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보도] 현대차 조지아 공장 안전 사고⋯"속도전에 묻힌 목숨들

입력 : 2025.04.29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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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조지아 메가사이트, 2년간 끊이지 않은 안전사고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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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5월 조지아주 엘러벨(Ellabell) 브라이언카운티에 총 76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공장 'HMGMA(현대 모터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배터리 합작법인 'HL-GA 배터리 컴퍼니'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25년 3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현대자동차 대리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속도가 우선이었죠."

                                                                      -전직 현장 근로자 케빈 소우자(26년 경력 건설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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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조지아 공장 안전 사고 핵심 지표(2023년 4월~2025년 3월). 도표=포커스온경제

 

또 울린 헬기 사이렌


2025년 4월 25일 오후 3시 40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HL-GA 배터리 컴퍼니' 건설 현장 상공에 항공 응급구조 헬기 '라이프스타(LifeStar)'가 굉음을 울리며 내려앉았다. 현장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근로자 한 명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로써 현대차 '메가사이트' 공사 현장은 또 한 번 뉴스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사고를 취재하려는 지역 방송사 WTOC의 정보공개 청구에 브라이언카운티 응급의료서비스(EMS)는 처음에는 아예 응하지 않았다. 법적 지적을 받은 뒤에야 제공한 보고서는 핵심 서술 내용이 대부분 검열돼 있었다.


이것은 단발 사고가 아니다. 2022년 말 착공한 이후 이 공사 현장에서는 지금까지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6개월간 53건의 응급출동이 있었으며, OSHA(미 산업안전보건청)는 15건 이상의 안전 조사를 벌였다. 55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 규모의 '역사적 프로젝트'가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기록을 추적했다.


'역사적 투자'의 그늘- 착공 6개월 만에 첫 시신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5월 조지아주 엘러벨(Ellabell) 브라이언카운티에 총 76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공장 'HMGMA(현대 모터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배터리 합작법인 'HL-GA 배터리 컴퍼니'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는 이를 "조지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개발 사업"이라 치켜세우며 2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의 핵심 거점이 될 이 '메가사이트'는 3,000에이커(약 12㎢)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착공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2023년 4월, 첫 번째 비극이 닥쳤다. 하청업체 소속 30대 근로자 빅터 감보아(Victor Gamboa)가 도장 공장 철골 구조물 위에서 작업하던 중 약 18미터(60피트)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OSHA 조사 결과 그가 착용한 안전 로프는 철골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닿아 이미 손상·마모된 상태였다. 당시 담당 하청업체 '이스턴 컨스트럭터스'는 최초 약 16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항소를 거쳐 최종 부과액은 2만 달러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현대차는 이후 이스턴 컨스트럭터스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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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조지아 공장 안전사고 타임라인. 인포그래픽=포커스온경제


숫자로 본 '죽음의 현장'-53건의 출동, 14건의 외상


감보아의 죽음은 서막에 불과했다. 지역 방송사 WTOC가 조지아 공공기록법(Open Records Act)을 통해 입수한 브라이언카운티 EMS 기록에 따르면, 2023년 4월부터 2024년 7월까지 16개월간 메가사이트 현장에서만 최소 53건의 응급출동이 있었다. 이 중 14건은 '외상성(traumatic) 부상'으로 분류됐다.


기록 속에 담긴 사고들은 적나라하다. 지게차에 발이 밟혀 부상당한 근로자,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생명을 위협받은 기술자, 엄지손가락이 으스러진 노동자... 2024년에는 현대글로비스 물류 시설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던 한국인 엔지니어가 기계에 끼어 흉부가 짓눌리는 중상을 입고 헬기로 이송됐다. 그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OSHA는 같은 기간 이 현장에 최소 13~15건의 안전 관련 조사를 개시했으며, 수차례 하청업체에 벌금을 부과했다. 하청업체 성원(Sungwon) 조지아법인은 낙하 위험 노출 및 안전교육 부재로 2만 349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은 벌금 규모가 위반의 심각성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한다.


2025년 3월- 준공 잔치날, 또 시신이 나왔다


2025년 3월 21일, 현대차 메타플랜트 준공식 닷새 전이었다. HL-GA 배터리 컴퍼니 건설 현장에서 하청업체 'SBY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 유선복(Sunbok You, 45세)이 지게차에 치여 숨졌다. 브라이언카운티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그의 시신은 지게차 뒤편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으며, 현장에는 약 3~4.5m의 혈흔이 남아 있었다. OSHA가 입수한 사진에는 '현대(HYUNDAI)'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지게차 앞에 유씨의 상반신이 분리된 채 놓여있었다.


OSHA 조사 결과, 유씨는 HL-GA 안전 규정상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형광 녹색 조끼' 대신 검은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또한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어 시야확보에 문제가 있었다. 사고 직후 지게차 운전자 배선황(Sunhwam Bae)은 현장에서 달아났다.


사건 발생 불과 며칠전인 3월 중순 같은 현장에서는 파이프 폭발로 근로자 한 명이 에어 앰뷸런스로 이송되는 사고가 먼저 발생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3월 26일 성대한 준공식을 강행했다. 주지사 켐프를 비롯한 지역 지도자들이 테이프를 끊는 동안, 수백 미터 떨어진 배터리 공장 공사 현장은 OSHA 조사관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현대차 최고경영자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사장은 유씨 사망 이후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몇 번째 반복되는 '재발 방지 약속'인지 셀 수도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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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조지아 공장 관련 OSHA 벌금 비교. 인포그래픽=포커스온경제

 

4월 25일 사고- 정보는 왜 '검은 칠'이 됐나


준공식이 끝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4월 25일, 또다시 헬기가 떴다. HL-GA 건설 현장에서 의식불명 상태의 근로자가 발견된 것이다. HL-GA 대변인은 "해당 인물은 EMS 절차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퇴원해 회복 중"이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추가적인 신원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짧은 입장만을 밝혔다.


