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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8)] 소행성 '류구'에서 지구에 없는 미지의 광물 발견
-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2020년 지구로 가져온 소행성 '류구(Ryugu)' 시료에서 지구상에서는 한 번도 확인된 적 없는 신종 광물이 발견됐다고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태양계 형성과 초기 화학 반응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생명 기원의 단초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십억 년 전 태양계의 흔적 류구는 탄소질 소행성으로, 태양계 형성 초기의 화학적 기록을 거의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간직하고 있다. 지구는 화산 활동, 판 구조 운동, 풍화 작용 등으로 원시 기록이 사라졌지만, 류구는 그러한 변화를 겪지 않아 상대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물질을 보존하고 있다. 하야부사2는 2020년 총 5.4g의 시료를 지구로 반입했으며, 국제 연구진은 이 가운데 불과 9.3mg만을 확보해 분석을 진행했다. 이처럼 극히 제한된 물질로도 학계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X선 분석으로 드러난 희귀 성분 미국 에너지부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BNL)와 미국 스토니브룩대학 지구과학팀은 두 가지 X선 이미징 기법을 통해 류구 시료를 비파괴 방식으로 관찰했다. 표면과 내부를 동시에 화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귀중한 시료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시료에는 셀레늄, 망간, 철, 황, 인, 규소, 칼슘 등 다양한 원소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인(Phosphorus)은 지구에서 흔히 발견되는 '인산염(우리 치아와 뼈에서 발견되는 미네랄)' 형태와 함께,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인화물' 형태의 두 가지로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지구에 없는 결정체 'HAMP' 연구팀은 후속 분석에서 '수화 암모늄 마그네슘 인산염(HAMP, Hydrated Ammonium Magnesium Phosphate)'이라는 새로운 광물을 특정했다. 이는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결정체로, 지구에서 발견되는 스트루바이트(Struvite)와 유사한 성질을 지녔다. 스트루바이트는 생물학적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광물로, 인간의 신장 결석의 주요 구성 성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매슈 파섹 교수(우주생물학)는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2024년) 기고문에서 "류구에서 발견된 HAMP는 외계 물질이 지구 생명 탄생 과정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생명 기원 연구로 확산 지구 생명 기원 연구에서 외계 기원 물질의 역할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혜성이나 소행성이 원시 지구에 충돌하며 물과 유기물을 공급했다는 '범세계적 씨앗설(판스페르미아)'은 대표적인 가설이다. 이번 HAMP 발견은 이러한 논의를 한층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성과로 꼽힌다. 연구를 이끈 폴 노스러프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시료의 내부와 외부 화학 성분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기술 덕분에, 귀중한 자료를 훼손하지 않고 태양계 형성 초기의 흔적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희소성과 연구 경쟁 류구 시료의 양은 고작 5.4g에 불과하다.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연구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각 연구팀에 배분된 양은 수 mg 단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연구 역시 9.3mg만으로 성과를 도출했으며, 이는 과학자들이 얼마나 정밀하고 신중하게 분석을 진행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희귀성과 중요성 때문에 국제 공동연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한된 물질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 과학계의 과제다. 태양계 형성의 비밀 열쇠 류구 시료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광물을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원소와 광물의 형태는 태양계 형성 당시의 온도, 압력, 화학 반응 환경을 반영한다. 이번에 발견된 HAMP와 같은 광물은 초기 태양계에서 인과 질소, 수소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결합이 생명체가 이용 가능한 분자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학계는 이번 발견을 토대로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태양계 형성과 생명 기원의 연결 고리를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구에서 가져온 미세한 암석 입자는 인류가 우주와 생명 기원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귀중한 열쇠가 되고 있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광물이 발견되면서, 외계 물질이 생명 탄생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지오사이언스(Geosciences)에 게재됐다. 과학계는 류구 시료 분석이 앞으로도 태양계 형성과 생명 기원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핵심 연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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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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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8)] 소행성 '류구'에서 지구에 없는 미지의 광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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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5)] 뜨거워진 바다, 지구의 탄소흡수능력 10% 감소
- 세계 최대 탄소 흡수원인 바다가 기후 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고수온에 직면하며 탄소 흡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연구진은 2023년 바다가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한 규모가 최근 추세치보다 약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연합(EU) 연간 배출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23년 한 해동안 해수면 온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열대 지방에서는 엘리뇨 현상이 극심했고, 북대서양 전역에서는 엄청난 더위가 찾아왔다. 그로 인해 바다의 CO₂ 흡수율이 무려 10% 이상 급감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주도의 연구팀은 선박, 부표, 위성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분석을 수행해 2023년 전 세계 해수면 CO₂ 농도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북대서양을 비롯한 북반구 해역에서 이례적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바다가 CO₂를 흡수하기보다 방출하는 상황까지 관측됐다. 연구진은 "차가운 물이 더 많은 기체를 머금는 기본 물리 원리가 작동했다"며, 해수 온도가 높아질수록 CO₂ 용해도가 떨어져 흡수 능력이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수면에서 발생한 일시적 CO₂ 고갈, 수온 상승에 따른 성층 강화로 심층의 탄소 공급이 제한된 점, 그리고 플랑크톤의 '생물 펌프' 작용 등 세 가지 요인이 충격을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심해 용승을 줄여 해당 지역의 CO₂ 방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지만, 북반구 해역의 이례적 고온이 이를 상쇄했다. 이번 연구는 관측 기반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수십 년간 축적된 해양 CO₂ 데이터를 머신 러닝으로 보완해 매일의 전 지구 해양 탄소 흡수량을 산출, 2023년의 변화를 정밀하게 비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바다의 탄소 흡수력이 기후 위기 속에서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TH의 니콜라스 그루버 교수는 "2023년은 바다 탄소 흡수원의 스트레스 테스트였다"며 "바다가 여전히 많은 CO₂를 흡수하고 있지만, 이 역할을 전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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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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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5)] 뜨거워진 바다, 지구의 탄소흡수능력 10%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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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7)] 나비성운서 포착된 '우주의 먼지'⋯지구 탄생 비밀 푸는 단서
- 지구 탄생의 기원을 밝히는 단서인 '우주의 먼지'가 나비성운에서 포착됐다고 과학기술 전문매체 사이언스 얼럿이 전했다. 지구로부터 약 3400광년 떨어진 전갈자리 남쪽에 자리한 나비성운(NGC 6302)에서 별의 죽음 과정에서 형성된 결정성 먼지가 식어가는 장면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에 잡힌 것이다. 별의 최후, '우주의 건축 자재' 남기다 나비성운은 거대한 항성이 생을 마치며 외곽 물질을 우주로 방출해 형성된 행성상 성운이다. 중심에는 백색왜성이 남아 극도로 뜨거운 열을 내뿜고 있으며, 폭발적으로 분출된 가스와 먼지가 나비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연구진은 JWST의 적외선 관측과 칠레 아타카마 전파망원경(ALMA)의 데이터를 결합해 성운 내부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성운 중심부의 두꺼운 먼지 고리에서는 그을음과 같은 비정질 입자뿐 아니라 포스터라이트, 엔스타타이트, 석영 등 규산염 결정 구조가 확인됐다. 먼지 입자는 수 마이크론 크기로 비교적 오래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이온화 에너지가 낮은 원소가 분포하는 뚜렷한 농도 구배도 관측됐다. 생명 기원의 단서 '탄소 분자' 연구팀은 또 별에서 분출된 철·니켈 제트와 함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고농도 분포를 발견했다. PAH는 탄소 원자가 고리 구조로 배열된 분자로, 우주 전역에 널리 퍼져 있으며 생명체 형성 이론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산소가 풍부한 환경으로 알려진 나비성운 중심부에서 PAH가 검출된 것은, 별의 강한 바람이 주변 물질과 충돌하며 새로운 유기 화합물을 생성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이루어졌다" 영국 카디프대의 천체물리학자 마쓰우라 미카코 박사는 "수년간 논쟁이 이어졌던 우주 먼지의 생성 과정을 이번 관측으로 한층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차분하게 냉각된 영역에서는 보석 같은 결정체가, 격렬한 충돌이 일어난 영역에서는 거친 먼지가 동시에 형성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가 지구와 태양계 형성 과정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계의 기원을 직접 되돌릴 수는 없지만, JWST와 같은 차세대 장비는 별의 죽음이 남긴 '먼지'가 어떻게 행성과 생명의 재료로 재탄생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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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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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7)] 나비성운서 포착된 '우주의 먼지'⋯지구 탄생 비밀 푸는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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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4)] 스페인·포르투갈 초대형 산불⋯EU 산불 피해 사상 최대
