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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미상 씨의 즐거운 쿠팡(24회)
제24회 "그게 우리 아빠가 자랑하는 지식이죠." 지영은 자기 아빠를 자랑할 줄도 알았다. 지영의 말을 들은 뒤부텨 미상 씨는 우 선생님의 이상한 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길 가는 사람 셋이면 그 가운데 스승이 있다는 옛말처럼, 같은 빌라에 사는 세 가구의 이웃 가운데 누군가는 미상 씨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 희정 씨는 사랑하는 사람 이상의 좋은 인연이었다. 카카오와 코코와 초코를 반려로 삼게 된 저간의 조력자 역시 희정 씨였고, 그해 가을 멋진 단편소설을 썼고 그 작품이 신춘문예에 당선하게 된 기반도 희정 씨가 마련해줬다. 희정 씨는 미상 씨의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인생의 은인이며 운명의 반려자였다. 미상 씨가 신춘문예 당선작인 「행인」을 쓰게 된 계기는 희정 씨와 대화를 나누던 중 흘린 단순한 이야기였다. "저는 어쩌면 연극배우가 될 뻔했어요. 소설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뜻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신인 탤런트가 됐을지도 모르죠." 미상 씨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 잠시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었다는 얘기를 했다. "제 의지라기보다는 친구 따라갔어요. 저는 대학신문사에 가고 싶었는데 그 친구가 하도 연극 동아리로 같이 가지고 끌길래 끌려갔어요." "미상 씨는 연극을 해도 잘할 사람인데요?" "그렇지 않아요. 나처럼 에고로 움직이는 사람은 금방금방 변신하기 어려워 연기가 되질 않아요. 그리고 나는 연출이니 촬영이니 하는 그런 보조역할에는 전혀 욕심이 없거든요. 저는 지금도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 생각해요." "그 친구는 어떻게 됐어요? 미상 씨를 끌고 간 그 친구." "그 친구도 나처럼 숫기가 없어 일찍 탈락했어요. 연극반 그만두고 취업시험 준비에 몰두하더니 지금은 대기업 사원." 미상 씨는 친구와 함께 소품 담당과 홍보 담당으로 잡일을 하며 단역으로 출연했던 학년 말 공연을 이야기했다. "행인 일, 행인 이, 행인 삼, 행인 사가 있었거든요. 나하고 친구는 행인 삼, 행인 사였어요. 대사는 전혀 없고 좌우를 기웃거리며 지나가는 그런 행인이죠.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네 번 공연했는데 저는 토요일에만 출연했어요. 일요일엔 나 대신 조명보조 하던 친구와 역할을 바꿨으니까요. 조명보조 하던 친구나 나 대신 행인 삼을 했어요." "어땠어요. 연기 좋았어요? 박수를 치던가요?" 깔깔깔 웃으면서 희정 씨가 물었고 역시 활짝 웃는 얼굴로 미상 씨가 대답했다. "토요일 저녁 뒤풀이에서 엄청 욕을 먹었어요. 사학년 선배가 연출이었는데 어이없는 표정으로 막말을 했죠." 돌연 미상 씨는 태도를 바꿔 그 연출가 선배의 표정과 대사를 연기했다. "야야, 니는 임마 행인이 아니라 행상이더라. 응? 무슨 행인이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냐, 응? 행인 아니야, 행인! 그냥 슥 지나가는 거야. 왜 두리번거리며 마치 그 공간이 네 인생 전부를 차지하는 곳인냥 첨벙거려?" 선배의 말을 연기한 미상 씨는 즉시 본래의 자기로 돌아왔다. 정색을 한 미상 씨가 자신의 행인 연기에 대한 연출가 선배의 혹평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맞는 말이었어요. 제가 너무 오버했죠. 주인공 두 사람이 서 있는 거리 한쪽으로 지나가고 지나가고 두 번 지나가는 동안 내가 액션을 너무 크게 했어요." 대학교 신입생 미상 씨에서 사학년 선배 연출가로 변신했다가, 연극의 엑스트라 행인 삼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온 미상 씨의 짧은 연기에 희정 씨는 배꼽 빠져라 웃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연기 좋은걸요." "토요일 뒤풀이에선 그렇게 욕을 먹었는데 일요일 쫑파티에선 엄청난 호평을 받았어요. 내가 아니라 다른 애가 나 대신 출연했는데 내게 연기 좋았다고 칭찬을 칭찬을 하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의자에 앉은 미상 씨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희정 씨는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자신이 겪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온몸으로 연기하는 미상 씨의 무표정한 태도가 너무 웃겼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쓰러진 채 미상 씨에게로 얼굴을 돌린 희정 씨는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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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의 사람과 결(5)] 결핍과 욕망의 변주곡-전쟁
결핍과 욕망의 변주곡-전쟁 현대사의 시작을 알린 국가란 18세기 후반 미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 혁명으로 국가의 주인이 왕이 아닌 시민임을 선포하면서 탄생했습니다. 그런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주권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국경선도 단순한 선이 아닌 자원과 생존권이 직결된 날선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인 주권은 민주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주권이 누구에게 있고 어떻게 행사되는지에 따라 역사의 흐름이 바뀌어 왔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도 지도자 한 명의 야욕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지정학적 결핍의 산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륙국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 부동항(바닷물의 표면이 얼지 않는 항구)을 갈구하고, 에너지 자원을 독점하여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려는 시도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경제적 풍요가 곧 국력인 시대에 자원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의 몰락과 정체성의 충돌이후 냉전 시대의 종식은 인류에게 평화를 약속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벽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파편화되고 날 선 정체성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문명의 충돌』을 쓴 사무엘 헌팅턴이 예견했듯이 현대의 전쟁은 문명과 문명, 종교와 종교, 인종과 인종 사이의 미시적인 균열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 확장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졌다면, 현대의 전쟁은 우리와 저들을 구분 짓는 혐오와 공포를 먹고 자라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정보를 공유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타자에 대한 적대감을 순식간에 증폭시키는 확성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고립된 집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받기 위해 선택하는 손쉬운 방법은 공동의 적을 상정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정치적 수단을 넘어 집단적 존재 증명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현대 전쟁은 기술 역설의 연속성을 논할 때 경제적 구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경고했던 군사 공업 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는 현대 국가 경제의 거대한 축이 되었습니다. 