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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흐름 읽기] 산유국, 호르무즈 봉쇄에 '감산' 응수⋯에너지 공급망 동맥경화 현실화
-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에너지 공급망의 물리적 마비로 전이되며 '3차 오일쇼크'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선박의 통항 중단으로 이어지자,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 및 정제 시설 가동을 전격 축소하기 시작했다. 원유를 실어 나를 유조선이 끊기며 저장 시설이 한계치에 다다른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출구 잃은 원유, 산유국들 줄지어 '포스 마쥬르' 선언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OPEC 내 핵심 산유국인 쿠웨이트와 UAE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불능 상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다. 쿠웨이트 석유공사(KPC)는 "이란의 선박 통행 위협으로 인한 예방적 조치”라며 불가항력적 계약 불이행을 의미하는 '포스 마쥬르(Force Majeure)'를 선언했다. 쿠웨이트는 토요일 10만 배럴 감산을 시작으로 일요일에는 그 규모를 세 배로 확대할 방침이다. 에너지 시장의 병목 현상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이라크가 일일 150만 배럴을 감산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정유 시설을 폐쇄했고, 카타르 역시 세계 최대 LNG 수출 플랜트 가동을 중단했다. 산유국들은 생산된 원유를 보관할 저장 탱크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유정을 잠그는 최악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유가 주간 35% 폭등⋯'100달러 시대' 재진입 초읽기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번 주 국제 유가는 35% 이상 급등하며 선물 거래 역사상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2.6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0.90달러로 장을 마쳤다. JP모건은 해협 폐쇄가 3주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분쟁을 "단기적인 진통"이라며 조기 수습을 장담했으나, 시장의 공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UAE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150만 배럴 규모의 푸자이라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지만, 해협을 통해 쏟아져 나오던 일일 2,000만 배럴의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원유와 LNG 공급의 동시 중단은 화석 연료에 기반한 현대 문명의 에너지 하방 지지선을 무너뜨리고 있다. [Key Insights]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는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90%를 넘는 한국 경제에 '국가 비상사태'급 타격을 의미한다. 유가 100달러 진입은 국내 물가 상승률을 다시 5~6%대로 밀어 올릴 수 있으며, 이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소멸시키고 가계 부채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히 카타르산 LNG 공급 중단은 전력 요금과 도시가스 가격의 폭등을 예고하는바, 이는 국내 제조업 전반의 원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치명타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 등 단기 처방을 넘어, 미국 및 북해산 원유 수입 확대를 위한 긴급 쿼터 확보와 국가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강제로 높이는 '전시 에너지 로드맵'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Summary]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위협으로 선박 통행이 마비되자 쿠웨이트와 UAE 등 주요 산유국들이 저장 시설 포화로 인해 원유 생산 감축을 시작했다. 국제 유가는 한 주 만에 35% 이상 폭등하며 90달러 선을 넘어섰고, 사태 장기화 시 100달러 돌파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사우디와 카타르 등 지역 내 주요 에너지 거점이 연쇄적으로 가동을 멈추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사상 초유의 '공급 절벽'에 직면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하며 안전 자산으로의 대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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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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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흐름 읽기] 산유국, 호르무즈 봉쇄에 '감산' 응수⋯에너지 공급망 동맥경화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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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지구가 좁다, 우주로 가는 '데이터 함대'와 머스크의 야망
- 인공지능(AI) 혁명이 지구의 전력망과 수자원을 집어삼키는 '에너지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시선이 지구 밖 우주로 향하고 있다. 지상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지역 사회의 반발과 전력 부족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하자,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와 천연 냉각 시스템을 갖춘 궤도상에 연산 장치를 띄우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 거물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터무니없는 환상" vs "100만 위성 데이터 함대"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향해 "터무니없다(Ridiculous)"며 직격탄을 날렸다. 올트먼은 지난 20일 뉴델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궤도 데이터센터는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주가 유용한 공간임을 인정하면서도 "막대한 발사 비용과 궤도상에서의 칩 수리 난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며, 적어도 이번 10년 안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이를 xAI와 스페이스X의 핵심 미래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우주 데이터센터 역할을 수행할 100만 개의 위성 군단(Constellation)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전담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 머스크는 지난 12월 xAI 전체 회의에서 우주 데이터센터가 최우선 순위임을 명확히 했으며, 최근 추진 중인 스페이스X의 xAI 인수를 통해 궤도 데이터센터 배포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반도체 패러다임의 변화와 '방사선 내성' 경쟁 우주 데이터센터 논쟁은 단순한 입지 싸움을 넘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우주는 지상과 달리 강력한 우주 방사선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 기존의 초미세 공정 칩들은 오작동을 일으키기 쉽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블랙웰' 같은 고성능 칩을 넘어 방사선 내성을 갖춘 '스페이스 그레이드(Space-grade) AI 반도체'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특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AI 메모리 패권의 향방을 가를 핵심 관전 포인트다. 지상의 대안: '빅 쇼트' 마이클 버리의 원전 회귀론 우주로 눈을 돌리는 대신 지상의 전력 문제를 '원자력'으로 정면 돌파하자는 현실론도 거세다.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1조 달러 규모의 원자력 및 전력망 확충 계획을 가속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에 나선 것처럼, 우주로 서버를 쏘아 올리는 천문학적 비용보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한 전력 자립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한국의 SMR 기술 수출에도 중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운명은 재사용 로켓 기술을 통한 '발사 비용의 혁신적 하락'에 달려 있다. 20년 전 재사용 로켓이 공상과학처럼 여겨졌으나 현실이 되었듯, 2030년대에 우주가 거대한 분산형 클라우드 허브가 될지, 아니면 실리콘밸리의 값비싼 신기루로 남을지는 기술 경제학의 냉정한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Key Insights] 인공지능 혁명의 본질이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해 지능을 추출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으로 변모함에 따라 지상 인프라가 전력망 과부하와 수자원 고갈이라는 물리적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 우주 데이터센터 논쟁의 근본적인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와 구글이 우주를 태양광 에너지를 24시간 확보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의 땅으로 보고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반면, 샘 올트먼과 금융권 전문가들은 우주 공간에서의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과 기술적 난도를 근거로 경제적 실익이 결여된 실리콘밸리 특유의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회의론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우주 환경은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방사선 내성을 갖춘 특수 AI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능력이 새로운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결국 AI 패권의 승부처는 알고리즘 고도화를 넘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는 에너지 안보 전쟁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우주 데이터센터의 현실화 여부는 재사용 로켓을 통한 발사 비용의 혁신적 하락이 상업적 임계점을 돌파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Summary] 인공지능 수요 폭증에 따른 전력난과 환경 규제로 인해 일론 머스크와 구글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100만 개의 위성을 띄워 궤도 컴퓨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으나,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발사 및 수리 비용 문제를 들어 이를 터무니없는 구상이라고 비난했다. 우주 클라우드는 방사선 내성 반도체 등 새로운 기술적 도전을 요구하며, 지상에서는 대안으로 원전 확충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발사 비용의 획기적 절감 여부가 우주 데이터센터의 상업적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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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지구가 좁다, 우주로 가는 '데이터 함대'와 머스크의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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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 오픈AI, 트럼프 거액 후원·이민단속국 기술 지원에 70만명 불매운동 직면
- 인공지능(AI) 챗봇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해 온 챗GPT가 안방인 미국에서 거센 불매운동에 휩싸였다. 개발사 오픈AI 경영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원하는 외곽 후원 조직에 거액의 정치 자금을 쾌척한 사실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집행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챗GP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이탈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정치 자금과 이민 통제가 쏘아올린 '큇GPT' 최근 엑스(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큇GPT(QuitGPT)'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챗GPT 유료 구독 취소를 인증하거나 독려하는 게시물이 쇄도하고 있다. 불매운동 주최 측은 현재까지 70만 명 이상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오픈AI 핵심 경영진의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과 부인 안나 브록먼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 슈퍼팩(Super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마가(MAGA Inc.)'에 2500만 달러(약 360억 원)를 기부했다. 또한 AI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슈퍼팩 '리딩더퓨처'에도 동일한 금액을 쾌척하며 총 5000만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트럼프 진영과 규제 철폐 여론 조성에 투입했다. 설상가상으로 미 국토안보부는 산하 기관인 ICE가 신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이력서 검토에 GPT-4 기반 도구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ICE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공약을 실무적으로 집행하는 핵심 기관이다. 할리우드 스타·석학 가세하며 사태 일파만파 시민사회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캠페인 주최 측은 오픈AI 경영진이 트럼프와 공화당, 거대 기술기업 슈퍼팩에 대한 후원 중단을 선언할 때까지 보이콧을 무기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AI 기술이 권위주의적 정치 권력을 돕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파급력을 쥔 할리우드 유명 인사와 학계 지식인들도 속속 보이콧에 동참하고 나섰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헐크 역으로 친숙한 배우 마크 러팔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챗GPT 사장은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이며, 그들의 기술은 ICE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불매를 촉구했다. 이 게시물은 4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200만 회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거대 기술기업의 독점적 폐해를 꾸준히 지적해 온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베스트셀러 '휴먼카인드'의 저자인 네덜란드 역사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등도 큇GPT 캠페인에 합류하며 오픈AI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Key Insights] 오픈AI 불매운동은 혁신 기술 기업의 정치적 편향성이 비즈니스에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빅테크가 자사에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정치 자금을 동원하면서 기술의 가치 중립성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임계점에 달했다. 한국 IT 기업들 역시 글로벌 진출 시 현지 정치 지형과 사회적 여론의 역학 관계를 세밀하게 살피고, 기업 이념과 소비자 윤리 사이의 균형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위기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Summary] 미국 내에서 챗GPT 유료 구독을 해지하는 이른바 '큇GPT' 불매운동이 확산하며 70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 외곽조직 등에 5000만 달러를 후원한 사실과, 강경 이민 정책의 선봉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챗GPT 기술을 활용 중이라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배우 마크 러팔로와 스콧 갤러웨이 교수 등 유명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AI 기술 기업의 정치적 중립성과 윤리적 책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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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미국 오픈AI, 트럼프 거액 후원·이민단속국 기술 지원에 70만명 불매운동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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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다우 5만선 앞둔 '안개속 줄타기'⋯6월 인하론, PCE가 심판한다