- 유럽연합(EU)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이 100만 헥타르를 돌파하며 2006년 기록 집계 이후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됐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베리아반도의 약 1%가 불길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 현상이 산불을 더욱 빈번하고 대형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베리아반도 초토화…2주 만에 런던 4배 면적 소실 유럽 산불 감시 기관인 코페르니쿠스 산림화재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스페인은 8월 26일까지 누적 40만 헥타르가 소실되며 2006~2024년 평균치의 6배를 넘겼다. 인접한 포르투갈 역시 27만 헥타르가 불타 동일 기간 평균의 5배에 이르렀다. 올해 이베리아반도에서 불에 탄 면적은 68만4000헥타르로 런던 면적의 4배에 달하며, 대부분은 단 2주 만에 발생했다. 산불은 포르투갈 북부 삼림지대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아스투리아스, 카스티야이레온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세계유산인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과 피코스데유로파 국립공원 등 관광 명소도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악순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세계날씨귀속(WWA) 그룹은 이번 지중해 산불이 기후변화와 직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고온·건조한 환경을 만들고, 이는 산불 발생 확률을 10배 가까이 높였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산불로 올해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는 1768만 톤으로, 2003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크로아티아의 2023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웃도는 규모다. WWA 소속 테오도어 키핑 박사는 "기온 상승으로 식생이 빠르게 건조해지면서 가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더 크고 치명적인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디 오토 기후과학 교수는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했어야 할 시점은 이미 10년 전이었다"며 "지금은 1.3도 상승으로 소방대원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와 토지 방치가 불씨 키워 기후변화와 더불어 농촌 인구 감소도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젊은 층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농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된 토지가 잡목과 가연성 식생으로 뒤덮이면서 화재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태계·토양 회복력도 한계 직면 지중해 지역의 생태계는 오랜 세월 산불과 공존해왔다. 이베리아토끼처럼 산불 이후 새롭게 형성된 서식지에서 번성하는 종도 있고, 코르크 참나무처럼 재생력이 강한 수종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산불은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산림 재생 주기를 앞질러 생태계 복원력을 위협하고 있다. 런던정경대학(LSE) 환경지리학과 토머스 스미스 부교수는 "기후가 더워지면서 산불이 커지고, 이로 인한 탄소 배출이 다시 기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완지대학의 스테판 도어 교수는 "산불로 인한 토양 침식과 강우 시 하천 및 저수지의 수질 오염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대응책은?…화재 예방과 조기 탐지 필요 전문가들은 위험 지역의 초과 식생을 사전에 제거하고, 발화 가능성을 낮추는 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또한 인공지능(AI)과 위성을 활용한 조기 탐지, 신속한 화재 진압 시스템 구축이 피해를 줄이는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유럽연합은 이번 사태로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 진화 지원 병력을 투입했지만, 연구진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는 한 대형 산불의 위협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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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4)] 스페인·포르투갈 초대형 산불⋯EU 산불 피해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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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현대차·기아, EU '2035년 내연기관 금지' 후퇴 땐 투자 충격 우려
-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연합(EU)의 '2035년 승용·밴 신차 CO₂ 100% 감축(사실상 내연기관 판매 금지)' 규제 후퇴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고 포브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대차·기아는 유럽 현지에서 전기차(EV) 라인업 확대와 생산 거점을 앞당겨 깔아 놓은 만큼 정책 선회가 오히려 비용과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아 유럽법인 마크 헤드리히 CEO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EV4 양산 개시와 함께 "'전기차 '폭주'가 곧 시작된다. 지금 출시 일정을 멈추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035년 100% 준수를 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에 EV9과 EV3를 내놓았고, 올해 EV5를 투입한다. EV2와 EV4는 2026년 유럽 시장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유럽 완화론 확산…"하이브리드·대체연료도 허용해야" 반면 유럽 완성차 업계 전반에는 목표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5 전기차 전환' 약속에서 물러나 '2050 넷제로' 기조를 강조하고, 폭스바겐·스텔란티스·르노그룹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와 유럽 자동차부품공급업체연합(CLEPA)은 유럽집행위원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2021년 대비 2030년 -55%, 2035년 -100% 이행은 현재로선 현실성이 낮다"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연장 주행형, 고효율 내연기관, 수소·탈탄소 연료 등 '다중 해법' 채택을 요구했다. ACEA 의장인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는 "유럽 제조사는 중국 CATL·BYD, 한국 LG에너지솔루션·SK·삼성SDI 등 아시아 배터리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충전 인프라 불균형과 높은 제조비용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아시아 톱10' 현실…유럽 자립 구상 차질 2023년 글로벌 EV 배터리 상위 10개 공급사는 중국·한국·일본 업체가 싹쓸이했다. 유럽의 대형 배터리 양산 퍼즐은 스웨덴 노스볼트의 파산 여파로 추가 변수가 생겼다. 업계는 수요 둔화와 중국 브랜드의 가격·품질 공세까지 겹치며 '2035년 직행'의 부담이 커졌다고 본다. 양측의 입장은 9월 12일 유럽집행위 논의에서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중재 역할을 맡게 된다. 한쪽에는 현대차처럼 유럽 현지 생산과 유통망에 이미 투자한 기업과 볼보·재규어·르노 등 EV 전환에 무게를 둔 업체, 그리고 유럽 내 판매·서비스망을 구축한 아시아 수입사가 서 있다. 다른 쪽에는 유럽·미국의 EV 수요 둔화와 중국 변수로 '완화론'을 펴는 제조사들이 포진한다. 정책 후퇴의 역설…선도 투자자에 '패널티'? 현대차·기아는 규제 후퇴가 '선(先) 투자 기업'에 역으로 패널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전용 플랫폼과 모델 포트폴리오, 현지 생산 체계를 맞춰 놓은 상황에서 방향 전환은 공급망·설비·출시일정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 헤드리히 CEO가 "EV 출시를 멈추면 막대한 비용"이라고 못 박은 이유다. 반대로 규제 일정을 유지하면 전환 속도가 느린 기업에는 단기 부담이 커진다. 2030년 중간 목표(-55%)와 2035년 최종 목표(-100%) 사이에서 '일정 유지 vs 유연성 확대' 중 무엇이 유럽 자동차 산업 경쟁력에 더 유리한지, 집행위의 선택이 향후 10년 유럽 시장의 지형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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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현대차·기아, EU '2035년 내연기관 금지' 후퇴 땐 투자 충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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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9)] 스웨덴 린셰핑대, 원자 한 겹 '2차원 금' 세계 최초 개발
-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며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금(金). 그 영원할 것 같던 가치의 근원이 이제 원자 단위에서 새롭게 쓰이고 있다. 스웨덴 린셰핑 대학교 연구진이 주축이 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두께가 원자 한 겹에 불과한 2차원 형태의 금, '골딘(Goldene)'을 세계 최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이름은 탄소 원자 한 층 물질인 '그래핀(graphene)'의 명명법을 따라 '금(gold)'과 접미사 '-ene'을 결합한 것이다. 이는 2004년 '꿈의 신소재' 그래핀의 등장 이후 재료과학계에 또 하나의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물질을 극한의 두께로 제어할 때 그 본성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번 발견은 전자, 에너지, 의료 등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품고 있다. 난제 중의 난제, '2차원 금'을 향한 도전 물질을 원자 한 겹 수준으로 얇게 펴면, 3차원 덩어리 상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놀라운 특성들이 나타난다. 원자들의 궤도가 바뀌면서 전자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지고 전기적 특성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며, 빛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이 극대화된다. 또한, 거의 모든 원자가 표면에 노출되면서 촉매 반응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인류가 원자 두께의 금에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금속 원자는 평평하게 퍼지기보다 서로 뭉쳐 구슬 같은 입자를 형성하려는 성질이 매우 강해, 지지대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2차원 금속판을 만드는 것은 오랫동안 재료과학계의 난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고안했다. 마치 샌드위치처럼 서로 다른 원자층이 겹겹이 쌓인 'MAX상(MAX phase)'이라는 특수한 세라믹 결정 구조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다. MAX상은 M(전이금속), A(A족 원소), X(탄소 또는 질소) 원자로 구성된 층상 세라믹 물질로, 특정 층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먼저 티타늄(Ti), 규소(Si), 탄소(C)로 이루어진 결정(Ti₃SiC₂)에 금을 코팅한 뒤 670°C의 고온으로 가열했다. 그러자 금 원자들이 결정 내부로 스며들어 규소 원자의 자리를 밀어내고 차지하면서, 티타늄-탄소 층 사이에 원자 한 겹의 금 층이 삽입된 새로운 물질(Ti₃AuC₂)이 탄생했다. 샌드위치 속 금 꺼내기…'선택적 식각'의 묘수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린셰핑 대학교의 라르스 훌트만 재료과학자는 "좋은 소식은 원자 한 개 두께의 금 층을 얻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그것이 모체 결정 내부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이 샌드위치 구조에서 금 층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주변의 티타늄-탄소 층만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무라카미 시약'이라는 고전적인 식각액을 활용했다. 이 시약은 특정 조건에서 티타늄과 탄소에는 강하게 반응해 녹여내지만, 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공정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식각액의 농도가 너무 강하면 골딘 구조 전체가 나노입자로 부서져 버렸고, 너무 약하면 공정이 한없이 길어지며 오히려 골딘 판이 손상되었다. 연구팀은 수많은 실험 끝에 낮은 농도의 식각액을 사용하되, 식각 과정 동안 골딘이 말리거나 덩어리로 뭉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계면활성제를 투입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부피가 큰 양쪽성 분자인 CTAB과 황(S)을 포함해 금과 잘 결합하는 시스테인 같은 분자로 구성된 계면활성제는 갓 노출된 골딘 표면에 달라붙어 교통 통제관처럼 서로 뭉치지 않고 평평한 구조를 유지하도록 도왔다. 또한, 빛이 금을 녹일 수 있는 시안화물을 생성하는 부가 반응을 막기 위해 모든 공정은 철저히 빛이 차단된 암실에서 진행됐다. 베일 벗은 골딘, 새로운 물질의 증거들 이렇게 탄생한 골딘을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연구팀은 마침내 원자 한 겹 두께의 독립적인 금 판을 확인했다. 그 크기는 수 나노미터에서 최대 100나노미터에 불과했지만, 이는 분명 지지체 없이 스스로 존재하는 최초의 2차원 금이었다. 흥미롭게도 골딘의 원자 구조는 일반적인 3차원 금과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이웃한 금 원자 사이의 거리가 일반 금보다 약 9% 더 짧아진 것이다. 이는 원자들이 2차원 평면에 갇히면서 서로 더 강하게 결합했음을 의미하는 구조적 증거다. 