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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0)] "달에서 자라는 첫 식물"⋯우주 농업, 인류 생존의 실험실로
- 인류가 달이나 화성 등 우주에서 직접 식물을 재배하며 생존할 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하고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등 7개 우주기관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달과 화성에서의 장기적 인간 거주를 위한 식물 생명유지 기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연구는 NASA의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 프로그램과 호주 연구위원회 산하 '플랜츠 포 스페이스(P4S, 2024~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해당 내용은 국제 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New Phytologist)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니해설] "우주 농업은 인류 생존의 실험실" 인류의 우주 탐사는 더 이상 로켓과 금속 구조물만의 영역이 아니다. 이제 우주 개척의 핵심은 '식물'이다. 호주 멜버른대학교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NASA, 유럽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 7개 우주기관과 손잡고 달과 화성에서 인류가 장기간 생존하기 위한 '식물 기반 생명유지시스템(BLSS)'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식물은 우주 속 인간의 생명선"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단순히 식량을 재배하는 수준을 넘어 식물이 인간 생명유지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생태적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물은 산소를 공급하고, 물을 정화하며,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의약품과 바이오소재를 생산하며, 우주인들의 심리적 안정까지 돕는 '다기능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멜버른대 디지털농업·식품·와인(DAFW) 연구그룹의 루크 포운틴(Luke Fountain) 박사는 "우주에서 식물을 기르는 일은 단순한 농업이 아니라, 지구 밖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실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BLSS 지수 도입…"우주 작물의 생명유지 기여도 평가" 이번 연구의 핵심은 NASA의 작물 평가 체계를 확장한 'BLSS 준비 수준(Bioregenerative Life Support System Readiness Level)' 개념이다. 이는 식물이 우주 거주지 내에서 공기·물·영양분 재활용 기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향후 달·화성 기지 설계의 기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우주에서의 식물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생명유지의 축"이라며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인간은 자급자족 가능한 우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중력 없는 공간, 식물 생존의 난제 그러나 우주 농업은 결코 쉽지 않다.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수분과 영양분의 흐름이 지연되며, 대류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열전달과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뿌리 발달이 저해되고 생육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식물이 중력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Gravitropism) 를 분석하고, 미세·부분 중력 환경에서도 최적의 성장 조건을 모사하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2027년, "달에서 첫 식물 자란다" NASA는 오는 2027년 아르테미스 III(Artemis III) 임무에서 'LEAF(Lunar Effect on Agricultural Flora)' 실험을 실시해, 달 표면의 온도·방사선·중력 조건에서 세 가지 속성의 식물을 재배할 예정이다. 일주일간의 실험이 끝나면 약 500g의 식물 샘플이 지구로 귀환해, 호주 P4S 연구진이 유전자 발현 및 방사선 반응을 분석한다. 포운틴 박사는 "이는 인류가 달에서 생명체를 재배하는 최초의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달·화성 기지 내 생태계 구축의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AI와 '디지털 트윈'이 만드는 미래의 우주 농장 연구진은 오믹스(omics) 기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식물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실제 식물의 생리적 반응과 우주인의 감각적 피드백을 동시에 모사해, 식물의 성장과 식품 품질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우주인의 미각 피로(Menu Fatigue)를 완화하고, 장기 임무 중 심리적 만족도를 유지하는 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우주 연구, 지구의 지속가능 농업으로 이어진다" 이번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우주 생존에 머무르지 않는다. 연구진은 "극한 환경에서의 식물 재배 경험은 지구의 사막화 지역, 극지, 기후 위기 지역에서의 농업 혁신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이 연구가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운틴 박사는 "식물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이자, 우리가 다른 행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희망"이라며 "지구와 우주를 잇는 '생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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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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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60)] "달에서 자라는 첫 식물"⋯우주 농업, 인류 생존의 실험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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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3)] "우주 상추, 우주인 식량으로 부적합"
- 우주에서 재배한 상추가 지구에서 자란 상추보다 영양 성분이 부족해 우주인의 장기 식량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어스닷컴에 따르면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중국 톈궁(天宮) 2호에서 재배한 상추를 분석한 결과, 우주 농작물이 지구산 작물 대비 영양 성분이 뚜렷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 장기 탐사에서 신선 식품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특정 미네랄과 항산화 물질의 감소가 확인되면서 우주채소의 영양적 한계가 다시 부각됐다. 미국 텍사스 A&M대 B. 바르베로 바르세니야 연구팀은 서로 동일한 조명·생장 조건에서 재배한 우주 상추와 지구 상추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우주 재배 상추의 칼슘이 지구 재배 상추보다 약 30% 낮았으며, 마그네슘도 감소한 반면 칼륨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미네랄 구성에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항산화 물질의 주요 구성인 페놀류는 ISS 재배분에서 감소했으나 전체 항산화 능력은 일정 수준 유지됐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뿌리의 수분 이동과 무기질 흡수가 달라지며 세포 내 화학적 균형이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항산화 색소가 줄어들어 채소 자체의 방사선 방어 능력도 약화될 수 있다. 실제로 ISS와 톈궁에서 재배한 상추의 영양 구성이 '전반적 저하'가 아닌 '불균형한 변화' 형태로 나타난 점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영양 변화가 우주인 건강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우주에서는 체액 이동과 미세중력의 영향으로 뼈의 칼슘 손실이 빠르게 진행된다. 연구진은 163개 칼슘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우주 비행 중 발현 패턴이 변하고 뼈 대사 지표가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연구에서는 우주 체류 시 장 점막 투과성이 증가하는 이른바 '리키 거트(leaky gut)' 가능성도 제기됐으며, NASA 쌍둥이 연구에서도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이 임무 기간 중 크게 변했다가 귀환 후 회복되는 양상이 확인된 바 있다. 이 때문에 NASA는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수준을 넘어 '영양 안정성'을 핵심 연구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플랜트 해비타트-07(Plant Habitat-07) 실험은 수분 수준과 뿌리 미생물 환경을 조정해 영양 변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테스트 중이다. 동시에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잎채소 품종 개발, 식물의 미네랄 농도를 높이는 생물강화(biofortification) 전략, 필요 영양소를 보완하는 맞춤형 보조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NASA는 발효식품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ISS에서 진행된 된장(미소) 발효 실험에서는 30일간의 발효 후 지상 대비 안전성과 풍미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생물이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발효식품의 우주식 적용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연구진은 "화성까지 수개월간 비행하고 지구와 멀리 떨어진 기지에서 생활하는 장기 탐사에선 단순 신선식품 공급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식량 생산·영양 관리·장내 미생물 관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마이크로그래비티(NPJ Microgravit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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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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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23)] "우주 상추, 우주인 식량으로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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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02)] 표고버섯으로 구동되는 컴퓨터 메모리⋯'생체 기반 반도체' 가능성 열렸다
-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과학자들이 표고버섯(Lentinula edodes)에서 자라는 균사체(mycelium)를 활용해 정보 저장 기능을 갖춘 컴퓨터 메모리 소자를 구현했다. 기존 실리콘 기반 메모리와 유사한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저비용·고확장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버섯의 뿌리 역할을 하는 균사체 구조가 전기·화학 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망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균사체 조직을 건조해 회로에 연결한 뒤 전류를 흘려보내자, 이전의 전기적 상태를 기억하는 '멤리스터(memristor)' 특성이 나타났다. 이는 뇌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역할을 모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오하이오 스테이트 뉴스, 사이언스 얼럿, IFL사이언스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멤리스터의 성능을 연구하기 위해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 샘플을 배양했다. 배양을 완료한 뒤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기 이해 탈수 과정을 거친 후, 특수 전기 회로에 연결하고 다양한 전압과 주파수에 연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머쉬리스터(mushristor)'로 불린 이 소자는 초당 약 5850회(약 170마이크로초 간격)의 신호 전환 성능을 보여, 상용 저속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소속 연구자 존 라로코(John LaRocco) 박사는 "생물학적 신경활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칩은 대기전력 소모가 작아 경제적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확도는 약 90%로, 버섯을 사용한 특이한 시스템으로서는 놀라운 수치였지만 실용적인 저장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내구성과 방사선 저항성이 뛰어난 표고버섯 종을 선택해, 페트리 접시에서 균사체를 성장시킨 뒤 자연 건조 과정을 거쳐 소자로 활용했다. 다만 전압이 높을수록 성능 저하가 나타나 추가 균사체를 병렬 연결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이어갔다. 라로코 박사는 "균사체(곰팡이) 전자공학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컴퓨팅 시스템 개발에 이상적인 후보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균사체 메모리스터는 생분해성으로, 기존 메모리스터나 반도체보다 제조 비용이 저렴해 전기 낭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기존 반도체는 종종 고가의 희토류 광물과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는 "균사체를 컴퓨팅 기판으로 활용한 연구는 직관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이전에도 시도된 바 있으나, 우리의 연구는 이러한 메모리스티브 시스템 중 하나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려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이 즉각 대중용 컴퓨팅 장비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연구진은 개인용 장치부터 항공우주 분야까지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표고버섯은 방사선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표고버섯으로 만든 장치는 우주 탐사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로코 박사는 "필요한 것은 퇴비 더미와 간단한 전자장비 정도"라며 "균류 기반 컴퓨팅 연구는 지금 당장도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유기 멤리스터는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지만 연구진은 논문에서 "컴퓨팅의 미래는 균류(fungal)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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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02)] 표고버섯으로 구동되는 컴퓨터 메모리⋯'생체 기반 반도체' 가능성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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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119)] "장 스스로 회복한다"⋯MIT, '시스테인'의 재생 비밀 밝혀내