- 사상 첫 다우지수 5만 선 돌파를 앞둔 뉴욕 증시가 유례없는 변동성을 통과하며 중대한 분수령에 섰다. 지난 한 주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월가는 주말을 앞두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완만한 둔화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는 내주 쏟아질 메가톤급 지표와 정치적 변수를 앞둔 폭풍 전야의 정적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월 셋째 주(16~20일)에 예정된 연준의 '성적표'로 향한다. 특히 오는 18일 공개될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20일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시장의 맹목적 낙관론을 시험할 '진실의 순간'이 될 전망이다. 내주 월가에 가장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연준의 리더십 교체다. 5월 취임을 앞둔 케빈 워시(Kevin Warsh) 차기 의장 지명자의 매파적 성향은 시장의 긴축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필 올랜도 수석 시장 전략가는 "연준 리더십이 교체되는 시기에 시장은 예외 없이 두 자릿수의 '에어포켓(급락)'을 경험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져올 변동성을 경고했다. 데이터 측면에서는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초미의 관심사다. 셧다운으로 인한 경기 위축의 정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깊을 경우,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힘든 '스테그플레이션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시장은 6월 인하 확률을 50%대로 유지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으나, 내주 PCE 수치가 시장의 기대를 배반할 경우 7월 이후로 인하 시점이 밀려나는 고통스러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기술주 섹터에서는 AI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회의론과 확신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부진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반도체 장비주의 실적 호조가 방어하고 있지만, 내주 발표될 산업생산 지표와 주요 기술주들의 추가 가이드라인은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는 완만하게 제어되고 있지만, 관세와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복병이 여전히 잠복해 있다"며 내주 발표될 지표들이 다우 5만 선 안착을 결정지을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니해설] 셧다운 안개 너머의 진실…'성장 모멘텀'과 '워시 쇼크'의 대결 ① PCE와 의사록: 연준 내부의 '금리 인하' 동상이몽 내주 수요일(18일) 공개되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향후 통화 정책의 향방을 가를 나침반이다. 지난 회의에서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며 '지켜보기(Wait-and-see)' 기조를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인하 시점을 두고 격렬한 토론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의사록은 동결론자들의 논거와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파의 의견을 상세히 담고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은 연준의 인하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금요일(20일) 발표되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연준의 '확신'을 시험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이미 전년 대비 2.4%로 둔화하며 시장 예상(2.5%)을 하회한 상황에서, 연준이 가장 신뢰하는 PCE마저 하향 곡선을 그린다면 '6월 인하론'은 확신으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고용 지표와 맞물려 서비스 물가가 '끈적하게(Sticky)' 유지된다면, 시장은 7월 이후로 인하 기점을 밀어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재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② 4분기 GDP 수정치: 셧다운의 상흔인가, 경제의 근력인가 내주 금요일 발표될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는 미국 경제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다. 43일간 이어진 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4분기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2.0%에서 1.8~1.9% 수준으로 소폭 둔화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P모건은 이번 셧다운이 4분기 GDP에 영구적인 흠집(약 0.1~0.2%p 하락)을 남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역설은 여기서 발생한다. 경제가 예상보다 견고하다면(GDP 호조), 연준은 금리를 내릴 명분이 사라진다. 반대로 셧다운 여파로 소비 지표가 휘청였다면(GDP 부진), 인하 기대감은 커지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 결국 시장은 인베스텍(Investec)의 필립 쇼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처럼 "연말까지 이어진 인상적인 성장 모멘텀이 유지되면서도 물가는 잡히는" 골디락스 데이터를 갈구하게 될 것이다. ③ '케빈 워시'라는 변수와 기술주의 재편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의 그림자는 채권 시장을 넘어 주식 시장의 멀티플(배수)을 압박하고 있다. 워시는 과거 통화 팽창에 비판적이었던 '매파'로 분류되지만, 최근에는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워시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이는 장기 금리의 하방 압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실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반도체 장비 대장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치(7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76억 5000만 달러로 제시하며 12% 급등했다. 게리 디커슨 CEO는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2026년에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AI 하드웨어 수요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의 'AI 파괴' 우려로 인한 투매가 잦아들고 장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은 다우 5만 선 안착을 위한 건강한 순환매로 평가받는다. ④ 글로벌 시각: 영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아시아의 회복 글로벌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영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내주 발표될 영국의 1월 CPI와 고용 지표가 둔화세를 보인다면, 영란은행(BOE)이 이르면 3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이 현재 63%에 달한다. 이는 미국보다 빠른 행보로, 글로벌 통화 정책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4분기 GDP가 0.4%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며, 한국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폭증하며 1월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독보적인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의 견조한 펀더멘털은 미국 증시의 변동성 속에서도 글로벌 자산 시장의 하단을 지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각 기준) 2월 16일(월): 미국 증시 휴장(대통령의 날), 일본 4분기 GDP 2월 17일(화): 캐나다 1월 CPI, 독일 ZEW 경기신뢰지수, 영국 고용 보고서 2월 18일(수): 1월 FOMC 의사록 공개, 영국 1월 CPI, 미국 산업생산, 20년물 국채 입찰 2월 19일(목): 호주 1월 고용 지표,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30년물 TIPS 입찰 2월 20일(금): 미국 4분기 GDP 수정치, 미국 1월 PCE 가격지수, 유로존·독일·프랑스 P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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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다우 5만선 앞둔 '안개속 줄타기'⋯6월 인하론, PCE가 심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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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다우 5만 시대의 명암⋯'AI 거품' 걷어내고 '진짜 경제' 직면한다
- 2026년의 첫 달을 기록적인 변동성으로 마감한 뉴욕 증시가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2월 6일(현지 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만 선을 돌파하며 자본주의의 저력을 과시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발 클라우드 실적 우려와 소프트웨어 섹터의 부진으로 'AI 수익성 회의론'이 확산되며 시장이 흔들렸으나, 주말을 앞두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세가 유입되며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한 결과다. 신기원을 열었음에도 시장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기술주 섹터에서 불거진 AI 회의론이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을 강타하며 강세장의 동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한 주간 기술주의 발목에 잡혀 7,000선 안착에 난항을 겪었으며, 금요일에 이르러서야 에너지와 산업재 등 '구경제(Old-economy)'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일어나며 간신히 반등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수석 전략가는 "올해 시장의 지배적 테마는 기술주에서 소외됐던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될 것"이라며 "동시에 기술주에 대한 기대치는 너무 높아져, 기업이 무엇을 발표하든 투자자들의 본능은 이익 실현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월 둘째 주(9~13일)로 향한다.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라는 긴 안개가 걷힌 후 처음으로 발표되는 '깨끗한'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제의 실제 체력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내주 월가는 지연됐던 고용(11일)과 소비자물가(13일) 등 메가톤급 지표들이 쏟아지는 '데이터의 주'를 맞이하며, 투자자들은 그동안 셧다운으로 왜곡됐던 노동 시장의 민낯을 확인하게 된다. 글렌메드(Glenmede)의 마이클 레이놀즈 부사장은 "셧다운 여파로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깨끗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내주 지표들의 중요성은 평소보다 훨씬 높다"고 진단했다. 기업 실적 시즌 역시 정점을 찍는다. 알파벳, 아마존,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시가총액 거물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특히 MS가 막대한 인프라 지출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감동시키지 못한 터라, 알파벳과 아마존이 보여줄 AI 현금 창출 능력에 시장의 사활이 걸려 있다. TD 웰스의 시드 바이드야 전략가는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지출에 멈춤이 없다는 것은 확인됐다"며, "이제는 그 지출이 실질적인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시장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워시 지명자는 과거 통화 팽창에 비판적이었던 강경파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시장은 연준이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리드문부터 맺음말까지, 다우 5만이라는 축배 뒤에 숨은 매파적 서프라이즈와 실적 심판대가 내주 뉴욕 증시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미니해설] 다우 5만 시대의 명암: 'AI 실익'과 '매파 의장' 사이의 줄타기 "성장만으론 부족하다"…심판대에 서는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 지출(Capex)을 쏟아붓고도 소프트웨어 부문의 수익화 속도에서 의구심을 남기자,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실제로 S&P 500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지수는 최근 일주일 새 15%나 급급락하며 80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코드'와 같은 에이전틱 AI의 등장이 기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는 공포를 반영한 결과다. 매뉴라이프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의 매슈 미스킨 수석 전략가는 "이전에는 'AI가 모든 배를 띄운다(AI lifted all ships)'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이 엄청난 기술 가속화가 다른 기업들의 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주 실적 발표를 앞둔 알파벳(11일)과 아마존(12일)은 MS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알파벳은 최근 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48% 급증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으나, 연간 자본 지출 가이던스를 기존 예상치인 115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1750억~1850억 달러로 대폭 상향하며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마존 역시 올해 AI와 로봇 공학 등에 2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월가는 이들이 막대한 지출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미래를 향해 '현금을 태우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릴 준비를 마쳤다. '케빈 워시' 지명 서프라이즈…연준의 '독립성'과 '매파적 본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의 후임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 것은 월가에 이른바 '워시 쇼크(Warsh Shock)'를 불러일으켰다. 워시는 과거 금융 위기 당시 위기 해결사로 활약했으나, 동시에 연준의 자산 매입 확대에 비판적이었던 전형적인 '매파'로 분류된다. 그의 등장은 연준의 독립성 문제와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의 지명 소식에 금과 은 가격은 각각 9%, 26% 폭락하며 자산 시장의 대대적인 부채 축소(deleveraging-디레버리징)를 촉발했다. 현재 선물 시장은 연준이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차기 의장 지명자가 상원 인준 과정에서 보여줄 통화 정책 기조에 따라 달러 인덱스와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에드워드 존스의 쿠르카파스 전략가는 "금리 기대치가 최근 몇 주간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으나, 워시의 등장이 이 안정성을 시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시장의 민낯 드러날 11일…'7만 명'의 의미 내주 수요일(11일) 발표되는 1월 비농업 부문 고용 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실제 체력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지표가 될 것이다. 