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공공 용수 불소 첨가 중단 요구할 것"
- 70년 넘게 이어져 온 불소화 정책, 폐지될 수도
미국 대선 이후 잠잠했던 '식수 불소화'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공공 용수에 불소 첨가를 중단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70년 넘게 이어져 온 불소화 정책이 전면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연 '충치 예방'과 '건강 위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 온 불소화 논란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트럼프 당선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가 공공 용수에 불소 첨가를 중단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러한 권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불소, 충치 예방 효과 vs 건강 위해성 논란
불소는 물, 토양, 공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네랄로, 치아 법랑질을 강화하여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불소 섭취량이 과도할 경우 골절, 갑상선 질환, 신경계 손상 등의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어 왔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지난 1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불소 노출이 높은 어린이의 IQ가 더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코크레인 체계적 문헌 고찰 데이터베이스의 2024년 10월 검토에서는 치약 사용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식수 불소화의 충치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식수 불소화, 70년 넘는 역사⋯폐지될 경우 파장 커
식수 불소화는 1945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 정부와 치과 협회는 불소화의 충치 예방 효과를 인정했고, 현재 미국 인구의 약 63%가 불소화된 식수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불소화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케네디 주니어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불소화 수치가 암을 포함한 수많은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식수 불소화를 "20세기 미국 10대 공중 보건 업적 중 하나"로 꼽으며 충치 예방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도 '식수 불소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논란이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식수 불소화는 뜨거운 감자다. 충치 예방 효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환경 영향, 강제성, 기존 불소 노출 등 다양한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한국의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수돗물의 불소 이온 농도를 0.8ppm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공중구강보건사업이다. 하지만 과량의 불소 섭취는 반점치아를 유발할 수 있으며, 불소가 수중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공공 급수 체계를 통한 불소 섭취는 '강제적 의료 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돗물 불소화 사업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확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 의견 엇갈려⋯과학적 근거 기반 논의 필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켈로그 슈왑은 "용수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은 미국인의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며 연구에 따르면 부작용 위험이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플로리다 주 조지프 라다포 보건국장은 '불소화가 어린이의 뇌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불소 첨가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식수 불소화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 사회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70년 넘게 이어져 온 공중 보건 정책을 뒤집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식수 불소화 논란은 단순히 과학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건강 권리, 개인의 선택권, 정부의 역할 등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 불소화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