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133)] 전 세계 산호 84% 백화⋯기록 이래 최악의 피해

입력 : 2025.04.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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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ICRI) "지속 가능성 위협받아⋯지구 생태계 변화" 경고
  •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 온난화로 82개국 영토·경제권 위협 받아

태국 백화된 산호초 로이터 연합뉴스.jpg

2024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백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2024년 5월 8일 태국 트랏주 코막의 산호초가 백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백화(bleaching)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측 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해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난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ICRI)는 24일(현지시간) "이번 백화는 1998년 이래 네 번째로 발생한 글로벌 산호 백화 사태로, 2014~2017년에 산호초 약 3분의 2에 영향을 미쳤던 백화 현상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번 백화 현상은 2023년 1월부터 시작됐으며, 해수 온난화로 인해 종료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ICRI는 100개 이상의 정부, 비정부기구 및 기타 단체로 구성된 기구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부터 미국 플로리다의 키스까지 전 세계 산호초의 밝고 선명한 색깔이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호 백화 현상으로 인해 광활한 지역에서 유령처럼 하얗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기는 해양 생테계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산호초 학회 서기이자 전직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호 관측 책임자였던 마크 이킨은 "지금의 해수 온도 스트레스는 임계값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앞으로도 전 지구적 백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산호초의 붕괴는 단순한 해양 생물의 위기를 넘어 인류의 삶과 생계를 위협하는 지구적 변화"라고 경고했다.


2024년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해였으며, 해양 수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극지방을 제외한 해양의 연평균 표면 수온은 섭씨 20.87도(화씨 69.57도)로, 산호 생태계에는 치명적이다. 산호초는 높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린다. 전체 해양 생물의 약 25%가 산호초 주변에서 발견된다. 

 


백화 현상을 보이는 산호초 AP 연합뉴스.jpg
2023년 9월 16일 멕시코만 텍사스주 갤버스턴 연안의 플라워 가든 뱅크스 국립 해양 보호구역에서 백화 현상을 나타내는 산호초(가운데)가 보인다. 사진=AP/ 연합뉴스


산호는 공생 동물이다. 내부에 공생하는 조류(algae)에서 영양분을 얻으며  특유의 다양한 밝은 색을 띤다. 그러나 수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조류가 독성 물질을 방출하고 산호는 이를 배출하며 색을 잃는다. 이 과정에서 산호는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을 나타내며 흰 골격이 드러나고,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수온이 다시 차가워지면 조류가 산호에 다시 서식해 산호초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조류가 사라지는 동안 산호는 약해지고 질병과 오염이 더 취약해진다. 조류가 너무 오랫동안 사라지면 산호는 죽게된다.

 

산호는 해안선 침식을 막아주고 폭풍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해준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산호초는 매년 세계 경제이 약 9조 8000억 달러를 기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ICRI는 현재 산호초 백화 현상으로 인해 "82개국 영토와 경제권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2024년 전 세계 산호초 백화현상 .png
2024년 산호 백화의 최대 수준을 보여주는 지도. 파란색에서 진한 보라색까지, 산호 백화와 산호 폐사 위협이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연한 파란색은 산호초에 스트레스가 없음을, 2단계(진한 빨간색)는 열에 민감한 산호의 폐사 위험을, 진한 보라색은 산호초 내 산호의 80% 이상이 폐사할 위험이 있음을 나타낸다. 도표 출처=미국 해양대기청(NOAA

 

미국 NOAA 산호초 감시 프로그램은 이번 백화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경보 척도에 추가 단계를 도입했다. 2023년 기관의 백화 경보 등급에 세 가지 새로운 등급(위 도표의 AL3, AL4, AL5)을 추가한 것. 이전에는 최고 등급인 2등급(위 도표의 AL2)이 열에 민감한 산호의 사망 위험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제 최고 등급(AL5, 진한 보라색)은 산호초 내 산호의 80% 이상이 사망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곳곳에서 산호 보존과 복원 노력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소는 세이셸 인근 해역에서 채취한 산호 조각을 인공 환경에서 증식시키고 있으며, 플로리다 해안 등에서는 고온에 노출된 산호를 구조해 회복시킨 뒤 다시 자연에 방류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보완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 인위적 배출을 억제하지 않으면 해양 생태계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호주 백화 현상을 보이는 산호초 AFP 연합뉴스.jpg
2025년 3월 12일에 촬영되어 3월 26일에 민더루 재단에서 공개한 이 사진은 호주 서부 해안의 닝갈루 리프에서 백화 현상을 보이는 산호를 조사하는 다이버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3월 26일 호주 서부 해안에서 산호초가 기록적인 수준의 백화 현상을 보여 유명한 산호초의 거대한 덩어리가 병적으로 칙칙한 흰색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사진=민더루 재단 / AFP/연합뉴스


즉, 산호초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오염 물질을 줄이고, 과도한 어업을 종식시키고,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킨 박사는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보존 활동도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멜라니 맥필드 글로벌 산호초 감시 네트워크(GCRMN) 카리브해 분과 공동의장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산호초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임 2기 들어 화석연료 확대와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축소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이킨 박사는 "지금 미국 정부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보호 조치의 철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은 기자 yuna@fo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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