팩트셋(FactSet)의 중간 추정치에 따르면 시장은 약 8만 명(로이터 조사 7만 명)의 신규 고용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셧다운이라는 통계적 안개가 걷힌 뒤 마주할 미국 경제의 민낯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연구원은 "시장은 특정 섹터의 매도세를 견뎌낼 수 있지만, 주도 섹터인 기술주의 하락이 길어질수록 지수 전체가 버티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노동 시장의 균열을 증명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 결정은 '정책적 실수'로 비판받으며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지나치게 견조할 경우 차기 연준 체제 하에서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증시를 압박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인플레이션 2.5%의 사투…13일 물가 데이터가 가를 향방 금요일(13일)에 발표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다우 5만'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마지막 척도다. HSBC 이코노미스트들은 헤드라인 CPI가 전년 대비 2.5%로 둔화되었을 것으로 보면서도, 근원 CPI는 2.6% 수준에서 멈추며 '끈적한' 인플레이션의 전형을 보여줄 것이라 경고했다. 특히 연초 기업들의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는 '1월 효과'가 변수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케빈 워시 지명자의 매파적 본능은 더욱 자극될 것이며, 이는 증시의 멀티플(배수)을 깎아내리는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주 금과 은 가격의 폭락에서 보듯, 투자자들은 이미 호재를 선반영해 달려온 증시가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유리턱' 상태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수익 확정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동조화…한국 반도체 수출 34% 급등의 힘 글로벌 기술주 변동성 속에서도 한국의 경제 지표는 독보적인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1일 발표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33.9% 증가한 658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폭증에 힘입어 전년 대비 102.7% 급증한 205억 4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미국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지출 확대가 한국의 실물 경제에는 강력한 호재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다만 수요일 발표될 중국의 물가 지표가 다시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은 미국 기술주와 동조화되어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내주 월가는 셧다운 이후의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며 다우 5만 선의 안착 여부를 치열하게 시험하게 될 것이다. 내주 월가 주요 일정(현지 시간 기준) 2월 9일(월): 멕시코 CPI, 일본 경상수지 2월 10일(화): 고용비용지수(ECI), 3년물 국채 입찰, 노르웨이 CPI 2월 11일(수): 미국 1월 고용 보고서(신공표), 중국 CPI/PPI, 10년물 국채 입찰 2월 12일(목): 영국 4분기 GDP,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30년물 국채 입찰 2월 13일(금):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유로존 4분기 GDP 수정치,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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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다우 5만 시대의 명암⋯'AI 거품' 걷어내고 '진짜 경제'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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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7,000선 뚫은 S&P 500의 비명'빅테크 실적·고용'에 내주 운명 걸렸다
- 2026년의 첫 달을 기록적인 상승세로 마감한 뉴욕 증시가 다음 주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한다.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하며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실망스러운 클라우드 실적에 빅테크주들이 일제히 몸을 사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주 연준(Fed)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내주 예정된 알파벳, 아마존 등 거대 기술기업들의 실적과 6일 발표될 1월 고용 보고서가 강세장의 지속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시장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워시 지명자는 과거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성향을 보였던 인물로, 그의 지명 소식에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채권 금리와 달러가 요동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또한 지난주 금·은 가격의 급격한 변동에 주목하며 자산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셧다운의 기저 효과가 사라진 뒤 처음으로 공개되는 '깨끗한'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제의 실제 체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가 내주 월가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미니해설] 7,000시대 뉴욕 증시, 'AI 실익'과 '매파 의장'이라는 두 개의 벽 1. "성장만으론 부족하다"…심판대에 서는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 지출(Capex)을 쏟아붓고도 클라우드 부문에서 시장을 감동시키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플란테 모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짐 베어드는 "기대치가 매우 높아진 기업들에게 이제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책임(onus)이 돌아갔다"며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면 주가는 가차 없이 징벌당할 것(punished)"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증가를 넘어, '수익화의 질'을 따지겠다는 시장의 서늘한 경고다. 내주 실적 발표를 앞둔 알파벳(4일)과 아마존(5일)은 MS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TD 웰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 시드 바이드야는 "빅테크 기업들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확인된 것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출에 멈춤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이들이 AI 지출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미래를 향해 '돈을 태우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AWS(클라우드)의 가속화와 함께 역대급 연휴 쇼핑 시즌의 성과가 주가 향방을 가를 변수다. 2026년 기업 이익이 15%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현실이 되려면, 내주 발표될 이들의 가이던스가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워야만 한다. 2. '케빈 워시' 지명 서프라이즈…연준의 '독립성'과 '매파적 본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의 후임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 것은 월가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워시는 과거 금융 위기 당시 위기 해결사로 활약하며 시장 친화적인 면모를 보였으나, 동시에 통화 팽창에 비판적이었던 강경파였다. 그의 등장은 연준의 독립성 문제와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주 연준이 금리 인하 중단(Pause)을 선언한 상황에서, 워시의 지명은 향후 금리 인하 경로가 더욱 좁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글렌메드(Glenmede)의 마이클 레이놀즈 부사장은 "정부 셧다운 여파로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깨끗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지표들의 중요성은 평소보다 훨씬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 선물 시장은 연준이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워시 체제'에 대한 공포는 채권 금리의 하방 압력을 방해하고 있다. 차기 의장 지명자가 상원 인준 과정에서 어떤 통화 정책 기조를 드러낼지에 따라, 달러 인덱스와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국면이다. 3. 고용 시장의 민낯 드러날 6일…'6만 4천 명'의 의미 내주 금요일(6일) 발표되는 1월 비농업 부문 고용 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실제 체력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지표가 될 것이다. 로이터 통신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시장은 약 6만 4000건의 신규 고용을 예상하고 있다. 43일간의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적 왜곡이 사라진 뒤 처음으로 공개되는 '정제된' 데이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짐 베어드 CIO는 "전반적으로 경제가 완만한 성장 궤도에 있다는 믿음이 고용 시장의 하한선을 지탱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만약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노동 시장의 급격한 균열을 보여준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 결정은 '정책적 실수'로 비판받으며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견조하다면 연준의 동결 기조는 탄력을 받겠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셧다운이라는 '안개'가 걷힌 뒤 마주할 미국 경제의 민낯이 어느 쪽이든, 내주 금요일 월가는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될 것이다. 4. 2026년 이익 성장률 15%…거품과 확신의 기로 현재 S&P 500의 7,000선 돌파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논리는 2026년 이익 성장률이 15%에 달할 것이라는 강력한 펀더멘털이다. 시드 바이드야는 "주식 시장은 긍정적인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익 성장이 그 핵심 구성 요소"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MS의 사례에서 보듯, 높은 멀티플(배수)을 정당화하려면 단순한 매출 성장을 넘어 영업이익률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내주 실적을 발표하는 일라이 릴리(비만 치료제), AMD(반도체), 디즈니(미디어) 등 각 섹터 대장주들의 성적표는 2026년 강세론의 실체를 검증하는 '현미경 조사'가 될 것이다. 특히 지난주 금과 은 가격의 급격한 폭락은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에서마저 수익을 확정 짓고 현금화하거나 다른 기회를 엿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이 이미 호재를 선반영해 7,000선까지 달려온 만큼,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유리턱' 상태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짐 베어드의 지적처럼 "불안한 지표가 나오거나 위험을 감수할 명백한 이유가 사라진다면, 얇아진 시장(thin market)은 변동성을 극대화할 것"이다. 5. 한국 수출 30% 급등 예고…반도체가 견인하는 'K-트레이드' 국내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2월 1일 발표될 1월 수출입 동향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30%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2월의 13.3% 성장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견조한 반도체 수요와 함께, 설 연휴 이동에 따른 조업 일수 증가(3.5일)라는 계절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지출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의 분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다만, 수입 역시 12% 증가하며 무역 수지 흑자 규모는 전월보다 다소 줄어든 63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주 화요일(2월 3일) 발표될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준의 행보와 맞물려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내주 주요 일정(현지 시각 기준) 2월 2일(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2월 3일(화): JOLTS 구인 보고서, 일라이 릴리·AMD 실적 2월 4일(수): 알파벳 실적, ISM 서비스업 PMI, ADP 민간 고용 2월 5일(목): 아마존·페덱스·디즈니 실적,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2월 6일(금): 1월 고용 보고서(비농업 고용, 실업률),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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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월가 레이더] 7,000선 뚫은 S&P 500의 비명'빅테크 실적·고용'에 내주 운명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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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0)]"구리보다 3배 빠르다"⋯UCLA, AI 반도체 열 관리 바꿀 '초전도체급' 신소재 발견
-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집적도가 극한에 달하며 '발열과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기존 금속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신소재가 등장했다. 100년 넘게 방열 소재의 표준이었던 구리와 은을 대체할 강력한 후보의 등장에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속 열전도 한계치 400W/mK의 벽을 깨다 최근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새뮤얼리 공과대학 용지에 후(Yongjie Hu) 교수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금속성 '세타(θ)상 탄탈럼 나이트라이드(tantalum nitride)'가 상온에서 약 1,100W/mK(미터 켈빈)의 경이로운 열전도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전자기기 냉각의 핵심 소재인 구리(약 401W/mK)나 은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그동안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구리와 은을 금속 열전도의 '물리적 상한선'으로 간주해 왔다. '전자-포논' 상호작용 통제…열 전달의 고속도로 구축 연구팀이 발견한 신소재의 핵심 비결은 내부 입자 간의 상호작용 제어에 있다. 일반적인 금속에서는 열을 나르는 '전자'와 격자 진동인 '포논(Phonon)'이 서로 충돌하며 저항을 만들어낸다. 이 충돌이 열 흐름을 방해해 에너지 손실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세타상 탄탈럼 나이트라이드는 전자와 포논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약하게 설계되어 있어, 열이 저항 없이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처럼 빠르게 전달된다. 연구팀은 싱크로트론 X선 산란 분석과 초고속 광학 분광 기법을 통해 이 메커니즘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구리 의존도 높은 AI 산업의 '구원투수' 될까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발열 제어가 곧 성능인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구리는 글로벌 방열판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지만, AI 가속기와 고성능 스마트폰의 발열 밀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냉각 성능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용지에 후 교수는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냉각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금속은 성능 한계에 직면했다"며, "반도체 칩과 AI 가속기 분야에서 구리에 대한 글로벌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이를 대체할 신소재의 확보는 산업적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우주부터 양자컴퓨터까지…산업 전반 확산 기대 업계에서는 이 신소재가 차세대 히트싱크(방열판) 시장뿐만 아니라 고온 환경이 지속되는 항공우주 시스템,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수적인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UCLA의 발견은 수십 년간 정체되어 있던 금속 열전도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향후 양산 공정 최적화와 비용 효율성이 확보된다면 차세대 열 관리 솔루션의 표준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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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20)]"구리보다 3배 빠르다"⋯UCLA, AI 반도체 열 관리 바꿀 '초전도체급' 신소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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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42)] 인류 역사상 처음, 금값 온스당 5000달러를 넘다
