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렌트유 3년래 최고치 경신에도 항공·소비재 주도 반등
  • 트럼프 "NATO 도움 필요 없다" 발언에 주가는 흘러내려

뉴욕증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장세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달러대로 3년래 최고치를 재경신했음에도 항공·소비재 업종 강세에 힘입어 S&P500이 이틀 연속 상승 마감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장은 유가와 전쟁 뉴스를 동시에 소화하며 조심스러운 반등 흐름을 이어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시가 유가 재반등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틀 연속 상승 마감했다. 항공사들의 강한 매출 가이던스와 소비재 업종의 반등이 상승을 이끌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NATO 불필요 발언이 장중 분위기를 흐리면서 주요 지수의 상승폭은 축소됐다.


1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장보다 0.25% 오른 6716.09에 마감했다. 나스닥은 0.47% 상승한 2만2479.53,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6.85포인트(0.10%) 오른 4만6993.26으로 장을 닫았다.


유가는 다시 치솟았다. 브렌트유 선물은 3.20% 뛴 배럴당 103.42달러로 2022년 8월 이후 최고 종가를 기록했고, WTI도 2.86% 오른 96.17달러에 마쳤다. 이라크 마즈눈 유전과 아랍에미리트(UAE) 가스전에 대한 추가 공격 보도가 공급 우려를 키웠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여전히 사실상 마비 상태다. 선박 추적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7일 평균 해협 통과 선박은 하루 2척에 불과하다. 평시 100척 이상과 비교하면 거의 완전히 닫혀 있는 셈이다.


증시가 유가 상승에도 오른 것은 항공과 소비재 업종이 버텨줬기 때문이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강한 예약 흐름을 근거로 1분기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소비재 업종이 1% 올랐다. 에너지 업종은 1% 넘게 오르며 월간 누적 상승률을 4%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호위에 NATO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올리자 주가는 고점에서 내려앉았고 유가는 되레 올랐다. 이란 핵심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긴장을 높였다. 연준은 이날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들어갔으며, 금리 동결이 확실시된다.


[미니해설] 유가가 올랐는데 증시도 올랐다 ⋯이 모순이 말해주는 것

 

이날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숫자가 아니라 조합이다. 브렌트유가 3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증시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유가와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지금 월가의 심리가 압축돼 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투자자들은 이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진 저점 매수 기회 중 하나로 판명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FOMO(기회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가 남아 있어 작은 반등이 상당한 상승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시장이 유가 수준보다 유가의 '속도'와 '방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추가 폭등이 없다면 기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리스크라는 논리다. 실제로 시장은 이날 유가가 오른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상승이라는 판단 아래 두 번째로 급한 질문—"실적이 버텨주는 업종은 어디인가"—으로 이동했다.


항공이 살아난 것, 소비가 죽지 않았다는 신호다


이날 반등의 주역은 항공업종이었다. 델타와 아메리칸이 동시에 1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한 것은 단순한 호재가 아니다. 경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고 항공유 비용이 급등하는 환경에서도 탑승 수요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아직 지갑을 닫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것이 에너지 비용 상승에 찌든 증시에 건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태그플레이션의 'S(불황)'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내 실물 물가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전쟁 발발 이후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81센트 올라 3.79달러가 됐고, 경유는 전월 대비 38% 급등해 5.04달러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유 가격은 소비자와 직결된다. 트럭 운송사들이 연료 할증료를 올리면 식료품점과 소매점이 그 비용을 가격에 얹는다. 이미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경유 재고가 빠듯하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항공사 매출이 살아있다고 해도, 이 물류발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심리를 얼마나 더 갉아먹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엔비디아 GTC 콘퍼런스도 눈길을 끌었다. 젠슨 황 CEO는 구리 네트워킹과 광(光) 네트워킹 두 가지를 모두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광섬유 업체들이 장중 5% 넘게 급락했다가 낙폭을 만회하는 혼란이 연출됐고, 우버와 현대차·기아·닛산 등 자율주행 협력사들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AI 투자 열기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확인이었다.


트럼프 발언이 가른 장세, 연준은 내일 말한다


이날 장의 변곡점은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었다. "NATO 도움은 필요 없다"는 발언이 나오자 주가는 고점에서 흘러내렸고 유가는 다시 올랐다. 시장이 연합 호위 체계 구성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호르무즈 통항이 하루 2척 수준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다자 호위 체계의 실현 가능성은 에너지 공급 위기의 지속 기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란 핵심 안보 수장 라리자니 사망 보도는 긴장을 한 단계 더 높였다.


연준은 이날 FOMC 이틀 일정에 들어갔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1월 근원 PCE 물가가 이미 3.1%로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오르고 있다"며 "트럼프의 감세안(빅 뷰티풀 빌)발 성장 기대까지 더해지면 동결 논거가 더 강해진다"고 했다. 지난 1월 FOMC에서 투표권자 12명 중 10명이 금리 인하에 반대한 만큼, 이번 회의 역시 동결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머디워터스가 공매도를 선언한 소파이 테크놀로지가 5% 급락했다. 드론 기술 기업 스워머는 첫날 상장가 대비 400% 이상 폭등했다. 트레이드 데스크는 퍼블리시스 그룹이 플랫폼 이용 추천을 철회했다는 보도에 7% 내렸다. 아마존은 앤디 재시 CEO가 내부 회의에서 "AI가 AWS 매출을 10년 안에 6000억 달러로 두 배 키울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장중 1.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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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레이더] 유가 다시 올랐는데 증시도 올랐다⋯S&P500 이틀 연속 상승, 시장은 '속도 조절'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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