전쟁은 파괴적인 행위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거대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무기 체계의 고도화는 전쟁의 문턱을 낮추는 역설을 낳았습니다. 드론과 미사일 기술의 발전은 피를 적게 흘리는 전쟁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정치 지도자들이 무력 사용을 결정할 때 느끼는 도덕적 부채감을 경감시키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전쟁은 더 정교해지고, 더 은밀해지며, 결과적으로는 더 지속적인 형태를 띠게 된 것입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무기를 만드는 행위가 다시 전쟁을 부르는 안보적 딜레마는 현대사가 직면한 가장 아픈 모순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전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의 망각에 있습니다. 참혹한 전쟁을 겪은 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전쟁의 고통은 추상적인 기록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평화가 길어질수록 그것을 당연한 공기처럼 여기는 세대는 전쟁을 일종의 게임이나 해결책으로 오판하기 쉽습니다. 현대사의 비극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배운 것을 너무 빨리 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전쟁은 인간의 이성이 마비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극히 차가운 계산과 뜨거운 감정이 뒤섞여 합리적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에 터져 나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외치지만, 그 외침의 기저에는 상대를 굴복시켜야만 내가 안전할 수 있다는 원시적인 공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인간 본성의 결함이라기보다 우리가 구축한 현대 문명의 구조적 결함에 가깝습니다. 국가라는 틀, 자원의 한계, 정체성의 벽, 경제적 이윤, 이런 엔진들이 맞물려 전쟁이라는 기계를 계속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비극적인 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반전(反戰) 구호를 넘어, 국경과 이익을 초월한 새로운 인류적 연대의 틀을 고민해야만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일어나게끔 방치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필자 소개>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출간했습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과 『솜솜한 인연』을 펴냈으며, 안동문화100선 『이육사』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웹진 《엄브렐라》 주간과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아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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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레이더] 코스피 1.63% 올라 5,640선 회복⋯유가 진정에 대형주 반등
코스피가 17일 국제유가 진정세와 대형주 강세에 힘입어 1%대 상승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대비 90.63포인트(1.63%) 오른 5,640.4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161.95포인트(2.92%) 오른 5,711.80으로 출발해 장중 5,717.13까지 올랐지만,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해지며 오름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하락 전환해 1.35포인트(-0.12%) 내린 1136.94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3.9원 내린 1,493.6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2.76%)와 현대차(3.16%), LG에너지솔루션(3.96%), 기아(3.27%) 등이 상승했고, SK하이닉스(-0.41%)는 장 막판 약세로 돌아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5.42%), 두산에너빌리티(-1.23%)는 하락했다. 유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고 원/달러 환율도 장 초반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지만, 코스닥 약세는 여전히 시장의 경계심이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미니해설] 유가 숨 고르자 살아난 투심…반도체·자동차가 이끈 반등의 속사정 코스피가 17일 5640선에서 거래를 마치며 하루 만에 반등 흐름을 이어갔다. 종가는 5,640.48로 전장보다 90.63포인트(1.63%) 올랐다. 장 초반 분위기는 더 강했다. 지수는 161.95포인트(2.92%) 오른 5,711.80으로 출발해 한때 5,717.13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상승 탄력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후 들어 차익실현과 경계 매물이 나오면서 오름폭이 둔화했고, 종가 기준 상승률은 1%대로 낮아졌다. 외형상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시장 전반의 불안이 완전히 걷힌 장세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날 국내 증시를 움직인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와 환율이었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급등했던 유가가 다소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3.9원 내린 1,493.6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1497원대 후반까지 올랐던 환율이 다시 1,49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오면서 증시는 일단 숨을 돌렸다.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할 때는 외국인 수급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 우려가 동시에 커지지만, 이날처럼 하락세로 돌아서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날 여지가 생긴다. 