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주째 접어든 이란 전쟁, 유가 40% 폭등하며 '스테그플레이션' 공포 확산
- S&P 500, 200일 이동평균선 붕괴⋯기술적 지지선 무너지며 6개월래 최저치
- 24일 발표 PMI가 경기 가늠자⋯연준 '연내 인하' 실종되고 '추가 인상' 경고등
- 국채 금리 4.38% 돌파 '발작'⋯에너지 컨퍼런스서 나올 공급망 메시지 주목
뉴욕 증시가 중동발 전쟁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퇴로 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3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국제 유가가 한 달 새 40% 이상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들이닥치는 '스테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집어삼켰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증시는 주간 기준으로 S&P 500 지수가 4주 연속 하락하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S&P 500은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기술적 지지선마저 상실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10% 가까이 빠지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가장 큰 복병은 '인하'에서 '인상'으로 급격히 선회 중인 금리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동 위기에 따른 경제 예측 불가능성을 토로한 가운데,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완전히 접고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발표될 3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쟁 발발 이후 미국 경제의 실질적인 타격을 확인하는 첫 번째 '진실의 순간'이 될 전망이다.
[미니해설] 120달러 육박한 유가와 4.3% 국채 금리…월가, '공포의 터널' 진입
① 호르무즈 해협 마비와 유가의 역습
현재 월가 트레이더들이 가장 주시하는 지표는 주가 지수가 아닌 유가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1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98달러 선에서 마감하며 에너지 가격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마비는 공급망 전체를 마비시키는 '혈전'과도 같다.
노스스타 투자운용의 에릭 쿠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유가는 금융 시장이 중동 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선행 지표"라고 분석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S&P 500 지수와 유가의 상관계수는 -0.89에 달한다. 유가가 오르면 주가는 무조건 떨어진다는 강력한 역상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란이 '유가 200달러 시대'를 경고하며 에너지 시설을 직접 타격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최악의 에너지 쇼크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② '인하' 꿈 깨진 연준…워시 체제 앞두고 '매파적' 본능
불과 몇 달 전까지 시장을 지탱했던 '연내 3회 인하' 낙관론은 이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난주 연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보여준 깊은 불확실성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시장은 이제 7월 인하 가능성마저 희박하게 보고 있으며, 오히려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Kevin Warsh) 체제 하에서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이중 책무 사이에서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혹은 인상을 통해 물가 기대심리를 꺾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③ 4.38% 국채 금리 발작과 기술적 붕괴
에너지발 물가 상승 압력은 채권 금리를 사정없이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4.38%를 기록하며 지난해 여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트루이스트의 케이트 러너 CIO는 "금리 상승은 차입 비용 증가로 경제를 둔화시킬 뿐만 아니라, 주식 대비 채권의 상대적 매력도를 높여 자금 이탈을 가속화한다"고 경고하며 4.5%를 최종 저항선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S&P 500이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추락한 것은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크리스 파시아노 전략가는 "이번 하락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당시처럼 무질서하지는 않지만, 장기화될수록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잠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④ 24일 PMI 발표…전쟁 후 첫 '성적표'
이번 주 가장 중요한 일정은 화요일(24일) 발표되는 3월 PMI 지표다. 이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기업들의 심리와 활동을 보여주는 첫 번째 거시 지표다.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쟁 이후 미국 기업들이 고유가와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최초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휴스턴에서 열리는 대규모 에너지 컨퍼런스(CERAWeek)에서 글로벌 석유 메이저 경영진들이 내놓을 공급망 안정 대책과 생산 전망 역시 월가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한편, 한국과 일본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무역 수지 악화와 인플레이션 전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글로벌 자금의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 내주 월가 주요일정] (현지 시간 기준)
3월 23일(월):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예비치), 일본 노동계급 임금 협상(춘투) 결과 발표
3월 24일(화): 미국 3월 S&P 글로벌 PMI(제조/서비스), 미국 4분기 생산성 수정치, 2년물 국채 입찰
3월 25일(수): 영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호주 2월 CPI, 미국 5년물 국채 입찰
3월 26일(목): 멕시코·남아공·노르웨이 금리 결정,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7년물 국채 입찰
3월 27일(금): 미국 1·2월 산업이익(중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 스페인 CP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