- 장(腸)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 그 열쇠가 한 가지 아미노산에서 발견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시스테인(cysteine)'이 소장 조직의 재생 능력을 강화해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로 인한 손상 회복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시스테인은 육류, 유제품, 콩류, 견과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 다량 함유된 필수 아미노산으로, 연구진은 "시스테인 보충제를 통해 장 손상을 줄일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오메르 일마즈(Omer Yilmaz) MIT 줄기세포이니셔티브(Stem Cell Initiative) 소장이 이끄는 팀이 수행했으며,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장 스스로를 치유하는 아미노산"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단일 아미노산이 장 줄기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종의 아미노산 중 시스테인이 가장 강력하게 줄기세포와 전구세포(미성숙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테인은 섭취 시 소장에서 코엔자임A(CoA)로 변환된다. 이 물질을 흡수한 CD8 T세포는 활발히 증식하며 IL-22라는 신호 분자를 분비하는데, IL-22는 장 점막 재생과 면역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시스테인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손상된 장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한 장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MIT는 설명했다. 이 과정은 주로 소장 점막에서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단백질이 소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시스테인 농도가 가장 먼저 높아지는 곳도 소장"이라고 설명했다. 항암·방사선 치료 후 손상 회복에도 효과 연구팀은 방사선에 노출된 쥐에게 시스테인 풍부한 식단을 제공한 결과, 장 점막이 빠르게 재생되고 염증 반응이 완화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추가로 항암제 '5-플루오로우라실(5-FU)'을 투여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회복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시스테인이 항암·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메르 일마즈 교수는 "시스테인이 풍부한 식단이나 보충제를 통해 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으로 인한 장 손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 합성물이 아닌, 자연적인 식이성 화합물로 인체 치유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 영양소가 장 재생을 촉진한 첫 사례" 이전에도 칼로리 제한이나 고지방 식단이 장 줄기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하나의 특정 영양소가 장의 재생 능력을 직접 향상시킨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연구를 주도한 MIT의 박사후 연구원 팡타오 치(Fangtao Chi)는 "고시스테인 식단을 섭취하면 장 내에서 IL-22를 생성하는 T세포 집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이는 우리가 IL-22와 줄기세포 활성 간의 연관성을 다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항산화제에서 '재생 촉진제'로 시스테인은 오랫동안 항산화제의 전구물질(예: 글루타티온)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는 그것이 단순한 산화 방지 역할을 넘어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생리학적 기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현재 시스테인이 피부나 모낭 재생에도 유사한 효과를 보이는지 검증 중이다. 향후 소장뿐 아니라 다른 조직의 회복·노화 방지 메커니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쥐 실험에 한정돼 있으며,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영양학·면역학·재생의학을 잇는 다학제적 접근의 성과로 주목받는다. MIT 통합암연구소의 에릭 포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별 영양소가 줄기세포 운명과 조직 건강에 미치는 구체적 기전을 밝힌 의미 있는 성과"라며 "향후 정밀영양학(Precision Nutrition)과 재생의학의 접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식탁 위의 치유 과학" 시스테인은 육류, 유제품, 콩류, 견과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체내에서도 메티오닌(methionine)을 원료로 합성된다. 다만 체내 합성 시 장보다 간을 중심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식이를 통한 직접 섭취가 장 건강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Food as Medicine)"는 개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식단 하나로 장의 재생 능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치료 후 회복을 돕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학적 파급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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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 (119)] "장 스스로 회복한다"⋯MIT, '시스테인'의 재생 비밀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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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01)] LED 빛으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정상세포 손상 없는 치료법 개발
- 암세포만 골라 없애는 'LED 치료법'이 개발됐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UT Austin)와 포르투갈 포르투대학교 연구진이 LED 빛과 초박막 주석 조각을 활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새로운 암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고 UT뉴스와 사이테크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 이 기술은 고가의 장비와 강력한 레이저를 사용하는 기존 광열치료법보다 안전하고 저비용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는 'UT 오스틴-포르투갈 프로그램(UT Austin Portugal Program)'의 공동 연구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주석의 화학기호 'Sn'을 기반으로 한 SnOx 나노플레이크(nanoflakes)와 LED 조명을 결합해, 암세포를 정밀하게 표적하는 광열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 치료법은 LED 노출 30분 만에 피부암 세포의 92%, 대장암 세포의 50%를 파괴했으며, 건강한 인체 피부세포에는 손상을 주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인 진 앤 인코르비아(Jean Anne Incorvia) 교수는 "LED와 SnOx 나노플레이크의 조합으로 안전하면서도 정밀한 치료 효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기존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처럼 통증과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빛을 이용해 암세포만 국소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차세대 광기반 암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포르투대학교의 아르투르 핀투(Artur Pinto) 연구원은 "장비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적용 가능한 저비용 치료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피부암의 경우 가정에서도 LED 장치를 이용해 재발 위험을 줄이는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동일 기술을 활용해 유방암 환자를 위한 삽입형 치료 장치(implant)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개인 맞춤형·비침습형(非侵襲型) 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T 오스틴-포르투갈 프로그램은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과학기술 협력사업으로, 이번 연구는 그 성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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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201)] LED 빛으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정상세포 손상 없는 치료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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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5)] 막스 플랑크 연구소, 노화와 만성 염증의 연결고리 규명
- 독일 쾰른의 막스 플랑크 노화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이 나이가 들면서 만성 염증이 늘어나는 핵심 분자 과정을 규명했다.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복제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킨 '결함 DNA'를 세포질로 방출해 염증 반응을 촉발하는 현상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확인한 것이다. 특이하게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중심 설계도(핵 DNA)와는 다른, 자신만의 독자적인 DNA(mtDNA)를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mtDNA 복제와 수선을 조절하는 핵심 효소 'MGME1'이 손상될 때, 선천 면역 신호체계를 맡은 'cGAS–STING–TBK1 경로'가 비정상으로 활성화해 조직 노화와 만성 염증을 재촉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이번 연구는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병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토콘드리아 DNA로의 리보뉴클레오타이드 편입이 염증을 유발한다(Ribonucleotide incorporation into mitochondrial DNA drives inflammation)'는 제목으로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렸다. 세포 구성 요소의 미세한 균열, 노화의 시작 기대 수명이 늘면서 인류는 전례 없는 장수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신체의 생물학적 구조가 더 오랜 시간 작동하며 각종 스트레스와 손상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뚜렷한 원인 없이 이어지는 만성 염증이 건강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이다. 과학계는 이 현상의 배후를 추적해 왔으며, 이번 발견은 그중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지목했다. 세포가 정상 기능을 하려면 RNA와 DNA의 구성 요소인 리보뉴클레오타이드(rNTP)와 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dNTP)의 정교한 균형이 필수다. DNA라는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면, dNTP는 설계도에 맞는 정확한 규격의 벽돌이고, rNTP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RNA를 만들 때 쓰는 다른 종류의 벽돌과 같다. 세포의 주 에너지원인 ATP나 신호 전달에 중요한 GTP 등이 바로 이 rNTP에 속하며, dNTP는 DNA 중합효소가 새로운 DNA 가닥을 만들거나 수선하는 데 쓰는 재료다. 과학계는 이 두 벽돌의 공급 불균형이 어떻게 mtDNA라는 집을 부실하게 만들고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다. '결함 DNA'의 탄생…미토콘드리아의 치명적 오류 미토콘드리아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DNA(mtDNA)를 복제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만성 염증의 도화선이 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그 핵심 원인을 mtDNA 복제 과정에서 불필요한 DNA 조각을 제거하는 효소인 'MGME1'에서 찾았다. 