 필수 조건이다.
[논문 정보] Saman Zavari et al., "Granular aerogel scaffolds with engineered pore microarchitecture for rapid cell infiltration, tissue integration, and vascularization," Biomaterials (2026). DOI: 10.1016/j.biomaterials.2026.124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