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 2%p로 사상 최대
- 전문가, 연준 기준 금리 2.50% 인상 전망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올해 2년째를 맞이하면서 연내 최장 기록 경신이 눈앞에 다가왔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미 정책금리 역전 현상은 일시적으로 금리차가 없었던 지난 2022년 8월을 제외하면 그해 7월부터 이달까지 19개월째 이어졌다.
이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1999년, 2005년, 2018년보다 기간이 더 길다. 1999년에는 21개월, 2005년에는 26개월, 2018년에는 24개월간 역전 현상이 지속됐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에서 3.50%로 인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같은 기간 11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1.50~1.75%로 인상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준금리에서 한국 기준금리를 차감한 역전 폭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사상 최대인 2.00%p(포인트)로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2.50%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 역전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투자자들에게 환차손 위험을 높이고,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은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기업들의 환헤지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 불가피
한국은행이 올해 2~3분기께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주요 10개 투자은행(IB)은 연준의 올해 연말 정책금리를 평균적으로 4% 초반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월 발표된 연준의 금리 전망치(4.1%~4.3%)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준이 금리를 기존 5.50%에서 4.50%로 1.00%p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본 투자은행이 4곳(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모건스탠리, 노무라)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웰스파고와 TD은행도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를 3.50%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와 같은 수치다.
올해 2~3분기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한미 간의 금리 역전 현상이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가운데,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속도가 투자은행들의 예측보다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2022년 말에도 투자은행들이 대체로 연준의 정책금리를 낮게 전망했으나, 결국 연준의 전망에 맞추어 조정됐다"며, 이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금융센터 또한 최근의 보고서에서 "시장의 일부 기대와는 달리, 연준이 올해 3월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6월이나 7월에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환차손 위험을 높이고,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큰 폭의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의 지속은 우리 경제주체들의 자본 조달 비용 상승과 해외투자 시 환 헤지 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금리 역전 상황에서 중대한 글로벌 외부 충격이 가세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력과 회복력이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