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화학 발견으로 값싼 약품 개발 길 열렸다

입력 : 2023.12.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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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CLA, 3달러로 항암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제조 가능
  •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7 정확히 분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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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리 화학의 발견으로 저렴한 약품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사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구리-67(Cu-67) 생산용 핫 셀 .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최근 구리 화학의 발견이 값싼 약품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단 3달러의 비용으로 항암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 물질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구리는 이미 의학 분야에서 감염과 싸우는 나노 입자 및 임플란트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과학 전문 매체 뉴아틀라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새로운 방법으로 간단하고 저렴한 약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 방법은 산소의 한 형태인 오존을 시약으로 사용하고 금속을 촉매로 활용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유기 분자의 탄소-탄소 결합을 끊는데 성공했다. 오존은 이 결합을 알켄, 즉 탄화수소로 분해하고, 구리 촉매는 깨진 결합을 질소와 결합시켜 탄소-질소 결합을 형성한다. 이 결합은 아민이라고 알려진 분자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항암제와 같은 값싼 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다.

 

아미노탈알케닐화로 알려진 이 공정은 전통적으로 아민을 생성하는 데 사용되는 다른 유사한 촉매와는 달리 풍부하고 저렴한 금속을 잘 활용하면 된다.

 

아미노탈알케닐화라고 알려진 이 새로운 공정은 기존의 아민 생성 방법과는 다르다. 이 공정은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비싼 금속 촉매 대신에 저렴하고 풍부한 금속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권오현 유기화학 교수는 이 공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전에는 이런 방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인 금속 촉매 반응에서는 백금, 은, 금, 팔라듐과 같은 고가의 금속이나 로듐, 루테늄, 이리듐과 같은 귀금속을 사용했지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비금속 중 하나인 산소와 구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민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민은 의약품과 비료, 농약 생산에 널리 사용되는 중요한 화학물질이다. 이는 식물과 동물에서 발견되는 분자와 강력한 상호 작용을 하며, 암페타민과 도파민과 같은 약물에서도 발견되는 구성 요소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호르몬, 제약 시약, 펩타이드, 뉴클레오시드 등을 아민으로 변형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이 새로운 방법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권 교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훨씬 저렴한 의약품 생산 가능성일 것이다. 일부 항암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제조 비용이 그램당 약 3200달러(약 412만원)에 달하지만, 연구팀은 그램당 약 3달러(약 3860원)의 비용으로 동일한 약물 분자를 생산할 수 있었다.

 

기존 12단계 공정 대신 3단계만 사용

 

연구팀은 항암 c-Jun N-말단 키나제 억제제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의 12단계 공정 대신 단 3단계의 화학 과정만을 사용했다.

 

또한, 이들은 또 다른 실험에서 아데노신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과 DNA 구성 요소를 N6-메틸아데노신 아민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한 단계만 거쳐서 수행했다. 이 아민은 세포의 유전자 발현, 질병 과정 및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현재 생산 비용은 그램당 약 103달러(약 13만2,600원)다.

 

구리는 현재 파운드당 4달러(약 5150원) 미만으로 풍부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은 이 새로운 방법이 아민 기반 의약품과 다른 유기 물질의 생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의 양성자과학연구단은 지난 7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7(Cu-67)을 고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포함하여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된다. 구리-67은 진단용 감마선과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용 베타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로, 동시에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며, 기존 동위원소보다 반감기가 짧아(2.5일) 체내 피폭 위험도 적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구리-67은 높은 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특정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강력한 치료 효과와 함께 높은 안전성을 제공한다.

 

다만, 구리-67은 다른 핵종과 달리 방출하는 감마선 스펙트럼이 불순물인 갈륨-67(이하 Ga-67)과 정확히 겹쳐 물리적인 측정법으로는 이 두 핵종을 구분할 수 없었다.

 

이에 양성자과학연구단 입자빔이용연구부 박준규 박사 연구팀은 두 핵종의 감마선 방출강도 뿐만 아니라 반감기 차이(Cu-67은 2.5일, Ga-67은 3.2일)까지 고려한 새로운 해석적 분리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구리-67과 Ga-67 각각의 감마선 세기 합이 전체 감마선 세기와 같다는 점과 감마선 방출 강도 비율, 반감기 차이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화학적 분리 과정 없이도 구리-67의 정확한 핵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의 김희진, 김정영 연구원은 "구리-67은 방사능 강도가 낮고 담체가 없는(carrier-free) 방사성동위원소로, 이로 인해 효과적인 암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팀은 2025년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해 고품질 구리-67을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권일구 기자 insu@fo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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