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감세안發 재정적자 우려⋯국채금리 연일 최고치 경신
- 20년물 국채입찰 부진에 투심 급랭⋯개별 종목 악재도 부담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 추진에 따른 미국 정부 부채 급증 우려로 국채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3대 주요 지수 모두 한 달 만에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16.80포인트(1.91%) 급락한 41,860.4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95.85포인트(1.61%) 하락한 5,844.61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70.07포인트(1.41%) 떨어진 18,872.64를 기록했다.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 2000 지수 역시 4월 10일 이후 가장 큰 일일 손실을 나타내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음을 반영했다.
시장의 불안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안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36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정부 부채에 추가로 3조에서 5조 달러가 더해질 수 있다는 초당파 분석가들의 경고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전망은 국채 발행 물량 증가로 이어져 채권 가격 하락(수익률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실제 이날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5.09%까지 치솟아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10.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89%를 기록, 2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미 재무부가 이날 실시한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투자자 수요가 부진했던 점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타깃이 연간 매출 전망 하향 조정과 관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5.2% 급락했고,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비밀 지급금 관련 보도와 HSBC의 투자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6% 가까이 하락했다. 반도체 공급업체 울프스피드는 파산 신청 준비 보도에 60% 폭락하는 등 개별 악재도 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를 5.82대 1의 비율로 압도하며 시장 전반의 약세를 확인시켜 주었다. 이날 미국 거래소의 총 거래량은 193억 9000만 주로, 최근 20거래일 평균인 175억 주를 상회했다.
[미니해설] 월가 덮친 '부채 공포'⋯다우 800p대 급락
21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8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주저앉으며 투자자들에게 공포감을 안겼다. 표면적인 이유는 미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급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안이 불러올지 모를 ‘재정 절벽’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시장의 일시적 조정을 넘어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력에 대한 의문과 경고를 동시에 던진다.
감세안 그림자, 국채시장 흔들며 '부채 리스크' 증폭
이날 시장을 뒤흔든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감세 법안이었다. 의회 통과 시 향후 수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추가로 발생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초당파 분석가들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방 정부 부채 36조 2000억 달러에 3조에서 5조 달러가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부채의 급격한 팽창은 곧바로 국채 발행 증가와 채권 가격 하락(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0.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89%를 기록했고,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5.09%까지 치솟으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실시한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했던 점도 기름을 부었다. 투자자들이 미국의 재정 적자 심화와 국채 물량 부담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정건전성 우려"와 "협상용 엄포" 사이 시장 고심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이제 재정적 관점에서 세법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단순히 부채 수준을 더 느린 속도로 증가시킴으로써 최근의 모든 재정 긴축 노력을 무효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우리가 인플레이션 속도를 늦추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 부재에 대한 실망감이 국채 매도로 표출되고 있다는 상황 인식이다. 스토벌은 "이제 세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체 부채 수준을 계속해서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소재 투자자문회사 파, 밀러 앤 워싱턴의 마이클 파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실제로 현실화될 경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헤드라인이 다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위협 중 다수는 상당히 빨리 사라지며, 시장은 무엇이 중요하고 실질적인지, 또는 어쩌면 행정부 측의 협상용 엄포인지를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이 현재 재정 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엎친 데 덮친 격, 개별 기업 악재와 꺼지지 않는 관세 불씨
거시 경제적인 불안감 외에도 개별 기업들의 악재와 지속적인 관세 문제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연간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후 주가가 5.2% 급락했다. 회사 측은 관세 불확실성과 함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노력 축소에 대한 반발 등을 이유로 꼽아 소비 심리 위축과 기업 경영 환경의 복잡성을 드러냈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요양원에 비밀리에 보너스를 지급하며 병원 이송을 줄이려 했다는 가디언지의 보도와 HSBC의 투자 등급 하향 조정이 겹치며 주가가 6% 가까이 추락했다. 반도체 공급업체 울프스피드는 몇 주 내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무려 60%나 폭락하는 충격을 안겼다. 특정 기업의 문제일 수 있지만,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취약할 때 더욱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나이키가 관세 부담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여전히 기업 비용 부담과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조치로 글로벌 시장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기억이 생생한 만큼, 관세 문제는 언제든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
단기 급등 피로감 속 '옥석 가리기'⋯변동성 장세 전망
S&P 500 지수는 지난 4월 저점 이후 17% 이상 상승하며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스토벌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은 우리가 너무 많이, 너무 빨리 상승했으며, 최근 상승분에 대한 소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다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의 하락이 단기 급등에 따른 건강한 조정의 일환인지, 아니면 더 깊은 하락의 시작인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를 5.82대 1의 비율로 압도하고, S&P 500의 11개 섹터 중 10개가 하락한 점은 시장 전반에 걸쳐 매도 압력이 광범위했음을 시사한다. 모건 스탠리가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세계 경제의 느린 확장을 이유로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함을 보여주지만, 단기적인 시장의 불안감은 쉬이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부채 증가 가능성, 그리고 이것이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스토벌 전략가가 언급한 "세법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것이 "최근의 모든 재정 긴축 노력을 무효화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