이 효소는 DNA 복제 현장에서 잘못 사용된 부품이나 부스러기를 치우는 '품질 관리 감독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분석 결과, 이 감독관(MGME1)의 기능이 떨어지면 세포 내에 써야 할 벽돌(dNTP)은 부족해지고 엉뚱한 벽돌(rNTP)만 많아지는 불균형이 생겼다. 이러한 불균형은 MGME1 결핍뿐 아니라, 다른 미토콘드리아 효소인 YME1L의 손실이나 항암제 성분인 5-플루오로우라실 노출 같은 다른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결국 미토콘드리아는 급한 대로 엉뚱한 벽돌(rNTP)을 가져다 mtDNA를 만들었고, 그 결과 구조가 불안정한 '부실공사 DNA'가 탄생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 '불완전한 복제본'을 집 밖, 즉 세포질로 내다 버렸다. 실제로 방사선 조사나 약물로 노화를 유도한 인간의 세포와 노화한 쥐의 여러 조직에서 젊은 조직보다 월등히 높은 rNTP/dNTP 비율이 나타났다. 면역계의 오작동, 단기 방어가 만성 공격으로 우리 몸은 세포질로 방출된 결함 mtDNA를 '침입자'로 인식한다. 그 결과, 마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처럼 세포의 '비상경보 시스템' 역할을 하는 cGAS–STING–TBK1 경로를 강력하게 자극한다. 원래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어야 할 mtDNA 조각이 집 밖에 돌아다니자,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를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오해하고 경보를 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경보 시스템은 본래 외부 감염에 맞서는 단기 방어 체계지만, 결함 mtDNA가 계속 밖으로 나오면서 경보가 멈추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하는 만성 염증으로 바뀐다. 이렇게 만성 염증 상태에 빠진 노화 세포는 주변 세포들에게까지 "위험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분비 표현형(secretory phenotype)을 띤다. 이는 마치 한 집이 계속 비상벨을 울려 온 동네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처럼, 주변 세포들까지 염증 상태로 만드는 현상이다. 이러한 만성 염증은 주요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특정 유형의 암,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핵심 동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치료 전략의 부상…'미토콘드리아 쓰레기' 제어 이번 발견은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SAMHD1 효소를 억제하거나 디옥시리보뉴클레오사이드를 직접 보충해 세포 내 올바른 벽돌(dNTP) 재고를 인위적으로 높이면, mtDNA 부실공사가 줄고 염증 반응도 완화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아직 mtDNA에는 자체적인 벽돌 재고 관리 시스템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 기술로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길이 열린 셈이다. mtDNA 내 '뉴클레오타이드 균형'을 조절하여 염증의 근원을 차단하는, 이른바 '미토콘드리아 쓰레기(Mitochondrial Trash)' 제어 기술이 건강 수명, 나아가 인간의 전체 수명 연장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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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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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105)] 막스 플랑크 연구소, 노화와 만성 염증의 연결고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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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7)] 달에서 산다⋯中·캐나다·獨, '집 짓고 먹고 숨 쉬는' 월면 기지 경쟁 본격화
- 인류의 달 복귀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이제 인류의 시선은 달에 '가는 것'을 넘어 '사는 것'으로 향하고 있다. 지구에서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없는 만큼, 달 현지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자급자족 기술은 영구 기지 건설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최근 중국, 캐나다, 독일이 각각 건설, 식량, 생명 유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공상과학 소설 같던 '월면 도시'의 꿈을 현실로 앞당기고 있다. 中, 태양열 3D 프린터로 '달 기지 외벽' 짓는다 달 기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진공 상태의 우주와 운석, 그리고 극심한 온도 변화다. 중국 허페이의 심우주탐사연구소(DSEL)가 이 문제의 해법으로 '월면토 벽돌' 기술을 제시했다. 달 표면을 덮고 있는 곱고 날카로운 흙먼지인 달의 표토(lunar regolith, 월면토)를 녹여 단단한 벽돌을 만드는 기술이다. NASA에 따르면 달의 표면층은 조각난 날카로운 암석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 토양은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달의 표토는 운석의 충돌과 태양 및 별에서 오는 전하를 띤 입자의 영향으로 형성된다. 지구의 토양은 바람과 물에 노출되어 입자의 가장자리가 닳아지지만, 달 표토의 암석 물질은 날카로운 상태를 유지하며 매우 뾰족한 파열 표면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표토는 우주복과 장비를 빠르게 닳게 만들고 우주비행사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등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비는 3D 프린터와 원리가 같지만, 열원으로 태양 에너지를 사용한다. 돋보기처럼 빛을 한 점으로 모으는 오목한 거울(포물선형 반사경)로 태양빛을 모으고, 이를 빛이 다니는 길인 가느다란 유리 섬유 묶음(광섬유 다발)을 통해 한 점에 집중시킨다. 이때 초점의 온도는 1,300℃ 이상으로 치솟아, 달의 표토(월면토)를 마치 용암처럼 녹여 원하는 모양의 벽돌로 찍어낼 수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지구에서 어떤 첨가물도 가져갈 필요 없이 오직 달에 있는 흙과 태양 빛만으로 건설 자재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구의 현무암으로 만든 모의 월면토를 이용해 평면, 곡면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 제작에 성공하며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양훙룬 DSEL 수석 엔지니어는 "이 벽돌은 사람이 숨 쉴 수 있도록 내부 공기압을 유지하는 생활 공간(가압 모듈)을 감싸는 튼튼한 보호 외피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강력한 우주 방사선, 시속 수만 km로 날아드는 미세 운석, 낮 120℃와 밤 영하 130℃를 오가는 극한의 온도 변화로부터 우주비행사와 내부 시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벽돌 시제품은 2024년 11월 중국 톈궁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져 3년간의 혹독한 우주 환경 내구성 시험을 거치고 있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로봇을 투입해 이 모든 건설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캐나다, '겨울잠 자는 온실'에서 곡물을 키운다 건물을 지었다면 다음은 식량이다. 크리스티안 살라버거 캐나다넨시스 최고경영자(CEO)는 "가루 주스나 동결건조 아이스크림만으로는 진정한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신선 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회사 캐나다넨시스 에어로스페이스는 캐나다 구엘프대, 맥길대와 손잡고 극한의 달 환경에서 신선한 작물을 재배하는 '월면 온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달의 밤은 지구 시간으로 2주나 계속되고, 이때 온도는 급강하하며 햇빛도 전혀 없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이 마치 겨울잠을 자듯 활동을 최소화하는 '준동면(quasi-hibernation)' 전략을 고안했다. 온실은 햇빛이 없는 밤 동안 에너지 소비를 극도로 줄여 버티다가, 다시 해가 뜨면 정상적으로 성장을 이어간다. 2024년 말부터 시작된 실험에서 연구팀은 지구 대기압의 절반에 불과한 저압 환경과 기나긴 어둠 속에서도 보리와 귀리를 성공적으로 생존시켰다. 또한 흙 없이 영양분을 녹인 물을 순환시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의 단점도 극복했다. 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병원균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오염시킬 수 있는데, 전기를 이용해 물속 유해균을 없애는 소독 기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NASA가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와 연계되어, 2027년으로 예정된 유인 달 착륙 임무의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연구를 이끄는 겔프 대학교의 마이크 딕슨 교수는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언제나 술을 만들어왔다"며 "달에서도 좋은 술을 맛볼 수 있도록 보리를 재배하는 것이 오랜 목표"라는 유쾌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독일, 조류(Algae)로 식량과 산소를 동시에 잡는다 독일 뮌헨공과대학교(TUM)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량과 산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해답은 바로 미세조류(algae)다. 연구팀이 개발 중인 '광생물반응기(PBR)'는 빛(光)을 이용해 미세조류 같은 생물(生物)을 키워 유용한 물질을 얻는 장치다. 우주비행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물을 공급하면,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신선한 산소를 만들어내고, 빠르게 증식한 조류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량(바이오매스)이 된다. 연구팀은 가느다란 관을 이용하는 '튜블러' 방식과 넓은 판을 쓰는 '평판형' 방식의 두 가지 PBR 설계를 비교 분석했다. 평판형이 생산 효율은 더 높지만, 유지보수가 더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의 가장 큰 매력은 비용 절감 효과다. 지구에서 1kg의 화물을 달로 보내는 데 약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가 드는 것을 감안할 때, PBR 구조물 대부분을 월면토로 만들면 시스템당 수백만 달러, 튜블러 방식의 경우 최대 5000만 달러(약 650억 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PBR 가동에 필요한 빛을 태양에서 직접 얻으려면 투명한 유리가 필요한데, 월면토로 완벽하게 투명한 유리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 초기 연구 단계다. 내부 LED 조명을 쓰자니 전력 소모와 부품 조달이 문제다. 플라스틱이나 전자부품, 그리고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탄소(C)와 질소(N) 같은 원소들도 달에는 매우 희귀하다. 연구팀은 우주비행사의 소변이나 생활 하수를 정화해 희소 원소를 재활용하는 '완전 순환(폐쇄 루프)' 방식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래의 달 기지, '통합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중국, 캐나다, 독일이 개발 중인 기술들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서로 결합될 때 진정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미래의 달 기지는 중국의 벽돌로 지은 튼튼한 외피가 우주의 위협을 막아주고, 그 안에서 캐나다의 온실이 신선한 채소를, 독일의 광생물반응기가 식량과 산소를 공급하는 '통합 아키텍처' 형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 물과 폐기물을 100% 재활용하는 기술이 더해지면, 지구의 보급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영구 기지 운영이 가능해진다. 현재 각국의 기술들은 초기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건설-식량-생명 유지'로 이어지는 이 기술 삼각편대는 인류가 달에서 스스로 짓고, 먹고, 숨 쉬는 시대를 앞당기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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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7)] 달에서 산다⋯中·캐나다·獨, '집 짓고 먹고 숨 쉬는' 월면 기지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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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1)] 달 토양에서 물과 산소, 연료까지⋯우주 생존 기술에 새 이정표