- 마침내 5000달러였다. 26일(현지시간) 아시아 장이 열리자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인류 금융 역사에서 한 번도 기록된 적 없는 숫자를 찍어냈다. 싱가포르 시장 오전 거래에서 현물 금은 온스당 5071.96달러까지 치솟았다. 4000달러 고지를 처음 밟은 게 고작 석 달 전이었다. 그 짧은 기간에 1000달러가 더 쌓였다. 과거 3000달러에서 4000달러로 넘어오는 데 거의 2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이번 질주의 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석 달 만에 1000달러 추가, 전대미문의 가속도 국제 금값은 지난해 한 해에만 65% 가까이 상승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이미 16%를 추가로 얹으며 올해 상승분만 따져도 4000달러 진입 속도를 이미 앞질렀다. 2월 인도분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선물도 현물과 나란히 5000달러를 넘어서며 시장 전체에 걸친 강세를 확인했다. 은(銀) 시장도 함께 끓어올랐다. 이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은 현물은 이날도 100달러 중반대에서 강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만 40%를 웃도는 상승률이다. 지난해 이미 150%를 넘게 뛰어오른 은이 올해에도 금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금값의 강세가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구조적 동력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했다 이번 랠리는 하나의 재료가 아닌 복합적인 구조 변화의 산물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핵심 동력은 세 가지다. 첫째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완화 기조 지속이다. 연준은 2025년 하반기에만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낮췄다. 달러 표시 채권이 주는 이자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무이자 실물 자산인 금의 상대적 매력은 그만큼 커졌다. 이번 주 예정된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이 흐름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863톤에 달한다. 이 수치는 2026년에 950톤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UBS의 전망이다. 폴란드·인도·터키·중국을 비롯한 비서방 국가들의 금 매입은 단순한 자산 다각화를 넘어 미국 달러 중심 금융 질서로부터 전략적으로 거리를 두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총액이 미국 국채 보유액을 추월했다는 세계금협회의 집계는 이 흐름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음을 시사한다. 셋째는 금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로의 자금 쏠림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700톤이 넘는 자금이 금 ETF로 순유입됐다. UBS는 2026년 ETF 유입 규모가 825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마다 주식 위험을 금으로 상쇄하려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헤지 매수가 ETF 통로를 통해 쏟아지는 구조가 고착됐다. 트럼프 재집권…새로운 가속 연료가 붙었다 2년에 걸친 구조적 상승에 올해 들어 새로운 불쏘시개가 얹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글로벌 질서가 일거에 재편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이다. 블룸버그는 연준 독립성 훼손 시도, 그린란드 병합 위협,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가능성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행보가 투자자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불안의 종착지가 금이었다는 것이다. 캐피탈닷컴의 카일 로다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방식과 영구적으로 단절했다"며 그 결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통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iM증권의 박상현 연구원도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에 따른 달러 신뢰 약화가 금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가 오는 5월로 끝나는 가운데 후임 인선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금 매수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달러 신뢰 균열…채권도 주식도 아닌 금으로 달러와 금은 오랫동안 역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달러가 흔들리면 금이 빛난다. 지난주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한 주 동안 1.6% 하락했다. 2025년 5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가 미국과 유럽을 무역 분쟁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팔기 시작한 결과였다. 퍼스트이글 투자운용의 맥스 벨몬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은 신뢰의 반대편에 있는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시장 급락, 지정학적 위기가 동시에 닥쳤을 때 금만큼 포트폴리오를 지켜주는 수단은 없다는 것이다. 더 주목할 것은 채권마저 피신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식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는 것이 교과서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주요국 재정적자 확대와 금리 발작(채권 가격 급락) 우려가 이 경로를 차단했다. iM증권의 박 연구원은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계심도 위험 회피 심리를 키워 금 수요를 자극하는 복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도, 채권도 온전히 믿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4000년의 검증을 받은 실물 자산이 자금의 최후 피난처로 지목받는 것이다. 금은비 붕괴…은(銀)이 금보다 더 빠르게 달린다 금 랠리와 나란히, 국제 은 시장도 유례없는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은 현물 가격은 지난 23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150% 넘게 오른 은이 올해에도 금보다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금값 대비 은값의 비율을 나타내는 금은비는 수십 년 평균인 70~80배 수준에서 50배대 중반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은이 금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두 가지 수요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하나는 금과 공유하는 달러 헤지·안전자산 수요, 또 하나는 태양광 패널·전기차 배터리·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이 끌어올리는 산업 수요다. 투 트랙 수요를 가진 은의 공급 제약은 귀금속 시장 전반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골드만삭스 5400달러, 로스 노먼 6400달러…전망 경쟁 금값이 예상을 앞지르는 속도로 오르자 주요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금 목표가를 기존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높였다. JP모건은 2026년 4분기 평균 가격을 5055달러로 제시하고, 2027년에는 54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2개월 이내에 6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메탈스포커스의 필립 뉴먼 매니징 디렉터는 위험 회피 자금이 미국 국채를 건너뛰고 곧바로 금으로 향하는 흐름을 강조하며 올해 후반 금값이 5500달러 안팎에서 꼭짓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로스 노먼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가장 공격적인 수치를 내걸었다. 올해 금값의 연평균이 5375달러를 기록하고, 연중 최고점은 6400달러까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골드뱅킹 2조원 돌파, 국내도 '슈퍼 골드' 시대 국제 시세 급등의 여파는 국내 금 시장으로도 고스란히 번졌다. 이달 22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은행 3개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2조14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조9296억 원에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2198억 원(11.4%)이 더 몰린 것이다. 잔액이 1조 원을 넘긴 것이 지난해 3월이었으니, 10개월 만에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실물 수요는 더 적나라하다. 소형 골드바의 경우 주문 후 수령까지 상당한 대기 기간이 생겼다. 인플레이션 불안과 달러 약세 심리가 맞물리면서 실물을 손에 쥐려는 투자 수요가 공급 물량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KRX 금 현물 시장으로도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KRX를 통한 금 거래는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가 면제되는 비과세 혜택이 있어,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골드뱅킹보다 세후 수익률이 유리한 거래 통로로 주목받는 추세다. 돈(貞) 단위 금값도 심리적 고지를 목전에 뒀다.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의 동반 움직임 속에서 국내 시장에서 금 한 돈(3.75g)의 거래가가 100만 원에 근접하고 있다. 종로 금은방 거리에서는 오가는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다음 관문 5500달러…이번 주 FOMC가 변곡점 5000달러 돌파 이후 시장의 시선은 벌써 다음 고지를 향하고 있다. 메탈스포커스가 제시한 5500달러가 단기 목표선으로 부상했다. 당장 이번 주가 향방을 가를 변곡점이 될 수 있다. 27~28일 열리는 올해 첫 FOMC 회의에서 연준이 3회 연속 인하 이후 금리를 동결하느냐, 아니면 트럼프의 압박에 응하는 어떤 시그널을 내보내느냐에 따라 달러 가치와 금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UBS는 달러 약세와 연준의 추가 완화 기대가 함께 이어지는 한 중앙은행과 ETF를 통한 수요가 금 상승세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봤다. 물론 단기 과열 경계도 나온다. 최근 한 달 사이 금값이 11% 이상 뛰며 내재 가치 대비 10% 가까이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시장 일각에 존재한다. 그러나 블루라인 퓨처스의 필 스트라이블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금에 우호적인 조건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강세장의 연속성을 확신했다. 달러와 국채를 우회해 금으로 향하는 자금의 흐름이 멈추지 않는 한 2026년 1월이 새겨 넣은 '5000달러'라는 숫자는 당분간 역사적 출발선이 아닌 새로운 바닥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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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워치(142)] 인류 역사상 처음, 금값 온스당 5000달러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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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TSMC, '성공의 역설'에 갇히다⋯AI 광풍이 부른 65조 원의 비명
-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 TSMC가 '성공의 역설(Suffering from Success)'이라는 기묘한 비명(悲鳴)을 지르고 있다. 엔비디아와 애플, AMD가 TSMC의 3나노 공정을 차지하기 위해 백지 수표를 들고 줄을 서는 형국이지만, 정작 TSMC는 이들의 갈증을 채워줄 공장을 짓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인력과 자본의 임계점을 시험받고 있다. '독점적 지위'가 오히려 거대한 감가상각의 공포와 인력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만 리버티 타임즈와 트렌드포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TSMC는 3나노 및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 내에서만 최대 12개의 첨단 팹(Fab)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2026년 자본 지출(CapEx)은 역대 최대 규모인 500억 달러(약 72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원맨쇼'가 부른 공급망의 비명과 인력 병목 현재 3나노 이하 최첨단 로직 공정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TSMC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추격 중이나, 수율과 생태계 측면에서 대형 고객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이 같은 '대안 부재'는 TSMC 5나노·4나노·3나노 공정 가동률을 사실상 '풀(Full) 가동' 상태로 밀어 올렸다. 하지만 공장 증설 속도가 인력 공급 속도를 추월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2나노 공정은 2026년 말 월 9만 장까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하지만, 이를 감당할 고숙련 엔지니어 확보가 실질적인 병목이 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이 인력난으로 양산이 지연된 사례는 서막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만 6만 7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TSMC는 대만 본토 인건비 폭등과 인력 이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비·소재 협력사들 역시 TSMC 한 곳의 증설 속도를 맞추느라 투자 부담은 가중되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납품사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패키징 병목 틈탄 인텔의 '역발상' 공세 TSMC의 가장 아픈 구석은 칩과 칩을 잇는 첨단 패키징(CoWoS) 용량 부족이다. 엔비디아 블랙웰 등 주력 고객의 주문이 밀려들며 2026년 패키징 캐파를 월 15만 장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 틈을 타 인텔(Intel)이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 인텔은 자사의 EMIB·Foveros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칩 생산은 TSMC에서 하더라도, 패키징은 물량이 여유로운 인텔에 맡기라"는 이른바 '오픈 파운드리'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별도의 재설계 없이 인텔 패키징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례를 홍보하며 TSMC의 초과 수요분을 가로채려 하고 있다. 이는 TSMC의 CoWoS 독점을 무너뜨리려는 인텔의 전략적 승부수다. 과잉 투자의 후폭풍…'구조적 호황'인가 '버블'인가 반도체 산업은 전통적으로 호황기 과잉 투자가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진 역사를 갖고 있다. 시장의 리스크 인식은 명확하다. 만약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거나 경쟁사가 수율을 따라잡는 시점에 TSMC의 거대 설비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찍는다면, 막대한 감가상각비가 수익성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TSMC는 AI 시대의 압도적 수혜자임이 자명하다. 그러나 성공했기에 더 큰 짐을 짊어져야 하는 '성공의 역설'은 TSMC 한 회사에 기댄 현재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TSMC의 초과 수요가 결국 인텔이나 삼성, OSAT(후공정 업체) 등에 기회를 제공하며, 향후 반도체 지형이 점진적으로 다극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Editor's Note]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심장부인 TSMC가 직면한 '독점의 역설'은 시장의 환호 뒤에 숨은 거대한 구조적 리스크를 시사합니다. 천문학적 설비투자(CapEx)와 인력 병목 현상은 개별 기업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임계점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과 인텔이 TSMC의 유일한 약점인 '패키징 병목'을 파고드는 현 국면은 향후 10년의 반도체 지형도를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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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흐름 읽기] TSMC, '성공의 역설'에 갇히다⋯AI 광풍이 부른 65조 원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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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83)] 2025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뜨거운 해⋯지구 평균기온 1.48℃ 상승
