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동안 반복된 감마선 폭발⋯기존 이론으로는 설명 불가
- 중간 질량 블랙홀 관측 가능성, 우주 연구 새 장 열어

우주에서 지금까지 관측된 적 없는 이례적인 감마선 폭발 현상이 포착됐다. 은하계를 넘어 발생한 이번 폭발은 하루 동안 수차례 반복적으로 관측돼, 기존의 천체 물리학적 설명으로는 온전히 해석할 수 없는 사례로 기록됐다고 스페이스닷컴과 웹사이트 Phys.org 등 다수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 더블린대학교(University College Dublin, UCD) 물리학부 안토니오 마르틴-카리요 박사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VLT)을 활용해 이 현상을 포착했다.
마르틴-카리요 박사는 "이번 사건은 지난 50년간의 감마선 폭발 관측사에서 유례가 없는 사례"라며 "대개 감마선 폭발은 별의 격변적 파괴로 인해 한 번 발생한 뒤 소멸되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폭발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주기성을 띠는 듯한 양상까지 보여 학계에 큰 의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 GRB)은 우주에서 관측되는 가장 강력한 폭발 현상 가운데 하나로,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감마선을 방출하는 천체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GRB는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해 중력 붕괴를 겪어 블랙홀이나 중성자 별이 되거나, 어떤 하나의 별이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소위 ' 조석파괴 사건(TDE)'으로 인해 산산이 조각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진은 이번 현상이 두 가지 가설로 설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태양 질량의 약 40배에 달하는 거대 별이 특수한 방식으로 붕괴해 중심부가 장시간 에너지를 공급하는 경우다. 또 다른 가능성은 블랙홀이 항성을 찢어내는 '조석파괴 사건(TDE)'이다. 다만 기존의 TDE와는 달리, 이번 사례를 설명하려면 매우 특이한 별이 '중간질량 블랙홀'과 같은 이례적 천체에 의해 파괴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관측 사상 처음 제기되는 시나리오다.
이번 폭발, 'GRB 250702B'로 명명된 사건은 일반적인 감마선 폭발이 수 밀리초에서 수 분간 지속되는 것과 달리, 무려 하루가량 이어졌다. 이는 "대부분의 감마선 폭발보다 100~1000배 더 긴 지속 시간"이라고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의 앤드루 레반 교수가 밝혔다.
이 현상은 7월 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과 중국과 유럽이 공동 운영하는 '아인슈타인 탐사선'이 잇따라 신호를 포착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후 ESO 연구진은 초거대망원경의 HAWK-I 카메라를 통해 폭발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했으며,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으로 외부 은하 기원임이 확인됐다. 이는 사건의 위력을 기존 추정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재평가하게 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현재 연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파라날 천문대에 위치한 VLT의 분광기(X-shooter)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폭발 이후의 잔광을 추적 관측 중이다. 이를 통해 정확한 거리와 에너지를 산출하고 물리적 모델링을 정교화할 계획이다.
마르틴-카리요 박사는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연구로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드문 천체 현상 중 하나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비롯해 감마선 폭발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