- 달 표면의 토양에서 물을 추출하고, 이를 이용해 우주인이 내뿜는 이산화탄소(CO₂)를 산소와 연료로 전환하는 차세대 기술이 개발됐다. 이 획기적인 기술은 향후 유인 달 탐사 및 장기 우주 거주 계획의 핵심 자립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전했다. 홍콩중문대학(심천캠퍼스)의 루 왕(Lu Wang) 교수 연구팀은 7월 16일 국제 학술지 줄(Joul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태양광을 활용한 광열 반응 기반의 시스템을 통해 달 토양에서 물을 추출하고 이를 곧바로 연료 성분과 산소로 전환하는 통합 기술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물과 연료를 지구에서 운반해야 하는 기존 방식의 비용과 물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달 토양이 가진 가능성, 예상을 뛰어넘었다" 루 교수는 "달 토양이 지닌 '마법' 같은 특성에 연구진 모두 놀랐다"며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물 추출과 이산화탄소 촉매 반응이 동시에 이뤄지는 통합 기술이 개발되면서 에너지 효율은 물론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창어(Chang’e) 5호 임무를 통해 확보된 실제 월면 토양 샘플과 모의 달 토양을 활용해 실험이 이뤄졌다. 연구진은 CO₂를 채운 반응기에 고집광 태양광 시스템을 연결해 태양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이를 통해 달 토양 내 일메나이트(ilmenite) 등 중금속 산화물로부터 물을 추출했다. 이와 동시에 CO₂를 일산화탄소(CO)와 수소(H₂)로 분해해 연료 전구체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우주인 호흡을 통해 발생하는 CO₂를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 미래의 달 기지나 심우주 탐사선에서 생명 유지 및 추진체 생산의 핵심 기술로 적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물 한 갤런에 8만 달러…달 자원 활용이 경제성 해법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 각국 우주 기관은 오랜 기간 달을 기반으로 하는 ‘우주 탐사의 전진 기지’ 구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과 산소, 연료 등을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운반하는 데 따른 막대한 비용과 물류 복잡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물 한 갤런(약 3.78리터)을 우주로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8만 3000달러(약 1억 1500만 원)에 달한다. 우주인 한 명이 하루에 평균 4갤런의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류 문제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가능성 자체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이번 연구는 자립적 생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원 현지화(local resource utilization)의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 과제도 여전…극한 환경, 불균일한 토양 성분 그러나 기술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연구진은 달의 극심한 온도차, 고에너지 방사선, 중력 부족, 비균질적인 토양 성분 등 다양한 변수들이 실제 환경에서 시스템 작동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주인의 호흡만으로 발생하는 CO₂ 양은 전체 산소·연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현재의 촉매 효율 역시 실험실 환경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장기간·대규모 운영이 필요한 실제 우주 거주 환경에서는 추가적인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연구진은 "지속가능한 월면 자원 활용과 우주 탐사를 실현하려면 기술적 한계와 개발·운영 비용을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며 국제적 협력과 장기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세대 우주경제 기반 기술로 부상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향후 우주경제 구축에 있어 '월면 자원 자립형 생태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산소 및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은 장기적으로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미션에서도 응용 가능성이 높다. 해당 연구는 중국 국가중점 R&D계획, 국가자연과학기금, 광둥성 과학기술혁신기금, 심천시 기초과학재단 등 다수의 국가·지자체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됐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의 전략적 우주기술 투자와 연계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연구 개발의 지속성과 확장성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달은 인류의 도달 목표였다면, 이제는 자립적 생존과 지속가능한 탐사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주 속의 지구화'를 위한 기술적 초석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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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31)] 달 토양에서 물과 산소, 연료까지⋯우주 생존 기술에 새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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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10)] 바나나잎 유래 유산균으로 발효한 스테비아, 췌장암 세포 선택적 사멸 효과 확인
- 무칼로리 감미료로 알려진 천연 식물 스테비아가 단순한 설탕 대체제를 넘어 항암 치료 보조물질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연구진은 스테비아 잎 추출물을 바나나잎에서 분리한 유산균으로 발효한 결과, 췌장암 세포에는 강력한 독성을 보이면서도 건강한 신장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택적 항암 활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의학전문지 메디컬 익스프레스와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 등 다수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2025년 4월 28일 '국제분자의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됐다. 히로시마대 의생명·보건과학연구과 예방의학 프로바이오틱스학과의 난란달라이 단시츠도르(Dr. Narandalai Danshiitsoodol) 부교수는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0%에 미치지 못할 만큼 예후가 극히 불량하고,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치료에도 높은 내성을 보인다"며 "따라서 약리 활성이 입증된 약용 식물 기반의 새로운 항암 후보물질 발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스테비아는 이전에도 항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암세포에 유효한 생리활성물질을 추출하고 정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 스테비아 추출물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항암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대사산물을 생성하는 방식을 실험에 도입했다. 연구는 식물 유래 유산균 Lactobacillus plantarum SN13T 균주로 스테비아 잎 추출물을 발효한 뒤(FSLE), 이를 사람의 췌장암세포(PANC-1)와 비암성 인간 태아신장세포(HEK-293)에 각각 처리해, 비발효 추출물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기야마 마사노리(Masanori Sugiyama) 교수는 “동일 농도에서 FSLE는 비발효 추출물보다 현저히 높은 암세포 독성을 나타냈으며, 정상 세포에는 유의미한 독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HEK-293 세포에서는 최대 농도에서도 성장 저해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어 분석을 통해 해당 항암 효과의 주요 성분이 ‘클로로겐산 메틸에스터(CAME)’임을 밝혀냈다. 흥미롭게도 발효 과정에서 원래 추출물 내 클로로겐산 함량은 6분의 1로 감소했으며, 이는 균주의 특수 효소가 클로로겐산을 변형시켜 CAME를 생성한 결과로 추정된다. 단시츠도르 부교수는 “CAME는 기존 클로로겐산보다 더 강한 세포독성과 세포자살 유도 효과를 보였다”며 “이번 연구는 특정 균주를 활용한 식물성 추출물의 발효가 어떻게 약리 효과를 강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향후 쥐 모델을 활용한 전신 실험을 통해 발효 스테비아 추출물의 유효 농도 및 생체 내 항암 효과를 구체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는 히로시마대 병원 내과의 사야카 요네자와, 간노 게이시 박사와 함께, 같은 대학의 장런타오(Rentao Zhang), 노다 마사후미(Masafumi Noda) 박사 등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천연물의 약리 활성 증진을 위한 ‘미생물 생체전환(microbial biotransformation)’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프로바이오틱스의 항암 보조요법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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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110)] 바나나잎 유래 유산균으로 발효한 스테비아, 췌장암 세포 선택적 사멸 효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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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3)] 78만 년의 침묵을 깬 지구 자기장 역전의 '소리'⋯혼돈의 교향곡 재현됐다
- 독일 헬름홀츠 지구과학 연구센터(GFZ) 연구팀이 약 78만 년 전 발생한 지구의 거대한 격변, '마투야마-브룬헤스(Matuyama-Brunhes) 자기장 역전' 현상을 소리로 재현했다. 2024년 약 4만 1000년 전의 '라샴프 사건(Laschamps event)'으로 알려진 자기장 변화를 음향으로 복원하는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이번에는 훨씬 더 오래된 시대의 지질 데이터를 섬뜩한 청각 경험으로 되살려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나침반이 언제나 지리적 북극을 가리킬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지자기 북극과 지리 북극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자기장 역전 현상은 물론, 태양의 자기장 변화처럼 지구 자기장도 수만 년에 걸쳐 극이 뒤바뀌는 역전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 당시에는 지자기 북극이 적도의 남쪽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GFZ의 지구물리학자인 사냐 파노프스카와 아흐메드 나세르 마흐굽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시추 코어 퇴적물에 남은 고대 자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시 지구 자기장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막시밀리안 아르투스 샤너가 데이터를 시각화했고, 클라우스 닐센과 샤너가 음향화 작업을 맡아 소리를 완성했다. 땅속 액체 금속이 만든 '지구 방패막' 지구 자기장은 행성 중심부의 핵, 그중에서도 액체 상태인 외핵에서 소용돌이치는 초고온의 쇠와 니켈이 만들어낸다. 나침반에 의존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자기장의 변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의 거대한 자기장은 단순한 방향 표시 기능을 넘어, 우주로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뻗어 나가 지구를 둘러싼 자기권을 형성해 태양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태양풍과 같은 고에너지 입자들로부터 지표를 보호하는 거대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이 자기장은 극지방의 오로라를 만들어내는 장관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 자기장은 생각보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일예로 지난해 12월 자기북극의 위치가 업데이트 되기도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은 "지난 200년 동안 지구 자기장은 평균적으로 약 9% 약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지자기(古地磁氣)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자기장은 지난 10만 년 동안 가장 강한 수준이며, 백만 년 평균보다도 두 배 가까이 강력하다는 분석도 있다. 1831년, 영국 해군 장교이자 극지 탐험가인 제임스 클라크 로스가 자기 북극의 정확한 위치를 처음으로 측정한 이후, 자기 북극은 북서쪽 방향으로 약 1,100km(600마일) 이상 이동했다. 이 이동 속도는 과거 연간 약 16km(10마일)에서 현재는 연간 약 55km(34마일)로 빨라지고 있다. 지자기 극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무작위로 뒤바뀔 수 있으며, 그 간격은 1만 년에서 최대 5000만 년 이상에 이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약 4만 1000년 전에는 '라샴프 사건(Laschamps event)'으로 알려진 일시적인 자기장 역전이 발생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자기 역전 과정은 단순한 극의 이동이 아니다. 지구의 남북 자극은 깔끔하게 자리를 바꾸는 대신,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여러 개의 자극으로 쪼개졌다가 불안정하게 합쳐지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느리게 반복한다. 연구팀이 재현한 소리는 처음에는 평온하지만, 이내 '불협화음의 혼돈'으로 돌변해 당시의 격변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지속된 자기극 역전은 약 78만 년 전에 발생했으며, 이 역전의 증거를 처음 발견한 지구물리학자들의 이름을 따서 '마투야마-부룬헤스 자기장 역전'이라고 명명됐다. 라샴프 사건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 단기간 지속된 반면,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은 더 긴 시간 척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이 정확히 얼마나 지속되었는지는 아직 과학적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더 높은 추정치는 역전이 2만 2000년 동안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역전의 증거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주로 퇴적물 기록의 자기장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빙하와 용암에 새겨진 78만 년의 흔적 자기장이 약해지면 더 많은 우주 방사선이 대기로 들어오는데, 이때 특정 물질(베릴륨-10 동위원소)이 평소보다 많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눈과 함께 쌓여 빙하 속에 그대로 기록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성명을 통해 "독일 포츠담에 있는 헬름홀츠 지구과학 센터(GFZ)의 연구진은 전 세계의 굴착 코어에서 채취한 퇴적물에서 추론한 고지자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전 전, 역전 중, 역전 후의 자기장에 대한 글로벌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남극이나 그린란드의 빙하를 깊게 파내어 (빙하 코어) 각 시대별 얼음층에 남은 베릴륨-10의 양을 분석해, 과거 자기장의 세기를 역으로 알아낸 것이다. 