- 2025년이 기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뉴사이언티스트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24년의 1.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2023년과 사실상 같은 수치다. 2024년 지구 온난화가 엘니뇨 영향으로 가속화됐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기온을 낮추는 라니냐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배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온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전례 없는 폭풍, 산불, 폭염 등 극한 기상이 잇따랐다. 사만다 버지스 C3S 국장은 "사람과 사회, 생태계에 실제로 타격을 주는 것은 평균 기온이 아니라 극한 기상"이라며 "지구가 더 따뜻해질수록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고, 그만큼 폭풍과 강우의 위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1만6500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10월에는 자메이카에 사상 최강 허리케인 '멜리사'가 상륙해 80명 이상이 숨지고, 약 88억 달러(약 12조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국제 연구 단체인 '월드 웨더 애트리뷰션(WWA)'은 이 허리케인의 강수량이 기후변화로 16%, 풍속은 7%가량 증폭됐다고 평가했다. 11월에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전역에서 연쇄적인 사이클론과 폭풍이 산사태와 대규모 홍수를 유발해 16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극지방의 빙하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현재 북극 해빙 면적은 같은 시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며, 남극 해빙 역시 평년을 크게 밑돌고 있다. C3S는 최근 3년간의 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2029년 이전에 장기 평균 기온이 1.5℃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선이 사실상 붕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버지스 국장은 "1.5℃가 절대적인 임계선은 아니지만, 이를 초과할수록 극한 기상은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진다"며 "기후 시스템의 '임계점(tipping point)'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열대 산호초의 돌이킬 수 없는 붕괴가 이미 시작됐으며, 아마존 열대우림의 급속한 쇠퇴와 그린란드·서남극 빙상의 붕괴, 남극 해빙 소멸 등 연쇄적 전환점에 인류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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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83)] 2025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뜨거운 해⋯지구 평균기온 1.48℃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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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전 세계 데이터센터, 5년 뒤 '인도급' 에너지 괴물 된다
- 향후 5년 안에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러시아·일본 등 주요 국가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전환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핵심 인프라스트럭처인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국가로 고려하면 전력 사용량은 '세계 3위 국가'에 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현지시간) '금융과 개발' 12월호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3년 약 300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약 1500TWh로 4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TWh는 전력을 1테라와트(TW) 규모로 1시간 동안 사용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1TWh는 월 300킬로와트시(kWh)를 쓰는 330만여 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전력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국가 단위로 환산하면 현재 세계 11위 수준에서 인도에 해당하는 3위권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는 이미 전 세계 전력 공급의 약 1.5%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 전체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규모다.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티이스 판데흐라프 겐트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중 가장 큰 '하이퍼 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수십 메가와트(㎿)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작은 도시 하나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다음 물결은 훨씬 거대한 기가와트(GW) 단위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미국·중국이 이끌 전망이다. IEA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약 80%가 미국과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AI를 둘러싼 미국·중국의 대결이 치열한 셈이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대비 약 240TWh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가율은 130%에 달한다. 이를 역산하면 미국의 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약 185TWh 수준으로, 2030년에는 425TWh 안팎으로 확대된다. 중국의 증가 폭도 크다. 중국은 2024년 대비 약 175TWh 늘어 증가율이 170%에 이르며, 2024년 약 100TWh 수준에서 2030년에는 280TWh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판데흐라프 교수는 "AI 경쟁의 최전선에 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점점 더 지정학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력 수급 부담이 자연스럽게 커질 예정이다. 판데흐라프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향후 수년간 발생할 신규 전력 수요에서 거의 절반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 수급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최대 데이터 허브로 꼽히는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이미 주 전체 전력의 약 4분의 1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문제가 주지사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아일랜드의 데이터센터는 국가 전체 전력의 5분의 1 이상을 사용하고 있어 선진국 중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하며 전력 인프라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EA는 특히 데이터센터 산업의 급격한 성장 속도와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터센터는 보통 2~3년 내 가동이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지만 전력 인프라는 장기간의 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 막대한 선투자 등이 필요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IEA는 "데이터센터는 대도시 인근에 밀집하는 경향이 있고, 단기간에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추가로 유발하는 특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발전·송전·배전 설비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 전력망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데흐라프 교수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인 에너지 조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기업은 전력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데이터센터 내부에 자체 발전 설비를 구축하거나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은 물론,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과 같은 폐쇄된 원전을 인수해 재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IEA 역시 "전력망 운영 효율화를 통해 일정 부분 대응할 수는 있지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절대적인 증가 속도를 상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Key Insights] AI 혁명의 본질은 결국 막대한 전력을 투입해 지능을 뽑아내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다. 반도체 기술만큼이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한국 역시 데이터센터 밀집에 따른 전력 과부하와 송전망 건설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원전 회귀 전략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나라도 SMR 등 차세대 에너지원 확보와 분산형 전원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AI 변전소'로 전락할 위험을 막고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 [Summary] 인공지능 수요 폭증으로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3년 대비 5배 늘어난 1500TWh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인도 전체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미국과 중국이 증가분의 80%를 점유하며 전력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프라 부족이 심화하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폐쇄 원전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에 직접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성장이 국가 전력 수급 구조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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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전 세계 데이터센터, 5년 뒤 '인도급' 에너지 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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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3)] 의식은 인간의 특권 아냐⋯생존 위해 진화한 '고대의 알람'
- 오랫동안 인류는 거대한 착각 속에 살아왔다. '나'를 느끼고, 고통을 인지하며,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의식(Consciousness)'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성역(聖域)이자 진화의 최종 목적지라고 믿었다. 인간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동물들, 특히 대뇌피질이 쭈글쭈글하게 발달하지 않은 조류나 파충류는 그저 유전자에 입력된 본능의 알고리즘대로 움직이는 기계적 존재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이 이 인간중심적인 오만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독일 보훔 루르 대학교(Ruhr University Bochum)의 알버트 뉴엔(Albert Newen) 교수와 오누르 군투르쿤(Onur Güntürkü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 철학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한 두 편의 연구를 통해 의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그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의식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척박한 야생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명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발달시켜 온 유연한 '생존 도구'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철학적 이론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까마귀와 비둘기의 뇌를 정밀 분석해 새들도 우리처럼 세상을 '주관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신경생물학적 증거를 찾아냈다. 생존을 위한 3단계 진화…'ALARM' 시스템 철학자 알버트 뉴엔과 카를로스 몬테마요르(Carlos Montemayor)는 의식이 왜, 어떤 목적으로 생겨났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ALARM 이론'을 정립했다. 이들은 의식이 단일한 능력이 아니라,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화한 세 가지 층위의 복합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 단계는 '생존의 사이렌(기초적 각성)'이다. 뜨거운 불에 손이 닿았을 때를 상상해 보라. 뇌가 "뜨겁다"고 판단하기도 전에 신체는 반사적으로 손을 뗀다. 이때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은 신체가 손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경보음이다. 