물론 1490원대 역시 절대 수준으로는 여전히 높은 구간이다. 원화 약세 부담이 해소됐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소한 환율이 더 급하게 치솟지 않았다는 점은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반등의 중심에는 대형주, 그중에서도 반도체와 자동차가 있었다. 삼성전자(2.76%)는 193,900원으로 마감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단순한 시가총액 1위 종목을 넘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AI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오히려 삼성전자 같은 대형 반도체주로 시선을 모으는 모습이다. 다만 SK하이닉스(-0.41%)는 장 막판 하락 전환했다. 전날 7% 넘게 급등했던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뒤늦게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반도체 업종 안에서도 종목별 온도차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업황 개선 기대는 유효하지만, 단기 급등 이후에는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도 많다는 뜻이다. 결국 이날 반도체주는 삼성전자가 강하게 버티고 SK하이닉스가 숨을 고르는 구도로 정리됐다. 자동차주는 또 하나의 주도주였다. 현대차(3.16%)는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단순한 완성차 판매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AI 경쟁력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흐름이 주가에 반영된 셈이다. 기아(3.27%)도 함께 오르며 자동차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최근 시장이 반도체 외에 새로운 주도 업종을 찾는 과정에서 자동차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밖에 LG에너지솔루션(3.96%), SK스퀘어(4.45%), 삼성바이오로직스(1.21%), NAVER(2.75%), 카카오(2.19%), KB금융(0.94%), 신한지주(1.33%), 하나금융지주(1.38%) 등도 상승했다. 금리와 환율 변동성이 다소 진정되자 그동안 눌려 있던 플랫폼주와 금융주까지 매수세가 확산된 것이다. 특히 금융주는 환율 급등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흐름을 보였지만, 이날은 시장 전반의 안도감 속에 반등에 동참했다. 반면 방산·중공업주는 조정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5.42%), 두산에너빌리티(-1.23%)가 하락했고, 전날까지 중동 리스크 수혜 기대를 받았던 일부 종목에서는 차익실현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시장이 하루 만에 '전쟁 수혜주'에서 '유가 안정 수혜주'와 '대형 성장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의미다. 다만 이런 순환매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유가와 환율이 재차 출렁일 수 있고, 그 경우 이날 강세와 약세의 구도도 다시 뒤집힐 수 있다. 코스닥의 흐름은 이런 불안한 균형을 더 선명하게 보여줬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상승 출발했지만 결국 1.35포인트(-0.12%) 내린 1136.94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1% 넘게 올랐는데도 코스닥이 약세로 돌아선 것은 투자자들이 대형 우량주 중심의 제한적 매수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즉, 시장 전체가 강해졌다기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대표주가 지수를 끌어올린 성격이 짙었다. 코스닥이 살아나지 못하면 체감상 반등의 폭은 생각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이날 장세는 '추세 전환'보다는 '안도 랠리'에 가까웠다. 국제유가가 진정되고 원/달러 환율이 1,493.6원(-3.9원)으로 내려오자 그동안 눌려 있던 대형주가 빠르게 반등했지만, 장 후반 상승폭 축소와 코스닥 약세는 시장이 여전히 불안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2.76%), 현대차(3.16%), LG에너지솔루션(3.96%) 같은 핵심 종목이 살아난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SK하이닉스(-0.41%)의 막판 밀림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5.42%) 급락은 투자심리가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앞으로 시장의 관건은 분명하다. 유가가 추가로 안정될지, 환율이 1490원 아래로 더 내려올 수 있을지, 그리고 반도체와 자동차에 집중된 매수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핵심이다. 이 세 조건이 충족돼야 이번 반등은 단순 기술적 반등을 넘어 추세 회복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지금의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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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시가 18.67% 급등⋯강남·한강벨트 보유세 부담 커진다
지난해 서울 강남3구와 한강벨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뛴 영향으로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7% 올라 5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올해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평균 상승률은 9.16%였지만 서울은 이를 크게 웃돌며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강남3구 공시가격은 평균 24.7% 상승했고, 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 등 한강벨트 8개 구도 평균 23.13% 올라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에서 48만7362가구로 1년 새 53.3% 늘었고, 이 가운데 85.1%가 서울에 몰렸다. 강남과 한강벨트 일부 고가 아파트는 올해 보유세 증가율이 40~50%대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니해설] 공시가 급등의 명암…서울 집값 반영됐지만 세금 충격도 커졌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숫자만 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온도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9.16%였지만 서울은 18.67%로 두 배를 웃돌았다. 