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일 외환당국 '레이트 체크' 동시 포착⋯달러 약세 압력 확대
- 국민연금 환 헤지·자산 배분 논의도 변수⋯"1,400원대 안착 시험대"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20원 가까이 급락하며 단기 변곡점에 들어섰다. 엔화 급등과 함께 미·일 외환당국의 개입 시그널이 동시에 포착되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방향성을 바꾸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과 함께, 정책 변수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6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7원 내린 1,448.8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개장 직후 19.7원 하락한 1,446.1원에 출발해 1,44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장 초반 기준으로는 최근 들어 가장 큰 낙폭이다.
이번 환율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엔화 초강세다. 지난주 160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23일부터 급락해 이날 155엔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50% 하락한 155.04엔 수준이다. 엔화 강세는 곧바로 원화 강세로 전이되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렸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미·일 외환당국의 동시 행보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최근 주요 은행들을 상대로 외환 거래 상황을 점검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본격적인 시장 개입에 앞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사전 절차로 해석된다. 여기에 뉴욕 연방준비은행 역시 미 재무부 지시에 따라 레이트 체크를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달러 매도 압력이 한층 커졌다.
정치적 발언도 환율 하락에 힘을 실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5일 후지TV 토론회에서 "외환시장의 투기적이고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엔화 방어 의지를 공식화한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두 달 새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발언 자체가 직접적인 정책 신호는 아니지만, 정부가 과도한 환율 불안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시장에 읽히면서 심리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화 강세 여파로 달러 전반의 약세 흐름도 뚜렷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28% 하락한 97.240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4.03원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10.25원 상승했다. 이는 원화보다 엔화 강세 폭이 더 크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날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논의 내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회의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포함한 자산 배분 전략과 함께 환 헤지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외환 수급 주체 중 하나로, 환 헤지 비율 조정 여부에 따라 중기 환율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1,440원대 안착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엔화 급등과 달러 약세, 정책 시그널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환율이 빠르게 내려왔다"며 "다만 글로벌 금리 환경과 지정학적 변수까지 감안하면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일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 초중반까지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은 엔화 흐름과 글로벌 정책 공조, 국내 연기금의 운용 전략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 급락 이후의 속도 조절 국면에서, 시장은 '1,400원대가 새로운 균형점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