또한, 화산 폭발 시 용암이 굳는 과정에서 남겨진 자기 흔적을 통해서도 당시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조상도 겪은 2만 2천 년의 대격변 우리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이 기나긴 격변의 시기를 직접 겪었다. 과학자들은 자기 역전이 최대 2만 2000년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 기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계의 논쟁이 남아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기장의 급격한 변화가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이나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인류에 관한 기록이 매우 드물어 구체적인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기 역전 다시 올까?…미래 예측과 현대 기술의 과제 지질학에서 마투야마-브룬헤스 역전은 '중기 플라이스토세(Middle Pleistocene)'라는 지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기준점이다. 만약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 규모의 자기 역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전력망, 통신, GPS 위성 항법 같은 현대 사회의 핵심 기반 시설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남대서양에서 나타난 자기장 이상 현상 탓에 일시적인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전문가들은 지구가 곧 자기장 역전을 겪을 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1830년대 이후 자기장 세기가 약 10%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역시 자기장 세기 감소가 반드시 극성 역전의 전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자기장 세기는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으며, 앞으로 다시 강해질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헬름홀츠 지구과학 연구센터의 사냐 파노프스카 연구원은 "이처럼 큰 사건을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의 우주 기후 예측, 환경 영향 평가, 지구 체계의 장기 변화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78만 년 전의 자기장 역전은 단순한 극의 교체가 아닌 수만 년에 걸친 혼돈의 시기였다. 그 정확한 영향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인류와 지구 생명체 진화에 중요한 배경이 된 것은 분명하다. 소리로 되살린 이 사건은 현대 인류 출현의 무대를 마련한, 잊히지 않는 노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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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93)] 78만 년의 침묵을 깬 지구 자기장 역전의 '소리'⋯혼돈의 교향곡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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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78)] 핵추진 기술, 심우주 탐사의 새로운 문을 열다
- 태양계 외곽과 심우주 탐사를 위한 '핵분열 기반 전기추진(nuclear electric propulsion)' 기술이 우주항행의 새로운 전기를 예고하고 있다. 1950년대 처음 개념이 제안된 이 기술은 최근 화성 너머로 탐사영역을 확장하려는 인류의 흐름과 맞물려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과학전문 매체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방갈로르에 본사를 둔 두 민간 우주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제56회 달·행성과학 콘퍼런스(LPSC 2025)'에서 핵열 전기추진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룬 공동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화학추진과 태양광 기반 시스템이 장기 심우주 탐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핵분열 기반 전기추진 기술이 이러한 제약을 돌파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민간 우주항공 기업 액셀러론 에어로스페이스(Acceleron Aerospace) 말라야 쿠마르 비스왈 최고경영자(CEO)과 그라하 스페이스(Grahaa Space) 라메시 쿠마르(CEO)는 "핵분열 추진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태양광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전력공급이 가능해, 수십 년간 안정적인 탐사 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추진체 대비 핵분열 추진의 주요 장점으로 △ 추진력과 생명 유지 장치 구동을 위한 안정적 전력 제공 △ 탐사 시간 단축 △ 대형 탑재체 수송 가능성 등을 꼽았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에 따르면 핵 추진은 화학 로켓보다 추진제 효율이 더 높다. 화성으로의 유인 및 화물 임무와 태양계 외곽으로의 과학 임무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적 기술로, 많은 경우 더 빠르고 강력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핵추진 시스템은 특히 태양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지형이나 태양계 외곽과 같은 저광량 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핵추진의 장점 외에도 방사선 차폐, 시스템 중량, 안전성 확보 등 기술적 난제도 조명했다. 비스왈은 미국 과학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NASA의 '킬로파워(Kilopower)' 프로젝트와 같은 연구는 핵분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기술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물론, 태양계 너머 카이퍼벨트까지의 접근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예산'이다. 핵추진 로켓은 1950년대에도 제안된 바 있으나, 당시 NASA의 로켓용 핵추진 엔진 NERVA(너바) 프로그램은 1973년 예산 삭감과 스페이스 셔틀 집중정책으로 폐기됐다. 기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익이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지속적인 자금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NERVA(너바, Nuclear Engine for Rocket Vehicle Application) 프로그램은 1955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이 추진한 핵열추진 로켓 개발 프로젝트로, NASA와 미국 원자력위원회(AEC)가 공동으로 주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화학로켓보다 높은 추진 효율을 제공하여, 심우주 탐사와 유인 화성 탐사 임무를 위한 핵심 기술로 여겨졌다. NERVA는 액체 수소를 추진제로 사용하며, 고온의 핵분열 반응로에서 수소를 가열하여 노즐을 통해 분사함으로써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이러한 핵열추진 방식은 기존 화학로켓보다 약 23배 높은 비추력(약 800~900초)을 제공하여, 더 무거운 탑재물을 더 먼 거리로 운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1973년, NERVA 프로그램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종료됐다. 우선,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우주 탐사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관심이 감소하면서, 유인 화성 탐사와 같은 장기 계획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었다. 또한, 환경 및 안전에 대한 우려, 예산 삭감, 무인 탐사선의 발전 등도 프로그램 종료에 영향을 미쳤다. 2023년, NASA 우주비행사 출신이자 민간 우주기업 '애드 아스트라(Ad Astra)'를 설립한 프랭클린 창 디아즈는 "핵 전기추진 엔진(VASIMR)을 우주에서 시험 운용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준비됐지만, 상용화를 위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금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용과 시간, 기술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면 핵추진 기술은 단순한 대안이 아닌 '심우주 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우주 기술이 지닌 상징성과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지금, 이 고전적이지만 혁신적인 접근법이 재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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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78)] 핵추진 기술, 심우주 탐사의 새로운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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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6)]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눈 감아도 보는 '초시력' 콘택트렌즈 개발
- 눈을 감고도,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초능력'이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 연구팀이 개발한 특수 콘택트렌즈를 끼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 영역을 감지해, 마치 초능력처럼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알아볼 수 있다. 이 렌즈는 따로 전원 장치나 부피 큰 장비 없이 작동하고, 투명해 일상생활에서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눈을 감았을 때 적외선 투과율이 높아져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의 톈쉐 교수(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눈에 보이는 빛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톈쉐 교수는 "우리 연구는 사람들에게 초시력을 주는 비침습 착용 기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이 물질은 보안, 구조, 암호화 또는 위조 방지 환경에서 정보를 보내는 등 바로 쓸 수 있는 데가 많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5년 5월 22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다. 나노기술, 보이지 않는 빛을 포착하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400에서 700나노미터(nm, 1nm는 10억 분의 1미터)로, 전체 전자기 스펙트럼의 0.01%도 안 된다. 연구팀의 위첸 마 박사는 "적외선으로 존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절반 넘게 사람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와 벌, 순록, 쥐 등은 사람이 못 보는 자외선을 볼 수 있고, 일부 뱀이나 흡혈박쥐는 원적외선(열 방사선)을 감지해 사냥에 사용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콘택트렌즈의 핵심 기술은 '상향변환 나노입자'다. 이 특수 제작 나노입자는 사람의 시각 범위를 바로 벗어난 800에서 1600nm 영역의 근적외선을 흡수한 뒤, 이를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400에서 700nm 범위의 보이는 빛으로 바꿔준다. 앞선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 나노입자를 쥐의 망막 아래에 바로 넣어 근적외선 시력을 주는 데 성공했지만, 이 방식은 "사람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나노입자를 표준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쓰는 부드럽고 독성 없는 중합체와 합쳐, 콘택트렌즈에 바로 심는 훨씬 덜 침습적인 방법을 썼다. 쥐·사람 실험으로 '적외선 시력' 확인 연구팀은 먼저 개발한 콘택트렌즈가 독성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기능 실험을 했다. 렌즈를 낀 쥐는 적외선을 비추는 상자 대신 어두운 상자를 고르는 행동을 보였고, 적외선에 노출되자 동공이 줄어들었으며 뇌의 시각 처리 부분이 활성화하는 생리 신호도 나타났다. 이런 반응은 쥐가 적외선을 실제로 감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 대상 실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적외선 콘택트렌즈를 끼자 깜빡이는 모스 부호 같은 적외선 신호를 정확히 알아채고, 적외선이 오는 방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톈쉐 교수는 "결과는 뚜렷하다. 콘택트렌즈 없이는 실험 참가자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렌즈를 끼자 적외선의 깜빡임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톈쉐 교수는 이어 "실험 참가자가 눈을 감았을 때 이러한 깜빡이는 정보를 훨씬 더 잘 받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근적외선이 보이는 빛보다 눈꺼풀을 더 잘 뚫고 들어가서 보이는 빛에서 오는 간섭이 적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색깔로 구분하고 색맹도 돕는 '맞춤형 시각' 이 콘택트렌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적외선 파장을 각기 다른 색깔의 보이는 빛으로 바꿔 사용자가 더 많은 세부 정보를 알아보게 한다. 예를 들어, 980nm의 적외선 파장은 파란색으로, 808nm는 녹색으로, 1532nm는 빨간색 빛으로 바뀐다. 이러한 색깔 넣기 기능은 적외선 스펙트럼 안의 세부 정보를 더 잘 파악하게 할 뿐 아니라, 특정 파장을 알아보지 못하는 색맹인 사람이 그 파장을 볼 수 있도록 돕는 데 응용할 수 있다. 