관찰된 표면의 자연스러운 물결무늬와 가장자리 말림 현상은 그래핀에서도 나타나는 2D 구조 고유의 불안정성을 반영한다. X선 광전자 분광법 분석에서도 골딘의 전자가 일반 금보다 약 0.88전자볼트(eV) 더 높은 결합 에너지를 갖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골딘이 단순히 얇은 금박이 아니라, 덩어리 금과는 완전히 다른 고유한 전자 환경을 지닌 새로운 물질임을 명확히 입증하는 결과다. 원소 분석 결과 역시 티타늄이나 탄소 같은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금 원자 층임이 확인되었고, 시뮬레이션에서는 골딘이 상온에서도 구조적으로 안정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 반도체부터 암 치료까지…무한한 가능성의 문 골딘의 등장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신을 예고한다. 기존에도 금은 뛰어난 전도성과 안정성 덕분에 차세대 반도체 및 포토닉스 소자 등 전자, 광학, 센서, 의료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골딘은 모든 원자가 표면에 노출된 구조 덕분에 기존의 금 나노입자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월등한 촉매 효율을 낼 수 있다. 이는 CO₂ 전환이나 고부가가치 화합물 합성 등 친환경 화학 공정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태양광 부품에 적용하면 빛을 수확하는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붙어 빛을 열에너지로 바꿔 종양만 정밀하게 파괴하는 광열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는 곧 값비싼 금의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성능은 향상시켜, 귀금속의 채굴 및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까지 덜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층상 결정 내부에 단일 원자층의 금을 가둔 뒤, 주변부를 섬세하게 녹여내면서 동시에 계면활성제로 금을 보호해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는 독창적인 방법론을 확립했다. 이는 금으로 만든 최초의 독립적인 2차원 물질이자, 오랜 시간 과학자들의 희망 목록에만 머물러 있던 개념을 마침내 현실의 물질로 구현해낸 쾌거다. 만약 그래핀처럼 넓은 면적으로 안정적인 합성이 가능해진다면, 차세대 양자소자, 나노광학 분야까지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다. 다만 현재는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크기로만 제작이 가능해, 향후 수율과 안정성 확보라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 그래핀이 탄소 소재의 역사를 새로 썼듯, 골딘은 금속 소재의 새로운 장을 열 준비를 마쳤다. 한편 이번 연구는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 저널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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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9)] 스웨덴 린셰핑대, 원자 한 겹 '2차원 금' 세계 최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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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6)]브리스톨대·도쿄과학대 "초고온 대륙·산소 고갈, 지구의 미래"
- 인류가 마주할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빙하기와 대규모 감염병, 소행성 충돌과 거대 화산 폭발 등 수많은 큰 재앙을 극복해 온 인류지만, 앞으로 닥칠 위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암울한 과학계 예측이 나왔다. 연구자들은 수억 년에서 수십억 년에 걸친 시나리오를 들어 지구가 생명체가 살기에 극도로 가혹한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근거해 약 2억 5000만 년 뒤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등 여러 대륙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판게아 울티마 대륙'이 생겨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이 거대 대륙의 환경이다. 대륙 이동의 영향으로 화산 폭발이 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쌓이고, 바다와 멀리 떨어진 광활한 내륙에는 열이 그대로 축적된다. 이 탓에 대륙의 연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약 20도 높은 35.1도에 이르고, 여름철에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에서 최고 7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고온과 함께 바다로부터 수증기 공급이 끊긴 내륙은 바싹 마른 사막으로 변한다.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땅은 지구 전체의 8%, 현재의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극심한 물과 식량 부족에 부딪힌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초래할 생태계 붕괴는 '제6차 대멸종'에 버금가는 규모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공룡 멸종 등) 지구 역사상 5번 일어났던 대멸종에 맞먹는 규모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70도 불볕더위…거주지 9분의 1로 줄어든 초대륙 설령 인류가 이 가혹한 환경을 극복해도, 제2의 위기가 기다린다. 일본 도쿄과학대학교의 오자키 가즈미 준교수는 2021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 뒤 대기 중 산소가 현재의 1% 밑으로 줄어 대부분의 생물이 생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자키 준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오랜 시간에 걸친 지질 작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점차 고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산화탄소가 거의 사라지면 식물의 광합성이 멈추고, 더는 산소가 만들어지지 않아 대기는 질소와 메탄이 주를 이루는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환경에서 고등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하며, 산소 호흡이 없는 박테리아나 고세균(archaea)만이 살아남는 ‘원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위협은 지구 밖에서도 찾아온다. 미국 플래니터리 사이언스 인스티튜트는 앞으로 40억 년 안에 외톨이 항성이 태양계를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항성의 강력한 중력 탓에 지구는 0.2% 확률로 태양계 밖으로 튕겨나가거나, 궤도가 바뀌어 기온이 급변하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이처럼 우주에서 오는 변수가 지구의 생존 환경 자체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 시간이 더 흘러 50억 년 뒤에는 지구가 물리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핵융합 연료가 고갈된 태양이 '적색 거성(Red Giant)'으로 팽창하며 지구 궤도까지 삼켜버리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예측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 천문학계가 공통으로 내놓은 지구의 마지막 모습이다. 산소 고갈 넘어 태양 팽창까지…피할 수 없는 종말 인류 또한 과학기술로 대응책을 찾고 있다. 하늘 높이 미세 입자를 뿌려 태양 빛을 막는 '기후 공학(Geoengineering)' 기술이 나오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위험 예측, 합성생물학을 통한 새로운 먹을거리 확보 같은 연구도 한창이다. 근본 해결책으로는 미국 스페이스X 등이 추진하는 화성 식민지 건설을 넘어, 태양계 밖 ‘외계 행성(Exoplanet)’으로 이주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과학계가 제시하는 미래 예측은 인류가 기후 변화나 핵전쟁 같은 눈앞의 위협뿐 아니라, 수억 년 단위의 아주 먼 미래의 생존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명사 단계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지구의 종말은 피할 수 없지만, 인류의 종말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을 이들 시나리오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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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6)]브리스톨대·도쿄과학대 "초고온 대륙·산소 고갈,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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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EU, 의약품·반도체 관세 '15% 상한' 합의
-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의약품과 반도체 품목관세와 관련해 1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미국은 한국의 주요 경쟁 상대이기도 한 유럽산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 인하 효과가 있는 저율관세할당(TRQ)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점도 공식화했다. 미국과 EU는 21일(현지시간) 양측간 무역합의를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EU에 대한 15% 상호관세율 적용을 골자로 한 정상간 합의 타결 이후 25일 만이다. 공동성명은 "미국은 EU산 의약품, 반도체, 목재에 부과되는 최혜국대우(MFN) 관세와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른 관세를 합산한 (최종) 관세율이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신속히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예고한 의약품,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따른 품목관세가 결정되더라도 EU산은 1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모든 교역 상대국이 품목관세를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EU가 가장 처음으로 관세 상한선을 약속받은 셈이다. 공동성명은 또 유럽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도 15%가 적용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현재는 MFN에 따른 2.5%에 더해 품목관세 25% 등 27.5%가 부과되고 있다. 다만 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는 미국산 공산품 관세 전면 철폐, 미국산 일부 해산물·농산물에 대한 TRQ 물량 확대 등 EU가 미국에 약속한 합의 이행을 위한 관련 입법안을 공식적으로 마련한 뒤 시행된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와 관련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되도록 이달 안에 서둘러 이행법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그럴 경우 (인하된) 15%의 자동차 관세율이 8월 1일 이후 수출된 물량에도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어제 내게 분명히 약속했다(assured)"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엔 미국이 현재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적용 중인 50% 관세와 관련, "각자의 국내 시장을 과잉 공급에서 보호하기 위한 협력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상호간 공급망 안보를 보장하고 여기에는 관세할당(TRQ) 해법도 포함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철강 TRQ 도입 방안은 지난달 합의 타결 뒤 EU가 발표했으나 미국이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입장에서는 TRQ 물량까지는 일정 부분 관세 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구체적인 TRQ 적용 물량은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EU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한국산 철강은 한미 간 무역합의 타결에도 50%가 계속 부과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산에 대한 TRQ가 시행되면 한국 수출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공동성명에는 유럽산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 면제 목록도 명시됐다. 