지난해 서울 강남3구와 한강변 핵심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한 흐름이 고스란히 공시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현실화율은 지난해와 같은 69%로 동결됐지만, 시세 자체가 크게 오른 탓에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체감할 세금 부담은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강남과 한강벨트에서는 보유세 증가율이 40~50%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울 안에서도 오름폭 격차가 크고,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는 더 벌어졌다. 올해 공시가격 발표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서울 중심 자산 양극화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17일 공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전국 약 1585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산정한 결과다. 기준 시점은 올해 1월 1일이며, 시세에 현실화율 69%를 곱해 공시가격을 산출했다. 정부는 현실화율을 추가로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변동은 사실상 지난해 시세 변화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울 집값 상승이 워낙 가팔랐던 탓에 현실화율 동결 효과는 체감되기 어렵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과 실거래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서울 핵심지의 급등세를 보다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수치가 됐다. 서울의 18.67% 상승률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동주택 공시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로도 세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이는 2022년의 전국적 급등 국면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가격이 요동쳤다면, 올해는 서울 특히 일부 핵심 지역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더 분명하다. 다시 말해 전국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뜨거운 것이 아니라 서울의 특정 입지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 내부를 들여다보면 쏠림 현상은 훨씬 선명하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24.7%에 달했다. 강남구는 26.05%, 송파구는 25.49%, 서초구는 22.07% 올랐다. 강남권은 학군, 교통, 재건축 기대, 한강 조망, 희소성까지 겹치며 지난해 실거래가가 빠르게 상승했던 곳이다. 그 결과 공시가격도 서울 평균을 한참 웃도는 폭으로 뛰었다. 여기에 더해 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 등 이른바 한강벨트 8개 자치구 역시 평균 23.13% 상승하며 강남권에 근접한 흐름을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성동구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29.04%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성동구는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동북권의 대표적인 선호 주거지로 부상했고, 한강변 입지와 신축 수요, 교통 개선 기대가 겹치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양천구 24.08%, 용산구 23.63%, 동작구 22.94%, 강동구 22.58%, 광진구 22.20%, 마포구 21.36%도 모두 20%를 넘겼다. 전통적 부촌인 강남3구뿐 아니라 서울 핵심 생활권 전반으로 고가 주택의 가치 상승이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런 지역을 제외한 서울 나머지 14개 자치구의 평균 상승률은 6.93%에 그쳤다. 도봉구 2.07%, 강북구 2.89%, 금천구 2.80%, 중랑구 3.29% 등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이는 서울 안에서도 자산 격차가 한층 벌어졌다는 뜻이다.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한강벨트와 외곽 지역의 공시가격 변화가 이렇게 다르다면 세금 부담, 대출 여건, 자산 재평가, 시장 심리까지 모두 다르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서울이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도 ‘핵심지’와 ‘비핵심지’의 분리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의 차이는 더 극적이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3.37%에 그쳤다. 경기 6.38%, 세종 6.29%, 울산 5.22%, 전북 4.32%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서울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반면 제주(-1.76%), 광주(-1.25%), 대전(-1.12%), 대구(-0.76%), 충남(-0.53%), 강원(-0.45%), 전남(-0.24%), 인천(-0.10%)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 9.16%가 실제로는 서울 핵심지의 급등에 크게 끌어올려진 수치라는 점을 말해준다. 시장이 살아난 곳과 여전히 정체되거나 약세인 곳의 간극이 공시가격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역시 세금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산정의 기초가 된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48만7362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6만9364가구 늘어 증가율이 53.3%에 달한다. 이 중 85.1%인 41만4896가구가 서울에 몰렸다. 서울이 종부세 과세 주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공시가격 상승의 충격이 어디에 집중될지를 잘 보여준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9만9372가구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7만5902가구, 서초구 6만9773가구가 뒤를 이었다. 양천구 2만8919가구, 성동구 2만5839가구도 적지 않았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송파구가 1만8821가구 늘어 가장 많았고, 강동구 1만6362가구, 성동구 1만5378가구, 강남구 1만5327가구, 양천구 1만3801가구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강북구·도봉구·노원구·금천구·관악구는 12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한 채도 없었다. 서울 안에서도 과세 대상 자산이 집중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보유세 부담도 이 구도와 맞물린다. 