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각가격 5조~6조원대 전망⋯내달 본입찰 부침 심한 바이오 정리 M&A로 사업재편 속도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 분야 세계 1위인 바이오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예상 몸값은 5조~6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복수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와 물밑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주관 업무는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가 맡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중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이 매각을 추진하는 바이오 부문은 미생물을 원료로 식품 조미 소재와 사료용 아미노산 등을 생산하는 그린바이오 사업이 주력이다. 라이신,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 부문 시장 점유율이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바이오 부문을 매각해 확보하게 될 거액의 자금을 활용해 식품 본업의 경쟁력을 확대하거나 다른 업종의 기업을 인수해 신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부문은 '캐시카우'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왔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259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3분기까지 EBITDA는 48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식품 기업의 기업가치가 EBITDA의 7~8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기업가치는 5조~6조원대로 평가된다.
CJ제일제당의 사업은 크게 설탕·밀가루·식용유 등을 생산하는 식품과 바이오, 물류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바이오 부문 매출은 4조1343억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에서 약 23%를 차지했으며 라이신,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 품목 등을 생산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주력이다.
매출 90% 이상이 해외에서 창출되는 글로벌 기업이다. 라이신은 면역 증강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양돈 사료에 첨가해 사료 영양분의 균형을 맞춰주는 기능을 한다.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단백질의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 균형을 유지하고 항체 생성을 증진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햇반' '비비고' 등 식품 사업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지만 설탕과 함께 회사를 글로벌 식음료 기업으로 키운 부문이다. 일본 감미료사인 아지노모토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 1963년 '미풍'으로 출시했던 MSG(글루탐산나트륨) 사업이 시초다.
1988년 인도네시아에 첫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사료용 아미노산 라이신 시장에 진출한 것이 도약의 계기가 됐다.
그린바이오 사업은 현재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해외 주요 국가에 11개 대형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1위 사료용 아미노산 브랜드인 라이신과 트립토판, 발린을 포함해 8종의 대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사업은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됐다. 경쟁사가 물류난으로 배송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에 CJ제일제당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2020년 2조9817억원 수준이던 바이오 사업 매출은 2021년 3조7312억원, 2022년 4조8540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다소 상황이 바뀌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축산 수요가 줄면서 그린바이오 수요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바이오 사업은 현재 글로벌 1위지만 업황에 따라 부침이 크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바이오사업부를 매각해 마련할 실탄으로 신사업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CJ그룹은 2018년 CJ헬로비전을 LG그룹, 제약사업(CJ헬스케어)을 한국콜마에 각각 매각했다.
매각대금으로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 식품 2위 업체인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했고 슈완스컴퍼니 실적이 개선된 바 있다. 그 결과 2018년 3649억원 수준이었던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 매출은 4조356억원으로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대금으로 '제2의 슈완스' 등 초대형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