뉴엔 교수는 "진화적으로 가장 먼저 발달한 이 기초적 각성은 생명 위협 상황에서 신체를 즉각적인 '경보(ALARM)' 상태로 만든다"며 "이는 생명체가 포식자 앞에서 즉시 도주하거나,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freezing) 것과 같은 생존 반응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초적인 의식은 대뇌피질이 아닌 뇌의 가장 깊은 곳, 시상이나 뇌간에서 작동하며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제로 작용한다. 두 번째 단계는 '집중의 스포트라이트(일반적 기민성)'다. 생명체는 매 순간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 정보의 홍수 속에 놓여 있다. 이 모든 정보를 다 처리하려면 뇌는 과부하에 걸린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선택적 집중'이다.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내 이름은 들리고(칵테일 효과), 대화 중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하던 말을 멈추고 연기의 근원을 찾는다. 이 단계의 의식은 수많은 자극 중 생존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에만 조명을 비춘다. 이를 통해 생명체는 단순한 반응을 넘어 인과관계를 학습한다. "연기가 나면 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나아가 복잡한 환경적 상관관계까지 파악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일반적 기민성이다. 세 번째 단계는 '거울 속의 나(반성적 자의식)'다. 인간과 침팬지, 돌고래, 그리고 일부 조류가 도달한 고차원의 영역이다. 단순히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 것을 넘어,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나'를 인식한다.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거울 속의 이미지를 자신으로 인지하는 능력이다. 뉴엔 교수는 "이 단계의 의식은 사회적 동물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타인과 나를 구분하고, 나의 이미지를 행동 계획에 통합함으로써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사회적 생존'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차이…구조는 달라도 기능은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는 거대한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이 있어 이런 복잡한 사고가 가능하다지만, 뇌 용량이 호두 알만 하고 매끈한 뇌 구조를 가진 새들은 어떻게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신경생물학자 오누르 군투르쿤 교수는 이를 '운영체제(OS)의 차이'라는 명쾌한 비유로 설명한다. 인간의 뇌가 '아이폰(iOS)'이라면, 새의 뇌는 '갤럭시(안드로이드)'와 같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구조와 배선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같은 앱(의식)을 구동하는 기능적 결과는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의미다. 새에게는 인간의 전전두엽 피질에 해당하는 6개 층의 쭈글쭈글한 구조가 없다. 대신 '니도팔리움 코도라터랄(NCL-Nidopallium Caudolaterale)'이라는 고도로 연결된 특수 뇌 영역이 그 역할을 완벽히 대신한다. 연구팀은 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정교한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연구진은 까마귀에게 시각적 임계점에 있는 아주 희미한 빛을 보여주고, 빛을 봤으면 고개를 움직이도록 훈련시켰다. 이때 까마귀의 NCL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신경세포들은 빛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느냐 마느냐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까마귀가 "나 빛을 봤어"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순간에만 정확히 반응했다. 빛이 있었어도 까마귀가 못 봤다고 판단하면 세포는 잠잠했고, 빛이 없었어도 봤다고 착각하면 세포는 활성화됐다. 이는 조류의 뇌가 눈(감각기관)이 보내는 신호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통합하고 해석하여 '주관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이를 과학용어로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한다. 서로 다른 진화의 경로를 걸어왔지만, 생존이라는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뇌 구조로 '의식'이라는 동일한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거울 속 '나'를 아는 수탉 새들이 자의식을 가졌다는 행동학적 증거는 수탉 실험에서도 드러났다. 수탉은 본능적으로 하늘에 매(포식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면 "꼬끼오" 하고 큰 소리로 경고음을 내 동료들을 피신시킨다. 반면 혼자 있을 때는 포식자가 나타나도 소리를 내지 않고 숨는다. 소리를 내면 자신의 위치가 들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본능을 이용해 수탉에게 거울을 보여주며 천장에 매의 그림자를 비췄다. 만약 수탉이 거울 속 자신을 '다른 닭(동료)'으로 착각했다면, 동료를 구하기 위해 경고음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수탉은 침묵했다. 거울 속 이미지가 지켜줘야 할 동료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반영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반대 검증을 위해 투명 유리 너머에 진짜 다른 수탉을 두었을 때는, 매의 그림자를 보자마자 즉시 경고음을 냈다. 군투르쿤 교수는 "이 실험은 수탉이 거울 속 이미지를 '타인'이 아닌 것으로 인지하고, 상황적 맥락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록 침팬지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마에 묻은 얼룩을 손으로 닦아내는 수준의 완벽한 자의식 테스트를 통과하지는 못하더라도, 생태계에서 필요한 수준의 '상황적, 기초적 자의식'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의식은 특권이 아닌 '오래된 적응' 이번 연구는 의식을 바라보는 과학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복시켰다. 의식은 인간이라는 종(種)만이 도달한 진화의 결승점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만 년 전,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감지하고 먹이를 찾으며 무리와 소통하기 위해 생명체가 발달시켜 온 유연한 '생존 무기'다. 우리가 길가에서 마주치는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비둘기가 복잡한 도심에서 길을 찾을 때, 그들의 작은 머릿속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의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대뇌피질이 없어도, 언어가 없어도, 그들은 세상을 느끼고 경험하며 판단한다. 인간은 지구상의 유일한 지성체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복잡하고 성능 좋은 '알람'을 가진, 진화의 수많은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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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13)] 의식은 인간의 특권 아냐⋯생존 위해 진화한 '고대의 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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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9)] 남극서 '역대 초고속' 빙하 붕괴 관측⋯헥토리아 빙하, 두 달 만에 8㎞ 후퇴
- 남극 동부 반도에 위치한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불과 두 달 만에 약 8km(5마일)나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연구진은 2022년 11월과 12월 사이 하루 평균 0.8km가량 뒤로 밀려나며, 남극 빙하 중 기록상 가장 빠른 붕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콜로라도대 환경과학협동연구소(CIRES)의 박사후 연구원 나오미 오크왓(Naomi Ochwat) 주도로 진행됐다. 그는 "2024년 초 헥토리아 상공을 비행하며 붕괴 지대를 직접 목격했을 때, 그 규모에 압도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위성 영상으로 이 빙하가 단 2일 만에 2.5km 이상 후퇴한 사실을 포착했다. 헥토리아의 급격한 붕괴는 빙하 아래의 평탄한 해저 지형에서 비롯됐다. 해수면 아래 완만한 해저 평원 위에 놓인 빙하는 두께가 얇아질 경우 쉽게 부력을 받아 뜨기 시작하며, 그 과정에서 대규모로 갈라져 나가는 '부력 유발 붕괴(buoyancy-driven calving)'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붕괴 시점에 여섯 차례의 빙하 지진이 동반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거대한 빙괴가 전복될 때 발생하는 특유의 지진 신호로, 실제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는 육상 빙하 손실임을 의미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에 따르면 남극의 그린 빙하와 헥토리아 빙하는 2002년 붕괴된 라르센 B 빙붕의 지류였다. 이 빙붕이 붕괴된 후에는 더 이상 그곳으로 흘러들어가는 빙하들을 지탱해주지 못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빙하들의 높이는 급격히 떨어졌다. 위성 관측 결과, 헥토리아의 이동 속도는 붕괴 전보다 6배 이상 빨라졌고, 잔존 빙상에서는 연간 약 80m의 급격한 두께 감소가 측정됐다. 당시 해수 온도나 표면 융빙이 비정상적으로 높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빙하 전면을 지탱하던 계절성 해빙(季氷)이 사라지며 파랑과 빙괴의 압력이 직접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헥토리아의 사례는 규모는 작지만 남극의 주요 빙하들이 가진 구조적 특성과 유사하다"며 "평탄한 해저 지형 위의 빙하에서는 유사한 조건이 재현될 경우 단기간에 대량의 빙하가 해수면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서남극 빙하처럼 빙하가 일정 임계점에 도달하면 예측보다 수십 년 빠르게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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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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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9)] 남극서 '역대 초고속' 빙하 붕괴 관측⋯헥토리아 빙하, 두 달 만에 8㎞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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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8)] 남극, 되돌릴 수 없는 변화 임박⋯"지구 해수면·생태계에 연쇄 충격"
- 지구 남극 대륙이 빙하, 해양, 생태계 전반에 걸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대폭 감축하지 않는다면 남극의 변화가 호주를 비롯한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에 심각한 파급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6일(현지시간)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호주국립대(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ANU)와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등 호주 주요 남극 연구기관 공동 연구진은 "남극 전역에서 대규모 변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며, 이 과정들이 서로 긴밀히 연동돼 전 지구적 기후·해수면·생태계에 복합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서남극 빙상, "붕괴 진행 중"…해수면 3m 상승 가능성 연구진은 특히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WAIS)을 "붕괴 위험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지목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추세대로 상승할 경우, 서남극 빙상이 완전히 붕괴돼 전 세계 해수면이 최대 3미터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남극청(Australian Antarctic Division)의 수석 과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네릴리 에이브럼(Nerilie Abram) 박사는 "이미 남극의 빙하, 해양, 생태계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지구 온도가 0.1도씩 높아질 때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향후 세대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빙 급감·해양순환 약화…'피드백 루프' 가속화 에이브럼 박사는 "최근 남극 해빙의 급격한 감소는 또 다른 경고 신호"라며 "해빙이 사라지면 남극 주변 부유 빙붕(ice shelf)이 파도에 의해 더 쉽게 붕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빙의 축소와 남빙양(Southern Ocean) 심층 해류 순환의 약화는 남극 해양 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해빙이 줄어들수록 태양열이 바다 표면에 더 많이 흡수돼 지역 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호주 해안도시·기후에 직접적 타격 공동저자인 매슈 잉글랜드(Matthew England) UNSW 교수는 "남극의 급격한 변화는 호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도시 피해, 해양 산소 감소로 인한 탄소 흡수 능력 저하, 남극 해빙 감소에 따른 지역 온난화 가속 등 복합적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잉글랜드 교수는 또 "남극 심층 해류 순환이 붕괴할 경우, 영양염이 표층으로 공급되지 않아 해양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황제펭귄·크릴 등 남극 생태계 붕괴 조짐 해빙 감소는 남극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잉글랜드 교수는 "황제펭귄 새끼들은 해빙 위에서 성장하는데, 최근 일찍 해빙이 깨지는 현상으로 인해 일부 개체군에서는 번식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일부 지역에서는 번식 실패가 여러 차례 반복되며 개체군 전체가 사라진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진은 또 크릴(krill), 펭귄, 바다표범 등 남극 생태계 핵심종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식물성 플랑크톤 역시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1.5도 목표 지켜야"…온실가스 신속 감축만이 유일한 해법 에이브럼 박사는 "남극조약체계(Antarctic Treaty System)와 같은 국제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히 줄여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산업계, 지역사회 모두가 남극의 급속한 변화를 기후적응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호주와 같은 인접국은 이러한 변화를 국가 전략에 적극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지구 과학 협력으로 남극 변화 추적 이번 연구는 호주 남극과학우수센터(ACEAS)를 중심으로, '남극 환경의 미래 확보(SAEF)', '호주 남극프로그램 파트너십(AAPP)', '호주 남극청(AAD)' 등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세계 각국의 남극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 정부의 장기 계획인 '남극과학 10년 전략(2025~2035)'의 일환으로, 지구 최남단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급속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남극의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며 "지구 기후체계의 최후 방어선이 무너질지 여부는 인류의 감축 의지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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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8)] 남극, 되돌릴 수 없는 변화 임박⋯"지구 해수면·생태계에 연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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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4)] 지구 남·북반구 간 '태양광 반사 대칭' 깨진다