톈쉐 교수는 "이 기술은 빨간색 가시광선을 녹색 가시광선과 비슷한 색으로 바꿔서 색맹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시력' 상용화 길, 감도 향상이 관건 다만 현재 나온 콘택트렌즈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우선, 망막에 매우 가까이 있어서 빛이 바뀌는 과정에서 광입자가 흩어지면서 미세한 부분을 잡아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려고 연구팀은 같은 나노입자 기술을 쓴 안경 형태 착용 시스템도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더 높은 해상도의 적외선 정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현재 렌즈는 LED 광원이 내보내는 비교적 강한 적외선만 감지할 수 있어서, 자연 상태의 약한 적외선이나 물체가 내뿜는 원적외선(열)을 감지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다. 즉, 영화에서처럼 사람이나 동물의 체온을 감지하는 열 영상 시각 기능은 아직 없다. 연구팀은 앞으로 나노입자의 효율과 감도를 더욱 높여 주변의 약한 적외선 빛도 감지하도록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톈쉐 교수는 "재료 과학자들이 더 효율 높은 상향 변환 나노입자를 개발한다면 콘택트렌즈를 써서 주변 적외선을 보는 일이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재료 과학자와 광학 전문가와 힘을 합쳐 더욱 정밀한 공간 해상도와 더 높은 감도를 지닌 콘택트렌즈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적외선 감지 콘택트렌즈는 '초능력 시력'을 향한 인류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동시에, 보안, 구조 활동에서 비밀 통신, 위조 막는 기술, 색맹 환자를 위한 시각 도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혁신 2030 주요 프로그램과 중국 국가중점연구개발계획 등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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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86)]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눈 감아도 보는 '초시력' 콘택트렌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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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기업에 희토류 수출 일부 허가⋯공급망 우려 일단 진정
-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완화 합의 이후에도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복수의 한국 기업에 희토류 수출을 허가했다. 이는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이후 첫 승인 사례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승인은 최대 45일이 소요되며, 일부 국내 기업은 여전히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중국과 핫라인을 유지하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정부 수출 데스크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미니해설] 희토류 수출 허가받은 한국 기업…중국 수출 통제 속 숨통 트이나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유예 합의 이후에도 희토류 수출 통제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 일부 기업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달 들어 희토류를 수입하려는 복수의 한국 기업에 수출을 승인했다. 이는 지난달 4일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단행한 이후 처음 확인된 한국 기업 대상 허가 사례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동안 막혀 있던 희토류 수입 통로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국내 희토류 수요 기업들의 우려가 컸지만, 최근 일부 수출 허가가 나오면서 공급망 안정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 허가 절차에 최대 45일이 소요되고 있다"며 "다행히 한국 기업 몇 곳에 허가가 나오면서 한숨 돌린 분위기"라고 전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스마트폰 등 반도체, 방산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특히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등은 고성능 자석 제조에 쓰인다. 문제는 중국이 글로벌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출 통제는 단순한 무역 문제를 넘어 공급망 리스크로 직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가공 및 정제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한국 또한 국내 수요 희토류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희토류 대(對)중국 의존도(HSK코드 기준)는 반도체 부분품과 부속품의 경우 3.4%(1만1124t), 기타(희토류 포함 화학 제품) 29.1%(52만5522t), 기타(희토류 화합물) 61.1%(1533t), 희토류 금속 79.8%(145t) 등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2일 미국의 34% 관세 발표 이틀 뒤, 맞불 조치로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공식화했다. 해당 희토류 7종은 코발트 자석에 쓰이는 사마륨(Sm), 조영제로 쓰이는 가돌리늄(Gd), 형광체 원료인 테르븀(Tb), 모터나 전기차용 자석에 첨가되는 디스프로슘(Dy),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루테튬(Lu), 알루미늄 합금용으로 항공기 부품 등 사용되는 스칸듐(Sc), LED와 형광체, 고체 레이저 제조에 쓰이는 이트륨(Y) 등이다. 이들 7종은 모두 네 가지 주요 분류에 걸쳐 있으며, 해당 조치는 사실상 희토류 전반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지난 12일 제네바 협상에서 미국과 90일간 상호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하고, 미국 기업 28곳에 적용되던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를 해제하는 등 일부 규제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희토류는 이 유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이 독일의 폭스바겐에 희토류 자석 수출을 허가하고, 한국 기업에도 수출을 일부 허용한 것은 전략물자 통제 정책에 예외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도 수출 허가를 기다리는 국내 기업이 여럿 있고, 미·중 간 통상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경우 수출 허가 정책이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 직후부터 국내 수요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측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신속한 허가를 지속 요청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과의 수출 절차가 예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수출 데스크를 통해 기업의 개별 애로사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명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기업들도 있어 정부 차원에서 민감한 정보 보호에도 신경 쓰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일부 수출을 허가하고 있지만 행정력이 외국 기업들의 허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과부하 상태"라며 "예상보다 긴 허가 대기 기간이 희토류 공급망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산업계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대한 근본적 대응책으로 △국내 재활용 확대 △대체 광물 확보 △호주·캐나다 등 우방국과의 협력 확대 등의 방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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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기업에 희토류 수출 일부 허가⋯공급망 우려 일단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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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6)] 중국 톈궁 우주정거장에서 신종 미생물 발견⋯우주 생명과학 연구 새 장 연다
-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Tiangong, 天宮)에서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생물 균주가 발견됐다. 중국 선저우(神舟) 우주생명공학연구소와 베이징우주비행체시스템공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국제 계통진화 미생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and Evolutionary Microbi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새로운 균주 '니알리아 톈궁엔시스(Niallia tiangongensis)'를 공식 보고했다. 중국 우주 생명과학 연구진은 이 미생물이 우주 환경에 특화된 적응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고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이 전했다. 아울러 향후 우주 의학·농업·자원재활용 분야 등에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미생물은 2023년 5월, 선저우 15호 우주비행사들이 톈궁 우주정거장에 체류 중이던 시기에 채집된 것이다. 이 균주는 기존 지구상의 니알리아(Niallia) 속 박테리아에서 변형된 새로운 형태로, 텐궁에 체류중이던 선저우 15호 승무원이 우주정거장 내부 모듈 표면에서 채취했다. 니알리아 톈궁엔시스는 기존 지구 박테리아의 유전적 변형체로, 극한 우주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한 특성을 지녔다. 연구에 따르면 이 박테리아는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높고, 방사선으로 인한 손상을 복구하는 능력이 향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유인우주국(CMSA)은 이번 발견이 '우주정거장 서식 구역 마이크로바이옴 프로그램(CHAMP)'의 일환으로 수행된 미생물 모니터링 활동의 성과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장기 우주체류 중 미생물 군집의 변화를 추적·분석하고 있다. 선저우 15호 승무원들은 정거장 체류 기간 중 모듈 표면을 멸균 포로 닦아 미생물을 채취했고, 이를 지구로 회수해 냉동 보관 후 유전체 분석 및 대사 특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새로운 균주임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이 신종 미생물이 특정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는 능력을 지녀 우주 내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술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첫째, 우주 환경에서 미생물이 생존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는 향후 우주선 내 미생물 통제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해당 미생물이 특정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는 능력을 지녀, 향후 우주 및 지구 환경에서 폐기물 처리와 자원 재활용 기술 개발에 응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중국 우주 당국은 "톈궁 우주정거장은 향후 미생물 생존, 유전학, 대사 작용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며, 이는 지구상의 농업과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 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생물학뿐 아니라 우주공학, 자원 순환기술, 바이오메디컬 분야에까지 확장 가능한 다학제적 의미를 지닌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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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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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16)] 중국 톈궁 우주정거장에서 신종 미생물 발견⋯우주 생명과학 연구 새 장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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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74)] '셀카' 한 장으로 건강 상태 가늠⋯AI 알고리즘 '페이스에이지' 개발
