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신기술(165)] '불가능한 재료의 융합'⋯양자컴퓨팅 문 여는 인공 구조체 탄생

입력 : 2025.04.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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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 물질 '디스프로슘 타이타네이트'와 '피로클로르 이리데이트' 결합한 초미세 '양자 샌드위치 구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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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러트거스대학교 뉴브런즈윅 캠퍼스 물리천문학과 자크 차칼리안(Prof. Jak Chakhalian) 교수 연구팀은 최근 기존 과학 이론으로는 공존하기 어려웠던 두 인공 물질인 '디스프로슘 타이타네이트(dysprosium titanate)'와 '피로클로르 이리데이트(pyrochlore iridate)'를 원자 단위에서 결합한 초미세 '양자 샌드위치 구조'를 개발했다. 녹색 창(오른쪽)은 '양자 샌드위치 구조' 합성이 발생하는 주요 성장 챔버다. 앰버색 창(왼쪽) 내부에는 성장된 양자 박막의 화학적 및 전자적 특성을 공기에 노출시키지 않고도 밝혀내는 고급 특성화 도구가 있다. 사진 출처=Jeff Arban

 

국제 공동연구진이 기존 과학 이론으로는 공존하기 어려웠던 두 가지 물질을 원자 단위에서 결합해, 새로운 양자 인공 구조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향후 양자컴퓨팅과 차세대 센서 기술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러트거스대학교 뉴브런즈윅 캠퍼스 물리천문학과 자크 차칼리안(Prof. Jak Chakhalian)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 저널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고 웹사이트 PHYS.org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약 4년에 걸친 실험을 통해 원자 단위에서 '디스프로슘 타이타네이트(dysprosium titanate)'와 '피로클로르 이리데이트(pyrochlore iridate)'라는 두 인공 물질을 결합한 초미세 '양자 샌드위치 구조'를 개발했다. 이 두 물질은 각각 특이한 전자기 및 양자역학적 성질로 인해 기존에는 서로 결합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한쪽 층을 이루는 디스프로슘 타이타네이트는 일명 '스핀 아이스(spin ice)'라고 불리는 물질로, 내부 스핀 배열이 물의 얼음 구조를 닮았다. 이 구조는 자연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자기 단극자(magnetic monopole)'를 유사 입자로 출현시킬 수 있다. 자기 단극자는 193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폴 디랙이 예언했으나 자유 상태에서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쪽 층은 피로클로르 이리데이트라는 자성 준금속으로, 생다론적 입자인 '와일 페르미온(Weyl fermion)'을 포함하고 있다. 와일 페르미온은 1929년 헤르만 와일이 처음 제안했으며, 2015년에야 결정 구조 내에서 실험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좌·우 회전을 구분할 수 있는 이 입자는 외부 잡음이나 불순물에 강한 전자적 안정성을 갖는다. 


이처럼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두 물질을 원자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접합한 것은 기존의 재료과학이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평가된다. 차칼리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 양자 물질 설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양자 기술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실험을 위한 결정적 전환점은 연구팀이 자체 제작한 '양자현상 탐색 플랫폼(Q-DiP, Quantum phenomena Discovery Platform)'이라는 장비였다. 이 장치는 적외선 레이저 가열기와 정밀 레이저 빔 조합을 통해 초정밀 원자층 증착이 가능하며, 절대온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도 물질의 양자 상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이 장비는 미국 내 유일한 장비로, 실험 장비 자체로도 과학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 연구에는 박사과정의 마이클 테릴리(Michael Terilli), 우총치(Tsung-Chi Wu), 학부생 시절부터 참여한 도로시 도티(Dorothy Doughty), 재료과학자 미하일 카리예프(Mikhail Kareev) 등이 핵심 기여자로 참여했다.


이번에 개발된 양자 구조체는 향후 양자컴퓨팅의 핵심 구성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특정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자 및 자기적 특성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양자센서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장치 개발에 직접적인 응용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팅은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 기존 컴퓨터의 이진 논리를 뛰어넘는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활용한다. 이는 한 번에 여러 연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해 신약 개발, 금융 알고리즘, 인공지능(AI)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차칼리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물질 합성의 진보를 넘어, 양자 기술을 위한 물질 설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라며 "향후 양자 센서 기술을 포함한 응용과학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yuna@fo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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