-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가 유지해온 태양복사 에너지 균형이 최근 20여 년 사이 무너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나사(NASA) 랭글리연구센터 노먼 로브 박사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반구가 남반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태양빛을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26일(현지시간) 라이브사이언스가 전했다. 연구진은 NASA 위성 'CERES'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1~2024년 지표 반사율과 일사 흡수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북반구는 10년마다 1㎡당 0.34W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빙하와 만년설 감소, 오염물질 저감, 수증기 증가 등이 지목됐다. 특히 연구진은 구름량이 에너지 불균형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기후 시스템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며 경고했다. [미니해설] 지구 에너지 균형 '균열'…북반구 일사 흡수 급증 지구 기후 균형 무너지는 징후…북반구 일사 흡수 증가, '비대칭 지구'로 가나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북반구와 남반구 간의 에너지 균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업활동과 도시화가 집중된 북반구가 오히려 태양광 반사율이 높은 특성을 보여온 ‘기후의 역설’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학계는 이를 기후변화가 본격적인 '불안정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균형이 깨지고 있다"…24년 관측이 말해준 변화 NASA 랭글리연구센터 노먼 로브 박사 연구팀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반구의 일사 흡수 증가 추세가 남반구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밝혔다. 분석에는 2001년 이후 24년간 NASA의 '구름 및 지구복사에너지시스템(CERES)' 위성 관측 자료가 활용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반구는 10년마다 ㎡당 약 0.34W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으나, 행성 규모로 확대하면 거대한 에너지 유입 증가를 의미한다. 에너지 불균형은 결국 기온 상승, 강수 패턴 변화, 극한 기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는 태양에서 흡수한 에너지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를 통해 기후 균형을 유지한다. 어느 한쪽이 어긋나면 전체 시스템이 재구성된다. 메릴랜드대 잔칭 리 교수는 "이는 지구의 에너지경제가 적자 상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장기적으로 기후 시스템이 새로운 상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강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왜 북반구만 더 뜨거워지나…3대 원인 분석 로브 박사팀은 '부분복사교란(PRP)' 분석 방식을 통해 불균형의 원인을 분해했다. 그 결과 세 가지 요인이 핵심으로 지목됐다. ① 빙하·만년설 감소 북극 빙권은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이다. 밝은 얼음이 녹으면 어두운 바다와 토지가 드러나 일사 흡수가 증가하는 '빙하-알베도 피드백'이 발생한다. ② 대기오염물질 감소 중국·미국·유럽 등에서 에어로졸 배출 저감 정책이 진행되면서 태양광을 반사하는 미세 입자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역설적이게도 환경정책의 성과가 기후 균형 측면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③ 수증기 증가 온난화가 더 빠른 북반구에서 대기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흡수되는 단파 복사 에너지량이 확대됐다. 수증기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그 결과, 북반구는 지속적으로 더 많은 열을 '가둬두는 행성'이 되고 있다. "구름이 상쇄해줘야 하는데"…기후 시스템의 경고 이 변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구름의 보상 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후 시스템은 균형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 북반구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 구름이 더 많이 형성되어 반사 작용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관측 결과, 지난 20년 동안 구름량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로브 박사는 이를 두고 "기후 시스템의 '교정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기후 변화가 새로운 체제(regime)로 넘어가는 초기 징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기후·경제·안보 전반에 파장…"불균형 확대되면 위험" 북반구 중심의 일사 흡수 증가는 △ 대기 대순환 변화, △ 해수면 온도 상승 가속, △ 폭염·폭우·한파 등 극한현상 불규칙화, △아열대 고기압대 확장, △식량 생산 지형 변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산업 기반이 집중된 북반구는 전 세계 GDP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기후 불균형이 경제·금융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리 교수는 "이 변화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현실 데이터로 관측되는 기후 변곡점"이라며 "정책 대응의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계 "모델 고도화로 향후 10년이 관건" 연구진은 곧 공개될 차세대 기후 모델을 통해 △ 구름-에어로졸 상호작용, △ 열수지 변화에 대한 지역별 응답, △ 남·북반구 간 에너지 교환 메커니즘 등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로브 박사는 "다음 세대 관측과 모델링 연구가 이 의문을 풀 열쇠"라며 "'비대칭 지구'가 일시적일지, 새로운 표준이 될지 향후 10년 내 결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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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4)] 지구 남·북반구 간 '태양광 반사 대칭'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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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0)]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 지구 환경의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중 9개 중 7개가 이미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5 행성 건강 보고서(Planetary Health Check)'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지구 위험 한계선을 1개 더 넘어섰으며 올해는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가 새롭게 위험 구역에 포함됐다. PIK 보고서는 ▲기후 변화 ▲생물권 완전성 ▲토지시스템 변화 ▲담수 사용 ▲생지화학적 순환(질소·인) ▲신규 화학물질(오염물) ▲해양 산성화 등 7개 항목이 한계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해양 산성화는 올해 처음으로 '위험 상태'로 평가됐다. 산업화 이후 해수 표면 pH는 약 0.1 낮아져 산성도가 30~40% 상승했으며, 냉수 산호, 열대 산호초, 극지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한 록스트룀 PIK 소장은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4분의 3이 안전구역을 벗어났다"며 "인류는 문명 유지가 가능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성화의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 파괴, 토지 이용 변화로, 바다가 기후 안정 장치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해설] '바다의 경고등' 켜진 지구…7번째 경계선 붕괴가 의미하는 것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새 보고서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안전한 운영 한계'를 넘어섰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특히 올해는 해양 산성화가 새롭게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지구의 위기 수준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은 인류가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정의하는 개념으로, 2009년 PIK와 스톡홀름 복원센터 연구진이 제시했다. 9개의 핵심 시스템은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는 '생명 유지 장치'로, 그중 7개가 이미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문명 유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새롭게 붕괴된 항목인 해양 산성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직접적인 결과다. 화석연료 연소와 산림 파괴로 인해 흡수된 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해수의 pH를 떨어뜨리면서, 바다는 점점 더 산성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해수의 pH는 약 0.1 하락했으며, 이는 산성도가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대기와 맞닿은 해양 표층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인 플랑크톤(pteropods)과 산호초가 약화되고, 해양 먹이사슬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플랑크톤은 어류의 주요 먹이원으로, 이들의 감소는 수산업과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직결된다. 레브케 카이저 PIK 해양연구 공동대표는 "해양의 산성화, 산소 감소, 해양 열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지구 기후 안정의 핵심 축인 바다가 압박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현상은 단순한 해양 문제를 넘어 식량 안보와 인류 복지, 기후 안정성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학자 실비아 얼은 "바다는 지구의 생명 유지 장치이자 산소의 근원"이라며 "지금의 산성화는 지구 시스템의 대시보드에 켜진 '적색 경고등'"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바다를 보호하지 않으면, 인류 자신이 서 있는 기반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개 항목이 한계를 넘었지만 △'성층권 오존층'과 △'에어로졸(대기오염 입자)'은 여전히 안전 구간에 있다. 이는 국제 협력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1987년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사용을 제한한 결과, 오존층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로졸 배출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일부 지역은 여전히 위험 수준의 미세입자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보리스 작슈베프스키는 "지구 한계선은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시스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인류 복지와 경제 발전, 사회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지구 시스템의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요한 록스트룀 소장은 "오존층 회복과 대기오염 감소가 보여주듯, 국제 정책과 협력이 위기를 되돌릴 수 있다"며 "지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지만, 치료의 창문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기후 변동의 임계점(tipping point)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남극 빙붕 붕괴, 아마존 열대우림의 건조화, 해류 순환 약화 등 복합적인 변화가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 인류의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불가역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성 한계 보고서'는 경고와 동시에 해답을 제시한다. 해양 산성화를 늦추려면 화석연료 사용 감축, 해양 생태계 복원, 국제적 탄소 감축 협력이 필수다. 7개의 붕괴된 한계선은 위기를 알리는 신호이자, 인류가 아직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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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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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70)] 지구 '한계선' 9개 중 7개 붕괴⋯'해양 산성화' 위험 올해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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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6)] 남극 최대 빙하 균열 가속⋯'스웨이츠 붕괴' 현실화되나
- 세계에서 가장 넓은 빙하로 꼽히는 남극 대륙의 '스웨이츠(Thwaites) 빙하'가 붕괴 임계점에 근접하며 지구 해수면 상승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NASA 위성 자료를 기반으로 빙붕의 균열을 정밀 추적한 결과, 스웨이츠 빙하의 동쪽 빙붕에서 급속한 균열 확산이 진행 중이며, 빙하의 구조적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어스닷컴이 보도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길이 120km(약 80마일)에 달하며, 서남극 해안에서 바다를 향해 거대한 빙붕을 형성하고 있다. 이 빙붕은 해수면에 떠 있지만 육지에 고정되어 있으며, 일종의 '방어벽' 역할을 하며 빙하 전체의 붕괴를 막고 있다. 그러나 이 빙붕이 무너지면 후방의 거대한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며, 전 지구적으로 해수면을 수 미터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NASA의 고정밀 위성 ICESat-2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해 수직 방향의 빙붕 균열을 고해상도로 시각화하고, 균열의 깊이·위치·형태 등을 3차원으로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슈지에 왕(Sujie Wang)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빙붕의 균열은 단순한 이론 모델로 설명하기엔 복잡도가 높으며, 실제 관측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존 이론이 놓쳤던 미세한 균열의 형성과 진화를 추적함으로써, 붕괴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사전 경보 시스템' 구축에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스웨이츠 빙붕 동쪽 구간에서 균열이 더 빠르게 진행 중인 반면, 서쪽 구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겨울철 이상 고온, 해빙 감소, 해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은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균열이 확산되면 얼음의 흐름이 빨라지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균열이 발생하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기 강화적 불안정성 메커니즘이 빙붕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동저자인 리처드 앨리(Richard Alley) 교수는 "한 번 무너진 빙붕이 다시 자라나는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붕괴 시점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02년 붕괴된 라르센B 빙붕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된 후속 프로젝트다. 당시 라르센B 빙붕은 수년간 누적된 온난화 영향 끝에 단 5주 만에 3200㎢ 규모가 완전히 붕괴됐다. 당시에는 예측 모델이 붕괴 전조를 포착하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는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관측 기반 분석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또한 향후 남극 전체 빙붕에 대한 분석을 확장하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이자 박사과정 연구원인 황 정루이(Zhengrui Huang)는 위성 자료를 기반으로 40개 이상의 남극 빙붕에서 균열 위치·깊이·형태를 3D로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자료는 향후 극지방 빙붕 역학을 연구하는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핵심 관측 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황 연구원은 "이번 데이터셋은 남극 빙붕 붕괴 예측을 위한 관측 기반 모델의 정교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기후 변화에 따른 남극 빙하의 반응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계절 기후 변화, 하천 유입, 관광 활동, 해류 모델링 등을 연계해 빙붕 균열의 전개 과정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지구환경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Remote Sensing)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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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156)] 남극 최대 빙하 균열 가속⋯'스웨이츠 붕괴'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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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25)] 밤하늘에 동시에 떠오른 두 개의 '신성'⋯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희귀 천문현상