- 단순한 얼굴 사진 한 장으로 실제 생물학적 나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기존 의료진의 직관적 '눈대중' 판단에 과학적 정밀성을 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의학학술지 란셋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따르면, 하버드대 부속 병원인 매사추세츠 브리검 헬스(Mass Brigham Health)의 연구진은 사람의 얼굴 사진을 분석해 생물학적 연령을 산출하는 딥러닝 모델 '페이스에이지(FaceAge)'를 공개했다. 이 알고리즘은 6만 명이 넘는 건강한 고령자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한 뒤, 방사선 치료 직전 촬영된 암 환자 6000여 명의 사진으로 검증을 거쳤다. 연구 결과, 암 환자의 생물학적 나이는 평균적으로 실제 나이보다 4.79세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기존 연령, 성별, 암 유형과 관계없이 환자의 예후를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줬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고강도 치료의 적절성과 생존 가능성 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사추세츠 브리검 헬스의 종양학자이자 공동 수석 저자인 레이먼드 막(Raymond Mak) 연구책임자는 "페이스에이지는 환자의 생물학적 나이를 정량화해 암 치료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75세지만 생물학적 나이가 65세인 건강한 노인은 고강도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지만, 60세이면서 생물학적 나이가 70세인 허약한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에이지는 기존 안면 노화 인식과 달리 백발이나 탈모보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변화 등을 더 중요한 요소로 반영한다. 연구진은 또한, 여덟 명의 의사에게 말기 암 환자의 사진만을 보고 6개월 내 사망 가능성을 예측하게 한 실험에서, 페이스에이지 데이터를 함께 제공했을 때 예측 정확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다만 알고리즘이 조명, 화장, 성형 수술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연구진은 향후 약 2만 명 규모의 후속 학습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인종적 편향 여부에 대한 초기 점검에서는 유의미한 편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일반에 공개될 경우 생명보험사나 고용주 등에서 악용될 우려도 제기된다. 공동연구자 후고 에어츠(Hugo Aerts)는 "이 기술이 오로지 환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도록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재 일반 대중이 셀카를 업로드하고 생물학적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개 포털도 개발 중이다. 다만 상업적 의료 활용은 추가 검증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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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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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 신기술(174)] '셀카' 한 장으로 건강 상태 가늠⋯AI 알고리즘 '페이스에이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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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96)] '우주 된장' 맛은 어떨까?⋯국제우주정거장서 발효 실험
- 과학자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콩을 발효시켜 세계 최초로 우주 된장(우주 미소·space miso)을 탄생시켰다. 미소는 일본 요리에서 사용하는 된장을 말한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발효된 '우주 된장'이 처음으로 지구에 돌아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이 우주 환경에서의 미생물 생존 가능성과 향후 우주 탐사 시 식량 다양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매기 코블렌츠와 덴마크 공과대학의 조슈아 에반스 박사는 2020년 3월, 조리된 콩 반죽을 담은 용기를 ISS로 보냈다. 이 반죽은 약 30일간 미세중력 환경에서 발효 과정을 거친 뒤 '우주 된장'이 완성된 후 지구로 귀환시켰다. 해당 실험은 2025년 4월 2일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게재됐다. 된장이 담긴 용기에는 온도, 습도, 압력, 방사선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돼 발효 환경을 정밀하게 기록했다. 우주 발효와 비교하기 위해 미국 캠브리지와 덴마크 코펜하겐 두 곳에서 같은 재료를 이용한 된장을 발효시켰다. 에반스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에서의 발효는 전례가 없던 시도였기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 된장은 색이 더 어둡고, 육안상으로도 더 많이 흔들린 흔적이 있었다"며 "이는 우주로의 운반 과정에서 발생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주 환경의 미세중력, 방사선 노출 등의 요소가 미생물의 성장과 대사 작용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우주 된장'은 지구에서 발효된 된장과 유사한 감칠맛을 지녔지만, 구수한 맛이 강했고 볶은 견과류 향이 느껴졌다고 한다. 코블렌츠 박사는 "우주에서도 미생물 군집이 생존하고 활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실험은 우주에서의 생명 가능성과 식문화 확장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은 우주 식량의 다양화 가능성을 실험한 여러 시도 중 하나다. 그간 우주에서는 상추, 무, 고추 등의 신선 농작물 재배 실험이 진행되어 왔으며, 2021년에는 고추 수확을 기념해 ISS 내에서 '타코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한편 일본 주류업체 아사히 슈조는 자사의 인기 브랜드 '닷사이'를 우주에서 발효시키기 위한 실험을 준비 중이다. 해당 업체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통해 ISS 내 '기보(Kibo)' 모듈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으며, 우주 양조 장비 개발을 병행해 2025년 시험 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향후 우주 탐사와 장기 체류 임무에서 건강과 문화적 다양성을 동시에 고려한 식량 개발의 단초로 평가된다. 다만, 에반스 박사는 "우주 된장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한 정밀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며, 단백질 조성이나 생리활성 물질의 함량 등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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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까? 말까?(96)] '우주 된장' 맛은 어떨까?⋯국제우주정거장서 발효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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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9)] 우주여행, 뼈에 '치명적 구멍'⋯NASA의 실험쥐가 보여준 골다공증의 미래
- 인간의 우주여행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의 무중력 상태에 머무는 것이 심각한 골밀도 소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체에 미치는 충격적 결과가 드러났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37일간 실험쥐를 보내 수행한 골밀도 관련 연구에서, 뼛속이 '속부터 녹아내리는' 심각한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하중을 견디는 역할을 하는 대퇴골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럿이 3월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ASA와 블루마블우주과학연구소가 공동 진행한 이번 연구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 웹사이트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뼈가 비어간다⋯"지구의 하중 잃은 뼈, 내부부터 무너져" 연구진은 쥐를 이용해 무중력 상태에서의 골다공증 진행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에 남아 있던 대조군 쥐들과 비교해 우주로 떠난 쥐들은 대퇴골 말단, 즉 엉덩이와 무릎 관절이 연결되는 부위에 커다란 공백(구멍)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척추 부위, 특히 요추는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됐다. 이는 뼈가 단순히 전신적으로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체중을 지탱하던 부위일수록 미세중력에서 훨씬 더 빨리, 더 심하게 손상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생체공학자 루크마니 케이힐 박사는 "우주에서는 신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뼈가 쓰임을 잃고, 그 결과 구조 자체가 붕괴하기 시작한다"며 "이는 뇌과학에서 말하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개념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우주골다공증, 지구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진행 중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인간의 몸에 꼭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우주에 다녀온 우주비행사들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1% 이상, 지구 평균보다 10배 가까운 속도로 골밀도를 상실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골다공증 노인 환자보다 더 빠른 속도이며, 수개월만 우주에 머물러도 수십 년 치의 골소실이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이번 실험의 실험쥐들은 골격 성장이 마무리되지 않은 젊은 개체들이었음에도, 미세중력에서 대퇴골 내 연골이 조기 골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뼈의 성장이 멈추고, 오히려 발육이 저해될 수 있다는 신호다. 방사선 탓 아니다⋯"골 소실 문제는 중력 부재" 이번 연구의 핵심은, 우주 공간에서의 뼈 손상이 단순한 우주 방사선, 빛 부족 등의 전신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대조군 쥐에게도 로켓 발사 시의 진동과 비행 조건을 모사했지만, 유의미한 골소실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우주에서 쥐가 받은 일일 방사선량은 극히 낮았으며, 과거 방사선 단독 실험에서 골소실을 유도한 수준과 비교해도 수십 분의 일에 불과했다. 결국, 골밀도 저하의 본질적인 원인은 '중력이 없는 환경' 그 자체라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해답은 '운동'⋯식이요법은 한계 이러한 우주골다공증 현상을 막기 위해, NASA는 단순한 식단 조절이나 칼슘 보충제보다 무중력 환경에서도 하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운동 기기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ISS에서는 러닝머신에 몸을 고정해 사용하는 방식의 운동이 도입되어 있으며, 향후 중력 모사 웨이트 트레이닝 기기도 확대될 전망이다. 인류가 화성이나 그 너머로의 장기 우주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주에서 모무는 동안 인간의 '뼈'는 최대 약점이자 극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에서의 '골다공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우주인들은 먼 별보다 지구의 중력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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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9)] 우주여행, 뼈에 '치명적 구멍'⋯NASA의 실험쥐가 보여준 골다공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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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3)] 은하 중심부의 신비한 현상, '새로운 형태의 암흑물질' 존재 가능성 시사
-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관측된 미스터리한 현상이 기존 이론과는 다른 형태의 암흑물질 존재를 암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암흑물질은 우주 질량의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직접 관측된 적이 없어 현대 과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추적해 온 암흑물질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은하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설명되지 않는 화학 반응의 원인이 기존 이론과는 다른 새로운 암흑물질 후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서 PHYS.org와 스페이스닷컴 등 주요 외신은 10일(현지시간)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연구팀이 제안한 새로운 암흑물질 후보는 기존 가설보다 가벼우면서 자기 소멸성을 가진다. 즉, 두 개의 암흑물질 입자가 충돌하면 서로를 소멸시키며, 이 과정에서 음전하를 띤 전자와 양전하를 띤 양전자가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자와 양전자의 홍수는 은하 중심부의 밀도가 높은 가스에서 중성 원자로부터 전자를 떼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를 '이온화'라고 하며, 이 과정이 은하 중심 분자영역(CMZ)에 이온화된 가스가 풍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암흑물질의 소멸은 흔치 않지만, 암흑물질이 밀집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 중심부에서는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킹스칼리지 런던의 박사후 연구원 샴 발라지(Shyam Balaji) 박사는 "우리 은하 중심부에는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거대한 양전하를 띤 수소 구름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수소 기체는 중성이므로, 음전하를 띤 전자를 제거할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천이 무엇인지가 오랫동안 의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은하 중심부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신호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에너지원이 존재함을 시사하며, 이는 기존 모델에서 고려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운 형태의 암흑물질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암흑물질은 빛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거나, 상호작용하더라도 너무 약하고 드물어 과학자들이 직접 관측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암흑물질이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 중입자(바리온·baryon)로 구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중입자는 원자보다 작은 아원자의 한 종류로, 별, 행성, 달을 비롯해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모든 사물을 이루는 원자의 기본 구성 요소다. 