이에 따라 9월 1일부터 유럽산 항공기 및 부품,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복제약, 화학 전구체는 15% 상호관세율이 아닌 기존대로 MFN 세율이 계속 적용된다. EU는 합의된 관세 면제 제품에 대한 MFN 세율이 0% 혹은 0%에 가깝기에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U는 또 다른 대미 주력 수출품인 와인·주류를 면제 목록에 포함하는 데는 실패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불행히도 와인·주류 품목을 포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미국 역시 이 산업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며 미국 측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성명에 '면제 목록 추가 모색'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을 언급하면서 "아직 문이 아예 닫힌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U는 공동성명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고려, 최근 합의된 면제 기준에 더해 시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CBAM은 EU 역외에서 생산된 시멘트, 전기, 비료, 철·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가지 품목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계산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아울러 디지털 및 비관세 장벽을 완화·제거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EU는 이것이 자체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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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EU, 의약품·반도체 관세 '15% 상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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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5)] 왜행성 세레스, 과거 생명체 서식 가능성⋯NASA "화학 에너지 원천 확인"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일(현지시간)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위치한 왜행성 세레스(Ceres)가 과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는 얼어붙은 차가운 천체지만, 내부의 화학 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오랜 시간 유지되면서 미생물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NASA는 2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세레스 내부의 열·화학 모델 분석 결과 약 25억 년 전 세레스의 지하 해양에 변성암에서 기원한 열수(熱水)가 꾸준히 공급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열수에는 미생물 대사에 필요한 가스 성분이 녹아 있어, 당시 세레스의 지하 환경이 생명체 서식에 유리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레스는 지름 약 940km의 왜행성으로, 2018년 종료된 NASA의 탐사선 '던(Dawn)' 미션에 의해 표면의 밝은 반사 영역이 소금 성분이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2020년에는 지하에 거대한 염수층이 존재했음을 입증한 데 이어, 표면과 내부에서 탄소 화합물이 발견되면서 생명체 서식 가능성 연구가 본격화됐다. 이번 연구는 세레스 내부의 방사성 붕괴로 발생한 열이 지하 해양을 장기간 따뜻하게 유지시켰다는 점을 새롭게 부각했다. 연구 책임자인 샘 쿠빌(미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원)은 "지구에서 심해 열수와 바닷물이 만나 미생물의 먹잇감이 풍부해지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 세레스 내부에서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결과는 세레스의 과거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현재 세레스는 내부 방사성 붕괴열이 거의 소진되면서 지하수가 대부분 얼어붙었고, 일부 남은 액체는 고농도의 염수 상태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세레스가 형성된 후 약 5억~20억 년 사이에 생명체가 서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세레스뿐 아니라 태양계 외곽의 다른 얼음 위성 연구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한다. 유로파, 엔셀라두스처럼 행성의 중력에 의해 내부 열을 유지하는 천체들과 달리, 세레스처럼 내부 가열이 거의 없는 소형 천체도 과거 한때 생명체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레스 탐사를 이끈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관계자는 "던 미션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번 연구는 태양계 내 미생물 생존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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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5)] 왜행성 세레스, 과거 생명체 서식 가능성⋯NASA "화학 에너지 원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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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K팝 팬덤, '문화 소비'를 넘어 글로벌 세대의 정신적 안전망으로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600만 건을 돌파하고, 33개국에서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다. 가상의 K팝 걸그룹이 악마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한류(K-콘텐츠)의 확장된 세계적 영향력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는 한류가 단순히 소비되는 문화상품을 넘어, 팬들의 정신 건강과 공동체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월드 레저 저널(World Leisure Journal)〉에 게재된 이 연구는 필라델피아 지역의 비(非)한국인 한류 팬 30명(18~30세)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참가자들은 "K팝과 드라마, 예능, e스포츠 등 한국 대중문화가 '정서적 피난처이자 공동체적 유대의 공간'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류, 서구 미디어 공백 메운 정서적 대안 연구에 따르면 젊은 팬들은 서구 주류 미디어가 보여주는 과도한 폭력성, 선정성, 냉소적인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K팝과 K드라마는 밝고 따뜻하며 인간적인 교감을 중시해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했다. 24세 사회복지사는 "서구 음악은 무겁고 우울한 정서를 반복해 마음을 더 어둡게 한다"며 "밖으로 나가 세상을 향해 웃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K드라마는 사소한 손잡기 같은 장면조차 큰 의미로 그려내며, 관계의 소중함을 강조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19세 대학생은 "포옹이나 간단한 입맞춤을 극도로 친밀하게 표현하는 한국 콘텐츠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나의 성적 정체성과 맞닿아 있어 더욱 위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음악이 치유로…BTS 사례가 보여준 '자기 돌봄' 참가자 다수는 한류를 '자기 돌봄(self-care)'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한 25세 연구원은 "한류는 나의 낙관적인 기질을 보완하며 행복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BTS 음악이 정신적 치유의 경험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었다. 한 대학생은 우울증을 겪을 때 '매직샵(Magic Shop)'을 들으며 담요를 두르고 차를 마셨던 기억을 전했다. 그는 "순식간에 기분이 나아졌다"고 회상했다. 연구진은 "이는 BTS가 데뷔 초기부터 자기 사랑(self-love)과 정신 건강의 가치를 꾸준히 전파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24세 의료 보조원은 "BTS는 '스스로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한다"며 "그 덕분에 나 또한 자기 긍정의 힘을 배웠다"고 밝혔다. 팬덤의 자발적 조직화, 사회적 자본으로 확장 한류 팬덤은 단순한 음악 취향 공유를 넘어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대의 구심점으로 작동한다. 템플대학교 K팝 동아리에 참여한 한 학생은 "지금도 당시 만난 친구들이 중요한 인맥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활동도 활발하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번역과 자막을 공유하고, 팬 아트를 제작하며,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으로 기부·자선 활동을 진행한다. 한 28세 정부 감정평가사는 "BTS 멤버 생일마다 자선 프로젝트를 열고, 세븐틴 민규의 생일에는 헌혈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팬덤 활동은 개인적 성장에도 기여한다. 영상 편집, 번역, 행사 기획, 모금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쌓는 경우가 많았다. 한 26세 식당 관리자는 세븐틴의 뮤직비디오 의상을 심층 분석해 온라인에 올렸다고 회상했다. 정체성 확인·사회적 기여, '삶의 투자'로 자리매김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팬들은 한류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새롭게 발견했다. 중국계 미국인 대학생은 "한국 드라마에서 전통적 가치와 예절을 접하며, 아시아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더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비아시아인 팬들도 한국 콘텐츠의 가치에 깊이 공감했다. 유대인 박사 과정 학생은 “한국과 유대인 가족 구조가 공유하는 도덕과 가치관이 잘 맞아떨어진다”며 문화적 친밀성을 언급했다. 팬들은 K팝과 드라마에 쏟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치료 시간"에 비유했다. 이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정신적 안정과 자기 성장을 위한 가치 있는 투자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일부는 한류를 계기로 사회 공헌 활동에도 나섰다. 동물 보호소 후원, 지역 댄스 스튜디오 지원 등 선한 영향력이 팬덤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이번 연구는 한류가 세계 젊은층에게 제공하는 정서적 피난처, 공동체 형성, 정체성 탐구의 장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냉소와 폭력이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한류는 여전히 "기쁨과 연약함, 그리고 연결이 존중받는 공간"을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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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K팝 팬덤, '문화 소비'를 넘어 글로벌 세대의 정신적 안전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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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7)] 달에서 산다⋯中·캐나다·獨, '집 짓고 먹고 숨 쉬는' 월면 기지 경쟁 본격화
- 인류의 달 복귀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이제 인류의 시선은 달에 '가는 것'을 넘어 '사는 것'으로 향하고 있다. 지구에서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없는 만큼, 달 현지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자급자족 기술은 영구 기지 건설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최근 중국, 캐나다, 독일이 각각 건설, 식량, 생명 유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공상과학 소설 같던 '월면 도시'의 꿈을 현실로 앞당기고 있다. 中, 태양열 3D 프린터로 '달 기지 외벽' 짓는다 달 기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진공 상태의 우주와 운석, 그리고 극심한 온도 변화다. 중국 허페이의 심우주탐사연구소(DSEL)가 이 문제의 해법으로 '월면토 벽돌' 기술을 제시했다. 달 표면을 덮고 있는 곱고 날카로운 흙먼지인 달의 표토(lunar regolith, 월면토)를 녹여 단단한 벽돌을 만드는 기술이다. NASA에 따르면 달의 표면층은 조각난 날카로운 암석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토양은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달의 표토는 운석의 충돌과 태양 및 별에서 오는 전하를 띤 입자의 영향으로 형성된다. 지구의 토양은 바람과 물에 노출되어 입자의 가장자리가 닳아지지만, 달 표토의 암석 물질은 날카로운 상태를 유지하며 매우 뾰족한 파열 표면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표토는 우주복과 장비를 빠르게 닳게 만들고 우주비행사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등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비는 3D 프린터와 원리가 같지만, 열원으로 태양 에너지를 사용한다. 돋보기처럼 빛을 한 점으로 모으는 오목한 거울(포물선형 반사경)로 태양빛을 모으고, 이를 빛이 다니는 길인 가느다란 유리 섬유 묶음(광섬유 다발)을 통해 한 점에 집중시킨다. 이때 초점의 온도는 1,300℃ 이상으로 치솟아, 달의 표토(월면토)를 마치 용암처럼 녹여 원하는 모양의 벽돌로 찍어낼 수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지구에서 어떤 첨가물도 가져갈 필요 없이 오직 달에 있는 흙과 태양 빛만으로 건설 자재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구의 현무암으로 만든 모의 월면토를 이용해 평면, 곡면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 제작에 성공하며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양훙룬 DSEL 수석 엔지니어는 "이 벽돌은 사람이 숨 쉴 수 있도록 내부 공기압을 유지하는 생활 공간(가압 모듈)을 감싸는 튼튼한 보호 외피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강력한 우주 방사선, 시속 수만 km로 날아드는 미세 운석, 낮 120℃와 밤 영하 130℃를 오가는 극한의 온도 변화로부터 우주비행사와 내부 시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벽돌 시제품은 2024년 11월 중국 톈궁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져 3년간의 혹독한 우주 환경 내구성 시험을 거치고 있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로봇을 투입해 이 모든 건설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캐나다, '겨울잠 자는 온실'에서 곡물을 키운다 건물을 지었다면 다음은 식량이다. 