이 사고를 취재하려는 WTOC의 공식 정보공개 청구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브라이언카운티 EMS는 처음에 아예 응하지 않았다. WTOC가 법적 의무를 들어 재촉하자 그제서야 제공된 EMS 보고서는 대부분의 서술 내용이 검열된 채 공개됐다. WTOC는 이전까지 수백 건의 EMS 기록을 요청해 받아왔는데, 통상적으로 개인 이름만 삭제된 채 서술 내용 전체가 공개됐다. 이번 처리 방식은 명백한 이례였다.


정보 통제는 EMS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준공식 당일 켐프 주지사는 WTOC의 현장 안전 인터뷰 요청에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어떤 조사를 말하는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역사적 투자'의 영광은 취하면서, '역사적 비극'에 대한 책임 설명은 외면한 셈이다.


'불법 체류자 착취' 의혹 -신분이 족쇄가 됐다


이 공사 현장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노동력 착취 의혹이다. WTOC가 인터뷰한 전직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26년 경력의 건설 노동자 케빈 소우자는 "무거운 파이프를 옮길 때 크레인을 써야 하는데 수동 리프트를 사용하는 등 다른 현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들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또 "부상을 신고하면 해고하겠다는 협박이 있었다"며 "불법체류 신분인 노동자들은 법적 지위 때문에 그 어떤 요구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성원(Sungwon)이 OSHA에 제출한 내부 보고서에도 문제적 대목이 있다. 보고서는 "하도급 업체인 JGL에 안전 교육 매뉴얼을 제공하고 교육을 요청했으나, 직원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 스페인어 매뉴얼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언어 장벽을 방치한 채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고위험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노동 인권 단체들은 "불법 체류 신분이라는 취약성이 사고 은폐의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비판한다. 복수의 전직 근로자들은 실제로 부상이 발생해도 공식 보고되지 않고 현장에서 무마된 사례가 다수라고 주장했다.


OSHA의 딜레마-조사는 있었지만 변화는 없었다


OSHA는 이 현장 안전 문제를 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착공 이후 2025년 3월까지 최소 15건의 안전 조사를 개시했고, 복수의 하청업체에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전·현직 OSHA 관계자들조차 이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비해 제도적 대응이 역부족이었음을 인정한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OSHA 고위 관계자를 지낸 제임스 스탠리(James Stanley·FDR세이프티솔루션스 대표)는 2024년 7월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현장에서 진정한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현대차와 하청업체들은 "안전 프로토콜을 강화하고 OSHA와 협력하겠다"는 성명을 냈지만, 구조 헬기는 현장에 계속 떴다.


OSHA의 제도적 한계도 지적된다. OSHA 법상 사업주에 대한 인용 조치는 사고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청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메가사이트에서 원청인 현대차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묻는 일은 법적으로도 쉽지 않다. 결국 벌금 수만 달러를 물고 계약 해지를 당하는 하청업체들만 피해를 입고,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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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조지아 공장 현장 책임 계층도. 인포그래픽=포커스온경제

 


구조적 문제-'속도 우선' 문화와 책임 회피의 이중주


현대차의 조지아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속도'가 최우선 과제였다. 2022년 착공해 불과 2년여 만에 완공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공정 압박은 현장 전체를 지배했다. 전직 근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다른 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크레인을 써야 할 곳에 인력을 투입하고, 안전 장비 점검이 생략되는 일이 잦았다는 증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 구조다. 현대차는 원청이지만, 공사 현장 근로자 대부분은 수십 개에 달하는 하청·재하청 업체 소속이다. 사고가 나면 현대차는 "우리 직접 고용 직원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해당 하청업체를 계약 해지하는 것으로 책임 범위를 제한해왔다. 그러나 노동권 전문가들은 "원청이 작업 방식과 일정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면, 현장 전체의 안전에 대한 책임 역시 원청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 인권단체의 마리아 보니야는 WTOC에 "이민자 노동자들을 학대하는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왜 그 회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느냐"며 "현장을 관리하는 것이 현대차라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궁극적인 책임은 현대차에 있다"고 강조했다.


메가사이트의 '두 얼굴'


2025년 3월 26일, 케이팝 공연과 불꽃쇼로 수놓인 현대 메타플랜트 준공식장에는 조지아 주지사와 지역 기업인들이 자리를 빛냈다. 조지아에 새 일자리와 경제적 활력을 가져다준 '위대한 파트너십'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바로 그날, 5일 전 지게차에 목숨을 잃은 유선복씨의 유족은 슬픔을 달랬을 것이다.


현대차가 조지아에 쏟아부은 76억 달러는 미국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다.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십만 명의 삶을 변화시킬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공장이다. 그 자체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공장이 올라서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 부상을 신고하지 못하고 묻혀야 했던 이주 노동자들, OSHA 기록에도 잡히지 않은 채 사라진 수많은 상처들도 그 공장의 일부다.

 

4월 25일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된 근로자는 현재 회복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왜 의식을 잃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보고서는 검게 칠해졌고, 회사는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이것이 2025년 현대차 조지아 공장 '역사적 투자' 현장의 현주소다.

 

 

【참고 자료】

 

현대차 조지아 공장 관련 자료.jpg
현대차 조지아 공장 관련 자료.
김성은 기자 yuna@fo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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