암흑물질에 대한 가장 유력한 이론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가 후보라는 가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WIMP보다 훨씬 낮은 질량을 가진 새로운 유형의 암흑물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밀집된 CMZ에서 생성된 양전자는 주변 수소 분자와 상호작용해 전자를 떼어내기 전에 멀리 이동하거나 탈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온화 과정은 CMZ에서 특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발라지 박사는 "이 모델이 해결하는 가장 큰 문제는 CMZ의 과도한 이온화"라며 "이온화 가스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원인 중 하나인 우주선(우주 방사선)은 현재 관측된 높은 수준의 이온화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암흑물질의 주요 후보는 다양한 질량을 가진 '악시온(axion)'과 '악시온 유사 입자'다. 연구진은 이 저질량 암흑물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해 '소멸(annihilation)'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전하 입자를 생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새로 생성된 전하 입자들이 수소 기체를 이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이온화 이론은 우주선을 통한 에너지원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CMZ에서 관측된 에너지 신호는 우주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으며, 기존 WIMP 모델로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암흑물질 소멸로 발생하는 에너지원이 기존 우주선보다 느리고, WIMP보다 질량이 작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우주선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는 하전 입자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CMZ의 이온화 신호는 기존의 많은 암흑물질 후보보다 가볍고 느리게 움직이는 근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주선이 CMZ의 이온화 가스를 형성했다면 감마선과 관련된 방출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마선 방출은 CMZ 연구에서 관측되지 않았다. 발라지 박사는 "만약 암흑물질이 CMZ의 이온화에 기여한다면, 우리는 암흑물질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은하계 가스에 미치는 미묘한 화학적 영향을 관찰함으로써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하 중심에서 관측된 희미한 감마선 빛은 양전자와 이온화 과정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발라지 박사는 "이온화와 감마선 방출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발견한다면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이 두 신호 사이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지만, 이를 확실한 증거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흑물질 탐색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지만, 현재 대부분의 실험은 지구에서 암흑물질이 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CMZ의 기체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보다 직접적인 근원에 접근할 수 있으며, 분석 결과 암흑물질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가벼울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은하 중심부의 관측을 통해 CMZ 내 수소 기체가 암흑물질의 본질을 밝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은하 중심의 다른 미스터리와도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은하 중심에서 관측된 특정 X선 방출선인 '511keV 방출선'이 동일한 저질량 암흑물질이 충돌해 전하 입자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암흑물질 소멸 모델은 양전자와 전자가 결합해 '양전자늄' 상태를 형성한 뒤 X선 형태로 붕괴하는 과정이 CMZ의 특이한 빛 방출을 설명할 수도 있다. 발라지는 "서브 GeV 암흑물질에 의해 생성된 이온화 속도는 기존 감마선 및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MB) 관측과 모순되지 않으며, 기존 제약 조건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0일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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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103)] 은하 중심부의 신비한 현상, '새로운 형태의 암흑물질' 존재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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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74)] 핵폐기물, 미래 에너지의 '황금알'로 부활하나?
- 인류는 오랫동안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와 함께해 왔다. 바로 '핵에너지'다. 막대한 에너지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핵폐기물'이라는 부산물을 남긴다. 그런데 최근, 이 '골칫덩이' 폐기물이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황금알'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방사성 폐기물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핵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며, 에너지 저장 분야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이 연구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류가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방출되는 감마 방사선을 섬광 결정과 태양 전지를 통해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섬광 결정은 방사선에 노출되면 빛을 방출하는 특성을 지닌 고밀도 물질로, 이 빛을 태양 전지가 흡수해 전기로 변환하는 원리다. 감마 방사선은 X선이나 CT 촬영에 쓰이는 방사선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지녀 투과력이 매우 강하다. 감마 방사선의 높은 투과력은 곧 물질을 뚫고 지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감마 방사선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 핵 배터리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배터리는 충전이나 유지 보수 없이 수십 년간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특히 우주나 심해 탐사와 같이 장기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 안의 '원자력 발전소'⋯작지만 '강력한' 에너지, 무한한 가능성 제시 연구진이 개발한 프로토타입 배터리는 4cm³ 크기로, 세슘-137을 사용했을 때 288나노와트, 코발트-60을 사용했을 때 1.5마이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마이크로칩과 같은 소형 전자 기기를 작동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물론,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레이먼드 카오 교수는 "적절한 전력원을 사용하면 와트 수준 이상의 전력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술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폐기물로 간주되는 것을 수확하고 본질적으로 보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핵폐기물 배터리 개발의 의의를 강조했다. 핵 배터리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지 않아 안전하며, 핵 폐기물 저장 시설이나 우주, 심해 등 방사선 수치가 높은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장기간 작동이 가능해 유지 보수가 어려운 환경에도 적합하다. 사이테크 데일리는 "이 배터리는 일반적인 X선이나 CT 스캔보다 100배나 투과력이 강한 감마 방사선을 이용했지만, 배터리 자체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만져도 안전하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핵폐기물 배터리는 감마 방사선을 빛으로, 다시 빛을 전기로 바꾸는 두 단계를 거쳐 작동한다. 먼저, 신틸레이터 결정이 감마 방사선을 흡수해 빛을 낸다. 마치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발생한 빛은 태양 전지에 의해 포착되어 전기로 변환된다. 이는 태양광 발전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배터리는 몇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갖는다. 설탕 한 스푼 크기인 약 4cm³의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세슘-137을 사용했을 때 288 나노와트, 코발트-60을 사용했을 때 1.5 마이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배터리 자체에 포함되지 않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혁신적인 배터리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에서 폐기물 저장 시설의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심해 탐사나 우주 탐사와 같이 극한 환경에서 장기간 작동하는 전력원으로도 유용하다. 또한, 작고 안전한 전력원이 필요한 소형 센서나 마이크로 전자 기기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물론, 연구진은 상용화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출력 규모를 확대하고,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여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대량 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제조 공정을 확립하고, 장기간 사용 시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레이먼드 카오 교수는 "우리는 폐기물로 여겨지던 것을 보물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 기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연구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옵티컬 머티리얼즈: X(Optical Materials: X)' 저널에 발표됐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 넘어 산'⋯인류, '무한 에너지 시대' 열 수 있을까 핵 배터리 기술은 중국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베타볼트(Betavolt)는 휴대폰, 드론, 의료 기기 등 상업적 응용 분야를 위한 핵 배터리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14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브라힘 옥수즈 연구원은 "핵 배터리 개념은 매우 유망하며, 앞으로 에너지 생산 및 센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전력 출력 측면에서 획기적인 결과"라며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지만, 앞으로 이 접근 방식이 에너지 생산 및 센서 산업 모두에서 중요한 공간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조 비용 절감, 효율성 향상, 안전성 검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섬광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연구진은 "결정의 모양과 크기가 최종 전기 출력에 영향을 미치며, 더 큰 부피는 더 많은 방사선을 흡수하고 더 많은 빛을 생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더 큰 표면적은 태양 전지가 더 많은 전력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섬광 결정의 미세 구조를 최적화하는 연구가 핵 배터리 성능 향상에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섬광 결정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정의 크기, 모양, 표면적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레이먼드 카오 교수는 "핵 배터리 기술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을 확장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안전하게 구현된 후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등 배터리의 유용성과 한계를 평가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류는 오랫동안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핵폐기물 배터리 기술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 중 하나로,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어 인류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약속의 땅'으로 우리를 인도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연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이 '연금술'은 인류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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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Eyes(74)] 핵폐기물, 미래 에너지의 '황금알'로 부활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