크리스티안 살라버거 캐나다넨시스 최고경영자(CEO)는 "가루 주스나 동결건조 아이스크림만으로는 진정한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신선 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회사 캐나다넨시스 에어로스페이스는 캐나다 구엘프대, 맥길대와 손잡고 극한의 달 환경에서 신선한 작물을 재배하는 '월면 온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달의 밤은 지구 시간으로 2주나 계속되고, 이때 온도는 급강하하며 햇빛도 전혀 없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이 마치 겨울잠을 자듯 활동을 최소화하는 '준동면(quasi-hibernation)' 전략을 고안했다. 온실은 햇빛이 없는 밤 동안 에너지 소비를 극도로 줄여 버티다가, 다시 해가 뜨면 정상적으로 성장을 이어간다. 2024년 말부터 시작된 실험에서 연구팀은 지구 대기압의 절반에 불과한 저압 환경과 기나긴 어둠 속에서도 보리와 귀리를 성공적으로 생존시켰다. 또한 흙 없이 영양분을 녹인 물을 순환시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의 단점도 극복했다. 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병원균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오염시킬 수 있는데, 전기를 이용해 물속 유해균을 없애는 소독 기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NASA가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와 연계되어, 2027년으로 예정된 유인 달 착륙 임무의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연구를 이끄는 겔프 대학교의 마이크 딕슨 교수는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언제나 술을 만들어왔다"며 "달에서도 좋은 술을 맛볼 수 있도록 보리를 재배하는 것이 오랜 목표"라는 유쾌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독일, 조류(Algae)로 식량과 산소를 동시에 잡는다 독일 뮌헨공과대학교(TUM)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량과 산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해답은 바로 미세조류(algae)다. 연구팀이 개발 중인 '광생물반응기(PBR)'는 빛(光)을 이용해 미세조류 같은 생물(生物)을 키워 유용한 물질을 얻는 장치다. 우주비행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물을 공급하면,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신선한 산소를 만들어내고, 빠르게 증식한 조류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량(바이오매스)이 된다. 연구팀은 가느다란 관을 이용하는 '튜블러' 방식과 넓은 판을 쓰는 '평판형' 방식의 두 가지 PBR 설계를 비교 분석했다. 평판형이 생산 효율은 더 높지만, 유지보수가 더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의 가장 큰 매력은 비용 절감 효과다. 지구에서 1kg의 화물을 달로 보내는 데 약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가 드는 것을 감안할 때, PBR 구조물 대부분을 월면토로 만들면 시스템당 수백만 달러, 튜블러 방식의 경우 최대 5000만 달러(약 650억 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PBR 가동에 필요한 빛을 태양에서 직접 얻으려면 투명한 유리가 필요한데, 월면토로 완벽하게 투명한 유리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 초기 연구 단계다. 내부 LED 조명을 쓰자니 전력 소모와 부품 조달이 문제다. 플라스틱이나 전자부품, 그리고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탄소(C)와 질소(N) 같은 원소들도 달에는 매우 희귀하다. 연구팀은 우주비행사의 소변이나 생활 하수를 정화해 희소 원소를 재활용하는 '완전 순환(폐쇄 루프)' 방식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래의 달 기지, '통합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중국, 캐나다, 독일이 개발 중인 기술들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서로 결합될 때 진정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미래의 달 기지는 중국의 벽돌로 지은 튼튼한 외피가 우주의 위협을 막아주고, 그 안에서 캐나다의 온실이 신선한 채소를, 독일의 광생물반응기가 식량과 산소를 공급하는 '통합 아키텍처' 형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 물과 폐기물을 100% 재활용하는 기술이 더해지면, 지구의 보급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영구 기지 운영이 가능해진다. 현재 각국의 기술들은 초기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건설-식량-생명 유지'로 이어지는 이 기술 삼각편대는 인류가 달에서 스스로 짓고, 먹고, 숨 쉬는 시대를 앞당기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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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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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7)] 달에서 산다⋯中·캐나다·獨, '집 짓고 먹고 숨 쉬는' 월면 기지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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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1)] 서호주 산호초, 사상 최악 백화 현상⋯1,500km 구간 피해
- 서호주(WA) 연안의 세계적 산호초가 기록적인 해양 폭염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백화(bleaching) 피해를 입었다고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가 12일 밝혔다. AIMS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어진 '가장 길고, 가장 넓으며, 가장 강도 높은' 해양 폭염으로 인해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 산호가 생명과 색을 유지하는 공생 조류를 방출하는 백화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현상은 산호에 치명적일 수 있다. 피해 범위는 약 1,500km에 이르며, 그동안 기후변화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로울리 숄스(Rowley Shoals), 노스 킴벌리(North Kimberley), 닝갈루(Ningaloo) 등도 큰 타격을 입었다. AIMS는 이번 시즌(2024~2025년)을 서호주 북서부와 중부 산호초 모두에서 "관측 이래 가장 심각한 백화"로 규정했다. AIMS는 "1986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공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백화 현상이 발생했으며, 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열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8주간의 열 스트레스만으로도 산호는 고사할 수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산호의 15~3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산호초가 회복하는 데 10~15년이 필요하지만, 기후변화로 백화 발생이 더 잦고 강해지면서 회복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AIMS는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전 세계 산호초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번 피해 규모에 대한 최종 평가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남부 산호초가 관측 사상 가장 심각한 열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해당 지역의 산호 덮개가 전체의 약 3분의 1 가까이 줄어 26.9%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39년 전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후, 북부와 남부 모두에서 나타난 감소 폭이 단일 연도로는 최대 규모였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명체로 불리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길이 2,300km(1,400마일)에 달하는 열대 산호초 군락으로, 매우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400여 종의 산호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호초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또한 1500여 종의 물고기, 4000여 종의 연체동물, 240여 종의 조류와 듀공과 대형 녹색 거북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셀리나 스테드 AIMS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백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발생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드 CEO는 "전 세계 산호초의 미래는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강력하게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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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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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61)] 서호주 산호초, 사상 최악 백화 현상⋯1,500km 구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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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3)] 화성에서 '산호' 닮은 암석 발견⋯수십억 년 전 물의 흔적
-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지난 7월 24일 화성 게일 크레이터에서 산호(coral) 형태와 흡사한 독특한 암석 구조를 촬영했다. 이 암석은 약 2.5㎝ 크기로, 마치 지구 해저의 산호초처럼 가지 모양의 정교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NASA는 지난 8월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 흑백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이 암석은 과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던 시기에 형성된 후, 수십억 년간 모래가 섞인 바람에 의해 침식돼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됐다"고 밝혔다. 물과 광물, 그리고 수십억 년의 바람이 빚은 '산호 암석' 해당 암석은 큐리오시티의 고해상도 망원 카메라인 리모트 마이크로 이미저(Remote Micro Imager)를 통해 촬영됐다. NASA에 따르면, 화성에 존재했던 물은 광물을 용해시킨 채 바위의 미세한 틈을 따라 스며들었고, 이후 물이 증발하면서 광물이 결정화돼 암석 내부에 '광맥(mineral vein)'을 형성했다. 이후 수억 년간 지속된 풍화 작용이 주변 암석을 깎아내면서 오늘날의 가지 모양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는 지구에서도 자주 관찰되는 자연적 형성과정으로, NASA는 앞서 2022년에도 화성에서 꽃 모양을 닮은 암석을 발견한 바 있다. 최근 함께 촬영된 '파포소(Paposo)'라는 이름의 약 5㎝ 크기 비정형 암석 또한 이와 유사한 형성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생명 흔적 탐색 지속 중…"화성, 한때 생명체에 적합했을 가능성"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래 게일 크레이터(지름 약 154㎞) 내에서 약 35㎞를 이동하며 탐사를 이어오고 있다. 탐사 과정에서 시추, 시료 채취, 화학 분석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간 긴 탄소 사슬과 37억 년 전 암석 속 탄소 순환의 흔적 등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다수 발견됐다. 이번 '산호형 암석' 역시 화성의 고대 환경이 액체 수분의 존재와 그에 따른 지질 변화로 구성되어 있었음을 시사하며, 향후 화성 생명체 존재 가능성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공동개발 장비로 정밀 분석 큐리오시티에 탑재된 분석 장비 '켐캠(ChemCam)'은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툴루즈 대학,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 국제 협력 기관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원거리에서도 암석 조성을 분석할 수 있는 레이저 분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큐리오시티 미션은 미국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위치한 칼텍(Caltech) 산하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주도하고 있으며, NASA 본부 산하 과학임무국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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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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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3)] 화성에서 '산호' 닮은 암석 발견⋯수십억 년 전 물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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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6)] 세계 최대 '뇌형 컴퓨터' 구축⋯저장대, 뉴런 20억 개 '다윈몽키' 공개
