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퍼드대 "불가사리는 머리가 다섯 개"

입력 : 2023.11.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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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가사리는 '걷는 머리'⋯유전적으로 '몸통' 분실
  • 발생 초기 '좌우 대칭'…정착 후 '5방사상'으로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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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에서 불가사리는 머리가 5개인 극피동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픽사베이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펀지밥' 주인공의 둘도 없는 친구는 뚱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뚱이는 머리, 팔, 다리 등이 다 갖춰진 완벽한 인격체로 등장하지만 태생은 불가사리다.

 

그런데 불가사리 뚱이의 머리가 하나가 아닌 다섯 개라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과학전문지 나졸로지(nazology)는 불가사리 몸의 대부분은 '머리'와 관련된 유전자로 이뤄졌다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SU)의 최신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가사리는 머리가 다섯 개로 나눠진 존재로 '걷는 머리'라는 것이 증명됐다.

 

불가사리는 성게, 해삼, 갯나리 등과 함께 '극피동물' 그룹에 속한다. 불가사리 유생은 수컷과 암컷의 체외 수정으로 생성된 수정란에서 발생하여 1~2개월을 바다에서 부유하는 시기를 거친다.

 

발생 초기에는 불가사리의 몸 구조가 일반적인 동물과 같이 좌우 대칭을 이루지만, 해저에 정착하여 성장하면서 독특한 별 모양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5개의 동일한 부분이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구조를 '5방사상(pentaradial)' 형태라고 한다.

 

불가사리가 초기의 '좌우상칭' 구조에서 '5방사상' 구조로 변화하는 과정은 수세기에 걸쳐 생물학의 미해결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또한, 불가사리의 5개 기관을 '팔'로 봐야 하는지, 또는 '머리'가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이해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하여 불가사리의 유전자 발현을 3D 맵으로 작성함으로써, 팔이나 머리와 같은 신체 부위의 발달에 관련된 유전자가 불가사리의 몸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 조사했다.

 

이 연구에는 신체 부위의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 마커가 사용됐다. 유전자 마커는 특정 유전자가 어떤 신체 부위의 형성에 관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예를 들어 '머리는 〇〇유전자에 의해', '팔은 △△유전자에 의해 형성된다'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포유류, 조류, 어류, 곤충, 그리고 선충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군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유전자 마커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즉, 다른 동물들의 유전자 마커를 분석하고 불가사리와 비교함으로써, 불가사리에서 머리와 팔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파토리아 미니아타(Patiria Miniata)'라는 종류의 불가사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불가사리의 다양한 부위에서 얇게 절삭한 조직 샘플을 채취하고, 이를 기반으로 불가사리의 몸을 3D 모델로 재구성했다. 이 3D 모델은 각각의 색상으로 골격(회색), 소화기관(황색), 신경계(파란색), 근육(적색), 수관계(보라색)를 나타낸다. 이후 연구팀은 불가사리의 신체 각 부위에서 어떤 유전자 마커가 발현되는지를 매핑했다.

 

그 결과, 이전까지 '팔'이라고 여겨졌던 5개의 부위가 실제로는 '머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불가사리의 몸은 대부분 머리와 관련된 유전자를 발현하고 있으며, 머리가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형태다. 좌우상칭 동물에서 보이는 팔이나 몸통을 형성하는 유전자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대 홉킨스연구소의 로랑 포머리(Laurent Formery) 박사는 "마치 불가사리가 몸통을 완전히 잃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며 "머리만 해저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불가사리가 진화 과정에서 몸통을 형성하는 유전자를 잃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의 일원이자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University of Southampton)의 제프 톰슨(Jeff Thompson)은 "우리의 연구는 극피동물의 신체 구조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매력적인 생물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권일구 기자 insu@fo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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