- 최근 밤하늘에 새로운 별 두 개가 동시에 출현하는 이례적인 천문현상이 관측됐다. 천문학자들은 이 두 개의 '신성(nova)'이 육안으로 동시에 보인 것은 관측 역사상 처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스카이 앤 텔레스코프 (Sky & Telescope)에 따르면, 첫 번째 신성인 'V462 루피(V462 Lupi)'는 6월 12일 오하이오 주립대학교가 주도하는 전천 자동 초신성 탐사(ASAS-SN)를 통해 처음 발견됐다. 이 신성을 낳은 별은 보통 너무 어두워서 맨눈으로는 볼 수 없으며, 겉보기 밝기( 등급 )는 +22.3이다. 남쪽 하늘의 늑대자리에서 관측된 V462 루피(V462 Lupi)는 원래보다 300만 배 이상 밝아진 후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6월 25일에는 돛자리에서 두 번째 신성인 'V572 벨로룸(V572 Velorum)'이 출현하며, 약 2주 사이 두 개의 밝은 폭발이 잇따라 관측됐다. 1일(현지시간)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러한 신성은 태양처럼 안정적인 별이 아닌, 백색왜성과 동반성이 짝을 이루는 쌍성계에서 발생하는 폭발 현상이다. 백색왜성이 동반성으로부터 가스를 흡수해 표면에 물질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겨 표면이 폭발하면서 강한 빛을 발산하는 것이 신성이다. 이와 달리 초신성은 별 자체가 완전히 파괴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천문학자 유스케 탐포가 별의 지문을 분석한 결과, 이는 클래식 신성으로 분류됐다. 클래식 신성은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 관측될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데, 이번처럼 두 개가 같은 시기에 육안으로 관측된 사례는 전례가 거의 없다. 천문학자 스티븐 오미어라는 "동시 관측된 신성 두 개의 사례는 역사상 처음일 수 있다"며 "1936년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지만, 그때는 두 별이 같은 시점에 최대 밝기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V462 루피는 6월 20일 밝기 +5.5등급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맨눈으로 볼 수 있는 +6등급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V572 벨로룸은 6월 27일 +4.8등급까지 밝아지며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참고로 등급이 낮을수록 밝은 별이며, 예를 들어 보름달은 -12.7등급이다. 천체사진가 엘리엇 허먼은 칠레에 위치한 원격 카메라를 통해 두 신성의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에서 V572 벨로룸은 청백색의 빛을, V462 루피는 자줏빛을 띠고 있다. 신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청색 파장이 먼저 사라지며 붉은빛으로 바뀌고, 점차 시야에서 사라진다. 두 신성 모두 남반구 하늘의 별자리에서 관측돼, 남반구에서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도 루피 신성은 남쪽 지평선 부근에서 관측 가능하며, 벨로룸은 멕시코와 미국 남부 일부 지역에서 조건에 따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지만, 천체망원경이나 쌍안경이 있으면 훨씬 뚜렷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번에 출현한 두 신성은 과거에 기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천체로, 재출현 여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천문학자들은 두 신성이 향후 몇 주 내로 점차 시야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이전에 가능한 한 많은 관측과 기록을 통해 이 역사적인 천문현상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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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25)] 밤하늘에 동시에 떠오른 두 개의 '신성'⋯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희귀 천문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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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안에 양자컴퓨터 실전 투입" 구글 선언⋯AI·산업계에 격변 예고
- 구글의 양자컴퓨터 개발 책임 엔지니어 율리안 켈리는 21일(현지시간) "향후 5년 안에 고전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해결하는 실제 사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는 구글 I/O 행사 중 양자 세션에서 산업 분야에서 먼저 상용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하며, "큐비트 수 1000개 달성도 2~3년 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구글은 자체 칩 '윌로우'를 장착한 양자컴퓨터로 슈퍼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미니해설] 구글 양자컴푸터 책임자 "5년 안에 상용사례 나온다"⋯AI와의 결합도 시사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IBM과 함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구글이 향후 5년 이내에 양자컴퓨터만이 해결할 수 있는 실제 산업 응옹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oogle I/O) 이틀째 행사에서, 구글 양자컴퓨터 책임 엔지니어 율리안 켈리는 "5년 내 고전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가 해결하는 응dmd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양자컴퓨팅이 실생활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가 될 것"이라며, 산업 분야에서 먼저 실제 적용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켈리의 이 발언은 지난 1월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는 20년이 걸릴 것"이라며 보수적 전망을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켈리는 상용화의 의미에 따라 시간표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양자기술이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첫 사례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디지털 컴퓨터가 사용하는 비트(bit) 대신, 0과 1을 동시에 표현하는 '중첩 상태'의 큐비트(qubit)를 계산 단위로 사용한다. 이론적으로 큐비트 수가 많아질수록 처리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슈퍼컴퓨터조차 풀 수 없는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자사 양자칩 '윌로우(Willow)'를 발표했다. 윌로우가 장착된 양자컴퓨터는 미국의 최고속 슈퍼컴퓨터 '프런티어'가 10의 24제곱 년(셉틸리언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실험은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실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윌로우에는 105개의 큐비트가 탑재돼 있으며, 켈리는 "향후 2~3년 내에 큐비트 수 1000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큐비트 1000새는 고전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을 양자컴퓨터가 수행할 수 있는 임계점으로 간주된다. 다만 켈리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푸터를 완전히 대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더 빠른 고전 컴퓨터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라며 "양자컴푸터와 고전 컴퓨터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대전화 등 일상적인 디지털 기기가 곧바로 양자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는 특정 분야, 예를 들어 신약 개발, 금융 시뮬레이션, 암호 해독 등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범용 컴퓨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켈리는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가 상호 보안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양자시뮬레이션에 필요한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양자컴퓨터는 AI 학습의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AI를 더 독똑하게 만들기 위해 학습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현재 IBM과 함께 양자컴퓨팅 기술에서 기술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연구개발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몇년 안에 양자컴퓨팅 기술이 산업현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소재 개발, 화학 반응 시뮬레이션, 금융 모델링 등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높다.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는 고전 컴퓨터의 성능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자+고전+AI'의 복합 생태계 구축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구글의 켈리 엔지니어가 언급한 "양자컴퓨터 5년 내 응용사례"는 그 전환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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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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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안에 양자컴퓨터 실전 투입" 구글 선언⋯AI·산업계에 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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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적자 터널'⋯신라·신세계, 인천공항 임차료 법정조정 신청
-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며 법원에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4월 29일, 신라는 이달 8일 인천지방법원에 각각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업체는 제1·2터미널 내 화장품, 향수, 주류, 담배 매장의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첫 조정 기일은 다음 달 2일이다. 양사는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는 회복됐지만 면세점 이용객은 급감하고 있어 막대한 임차료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미니해설] "연간 3천억 원대 임차료 감당 어렵다"…신라·신세계, 법원에 'SOS' 면세업계 불황의 그늘이 법정으로 번지고 있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면세점 임차료 조정을 요청하며 법원 문을 두드렸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매출 하락과 고정비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4월 29일, 신라는 이달 8일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임차료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양사는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내 화장품, 향수, 주류, 담배 매장의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정 기일은 오는 6월 2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조정 신청의 배경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 구조 변화가 있다. 2023년부터 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존의 고정 임대료 방식에서 여객 수에 연동되는 구조로 변경됐다. 입찰 당시, 호텔신라와 신세계는 여객 1인당 약 1만 원의 수수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월 평균 약 300만 명 수준으로, 업체당 월 임차료가 약 300억 원, 연간 3,6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호텔신라 2023년 연매출의 11%, 신세계면세점 연매출의 1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구매자 수와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면세점 매출의 핵심 고객층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유입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며,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도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소비 심리가 위축돼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실적에도 반영됐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6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23년 22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해 866억 원의 영업이익에서 359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50억 원, 23억 원의 손실을 내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가 법원에 조정 신청까지 하게 된 배경에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양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특허는 10년 간 유효하며, 아직 8년 이상이 남았다. 장기전이 불가피한 만큼, 조속한 비용 구조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에 여러 차례 임차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부득이하게 법원에 조정을 신청하게 됐다"며 "면세업 위기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발전적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해외 주요 공항은 임차료 조정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면세사업자와 상생하고 있다"며 "국내 관광산업에서 면세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공사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다른 면세사업자들의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공항공사와의 임대 조건이 면세업계 전체 수익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사례가 향후 면세점 운영 방식에 적잖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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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적자 터널'⋯신라·신세계, 인천공항 임차료 법정조정 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