-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진이 세계 최대 규모의 뇌형(뉴로모픽) 컴퓨터 '다윈몽키(Darwin Monkey)'를 공개했다. 중국명은 '우콩(悟空)'으로, 이 시스템은 20억 개 이상의 뉴런과 1000억 개 이상의 시냅스를 구현해 실제 마카크 원숭이 뇌의 뉴런 수에 근접한 수준의 기능을 모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은 인간이나 동물의 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컴퓨터 시스템 설계에 적용해 뇌의 능력을 모방하는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춘 첨단 연구 분야이다. 다윈몽키는 전용 뉴로모픽 칩에 기반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뇌형 컴퓨팅 시스템이기도 하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면, 뉴로모픽 컴퓨터는 '스파이크 입력'이라는 일련의 불연속적인 전기 신호를 사용한다. 또한, 칩 자체에 메모리와 연산 능력을 통합하여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고 병렬 처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 다윈몽키는 저장대 산하 '뇌-기계 지능 국가중점실험실'과 저장성 소재의 연구기관 저장랩(Zhejiang Lab)이 공동으로 개발한 3세대 뉴로모픽 칩 '다윈3(Darwin 3)' 960개를 탑재했다. 총 15개의 블레이드형 서버로 구성되며, 인간 두뇌처럼 병렬 처리 능력이 뛰어난 구조를 갖췄다. 평균 전력 소비는 2000와트에 불과해 일반 슈퍼컴퓨터 대비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생물학적 뇌에 가까운 구조와 성능 다윈3 칩은 하나당 약 235만 개의 '스파이킹 뉴런(spiking neuron)'과 수억 개의 시냅스를 지원한다. 스파이킹 뉴런은 생물학적 뉴런이 신호를 전기적 스파이크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을 모사한 것으로, 더욱 생물학에 가까운 신호 전달 및 학습 방식을 구현해 실제 뇌에서 이뤄지는 정보 전달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또한 해당 칩은 뇌 유사 연산에 특화된 명령어 체계와 온라인 학습 메커니즘까지 내장해,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고밀도의 뉴런과 시냅스 배열을 기반으로, 다윈몽키는 시각, 청각, 언어, 학습 기능과 같은 고차원적 지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대형 뇌형 인공지능 모델을 탑재해 논리 연산, 창의적 응답 생성, 수리 계산 등 다중 기능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전용 운영체제 탑재로 독립적 연산 플랫폼 구축 다윈몽키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운 형태의 '뇌 모사형 운영체제(Brain-Inspired Operating System)'가 병행 개발됐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신경망 시스템의 상호 연결 및 통합 기술 개선과 차세대 뇌 모사 운영체제 개발 등 여러 기술적 돌파구의 산물이다. 이 운영체제는 뉴로모픽 칩 간 연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해 고속 학습과 추론을 가능케 하며, 기존 범용 컴퓨터의 직렬적 처리 방식과 달리 병렬적이고 인지 중심의 계산 방식을 구현한다. 저장대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생물의 뇌 신경망을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전기뇌벌레(선충), 제브라피시, 생쥐, 마카크 등 다양한 생물의 신경 구조를 다윈몽키에서 재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뇌의 작동 원리 이해, 신경질환 연구, 신약 후보군 탐색 등에 새로운 실험 도구를 제공하고 동물 실험의 윤리적 문제와 비용,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인간 두뇌 능력 초월하는 계산 기반 연구 책임자인 저장대 뇌-기계 지능 국가중점실험실 주임 판강(潘綱) 교수는 "인간의 추론 능력과 효율은 아직까지 기존 인공지능 기술보다 우수하다"며 "다윈몽키는 뇌의 작동 방식을 모방하면서도 계산 속도 면에서는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미래 뇌 기반 인공지능 연구에 강력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새로운 컴퓨팅 기반 역할을 하고, 뇌과학자들에게는 뇌 시뮬레이션 도구를 제공하며, 뇌 작동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새로운 실험 방법을 제시해 생물학적 실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독자 기술로 개발…글로벌 경쟁 본격화 다윈몽키는 2024년 4월 인텔이 공개한 뉴로모픽 컴퓨터 '할라 포인트(Hala Point)'의 뉴런 수(11억 5000만 개)를 약 2배 가까이 뛰어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이 됐다. 특히 다윈3 칩은 저장대와 저장랩이 2023년 초에 독자 설계·개발하고 자체 생산까지 마친 중국산 칩으로, 중국이 뉴로모픽 기술에서 독립적 기술 주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러한 성과는 향후 미국, 유럽, 중국 간의 뉴로모픽 칩 및 브레인 컴퓨터 개발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관련 기술 특허와 인재 확보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 파급력 커지는 차세대 AI 인프라 다윈몽키는 단순히 하나의 슈퍼컴퓨터가 아닌, 기존 반도체 기반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차세대 AI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가진 추론, 일반화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의 원리를 모방해 더욱 자연스러운 적응과 학습이 가능한 AI 개발의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슈퍼컴퓨터 대비 월등히 낮은 전력으로 대규모 AI 모델 운용이 가능해져 탄소 배출 저감과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이 시스템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자율로봇,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같은 미래 기술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을 지녔다. AI 기술의 계산 기반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에서, 다윈몽키는 '두뇌를 닮은 컴퓨터'의 가능성을 실증하며 AI의 미래, 인간 두뇌 연구, 첨단 컴퓨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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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6)] 세계 최대 '뇌형 컴퓨터' 구축⋯저장대, 뉴런 20억 개 '다윈몽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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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9)] 번개로 인한 고사목, 연간 3억 그루⋯탄소배출, 연간 10억 톤 달해
- 연간 3억 그루 이상의 나무가 번개에 맞아 쓰러지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로 번개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번개가 전 세계 산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뮌헨공대(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TUM)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번개로 인한 나무의 직접적 피해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연간 약 3억 2000만 그루의 나무가 번개로 인해 고사목이 된다고 밝혔다고 과학 기술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이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최근 게재됐다. 번개 발생과 지구 온난화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온도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의 역학 자체를 변화시켜, 뇌우와 낙뢰 같은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는 주요 촉진 요인이다. 기후 과학자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대기 불안정성을 증가시키며, 이로 인해 번개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번개는 주요 자연발화 원인 중 하나이며, 고온의 건조한 기후와 겹칠 경우 대형 산불의 직접 원인이 될 수 있다. 번개에 의한 고사목, 연간 탄소배출량 10억톤 이상 TUM 연구에 따르면, 번개에 의해 죽은 나무는 전 세계 식물 바이오매스(생물량) 연간 손실의 최대 2.9%를 차지하며,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0억 9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 수치는 번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만을 다룬 것으로, 산불 등 2차 피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참고로 서울시 기후변화 대응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의 탄소배출량은 연간 4000만~4500만톤에 달한다. 10억톤의 CO₂는 서울의 1년 탄소 배출량의 약 25배에 해당한다. 또한 대한민국 전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억~7억톤 수준으로 10억톤의 CO₂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탄소 배출량의 약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열대 우림서 수집한 데이터, 전 지구 모델로 확장 연구팀은 파나마 바라콜로라도섬(Barro Colorado Island, BCI)의 원시 열대림에서 촬영된 카메라 기반 번개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드론과 현장 조사로 낙뢰 피해 나무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평균 한 번의 번개가 3.5그루의 나무를 죽인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특히 '플래시오버(flashover)'라 불리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낙뢰 전류가 나무의 수관 간 공기층을 타고 최대 45미터 떨어진 나무까지 전파되며 피해를 확산시키는 현상이다. 이후 연구진은 이를 검증된 수학 모델에 적용한 뒤, 위성 기반 광학망과 지상 관측 자료로 구성된 두 개의 방대한 낙뢰 빈도 데이터를 결합해 전 지구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억 8600만3억 2800만 건의 낙뢰가 지구 표면을 강타했고, 이로 인해 연간 3억 100만3억 4,000만 그루의 나무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지름 60cm 이상의 대형 수목은 2400만~3600만 그루에 달했다. 전체 고사 비중 0.7%지만, 대형수목 피해는 6.3% 연구에 따르면 자연적인 원인으로 죽은 나무는 연간 500억 그루에 달한다. 번개는 전체 죽은 나무의 0.69%만을 차지하지만, 대형 죽은 나무에서는 최대 6.3%를 차지해 생태계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번개 피해는 주로 열대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나, 향후 중위도 및 고위도 지역에서 낙뢰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온대 및 냉대림에서도 관련 피해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TUM 기후·지표면 상호작용 연구소의 안드레아스 크라우제(Andreas Krause) 박사는 "기후모델은 향후 온대림에서 번개에 의한 수목 사망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기후모델, 탄소 시뮬레이션에 낙뢰 반영 필요성 제기 이번 연구는 산림 구조 및 탄소 저장량을 예측하는 기존 기후모델에서 번개로 인한 수목 사망이 과소평가돼 있거나 아예 누락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의 산림 탄소 계산 및 환경 예측 모델에 낙뢰 요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TUM 연구진은 "죽은 나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식별하기 어렵고, 기존 조사도 국지적·일회성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통계적 추정이 불가능했다"며, 이번 연구는 그 공백을 메우는 첫 정량 분석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산림 파괴의 주요 원인이 벌목이나 산불, 병충해로 여겨졌지만, 이 연구는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번개'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변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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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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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9)] 번개로 인한 고사목, 연간 3억 그루⋯탄소배출, 연간 10억 톤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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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1)] 달 토양에서 물과 산소, 연료까지⋯우주 생존 기술에 새 이정표