공시가격이 20% 이상 급등한 강남과 한강벨트의 고가 아파트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종부세 과세 기준을 넘는 고가 주택일수록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일부 단지의 경우 지난해보다 보유세가 40~5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시가격이 단순 통계가 아니라 실제 가계의 세금 부담, 매도·보유 판단, 증여 전략, 임대료 전가 가능성까지 흔드는 변수라는 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이번 공시가격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18일부터 4월 6일까지 소유자 열람과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하고, 이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30일 최종 공시한다. 이어 5월 29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재검토한 뒤 6월 26일 조정·공시할 계획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와 관할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열람할 수 있고, 의견이 있으면 온라인이나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흐름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서울 핵심지의 높은 공시가격 상승 기조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값이 지난해 얼마나 가파르게 뛰었는지를 수치로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 상승이 단순한 자산 가치 확대에 그치지 않고 세금 부담, 지역 간 격차, 계층 간 자산 불균형을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는 공시가격 급등과 함께 세 부담이 커지고, 서울 외곽과 지방은 상대적으로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올해 공시가격은 단순한 행정 수치가 아니라 서울 부동산의 집중화와 전국 자산 양극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성적표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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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의 시네Bar 천국]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전쟁의 상흔과 재생의 윤리
미야자키 하야오는 거짓말쟁이다. 은퇴와 번복을 거듭하는 많은 예술가가 그렇듯. 2013년 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2023년 를 내놓으며 다시금 관객 앞에 섰다. 이는 창작의 고통과 환희로 회귀하는 눈물겨운 몸부림이자. 자기 부정과 긍정의 정반합에 선 예술가의 고뇌다.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관통하던 주제들-전쟁의 기억, 환경 파괴, 생명의 존엄, 소년의 성장-이 집대성된 자전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초등학생 시절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 소설을 읽으며 평생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해 온 감독은, 80대에 이르러서야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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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뚫린 호르무즈"⋯파키스탄·인도 유조선, 이란 경계망 잇따라 통과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파키스탄 국적 유조선이 처음으로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동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파키스탄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선박의 안전 통항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군사적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파키스탄 유조선 '카라치'호, 호르무즈 해협 첫 통과 17일 로이터통신은 선박 운항정보 업체 머린트래픽과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를 인용해, 파키스탄국영해운공사(PNSC) 소속 중형 유조선 '카라치'호가 지난 1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유조선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다스섬에서 원유를 적재한 뒤 해협을 빠져나와 이날 중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머린트래픽은 자사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통과는 일부 화물선이 협상을 통해 안전한 통항을 보장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군 소식통도 로이터에 "해군이 이란 해군과 접촉했으며, 파키스탄 선박이었기 때문에 호위는 필요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파키스탄 해군과 외무부는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PNSC 소속 또 다른 유조선 '라호르'호도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항구 얀부에서 원유를 싣고 현재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으며, 현 항행 속도를 유지할 경우 3일 후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란 긴장 속 파키스탄의 줄타기 외교 파키스탄의 이번 움직임은 복잡한 외교 방정식 속에서 이뤄졌다. 파키스탄은 인접국 이란은 물론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특히 사우디와는 지난해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 이후 더욱 첨예한 외교적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주 자국 상선 호위를 포함한 항로안전작전에 돌입했으며, 재무부는 내달 중순까지 필요한 원유 수요량은 확보된 상태라고 밝히면서도 연료 수입처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인도와 중국, 이란의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도도 해군 호위 속 해협 통과…아시아 원유 수송 재개 가속 파키스탄뿐 아니라 인도도 자국 선박의 안전 통항에 나섰다.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TOI) 등은 전날 인도 국영 인도해운공사(SCI) 소속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호와 '난다 데비'호가 인도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시발릭호는 이미 인도 서부 문드라항에 도착했으며, 난다 데비호는 17일 중 입항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14일 UAE에서 원유를 적재한 인도 유조선 '자그 라드키'호도 현재 인도로 항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의 해협 봉쇄에도 불구하고 외교 협상과 군사 호위를 앞세운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송 재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어 국제 에너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