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8)] 남극 대륙의 '지구종말(둠스데이) 빙하' 해빙 취약성 심각

입력 : 2024.05.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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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위성 레이더로 촬영한 빙하 데이터 연구에서 밝혀져
  • "스웨이츠 빙하 모두 녹으면 해수면 3m 상승시킬 것" 경고
스웨이츠 빙하 나사.jpg
남극 대륙의 ''지구종말(둠스데이)'빙하'로 불리고 있는 스웨이츠 빙하의 모습. 사진=나사

 

바닷물이 남극 대륙의 "지구종말(둠스데이) 빙하" 아래로 수km를 밀고 들어가고 있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해빙의 취약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주 인공위성에서 레이더로 촬영한 빙하 데이터 연구에서 밝혀졌다고 CNN 등 외신들이 전했다.

 

둠스데이 빙하는 남극의 서남쪽 지대 스웨이츠 빙하를 달리 부르는 것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는 빙하 지대를 일컫는다.

 

이 연구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UC 어바인) 빙하학자 팀이 중심이 되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짜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서남극 빙하와 만나면서 빙하 하부를 녹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과거의 예측보다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을 가속시키고 있다. 이미 2021년 4월 사이언스어드밴스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서남쪽 스웨이츠 빙하의 해빙으로 전 세계 해수면이 4%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붕괴로 인해 재앙적인 해수면 상승이 발생할 수 있어 ‘둠스데이 빙하’라는 별명이 붙은 스웨이츠 빙하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빙하 지대이며 대략 플로리다 정도의 크기다. 그러나 이 빙하는 남극 대륙에서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한 빙하이기도 하다. 빙하가 위치한 땅이 아래쪽으로 경사져 있어 바닷물이 얼음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스웨이츠 빙하는 전 지구 해양의 해수면을 60cm 이상 올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이 빙하는 서남극의 주변 얼음에 대한 천연 댐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댐이 완전히 붕괴되면 주변 빙하까지 휩쓸어 궁극적으로 해수면이 약 3m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세계 해안 도시에 재앙이 된다.

 

이번 연구는 스웨이츠 빙하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연구팀은 작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수집된 고해상도 위성 레이더 데이터를 사용해 빙하 맵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스웨이츠 방하의 접지선 변화를 그림으로 그렸다. 접지선은 빙하가 해저에서 솟아올라 떠다니는 빙붕이 되는 지점을 말한다. 접지선은 빙상의 안정에 필수적이지만 연구하기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UC 어바인의 에릭 리그노트 교수는 "몇 달에 걸쳐 생성한 새로운 데이터 세트를 통해 스웨이츠 빙하의 접지선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바닷물이 수km에 걸쳐 빙하 아래로 밀고 들어갔다가 조수의 리듬에 따라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관찰했다. 이렇게 되면 빙하는 더욱 취약해지고 붕괴의 위험이 높아진다. 접지선은 12시간의 조석 주기 동안 거의 6km 이상을 이동할 수 있다.

 

리그노트 교수는 단시간에 긴 거리를 이동하는 바닷물의 속도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 담수가 씻겨 나가고 그 자리를 따뜻한 바닷물이 대체하게 되기 때문에 빙하가 녹는 속도는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의 빙하학자인 테드 스캄보스 교수는 연구 결과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빙하의 특정 지역만 적용헸지만 얼음 손실 속도를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해양 지질학자 제임스 스미스는 스웨이츠 빙하 아래로 밀려드는 바닷물이 새로운 현상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속적인 현상이었는지를 추가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주에서 촬영한 레이더 데이터를 사용한 것은 남극 빙하 조사에 대한 새로운 방법의 제시라는 평가다. 위성을 활용해 빙하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남극은 기후 위기에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별도의 연구에서 영국 남극조사국의 연구팀은 지난해 남극 대륙 주변의 해빙(바다 위 빙하)이 기록적으로 줄어든 이유를 조사했다. 해안 빙상과 빙하가 파도와 따뜻한 바닷물에 노출돼 녹고 부서지는 현상이 심하게 발생했다. 

 

현재까지 일어난 해빙 손실은 앞으로 가능한 회복 속도를 적용해도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추정이다. 물론 이 역시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적용될 경우이다. 20년 넘게 남극 해빙이 낮게 유지되면 전 세계 날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다.

최순희 기자 choi61@fo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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