- 달 표면의 토양에서 물을 추출하고, 이를 이용해 우주인이 내뿜는 이산화탄소(CO₂)를 산소와 연료로 전환하는 차세대 기술이 개발됐다. 이 획기적인 기술은 향후 유인 달 탐사 및 장기 우주 거주 계획의 핵심 자립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전했다. 홍콩중문대학(심천캠퍼스)의 루 왕(Lu Wang) 교수 연구팀은 7월 16일 국제 학술지 줄(Joul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태양광을 활용한 광열 반응 기반의 시스템을 통해 달 토양에서 물을 추출하고 이를 곧바로 연료 성분과 산소로 전환하는 통합 기술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물과 연료를 지구에서 운반해야 하는 기존 방식의 비용과 물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달 토양이 가진 가능성, 예상을 뛰어넘었다" 루 교수는 "달 토양이 지닌 '마법' 같은 특성에 연구진 모두 놀랐다"며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물 추출과 이산화탄소 촉매 반응이 동시에 이뤄지는 통합 기술이 개발되면서 에너지 효율은 물론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창어(Chang’e) 5호 임무를 통해 확보된 실제 월면 토양 샘플과 모의 달 토양을 활용해 실험이 이뤄졌다. 연구진은 CO₂를 채운 반응기에 고집광 태양광 시스템을 연결해 태양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이를 통해 달 토양 내 일메나이트(ilmenite) 등 중금속 산화물로부터 물을 추출했다. 이와 동시에 CO₂를 일산화탄소(CO)와 수소(H₂)로 분해해 연료 전구체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우주인 호흡을 통해 발생하는 CO₂를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 미래의 달 기지나 심우주 탐사선에서 생명 유지 및 추진체 생산의 핵심 기술로 적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물 한 갤런에 8만 달러…달 자원 활용이 경제성 해법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 각국 우주 기관은 오랜 기간 달을 기반으로 하는 ‘우주 탐사의 전진 기지’ 구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과 산소, 연료 등을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운반하는 데 따른 막대한 비용과 물류 복잡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물 한 갤런(약 3.78리터)을 우주로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8만 3000달러(약 1억 1500만 원)에 달한다. 우주인 한 명이 하루에 평균 4갤런의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류 문제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가능성 자체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이번 연구는 자립적 생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원 현지화(local resource utilization)의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 과제도 여전…극한 환경, 불균일한 토양 성분 그러나 기술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연구진은 달의 극심한 온도차, 고에너지 방사선, 중력 부족, 비균질적인 토양 성분 등 다양한 변수들이 실제 환경에서 시스템 작동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주인의 호흡만으로 발생하는 CO₂ 양은 전체 산소·연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현재의 촉매 효율 역시 실험실 환경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장기간·대규모 운영이 필요한 실제 우주 거주 환경에서는 추가적인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연구진은 "지속가능한 월면 자원 활용과 우주 탐사를 실현하려면 기술적 한계와 개발·운영 비용을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며 국제적 협력과 장기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세대 우주경제 기반 기술로 부상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향후 우주경제 구축에 있어 '월면 자원 자립형 생태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산소 및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은 장기적으로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미션에서도 응용 가능성이 높다. 해당 연구는 중국 국가중점 R&D계획, 국가자연과학기금, 광둥성 과학기술혁신기금, 심천시 기초과학재단 등 다수의 국가·지자체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됐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의 전략적 우주기술 투자와 연계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연구 개발의 지속성과 확장성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달은 인류의 도달 목표였다면, 이제는 자립적 생존과 지속가능한 탐사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주 속의 지구화'를 위한 기술적 초석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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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1)] 달 토양에서 물과 산소, 연료까지⋯우주 생존 기술에 새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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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부, AI 휴머노이드·에너지 하베스팅 등 융합연구에 216억 투입
- 정부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경량화와 에너지 하베스팅 등 미래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총 216억원을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 사업의 신규 과제 6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과제는 4개 경쟁형 파이오니어 과제와 2개 국제공동연구 과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동국대는 소량 데이터로 손 조작이 가능한 AI 기술을, 가천대와 성균관대는 전원 없이 기기를 구동하는 에너지 기술을 개발한다. 국제공동연구에는 KIST와 UNIST가 각각 미국 대학과 협력해 AI 구동 효율화 및 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한다. [미니해설] AI 휴머노이드부터 무전원 수소 생산까지…정부, 미래 융합기술에 216억 지원 정부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경량화, 에너지 하베스팅, 수소 생산 등 차세대 융합기술 분야에 총 216억 원을 투입한다. 이번 지원은 이종 분야 간 융합 연구를 통해 신기술 창출과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올해 해당 사업에서 신규 선정된 6개 과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4개는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과제로, 경쟁형 방식으로 2년간 1단계 연구를 진행한 뒤 우수 과제 1개에 한해 3년간 추가 연구를 지원하는 구조다. 나머지 2개는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최대 5년간 수행되는 '글로벌융합연구' 과제로 선정됐다. AI 휴머노이드, 적은 데이터로 정교한 손동작 실현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로봇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가 이어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양성욱 책임연구원 팀과 동국대학교 임수철 교수 팀은 기존 모방학습 대비 10% 이하의 데이터만으로도 자유롭게 손 조작이 가능한 AI 휴머노이드 기술을 개발한다. 이는 복잡한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시켜야 했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학습 비용과 시간 면에서 혁신적인 전환이 기대된다. 전원 없이 작동하는 소형기기…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개발 경쟁 가천대학교 김대건 교수팀과 성균관대학교 백정민 교수팀은 배터리나 외부 전원 없이도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소형 기기를 구동할 수 있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연구한다. 이는 센서, 헬스케어 기기, 사물인터넷(IoT) 장비 등에서 독립적인 전원 공급이 가능해지는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손잡은 글로벌 융합연구…AI 장기 구동·수소 생산 도전 글로벌 공동연구 분야에서는 두 가지 혁신 기술이 선정됐다. KIST 이이수 책임연구원 팀은 미국 텍사스대학교와 함께 AI 휴머노이드의 장기 구동을 목표로, 인간의 감각과 운동 원리를 모사한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개발한다. 이 기술은 AI 로봇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장지욱 교수팀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협력해 외부 전력이나 태양광 없이 자체 촉매 반응만으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이는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수소 생산 방식으로, 미래 수소경제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이종 분야 간 창의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세계 기술 경쟁력을 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기초연구와 응용기술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 사업은 2021년 시작된 국가 전략형 융합 연구 프로그램으로, 유망 분야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과감한 투자로 민간 기술 혁신을 촉진해 왔다. 이번 과제는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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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부, AI 휴머노이드·에너지 하베스팅 등 융합연구에 216억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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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29)]NASA, '미스터리 슈퍼지구' 발견⋯154광년 거리서 주기적 섬광
- 주기적인 섬광으로 신호를 보내는 '미스터리 슈퍼지구'가 발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에서 약 154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 'TOI-1846 b'를 새롭게 확인했다고 데일리 메일, 어스닷컴 등 다수 외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약 두 배 크고 네 배 무거운 '슈퍼지구'로, 특이한 점은 해당 천체가 주기적으로 정체불명의 신호에 해당하는 광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NASA는 지난 2018년 발사한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우주망원경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을 포착했으며, 이후 지상 관측소와의 추가 합동 분석을 통해 2025년 3월 TOI-1846 b의 존재를 확정했다. 해당 행성은 작고 서늘한 적색왜성 주위를 불과 4일마다 1회 공전하며, 이 과정에서 별빛이 반복적으로 감소하는 신호가 발생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적색 왜성'은 태양의 크기와 질량의 약 40%이며, 약 1800℃(6000℉)의 뜨거운 빛을 내기때문에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 태양보다 훨씬 가깝다. 또한 적색 왜성은 우리 은하 별의 약 75%를 차지하며, 그 중 다수는 지구 근처에 위치한다. 이번 발견의 주저자인 모로코 우카이메덴 천문대의 압데라흐만 수브키우 연구원은 "TESS 관측 자료뿐 아니라 다중 색상의 지상 광학 자료, 고해상도 영상 및 분광 관측을 활용해 행성의 존재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무료 논문 저장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재됐다. TOI-1846 b는 '반지름 간극(radius gap)'으로 불리는 희귀한 분류에 속한다. TOI-1846 b 표면 온도는 섭씨 약 316℃(약 600℉)로 추정되지만, 고체 핵과 얼음층, 얕은 바다나 얇은 대기를 가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반지름 간극(radius gap)'은 외계 행성 연구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행성의 반지름 분포에서 특정 크기대의 행성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지구형 암석 행성(반지름 약 1~1.5배 지구 크기)과 해왕성형 가스 행성(반지름 약 2~4배 지구 크기) 사이에 행성 발견 수가 급감하는 구간이 존재하며, 이 간격을 '반지름 간극'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외계 행성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으로, 최근 행성 대기의 존재 유무와 생명체 거주 가능성 분석에서도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관측에 따르면 이 행성은 항성에 대해 조석 고정(tidally locked)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즉, 한 면은 항성을 계속 향하고 다른 면은 영구적인 어둠에 놓이게 되며, 이러한 극단적인 온도차는 물이 냉각 지역에 포획되는 조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한 이 행성을 불과 4일 만에 항성을 공전하며, 수성이 우리 태양에 머무르는 거리보다 태양에 훨씬 더 가까이 머물러 있다. NASA는 향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TOI-1846 b의 대기 구성 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적외선 관측을 통해 수증기, 메탄, 이산화탄소 등 생명 가능성과 관련된 기체를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와이 제미니 천문대의 MAROON-X 등 지상 기반 고감도 장비도 별의 미세한 요동을 측정해 질량을 정밀 검증하고, 추가 행성 존재 가능성까지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TOI-1846 b의 궤도에서 포착된 미세한 움직임은, 이 행성 이외에도 다른 행성이 더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보다 바깥쪽의 보다 서늘한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에 또 다른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발견은 최근 보고된 또 다른 슈퍼지구 'TOI-715 b'와 더불어, 항성의 복사선에 의해 대기를 잃는 행성과 그렇지 않은 행성 간의 진화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 은하 내 별의 약 75%를 차지하는 적색왜성 주변의 행성들을 분석함으로써, 은하계 내 숨겨진 '거주 가능 세계'의 수를 예측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TOI-1846 b의 발견은 인간이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또 다른 터전을 찾는 여정에 의미 있는 진전을 더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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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29)]NASA, '미스터리 슈퍼지구' 발견⋯154광년 거리서 주기적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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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2)] "빙하 녹으면 화산 폭발 급증"⋯지구 온난화 '숨은 재앙' 드러나
- 지구온난화로 인한 빙하 해빙이 장기적으로 화산 분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남극과 같은 고위도 지역에서 해빙이 화산 활동을 촉진하고, 이로 인한 분화가 다시 기후에 영향을 주는 '피드백 루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브래드 싱어(Brad Singer) 교수 연구팀은 칠레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여섯 개 화산에서 수집한 암석의 지화학 분석을 통해, 마지막 빙하기 이후 빙하가 사라지며 화산 활동이 증가한 사실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과학 학술회의에서 공개됐다. 싱어 교수는 "두꺼운 빙하가 화산의 '뚜껑' 역할을 하다가, 얼음이 녹으면서 갑작스럽게 내부 압력이 해소돼 분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빙하가 사라지자마자 분출 빈도뿐 아니라 용암의 화학 조성에도 뚜렷한 변화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콜라 병이나 샴페인 병의 뚜껑을 열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빙하기 절정기인 약 1만4000년~2만 년 전, 빙하 아래에 갇힌 마그마는 실리카가 풍부한 결정 구조를 형성하며 기체를 가두었고, 이는 폭발적 분화를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당시의 화산재는 수 킬로미터 상공까지 분출돼 성층권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연구진은 남극 서부 빙상 아래 존재하는 100개 이상의 화산에도 주목했다. 해당 지역은 이미 해수 온난화로 인해 하부에서 떠받치는 빙붕이 녹고 있으며, 지각에 균열이 있는 화산 지대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싱어 교수는 "이런 지역에서 빙하가 급격히 사라질 경우, 화산 활동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며 "화산이 빙하 아래에서 분출하면 하부에서 빙하를 녹이며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동연구자인 파블로 모레노 야에거(Pablo Moreno-Yaeger)는 "얼음은 마치 뚜껑처럼 작용해 화산 내부의 마그마 조성을 바꾸고, 빙하가 사라지면 더 폭발적인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에서는 1970년대부터 빙하와 화산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2016~2017년에는 카틀라(Katla) 화산에서 하루 최대 2만 4000톤의 이산화탄소가 분출된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아이슬란드 전체 화산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웃도는 수치다. 또한 해빙으로 인해 방출되는 대규모 담수의 중량은 지각에 수압을 가중시켜 지진 활동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2024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댐 수위가 높을 때 지진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듯, 해수면 상승도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화산학자 데이비드 파일(David Pyle)은 이번 연구에 대해 "기후 변화에 따른 빙하 질량 변화와 화산 활동 사이의 연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편, 안데스 화산들의 경우 빙하 해빙 이후 수천 년의 시차를 두고 화산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런 변화가 즉각적이지는 않다는 점도 강조됐다. 싱어 교수는 "화산 폭발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해빙이 이어질수록 더 많은 화산이 깨어날 가능성은 분명하다"며 "화산 분출이 다시 얼음을 녹이고, 그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부정적 피드백 루프'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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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2)] "빙하 녹으면 화산 폭발 급증"⋯지구 온난화 '숨은 재앙'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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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최심부 칼립소 해연, '플라스틱 무덤'으로⋯"깨끗한 바닥은 단 한 평도 없다"
- 한때 인간의 오염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던 지중해 최심부 '칼립소 해연(Calypso Deep)'이 대규모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바닷속 가장 깊은 구역조차 인류 활동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지중해 이오니아해에 위치한 칼립소 해연은 수심 5,100m(16,770피트)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 중 하나다. 이곳은 지난 수십 년간 오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초 과학자들이 현장 조사 결과 비닐봉지, 유리 파편, 찌그러진 캔 등 다양한 생활 쓰레기가 바닥을 덮고 있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그 인식이 무너졌다. 6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tor)'를 이용해 해저를 약 43분간 탐사했다. 탐사 결과 해저 일대는 제곱마일당 수천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여 있었으며, 단 650m(2,130피트) 구간만으로도 해연 바닥이 인간의 폐기물로 광범위하게 오염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발견된 물질은 유연한 플라스틱이었으며, 유리·금속·종이류도 함께 관찰됐다. 플라스틱 쓰레기, 생태계 교란 우려 이 지역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약 60km 떨어진 헬레닉 트렌치(Hellenic Trench) 내부에 위치해 있으며, 지질적으로 단층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급경사 지역이다. 이처럼 폐쇄적 지형은 쓰레기가 해류에 의해 쉽게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해저에 머무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켈 카날스(Miquel Canals)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해양지질학 교수는 "이 지역에 도달한 쓰레기는 육상과 해상 모두에서 유입됐을 수 있으며, 해류를 따라 장거리 이동했거나 직접 투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안에서 흘러나온 플라스틱은 표류하다가 해류 소용돌이와 해저 지형의 영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부유 상태였던 폐기물은 해조류나 미생물이 표면에 붙으면서 점차 무게가 증가하고, 결국 해저에 침전돼 장기적으로 퇴적층에 고착된다. 칼립소 해연을 비롯한 지중해 해저에 쓰레기가 축적되는 현상은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심해 생물 군집은 회복력이 낮고 생태계 교란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오염은 생물다양성과 어장 자원, 해양 탄소순환 등에도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중해,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지중해는 폐쇄된 해역으로, 유럽·북아프리카·중동에 둘러싸인 고밀도 인구 지역이다. 동시에 세계에서 해상 교통량과 어업 활동이 가장 밀집된 해역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폐기물 유입 경로가 다양하고 유입 속도도 빠르다. 연구진은 과거에도 선박에서 쓰레기를 직접 투기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쓰레기가 쌓여 있는 더미 뒤로 길게 이어진 흔적이 선박의 투기 후 흔적으로 보인다"며 고의적인 불법 폐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해저 쓰레기 문제는 수면 위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심해의 오염은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기후 피드백과 지질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회 전반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잊지 말라…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UN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s Treaty)의 필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킨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은 바다에 버려지는 순간 끝이 아니라, 해류를 따라 이동하고 분해되며 결국 지구 최심부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중해는 지난 2021년에도 메시나 해협 일대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저 쓰레기가 발견된 바 있다. 이는 지중해가 지구에서 해양 오염에 가장 취약한 해역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칼립소 해연 조사 프로젝트에는 바르셀로나대학교의 미켈 카날스 교수,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의 게오르크 한케(Georg Hanke), 프랑스 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프랑수아 갈가니(François Galgani), 칼라단 오셔닉(Caladan Oceanic)의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보고서 말미에서 "이제는 과학자, 언론인, 인플루언서 등 모든 목소리를 가진 이들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바닷속은 보이지 않지만, 그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해양 오염 블레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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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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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최심부 칼립소 해연, '플라스틱 무덤'으로⋯"깨끗한 바닥은 단 한 평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